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84)
1304화 풀백이 축구를 너무 잘함
2022년 12월 2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하루 뒤 리버풀과의 EFL 컵 16강 경기가 예정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핵심적인 다섯 명의 동료 없이 경기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온 엘링 홀란이 자리에 앉으며 앞에 있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걔넨 대체 언제 오는 거야?”
“28일.”
“와-우.”
“펩이 크리스마스 이후까지 휴가를 줬어.”
“그거 부러운 일이네.”
“그럼 너도 다음 월드컵 땐 나가든가.”
“그럴 거야. 그런데 다음 월드컵은 12월이 아니잖아. 7월이라고. 휴가가 딱히 의미가 없어.”
“그 말 기억해 둘게.”
“쿡쿡쿡쿡.”
엘리 홀란이 웃고 있을 무렵, 한쪽에서 등장한 베르나르두 실바가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와 앉는다.
“젠장.”
“왜?”
“이 테이블 말이야. 완전 패배자 모임이잖아?”
“난 아닌데?”
“너야 패배자들에게 패배한 녀석이잖아.”
“쯧.”
엘링 홀란과 베르나르두 실바가 앉은 테이블엔, 둘 말고도 케빈 더브라위너/로드리/후벵 디아스가 앉아 있었다.
몸을 뒤로 돌린 로드리가 에므리크 라포르트를 향해, 너만 있으면 완성이 된다며 얼른 이쪽 테이블로 오라고 손짓한다. 그러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나저나, 어색할 것 같아.”
“뭐가?”
“월드컵 우승팀과 준우승팀에 속한 녀석들이 한꺼번에 오는 거잖아? 농담하기 어려울 거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
“난 아니라고 봐.”
포크를 잠시 내려 둔 베르나르두 실바가 사흘 전 TV에서 본 어떤 장면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른 이들은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좀 이상했어.”
“그러니까. 친선 경기도 그것보단 험악했을걸?”
“그들은 서로를 존중했던 거야.”
“그들? 둘이 아니고?”
“뭐, 그거나. 그거나.”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월드컵으로 옮겨 간다.
그들은 지금.
“걔는 이제 완성됐어.”
“그러니까. 한 명은 아니지.”
“그건 좀 슬프긴 해.”
“내 말이.”
약속이나 한 듯 창밖을 바라보는 이들.
보기 드문 맨체스터의 푸른 하늘 위.
우웅-
경비행기 한 대가 높은 곳에서 날고 있었다.
***
(가이 모브레이) – BBC 코멘테이터
“IT`S OVER-!! 이제, 축구의 가장 큰 논쟁거리 하나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South Korea Two!! Argentina One!! 한국이 축구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팀 월드컵 우승국이 되었습니다!! 과연 누가 이런 날을 예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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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 U.S Fox Sports 코멘테이터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한국! 최근 꾸준히 월드컵의 높은 단계에 올라섰던 이 팀은 훌륭한 성적에도 줄곧 의심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시아의 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이 세계 최고의 팀이 되었단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남미와 유럽 대륙을 제외한 사상 최초의 다른 대륙 월드컵 우승입니다!! 정말 놀랍군요.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선수가 지금 보이고 있습니다!”
(랜던 도노번) – U.S Fox Sports 해설
“지금 한국이 얼마나 큰 기쁨에 빠져 있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기뻐할 자격이 있습니다. 더욱 맘껏 소리치고 더욱 맘껏 그 감정을 표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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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모브레이)
“사실, 한국의 중계 박스가 저희의 아래쪽에 있습니다. 그들 모두 울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감동적인 순간이로군요.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무려, 월드컵 우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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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드디어!! 대한민국이 트로피를 들어 올립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이건 꿈이 아닙니다!! 자랑스러운 태극 전사들의 땀과 눈물이 함께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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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케오운) – BBC 공동-코멘테이터
“우린 앞으로도 이런 선수는 다신 만날 수 없을 겁니다. 수비수로서 월드컵 득점왕. 최우수 선수도 당연히 이 남자의 몫이 될 겁니다.”
