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47)
146화
후반전에 팀 전술을 쓰리백으로 변경한 효과는 내 기대치를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
페널티에어리어 안에 가라이(189cm)-마티치(194cm)-자르데우(192cm)라는 스카이라인이 형성되면서, 전반전에 사마라스와 멀그루로 재미를 본 셀틱 FC의 공격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셀틱 FC의 선수 중 드리블돌파가 빼어나다고 볼 수 있는 자원은 없었기에, 크로스를 통한 제공권의 이점이 사라지자 자연스레 공격력이 무뎌진 것이다.
공격이 답답해지자 저들은 숫자를 더 늘릴 필요가 있었고, 셀틱 FC의 선수들이 보았을 때 측면에 공간이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양쪽 풀백이 측면 미드필드 위치까지 올라서면서 얼핏 공간이 생겨난 것 같았겠지만, 기본적으로 막시와 이스마일리는 윙백이지 측면 미드필드는 아니었다.
스콧 브라운의 크로스가 간단히 차단된 사이, 이스마일리는 부지런했고 반대로 미카엘 루스티그(Mikael Lustig)는 아니었다.
그래서 난 엉뚱한 방향을 보고 있던 엔초에게 패스를 달라고 소리쳤고, 축구공을 전달받자마자 곧장 이스마일리가 달려나가고 있던 방향으로 길게 패스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그게 득점으로 연결됐다.
일련의 과정 모두, 무척이나 명료했다.
‘이젠 우리 흐름이야.’
부쩍 바빠진 셀틱 FC의 벤치 주변을 흘끗 바라보던 나는, 많이 가까워져 있는 셀틱 FC의 중앙 미드필드들을 보았다.
엔초는 날 지켜주기 위해 위쪽에 자리를 잡았고, 난 그와 마티치 사이에서 커버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지금은 공세를 버텨내야 하는 시간.
저들의 힘을 소비시켜야 한다.
“막시! 저기!”
우선 셀틱 FC는 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왼쪽 공격을 다시 한번 시도하려고 했다.
페널티에어리어 모서리에 자리 잡은 멀그루가 기점이 되었고, 아담 매튜스와 개리 후퍼가 그의 주변에서 빈공간으로 움직여 패스 전달받을 준비를 마친다.
난 완야마가 멀그루에게 패스 보내는 것을 확인하며, 막시에게 매튜스의 오버랩을 경계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멀그루에겐 따로 자르데우가 붙어줄 것이다.
팀이 쓰리백 포진을 하면서 생긴 또 다른 장점 하나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세 명의 중앙수비수 중 한 사람이 조금 앞으로 나오더라도, 여전히 페널티에어리어 안에 두 명의 수비수를 남겨둘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멀구르는 앞쪽으로 패스를 보내지 못하고 다시 후방에 있던 완야마에게 패스를 돌려줄 수밖엔 없었다.
셀틱 FC의 공격이 후방으로 밀려나며 지연된 순간.
이는 우리에겐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난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며 팀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공간에 섰고, 몇 번이나 멈칫하던 완야마는 속도를 완전히 늦추고 돌아서선 팀의 최종 수비에 패스를 보냈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셀틱 FC의 진영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말을 하는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손짓으로 보아 전진하란 의미라는 건 확인할 수 있다.
다시 고개를 돌린 나는 어떤 쪽이 전진하는가를 살폈는데, 셀틱 FC는 두 명의 볼란치 위치를 매우 높은 지점까지 조절해 버렸다.
현재 그들이 우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판단과 그리고 이런 도움 없이는 수비를 뚫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도움이 더 필요해졌지만, 더 많은 위험부담을 떠안게 된 것은 셀틱 FC라고 본다.
나는 그래서 드로인이 준비되던 때에, 베르나르두에게 소리쳤다.
“베르나르두! 저기!”
“…….”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슬쩍 쳐다본 베르나르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으로 OK 사인을 만들었다.
축구장 밖에서는 매번 말을 못 알아들으면서, 어떻게 피치에서는 이렇게 찰떡같이 알아듣는지 모르겠다.
밖에서도 저러면 좀 좋아.
역시나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난 이번엔 페널티에어리어 안쪽에 힘을 조금 더 보탰다.
왼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이스마일리는 오늘 공수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곤 있지만, 크로스를 허용하는 빈도가 너무 잦았다.
