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44)
143화
·2012.11.11. 경기결과(Liga Zon Sagres 9R)
히우 아브 FC 0 : 2 SL 벤피카
[골] 리마 : 전반 46분(자르데우)제로니모 베가 : 후반 31분(안드레 고메스)
김다온 ? 94분 출전(평점 8.0/팀 내 공동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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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6. 경기결과(TACA DE PORTUGAL 4R)
모레이렌세 FC 0 : 2 SL 벤피카
[골] 네마냐 마티치 : 후반 14분오스카 카르도소 : 후반 47분(니코 가이탄)
***
2012년 11월 17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리스보아 스포르트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지난 일주일, 팀은 두 개의 스쿼드로 나뉘어 훈련을 계속해왔다.
이유는 당연히 20일에 있을 셀틱 FC와의 챔피언스리그였고, 다행히도 우린 승리+클린시트의 기세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었다.
부상을 털고 컵 대회 때 돌아온 오스카 카르도소의 복귀 역시, 현재의 좋은 기세를 이어나가는 데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아마도 모레는 카르도소와 공격수 중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리마가 투톱으로 나설 것 같다.
팀이 전달해준 훈련 계획표를 보면, 그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셀틱의 가장 큰 장점은 측면 공격력과 그것을 극대화해줄 요르고스 사마라스다.”
“······.”
그리고 지금은 수비수들끼리의 미팅이 진행 중이다.
오전 팀 전체의 회복훈련이 끝난 뒤에 다른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유일하게 수비그룹만이 남아 별도의 미팅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에즈, 너는 첫 번째 경기에서도 겪어 보았겠지만,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사마라스를 놓치면, 분명 골치가 될 거다.”
“그럼 크로스를 좀 막아줘야 해요.”
“그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이걸 보도록.”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수비수들은 보통 가장 이른 시점에 다음 경기의 전술을 알게 된다.
루이장과 가라이가 감독님과의 1 : 1 면담이 잦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며, 우리 사이드백들은 전술적인 설명과 피드백을 가장 많이 듣는 포지션 중 하나다.
그래서 미드필드와 공격조가 연습용 그라운드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훈련할 때에도, 우린 자주 실내에 모여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가져가곤 한다.
이것은 SL 벤피카가 유별난 게 아니라, FC 노르셸란이라든가 또 지난번 올림픽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찬일 감독님의 말을 빌리자면, 수비수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단순히 필드 위에서만 연마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치선정과 예측력, 판단력을 위해 전술적인 숙지가 누구보다 중요하고, 또 항상 수동적으로 공격수의 움직임에 반응해야 했기 때문에 이미지트레이닝을 가져가는 것 역시도 중요했다.
보통 일주일에 한 경기를 치른다고 가정하면 팀은 보통 두 차례 정도 별도의 미팅을 하고, 또 별도로 시합 직전에 상대의 전력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우리 수비수들은 그것 외에 별도로, 최소 2~4차례 정도 더 추가로 비디오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간이라 보면 된다.
딸깍-!
“벌써 4시잖아, 젠장! 누구, 같이 카페나 들렀다가 갈 사람?”
“전 괜찮아요. 같이 가요.”
“그래? 네 애인은?”
“가족 행사요. 별장에서 파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팔자 좋네. 그럼, 다른 사람은?”
평소에는 어느 한 사람이 이렇게 제안을 하면 최소 서너 명은 그냥 집으로 가곤 했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모두가 다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초로 제안한 막시가 크게 기뻐하며, 그럼 차라리 카페가 아니라 근사한 곳에서 와인이라도 가볍게 한잔하자고 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아, 미안. 거기까진 좀 힘들겠어.”
“나도. 밤에 애인이랑 약속이 있거든.”
“나도 집에 가봐야 해. 가족이 왔어.”
“이런!”
결국은 카페테리아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는 거로 결론이 나고, 운전이 귀찮았던 막시는 내일 집이 가까운 피에트라 코치님과 출근할 거라며 내 차에 올라탔다.
탁-!
“어디,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 좀 볼까?”
“진짜요?”
“응. 이거 포르쉐잖아. 설마, 이 멋진 차를 두고 굼벵이처럼 기어만 다니는 건 아니겠지?”
“하하. 설마요.”
막시의 말에, 난 안전띠를 채우면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막시는 내 친구들로부터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띠 채웠죠?”
“응. 당연하지.”
“좋아요. 그럼.”
부르으—응!!!
“응?”
내게 운전을 가르쳐준 베베는, 과거 취미 생활이 자동차경주 전용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었다.