(가이 모브레이)
“지금 이곳 경기장엔, 다온의 별명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의 가장 유명한 별명은 Wonder지만, 현재 사람들의 입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단어는 King입니다. 이보다 더 저 남자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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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월드컵 결승전)
아르헨티나 1 : 2 대한민국
[골] 리오넬 메시 : 전반 34분손흥민 : 전반 48분(김다온)
김다온 : 후반 36분(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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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왜 축구가 전 세계 최고 스포츠인 이유다. 오늘만큼은 Football보다 Soccer가 더 위에 있다. – Fox Sports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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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논쟁거리를 찾는 이들은 G.O.A.T를 논하는 일은 할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건 더는 논쟁할 주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축구의 G.O.A.T는 펠레도 마라도나도 메시도 아닌, 한국의 김다온이다. – Th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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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극적인 각본이 완성되었다. 4년 전 결승전에서 발목이 부러진 사내가 과거보다 더욱 강인한 모습으로 돌아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을 그를 위한 월드컵으로 만들었다. 마치 36년 전 디에고 마라도나가 멕시코 월드컵을 그의 것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 ES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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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온의, 다온에 의한, 다온을 위한 월드컵.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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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내내, 다온은 인간을 초월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분명 풀백인데, 어떨 땐 미드필드로 또 어떨 땐 공격수로 뛰었다. 그리고 모든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보여 줬다. 월드클래스란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월드클래스란 단어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여럿 있는데, 그걸 훨씬 넘어섰다. 범우주적? 유니버스? 멀티버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온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대체 단어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그의 이번 월드컵 활약을 설명할 수 없다. 도대체 왜 그는 풀백인데 축구를 잘하는가? 풀백이 축구를 너무 잘한다. – 리오 퍼디난드]***
2022년 12월 23일. 런던 E20 3BS, 잉글랜드.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 동쪽 거리. BT 스포츠 스튜디오(BT Sports Studio.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ere East, London E20 3BS, England).
월드컵 결승전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리오는 떠날 거야.”
“뭐? 내가 떠나?”
“아니, 너 말고. 메시 말이야.”
“아. 그럼 헷갈리지 말게 했어야지. 그런데, 메시가 떠난다고? 맨체스터 시티를?”
“응. 정보가 있어.”
“누가 말해 주던데?”
“그건 비밀이지.”
대한민국과 아시아에 첫 번째 쥘 리메를 안겨다 주면서, 김다온의 위상은 독보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감히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다.
ESPN의 조사에서도 김다온은 마이클 조던/펠레/로저 페더러/우산 볼트/마이클 펠프스/웨인 그레츠키/무하마드 알리/베이브 루스 등을 모두 아래에 두며 역대 최고 스포츠 스타 순위 1위로 선정되었다.
그러면서 리오넬 메시는 역대 최고의 선수를 논하는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게 됐다.
위대했던 축구 스타가 두 차례의 좌절 속에 무대 뒤로 물러나게 된 순간이었고, 미디어들 역시 그를 조명했다.
그리고 오늘, BT Sports 소속의 저메인 제나스가 자신이 얻은 소스를 리오 퍼디난드에게 이야기했다.
“확실한 건, 펩은 안다는 거야.”
“메시가 떠날 거라는 거?”
“응. 내년 여름에 메시는 확실히 떠나.”
“어디로 간다는데?”
“그야, 모르지. 모든 팀에서 달려들 거야.”
“그거 볼만하겠네.”
월드컵 결승전을 끝내는 휘슬이 울려 퍼졌을 때, 경기장으로 달려 나오는 대한민국 선수단 사이에서 리오넬 메시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리오 퍼디난드는 똑똑히 보았고, 측은함이 절로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로 밀려나기엔, 리오넬 메시는 너무나도 위대하고 또 훌륭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것 또한 축구였다.
불운한 2등은 늘 존재해 왔다.
리오넬 메시 역시 FC 바르셀로나 시절 수많은 축구 선수들을 무대 뒤편으로 날려 보냈었다. 그러다 이번엔 자신이 그와 같은 상황을 겪은 것뿐이다.
