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42)
141화
2012년 11월 7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 시작 3시간 전
SL 벤피카 0 : 0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2012/13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네 번째 경기.
난 일찌감치 출근해 마사지를 받고 있다.
“진짜라니까요? 진짜 맛있다고요.”
“구운 김치? 으웩-! 난 별로야.”
“아-! 맛을 모르시네.”
축구클럽에서 생활한다는 건, 새롭게 사귀는 친구의 90%가 이곳에서 만난 사람이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난 무척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다음에 밥이나 먹으러 가요. 제가 제대로 알려드릴 테니까.”
몇 주 전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버젓이 ‘한국 식당’이란 간판을 걸어둔 음식점을 보았다.
그건 리스본에서 본 첫 한국 음식점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에 꼭 저곳에 가보자고 말을 했었고, 최근 그곳을 찾아 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르코는 내키지 않는 모습이다.
“글쎄- 한식? 난 별론데. 음식이 전부 다 맵지 않아?”
“아- 그건 오해래도요.”
“난 그냥 포르투갈 음식을 먹을래. 매운 건 진짜 젬병이라서.”
“아- 또, 이러신다. 자랑스러운 포르투갈 미식가 납셨네.”
포르투갈은 식문화에 꽤 자부심이 있는 나라로, 그것은 이 나라 국민의 도전정신과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별다른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성향이 이유였다.
특히 이곳은 전 세계의 향신료 문화가 응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덕분에 나나 가족들은 처음 적응하는 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그래도 쌀을 굉장히 많이 소비하고 또 해산물도 풍부했기에,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을 피해 가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내 경우엔 친구들을 따라 워낙 이런저런 음식들을 많이 먹어 보았기에, 고수가 들어간 것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편이다.
아무튼, 식문화에 자부심이 있는 포르투갈의 사람들은 그들의 선조와는 다르게 타 대륙의 식문화에 대한 편견이 있다.
화가 나는 건, 일식은 높게 본다는 거다.
말도 안 돼. 일본에 지다니.
“넌 뭐가 제일 좋은데?”
“포르투갈 음식 중에서요?”
“응.”
“음- 찜 요리요.”
“찜?”
“네. 생선이랑 해산물 이것저것 다 때려 넣고 쪄낸 뒤에 올리브유랑 레몬을 잔뜩 뿌려 먹는 거죠.”
“하하하. 넌 뭘 좀 아네.”
“그쵸?! 그러니까 제가 말하잖아요. 제가 보증할게요. 다음에 같이 한식을 먹으러 가재도요?”
“음- 그래, 뭐. 당연히 네가 사는 거지?”
“Claro!”
‘Claro’는 당연하다는 뜻의 포르투갈어다.
조만간 메디컬 스태프들과 함께 ‘한국 식당’을 찾기로 약속하며, 난 엎드렸던 몸을 뒤집었다.
“통증이 느껴지는 곳은?”
“노우! 깨끗해요.”
“하하. 확실히 넌 이런 걸 보면 몸 하나는 타고 났다니까? 다른 애들보다 회복이 엄청나게 빨라.”
“부모님께 감사해라. 그쵸?”
“내가 그렇게 자주 말했어?”
“아뇨. 한 백 번쯤?”
“이런!!”
우리의 대화에 한창 준비 중인 스태프들의 웃음이 터지고, 그렇게 내가 거의 마무리 되어갈 즈음 동료들이 하나둘 메디컬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벌써 온 거야?”
“지각이에요, 지각.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 알고.”
“시끄러워.”
내 머리를 슬쩍 밀어낸 막시가 옆에 자리를 잡고, 뒤이어 마티치와 리마도 메디컬룸 안으로 들어섰다.
“일찍 왔네.”
“넵. 오늘은 무척 중요한 날이니까요.”
카르도소의 공백을 완벽히 채워주고 있는 리마는, 팀의 철학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영입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29살의 나이.
2004년 브라질 성인무대에서 데뷔한 이후, 벨레넨세스 SAD와 SC 브라가를 거쳐 우리 SL 벤피카에 합류했다.
나이와 커리어 모두 지금이 가장 황금기라 볼 수 있었고, 짧은 적응 기간을 거친 뒤엔 골을 빠르게 적립해가면서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키는 179cm로 크진 않지만, 측면 윙어에 더 가까웠던 호드리구나 정통 9번인 오스카 카르도소가 지니지 못한 매력을 가졌다.
