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54)
153화
(아미르 파나데로) – Barca TV 스튜디오 호스트
“이 얼마나 발칙합니까! 안 그래요?”
(폴 라시오네로) -Barca TV 스튜디오 애널리스트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그의 콧대를 눌러줄 기회가 없다는 겁니다. 인정합니다, 인정해요. 그는 아마도 현시점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10대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메시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죠. 이건 마치 이카로스의 일화와도 같아요. 너무 높게 올라가지만 않으면 됐는데, 아버지의 조언을 망각한 어리석은 아들은 결국 태양에 날개가 녹아 아래로 추락했죠.”
(아미르 파나데로)
“아마도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저처럼 분개했을 겁니다. 누구라도 그랬겠죠. 메시에게 겁쟁이냐고 말한 표현은 선을 넘어도 크게 한참 넘은 겁니다. 누구도 그런 말을 할 순 없으니까요.”
(이라티 세레세로) – Barca TV 스튜디오 애널리스트
“그는 대가를 치를 겁니다. 분명, 대가를 치르고 말 거예요.”
.
.
2012년 12월 5일. 08028 바르셀로나, 스페인. C. 다리스티데스 마이욜. 캄 노우(Camp Nou. C. d`Aristides Maillol. 08028 Barcelona, Spain).
·경기 시작 1시간 전
FC 바르셀로나 0 : 0 SL 벤피카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호세 마누엘 핀토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마르틴 몬토야
CB ? 자르데우 / CB ? 카를레스 푸욜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아드리아노
LB ? 김다온 / LB ? 카를레스 플라나스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알렉스 송
DM ? 안드레 고메스 / CM – 티아고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CM ? 세르지 로베르토
LAM ? 니코 가이탄 / RW – 하피냐
ST ? 호드리구 / LW ? 크리스티안 테요
ST ? 리마 / ST ? 다비드 비야
.
.
캄 노우.
영어식 발음으로 누캄프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카탈루냐어로 새로운 경기장(New Ground)을 의미한다.
이곳의 총 좌석은 99,354석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전용 축구장이며, 동시에 가장 시끄러운 경기장으로도 유명했다.
그리고 오늘.
“그 빌어먹을 새끼를 죽여버리겠어!!”
“A la gran Puta!! 아예 병신을 만들어 버려야 해!!”
“메시는 신이다!! 그 병신은 쓰레기!!”
“메시는 신이다!! 그 병신은 쓰레기!!”
캄 노우를 찾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흉흉한 기세를 감추지 않고 있다.
“허-! 그거 들었나?”
삑-! 삑-!
“뭐 말이야?”
삑-! 삑-!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들의 티켓을 확인하는 아벨(Abel)과 에릭(Eric)은 각자 7년 넘게 FC 바르셀로나의 소속으로 근무를 해왔다.
물론 이것은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두 사람 모두 경기가 없는 날이면 다른 직장에 출근했다.
삑-! 삑-!
둘은 밀려드는 사람들에 잠깐 대화를 중단했다가, 조금 여유 있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현장 판매만 3만 장이 넘었다는데?”
“뭐?! 진짜?”
“그래. 처음 있는 일이라더군.”
챔피언스리그의 티켓 배분은 기본적으로 응모와 추첨의 방식을 취하지만, 남는 분량은 현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본래 오늘 경기 사전 예약분은 5만여 장으로 2층 일부까지만 좌석이 들어찰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현장에서 많은 양의 티켓이 팔리며 3층을 개방하게 되었다.
“허-! 바르셀로나는 그 미친 녀석에게 절이라도 해야겠는데?”
“왜, 아니겠어! 그런데 어차피 수익은 나눠 가지잖아.”
“그럼 허리만 굽히라고 하지, 뭐.”
“클클클클. 내가 그래서 자네를 좋아해, 에릭. 그 농담 말이야.”
