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8)
137화
·2012.10.18. 경기결과(Taca De Portugal 3R)
SC 프레아문지 0 : 4 SL 벤피카
[골] 리마 : 전반 16분제로니모 베가 : 전반 45분(리마)
안드레 고메스 : 후반 17분(이스마일리), 후반 29분(자르데우)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 컵대회 휴식)
***
2012년 10월 20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18일의 컵 대회는 집에서 느긋하게 TV로 지켜봤고, 우린 다행히도 실점 없이 4 : 0의 승리를 거두었다.
SC 프레아문지는 2부리그인 리가 프로(Liga Pro)에서도 중하위권의 팀이었으니, 대승이 특별하진 않았다.
다만, 몇 가지 긍정적인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고 본다.
카르도소와 루이장의 공백을 메워줘야 할 리마(Lima)와 자르데우가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고, 셀틱 FC와 0 : 0으로 비긴 후 5경기째 만에 클린시트가 나왔다는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친구들의 활약을 볼 수 있었던 건데, 이틀 전에 출전한 친구들 모두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너희 진짜 엄청났다니까. 한마디로, 죽여줬어.”
내 칭찬에 낄낄거리면서 웃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어젠 감독님이 스쿼드 전체에게 휴식을 줬고, 오전 개인훈련을 끝마친 나는 친구들이 돌아온 오후에는 오펠리아와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보는 건 사흘만이다.
“그나저나, 이야기는 들었어? B팀 말이야.”
“아, 그거. 완전 난리가 났었다던데?”
“젠장! 완전 반대쪽에서 훈련하는데도 이러네.”
포르투갈 리그는 스페인 리그와 상당히 흡사한 구조로 되어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각 클럽의 B팀이 별도의 리그가 아닌 정식 하부리그에서 뛴다는 점이다.
우리가 컵 대회를 펼치던 날, B팀 역시 아쑤시아상 나발 1983과 원정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0 : 0 무승부였고, 경기가 끝났을 때 갑자기 엔초가 상대 팀의 선수와 언쟁을 펼치다가 급기야 주먹 다툼까지 벌였다.
주변에 있던 선수들이 급하게 뜯어말리면서 다른 불상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나발의 회장 아프리고 페르난두 세케이라(Aprigo Fernando Segueira)와 감독 페르난두 미라(Fernando Mira)가 어제 정식으로 팀에 항의서를 보내왔다.
경기 내내 엔초 페레즈가 나발의 선수들을 위협했으며, 실제로 두 명의 선수가 그로 인해 부상을 당했다면서 말이다.
일단 팀은 내부적으로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고, 그런 이후 엔초의 처벌 수위라든가 하는 것들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리그 협회에도 공문이 올라간 상황이기에, 현재의 분위기론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도 같다.
다가오는 1월, 엔초를 방출할 거란 이야기가 벌써 내부적으로 나돌고 있다.
“그건 팀이 알아서 할 일이야. 우린 경기에나 신경 쓰자. 다음은 챔피언스리그라고. 그것도 러시아 원정. 겨울에 제니트 원정을 가봤잖아. 거긴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
난 더는 엔초의 이야기가 테이블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래서 주제를 챔피언스리그로 전환 시켰다.
말했듯, 러시아 원정이다.
우리처럼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승리가 없고, 현시점까지 경기력이 좋지 못한 우리를 1승 제물로 여기고 있을 거다.
2승을 거둔 FC 바르셀로나를 제외하면 남은 세 팀 모두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있기에, 꽤 필사적인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우리를 언더독으로 생각하느냐는 점이었다.
리그가 시작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고, 현 상황을 한순간의 부진이 아닌 실력으로 받아들여야만 할 때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력의 저하와 클린시트의 부재, 사람들이 우리를 내년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이 아닌 유로파 수준의 팀으로 본다는 것 등도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지금은 공수의 핵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이들이 몽땅 부상으로 빠지게 된 상황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모든 경기에서, 상대가 우리보다 더 낫다는 마음으로 뛰지 않는다면 큰코다쳐버릴 것이다.
