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45)
144화
2012년 11월 18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리스보아 스포르트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FC 노르셸란과 SL 벤피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그건 지역 사회와 어울리는 부분이다.
이것은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의 경제적인 사정이라든가, 리그가 세워지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착된 문화적인 요소가 개입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괜찮겠어? 만약 무리인 것 같으면, 날짜를 바꾸거나 다른 스태프를 보내면 돼. 그들도 충분히 이해할 거야.”
“아뇨. 괜찮아요. 꼭 해보고 싶었던 걸요.”
“그래? 그럼, 나야 좋고.”
SL 벤피카에는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위한 부서가 따로 존재했고,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피오 구스망(Pio Gusmao)이었다.
“같이 갈 사람은 네가 골라도 좋아.”
“진짜요?”
“응. 일단 네가 먼저 말을 하면, 우리 쪽에서 따로 이야기해볼 거야. 총 세 명이니까, 둘을 더 뽑으면 되겠다.”
난 당연히 같은 과자 가족인 안드레와 베르나르두를 선택했다.
“좋아. 그러면 21일 회복훈련이 끝나고 보자.”
“네. 그렇게 해요.”
포르투갈 무대 A팀에서 뛸 정도가 되면, 규모의 차이가 있다뿐이지 백이면 백 각자 스폰서를 두고 있다.
알다시피 난 이고, 베르나르두도 같은 제품을 착용하고 뛴다.
반면 안드레는…….
‘아!’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내가 뒤를 돌아보자마자,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피오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저, 안드레는…….”
“네! 저도 이제 생각났어요! 그럼, 니모는요?”
“걔는 오케이야. 그럼, 그렇게 정리할게.”
“네. 부탁드릴게요.”
다시 사무실의 문이 닫히고, 난 퇴근을 서두르기 위해 주차장으로 움직였다.
집으로 돌아가 쉴 생각인데, 오펠리아는 어제 다시 프랑스로 떠나 크리스마스가 되어갈 때쯤에야 리스본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당분간은 다시 또 훈련장과 집을 반복하는 생활이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그렇지.’
나는 21일 친구들과 함께, 인근 자선단체를 찾아 식료품과 의류 등을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팀의 스폰서이기도 한 의 후원을 받아 이뤄지는 행사인지라, 를 스폰서로 둔 안드레는 이번 행사에는 참여하기 어려웠다.
SL 벤피카는 이렇게 리스본의 사람들을 위하여 활발한 자선활동을 실천해왔고, 동료들은 다들 한 번쯤은 클럽을 위한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해왔다.
반면에 난 작년 1월에 합류한 뒤엔 구단 적응이 더 시급한 관계로 대상에서 제외되어왔고, 올 시즌도 올림픽 후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단 행사는 일절 참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이 나의 첫 번째 행사 참여였다.
그리고 또 27일에는 인근 무료 아카데미의 아이들을 위해, 축구화를 전달하는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되게, 기대되는 거 있지?] [그래?] [응.]모든 일정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난 주방에 앉아 어머니가 깎아주는 과일을 기다리고 있다.
분명 우리는 괜찮았던 집이었는데, 한번 가난이라는 것이 찾아오자 도무지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난 갑자기 바뀌어버린 환경에 적응할 수 없었고, 동시에 찾아온 축구장에서의 변화도 내겐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가난이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친구들은 가난이 잘못인 것처럼 나를 대했다.
쌀과 김치를 얻은 다음 날이면, 어떻게 알았는지 축구부 애들이 내 책상 위에 쌀과 김치를 놓아두곤 구걸을 하며 사는 거지라며 비웃거나 놀리기를 반복해왔다.
지금 나의 오기는 전부, 그런 시절을 견뎌오며 생긴 것이다.
학교에 대한 회의도 또 축구에 대한 회의도 그때 생겼다.
당시에, 나는 전부 관두자고 생각했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잘못된 사람 취급받기는 싫었으니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축구를 하려면, 못해도 한 달에 100만 원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장 싼 9만 9천 원짜리 선수용 축구화와 6만 9천 원 정도 하는 연습용 축구화가 한 달에 최소 두 켤레씩은 필요하고, 축구부에 내는 부비 같은 것들까지 합치면 못해도 그 정도는 있어야만 했다.
하루 세 끼를 먹는 식비를 버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휘어져 가던 부모님이셨기에, 축구를 더 한다는 건 내게 사치인 일이었다.