이번에도 다행히 모라에스가 앞서 커트를 해냈지만, 가라이가 소리치고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크로스를 이쪽으로 넘겨주고 있다는 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늘 경기는 승점 3점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가능하다면 최대한 많은 득점을 기록해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삐익-! 삐익-!!
후반 11분.
우리는 셀틱 FC의 공세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실점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이런, 빌어먹을! 이스마일리!”
이스마일리는 이번에도 스콧 브라운의 크로스를 막아내지 못했고, 이것은 결국 사마라스의 헤더로 이어져 버린 것이다.
분명, 후반전의 흐름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유리했다.
그냥 이번 한 번만 넘기면 됐는데.
‘아, 젠장.’
우리는 최근의 두 달보다 훨씬 더 나은 팀이지만, 아직 최고의 팀이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실망감이 저 멀리에서부터 밀려오고 있었지만, 나는 일단 그것을 막아내려고 한다.
‘아직, 남았어.’
아직 시합은, 최소 37분 정도는 남아 있다.
***
17살의 나이로 아르헨티나 1군 무대에 데뷔한 엔초 페레즈는, 주변의 모두가 인정하던 선수였다.
1군 데뷔 이후에는 재능을 인정받아 명문 에스투디안테스로 이적했고, 69경기에서 6골 4어시스트를 올렸다.
그리고 2009년 9월 30일에는 생에 첫 A대표팀이 되어 국제적인 주목도 얻었다.
비록 잦은 부상이 발목을 붙잡아왔지만, 엔초 페레즈는 항상 최고 수준의 재능을 지녔단 평을 받아왔고, 2011년 6월에 540만 유로의 이적료로 SL 벤피카로 이적하게 되었다.
하지만, 큰 꿈을 품고 날아온 포르투갈에서의 삶은 엔초의 예상대로는 흘러가지 않았다.
그는 악셀 비첼-하비 가르사이라는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드에 밀려 항상 팀 내 삼인자였고, 그것도 혼자가 아닌 네마냐 마티치라는 경쟁자와 같은 위치였다.
게다가 데뷔전부터 시작해, 경기력 역시 좋지 못했다.
엔초에게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SL 벤피카는 그해 겨울 에스투디안테스로 6개월 임대를 결정했고, 팀을 떠났다 다시 돌아온 그는 많은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자리를 비운 6개월 동안 팀의 미드필드는 하비 가르시아와 악셀 비첼을 중심으로 편성되어 버렸다.
그리고 본래 뛰던 수비형 미드필드가 아닌, 중앙 미드필드로 뛰어야 하는 부분 역시 문제가 되었다.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는 2012/13 시즌이 끝났을 때는 이미 26살이 된 뒤였고, 더는 유망주로 보기 어려운 나이가 된 엔초는 조바심을 느꼈다.
바로 그런 순간에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김다온이 계속해서 피드백을 가해왔는데, 너무나도 정확한 지적이라 엔초는 화를 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계속되는 부진.
엔초는 SL 벤피카가 자신을 영입한 이유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처럼 뛰고 있었다.
그리고 더 최악일 수 없다고 믿었던 순간, 제수스로부터 받아든 B팀행 통보.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던 엔초 페레즈에겐 견디기 힘든 일이었고, 결국 그는 B팀에서 폭발해버리고야 말았다.
모든 것은 엉망이 되었다.
리스본의 사람들은 그가 팀을 위해 떠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르헨티나로 돌아가고 싶어.”]궁지에 몰린 엔초는 자신의 에이전시인 ‘GM Sports Management’에 전화를 걸어, 아르헨티나 복귀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침울한 기분으로 홀로 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던 그의 앞에, 뜻밖의 인물이 나타났다.
[“패배자처럼 보이는군.”] [“절 놀리시려고 왔나요? 그렇다면 악취미네요, 조르제.”] [“……미안하네.”] [“??”]조르제 제수스의 입에서 사과가 나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엔초였기에, 그는 당시 망치로 머리를 두드려 맞은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수스는 분명한 어조로, 엔초에게 한 번 더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사과는 엔초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조르제 제수스는 멍한 표정의 엔초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를 B팀으로 보내서가 아니야. 그렇다고 내가 자네에게 보여준 내 태도를 사과하려는 것도 아닐세. 내가 사과하는 이유는, 자네를 좀 더 일찍 포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야.”] [“…….”] [“지금은 힘든 시간이지, 엔초. 그렇지만, 생각해보게. B팀에서 뛰는 선수를 보며 무엇을 느꼈나? 그들은 자네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다는 건, 바로 그런 의미일세. 그런데 자넨 그것을 보고서도 금세 포기하려고 하는군.”]제수스는 엔초 페레즈의 거실 테이블 위에, 주머니에서 꺼낸 서류 하나를 툭 던져 놓았다.
