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9)
138화
69 모스크바, 러시아. 볼로콜람스케 샤쎄. 스파르타크 스타디움(Spartak Stadium. Volokolamskoye Shosse. 69 Moscow, Russia).
·전반 43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1 : 0 SL 벤피카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4-2(D)/4-2-3-1
GK ? 얀 오블락 / GK ? 아르템 레브로프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에브게니 마키프
CB ? 자르데우 / CB ? 마레크 수히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니콜라스 파레하
LB ? 김다온 / LB ? 드미트리 콤바로프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킴 캘스트룀
DM ? 안드레 고메스 / DM ? 하파엘 카리오사
RM ? 니코 가이탄 / RAM ? 호세 마누엘 후아르도
LM ? 베르나르두 실바 / CAM ? 지노 애나니지
ST ? 호드리구 / LAM ? 디니야르 빌야레디노프
ST ? 리마 / ST ? 아리
.
.
좋아.
나도 이젠 한계다.
벌써 두 달째 지긋지긋하게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지쳤다.
그래서,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빌어먹을!! 너네가 도와줘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해!!!”
“…….”
피치 위엔 루이장이 빠졌고, 이 말은 팀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사람 하나가 줄어들었단 의미였다.
그래서 감독님은 내가 계속 소리를 내는 게 필요했다고 말씀하셨고, 난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나,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피치 위에는 지금 안드레나 베르나르두 같은 과자 가족들이 있고, 녀석들은 언제나처럼 성실하게 뛰어주고 있다.
하지만, 난 지금 모두에게 소리쳐야만 했다.
“왜 항상 수비에서 실점하면 그건 우리의 책임이 되어야만 하는데?! 너희가 보여준 수고는? 노력은? 열정은?! 그냥 너희는 게으른 돼지 새끼처럼 걸어 다니기만 하면서 클린시트를 바란다고 외치는 거야?! 난 이제 너네 같은 돼지 새끼들이랑 같이 축구를 한다는 게 부끄러워지기 시작하고 있어!! 병신새끼들!! 귀를 막아둘 거면 왜 그걸 쳐 달고 다니는 거야?!”
러시아 원정은 항상 어렵고, 경기가 시작되기 20분 전부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연신 ‘FUCK YOU’를 외쳐댔다.
처음엔 SL 벤피카가 선창 되면 다들 ‘FUCK YOU’를 외치다가, 전광판이 라인업이 드러나고 나서부터는 우리 하나하나의 이름을 말하곤 어김없이 ‘FUCK YOU’를 외쳤다.
험상궂은 분위기를 잔뜩 연출한 이곳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은, 축구경기장이라기보단 차라리 콜로세움이 더 어울렸다.
그리고 이곳에서 뛰는 우린 당연히 전사가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시합이 시작될 때부터, 계속해서 동료들에게 소리쳐왔다.
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를 공략 중이니, 일단 그곳을 수비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몇몇 이들은 내 말을 따라주지 않았고, 지금도 마티치가 만든 공백을 안드레가 커버하러 간 사이, 상대가 그 부분을 공략해오며 실점이 만들어졌다.
누군가는 내가 왼쪽 수비를 비우고 중앙커버를 들어간 것을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아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거다.
지금은 마티치의 성급한 판단이 문제였다는 걸 말이다.
정말이지, 난 진짜 질려버릴 것만 같다.
마티치, 엔초, 마티치, 엔초, 마티치.
매번 같은 이름, 같은 상황이다.
삑-!! 삐익-!! 삐이익-!!!
0 : 1로 전반전이 끝났을 땐, 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리고 난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최근 화해하면서 사이가 좋아진 사이라곤 하지만, 이제 더는 마티치의 잘못에 입 다물지 않을 생각이다.
전처럼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지적하려고 들진 않겠지만, 동료들을 존중하는 때와 그렇지 않은 순간의 구분은 확실하게 하려고 한다.
가장 늦은 순서로 라커룸 안에 들어서면서, 난 입구에서 집어 들었던 물병을 바닥에다 내팽개쳤다.
플라스틱 물병은 바닥에 맞고 높이 튕겨 올랐고, 뚜껑이 열리면서 물은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난 곧장 움직였다.
“빌어먹을 마티치!!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
“뭐?! 나보고 어쩌라고?!”
“말했잖아! 거긴 내버려 둬도 된다고! 니코가 내려오고 있었고, 막시랑 자르데우가 준비하고 있었어! 근데 네가 그 개똥 같은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전부 망쳐버렸잖아?!”
