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59)
158화
(발비노 카스트로) – Super FM 청취자
“괜찮아요. 그가 리오넬 메시를 피치로 불러들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팀의 모든 골은 그가 넣었잖아요? 또 메시를 상대로 평점 9.0 이상을 기록한 수비수는 그가 3년 만에 처음이라면서요? 그의 댓글은 섣부르고 경솔했다곤 생각하지만, 그것 때문에 벤피카가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피르힐리오 메네즈) – Super FM 청취자
“우리가 탈락한 이유를 왜 다온에게서 찾으려는 거죠? 그는 챔피언스리그 내내 팀 내 최고의 선수였어요! 심지어 FC 바르셀로나와의 첫 번째 경기에서도 전 그가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무려 세 골이나 넣었죠. 무려, 세 골이나요! 심지어 풀백인데도 말이죠. 대체 우리 공격수들은 뭘 한 겁니까? 셀틱 FC와 비기고 빌어먹을 모스크바에 패배할 때, 대체 뭘 했느냐고요?”
(베네디토 파스코알) – Super FM 청취자
“지금 일부 언론에서 멍청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우리 빨강이들은 전적으로 그의 편이란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온?! 이 이야기를 듣고 있어?! 넌 최고야! 우리가 항상 널 지켜주겠어! 그러니, 다시 한번 그 멋진 모습을 보여달라고!”
.
.
치—-익!
딸깍.
***
2012년 12월 9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FC 바르셀로나 원정도 벌써 4일 전의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난 정말 쥐 죽은 듯이 지냈다.
친(親) 스포르팅 성향을 지닌 리스본 내의 지역 미디어와 몇몇 황색언론은 내가 팀을 떨어트린 원흉이었다며, 노골적인 단어와 문장을 쓴 신랄한 비난을 보내왔다.
또한, 바르셀로나 원정에 동행하지 않은 몇몇 동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센터백 미겔 빅토르와 골키퍼 미카, 그리고 왼쪽 측면을 담당해주는 로렌초 멜가레호다.
나는 다른 동료들을 통해 그들이 내게 불만을 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연습장과 집을 오가는 생활에만 온전히 에너지를 쏟았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봤자 변명밖에 되지 않을 거라던 아이마르의 조언을 따랐던 것인데, 뜻밖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주고 있었던 건 엔초 페레즈였다.
엔초는 날 원망하는 이들의 앞에서,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날 변호해 주었다.
챔피언스리그 탈락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면서.
“저기, 엔초.”
“응?”
“이야기를 들었어. 그래서, 네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그래.”
약간 서먹해하는 엔초가 냅킨으로 입을 닦아내고, 그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난 식당 한쪽으로 움직였다.
그러곤, 평소와 늘 같은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뭔데?”
조용하게 지내는 중이라고 말은 했지만, 내 하루의 모습은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동료들과의 문제야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주리라 생각했고, 오히려 축구는 예전보다 훨씬 더 집중이 잘 된다는 느낌마저 든다.
갈비뼈가 조금 아프긴 하지만, 활동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내 일상은 전보다 바쁘면 바빴지, 덜 바쁘진 않다.
새벽에 훈련장에 출근해 몸을 풀고 또 오전 훈련을 하고, 그것이 끝나면 아침을 먹고 잠깐 집에 돌아가거나 클럽하우스에 머물다 다시 오후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느새 피곤이 몰려와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하곤 한다.
“그럼, 있다가 봐.”
“그래. 그렇게 해.”
아침 식사가 끝난 뒤, 오늘은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친구들과 인사한 뒤 주차장으로 가 차에 올라탔고,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틀었다.
딸깍-
.
(에르메네질두 바레장) – Radio Valdevez 호스트
“이제 이틀 남았군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더비까지 이제 48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겠죠.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툴리우 가마)
“에이, 바레장. 전 툴리우 가마. 리스본에 거주하고 있고, 자랑스러운 울트라스죠.”