그는 실제로도 모나코와 미국 유타(Utah)에서 열린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해, 5년 연속 1위 수상을 한 적도 있다.
처음 포르쉐를 뽑았던 날, 난 첫 운전을 베베에게 맡겼고 그날 정말 짜릿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난 그에게, 운전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알려달라고 부탁했었다.
부르으으—-응!!!
“준비됐어요?”
“어? 어? 자, 잠깐.”
[잠깐은 무슨.]“응?”
끼이이이이이익-!!!
“으왁!!!”
나는 할 수 있는 한 조심하는 선에서 리스본 시내를 질주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이었다.
얼마 뒤 나는 가장 먼저 카페테리아 앞에 도착해, 차를 옆에다 세워두었다.
그러곤 운전석을 빠져나와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후우~ 3분 12초라. 나쁘지 않았어.”
평범하게 운전하면 8분 안팎으로 걸리는 거리였으니, 이번엔 꽤 괜찮았다고 본다.
어차피 시내라서 속도를 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경찰과 CCTV의 눈을 피하고자 베베가 알려준 뒷길로만 운전해 빙빙 돌아왔다.
그러니, 3분 12초면 꽤 훌륭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골목을 선택한 만큼 좌우로 핸들을 꺾거나 아슬아슬한 틈 사이를 빠져나오는 경우도 많았고, 급브레이크를 밟는다거나 반대로 급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내 차는 막 세차를 마치기라도 한 것처럼 매끈한 자태를 뽐내는 중이다.
“후우~”
차의 옆면을 입감을 불어가며 옷소매로 조심스레 닦고 있을 무렵, 보조석의 문이 올라가면서 막시가 차에서 비틀거리며 내리는 것이 보였다.
난 그런 그에게, 뻔히 알면서도 질문을 던져봤다.
“어땠어요? 괜찮지 않았어요?”
“너, 두 번 다시 운전은······ 우욱-!!”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어딘가로 달려가는 막시의 뒷모습을 보며, 난 다시 한번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마도 화장실이 급한 거겠지.
끼익-!, 탁-!
“뭐야?! 막시는 벌써 갔어?”
“응. 화장실 직행이었지.”
“젠장! 재미있는 볼거리를 놓치겠어. 내 폰이 어디 있지?”
차 안으로 몸을 밀어 넣은 가라이가 휴대폰을 챙겨 막시의 뒤를 따르고, 난 다른 동료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났을 땐, 뭔가를 발견하기도 했다.
‘아, 또 그러네.’
최근 오펠리아와의 관계 때문에 꽤 귀찮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붙고 있었는데, 뭔가를 느꼈던 나는 반대편에 주차된 검은색 밴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줬다.
까맣게 선팅이 된 차창의 한쪽이 1/3 정도 내려와 있었는데, 거기에서 반짝하는 뭔가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곳 포르투갈에서 SL 벤피카 정도의 팀에서 뛴다는 건,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사는 것과 꽤 비슷한 느낌을 준다.
물론 나야 한 번도 한국에서 연예인이었던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대충 생각하는 거다.
“뭐야? 파파라치?”
“응, 맞아. 저기에 검은색 밴. 보여?”
“빌어먹을 자식들.”
과거, 파파라치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이 있던 자르데우는 검은색 밴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열린 창문 틈으로 불쑥 손 하나가 튀어나와 반대로 엄지를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자르데우와 나는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파파라치는 기자들과는 분명히 성격이 달랐고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누구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하면서, 미움받는 것을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자르데우는 파파라치를 정신병자들에 비유했고, 늘 그것이 과하다고 생각했었던 나지만 요즘은 조금 동감하고 있다.
“그나저나, 막시는 여길 어떻게 안 거야? 취향이 아니잖아.”
“유명한 곳이잖아, 여기.”
“하긴. 그건 또 그러네.”
현재 우리가 도착한 카페 마제스틱(Cafe Majestic)은 매년, ‘유 시티 가이즈(U City Guides)’가 선정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카페 Top 10에 항상 머무는 곳이다.
1921년에 문을 연 이래로 수많은 유명인사가 이곳을 다녀갔고, 앤티크한 느낌의 인테리어와 그들이 자신하는 프렌치토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부모님도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데, 평소 책을 좋아하시는 엄마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인 조앤 K.롤링이 이곳에서 집필을 마쳤다는 걸 아시곤 일주일에 세 번은 이곳을 찾고 계시다.
그래서인지, 카페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우린 이곳에서 각자 취향에 맞춰 커피나 와인 등을 마실 생각이었고, 모처럼 수비수들끼리 느긋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저어.”
“응?”