9번과 10번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리마는 흐름에 따라 자신의 색을 맞춰가는 스트라이커였고, 시즌 초반 부침을 겪었던 우리에겐 이런 능력은 아주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나중에 카르도소가 복귀한 뒤에도, 그와 투톱 파트너를 이룰 확률이 높다.
“그나저나, 들었어?”
“뭘?”
마사지를 끝내고 마무리 조치를 받으며, 난 베테랑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오늘 말이야. 3만 장도 안 팔렸다더라.”
“진짜?”
“응. 아까 자코를 만났는데 말해주더라고. 원래는 4만 장 조금 못되게 팔렸었는데, 20% 정도가 환불 요청을 했다나 봐.”
“이런! 모스크바는 몇 명이나 왔더라?”
“4만. 거긴 완전히 꽉 찼었지.”
“······.”
팬들의 평가는 무척이나 냉정한 편인데, 그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 가능한 것이 바로 관중의 숫자다.
우리는 평소 관중의 숫자에 크게 신경을 쓰진 않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은근히 그게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보드진과 구단의 스태프들이 관중 숫자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 이야기가 어떻게든 우리에게까지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이런 대화가 만들어진다.
특별한 외부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관중이 떨어지는 경우는 경기력밖에는 없다.
최근 리그 2연승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입장 관중이 적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기대를 놓았다고 봐야만 할 것이다.
물론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의 경제 사정상 모든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경기장의 절반도 채우기 어렵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아마도, 오늘은 2층을 완전히 봉쇄할 것 같다.
가장 싼 티켓을 구매한 이들이라고 해도, 오늘은 1층에서 경기를 볼 수 있겠지.
그들에겐 행운의 하루가 될 수도 있다.
[후우~ 시합 전에 듣기 좋은 말은 아니네.]“뭐?”
“아뇨. 그냥 혼잣말이었어요.”
“후후. 관중 숫자가 신경 쓰여서?”
“네. 왜 아니겠어요.”
셸란에서도 그랬지만 이곳 리스본도 우리 벤피카의 경기를 삶의 낙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패배한 날이면, 관중석에 앉아 계신 분들을 쳐다보기가 어렵다.
생판 남이라곤 하나, 누군가의 실망한 얼굴을 마주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죄인이 된 것 같다니까요, 진짜.”
“하하하. 그래- 아마 그럴 거야.”
오늘은 팬들을 그런 기분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다 됐어. 불편한 곳 있으면 언제든 말만 해. 알겠지?”
“네. 감사해요.”
동료들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을 한 뒤, 메디컬룸을 벗어나 밖으로 나섰다.
그러곤 천천히 복도를 걸으면서 생각했다.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야만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배우게 되었다고.
[아~ 많기도 많다.]그나마 다행인 건, 그 다양한 이유를 충족시키는 방법이 단 하나라는 점이다.
물론 그 하나가 무척 어렵다는 게, 이 일의 유일한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시합까지 이제 약 150분.
우린, 오늘 경기에서의 승리가 정말 간절히 필요하다.
***
·경기 시작 20분 전
SL 벤피카 0 : 0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4-2(D)/4-2-3-1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아르템 레브로프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키릴 콤바로프
CB ? 자르데우 / CB ? 니콜라스 파레하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후안 마누엘 인사우랄데
LB ? 김다온 / LB ? 에브게니 마키프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킴 캘스트룀
CM ? 안드레 고메스 / DM ? 하파엘 카리오사
CM ? 니코 가이탄 / RAM – 디니야르 빌야레디노프
AM ? 베르나르두 실바 / CAM ? 후안 마누엘 후아르도
ST ? 호드리구 / LAM ? 드미트리 콤바로프
ST ? 리마 / ST ? 아리
.
.
원정을 떠나온 모스크바의 감독 우나이 에메리(Unai Emery)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오늘은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의 분수령에 놓인 두 팀이 만나는 중요한 시합이었고, 경기결과에 따라 유로파 탈락이냐 아니면 챔피언스리그에 희망을 이어나가느냐가 판가름 날 경기였다.
발렌시아 CF에서의 뼈아픈 실패를 잊기 위해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우나이 에메리는, 지난 수 주 동안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왔다.
약속을 지키는 일에 차일피일 기간을 미루기만 하는 클럽.
본인이 감독인 것처럼 굴고 있는 통역관.
대화가 하나도 통하지 않는 선수들.
러시아어가 불가능했던 에메리에게 대화의 단절은 무척이나 참기 힘든 것이었고, 본래 대화를 통해 선수들의 의욕을 고취 시키고 전술을 이해시키던 그에겐 치명적인 일이기도 했다.