“또 내 탓이라 말하는 거야? 크로스는 거기에서 올라왔어!”
“병신새끼! 내가 왜 자리를 비운 것 같은데? 네가 싼 똥을 닦아주느라 그런 것 아냐?!”
다시 한번 발생한 라커룸에서의 설전.
이번엔 그 주인공 중 하나가 나였고, 감독님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걸 특별히 통제하려고 들지 않으셨다.
결국엔 주먹질 일보 직전까지 가고 나서야, 코치들이 다가와 우리를 멀리 떼어 놓았다.
“빌어먹을! 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직접 감독까지 하라고! 빌어먹을 새끼! 재수 없는 놈 같으니라고!”
“내가 감독이면 너처럼 멍청한 새끼는 뛸 수 없어! 그렇게 눈을 달고 있을 거라면, 그냥 뽑아버리는 게 낫겠다!”
“엿이나 먹어!”
“그건 네가 먹어야지, 이 돼지 새끼야!”
마티치와 내가 일으킨 열기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지만, 감독님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그냥 피치 위로 내보내려고 하셨다.
그 모습은 마치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혹은 정반대처럼 보이기도 하여 분간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챔피언스리그 탈락까진, 이제 한 걸음도 남지 않은 것 같군.”
“…….”
그리고 그 말 앞에서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던 우린,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을 이어나갔다.
난 의자에 앉아, 끓어 오른 화를 식히는 데 주력했다.
이런 나를 걱정한 막시와 자르데우가 가까이에 다가왔고, 둘은 본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면서 날 실망하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현해왔다.
“전 진짜 지긋지긋해요, 막시.”
“……그래. 나도 알아.”
“아니, 진짜로요. 전 정말 지고 싶지 않다고요.”
“그래. 우린 더 잘해야만 해.”
“네. 하지만 모두가 그러지 않으면 안 돼요.”
지금 이 순간,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패배로 얻은 고통은 어떠한 말로도 치유될 수 없고, 시간이라는 마법으로도 덮을 수 없다.
화를 한껏 발산하면 시원할 줄 알았건만, 오히려 흔들린 벽 사이로 묻어두었던 지난날들의 패배가 잔뜩 몰려와 날 잠식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중엔, 몇 년 전까지 가난했던 나와 우리 가족들의 모습들도 있다.
‘절대 거기론 안가’
후반전 필드로 나서며, 난 스스로 몇 번씩이고 다짐했다.
죽어도 절대, 그날로의 우리로는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그렇기에 난 피치 위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있다.
삐-익!!
많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쌓아둔 채로, 후반전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
·경기결과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1 : 0 SL 벤피카
김다온 ? 평점 7.6(팀 내 1위)
***
·2012/13 Champions League Group G Table
1. FC 바르셀로나 : 3승 0무 0패 승점 9점 / 8득점 3실점
2. 셀틱 FC : 1승 1무 1패 승점 4점 / 3득점 3실점
3.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 1승 0무 2패 승점 3점 / 4득점 5실점
4. SL 벤피카 : 0승 1무 2패 승점 1점/ 0득점 4실점
[절망적인 경기력. SL 벤피카는 피치 위에서 완전히 무기력했다. – Goal.com/2012.10.23. 경기 직후] [조르제 제수스의 해임을 요구하는 사이버 시위를 결정한 SL 벤피카의 서포터스 그룹 ? ZeroZero/2012.10.24.(오전)] [SL 벤피카의 보드진은 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 – A Bola/2012.10.24.(오후)]***
2012년 10월 25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러시아에서 머문 하루는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했고, 감독님은 기존의 계획을 취소하고 어제 하루 팀 전체에 휴가를 주었다.
그리고 집에서 머무는 내내, 나는 팀과 관련된 수많은 비관적인 뉴스를 보고 또 들어야만 했다.
보는 것이야 그냥 내가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만이었는데, 듣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안드레와 베르나르두 모두 이런 상황을 이어진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겼고, 특히 베르나르두는 어제 자신이 놓쳐버린 두 번의 결정적인 기회로 인해 괴로워했다.
솔직히 난 아무래도 좋은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어제는 베르나르두를 위로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진짜 뭐 같아.”
“네. 그러네요.”
새벽 일찍 일어나 오전 훈련을 진행한 뒤, 지금은 식당으로 와 아침을 먹고 있었다.