커피 한 잔과 치즈케이크를 주문한 뒤 야외 테라스에서 한가로이 햇빛을 즐기고 있을 무렵, 바로 옆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게 됐다.
그리고 그곳엔, 똘망똘망한 눈빛의 어린아이가 보였다.
대충 6, 7살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인 좀 해주세요······.”
기세 좋았던 첫 마디와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처럼 들린 마지막 마디에, 난 키득키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펜과 종이를 건네받아.
“이름이 뭐야?”
“주앙.”
“주앙이라. 우리 팀에도 주앙이 있어. 그거 알지?”
“네. 주앙 칸셀루. B팀에서 뛰고 있어요.”
“와-우!! 저기, 지금 들었어요?! 얘가 주앙을 알아요! 그것도 B팀에서 뛴다는 것까지!”
“뭐?! 꼬마야! 이름이 뭐니?”
“주앙 실베이라!”
“이리와! 부모님은?”
내가 아이를 안아 낮은 울타리 안으로 들여놓는 사이, 뒤쪽을 가리킨 아이는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서 계신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제야 아이의 어머니가 이쪽으로 다가왔고,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사과를 하시면서 아이에게 얼른 나오라고 손짓했다.
“아뇨, 괜찮아요. 혹시 볼 일이 있으세요?”
“네. 잠깐 앞에 장을 좀······.”
“그럼, 다녀오세요. 아이는 저희가 볼 테니까.”
“정말 그래도 될까요? 그렇다면, 이 아이에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일 거예요.”
“얜 우리 B팀의 선수를 알고 있었다고요. 미래의 골수 빨강이가 될 자질이 보이죠.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와요.”
“고맙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가슴팍에 손을 얹은 채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던 아이의 어머니가 장을 보러 떠나고, 그렇게 우린 귀여운 불청객(?)에게 한 자리를 내어주며 먹고 싶은 게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프렌치토스트.”
“프렌치토스트라. 아, 저기 네 것 나오네. 먼저 아이 줘도 되겠지?”
“그럼, 물론이지.”
참고삼아 말하는데, 항상 우리가 이렇게 팬서비스가 좋기만 한 편은 아니었다.
가끔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도 있고, 그땐 정중하게 양해를 부탁드리고 있다.
간단히 사인하고 사진을 찍어드리는 것 정도야 될 수 있으면 전부 해드리려고 하지만, 백이면 백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덴마크와 이곳 포르투갈 모두, 팬들도 그런 우리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려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나와 동료들 모두 꽤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아이와 이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좋아, 주앙. 한 가지 묻자.”
“?”
물론.
“여기에서 누가 제일 좋아? 응?”
자르데우는 그냥 이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동료들은 이내, 초롱초롱히 눈빛을 빛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으니까.
주앙에게 첫 번째로 뽑힌 사람이, 오늘 이 자리의 비용을 몽땅 내는 영광(?)을 차지할 것이다.
반면에 나는 결과를 직감하곤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가 내게 사인을 받으러 왔다는 게 무슨 의미겠나?
‘아, 완전히 당해버렸네.’
자르데우에게 꿍꿍이가 있었다는 것을 더욱 일찍 파악하지 못한 스스로의 한심함을 탓하며 지갑을 꺼내려던 찰나.
“응?”
“엥?”
아이의 손가락은 정말 놀랍게도 자신을 안고 있는 자르데우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어어어어-?!?!”
“이게 무슨 일이야?”
“허헛-!”
뜻밖의 상황에 우리가 모두 목소리를 높이면서 놀라워하는 사이, 빠져나가려던 정신줄을 부여잡은 자르데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빨라져 있다.
“왜 난데?”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맞아서요.”
“그런데 사인은 쟤 걸 받았잖아.”
“어, 그건. 집에 사인이 없어서.”
알고 보니 아이와 그의 아버지는 종종 이스타디우 다 루스를 찾았고, 현재 벤피카 1군 스쿼드에 포함된 선수 80% 정도의 사인이 집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매년 프리시즌 훈련장을 찾아 사인을 요청한다는 매우 현명한 방법을 알고 계신 분이셨는데, 알다시피 난 당시 올림픽에 참가한 상태라 사인을 해줄 수가 없었다.
결국.
“예에-!! 정의구현!!”
난 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면서 기뻐하게 되었다.
반대로 자르데우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이들이야 그저 눈앞의 상황이 즐거워 낄낄거릴 뿐이었다.
“그러면, 나 주문해도 되지?”
“뭐? 아니지! 지금 이것만이잖아!”
“왜 그래, 뻔히 다 알면서. 만약 내가 걸렸으면 왕창 주문하려고 했잖아. 안 그래?”