그래서 난 끊임없이 나 자신을 세뇌했다.
난 축구가 싫어. 난 축구에 재능이 없어.
결국은 돈이야.
돈을 벌어야 해.
평생 가난하게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소 남들에게 놀림 받지 않을 정도로라도 살려면 축구고 학교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어디에든 나가 돈을 버는 게 올바르다고 믿었었다.
[엄마, 있지. 장담은 못 하지만, 나 거기에 전부 다녀오고 나면 조금 어른이 될 것도 같아. 그럼 엄마가 나를 좀 덜 걱정해도 되지 않을까?]지금의 이 말은, 오펠리아와 만난 이후 집을 자주 비우는 걸 서운해하시는 것도 포함해서 하는 이야기다.
가난이 좋았던 유일한 점은 우리 가족을 똘똘 뭉치게 해주었다는 거였고, 누나가 없는 지금 엄마가 내가 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 것을 서운해하는 이유를 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린 서로가 가까운 곳에 있을 때, 안정을 느낀다.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이니까.
[그래도 나 이렇게, 누구한테 뭐 해줄 수 있게 잘 컸잖아.] […….] [엄마?]오늘 한 지금의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었던 것들이었다.
심지어 누나에게도 말이다.
물론 가족들은 내가 축구를 관두려는 이유를 알고 있었겠지만, 거기에 숨은 이야기들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싱크대 쪽으로 몸을 돌리고 계신 엄마는 어느새 흐느끼고 계셨고, 난 그런 엄마를 안아드렸다.
[왜 울어. 아들 잘 컸는데.] [아들. 미안해.] [……뭐가 미안하냐.]엄마의 미안하다는 말에 나도 눈물이 핑 돌았고, 이내 우리는 훌쩍거리면서 조용히 각자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탁-
[과일 먹어. 응?] [네.] [……그래. 아들.] [응?] [사랑해. 알지?] […….]난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어, 그냥 조용히 고개만 끄덕거렸다.
평소에는 건성으로라도 생각 없이 잘 대답했으면서,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게 쉽게 나오지 않았다.
따뜻한 손길이 내 머리카락과 어깨를 스쳤다가 사라지고, 방에 홀로 남은 나는 엄마가 깎아준 사과를 입으로 가져갔다.
와삭-! 사각, 사각.
맛있네.
생각해보면, 엄마가 해주는 것들은 늘 맛있었던 것 같다.
그건 분명, 엄마의 마음이 담겨서일 거다.
‘무슨 사춘기도 아니고.’
유치한 말이었다는 생각에, 난 조금 부끄러워졌다.
“킁-!”
그나저나, 막힌 코는 대체 언제 뚫리는 거람?
난 더 울지 않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오늘은, 게임이나 조금 해야 할 것 같다.
***
2012년 11월 20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승리를 비롯해 최근 팀의 경기력이 몰라보게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서, 비판 일색이던 여론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그걸 잘 알면서도 그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미디어들은 우리가 초반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앞다퉈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에게 혼이 나고 싶지 않아, 너도나도 고자질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의 한 기자는, 제수스 감독님이 처한 상황이 누구도 풀어내기 쉽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성과는 미미했고 팀의 젊은 스쿼드는 검증된 것이 매우 부족했다면서 말이다.
설령 재능을 갖추었다고 해도 젊은 선수 중 유일하게 검증된 것은 나밖에 없으며, 그런 상황에서 팀의 중심이 되어줘야 할 이들이 계약 문제로 말썽을 일으켰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사비올라는 이적을 모두 거부한 채 팀에 남아, 연봉만 받아먹겠다는 심보를 발휘하여 팀을 다시 한번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FC 바르셀로나 경기 이후 엔초가 다시 선발로 투입되었던 건, 사비올라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일이었다는 것도 말이다.
여긴 아르헨티나에서 온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고, 그들에게 사비올라라는 존재는 큰 형이나 다름없다.
물론 또 다른 아르헨티나 출신의 베테랑인 아이마르가 있긴 했지만, 알다시피 그는 축구와 아내밖에 모르는 조용하고 또 소극적인 사람이다.
그렇다고 사비올라를 엔초처럼 B팀으로 보내자니, 그건 그것대로 또 문제가 되었다.
여기에서 뛰지 않는 사람이라면 절대 모르겠지만, 사비올라가 가진 팀 내에서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그는 기자들과도 무척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일에 대해 거리낌 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를 보여주고도 있다.
