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4)
14화
2010년 7월 25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라이트 투 드림 파크.
#오전 10 : 36
전날의 역전패로 실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훈련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No! ¡Eso no es!]“······후우-”
프리시즌 노노를 처음 만난 이후에도, 나의 스페인어 실력은 크게 변함이 없다.
그래도,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정말 많이 들은 문장이거든.
“제가 또 틀렸나요?”
노노는 퍽 감정적인 사람이고, 이런 성향은 많은 베테랑 선수들을 신경 쓰이게 하고 있다.
이미 꽤 많은 이들이 노노 때문에 화가 났단 말도 들었다.
해박한 지식과 그것을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음에도, 노노가 다른 클럽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다.
자기주장이 강했지만, 그걸 뒷받침할 설명은 부족하다.
그리고 그런 점이, 베테랑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노노와 꽤 잘 어울리고 있다.
한쪽에 있던 제철이 형이 어김없이 다가와 통역을 해준다.
요즘은 부쩍 나한테 잘해주고 있다.
“주변을 좀 더 돌아보래.”
“하고 있는데요?”
“그거로는 부족한가 보지.”
“······.”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를 제외하면, 줄곧 풀백에서 뛰어왔다.
작은 체구는 공격수가 되기에 적합지 않았고, 그렇다고 윙어가 되기엔 기술이 부족했다.
하지만 내 장점도 분명히 있었다.
많이 뛰는 것과 스피드만큼은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았었고, 12살 때 서울시 Best 11으로 뽑혔을 때의 포지션도 오른쪽 풀백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풀백으로 뛰겠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가족들이 그렇게 기뻐하는 건 처음 보았었으니까.
계속 풀백에서 뛰면,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또 처음으로 내가 축구를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게 된 계기도 바로 그때였다.
아무튼.
[De Nuevo!]중앙을 단순히 커버하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중앙미드필드의 역할을 소화한다는 건 내게 너무나도 낯선 것이다.
풀백과는 훈련의 사소한 부분마저도 다르다.
지금은 몇 개의 디스크 콘을 놓아두고 하는 훈련이었다.
잔디 위에 놓인 디스크 콘에는 1에서 6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었는데, 노노가 외치는 디스크로 달려가 좌우 어느 쪽으로 올지 모르는 땅볼 패스를 받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 훈련의 진짜 의미는 패스를 받는 작업 자체가 아니라, 항상 주변을 살피는 습관을 들이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풀백에서 뛰게 되면, 그렇게까지 주변을 살필 일이 없다.
사이드라인을 옆이나 등 뒤에 놓아두기 때문에,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뛰는 중앙미드필드의 습관은 필요하지 않다.
캐스퍼와 함께한 전술훈련이 끝난 뒤, 이제 겨우 팀 훈련에 합류할 수 있나 싶었는데 어제부터 노노가 날 못살게 굴고 있다.
그것도 몇 배나 더 힘들게.
[또 그런다! 시선을 돌려!]“야아~ 시선을······.”
“알아들었어요!”
지금의 내 대답이 짜증스럽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난 노노가 외친 디스크 콘의 숫자 앞으로 달려나갔다.
고개를 들어 올려 좌우를 살폈을 땐, 어느새 축구공이 코앞에 와있었다.
“이크-!”
살피는 속도가 늦었던 건지, 아니면 패스의 타이밍이 빨랐던 것인지 모르겠다.
난 트래핑을 하는 것에 실패했고, 애매하게 스터드에 닿은 축구공은 멀찌감치 튕겨나 버렸다.
다시 훈련이 멈췄고, 난 노노에게 혼날 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어? 야- 너 잘했대.”
“으잉? 진짜요?”
“응.”
노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내 패스가 좀 빨랐어. 그런데도 어떻게든 트래핑을 하려고 했지. 시합 중에도 이런 경우는 항상 있을 거야. 동료가 항상 완벽한 타이밍에 패스를 보내주진 않으니까. 하지만 넌 그걸 받아낼 수 있어야만 해.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중앙을 좀 더 잘 커버하는 것만이 아니라, 수비수로서도 남들은 거의 가지지 못한 유니크한 기술을 지니는 것이라고 말이다.
유니크한 기술이라.
어쩐지 마음에 든다.
“조금 더 하죠.”
“뭐? 야, 시간 다 됐어.”
“아- 그러지 말고, 10분만 더요. 부탁 좀 해봐요. 네? 노노라면 하자고 할 것도 같은데······.”