“······50유로! 그 이상은 안 돼!”
“남자가 쩨쩨하게.”
당연히 50유로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던 나는 나를 위한 프렌치토스트 하나와 커피 리필, 그리고 동료들 하나하나에게 물어 그들의 술과 음료를 하나씩 더 추가해 놓았다.
“뭐야? 얼마 안 나왔잖아?”
새로운 영수증을 본 가라이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자르데우는 계획에 없었던 지출에 죽상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자리로 돌아온 막시는, 아직도 속이 더부룩하다는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어찌나 시달렸으면, 왜 지금 여기에 못 보던 아이가 있으며 우리가 이렇게 낄낄거리는지조차 묻지 않을 정도다.
“내가 두 번 다시 네 차에 타나 봐라.”
“왜요~! 재미있었잖아요! 안 그래요?”
“재미? 하-! 재미는 얼어 죽을.”
고개를 가로저은 막시가 자신의 앞쪽을 보며, 눈앞의 음료와 먹을 것의 주인을 묻는다.
“당신 거예요. 매번 오면 그걸 주문하잖아요. 맞죠?”
“휘이~ 역시 멘토를 챙기는 건 얘뿐인 것 같은데?”
“지랄. 이건 고맙지만, 얘는 멘토인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그거야 가르침이 시원찮았나 보지.”
“뭐?!”
발끈한 막시가 눈을 부라리자, 다시 한번 테이블 위에는 웃음꽃이 폈다.
그리고 비로소 아이를 발견하게 된 막시.
그는 이제야, 우리에게 묻는다.
“그나저나, 얘는 누구야?”
“아, 그게.”
자르데우가 설명을 이어갔고, 막시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주앙. 넌 누가 제일 좋니?”
“!!”
다시 눈빛을 빛내기 시작하는 우리.
아무래도 오늘은, 꽤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
모처(某處)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창가를 바라보던 잿빛 머리의 남성이 안경을 벗으며 피곤한 눈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그리곤 다시 안경을 착용하곤 생각한다.
‘조건이라.’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그들을 상징하는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Wir Sind Wir.’]그들은 지금까지 본인들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왔고, 그것을 통해 수많은 성공을 거두어왔다.
그리고 현재 그들은 미래를 준비해야만 하는 때였고, 그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남자는 같은 배에 올라타기 위한 유일한 조건을 계약의 대가로 내밀어 왔다.
바로.
[“다온. 전 녀석이 필요합니다. 만약에 제게 내년을 약속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 후년에라도 데려오겠다는 확답을 주어야 할 겁니다.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되겠군요.”]김다온의 영입이다.
이 미래에 있어 중요한 남자는, 합류 조건으로 SL 벤피카의 풀백을 원하고 있었다.
김다온의 이름이야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고, 그가 언젠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는 풀백이 될 자질을 갖췄다는 것 역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비쌌다.
현재 소문만으론 SL 벤피카가 김다온의 이적료로 최소 4,200만 유로를 바라고 있으며, 때에 따라 이 금액은 5,000만 유로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은 수비수의 이적료라기엔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이적료였다.
오늘날까지 가장 비싼 수비수는 리오 퍼디난드로, 과거 맨유는 그를 데려오기 위해 리즈 유나이티드에 4,600만 유로를 냈다.
물론 결과적으론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적시장에서 수비수는 늘 중요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으로 이적이 이뤄져 왔다.
결국에 상업적인 이득을 주는 건, 항상 공격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SL 벤피카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었고, 전 세계의 18살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가진 풀백을 헐값에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바뀐 사내는 이내, 자신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라며 SL 벤피카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건, 그의 상황을 나아지게는 만들지 못한다.
상대가 최종적으로 요구한 답변 일은 올 연말까지.
만약 그때까지 만족스러운 답을 줄 수 없다면, 상대는 자신들이 아닌 다른 곳과 함께할 것이다.
“후우- 죽겠군.”
고민을 더 이어나가는 것이 괴로웠던 사내는 이만 하루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 다 되어가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도 일 적인 고민을 집으로 가져가는 건, 그가 유지해온 삶의 철학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생각을 사무실에 놓아두기로 한다.
사무실을 불을 끄고 밖으로 나선 그는, 밤늦게까지 수고하는 IT 부서의 직원들과 다른 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이 남자의 이름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Karle-Heinz Rummenigge).
바로, FC 바이에른 뮌헨의 이사장 겸 이적 총 책임자다.
***
작가의 말 ? 루메니게에게 김다온을 요구한 남자가 누군지 대충 아시것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