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56)
155화
·하프타임
FC 바르셀로나 0 : 1 SL 벤피카
하프타임과 동시에 감독실로 들어선 티토 빌라노바는, 노크 뒤에 들어온 이를 보며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보게, 리오. 이 경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아뇨, 티토. 의미가 있어요.”
“…….”
리오넬 메시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팀이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45분을 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거든요.”
“이런! 리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건, 자네가 이런 의미 없는 경기에 나섰다가 부상을 입는 거야.”
“네. 하지만 제게 최악은 이런 경기에서 패배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챔피언스리그요.”
“…….”
많은 사람이 리오넬 메시가 가진 진짜 재능을 착각하곤 한다.
그것은 그가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나도 환상적이기 때문인데, 사람들은 그가 축구선수가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야기의 일부는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틀리다.
메시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라면 그가 얼마나 극기(克己)에 능한지를 알게 된다.
그는 누구보다 경기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또 스스로의 기준에 무척이나 엄격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일화도 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출전방식에 대한 그만의 고집이다.
메시는 만약 감독이 45분만 출전하라고 말을 한다면, 그것에 군말 없이 따르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걸곤 한다.
[“차라리 벤치에서 시작하게 해주세요.”]메시는 선발로 출전해 교체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피치 위에서 마지막 순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즐겼기 때문인데, 마지막 순간의 변수를 직접 통제하거나 혹은 스스로 변수가 되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꼈다.
이런 완벽에 가까운 성격과 자기절제, 그리고 축구 외의 것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성격.
무엇보다, ‘어릴 때처럼 축구가 즐겁지 않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은퇴하겠다.’라고 말할 만큼, 메시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무척이나 큰 사람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못 말리는 승부욕이 보태어지니, 본인이 정한 기준점에 늘 머무르도록 만든 것이다.
그 기준점이란 당연히 세계 최고.
리오넬 메시는 그런 남자다.
“전 뛰고 싶어요, 티토. 제 몸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
“후우~ 자네가 날 정말 골치 아프게 하는군.”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요.”
“……그래, 알겠네. 나중에 나가서 이야기하지.”
“네. 고마워요.”
리오넬 메시는 다가가기 힘든 소심한 성격에다, 특별히 자신의 이름이 타인에게 오르내리는 것 역시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타인에게 종종 오해를 받는다.
‘만약 플레이스테이션이 없었더라면 평생 메시와 친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선수들이 꽤 될 만큼, 리오넬 메시는 사람들 앞에 나서고 또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지금처럼 이렇게 고집을 피울 때면, 누구도 그것을 꺾을 수가 없다는 걸 티토 빌라노바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군.’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전날 메시를 교체 명단에 포함할 때부터 결정되어 있었던 일인지도 모른다.
후반전, 메시의 교체를 결정한 티토 빌라노바는 이렇게 된 것 승리에 더욱 집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키로 했다.
리오넬 메시라는 선수를 피치 위에 두고도, 패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우선, 선수교체다.”
선수들의 앞으로 나서며, 티토 빌라노바는 편한 마음으로 온 하루를 이만 정리하기로 한다.
이제부턴, 늘 똑같이 승리에 집착하는 자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팀 FC 바르셀로나 역시 마찬가지다.
***
“응? 뭐야?”
“…….”
후반전 시작을 앞두고 준비를 열심히 할 때, 가라이의 목소리가 나를 이끌었다.
현재 그의 고개는 벤치가 있는 방향을 향해 있었고, 자연스럽게 따라간 시선의 끝에는 괜히 익숙하단 착각을 느끼도록 만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메시.’
리오넬 메시가 교체를 준비하자, 캄노우는 크게 요동쳤다.
{“¡Ya llogo~!, ¡Ya llogo~! / 그가 왔다~! 그가 왔어~!
El Messias ya llego~! / 구세주가 드디어 왔어~!”}
이것은 마치, 번화가 한복판에서 연예인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지극히 대한민국스러운 감상이지만, 그렇게 외에는 표현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최초의 웅성거림에서 술렁임으로 또 그것은 큰 환호로 바뀌었다가, 캄노우에 모인 8만여 명의 합창으로 이어졌다.
현재 내 귀에 반복적으로 들리는 단어는 El Messias.
아마도 구원자란 의미일 것이다.