분명 입맛이 없었는데, 몸을 굴리고 나니 음식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옆쪽에 앉은 막시는 지금이 SL 벤피카에서 뛴 이래, 가장 위기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은 우리가 문제야. 조르제는 잘못이 없어. 누구도 그가 해고되기를 바라지 않잖아. 안 그래?”
“네.”
“당연하지.”
물론 우린 리그에서는 4승 1무 1패로 2위에 올라있고, 1위 FC 포르투에 단 승점 1점이 뒤처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 팀을 중심으로 자꾸 나쁜 이야기가 나오는 건, 마티치와 엔초를 중심으로 하여 벌어진 일들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사실, 리그에서의 1무 1패도 실망스럽다.
우리를 응원하는 이들은 단순히 성적뿐만이 아니라, 참가를 한 모든 대회에서 수긍이 가능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그런 기대를 받는 우리도, 덩달아 자연스럽게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에서 얻고 있는 스트레스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나라는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
분위기를 바꾸기엔 팀이 변화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우린 좋든 싫든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
바로 저기에서 걸어 들어오는 마티치와 나처럼.
우린 서먹하게 눈빛과 고갯짓만으로 인사를 나눴다.
“미드필드 두 명이 빠졌을 뿐인데, 정말 크지?”
“그러니까요. 누구 알았겠어요?”
이틀 전 경기에서 마티치는 양 팀을 통틀어 최저점인 4.7점을 받았다.
우리는 늘 객관적인 평가에 목이 마른 이들이라, 가능한 많은 평점 사이트들을 둘러보며 자신의 경기력을 객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티치도 지금쯤이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또 내가 무엇을 지적했는지 알 거라고 본다.
최소한 대화는 통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다음은 질 비센테지?”
“네. 걔네 지금 4등이잖아요. 꽤 잘하고 있다고요.”
“휴우- 어쩌다 이 정도까지 신경 써야 했는지. 안 그래?”
“우리가 자처한 거잖아. 어쩔 수 없어.”
아침 식사를 모두 끝마친 나는 낮잠이나 한숨 청할 생각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엔초와 만나게 되었는데, 우린 마치 남처럼 멀리 떨어져서 서로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A팀 스쿼드가 움직이는 동선과 나머지 스쿼드의 동선은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아마도 B팀도 아침 훈련 뒤에 식사를 마치고 온 것 같았다.
“이봐!”
식당에서 걸어 나온 주앙이 내게 반갑게 인사를 걸어왔고, 난 그런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남은 경기 전승해야지 가능성 있지 않아?”
“응, 맞아. B팀도 그 얘기들이야?”
“왜 아니겠어. 다들 A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면서 어리둥절해.”
“쯧. 나라면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을 건데.”
“난 그러고 있는데, 기회가 없잖아.”
“그래- 넌 운이 없긴 하다.”
“그런데 말이야. 요즘 조금 생각해. 만약 내가 A팀에서 뛰고 있었다면, 너한테 잔뜩 혼나기만 했을걸?”
“혼을 내? 내가? 왜?”
“그게 사실은 있지…….”
“응?”
난 지금에야 알았다.
최근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난 다온’이라 불린다는 걸.
포르투갈어로 화났다는 건 브라보(Bravo)라고 표현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뜻과는 정반대의 의미였다.
보통 브라보라고 하면, ‘잘한다.’ ‘좋다.’ ‘만세.’ 대충 이런 뜻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제기랄. 누군 화내고 싶어서 그런 줄 아나.”
“낄낄낄. 그래도 말이야. 대부분은 네가 옳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만큼 네가 승리하고 싶다는 거니까. 그래서 너랑 같이 뛰길 원하는 애들도 있어.”
“금방은 무섭다며?”
“응? 그야, 내 이야기지. 처음엔 긴가민가하던 애들도 B팀에서 엔초랑 뛰면서 안 것 같더라. 나도 그랬는데, 걔랑 뛰니까 진짜 죽겠더라고. 완전히 제멋대로라니까.”
“그게 이 형님이 힘든 이유란다.”
주앙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내 기분은 한결 더 나아졌다.
부디 이 기분 그대로, 모레도 승리하면 좋으련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척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축구가 어려운 거겠지.
요즘의 내 하루는 너무 자주 삐걱대고 있다.