[“이곳에서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만약 자네가 그런 노력을 멈추길 바란다면, 언제든 말하게. 에두에게 자네를 방출해 달라고 할 테니까. 그건 이적 동의서야. 원하는 팀의 이름을 적어두도록.”]물론 선수가 직접 이적 동의서에 원하는 팀의 이름을 적는 경우는 없다.
그냥 이것은 제수스의 상징적인 행동과 메시지였으며, 다시 홀로 남게 된 엔초는 테이블 위에 놓인 이적 동의서를 몇십 분이고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축구선수라면. 특히 SL 벤피카 정도 되는 팀에서 뛰는 선수라면, 본인의 실력과 시합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대해 자부심이 없을 순 없다.
그래서 그것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는 심각한 좌절을 겪기도 하며, 매사에 감정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엘리트 수준의 승부욕을 가진 이들에겐, 무척이나 당연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선수 중 하나였던 엔초에게 제수스가 한 이야기는, 자존심을 긁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었다.
[‘난 이곳에서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계속해서 내면의 깊은 곳으로 파고든 엔초는 본인이 어느새 플레이에서 타협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징계가 끝난 뒤 제수스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저를 다시 A팀으로 넣어주세요, 조르제.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후회하실 겁니다.”] [“……협박인가?”] [“아뇨. 진실을 말하는 거예요.”] [“…….”]엔초의 말에 자세를 고쳐 잡은 제수스는 다음 B팀 경기에서 그것을 증명하라고 했다.
그리고 정확히 3일 뒤, 엔초 페레즈는 아틀레티코 TP와의 경기에서 1골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3 : 0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득점와 어시스트보다 더 좋았던 것은, 그가 본인의 포지션에서 보여준 탈압박 능력이었다.
[“어때요?”] [“……내일 꼭대기로 출근하게.”]그렇게 다시 A팀에 합류한 엔초 페레즈는 자신이 망쳐놓은 것들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고, 그 방법은 바로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엔초! 오른쪽!”
그중에서도 특히, 모기처럼 앵앵거리고 또 귀찮게 하는 김다온의 목소리를 말이다.
‘오른쪽? 좋아.’
파앙-!!
개리 후퍼와 빅터 완야마의 압박을 절묘한 드리블로 돌파해낸 엔초가, 김다온의 목소리에 반응해 오른쪽 넓은 공간으로 패스를 보냈다.
상대의 전방압박을 훌륭하게 뚫어내 팀이 전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플레이였고, 이에 관중석과 벤치 모두에서 커다란 박수가 이어졌다.
이는 엔초가 본래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는 압박을 드리블로 돌파할 수 있다.
뒤를 돌아보며 김다온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준 엔초.
그는 여전히 그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김다온의 장점을 끝까지 뽑아먹겠다고 생각했다.
탈압박을 하는 것엔 능하지만, 늘 시야가 부족해 그다음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 엔초 페레즈에게 김다온이 가진 재능은.
‘어딜!’
쿵-!!!
“큭-!”
본인이 향후 더 빅클럽으로 진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엔초 페레즈는 지금, 김다온을 더 철저하게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여기야!!!”
온몸을 이용해 완야마의 돌진을 저지한 엔초 페레즈의 수고 덕분에, 안정적으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던 김다온이 편안한 자세로 패스를 띄워 보낸다.
축구공은 오른쪽에서 오버랩하던 막시 페헤이라의 앞에 정확히 떨어졌고, 이는 셀틱 FC의 미드필드 뒷공간을 파고든 베르나르두를 거쳐 오스카 카르도소의 두 번째 골로 이어졌다.
‘그렇지! 그래야지!’
잔디밭에 엎드린 채 전방의 상황을 쳐다보던 엔초 페레즈가, 골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며 손바닥으로 잔디밭을 연신 두들겨댔다.
이것은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쁨표현이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뒤에 몸을 일으키려던 엔초의 눈에, 어떤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응?”
고개를 든 그의 앞엔, 오늘 두 번이나 득점의 시발점 역할을 한 김다온이 있었다.