【“FC 바르셀로나의 선수교체입니다. 하피냐가 나가고, FC 바르셀로나의 단 하나뿐인 No. 10!! 리오-!!”】
{“메시이-!!!!!”}
갑자기, 무거운 무언가가 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한 바람도 불었다.
아니, 그런 것처럼 느껴졌다.
위에서 억누르고 또 앞에서 몰아치고, 완전히 바뀌어버린 캄노우의 분위기는 나를 납작하게 압착 시키려고 한다.
메시의 투입을 보며, 내게 목소리를 높이는 가라이.
“정신 똑바로 차려!!! 이제부터 몇 배는 더 잘해야 해!!!”
몇 배?
아니, 수십 배.
솔직히 그러더라도 저 남자를 막을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꿀꺽.”
이것은 1차전과도 같다.
메시라는 거대한 두려움이 날 집어삼키기 일보 직전이었고, 이것은 나를 끊임없는 시험에 빠지도록 만든다.
그날 겪었던 수많은 굴욕적인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는 가운데, 난 자꾸만 치켜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했다.
계속해서 드는 의문 하나.
내가 미친 걸까?
‘그럴 수도.’
미치지 않고서야, 이 두근거림을 설명할 방법은 없다.
두렵다. 난 분명 메시에게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삐익-!!!
동시에 미친 듯이 즐거웠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후방으로 볼을 돌린 FC 바르셀로나는 천천히 빌드업을 이어나갔다.
전반 마지막 우리를 몰아붙였을 때의 모습이 세찬 파도였다면, 지금은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하지만 그 수면 아래엔, 괴물이 산다.
바로.
‘메시! 온다!’
약간 아래로 내려선 리오넬 메시에게 볼이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며, 난 잔뜩 자세를 낮추고 이어지는 상황을 지켜봤다.
곧바로 압박을 시도해보는 안드레지만, 메시는 너무나도 쉽게 거기에서 벗어난다.
저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까.
대체 어떻게 저리 쉽게 1:1 돌파를 할 수 있는 걸까?
안드레에게서 벗어난 메시는 아래로 내려선 다비드 비야에게 패스를 보냈고, 그는 이후 곧장 리턴 패스가 향하는 공간으로 달음박질쳤다.
그러니까, 가라이와 내 사이의 공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소리쳤다.
“에즈!! 물러서!!”
“!!”
달려드는 것과 물러서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던 가라이가 움찔하며 멈춰 서고, 맹렬한 기세로 달려나간 나는 주저하지 않고 몸을 눕히며 태클을 시도했다.
촤——악!!!
달려가던 속도를 십분 살린 태클은 겉보기엔 제법 격렬했고, 그래서 이에 FC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다시 내게 욕설을 보내왔다.
내가 메시를 다치게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Buen Tackle.”
“그라시아스.”
[하하. 그래도 있지? 너무 저 사람들을 열 받게 하지는 마.]“??”
“…….”
메시는 내가 그를 상처입히려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는 태클 직후 일어나 내게 엄지를 치켜세워왔고, 괜히 머쓱해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얼굴을 긁적였다.
좋은 태클이었다는 첫 번째 문장은 알아들었지만, 나머지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렇지만.
‘어느새.’
어느새 내 떨림은 멈추었고, 오히려 경건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오늘의 나는 도전자다.
동료들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16강에 도달하기 위해, 리오넬 메시라는 선수를 넘어서야 하는 입장이다.
당연히 쉽지는 않을 거다.
난 이미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를 알고 있고, 그런 만큼 두려움은 예전보다 더욱 가까이에 와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끄집어내어, 리오넬 메시와 전력으로 맞부딪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실, 그날 이후 줄곧 그랬다.
그땐 너무 혼란스러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지만, 오늘의 나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후우~”
경기가 잠깐 중단된 사이, 난 스프린트를 끊고 숨을 골랐다.
후반 2분.
아직 무언가가 일어나려고 하진 않았지만, 내 가슴 한쪽은 분명 끓어오르고 있었다.
***
{“이봐아-!!!!!”}
{“이 개새끼가!!”}
김다온이 메시의 몸에 밀착하여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캄노우가 크게 요동치며 어김없이 험한 말들이 튀어나왔다.
쿨레스들은 김다온 역시 과거 메시를 상대한 많은 수비수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우상을 위협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뛰는 수비수 중 대부분은, 정상적인 방법으론 리오넬 메시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 거칠게 나가 상대를 위축시키겠단 생각으로 덤벼들었다.