***
2012년 10월 27일. 바르셀로스, 포르투갈. 빌라 보아. 이스타디우 시다드 지 바르셀로스(Estadio cidade de barcelos. Vila Boa. Barcelos, Portugal)
·경기 시작 20분 전
질 비센테 FC 0 : 0 SL 벤피카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3-3(A)/4-2-3-1
GK ? 얀 오블락 / GK ? 아드리아노 파키니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파울루 아란테스
CB ? 자르데우 / CB – 할리송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클라우지오
LB ? 김다온 / LB ? 루시아누 아마랄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루이스 마누엘
CM ? 안드레 고메스 / DM – 피오
CM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루이스 카를로스
RW ? 호드리구 / CAM ? 안드레 쿠냐
LW ? 제로니모 베가 / LAM – 브리투
ST ? 리마 / ST ? 하파엘 시우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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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 내내, 우리는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해왔다.
25일 오후 훈련이 시작되기 전 선수단을 불러 모은 감독님은,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팀 전체의 노력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현재 상황이 실망스럽고 아직 앙금이 풀리지 않은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감독님이 경질되는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기에 더 큰 문제 앞에 하나로 뭉치기로 했다.
마티치와는 딱히 화해가 필요친 않았는데, 몇 주 전 그렇게 화해를 하고도 또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게 우습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최대한 평소대로 하는 한편, 가슴속 한쪽에 풀리지 않은 문제와 울분을 묻어두었다.
그리고 감독님은, 그것을 매우 잘 알고 계신 것 같다.
“너희가 다 풀지 못한 울분을 풀어야 하는 곳은 필드 위다. 오늘은 질 비센테의 녀석들에게, 날을 잘못 잡았다는 걸 보여줘라. 거칠게 나가도 좋아. 단 퇴장은 주의해야 해. 우리가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다! 이제 우리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매일 피치 위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우린 또 패배할 거다! VAMOS! 이젠 승리를 거둘 시간이다!”
감독님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커룸 여기저기에서 커다란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이것은 전부 억지로 하는 연기였고, 아마도 승리만이 우리가 진정으로 기뻐하고 환호하도록 해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문제를 해결하기엔 처한 현실은 너무나도 시간이 부족했고, 총 네 개의 대회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우리에겐 유독 그것이 더 빡빡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니 만족스럽지 않아도 삼키고, 완벽하지 않아도 그것대로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내 생각엔, 패배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현실 속에서는 영화와 같은 극적인 일은 절대로 펼쳐지지 않으며, 오로지 현실을 마주했을 때에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상황을 반전시킬 기적을 바란다면, 피치 위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후우~”
난 계속되는 부진에 루틴을 바꿨고, 또 축구화 역시 기존의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끈도 검은색으로 했는데, 이건 내 나름대로 태극기의 색상을 맞춘 것이다.
질 비센테는 홈에서 하얀색 유니폼을 입었고, 그래서 우리 역시 오늘은 홈 유니폼을 착용할 수 있었다.
빨간색 상의에 흰색 바지.
여기에 축구화엔 파란색과 검은색이 있다.
그래서 태극기인 것이다.
나 역시 지난 48시간 동안 실망스러운 것들을 잊고, 처음의 그 기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내게 ‘처음의 그 기분’이란 올림픽을 마친 직후 팀에 합류하던 것을 기다리던 때를 의미했고, 또 과자 가족의 앞에서 우리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자고 외치던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유니폼과 축구화로 태극기의 색을 맞춘 건, 올림픽이 끝난 다음으로 돌아가잔 의미였다.
[가자. 이젠 충분히 힘들었어.]오펠리아가 선물로 준 목걸이에 입을 맞춘 뒤, 난 그것을 라커 위에 놓아두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날 기다리던 친구들의 곁으로 다가서며, 녀석들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Vamos. 오늘은 이겨 보자고.”
“그래.”
“그래야지.”
처음 내가 생각했던 것과 현실로 마주한 시즌은 전혀 달랐고, 아마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니 완벽해질 수 없다면, 이런 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대강 이랬다.
부디 오늘은 승리할 수 있길.
덩달아 클린시트도.
이것이 많은 것들을 바라는 게 아니기를 바라며, 난 큰 목소리에 맞춰 피치 위로 걸음을 옮겼다.
***
작가의 말 ? 대충 SL 벤피카의 상황은 정리됐습니다.
실제로 2012/13 시즌 SL 벤피카의 초반은 무척 힘들었고, 제수스의 해임설과 여름 이적시장의 실패가 수도 없이 거론되었던 때입니다.
그것은 무척이나 복잡했고 또 극적으로 풀이하기 위해 많은 이야깃거리를 깔아두어야 했기에, 조금 길었습니다.
이제, 반등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