반면에 점차 떨어지고 있는 기량은 그를 벤치에 둘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팀 내 몇몇은 경기에서 뛰지도 않는 사비올라가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불만을 느끼고 있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제수스 감독님은 작년부터 사비올라를 내보내려고 했었던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팀에 남았다.
그래서 감독님은 그런 사비올라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유럽에서 선수와 감독의 관계는 한국과는 달리 수평적인 것이라, 상사-부하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이해해서는 안 된다.
또 상업적인 부분도 있다.
사비올라는 지난 시즌 팀 내 유니폼 판매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여전히 많은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스쿼드. 어린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올라설 때까지 버텨줘야 할 중견층은 계약과 태업 등으로 팀을 위해 열심히 뛰어주지 않았다.
보통 축구팬들은 이럴 때일수록 감독이 전술적인 변화를 주거나 태업하는 이들을 과감히 빼버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였다면 진즉 우리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바보인 것도 아니고, 굳이 감독님이 아니더라도 팀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으면 언제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곳이다.
제수스 감독님의 방법이 최선임을 알았기에, 그걸 따랐던 거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시즌이 시작되고 나면 프리시즌 동안 준비해왔던 것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팀이 충분히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고, 결국 그것을 통해 결과가 수습되지 않는다면 선수들에게 좋은 핑계만 주는 셈이 된다.
보아라. 감독이 문제이지, 우린 문제가 아니지 않냐?
이런 핑계 말이다.
새로운 선수의 영입 없이, 시즌 도중 팀에 큰 변화를 주는 축구 감독이 없는 이유다.
결국엔 그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팀을 정신적으로 묶고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믿는 부분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물론 감독님은 한두 번의 실수를 하긴 하셨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것을 잘 해결하셨다고 본다.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말했던 것처럼 이젠 묻어버리고 가도 되는 정도로 팀이 성장했고, 그래서 오늘과 같은 라인업이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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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30분 전
SL 벤피카 0 : 0 셀틱 FC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4-2(D6)/4-4-2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프레이저 포스터
RB ? 김다온 / RB ? 미카엘 루스티그
CB ? 자르데우 / CB ? 에페 에릭 엠프로스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켈빈 윌슨
LB ? 이스마일리 / LB ? 아담 매튜스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조 레들리
DM ? 엔초 페레즈 / DM ? 빅토르 완야마
RAM ? 막시 페헤이라 / RAM ? 스콧 브라운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찰리 멀그루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요르고스 사마라스
ST ? 리마 / ST ? 개리 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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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감독님이 명단을 발표하셨을 때, 우리 모두는 놀라움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선발에서 제외된, 혹은 후보명단에조차 들지 못한 이들까지도 흥미진진하게 설명을 들었을 만큼, 무척이나 신선하면서도 또 파격적인 의도가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그것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야 팀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으니, 기본적인 것에서 벗어날 수 있겠군.”]감독님의 이 말도 아까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팀이 기본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변형문제를 적용해도 된다는 뜻 말이다.
팀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전술에 변화를 주는 건 최후의 최우까지 아껴야 할 수단이고, 다행히도 우린 거기까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의 변화는 팀이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전혀 의미가 달랐다.
“어제도 말했지만, 우리의 의도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셀틱 FC는 매우 전투적인 팀이다. 그건 너희도 겪어봐서 이미 알고 있겠지.”
“…….”
“그렇기에, 엔초. 마티치. 너희 둘이 가진 그 열정이 필요한 거다.”
셀틱 FC는 그레이트브리튼(The Great Britain)에 속한 팀답게, 무척이나 거칠고 또 빠른 축구를 추구했다.
특히 중앙 미드필드 이룬 조 레들리(Joe Ledley)와 빅터 완야마(Victor Wanyama) 듀오는 터프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울 남자들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과 맞서기 위해, 팀은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사람들이 필요했다.
아이마르와 니코, 또 안드레는 기술과 전진하는 능력에서 큰 장점을 보여주지만, 오늘처럼 거친 선수들을 상대로는 뚜렷한 약점이 드러난다.
반면 엔초와 마티치는 전진 기술에서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상대가 주먹을 한 번 휘두르면 두 번 휘둘러 받아칠 수 있는 투지를 가지고 있다.