메시는 그렇게,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잘 준비했어?”
“뭐, 그냥. 시티에 많은 선수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승리할 거로 봐. 월드컵을 통해서 벨링엄이 성장했고, 약점이 더 보이지 않게 되었잖아. 다섯 명의 선수가 빠진 건 치명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어.”
“하긴.”
월드컵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고 본업에 집중하기 시작한 남자들. 그들은 맨체스터 시티가 리버풀을 누르고 EFL 컵 8강에 진출할 거로 예상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하지만 어딘가.
“후우- 뭔가 모자라.”
“뭐?”
“뭔가 모자라다고.”
“……나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는 걸, 그들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
2022년 12월 25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입구.
크리스마스 당일.
멀리에서 익숙한 차량의 실루엣이 비치자, 허탈해한 입구 관리인이 부스의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곧 차가 도착했다.
운전석에 탄 이가 멋쩍어한다.
“왜요?”
“Come on, Pep.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요. 가족이랑 계셔야 하는 것 아니에요? 자꾸 그러시면 저도 열어 드릴 수 없다고요. 당신을 축구에만 정신이 팔린 나쁜 아빠로 만들고 싶진 않단 말이에요.”
“하하. 미안해요. 두고 간 게 있어서.”
“하여간, 당신 둘 정말 닮은 거 알죠?”
“네?”
“주차장에 가보면 알 거예요. 게이트를 열어 드리죠. 메리 크리스마스, 펩.”
“…….”
차단기가 올라가고, 의아한 마음이 생긴 펩 과르디올라가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그는 어떤 차 한 대를 발견했다.
군데군데 때가 묻은 아우디 A8.
저걸 타는 사람은 한 명이다.
‘설마?’
깜짝 놀란 과르디올라가 아무렇게나 주차를 해 두고, 서둘러 퍼스트 팀 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곤 입구에서 두리번거렸다.
“…….”
저 멀리 어딘가에서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곧장 한쪽 복도로 쭉 걸었다.
소리는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었다.
철컹.
철컹.
거의 뛰다시피 한 걸음이 된 과르디올라가 웨이트트레이닝 룸의 문을 밀며 들어선다.
하지만 거기에 있던 건.
“펩? 여기에서 뭘 하는 거예요?”
“자네는 뭘 하는 건가?”
“뭘 하겠어요. 일이죠. 잊었어요? 내일 경기잖아요.”
“……좋은 지적이야.”
“?”
“그럼, 계속 수고하게.”
“메리… 크리스마스. 펩. 무슨 일이지?”
웨이트트레이닝룸에 있었던 건, 다큐멘터리들을 통해 클럽의 마스코트가 된 킷맨 브랜든 애쉬튼과 그의 단짝들은 마크 세르토리와 도너 홀로한이었다.
예상했던 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실망한 과르디올라는 다시 걸음을 옮겼고, 이후 몇 곳을 더 돌아다녔으나 허탕이었다.
결국 실망한 과르디올라는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리며 힘없는 걸음으로 감독실로 향했다.
아내에게 주려고 산 목걸이가 든 상자를 자신의 책상 서랍 안에 두고 왔던 것인데, 데이트 전 준비하는 틈을 타 서둘러 에티하드 캠퍼스에 들렸다.
감독실이 있는 2층에 올라선 그때.
“응?”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사무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고, 발을 움직이는 속도를 다시 빠르게 가져갔다.
그리고.
“늦었잖아요, 펩.”
자신에게 늦었다고 말하는 김다온을 보게 되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자네 여기서 뭘 하는 건가?”
“그러는 당신은요? 아까 차가 들어오는 걸 봤다고요.”
“두고 간 게 있어서 그렇지.”
책상을 걸어간 과르디올라가 서랍을 여러 안에 놓인 푸른색 상자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본 김다온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크리스티나에게 줄 선물인가요?”
“그래.”
“멋지네요.”
“……자넨 계속 여기 있을 건가?”
“아뇨. 곧 갈 거예요.”