덕분에 현재 우나이 에메리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선수들의 사이에서, ‘허수아비’ 혹은 ‘벙어리’로 놀림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곧 선수단에 대한 장악력 저하로 이어졌고, 이미 팀은 망가져 버린 지 오래다.
지난번 홈경기에서는 운 좋게 벤피카에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최근 다시 살아난 벤피카의 경기력은 우나이 에메리에겐 무척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그는 1차전의 전술에서 몇 가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포함 시켰는데, 문제는 선수들이 이것을 완벽하게 이해했느냐의 여부였다.
에메리는 김다온의 공격능력을 역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 팀 공격의 무게추를 오른쪽에다 실어 놓았다.
이는 왼쪽 풀백이던 드미트리 콤바로프(Dmitri Kombarov)를 미드필드로 끌어 올린 것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막시 페헤이라가 있는 위치에 수비력을 더해 벤피카의 오른쪽 공격력을 무력화시키게 되면, 자연스레 왼쪽에 부담이 더해지고 김다온이 점점 더 전진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일단 전반전엔 그것을 버텨내며 무승부를 이루는 것에 목표를 두고, 후반전에 벤치에 있는 공격자원까지 총동원해 벤피카의 왼쪽을 공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에메리는 생각한다.
[저기 봐. 저기 또 허수아비가 멍하니 있는데?] [이런 빌어먹을. 4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간단한 인사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게 말이나 돼?] [오늘 전술은 또 어떻고! 대체 이게 무슨 생각이야?] [마르코프!! 전에 저 허수아비가 뭐라 했다고?] [어, 왼쪽! 왼쪽을 공략하라고 했어!] [어느 왼쪽?] [그, 글쎄?! 물어볼까?] [됐어! 우리가 알아서 하지!]손을 휘저은 주장 드미트리 콤바로프는 새로운 감독이 단 한 순간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필드 위에서 제멋대로 뛰었고, 오늘도 우나이의 전술적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들을 팀 동료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어차피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선수들도, 겉으론 우나이를 따르는 척하면서도 항상 드미트리의 말을 따랐다.
앞에서 욕을 해도 실실 웃기만 하는 감독을 따르는 건, 남자답고 자존심 강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러시아의 사내들에겐 패배를 견디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도 드미트리는 선수단을 모아두고, 우나이 에메리의 바로 앞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전술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에메리와 함께 스크럼을 짰는데도 말이다.
[우린 남자답게 뛸 거야!! 그리고 이겨야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모스크바, 모스크바-!!] [그래-! 바로 그거야! 벤피카 저 샌님들을 박살 내 버리자고!]챔피언들의 리그.
그곳엔, 이런 팀도 있는 법이다.
***
·전반 17분
SL 벤피카 0 : 0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도저히.
“······.”
나는 지금 도저히, 두 가지의 일을 이해할 수 없다.
우선 첫째, 어째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저런 선수기용을 했는가?
1차전의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공수의 밸런스가 잘 갖춰진 팀처럼 느껴졌고, 좌우의 균형도 어느 정도 잘 맞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완전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그러니까.
‘어딜!’
바로 내 쪽으로.
“잘했어.”
“아뇨- 너무 쉬웠는데요.”
“그거 좋네. 안 그래?”
“······네, 그러게 말이에요.”
뒤돌아선 가라이에게 뒤늦은 답을 보내며, 난 천천히 걸음을 옮겨 포지션을 잡았다.
지금은 볼이 오른쪽에서 움직이고 있어, 좁혀줘야 할 때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왼쪽에 두 명의 풀백을 놓아둔 상대의 전술적 의도를 파악해보자.
만약 우리가 FC 바르셀로나였고 오른쪽에 리오넬 메시가 있다면, 모스크바의 선택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된다.
그러니까, 메시가 오른쪽에서만 뛰는 선수라면 말이다.
상대의 가장 강력한 창이 있는 위치에 두 명의 사이드백을 두어 수비를 강화하는 건, 무승부가 목표인 팀에겐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는 전술이 된다.
때에 따라 윙어가 풀백으로 내려앉고 기존 풀백이 센터백으로 가담할 수도 있기에, 수비의 숫자를 자연스럽게 늘린다는 의미에서도 좋은 선택이긴 하다.
하지만.
“안쪽-!”
[이크!]탁-!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너무나도 정직하게 오른쪽 위주로 공격을 시도해오고 있다.