“네 관리를 못 하면 혼나는 건 난데?”
“아- 형! 그러지 말고요! 대신 누나가 주말에 뭐 하는지 보고할게요. 앞으로 2주!!”
“······너, 그 말 꼭 지켜라.”
누나를 팔아 훈련 시간 10분을 얻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난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5!]‘5번. 5번.’
혼자서만 하는 훈련에도,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나다.
***
2010년 7월 26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FC 노르셸란 클럽하우스.
감독실.
요즘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
레알?
뜻은 진짜? 랬다.
Real을 있는 그대로 발음하는 거라나.
어쨌거나 ‘레알’은 지금의 내 심정을 아주 잘 대변해 주는 것이었다.
넋이 나가진 않았는데, 솔직히 잘 믿기지 않는다.
딱-! 딱-!
“이 봐! 듣고 있나?”
“응?”
어라, 넋이 나갔던 건가?
감독님이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기고 계셨다.
그제야, 주변이 제대로 보인다.
“어······ 저······.”
“응?”
“지금 저한테 모레 경기에 출전할 거라고 하셨나요?”
“그래. 그러니 오늘 오후부터 팀 훈련에 참여하면 돼.”
“어······ 그러니까 모레요? 8월 1일이 아니고요?”
“하하. 몇 번이나 말할까? 그래, 맞아. 모레 있을 스포르팅과의 1차전에, 네가 선발로 뛰게 될 거야.”
“우······ 와······ 아?”
솔직하게 기뻐하기엔, 너무나도 뜻밖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부터 밀려오기 시작한 부담감도 서서히 느껴지고 있었다.
금방 감독님이 말한 모레의 경기.
그건 바로 스포르팅 CP와 겨루는 유로파 게임이다.
스포르팅 CP는 우리와 유로파 예선 3차 라운드에서 만나게 된 포르투갈의 전통적인 강호다.
그나저나, 유로파라니.
맙소사.
딸깍-
“응? 야? 너 왜 그러냐?”
“······.”
“야-! 왜 그러냐고-!”
갑작스러운 감독님의 호출에, 제철이 형도 놀라 함께 이곳에 왔다. 말했지만, 내 관리의 일부는 형의 몫이다.
형은 대답이 없는 내 어깨를 흔들면서, 자꾸만 무슨 일인지를 묻고 있다.
입을 다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형은 점점 더 불안해한다.
설마 날 걱정하는 걸까?
“형.”
“어?”
“혹시 저 걱정해주는 거예요?”
“······뭐-어? 야-! 됐어! 아, 진짜. 뭐야? 기껏 여기까지 함께 와줬더니만······.”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상냥하고 친절했어도, 누나도 조금은 마음을 열었을 건데 말이다.
“형-!”
“아- 왜?!”
“저 유로파에서 뛰게 됐어요.”
“······뭐?! 지금 뭐라고······.”
“유로파요! 모레 감독님이 출전시키겠다고 했다고요!”
깜짝 놀란 제철이 형이 표정을 풀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처음엔 나보다 한참 크게 느껴졌던 형인데, 지금은 많이 키를 따라잡았다.
언젠간, 형보다 더 크고 말 거다.
“유로파라니! 그거 대단한 거 아니야?”
“네! 챔피언스 리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먹어주는 대회라고요!”
“야-! 얼른 어머니한테 전화 드리자!”
“아, 그래야죠. 어, 폰이 어디에 있더라······.”
“내 거를 써.”
“······.”
처음으로 내게 자신의 폰을 내어주는 제철이 형은 정말로 기쁜 것 같았다.
그런데 산통을 깨고 싶진 않았지만······.
“응? 뭐해? 얼른 전화를 걸어!”
내겐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뭐? 그게 뭔데?”
“저······ 집 전화번호를 몰라요.”
“뭐?”
“오자마자 너무 어려워서 저장만 해두곤, 한 번도 전화번호를 유심히 보지 않았더니.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제철이 형의 얼굴에 나타난 짜증이 기쁨으로.
그리고 그 기쁨이 다시 황당함으로 바뀌기까진 겨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2010년 7월 27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FC 노르셸란 클럽하우스.
전력분석실.
모르텐의 지시가 있고 난 뒤, 나는 곧장 1군 팀에 합류하여 함께 훈련을 소화했다.
어제는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미니게임을 치렀고, 오늘 오전은 마지막 전술훈련에 몰두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난 오후.