[후우- 제발.]“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식당 안을 돌아보며, 난 다른 이들도 준비가 되었기를 원했다.
***
2012년 10월 22일. 독일 상공(Over Germany).
시즌 두 번째 A매치 주간 이후, 조르제 제수스는 팀이 이룬 성과에 나름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선 엔초 페레즈를 B팀으로 보내기 전, 아르헨티나 출신의 선수들을 몽땅 불러모아 자신의 의도와 생각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에게 풀어야 할 문제가 있는 것 같군.”]유럽축구계에서 감독이 모든 선택권을 쥐고 있는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제수스는 우선 선수들의 앞에서, 자신의 선택에는 결코 개인적인 감정은 포함되지 않았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모든 것은 그저 퍼포먼스와 데이터에 따르는 것이고, 엔초가 떠들고 다니는 것처럼 김다온과의 영역 다툼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린 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대표 격인 사비올라가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보이자, 제수스는 비로소 일련의 일들과 과정을 쭉 설명할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빙자한 두 시간가량의 대화가 끝났을 때 그들은 전부 수긍한 모습이었고, 다음 날 제수스는 엔초에게 당분간 B팀에서 뛰게 될 것을 알렸다.
그러곤 주차장으로 향해, 20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차에서 내리지 않던 브루노를 만나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
만약 개인적인 훈련을 원한다면, 사전에 팀으로 연락해 자신의 허락을 받으라는 말도 함께.
이는 사실상 팀 스쿼드에서 제외되었음을 의미했다.
[“저를 이렇게 대접하시면 곤란하실 건데요.”] [“곤란? 하-!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중요한 건, 자네가 나와 이 팀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걸세. 시간은 이미 충분히 줬네, 브루노. 자네 에이전트에게 이야기하든 마음대로 하게. 단, 이번엔 나도 가만히 듣고만 있진 않을 거야.”]지난여름, 조르제 제수스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A팀 스쿼드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일찌감치 이적시장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약삭빠른 브루노 세자르의 에이전트는, 이런 SL 벤피카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 들어왔다.
그들은 브루노를 설득해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었고, 여름 내내 그것으로 문제를 보이자 태업으로 갚아 줘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본래라면 그런 브루노를 곧바로 방출하고 새로운 윙어를 찾았을 제수스였지만, 구단주에게 이미 돈을 아끼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입을 싹 닦고 돈을 내어놓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제수스는 최근까지도 브루노와 그의 에이전트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런 모습은 곧 선수단 장악력의 약화로 연결되었고, 브루노에게 선동당한 선수들 몇몇은 계약을 가지고 불평을 하며 훈련과 실전에서 100%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두 프로페셔널 할 거라는 환상을 품고 있지만, 알고 보면 이곳은 거대한 연봉을 받는 이들이 모인 중학교와도 같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수준이 낮을 수도 있다.
선수 중 대부분은 이런 수준의 클럽에서 뛰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자신을 왕처럼 여기며,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는 한다.
이곳에서 진정으로 프로다운 자세를 가진 선수를 찾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은 일이다.
“다온! 이리 오게!”
지난 프레아문지 원정 때와 마찬가지로, 조르제 제수스는 선수단 하나하나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팀을 정비하기 시작한 제수스는 이것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길 바라는 중이다.
이번 면담 대상은 김다온이고, 이 18살의 풀백에게도 제수스는 무척 할 말이 많았다.
“자리에 앉게나. 마실 것을 좀 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시즌 시작 후 두 달, 김다온은 SL 벤피카와 조르제 제수스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도 이젠 지칠 수 있다.
조르제 제수스는 우선 그것을 염려했다.
“이 팀의 80%는 자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건 나도 포함이야. 반면 자네에겐 무척 괴로운 시간이었겠지. 올림픽에 다녀왔을 뿐인데, 팀이 엉망진창이 되어있었으니까.”