실제로도 거기에 메시는 여러 차례 바닥을 뒹굴었고, 그럴 때마다 쿨레스들의 심장은 철렁거렸다.
그래서 그들은 김다온이 볼을 잡을 때면 야유를 보내고, 또 메시에게 강하게 압박을 가해올 때는 차라리 위협이라고 쓰는 편이 더욱 적합한 말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목소리는.
{“응?”}
{“어라?”}
메시와 김다온이 서로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을 여러 차례 지켜보게 되면서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후반 10분이 지난 현재, 메시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팬들은 그런 장면을 벌써 세 번도 넘게 보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무척이나 예외적인 경우였다.
{“뭐야? 알고 보면 둘이 친한 것 아냐?”}
{“뭐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그렇지만, 봐봐. 리오가 저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예전에도 있었어?”}
리오넬 메시에게로 향하는 패스를 다시 한번 사전에 끊어낸 김다온.
볼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크게 호흡을 고르는 김다온을 향해, 메시가 피식하고 웃으며 다시 한번 엄지를 치켜세운다.
{“봐. 나는 지금까지 리오가 저러는 걸 본 적이 없어.”}
{“…….”}
{“그리고 저 녀석. 처음을 빼면 무척 깔끔하게 수비하고 있잖아. 메시를 도발하고 또 아프게 만들려는 녀석처럼 보이지는 않아.”}
{“아, 제발. 저 빌어먹을 원숭이는 그냥 유명해지고 싶었던 거야. 어디 그게 한두 명이야?”}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경기가 잠깐 중단된 사이, 쿨레스들의 눈에 더욱 믿기 어려운 장면이 나타났다.
바닥에 쓰러진 몬토야가 치료를 받는 동안, 김다온에게 걸어간 메시가 친근한 미소로 이야기를 거는 장면이 캄노우의 전광판을 통해 비쳤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전까지 합하면, 무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김다온과 그의 가족을 원색적으로 비방해 온 쿨레스다.
{“만약 그가 메시의 친구라면?”}
{“둘은 접점이 없잖아?”}
{“축구선수들이잖아. 그건 또 모르지. 또 SL 벤피카에는 아이마르가 있어. 그는 메시의 우상이잖아.”}
{“나도 본 것 같아. 저 꼬마랑 아이마르랑 무척 친하다던데?”}
{“진짜?”}
{“그러면, 그 트윗은 뭐야?”}
{“글쎄. 친한 사이끼리의 농담?”}
{“대체 뭐야? 무슨 일이냐고?”}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이제, 쿨레스는 김다온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보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
처음은 어째서 메시가 이렇게 내게 친근하게 구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딱 한 번 피치 위에서 마주한 것이 전부였고, 그것도 90분이 아닌 그 절반밖에 안 되는 45분이 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깐 쉬어갈 수 있었을 때, 가라이가 다가와 내게 던지고 간 말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주었다.
[“그는 널 걱정하는 거야.”] [“뭐?”]리오넬 메시 역시, 경기 전에 있었던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당연한 게, FC 바르셀로나와 우린 같이 퇴장하던 중이었다.
가라이의 말을 빌려 조금 더 유추를 해보자면, 내가 쿨레스들에 의해 잔인하게 털리는 것을 걱정해 일부러 나와 친한 척을 하고 있다는 거로 해석할 수 있었다.
처음엔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더 나를 욕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볼을 잡았을 때도 별다른 반응이 엿보이지 않았다.
아까부터 여긴, 그냥 평범한 축구장이 되었다.
그러니까, 내게 말이다.
“안드레! 너무 나가지 마!!”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대강 정리되었을 때부터, 리오넬 메시는 이전 10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또 뚫렸어.’
메시는 굳이 오른쪽에만 머무르려고 하지 않았다.
미드필드 지역으로 내려가 볼을 잡은 뒤에 여유롭게 동료들의 압박과 수비를 벗겨내며, FC 바르셀로나의 공격 전체를 주도해나가고 있다.
메시가 우리 진영을 종횡무진 휩쓸면서 팀에는 자연스레 균열이 발생했고, 그곳을 파고든 다비드 비야와 크리스티안 테요는 계속해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려고 했다.
지금만 해도, 리오넬 메시의 감각적인 패스가 다비드 비야의 앞으로 굴러갔다.
벌써 이게 몇 번째인지.
또, 나도.