지금은 전부 전력분석실에 모여, 스포르팅 CP의 경기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감독님의 철학 하나.
그것은 바로, ‘비디오 시청에 휩쓸리지 말 것’이다.
모든 축구팀은 절대 같은 내용으로 경기를 소화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비디오 시청훈련은 어디까지나 선수들의 창의력 수준을 높이고, 스스로의 플레이를 시뮬레이션하게끔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 또한, 처음에 무척이나 신기했던 부분이다.
한국과는 전혀 달랐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다만, 여전히 난 걱정에 빠져 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유로파 무대에 선발로 출전한다는 기쁨도 잠시.
곧이어 엄청난 부담감이 물밀 듯 들이닥쳤다.
유로파는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는 대회인 만큼, 플레이에 따라 쏟아질 비난들 역시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부터는 식욕이 뚝 떨어졌다.
그래도 훈련이 끝나면 밥이 들어가는 게 참,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난 부단히도 노력했다.
애써 더 밝은 표정으로 지냈고, 집에 돌아가서도 가족들을 걱정시키지 않으려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 덕인지, 아까까진 아주 괜찮았었다.
“휘-이. 잘하는데?”
“나 쟤 FM 하면 맨날 영입하고 있어. 게임에서도 죽여.”
“쉬-잇! 듣겠어.”
그래. 아주 잘 들린다.
화면 속, 스포리팅 CP의 77번이 정말 엄청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팀이 나눠준 전력분석용지에는 그의 국적이 몬테네그로라 적혀 있었다.
2003년 파르티잔이라는 클럽에서 데뷔했고, 2006/07 시즌 새턴을 거쳐 2007/08 시즌부터 스포르팅 CP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말도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엔, 화려한 경력 사항이 적혀져 있다.
이름은 시몬 북체비치(Simon Vukecevic)라나.
몬테네그로의 국가대표로도 뛰고 있는 스포르팅 CP의 왼쪽 윙어다.
그래. 왼쪽 윙어.
나의 다음 상대가 바로 저 남자라는 말이다.
신장은 179cm로 그리 크진 않았지만, 힘과 기술이 좋고 왼발을 아주 잘 썼다.
저 남자를 상대로 간신히 버티는 것 이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난 이제 겨우 16살이고, 대표팀 경력이라곤 U-17 팀에서 비공식 경기를 단 한 차례. 그것도 교체로 소화해 본 것이 전부다.
또 이곳 노르셸란에서도 주전이 아니다.
그런데 어쩌자고······.
“저······ 감독님?”
“응?”
미팅이 끝난 뒤, 자신감이 발끝까지 추락해버린 나는 감독님을 찾았다.
속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킬덴토프를 투입하는 것이 옳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
난 도움을 요청했다.
“제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요?”
“······.”
딴에는 필사적으로 짜낸 말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허무하리만큼 건조했다.
날 바라보는 감독님의 눈빛 역시도 전혀 변함이 없다.
“물론. 그렇고말고. 지난 1년 동안 네가 이곳에 있으면서 배운 모든 것을 보여주기에 아주 적합한 무대란다.”
“······네.”
따로 또 미팅이 있는 감독님을 더는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
결국, 난 잔뜩 쳐진 채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터벅터벅 걸어 밖으로 나섰을 때.
“이봐, 꼬마!”
“에?”
날 기다리고 있던 스톡홀름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다 알고 있다는 듯, 내 어깨를 두드려오며 말했다.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져.”
“캡틴······.”
“모르도 생각이 있어서 널 투입했을 거야. 그리고 난 네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꼬마야. 절대로 그렇게 기죽어 있지 마. 기세에서 그렇게 지고 들어가면, 필드에선 제 기량의 반밖에 내지 못할 거니까.”
과연 그 누가 알았을까?
지금 스톡홀름과의 이 대화가, 평생 날 따라다니는 가장 든든한 조언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난 아주 조금이지만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 까짓것.’
가난에 찌들어 살았던 내가 무서워해야 할 건, 돈이 없는 설움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파울로 세르히오, “원정이라 쉽진 않겠지만, 제 기량을 낸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STAR SPORTS] [마니셰, “유로파에 진출한 팀을 얕잡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더 좋은 공격진을 가졌기에 이길 수 있다.” – STAR SPORTS] [승부 예측(배당) FC 노르셸란 7.50 : 1.26 스포르팅 CP ? bet365.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