진담과 농담이 섞인 말에, 두 사람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내 실수였어. 더욱 멍청한 건 그 실수를 여러 번 반복했다는 거지. 자네와 자네의 친구들은 조금 당황했을 거야. 앞으로 경기에 자주 출전할 줄 알았더니, 바르셀로나 경기 때부터 다시 또 원래대로 돌아갔으니까. 안 그런가?”
“네, 뭐. 그렇긴 하죠.”
“뭐든 말해도 좋네. 지금은 그런 시간이니까.”
축구클럽에 있어 프리시즌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선수들의 폼을 끌어 올리고 조직력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팀 전체를 정신적으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 선수들은 하루의 1/3 이상을 함께 생활하며, 프리시즌 때는 거의 절반 이상 서로와 함께한다.
여기에 감독과 팀이 적절한 목표의식을 심어주게 될 경우, 팀은 하나로 뭉치게 되고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변화는 실로 놀라운 것들뿐이 된다.
양보. 절제. 관용과 배려 등.
피치 위에서 필요한 정신적인 요소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이 중 하나라도 결핍된 요소가 발생한다면, 그건 그 팀이 프리시즌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바로 지난여름의 SL 벤피카처럼.
가끔이지만, 축구계에선 이런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난 자네가 조금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네.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정말이요? 사실 요즘은 제가 조금 선을 넘었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절대 아니야.”
마티치와 화해를 했다는 것은 팀으로서 좋은 신호였지만, 동시에 피치 위에서 김다온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건, 제수스의 입장에선 좋지 않았다.
“앞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했지. 그들도 자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동의했어.”
“……네.”
“팀을 더 나아지게 만들려는 노력이지, 그건. 그러니 만약, 거기에 토를 다는 녀석이 있다면 내가 뭐라고 할 거야. 자네는 이전까지 해왔던 대로, 피치 위에서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해. 저들에게 영감을 주라고.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끔 만들어. 이걸 보게나.”
제수스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발을 내리며 자세를 고쳐잡고, 덩달아 김다온 역시 허리를 꼿꼿이 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실수했어. 내가 멍청한 행동을 해왔지. 이건 부정할 수 없어. 그런데 말이야, 일단 시즌이 시작되면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적어. 전 세계의 모든 축구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 뭔지 아나? 그건 바로, 소방수로 투입되는 거야.”
“네. 저도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왜죠?”
“왜냐고? 그야, 간단하지. 그건 내 팀이 아니기 때문이야.”
타앙-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들긴 제수스가 말을 이어간다.
“그건 내 팀이 아니거든. 전 감독의 팀이지. 선수단의 구성, 전술, 팀 스피릿. 어느 하나 내 것이 없다는 뜻이야. 그리고 내 실수는 바로 이거야. 난 프리시즌을 잘못 보냈고, 마치 중간에 합류한 감독처럼 스스로를 몰아넣었지. 정말 멍청한 짓이었고, 해서는 안 될 실수였어.”
작년 시즌 종료 때 가졌던 자신감은 프리시즌에서 가진 단 두 번의 실전으로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제수스는 이것을 절대 표현할 일이 없겠지만, 그는 그 원인을 김다온의 부재에서 찾았다.
김다온이 없는 과자 가족은 실수 연발에다 미숙하기 그지없었고, 그들이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고 또 의문을 가졌다.
팀이 젊어진 것에 대해 기대를 하면서도, 벤피카의 사람들보다 더 불안해하던 미디어들의 호들갑도 문제였다.
팀 외부에서 끊임없이 쓸데없는 목소리들이 이어졌고, 처음 그걸 외면하던 선수들도 점차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가 쌓이고 쌓여버린 40일의 결과가 현재 벤피카의 경기력과 성적에서 드러나는 것인데, 계획대로라면 국내대회에서는 전승, 그리고 국제 대회에서는 최소 1승 1패를 기록했어야만 한다.