“그렇다면, 여기에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나?”
“하하.”
크리스마스인 오늘, 과르디올라는 프리미어리그 후반기 첫 경기인 리즈 원정을 앞두고 오전 훈련만을 소화했다.
오후와 저녁을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배려한 것인데, 김다온은 아직 팀에 복귀할 때가 되지 않았다. 당연히 과르디올라도 김다온이 가족과 있을 줄 알고 있었다.
곧, 웃기만 하던 김다온이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리오가 떠난다고 했나요?”
“…그래.”
“그렇군요. 짐작했어요.”
“짐작했다고?”
“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결승전을 뛰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리오가 시티를 떠날 거라고요. 중요한 건, 저 역시 그걸 바란다는 거였어요.”
“바랐다고?”
“네.”
예상을 한참 벗어난 전개에, 사고회로가 멈추고 있는 것을 느낀 과르디올라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어째서지?”
“왜 리오가 떠나는 걸 찬성하냐고요?”
“그래.”
“다시 알아 버렸거든요.”
“…….”
김다온은 답답해하는 과르디올라를 위해 빠르게 설명을 이어 갔다.
그가 알아 버렸다고 말한 건, 동료가 아닌 적으로서 서로를 마주했을 때의 감각이었다. 서로 다른 라인으로 출전했던 둘은 경기 도중 몇 번이나 1vs1 대결을 펼쳤다.
거기에서 김다온은 이번 대회 최초로 드리블 돌파를 허용했으며, 대한민국 또한 그런 메시에게 첫 실점을 허락했다.
월드컵 결승전 전반은 메시의 시간이었다.
정확히 45분 동안은.
“실점을 허락한 뒤에 깨달았죠. 아, 이게 리오였지.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저도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죠.”
“…….”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경기였어요. 사이드라인을 등지고 니모와 맞서는데 뒤에서 리오가 달려오는 걸 봤을 땐, 온몸이 짜릿했어요. 그걸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모든 본능이 외쳤어요. 이걸 기다려 왔다고.”
“그 장면이로군.”
“네.”
추가 시간 5분이 선언되었던 가운데, 전반 46분을 맞이했던 상황에서 김다온이 놀라운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의 말대로 제로니모 베가의 강한 압박을 받았던 건데, 리오넬 메시가 수비를 돕기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모두가 머잖아 김다온이 갇힐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김다온은 골키퍼 방향으로 움직일 것처럼 어깨를 이용한 페이크 동작을 가져갔다.
처음엔 그것이 제로니모 베가를 속이려는 것인 줄로만 알았지만, 알고 보니 그건 메시를 향한 것이었고 도움 수비를 오는 이의 진로를 결정한 후 그 반대로 볼을 밀어 달려 나갔다.
수비진영에서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는데, 마주한 선수만이 아닌 그 뒤에 있는 선수까지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 플레이 때, 과르디올라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밈(Meme)이 된 감탄하는 펩 과르디올라의 모습 그대로,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쥐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제로니모 베가의 압박을 돌파한 김다온은 엔소 페르난데스마저 통과하며 나아갔고, 수비 사이로 파고든 손흥민에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그건 그대로 어시스트가 됐다.
“저는 그걸 원했어요. 리오와 같은 적을 말이죠. 그리고 리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알 수 있었죠. 그도 저처럼 행복해하고 있다는 걸 말이에요.”
“자네 둘은… 경쟁자인가?”
“아뇨, 펩. 동반자예요.”
“동반자?”
“네. 마치 당신처럼요.”
“…….”
“리오. 당신. 둘이 저를 더 좋은 축구 선수로 만들어 줘요.”
펩 과르디올라는 같은 팀으로서.
리오넬 메시는 상대 팀으로서.
그렇게 있을 때 스스로 더 좋은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김다온은 말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난 듯, 김다온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과르디올라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러곤 푸근한 미소와 함께 손을 뻗어 포옹하며, 따뜻한 말을 남겼다.
“얼른 가족에게 가요, 펩.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똑같은 미소로 감독실을 빠져나가는 김다온.