“큽-!”
촤—–악!!
필사적으로 발을 뻗은 덕분에, 가까스로 다비드 비야가 슈팅하기 직전에 축구공을 먼저 건드릴 수 있었다.
후반전에는 딱히 공격에 크게 가담한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도, 전반전에 많은 스프린트를 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빨리 지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흐르는 땀을 유니폼의 끝으로 닦아낸다.
.
(아브릴 산후에자)
“좋은 태클입니다. 오늘 꽤 여러 차례 저런 장면을 본 것 같은데 말입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마무리 짓지 못하게 만드는 태클이었습니다.”
(모이제스 아이사)
“지금까지 다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했지만, 현재 포르투갈 리그에서 가장 우수한 사이드백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나이도 겨우 19살이고요. 지금은 18살이지만, 다가오는 16일에 19살이 되거든요. 어쨌거나, 오늘 그는 훌륭합니다. 스피드와 판단력 또 태클의 정확도에서 무척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한숨 넘겼다곤 하지만, 아직 위기가 완전히 지나간 것은 아니다.
지금은 FC 바르셀로나의 코너킥 상황이고, 세르지 로베르토(Sergi Roberto)가 가볍게 밀어준 공을 메시가 반대편 사이드에서 붙잡았다.
현재 저곳은 막시와 베르나르두가 수비하고 있었는데, 메시는 안쪽을 바라보는 듯하다가 뒤로 패스를 보냈다.
그쪽에 있었던 사람은 티아고 알칸타라.
그리고 순간, 내 머릿속을 붙들었던 건.
“안쪽이야!!!!!”
“???”
“?!”
1차전의 실점 장면이다.
‘이런, 빌어먹을.’
물론 당시에는 메시가 티아고의 위치였긴 하지만, 난 바르셀로나가 그때와 같은 패턴플레이를 펼치려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메시는 패스를 보낸 후에 약간 아래로 처져 라인을 유지하다, 어느 시점에 갑자기 파고들며 앞쪽 공간으로 축구공을 보낸 티아고의 패스를 받아들였다.
너무나도 간단히 오프사이드 라인이 무너져 버렸는데, 1차전이 엔초의 실책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메시가 파고드는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스프린트를 이어나가며, 최대한 빠르게 피치 위의 상황을 머릿속에 입력한다.
메시의 위치.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위치.
마지막으로 수비수들의 위치.
그걸 종합한 결과 내 선택은.
‘저기!’
코너킥을 막아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막시의 대응은 다소 느렸고, 여유 있게 공간을 확보해 필드의 상황을 판단한 메시는 컷백을 보내는 선택을 했다.
‘이럴 줄 알았어.’
어쨌거나 지금은 페널티에어리어 안은, 코너킥 때문에 무척이나 혼잡한 상태다.
무엇보다 오늘은 푸욜과 함께 본래 사이드백으로 뛰는 아드리아노(Adriano)가 센터백을 형성했기에, 바르셀로나에서 높이를 채워줄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보더라도 무방했다.
낮고 빠르게 크로스를 보내어 아무의 발에나 걸리길 바란다는 선택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뒷공간을 파고든 메시로 인해 현재 팀 수비는 잔뜩 골키퍼 앞으로 당겨졌다.
이 이야기는 반대로.
‘제발. 제발, 조금만.’
그 바로 뒷공간은 텅텅 비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도 아닌 메시라면, 틀림없이 그 공간을 보았을 거라고 예상했다.
‘제기랄. 가자!’
“흡!”
앞으로 움직이는 척하다가 뒷공간으로 쭉 빠져나온 다비드 비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던 난, 슈팅을 막아낼 생각으로 다이빙을 하며 온몸을 날렸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응?”
그것은 바로, 다비드 비야 또한 한때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명성을 떨쳐왔다는 거다.
비야는 내가 다이빙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전해졌어야 할 통증은 온데간데없었고,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몸이 바닥과 충돌했을 때의 작은 충격이 전부였다.
심장이 철렁거리고 갑자기 몸에 식은땀이 돋아나려는 찰나.
삑-!!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오며 내 눈에 들어온 건, 골라인 넘어 그물 앞에서 회전하고 있는 축구공 하나였다.
[하-! 씨팔.]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나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그라운드를 한 번 강하게 내리쳤다.
쿵!
.
.
·후반 16분
FC 바르셀로나 1 : 1 SL 벤피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