하지만 팀은 이미 승점 8점을 날렸다.
제수스도 지금, 그걸 강조한다.
“8점이지. 그 대가가 바로 이 8점이야.”
“…….”
“그리고 장담하는데, 우리가 지금 잃어버린 이 8점은 시즌 막바지에 정말 뼈아프게 다가올 거야.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수습할 기회가 남았다는 거지. 이제 조금이지만 팀이 정돈되기 시작했어. 다시 말하지만, 계속 목소리를 내어주게나. 지금은 팀에 그것이 필요해. 그리고 또 나도.”
“……네. 꼭 그렇게 하죠.”
“그래. 더 할 이야기는 없나?”
“글쎄요. 오히려 제가 이야기를 들어드리려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이런! 썩 나가게.”
“하하. 네, 감독님.”
물병을 챙겨 일어선 김다온이 전용기 안에 따로 마련된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홀로 남은 제수스는 피식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후후. 정말 그랬군. 오히려 저 녀석이, 내 이야기를 들어줬어.”
아직 이유는 정확히 몰랐지만, 제수스는 김다온의 앞에서는 부쩍 말이 많아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수스는 이 생각을 더 이어갈 시간이 없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다시 밖으로 나선다.
팀을 정상적인 궤도까지 올려놓으려면,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안드레! 이리 오게!”
리스본을 떠나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약 7시간 동안, 제수스는 내내 선수/코치들과의 미팅을 이어나갔다.
정작 본인은 단 1분도 쉬지 않으면서.
***
2012년 10월 23일. 콜라리스, 포르투갈. Tv. 드 산투 안토뇨 10(Tv. De Santo Antonio 10. Colares, Portugal).
“여보-! 이거 좀 도와줘!”
“이런, 제기랄.”
“여보-!!”
“지금 가!! 이런, 5분을 편히 쉬지도 못하게.”
구시렁대며 몸을 일으킨 에두 크루즈는 하와이안 셔츠에 편안한 반바지 차림새로 계단을 내려섰다.
이곳은 그와 그의 가족이 사는 집으로, 1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펼쳐진 근사한 해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19세기 풍으로 지어진 이 집은 총 8개의 방과 6개의 욕실이 있었고, 대가족이 지내는 에두 크루즈의 가족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뭐야? 이제 겨우 축구 경기가 20분 남았다고!”
“가족보다 축구가 더 중요해?”
“여보. 내 말은…….”
“저기, 저거. 저거 식탁으로 좀 옮겨줘.”
“…….”
음식이 한가득 담긴 커다란 접시를 식탁 위로 옮겨놓은 에두 크루즈는 아예 한꺼번에 일을 할 요량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그의 아내는 무척 좋은 사람이었지만, 포르투갈 사람치고는 드물게 축구를 전혀 모르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축구를 가족보다 더 가까이에 두고 있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다.
“좋아. 다른 건?”
“이제, 없어. 그만 2층으로 올라가 봐도 돼.”
“여보, 아까 내 말은 그냥.”
“괜찮아. 어차피 난 이해하지 못할 거니까. 그렇지?”
슬픈 미소와 함께 돌아서는 아내를 보며, 에두 크루즈는 자신이 조금만 더 말을 잘했으면 한다고 생각했다.
축구와 관련된 것이라면 세계 최고의 달변가가 되는 그였지만, 아내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잘하지 못했다.
결국에 에두는 맥주 몇 병을 챙겨 들어 쓸쓸하게 2층으로 걸어 올라갔고, 내려오는 길에 부딪힌 조카들에게 조심하라고 외쳐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게 가족하고 좀 더 시간을 보내래도.”
“응? 모니카! 내 동생! 같이 축구를 볼 거지?”
“아니, 오빠. 난 그럴 수 없어. 언니를 챙겨야지. 안 그럼, 오늘도 언니가 혼자서 밥을 먹을 거니까.”
