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81)
1301화 Finale (2)
2022년 12월 17일. 도하,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Doha International Air Port. Air Traffic Control. Doha, Qatar).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이틀 앞두고, 도하 국제공항에 특별한 사람이 입국했다.
게이트의 앞으로, FIFA 관계자가 다가간다.
“Mr. 과르디올라.”
“반갑습니다.”
“네. 가시죠. 차량이 대기 중입니다.”
월드컵 결승 대진이 확정되었을 때,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았던 과르디올라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자신을 잔니 인판티노의 대리인이라 밝힌 사내는 월드컵 결승전에 초대하고 싶단 의사를 나타냈고, 잠시 고민하던 과르디올라는 가족과 동반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그것을 수용했다.
얼마 뒤,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e-메일 계정에 도착한 항공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숙소로 모시겠습니다.”
과르디올라 가족을 태운 차량이 출발한다.
오랜만의 여행에 들뜬 가족들과는 달리, 모자를 뒤집어쓴 축구 감독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기만 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펩 과르디올라를 보며, 대리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응? 뭐가 말입니까?”
“다온. 메시. 역대 최고의 선수를 모두 감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하하. 그건 제가 대단하단 소리를 들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겸손하시군요.”
“겸손이 아닙니다.”
“?”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아닌, 김다온과 리오넬 메시가 오히려 가르침을 주었다고 말했다.
FC 바르셀로나 부임 초기와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첫해를 이야기하며, 두 선수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그들이 처음부터 재능을 100% 발휘할 수 없게 했다고 했다.
“그들은 늘 제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다온과 메시가 축구의 기준을 바꾸었다.
과르디올라는 단호히 말할 수 있었다.
“제가 한 일이라곤 겨우, 그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 정도입니다. 그 외에 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역대 최고의 재능이 썩지 않게 했을 뿐이죠.”
“…….”
이야기를 듣던 FIFA의 대리인.
그가 곧 어깨를 으쓱인다.
“그것조차 못하는 감독들이 있으니까요.”
권위적인 축구 감독들은 뛰어난 재능이 손에 쥐어졌을 때, 그것을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며 우월감을 느낀다. 그리고 열등감이 큰 감독들은 선수를 질투한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좋은 재능을 지닌 젊은 선수의 성장을 방해하고, 급기야 그 끝에서는 커리어 전체를 망가뜨린다.
축구에서 늘 있어 왔던 일이다.
“당신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지 않았어도, 그들이 지닌 특별함을 세상이 알아줄 수 있도록 한 점에서만큼은 분명 칭찬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말씀하신 의도는 잘 알겠습니다.”
온화함과 단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흔치 않은 목소리. 그에 과르디올라는 호기심이 생겨 손을 뻗으며 질문을 던졌다.
“누구시라고요?”
“레토. 레토 레딩거입니다.”
“반갑군요, 레토.”
뜻밖의 이에게서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그것도 심지어 일면일식도 없던 사람이다.
한결 기분이 좋아진 과르디올라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차창 밖을 내다보았지만, 지금 그의 시야에 들어온 도하 시내는 아까보다 한결 더 평온해 보인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가장 위대한 재능들.
그것도 역대 최고일지 모르는.
이미 축구 감독으로서 분에 넘치는 행운을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과르디올라. 그는 앞으로 도하에서 겪게 될 경험들 역시 그런 부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오늘, 도하의 하늘은 맨체스터 시티의 색깔이다.
***
【같은 시각】도하, 카타르. 자이다 스퀘어, 에어포트 스트리트. 페이퍼 문 도하(Paper Moon Doha, Jaidah Sqaure. Airport St. Doha, Qatar).
도하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페이머 문은 지역 사람들과 관광객 모두로부터 인기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질 좋은 치즈와 신선한 루꼴라 등을 사용한 피자가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메뉴이며, 커다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에 직접 면을 무어 만드는 파스타 역시 사람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그런 페이퍼 문 도하에 늦은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남자들이 있었다.
바로 영국의 방송 관계자들이다.
“넌 어떻게 생각해?”
“아, 제발 또 그 이야기야.”
“네가 이번에 유독 침묵하잖아.”
“늘 이랬거든?”
“네가? 하-! 웃기지도 않는군.”
과거 동료였던 게리 네빌을 향해, 리오 퍼디난드가 코웃음을 치며 손사래를 친다.
퍼디난드는 결승전 결과 예상에서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네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야유를 보내며, 상대의 본심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대체 그게 뭐가 중요한데?”
“Come on- 우리끼리잖아. 그리고 뭐 어때? 재미인데.”
“……솔직히?”
“그렇게 나오셔야지!”
잠시 고민하다 입을 떼는 모습에 퍼디난드가 반색한다.
하지만 뒤의 답은 기대하던 것이 아니다.