캄 노우는 이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와 셀틱 FC와의 홈경기에서 각각 73,850명과 77,781명을 수용했다.
하지만 이번 시합은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고, 메시가 결장한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티켓의 판매가 무척 부진했다.
하지만 전날 김다온이 단 댓글 하나로 인해, 공동체 의식이 남다른 카탈루냐의 사람들은 가만히 집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김다온과 그의 가족을 저주하며 경기장에 들어섰고, 벌써 저 멀리에서는 쿨레스(Cules/작자 주 : 꾸레의 카탈루냐식 발음)의 합창이 들려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려 시계를 바라본 아벨은, 슬슬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해 몸을 풀 때란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슬슬 시작하겠군.’
FC 바르셀로나의 팬, 더 나아가 이곳 카탈루냐 지역의 사람들에게 리오넬 메시는 평범한 축구선수 그 이상이었다.
그는 이 도시 사람들의 자부심이자 모든 것이었다.
만약 카탈루냐 지역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메시가 대선에 나선다면 만장일치로 당선될 것이란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에게 메시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한데, 그런 메시를 대한민국 출신의 18살 풀백이 도발했다.
이는 여태껏 없었던 일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리오넬 메시를 겁쟁이라 말하지 않았는데, 분수도 모르는 어린 꼬맹이가 감히 겁쟁이라고 칭하며 그들의 우상을 모욕했다.
덕분에 오늘 이곳, 캄 노우는 무척이나 감정적이다.
‘불쌍한 녀석 같으니라고.’
본래는 별로 관심도 없었던 아벨이지만, 그는 새삼 김다온이 오늘 하루 겪을 일들을 생각하며 동정심을 가졌다.
그는 오늘 분명, 끔찍한 악몽을 맛볼 것이다.
지금까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건, 예전과는 전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악몽을 말이다.
삑-! 삑-!
여전히, 캄 노우에 입장하는 사람들의 줄은 길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들 역시, 김다온을 저주하는 중이다.
“메시는 신이다!! 그 병신은 쓰레기!!”
“메시는 신이다!! 그 병신은 쓰레기!!”
***
마지막 워밍업을 위해 피치로 나선 순간부터, 난 몸 이곳저곳이 꿰뚫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다온!!!”}
{“FUCK YOU!!!!!”}
{“다온!!!”}
{“FUCK YOU!!!!!”}
그리고 일찌감치 자리를 채운 캄 노우의 팬들은, 지치지도 않고 내게 엿 먹으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다녀본 모든 축구장에서 한 번쯤은 팬들이 Fuck you를 합창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건 이 욕이 그만큼 대중적이고 알아듣기 쉬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저들이 스페인어로 욕을 합창했다면, 난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저러는 이유가 본인들의 화를 푸는 것만이 아닌 나를 겁먹게 하려는 것도 있기에, 가장 보편화된 욕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간혹.
{“네 누나가 창녀라며?!?!”}
“!”
포르투갈어로 누군가 외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내 번호를 줄 테니까 전화하라고 해! 값이 얼마가 되든 집으로 불러줄 테니까 말이야! 와하하하하!!”}
{“다온!!!!”}
{“FUCK YOU!!!!”}
이젠 확실히 알겠다. 이건 전부 다, 온전히 내 책임이다.
내가 저들을 자극했고, 그래서 가족이 욕을 먹고 있다.
저런 욕을 하는 사람이 나쁜 건 맞지만, 내가 원인을 줬다.
“후우우~”
“에이. 이봐. 괜찮지?”
“……네.”
오늘따라 막시가 유독 나를 더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이곳에 모인 쿨레스들과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나를 잔인하게 대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제 미팅을 가질 때부터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바로, ‘부상을 조심하라’라는 것이었다.
메시는 단순히 쿨레스들에게만이 아니라,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에게도 존경받는 존재다.
그런 메시가 모욕을 당했으니, 동료로서 대갚음해주고 싶은 것은 무척 당연한 일이다.