“…….”
다시 혼자가 되어버린 에두 크루즈는 죄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자신의 공간을 위해 따로 만들어둔 테라스로 가 술잔을 기울였다.
석양이 내려앉고 있는 바닷가의 풍경은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웠지만, 그것에 익숙해진 에두에겐 그저 눈을 시리게 만드는 성가시기만 한 빛의 파장에 불과했다.
다시 술잔을 채우려던 그때.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테이블 위에 놓아둔 전화기가 울렸고, 에두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 냉큼 집어 들었다.
하지만 화면 속 이름은, 자신이 기다리던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바로, 맨시티의 치키 베히리스타인이다.
일단 에두는 그 전화를 받기로 한다.
“알로~”
그러자 스페인어로 된 인사가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반갑습니다, 에두. 지난번의 제안은 충분히 생각했는가 해서 말이죠.”
“치키. 그때와 대답은 같습니다. 우린 그를 팔지 않아요.”
맨시티는 현재 김다온을 원하고 있고, 일주일 전 벤피카에 정식으로 추가옵션이 포함된 4,200만 유로(약 588억 원)의 이적료가 적힌 제안서를 보냈었다.
다행히도 그 서류는 에두 크루즈의 비서만이 보았고, 그것은 곧장 에두 크루즈의 사무실로 향하여 분쇄기에 갈가리 갈려버렸다.
SL 벤피카와 에두 크루즈는 이번 겨울 김다온을 판매할 생각이 없었고, 내심 그의 몸값을 5,500~6,500만 유로 정도로 정해두었다.
어떠한 면에서도 김다온을 이적시킬 이유를 찾기 힘들었기에, 에두 크루즈는 치키의 말을 단박에 잘라버렸다.
그러자.
“흐음- 그렇군요. 그럼 다음에 다시 전화하죠.”
“응? 이렇게 쉽게 전화를 끊는다는 말입니까?”
“하하. 음. 그냥 이 말만 하죠. 전 세계의 모든 축구선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길 원하죠. 당신의 클럽이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고, 전 그때를 기다리려고 합니다. 그럼.”
딸깍-
너무나도 쉽게 전화가 끊겨버리자, 의아해진 에두는 인상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도로 옆에다 놓아두었다.
그리고는 술잔을 다시 기울이려는데.
“!!”
문득 치키의 이야기를 이해한 에두 크루즈의 몸이 튕겨 올라오며, 손에 든 잔의 술이 조금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에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런, 개 같은!”
오히려, 분노할 뿐.
지금 치키 베히리스타인은 SL 벤피카가 내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없을 것이라 에둘러서 말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선수가 떠난다고 했을 때 잡을 수 없을 거라는 의미 역시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
어떠한 이는 김다온을 보유한 SL 벤피카를 화나게 만들어 무엇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본력이 풍부한 빅클럽의 이적 방식은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선수를 먼저 설득해 팀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고, 그들이 제안한 이적료를 언론에다 흘리게 되면 백에 구십구는 이적이 이뤄지고는 했다.
그것은 자본력이라는 불도저로 이적시장에 존재해온 규칙을 파괴하는 일이었지만, 이미 오래전에 축구계는 그런 불도저들에 의해 나무가 갈리고 땅이 깎여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세워진 건 돈으로 우승을 일군 클럽들의 트로피들이었다.
마찬가지로 선수를 판매한 돈으로 클럽을 운영하는 SL 벤피카였기에, 에두 크루즈는 마냥 그런 부분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저 지금처럼 이렇게, 조용히 화를 다스리는 게 전부다.
그러는 사이, SL 벤피카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챔피언스리그 중계가 시작된다.
다양한 이유에서 허탈감에 빠진 에두는 힘없이 의자에 기대어 눈을 멍하니 모니터에 둔다.
SL 벤피카의 풋볼매니저는, 축구에 집중하기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