“모르겠어.”
“뭐어~?”
“모르겠다고.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야. 그런데 경기 결과를 상상할 때마다 결과가 계속해서 바뀌어. 처음엔 한국이 2:1로 이길 것 같았다가 바로 뒤엔 아르헨티나가 똑같은 스코어로 이기는 걸 상상해. 연장전. P.K. 아주 뒤죽박죽이라니까?”
“하-!”
“그러는 너는? 당연히 다온을 지지하겠지?”
“Hell Yeah. 당연하지. 무엇보다, 게리. 우린 수비수잖아. 그러니 당연히 수비수를 응원해야지~”
“무슨 상관?”
좀처럼 마음이 맞지 않는 두 사람.
하지만 일련의 분위기는 게리 네빌에 더 가깝다.
결승전 대진이 확정된 후, 전 세계의 주요 스포츠 베팅 회사는 그들의 배당을 내어놓았다.
양 팀의 배당 편차는 ±0.1 수준으로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다수의 베팅 회사는 이례적으로 승리/무승부/패배의 배당을 완전히 동일하게 맞추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통계 사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통계 기반 스포츠 예측 사이트 ‘fivethirtyeight.com’은 경기 결과를 50.00:50.00으로 내어놓았다.
승부를 펼치는 두 개의 그룹이 51:49라는 치열한 경합을 펼친 적은 있어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계산했을 때도 완벽한 동률을 이룬 경우는 예측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균형은 소수점 다섯째 자리까지 가서야 무너졌는데, 그것도 49.999937% : 50.000063%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게리, 넌 입장을 정해야 할 거야.”
“내가 왜?! 그럴 이유 없거든?”
“곧 티에리가 올 건데, 그가 괴롭힐 거라고.”
“티에리는 보나 마나 아르헨티나의 편을 들겠지.”
“그래서 네가 더 중요한 거야. 난 한국. 티에리는 아르헨티나. 네가 정해줘야 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실린다고.”
“바보 같은 짓이야.”
“아니라니까?”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부지런히 토론을 이어 나가는 두 사람의 근처, 묵묵히 식사에 집중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함께 취재를 온 동료가 아침은 늘 거르다시피 해, 자주 홀로 식사를 하곤 했던 레녹스 베이커다. 모자를 푹 눌러쓴 그는 뒤쪽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조용히 집중하는 중이다.
‘5:5라. 확실히 그렇긴 해.’
레녹스 베이커가 보기에도,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대결은 예측이 매우 어려운 매치업이었다.
전반적인 선수들의 기량에서 아르헨티나가 앞선다고 사람들은 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경기를 제대로 지켜보았다면 그렇게 말하기도 어려웠다.
메시와 김다온이 양 팀에 없다고 가정했을 때, 아르헨티나에 손을 그리 쉽게 들 수 없다는 뜻이다.
“헤이, 레녹스.”
“?”
뒤쪽 테이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무렵, 레녹스 베이커의 앞으로 동료가 다가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리오 퍼디난드가 반응한다.
“응? 레녹스?”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뒤를 돌아본 퍼디난드가 모자를 쓴 이가 레녹스 베이커란 것을 단번에 알아본다.
‘Goal.com’과 ‘빌트’ 등을 거쳐 ‘맨체스터 이브닝’에 정착한 레녹스 베이커는 현재, 그의 사진과 이름을 건 칼럼 기고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적 소식에 능통한 파브리지오 로마노나 경기 결과 예측으로 유명한 크리스 서튼처럼, 경기 분석이라는 독보적인 능력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했다.
리오 퍼디난드 역시 레녹스 베이커를 알았다.
몇 번인가는 대화도 나눠본 적이 있다.
“헤이! 있으면 있다고 말하지 그랬어요.”
“그냥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요.”
“응? 식사는 다 한 거예요? 괜찮다면, 테이블에 합석하는 게 어때요? 나중에 티에리도 올 건데.”
“아뇨, 저는…….”
“멋지네요!”
“응?”
“가요, 레녹스. 뭘 망설여요?”
혼자만의 시간을 훨씬 선호하는 레녹스 베이커였지만, 동료가 막무가내로 나오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겼다.
직원의 안내로 더 큰 테이블로 이동한 네 사람은 티에리 앙리가 오기를 기다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레녹스 베이커는 주로 듣는 쪽이었지만, 간간히 의견을 내비쳤다.
“궁금하네요, 레녹스. 당신 예상 말이죠.”
“글쎄요. 아직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러지 말고요. 기사로 낸다고 해도, 저희가 그걸 미리 뺏어갈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리오 퍼디난드의 계속되는 요구에, 레녹스 베이커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하고 있던 생각을 이야기했다.
아까 멈췄던 부분부터다.