만약 나였더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이것도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다.
‘멍청한 짓을 했네, 진짜.’
어제 수업을 마친 누나는 자신의 계정에 찾아든 FC 바르셀로나와 메시의 팬들로 인해 소셜네트워크를 잠시 닫아야만 했다.
그들은 내 소셜네트워크에 욕하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누나의 것까지 찾아가 나쁜 행동을 했다.
누나가 여름에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합성해 성희롱에 가까운 일을 하는가 하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을 내뱉으며 마치 뭔가를 할 것처럼 이야기했다.
조금 충격적인 것은 한국어로 된 글도 꽤 많았다는 건데, 대부분은 번역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 직접 적은 것이었다.
모든 한국인이 나를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그런 일들을 경험하니 나로서도 충격이 컸다.
물론, 누나는 내게 괜찮다고만 말했다.
자기는 괜찮으니, 시합에만 집중하란다.
빌어먹을.
“자- 그만!! 들어가자!!”
약 10여 분 동안 몸을 풀고 난 뒤, 우리는 다시 라커룸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그런데.
퍽-!!!
“욱-!”
어딘가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내 이마를 강타했다.
큰 충격을 받은 나는 머리를 붙잡으며 곧바로 주저앉았고, 깜짝 놀란 주위의 동료들이 날 둘러싸곤 관중석을 향해 험상궂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렇지만 캄노우의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내 모습에 통쾌해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무척이나 큰 목소리로.
{Da-On! Cabron! Salude al Vida!}
다온! 개새끼! 삶에 작별이나 고해라!
{Da-On! Cabron! Salude al Vida!}
다온! 개새끼! 삶에 작별이나 고해라!
오늘 여긴, 날 집어삼켜 갈가리 찢어놓으려고 한다.
***
챔피언스리그와 FC 바르셀로나의 관계자들이 곧장 범인을 색출하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들리는 이야기론 범인을 잡아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 중계가 시작되기 전이라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았을 거고, 누구 하나 협조해주는 사람들이 없다면서 말이다.
“괜찮아요. 굳이 더 안 그러셔도 돼요.”
“뭐?! 그게 말이 돼?! 이건 징계감이야!”
“됐어요. 제가 벌을 받은 거죠. 이해해요.”
“…….”
어제 나를 가장 크게 나무란 미겔 콰레스마 코치님이, 오늘 나를 위해 가장 크게 화를 내고 계셨다.
난 그것조차 미안했고, 그래서 괜찮다고 계속 말한 것이다.
아니, 진짜 괜찮았다.
“오히려, 이제 조금 공평해진 느낌이에요.”
“이런, 세상에나! 너 진짜 큰일 날 뻔했다고!”
관중석에서 날아온 물체는 플라스틱으로 된 모형 칼이었고, 칼집이 씌워져 있어 날카로운 구석은 어디에도 없는 뭉툭한 모양이었다.
나름 치명적으로 해가 될 물건은 던지지 않은 것이랄까?
하지만, 내 이마를 찢어놓기에는 충분했다.
“됐다. 가만히 있어. 반창고를 덧댈 테니까.”
“……네.”
니코 마시엘은 상처를 처음 보자마자 꿰매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난 여섯 바늘 정도를 꿰매게 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신체에 날카로운 것을 대봤다.
‘아, 아니네.’
슬쩍 아래를 내려다본 나는 이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한심하게 느꼈다.
“다 됐나?”
“응?”
의무실로 들어서는 문 앞에 감독님이 서 계셨다.
“거의 다 됐어요. 1분만요.”
“그러지.”
“…….”
벽에 기대어 서는 감독님을 보며, 난 소곤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니코 마시엘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저 혼나겠죠?”
“글쎄. 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아는 조르제라면 아닐 거야.”
“진짜요?”
“후후. 너무 믿지는 말고. 자, 됐다.”