“그거 아팠지? 어? 분명, 아팠을 거야.”
“……하하.”
“아팠으면 좋겠네.”
“뭐?!”
“Vamos! 어서 내 손 잡아.”
“이런!”
진심이 섞이지 않았다곤 볼 수 없는 김다온의 농담에, 엔초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도 그가 내민 손을 거절하지 않았다.
“고마워.”
“……그래. 별말을.”
엔초는 처음으로, 김다온에게서 감사의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몸을 날려 자신을 보호해 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조르제 제수스의 사과.
그리고 김다온의 감사.
이 두 가지를 통해 많은 감정이 교차되는 것을 느낀 엔초는, 아주 조금이었지만 예전보다 더 SL 벤피카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그래 봤자, 아주 조금이지만 말이야.’
2 : 1로 앞서나가기 시작하는 벤피카.
그리고 엔초 페레즈는 셀레브레이션 후에 돌아오는 동료들을 보며,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실수하지 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이 말은 한편으론, 본인을 향해 외치는 것이기도 했다.
***
·후반 34분
SL 벤피카 2 : 1 셀틱 FC
셀틱의 에너지가 고갈되었다고 느낀 시점은 후반 20분이 지나면서부터다.
잠깐은 날카로웠으나 다시 단조로워진 공격과, 많이 뛰어다니느라 지친 두 명의 볼란치와 풀백의 기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에겐 아직 힘이 남아 있어 보였고, 이 차이는 감독님이 리마를 대신해 니코를 투입하면서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넓게 펼쳐진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의 공간에서 니코는 자유자재로 뛰어다녔고, 팀에 창의성을 보태어줄 수 있는 그의 패스는 셀틱 FC가 더는 라인을 높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셀틱 FC를 그들의 진영에 가둬두고 공격하는 패턴이 이어졌는데, 덕분에 나는 매우 편안한 경기를 하고 있었다.
측면을 막시와 이스마일리에게 맡겨두었기에 스프린트를 할 일도 적어 체력도 여유가 있었고, 엔초가 일종의 바리케이드 역할을 해주고 있어 몸을 부딪칠 일도 적었다.
매번 이렇게 축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 지금 매우 평온함을 느끼고 있다.
물론, 방심해선 안 되겠지만.
‘온다.’
비록 창끝은 무뎌져 있지만, 셀틱 FC는 그 무딘 창끝으로나마 간간이 공격을 시도해오고 있다.
그리고 그 무딘 창끝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나는, 엔초에게 한쪽을 막아둘 것을 외치면서 셀틱 FC가 왼쪽을 움직이려 하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이미 지쳐버린 멀그루와 매튜스의 전진 속도는 매우 늦었고, 오히려 지금은 레들리를 대신해 들어선 토니 와트(Tony Watt)의 존재가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난 곧장 뒷걸음질 치며 와트의 곁에 달라붙었고, 완야마가 기계적으로 시선을 이쪽에 두는 것을 확인한 순간엔 주저하지 않고 커트를 위해 움직였다.
‘닿아라. 닿아라, 제발.’
길게 뻗은 오른쪽 발끝에 축구공이 닿으며 방향이 틀리고, 역동작에 걸린 와트가 넘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난 멀어지는 축구공을 쫓았다.
힘겨워 보이는 와중에도 멀그루가 내 앞을 막아서지만, 당장이라도 다리가 풀릴 것 같은 그의 하체는 그의 의욕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
달려가던 기세를 활용해, 난 발바닥 아래에 축구공을 놓아두며 동시에 급제동을 걸었다.
제자리에서 해야 하는 드래그 백(Drag Back)을 응용했다고 보면 되는데, 평소 풀백에서 뛰며 스프린트를 많이 할 때는 이 시간대에 절대로 시도할 수 없는 동작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허벅지와 무릎이 버틸 수 있었고, 휘청이며 비틀거린 멀그루가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는 동안 유유히 그의 옆을 빠져나갔다.
드리블의 방향을 골대가 아닌 사이드라인 쪽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긴 했지만, 막아서는 선수가 없는 지금 편안하게 페널티에어리어 쪽을 바라볼 수는 있다.
해트트릭을 노리는 카르도소가 셀틱 FC의 수비수들을 끌어들이고, 내 타깃은 이를 틈타 넓은 공간으로 빠져나온 베르나르두의 발밑이었다.