“메시와 다온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저는 한국이 꼭 아르헨티나보다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흥미롭네요.”
“민재. 쏘니. 그들 둘은 이미 월드클래스예요. 반면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빼면 월드클래스라 부를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봅니다. 외에도 강인과 인범은 이번 월드컵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중앙 미드필드처럼 보여요. 특히 강인은 제 기준엔 세 손가락 안에 있고요.”
“강인이 그 한국의 18번이던가?”
“네. 맞아요.”
“걔는 확실히 인상적이긴 하더라. 지금 어디에서 뛰었었지? 벤피카였던가?”
게리 네빌이 이강인의 기량을 칭찬하는 것을 시작으로, 테이블 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평가가 새롭게 이뤄진다.
누가 보더라도 김다온의 팀이었기에, 김다온 없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바라보는 것은 신선한 일이었다. 은퇴한 뒤에도 축구를 끊어내고 있지 못한 퍼디난드와 네빌에겐 매우 즐거운 순간이다.
“한국의 6번도 대단했어.”
“확실히 이 둘은 흥민과 민재의 바로 아래처럼 보이긴 해. 울브스에서 뛰는 애가 별로 존재감이 없긴 하지만, 미드필드 둘이 그걸 느끼지 못하게 해주고 있어. 그건 조금 의외긴 하더라고.”
“이런 걸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레녹스?”
“비슷해요.”
“그럼?”
레녹스 베이커를 향해 게리 네빌이 의구심을 던지고, 어깨를 으쓱이며 그것을 받은 ‘맨체스터 이브닝’의 신뢰받는 기자는 관점을 조금 틀어 놓는다.
대한민국의 전력이 훌륭한 것은 맞다.
하지만 반대로.
“전 아르헨티나가 리오넬 메시 없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요. 이번 대회가 시작되기 전엔 그랬죠. 오- 젊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메시를 끌어 줄 거야. 그리고 그가 결승전에서 상대를 박살 내겠지~ 하지만 실제론 어땠죠? 메시. 메시. 메시. 그들은 온통 메시였다고요.”
“근데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잖아요.”
“네. 그렇지만, 전 보여준 게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해요. 다온 외에도 재능을 번뜩이고 있다고요. 한국은 다온에게 의존하지 않아요. 다온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죠. 반면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고요. 저는 거기에서 차이가 갈릴 거로 봐요.”
레녹스 베이커는 한국의 장점보다는 아르헨티나가 지닌 단점이 승부에서 더 직접적으로 나타날 거로 보았다.
퍼디난드와 네빌 역시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때, 티에리 앙리가 도착했다.
“오우- 우리 셋이 아니었어?”
“좋은 아침이야, 티에리. 레녹스 베이커. 알지 않아?”
“아- 당연히 알지. 레녹스 베이커! 맨체스터 이브닝!”
“지금 이 친구가 흥미로운 의견을 내놨어.”
“나한테도 털어놔 봐~ 대체 뭔데?”
점점 떠들썩해지는 테이블.
같은 축구계 종사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던 이들은 오프-더-레코드란 약속 아래 서로의 생각을 허물없이 이야기했다.
물론.
“아니. 절대. 우승은 아르헨티나가 할 거야.”
“낄낄낄. 내가 뭐랬어. 봤지?”
“그런 복수는 추한 거야, 티에리.”
“아- 시끄러워. 앞으로 최소한 1년은 한국이 나의 머릿속에서 승리하는 일은 없을 거야.”
티에리 앙리는 아직, 프랑스를 꺾은 한국이 밉다.
***
[한국, 힘내라. 아시아 최초의 우승. – 아사히신문]? 한국은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그 누구도 해낸 적이 없는 위대한 일에 도전하고 있다. 모든 해묵은 감정을 접어두고 보았을 때, 일본은 같은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한국에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일본의 정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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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겹다, 아사히.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일은 아시아의 동료애를 발휘하는 것이 아닌, 일본의 축구가 완전히 한국의 속국이 되었음을 나타내는 부끄러운 행동이다. – 산케이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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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이 슈퍼리그를 축소하기로 한 선택은 너무나도 잘한 일이다. 한국이 큰 투자 없이도 다온과 같은 스타를 배출하는 동안, 중국은 배부른 돼지들을 키웠다. – 환구시보(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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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 K-리그와 그들의 축구 문화를 배워야 할 것이다. – 더 타오24(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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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만들 아시아의 밤, 홍콩은 그 관중석 1열에서 경기를 지켜보길 열망하고 있다. – 동방일보(홍콩)]***
【같은 날 밤】 도하, 카타르. 컨퍼런스 센터 스트리트. 르 메르디앙 시티 센터, 도하.