꿰맨 위치에 반창고까지 붙여준 니코 마시엘은, 나중에 흉터가 되기 싫다면 포르투갈로 돌아가 병원에 다시 들르라고 말했다.
난 그러겠노라 대답했고, 곧 혼자가 되었다.
그러자, 감독님이 이쪽으로 와 앞에 앉으셨다.
그리고.
“괜찮나?”
“……네.”
우선, 나의 몸 상태를 걱정하셨다.
“이런 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가를 치른 셈이야.”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그럼 다행이로군.”
잠시 찾아온 침묵.
하지만 감독님은 그것을 오랫동안 내버려 두시지 않으셨다.
“시합에 나서면 더 심할 거야.”
“네. 그렇겠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전에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UEFA와 바르셀로나 측에서 각별하게 신경 쓸 것이라는 거지. 하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거란다.”
“……네.”
감독님은 이후로도 내가 주의해야 할 것들을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시선을 처리할 때 조심하렴. 관중석에서 네게 레이저빔을 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은 드로인 같은 것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아. 빠른 볼 처리가 불가능할 것 같다면, 그냥 자리로 돌아가면 돼.”
외에도 몇 가지 더 주의사항을 알려준 감독님은, 다시 한번 내 몸 상태를 물어 오셨다.
머리가 띵하지는 않은지, 시야가 뿌옇게 바뀐다거나 이명이 울리지는 않는지 등을 말이다.
“전혀요. 그런데, 감독님.”
“응?”
“저 혼나지 않는 건가요?”
“……왜? 혼이 나고 싶은 거냐?”
“그건 아니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자, 무릎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선 감독님이 내 어깨에 손을 얹어왔다.
어째서인지, 난 순간 움찔하고야 말았다.
“잘 들어라. 넌 겨우 18살이야. 만약 네가 축구선수가 아니라면, 실컷 밖에서 사고나 치고 다닐 나이라는 뜻이지. 그러니, 넌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단다.”
“…….”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할 필요도 없어. 네가 사과해야 할 유일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너로 인해 함께 힘들어할 네 가족뿐이야.”
“…네.”
감독님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난 고개를 들기가 무척이나 어려워졌다.
차라리 한 번 크게 혼이 났더라면 나았을 건데, 감독님은 오히려 이런 나를 위로해주고 계셨다.
“만약 내가 너를 혼내야 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네가 피치 위에서 너다운 플레이를 하지 못할 때야. 물론 지금 상황은 조금이나마 더 어려워졌을 수도 있단다. 하지만 그걸 핑계로 하는 건, 실력이 부족한 것에 대한 변명밖에는 되지 않아. 약속 하나만 하거라. 피치 위에서, 100%를 쏟아부을 수 있니?”
“……네. 물론이에요.”
“그래. 그럼 됐단다.”
조금 더 쉬다 나와도 된다고 말한 감독님이 의료실을 나서고, 잠시 뒤 나를 걱정한 동료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야, 몰랐는데 있지.”
“?”
“돼지머리도 몇 개 있더라.”
“진짜?”
“응. 나 축구장에서 처음 봐.”
아마도 당시 꽤 많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뭔가를 던졌던 것 같다.
호드리구는 그때 토마토를 맞았고, 바닥에 튕긴 달걀이 양말에 묻은 선수도 몇 명 있었다.
“아무래도, 내부에 협조자가 있나 봐.”
“…….”
현재 유럽의 축구계는 대(對)테러 방비가 무척이나 잘 되어 있고, 본인의 기본적인 소지품 외의 것들을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올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가 되면 열 감지 센서라든가 하는 것들도 입구에 따로 설치되지만, 어떻게든 가져오는 사람은 있는 법이다.
괜히 밀수라는 것이 있겠나?
하지만 토마토나 달걀과 같은 것은, 이곳 캄노우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준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즉.
“오늘 여기는 진짜, 전부 다 적이라는 거야.”
“그러네. 아!”