과르디올라는 생각했다.
자신답지 않게 아내에게 줄 선물을 서랍에 두고 퇴근한 건, 지금의 이런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사실 과르디올라는 메시의 이적을 반려하려 했다.
어차피 계약도 1년 반이나 남았다.
하지만 김다온과 대화를 끝낸 지금, 과르디올라는 리오넬 메시를 보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메시와 같은 남자를 적으로 마주하는 건 껄끄럽지만,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후우- 더 좋은 축구 선수라.”
쥘 리메를 거머쥔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걸까?
대체 얼마나 더 좋은 선수가 되려는 걸까?
“두고 보면 될 일이지.”
펩 과르디올라는 앞으로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김다온의 성장을 지켜보려 한다.
***
【신사-숙녀- 여러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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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1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토요일 낮,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과 경기를 치를 시티와 에버튼의 선수들 모두가 특별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있은 지 오래였고, 시티와 에버튼의 선수들은 입구에서부터 길게 양쪽으로 늘어서 로열 로드를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곧, 시티의 목소리로 알려진 알렉스 커클리의 음성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고 온!! 자랑스러운 시티의 선수들을 환영해 주십시오!!】
커다란 박수 속에 마침내 입장이 시작된다.
김민재와 손흥민이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대회 종료 후 나란히 FIFA가 선정한 World Cup Best ?에 선정된 이들은 자신들이 월드클래스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민재는 전 세계 센터백 계보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왔다.
버질 판데이크가 빠르게 기량이 떨어져 가고 있는 지금, 김민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센터백이 되었다.
손흥민 또한 자신의 기량을 확실히 보여 줬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뒤로 김다온이 등장하자, 팬들의 환호성은 KING이라는 외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곧,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하나의 단어로 가득 찼다.
{“KING-!! KING-!! KING-!!”}
월드컵 우승자들을 위한 환호.
앞으로 걷던 이들을 시티의 구단주가 맞이한다.
“진심으로, 자네들은 위대한 이들일세.”
한 명 한 명에게 순금으로 만든 특별 제작 트로피를 건네던 만수르가 마지막으로 그것을 넘겨받은 김다온과는 한 번 더 진한 포옹을 나눈다.
“이렇게, 위대한 축구의 신을 안아 보는군.”
“하하. 영광입니다. 너무 감사해요.”
“이제부터 자네의 시간일세.”
“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박수와 환호성 속, 팬들을 향해 세 사람은 계속해서 손을 흔든다.
그러던 중 김다온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 닿았다.
리오넬 메시.
둘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세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이윽고 찾아온 마무리 시간.
김다온은 트로피를 스태프에게 전했다.
그다음엔 곧장 메시를 향해 걸었다.
“축하해.”
“리오.”
“넌 그럴 자격이 있어.”
“……네. 고마워요.”
적이 아닌 동료로서 포옹하는 김다온과 리오넬 메시의 모습에, 다시 한번 사람들은 큰 감동을 느꼈다.
첫 만남 후 한 줄곧 우상으로 여겼고 마침내 그를 뛰어넘은 이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전히 우상으로서 남을 수 있도록 기량을 유지해 온 다른 한 사람.
비슷한 과정.
비슷한 아픔.
이들이 만든 이야기는 오랜 시간 기억될 것이다.
물론 주인공은 대한민국 출신의 풀백이다.
삐?익!
***
※ 작가의 말 ? 우선, 그동안 읽어 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참으로 길었고 그리고 깨달은 것도 느낀 것도 많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전개하는 부분에 있어 만족하지 못하셨을 분들과 제 날 선 반응으로 상처 입으셨을 분들에겐 무조건 사과도 보냅니다.
건강이 망가지면서 후반부터 글을 이끌어 오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당분간 건강 회복에 집중하면서, 다음 글을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다온의 커리어 정리와 이후의 모습과 같은 부분들은 3개월 정도 휴식 후에 이어 갈 외전을 통해서 보여 드릴 겁니다.
그동안 풀백이 축구를 너무 잘함을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군 올림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