그게 오늘 팀 중원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 판단하신 거고, 감독님은 지금 이 두 사람에게 야수가 되어줄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저들의 장점 역시 명확하다. 저들은 왼쪽에서 공격을 해오려고 들 거야. 아마도 피치 위에 올라서고 나면,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겠지. 하지만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며칠 전 수비수들끼리 면담을 진행할 때에도 나온 이야기지만, 셀틱 FC의 가장 위협적인 공격 패턴은 왼쪽 측면에서 올려주는 크로스를 요르고스 사마라스(Georgios Samaras)가 헤더로 마무리 짓는 것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패턴이 상당히 특이했는데, 멀그루는 본래 센터백이나 볼란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였지만 왼쪽 측면에서 타깃형 스트라이커와 같은 일을 한다.
셀틱 FC의 후방에서 왼쪽으로 볼을 띄워주었을 때, 멀그루가 헤더경합에서 따낸 볼을 레프트백 아담 매튜스(Adam Mattews)나 스몰 스트라이커 개리 후퍼(Gary Hooper)가 따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의도적으로 오른쪽 풀백의 근처에서 헤더 경합을 하는 멀그루에게, 스코틀랜드 리그의 많은 팀이 고전해왔다.
“다온! 막시! 너희 둘은 굳이 멀그루와 다툴 필요가 없어. 녀석이 편하게 볼을 잡게 해.”
“네.”
“좋아. 어차피 그가 발밑에 볼을 두어봤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우리에게 보여준 전술을 그대로 가져온 셈인데, 그것을 우리 벤피카의 사정에 맞게 해석했다는 점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훈련할 때 가끔 막시가 오른쪽 윙어 자리에 서고 내가 풀백자리에 설 때가 있었는데, 설마 이런 것을 생각하셨던 건가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막시와 내가 이런 임무를 얼마든지 수행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명심해라! 이 상황이 낯설다고 느끼는 녀석들도 있겠지만, 결국 너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감독님은 언제나처럼 우리를 믿어주고 계신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방법을 안다고 말이다.
포지션과 역할에 다소의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감독님의 축구는 플랫 4-4-2에 기반을 둔다.
모든 것은 그 기본에서의 변형일뿐이고, 그래서 처음 받아든 낯선 포지션과 역할도 큰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다.
SL 벤피카의 축구란, 바로 그런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피치 위로 나가 그걸 보여주는 것뿐.
루이장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아르투로가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새로운 시도야! 하지만 두려워할 건 없어! 피치 위로 나가, 저들을 찢어 버리자! 이 스타디움에서의 주인은 저 빌어먹을 녀석들이 아니라 우리라는 걸 보여주는 거야! 벤피카!!”
“Time Unido!! Um Time!!”
치미 우니도, 움 치미.
하나 된 팀. 또 하나인 팀.
이건 벤피카가 아주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이 클럽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이다.
***
작가의 말 ? 이전 화의 댓글을 통해, 제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본문에 꽤 많은 수정을 가했고, 설명도 많이 보탰습니다.
저는 현실에서도 축구를 볼 때도, 항상 본문처럼 생각해 왔습니다. 친구들과 술 한잔하며 축구에 대해 말할 때도, 그렇게 쉽게 팀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으면 누가 해고되겠냐고 했었죠.
주제 무리뉴가 인테르 시절 말했습니다.
‘축구감독은 훌륭한 선생님이 아니라, 훌륭한 조타수여야 한다. 선수들은 모두 프로이고 그들은 이미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러니 그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일을 올바로 흘러가게 둬야 한다.’
전 본문에서 제수스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또 팀이 변화하는 것을 보며 전술을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고, 면담장면을 부각했던 게 에메리처럼 보이게끔 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제 실책이 맞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제수스를 무능하게 그릴 의도는 없습니다.
현실 여부를 떠나, 제 글에서 그럼 안 되니까요.
전 그냥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과 다온이가 타인의 실수로 인한 환경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다른 축구 소설에서 주인공이 뛰는 팀의 감독이 명장에다 천재이고 전술적으로도 완벽하다는 걸 알지만, 전 그런 글은 죽어도 못씁니다.
인간은 실수합니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성장하죠.
주변 인물들에 관한 피드백은 100% 수용하겠습니다.
제 장점이었던 만큼, 그게 없어지면 안 되겠죠.
이전 야구 글이 제겐 너무 아픈 손가락이다 보니, 이런저런 변화를 주려고 했던 게 오히려 발목을 붙잡은 것 같습니다.
쓴 소리고 늘 달게 듣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