“응? 왜?”
“팬들! 팬들은 어쩌지?”
만약 나 때문에 원정을 떠나온 팬들에게 불상사가 생긴다면, 난 정말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그거라면 이미 처리됐어.”
“정말?”
“응. 추가로 경찰이 더 배치됐거든.”
“…….”
이걸 다행이라고 봐야 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응? 우왁-!!”
곰곰이 생각에 빠져 있을 무렵, 누가 내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헤집기 시작했다.
“아, 아파!! 내 이마!”
“이크! 그렇지, 참.”
[이씨.]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그곳엔 멋쩍어하는 가라이가 있었다.
너냐?
“이 바보 같은 녀석. 어제 댓글을 달 때의 그 배짱은 다 어디로 갔어? 물론 우리도 이 상황이 달갑지는 않아. 그렇지만, 축구로 말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던 건 너잖아.”
물론 그렇긴 한데.
지금은 상황이 좀.
“Vamos, Amigo. 우린 괜찮아. 아니, 오히려. 네가 얻어맞는 걸 보면서 화가 나더라고. 물론 나는 메시와도 친하고 네가 그를 자극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상황을 겪을 만큼은 아냐. 그러니까, 어서.”
“…….”
가라이가 내게 손을 내밀어 오고, 그는 내가 얼른 그것을 잡아주길 원했다.
“여태까지 네가 이 팀을 충분히 이끌었어. 그러니까, 오늘은 우리가 조금 널 이끌고 또 지키게 해주라.”
“?!”
“그게 바로 팀이잖아. 안 그래?”
무슨 말을 하겠는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 시작했고, 난 이내 가라이의 손을 잡으면서 일어섰다.
“후우~ 나 준비됐어.”
“큭큭. 당연히 그래야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나는 비로소 제대로 경기를 치를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비록 경기장 밖에서는 실수했지만, 안에서는.
‘다를 거야.’
가라이의 말이 옳다.
난 축구선수고 축구로 말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했고 그 대가도 치렀으니, 앞으로 두 번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입을 조심해야겠다.
“자, 가자.”
“응.”
난 이제 상황은 공평해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쿨레스들은 여전히 날 잡아먹고 싶겠지만, 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 방법 역시 피치 위에 있다.
멍청했던 나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에게 사과하는 건, 이 경기가 끝난 뒤에도 늦지 않다.
그러니.
“벤피카!!!”
치미 우니도. 움 치미.
난 벤피카의 철학을 크게 외치며, 라커룸을 벗어났다.
이곳에 다시 돌아왔을 땐, 환히 웃고 있기를.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
작가의 말 – 몇 년 전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다녀왔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메시를 향한 카탈루냐 사람들의 애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이저빔 혹은 물건 투척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한 건 2016/17 시즌부터입니다.
또 본래 스페인은 레이저빔과 물건 투척 등으로 유명하고, 스페인 기사들을 찾아보면 2015년 시점까진 꽤 심심치 않게 리그/유럽대항전에서 이런 일들이 있어 왔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문을 보면서, 아니 어떻게 저게 말이 되느냐? 라고 의문할 독자님들을 위해 남기는 말입니다.
또 아마도 다온이의 일로 인해 FC 바르셀로나가 받을 징계는 벌금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본문에서 밝혔듯 현장 판매 3만 장이 팔렸으니, FC 바르셀로나의 경영진은 그쯤이야 하면서 기꺼이 내지 않을까요?
그리고 본문에서 강조한 것처럼 다온이는 18살입니다. 한국 나이로도 20살이고, 저도 그 나이 땐 어른인 척 굴었지만, 조금만 털어도 이불킥을 하는 일들이 숱하네요.
멍청한 짓이고 보기 힘든 일이지만, 다온이는 뭔가를 배울 겁니다.
또, 이 일화를 제가 풀어나가고 싶은 방향도 있고요.
열심히 적은 에피소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