(에르메네질두 바레장)
“툴리우! 반갑네요! 울트라스와 이야기하는 것은 늘 즐겁죠. 어떤가요? 티켓은 구했습니까?”
(툴리우 가마)
“물론입니다. 비록 우리가 올해 예상만큼 해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빨강이에게 질 수는 없죠. 우린 그 빌어먹을 벤피카에게 절망을 안겨다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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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SL 벤피카에 친화적인 라디오 채널이 ‘Super FM’이라면, ‘Radio Valdevez’는 스포르팅 CP에게 친화적인 곳이다.
그래서 항상 이 채널에서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울트라스의 일원일 때가 많다.
FC 바르셀로나전 이후 날 강하게 비난했던 곳 중 하나도 바로 ‘Radio Valdevez’였는데, 이곳에서 지펴진 불이 ‘Super FM’으로 번져 이미 라디오상에서 양 팀 서포터스가 설전을 펼쳤다.
누구에게도 힘겨울 수밖에 없는 캄노우 원정과 챔피언스리그 탈락으로 인한 박탈감.
그런 상황에서 불과 5일 만에 스포르팅 CP와 맞붙는 것을 두고, 누군가는 잔인한 일정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얼른 뛰고 싶어.’
피로를 잊어버린 내 몸은 당장이라도 필드로 뛰쳐나가 달리고 싶다 외치고 있다.
스태프들은 내 갈비뼈의 부상을 걱정하지만, X-Ray도 통과했고 가벼운 타박 정도야 뛰는 데는 문제가 없다.
부르으—-응.
집에 도착해 차를 주차해두고, 얼른 안으로 들어선다.
[저 왔어요-!!] [아들?] [응~! 나, 방에 있을게!]큰 목소리로 엄마에게 인사한 뒤, 난 곧바로 2층의 방으로 올라갔다.
주방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들로 보아, 엄마는 또 인근의 아주머니들과 티타임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았다.
이곳 에스토릴에는 한국인 아주머니들이 서너 분 정도 살고 계시는데, 엄마는 그분들과 거의 매일같이 만나 식사를 한다거나 함께 장을 보러 다니셨다.
엄마는 덴마크에서 지낼 때보다 훨씬 더 편안한 모습이셨고, 난 그것을 보며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후우~”
털썩-
가방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버려 둔 뒤, 난 곧장 침대로 뛰어들어 다리를 뻗고 누웠다.
그리고 똑바로 천장을 바라봤다.
“…….”
바르셀로나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난 가방에서 꺼낸 메시의 유니폼을 곧장 침대 위 천장에다가 걸어두었다.
잠을 자거나 침대에 누울 때마다 저것을 보면서, 그날의 일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요즘 클럽하우스에 머무는 시간이 줄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 역시, 여기에 오면 저걸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인이라도 받아둘 걸 그랬나?’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깨끗한 유니폼이 마음에 들다가도, 난 못내 메시의 사인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다.
뭐, 그래도 다음에 또 보자고 했으니까.
분명, 기회는 있을 거다.
“흐아아-아아-품!”
잠이 쏟아지려고 해, 숨을 내쉬면서 몸을 살짝 뒤척였다.
몸을 돌린 방향의 정면에는 마찬가지로 메시에게 받은 축구화가 장식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저걸 넣어둘 장식장도 사야 하는데 말이다.
은근, 할 일이 많다.
‘나중에 하지, 뭐.’
그냥 그대로 눈을 감으며, 난 잠에 빠져들기로 한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 후 4일.
내 하루는 여전히 똑같지만, 분명 무언가가 달랐다.
그게 뭔지는 아직,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
2012년 12월 10일. 1500-313 리스본, 벤피카.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딸깍-
“휴우~ 내 사무실로 가지.”
“그래. 그러세나.”
“…….”
SL 벤피카의 구단주실을 빠져나온 두 남자는 풋볼매니저 에두 크루즈와 감독 조르제 제수스다.
“정말 급한 게 아니라면, 일정을 좀 미뤄주게나.”