빠르고 낮게 깔아서 찬 패스가 정확히 목표지점에 도착하고, 볼이 움직이는 흐름이 맞춰 왼쪽에 공간을 터준 베르나르두의 패스는 니코의 발을 거쳐 슈팅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태앵-!!!
{“아아아아…….”}
골이 될 것 같았던 니코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으며 튕겨 나왔다.
그리고 다급하게 볼을 처리하려던 켈빈 윌슨(Kelvin Wilson)이 헛발질을 하고야 만다.
무게중심이 잔뜩 뒤로 쏠려 있었던 그는 엉덩방아를 찧었고, 그러는 사이 카르도소가 볼을 확보한다.
이를 본 순간, 난 본능적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골대를 등지고 서 있던 카르도소는, 어렵지 않게 날 발견하곤 발 안쪽으로 가볍게 축구공을 밀어냈다.
지금의 이 패스는 내게 슈팅을 시도하라 외치고 있었는데, 중요한 건 이런 상황에선 왼발을 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중이었고, 카르도소의 패스는 정면이 아닌 중앙에 치우친 곳으로 향하고 있다.
‘에잇, 젠장!’
고민하기엔 주어진 시간은 부족했고, 이런 흐름에서 지체하다 볼을 빼앗기는 게 가장 최악이다.
‘에라이, 해보자!’
마지막까지 왼발로 슈팅을 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던 나.
그래서 다소 이상한 자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른발 바깥쪽을 축구공에 가져다 대기로 했다.
슈팅 타이밍을 잡으려 마지막 보폭을 매우 크게 내디뎠는데, 이게 오히려 셀틱 FC 선수들의 타이밍을 빼앗아 버린 것 같다.
그리고.
펑-!!!
‘어?’
슈팅하는 순간 셀틱 FC 선수들 다수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정작 가장 놀라버린 것은 내 쪽이다.
그저 발을 가져다 대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슈팅이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잔디 위를 저공비행 하여, 셀틱 FC의 골대 왼쪽 아래로 들어가 버렸다.
“!! 우와아아악-!!!!”
거의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내지르며, 난 몸을 돌려 무작정 피치 위를 달렸다.
나를 붙잡아 세우려던 베르나르두를 피해서 또 계속 달렸고, 그렇게 얼마 뒤엔 슬라이딩하며 그대로 잔디 위에 드러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내 위에 동료들이 덮였다.
한 명. 두 명. 그리고 세 명.
또.
[우욱-! 무, 무거워어~]견디기 힘든 무게가 날 짓눌러 왔지만, 어째서인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그저 웃음만 나왔다.
솔직히, 홈런이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슈팅이었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내가 전혀 의도치 않았다는 걸 알까?
“얻어걸렸네.”
“엥? 알고 있었어?”
“물론이지. 세상에 누가 그런 자세로 슈팅을 하는데?”
“그렇게 이상했어?”
“나중에 하이라이트로 봐.”
“…….”
가라이의 지적이 머쓱해 머리를 긁적인 나는, 3 : 1로 바뀐 전광판의 숫자를 확인한 뒤 관중석을 돌아보며 두 손 높이 손뼉을 쳤다.
이제부터, 저들의 목소리가 더욱 경기에 필요해졌으니까.
역시나 팬들은 더욱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한 목소리로(Numa so voz).
나는 이렇게 소리를 지를 거야(Eu vou gritar).
“Sport Lisboa e Benfica.”
라라라. 라라라라.
오늘은 무척이나, 저 노래를 듣기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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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결과
SL 벤피카 4 : 1 셀틱 FC
[골] 오스카 카르도소 : 후반 7분(베르나르두 실바), 후반 21분(베르나르두 실바)김다온 : 후반 35분(오스카 카르도소)
니코 가이탄 : 후반 43분(F.K)
김다온 – 96분 출전(평점 8.9/팀 내 2위)
***
·2012/13 Champions League Group G Table
1. FC 바르셀로나 : 4승 0무 1패 승점 12점 / 12득점 5실점
2. SL 벤피카 : 2승 1무 2패 승점 7점/ 6득점 5실점
3. 셀틱 FC : 2승 1무 2패 승점 7점 / 6득점 8실점
4. S. 모스크바 : 1승 0무 4패 승점 3점 / 4득점 10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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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G 잔여 경기일정
2012.12.05. FC 바르셀로나 VS SL 벤피카 (@누캄프)
2012.12.05. 셀틱 FC VS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셀틱 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