오늘 오후, 한국 정보가 월드컵 결승전이 펼쳐지게 될 다음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광화문을 포함한 K리그 홈 경기장으로 쓰이는 모든 스타디움에서 길거리 응원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안전을 부탁하는 영상 촬영 과정이 있었다.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26인 선수단 전원이 한 명씩 참여했고, 벤투 감독님을 포함한 코치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월드컵 분위기.
하지만 여긴 비교적 평온한 상태다.
“아웃, 아웃!”
“선 안쪽이야.”
“아니거든? 나갔어.”
“심판-! VAR 돌려봐!”
“야, VAR이 어디 있냐?”
다만 호텔 안은 많이 떠들썩한 상태다.
족구를 하던 이들이 판정시비로 시끄럽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선 탁구나 당구를 즐기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나는 소파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조금 전까지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했다.
어제는 특별 휴가를 받아 가족들을 만났다.
기억에 남을 만한 생일이 됐다.
“형, 형. 이거 봐요.”
“뭔데?”
강인이게 건넨 휴대폰엔 스페인어가 잔뜩 있다.
뭔고 하니, 수페르 데포르테다.
발렌시아에 본사를 둔 미디어로, 전반적인 공신력은 높지 않지만 지역에 속한 클럽에 관련된 뉴스는 믿을만하다.
“발렌시아는 어떻게 보석을 쓰레기통에……. 이거 너 얘기야?”
“네. 웃기죠?”
“말했지. 탈출이 맞았대도.”
SL 벤피카로 이적한 후, 강인이는 발렌시아 시절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지원을 받고 있다.
내 영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것보다는 발렌시아 CF의 클럽 구조가 기형적이었다고 말하는 게 옳다. 그들은 사실상 ‘Gestifute’의 위성 클럽이다.
클럽 전체에 여러 개의 파벌이 존재하고, 그것은 지역과 출신에 따라 세력을 달리한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런 파벌이 실제 축구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인데, 올 시즌 단 한 번도 발렌시아 CF는 하나 된 팀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아직 시즌이 절반이나 남았지만 역사상 가장 나쁜 전반기를 보냈으며,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강등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강인이는 현재 EPL과 분데스리가의 강팀으로부터 엄청난 러브콜을 받고 있다. SL 벤피카는 이미 강인이의 이적료로 바이아웃 금액(4,500만 유로)을 걸어 놓은 상태다.
“넌 품위 있게 복수를 한 거야.”
“……네.”
고개를 끄덕인 강인이가 밝은 얼굴로 돌아서고, 곧이어 민재가 옆자리를 차지했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민재.
난 그에 질문을 던졌다.
“왜?”
“아니, 그냥.”
“근데 왜 자꾸 쳐다봐?”
“형.”
“?”
“모레 이기자. 꼭.”
“뜬금없네. 갑자기?”
“아깝잖아. 지금까지 해온 게. 형도 또 나도. 그리고 우리 전부 다 4년 동안 열심히 했잖아.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한테는 4년이 더 있기도 하고.”
“그걸 끄집어내냐?”
자세를 고쳐 앉는 순간에도, 민재는 날 계속 보고 있었다.
결국 나도 어쩔 수 없이 진지해졌다.
“걱정 마라. 이길 거야.”
“어. 그렇게 말해야지.”
“이제 됐냐? 그럼 가. 나 책 좀 읽자.”
“알았어. 그럼 쉬어.”
“그래-”
또 누가 다가오려고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선 민재가 영권이 형의 어깨를 잡아끌며 멀어졌다.
혼자이고 싶으면 객실에 있으면 되는데.
사실 여기에 있는 건 이유가 있다.
‘어쩐지, 안심이 되거든.’
우리가 식당 겸 놀이터로 쓰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물론 가족이 있어 혼자일 리는 없지만, 피치 위에서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끔 축구를 하다 보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단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내게는 4년 전이 그랬다.
축구를 하며 처음 겪어본 감정이었고, 그랬기에 더 축구가 무섭고 피치에 다시 서는 일이 두려웠다.
하지만 어느덧 그것도 옛일이 되었고, 그때의 감정이 정확히 어땠는지도 흐지부지해졌다. 분명 상처가 내 가까이 있다고 믿었는데, 지금은 저 멀리에 있는 느낌이다.
프랑스 전 승리 때문일 거다.
“…….”
근래와는 분명히 다른 기분과 감정으로, 나는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책에 집중했다.
읽고 있는 것은 한 남자의 일대기다.
제목은 Pep Confidential.
“하하. 이랬다고?”
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난 시간들을 글로 읽으며, 나는 그와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건 대부분 내 생에 가장 멋진 경험이었다.
‘그거 알아요? 당신 역시 나를 만들었다는 거.’
얼마 전에 있었던 펩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난 미소 지은 채 페이지를 계속해서 넘겼다.
사락.
평화로운 밤.
총성 없는 전쟁의 전야가 깊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