“네, 사장님.”
“고맙네.”
비서에게 부탁한 에두 크루즈가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사무실에서는 이미, 제수스가 커피를 따르고 있다.
“오늘은 구정물 타령을 하지 않는 건가?”
“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 않나.”
“……그들은 아무것도 몰라. 오직 돈벌이할 생각 외에는 머릿속에 똥만 가득 들어차 있지.”
“후후. 언제는 몰랐던 것처럼 말하는군.”
“조르제!”
오늘 진행된 보드진과의 미팅에서, 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사진 중의 한 사람이 제수스가 해임되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다.
“왜 그렇게 화를 내나? 지지 않으면 그만이야.”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 줄……! 응?”
다시 화를 내려던 에두 크루즈였지만, 제수스가 눈앞으로 내민 커피잔을 보며 잠깐 말을 삼키기로 했다.
“내가 이러면 자네가 농담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뭐? 자네가 곧 죽을 것만 같다고?”
“큭큭큭. 사람은 하지 않던 행동을 하면 곧 죽는다지 않나.”
“……조르제. 농담할 때가 아니야. 저 인간들은 자네가 얼마나 좋은 축구 감독인지를 몰라.”
“음.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지.”
SL 벤피카의 공동이사이자, 팀 주식의 17%를 보유하고 있는 세자르 사(Cesar Sa).
그는 리스본의 많은 땅을 보유한 대지주로서, 돈을 위해 축구판에 뛰어든 전형적인 유형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세자르 사는 최근 3년 팀이 많은 이적료를 지출하는 데 꽤 많은 힘이 되어주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단 내의 입지가 크게 상승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그가 차기 SL 벤피카의 회장을 노린다는 소문도 들려왔지만, 루이스 비에이라의 입지가 워낙에 굳건해 그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그가 팀을 휘두르려고 하는 방식에는 불만이 많았다.
세자르 사와 그에게 힘을 보태고 있는 세력들은 오늘, 다가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탈락으로 팀의 재정 사정이 크게 악화할 처지에 놓였으니,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면서 말이다.
다만 거기까지는 괜찮았으나, 그들은 그치지 않고 한 가지의 조건을 더 추가로 내걸었다.
“1패야!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단 1패만 허용하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것도 앞으로 두 달은 패배가 없어야 해!”
“난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했네. 받아들여야지.”
“하지만 거기로 이끈 것도 자네야!”
“본래 사람들은 지난 일을 쉽게 잊어버리네. 너무 성을 낼 것 없어, 에두. 나도 마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생각이니까.”
“… 뭔가 계획이 있는 건가?”
호로로록-
속이 타들어 가는 에두와는 달리, 제수스는 느긋한 태도로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잔디 한쪽이 조금 긴 것 같군.”
“곧바로 조치하지. 조르제.”
“음- 걱정하지 말게, 에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거야.”
“…….”
유럽 리그의 감독 수명이 짧아지기 시작한 이유.
이는 패배 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클럽의 자본을 손에 쥔 존재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금처럼 이사회의 일원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구단에 큰 자금줄이 되어주는 스폰서일 때도 있다.
팀의 패배가 곧 자본력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인식으로 인해, 그들은 패배 하나하나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클럽에 압박을 가해오려고 했다.
그 탓에 축구 감독들은 경기의 승패 때문이 아닌, 그보다 복잡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떠안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 이것은, 하나로 뭉쳐 있던 팀을 뿔뿔이 와해시켜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잘못되었다’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은 옳지 않다.
이미 자본에 의해 집어삼켜진 축구라는 종목에서, 돈을 빼버리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다만.
‘이기면 되는 거야.’
오직 연속된 승리와 그로 인한 성공만이, 거대 자본을 뒤로 밀어 보내고 진짜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수 있게 해준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르제 제수스이기에, 그는 지금 눈앞에 닥친 도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팀은 이미 힘든 시기를 이겨냈네. 우린 이제 치고 나갈 일만 남았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무대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챔피언스리그이지만, 현재의 SL 벤피카는 무척이나 강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 있을 스포르팅 CP와의 원정 경기는, 조르제 제수스에겐 이 믿음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무대가 될 전망이다.