전반 20분이 흐른 지금, 그것을 막아내는 일은 남들이 보기엔 어땠을지 몰라도 내겐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모스크바의 공격이 오른쪽으로 자주 시도되고 있다뿐이지, 주변에 항상 많은 동료가 있어 수비 자체가 어렵진 않았다.
자잘한 실수 정도는, 금세 복구가 될 만큼 말이다.
그 정도로, 수비해내기 쉽다는 거다.
그래서 아까부터 왼쪽으로 볼이 돌고는 있지만, 풀백과 풀백으로 이뤄진 조합은 동선과 공간을 분담하는 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 이 경기를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만든다면, 난 수비의 신처럼 보일 것이다.
삑-!
하지만, 우리도 딱히 잘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가진 문제는, 모스크바의 이런 비대칭 전술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오른쪽은 오른쪽대로 두 명의 풀백을 상대하는 것에 버거워했고, 이쪽은 이쪽대로 상대의 공간침투를 우려해 공격을 전개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따금 역습을 막아내며 점유율의 우위를 점한 우리가 경기를 주도하는 것처럼은 보이나, 골로 연결되지는 않는 답답한 상황이 20분 동안이나 이어지고 있다.
피치 위에서 넘어진 마티치가 치료를 받는 사이, 난 수분을 보충할 겸 벤치 쪽으로 다가가 감독님의 곁에 섰다.
“쟤네가 잔뜩 전진해서 왼쪽에 공간이 많아요.”
“그래, 맞아. 하지만 그쪽에 무게를 두면, 자네의 수비가 더욱 힘겨워질 거야.”
“전 괜찮아요.”
“······.”
사실 난 다르게 대답하고 싶었다.
포르투갈어로도 ‘그래 봤자’라는 단어가 있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물론 단어 한두 개를 조합해 비슷한 의미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정확한 의사를 전달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난, 이야기를 조금 더 보탰다.
“결정적인 순간 한 번이면 돼요. 쟤네들이 오른쪽 뒷공간이 빈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이렇게 못할 테니까요.”
“나도 한참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감독님이 말씀하셨죠. 복수할 기회는 있다고.”
“?!”
축구 감독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고 배웠는데, 어떤 감독은 최악의 경기를 펼친 선수를 다음 경기에서 빼려고 하고 어떤 감독은 다음 경기에서 곧장 만회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
어떠한 것이 옳고 어떠한 것이 그른지는 오직 결과만이 증명할 수 있다.
제수스 감독님의 경우 후자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었는데,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끊임없이 날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셨다.
잘 던지지 않던 농담도 해오셨고, 훈련 도중에 다가와 이야기를 걸어오는 빈도도 훨씬 더 많아졌다.
감독님은 메시가 내게 준 상처를 걱정하고 계셨던 거다.
그것이 행여, 날 너무 아프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그리고 그건 옳았다.
난 아프다.
지금도 여전히 아프고, 그 날 받은 상처는 아직 아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보다시피, 난 이렇게 피치 위에서 뛰고 있다.
“전 두 달 내내 이곳에서 수비하는 일만 했어요. 그게 감독님이 저한테 바라시는 게 아닌데도요. 그리고 전체적인 팀에 비하면, 무척 그걸 잘했다고 보는데요. 아닌가요?”
지금 내가 한 말의 진짜 의미는 이것이다.
감독님의 생각보다, 더 강한 사람이라고.
애초부터 1/3밖에 남지 않았던 물병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던져 버리며, 나는 오른손을 들어 알통을 보여드렸다.
18살 축구선수의 알통이라고 해봤자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만, 그래도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거라고 본다.
이번 시즌 부침을 겪으면서 깨닫게 된 건, 축구에서 말이나 몸짓으로 서로의 진심을 전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내 모습에 미소지은 감독님이 피식하시더니 고개를 떨어트리셨고, 곧 머리를 다시 들어 올리시며 베르나르두를 향해 크게 소리치셨다.
“베르나르두!!”
그건 좀 더 왼쪽으로 넓게 퍼지라는 수신호였고, 난 저 자그마한 변화가 경기 내용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수비에서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네.’
길고도 끔찍했던 지난 2달여와 그보다 더 악몽 같았던 리오넬 메시를 경험한 지금, 난 어쩌면 수비에서 예전보다 조금 더 많은 걸 생각하고 또 많은 걸 해낼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촤—–악!!
어딜 돌파하려고.
아니, 아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