험난하고 변수가 많기로 유명한 ‘데르비 데 리스보아(Derby de Lisboa)’에서, 제수스는 팀이 의심할 여지 없는 승리를 가져다줄 것으로 믿고 있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거야.’
에두 크루즈를 진정시킨 뒤에 사무실을 나선 제수스는, 손에 쥐고 있던 종이컵을 구겨 쓰레기통에다 집어넣었다.
그런 그의 발걸음은 더할 나위 없이 가볍기만 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
『2012/13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 이후, 나는 주변인들에게서 ‘무능하고 멍청한 감독’이란 말을 듣고 또 그것을 견뎌야만 했다. 결국은 그들이 더 많은 권력을 쥐고 있으니까. – 조르제 제수스 Via 2012/13시즌을 회상하는 인터뷰에서』
***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평소보다 일찍 훈련이 마감되고, 우린 내일 경기의 선발명단을 듣기 위해 브리핑실에 모였다.
“골키퍼. 아르투르.”
“…….”
얀 오블락과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폼을 되찾은 모라에스가 여전히 골대를 지키는 가운데, 최근 몇 경기 같은 라인업을 유지해 온 포백에 변화가 일어난다.
“막시, 시드네이, 에즈, 다온. 그리고 그 앞에는 마티치와 안드레. 양쪽 측면은 오른쪽에 베르나르두 그리고 왼쪽에는 제로니모다. 공격은 오스카와 리마. 그리고 교체명단이다.”
포백을 제외하면 특별히 예상에서 벗어나는 기용은 없었고, 교체명단에 든 이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발발표를 끝낸 감독님은 언제나처럼 명단 밖의 선수들을 위로했고, 앞으로 있을 경쟁을 통해 늘 문은 열려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덧붙이셨다.
그렇게 미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 우리 선수단은 휴식을 위해 각자의 방으로 움직였다.
물론 몇몇은 방 대신에, 카페테리아라든가 별도의 개인훈련을 위한 장소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난.
“넌? 어떻게 할 거야?”
“아, 오늘은 선약이 있어요.”
“선약?”
“네. 과자 가족이요.”
아이마르를 먼저 위층으로 올려 보낸 뒤에, 화장실을 다녀오기로 한 친구들을 기다렸다.
오늘 나는 과자 가족 전원을 소집하여,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발표할 생각이다.
“후우- 준비됐어?”
“응. 물론. 그런데 너는 좀 떨리는 것 같다?”
“왜 아니겠어. 네가 이상한 거야.”
“아니거든?”
“아니, 맞는데?”
베르나르두와 티격태격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 꼭대기 바로 아래층에서 내린다.
그러곤 제로니모가 서 있는 곳으로 가, 방 안에 꽉 들어찬 이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전부 다 모였어?”
“응. 다 모았어.”
“그래. 고마워.”
예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과자 가족 사이에 생겨버린 벽과 그것을 무너뜨리는 방법 및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었다.
실제로 이후 평소보다 더 많이 과자 가족에 에너지를 할애했는데,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나와 친구들은 조금 좌절했고, 우리 사이에 생겨버린 벽을 허물기엔 어쩌면 조금 시간이 늦지 않았나라는 생각 역시도 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과자를 먹고 게임을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던 것이지만, 어느새 여긴 클럽하우스 내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을 가진 파벌이 되어버렸고 꼭대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을 담아야 하는 곳쯤으로 인식되었다.
그렇지만 아이마르를 보면 알 수 있듯, 누군가는 단체 생활을 힘겨워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우리가, 누군가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난 이를 원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이러라고 만든 모임은 아니니까 말이다.
“음. 난 과자 가족의 대표는 아니야. 여기에 대표는 없어. 그래도, 친구들이 등을 떠밀었으니까 말할게. 있지.”
“…….”
그래서 난 오늘부로, 과자 가족이라는 것 자체를 없앨 생각이다.
“처음에는 친해지자는 취지였는데, 이게 오히려 벽을 만든 것 같아. 이건, 바라던 일이 아니야.”
우린 축구선수이고 또 축구를 즐거워해야 하는데, 과자 가족이 오히려 그에 방해만 되고 있었다.
과자 가족을 해산시킨다고 해서 분위기가 곧바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파벌이 생기면서 생긴 문제점들은 빠르게 희석되어 갈 것이라고 본다.
“물론 나중에 너희들끼리 뭔가를 만든다면, 그건 내가 뭐라고 할 수 없어. 다만, 치미 우니도 움 치미. 너희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이 됐든, 우리가 같은 동료이고 또 함께 축구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너무 생각이 없었고,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희를 서운하게 했을 수도 있어. 그건 사과할게.”
과자 가족. 아니, 전(前) 과자 가족의 앞에서 말하면서, 이것 하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챔피언스리그와 메시를 만났던 경험이, 내게 이런 행동을 하게 시켰다는 것 말이다.
정확한 이유라든가 동기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이러는 게 옳을 것 같았다.
갑작스러웠던 발표에 혼란을 겪은 이들이 자리를 떠나고, 주앙의 방에 남은 우리 네 사람은 방의 주인과 함께 바닥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휴우- 좀 그렇다.”
“왜? 아쉬워?”
베르나르두를 향해 내가 아쉽냐고 물었다.
“응. 뭔가,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던 게 사라져버린 것 같잖아.”
“글쎄.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정말? 네가 만들었잖아!”
“그렇기는 한데. 봐. 애초부터 우리가 여기에 모인 건 축구 때문이지 과자 가족 때문은 아니잖아.”
“…….”
가끔 우리는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정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착각해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며칠 전에 그랬다.
가족과 팀을 위해 본능을 억누르는 것과 오직 내 본능에만 충실하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올바른 판단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수습할 수 있었긴 하지만, 분명 나와 또 많은 이들이 그로 인한 대가를 치렀다.
그러니 이것도, 내 미숙함에 대한 대가다.
만약 내가 좀 더 어른이었다면, 과자 가족을 훨씬 더 잘 이끌고 갈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하나.
“우리가 축구를 하는 이상은, 동료이거나 혹은 친구일 수 있을 거야.”
“…….”
이것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리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내 말에 베르나르두가 입을 다물었고, 주앙과 안드레 역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곳에 있던 제로니모도,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내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왔다.
“있지.”
“그래, 말해.”
“나도 네 생각에 동감이야. 우린 축구선수니까.”
제로니모의 말에, 난 비로소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었다.
그러곤 참을 수가 없어져 한마디를 더 보탰다.
“너희를 볼 때마다, 내가 축구를 포기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돼.”
지금의 이야기에 친구들 모두가 잠깐 멈칫거렸는데, 녀석들은 이내 시답잖은 농담으로 내 기분을 망쳐놓기 시작했다.
하여간, 조금이라도 진지해지는 걸 견디지 못한다.
요즘 녀석들이란.
“뭐? 요즘 녀석들? 너 또 형님 타령하려고? 앙?”
“누가 제일 미숙한데? 그건 너 아냐?”
“야! 얘 잡아! 죽이자!”
“아악-! 나 살려-”
2012년 12월 10일.
과자 가족 해체.
하지만 지금 내 주변의 풍경은,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뿐이니까.
“내일 이기자. 알겠지?”
“당연하지. 그 빌어먹을 스포르팅인걸.”
“아주 그냥, 죽여버릴 거야.”
그리고 이 모습은, 내가 축구를 하는 이상 앞으로도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것이다.
못해도, 15년 정도는 되겠지.
그때가 되면 몇 살이야?
‘34살. 윽! 끔찍해.’
이불에 돌돌 말려 친구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와중에도, 나는 34살이 된 나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