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6)
16화
킥을 차는 순간 느낌이 왔다.
결코 좋은 느낌은 아니다.
티-잉!
“아-! 젠장!!”
목표로 했던 지점보다 조금 아랫부분을 걷어차고야 말았다.
벽을 넘기겠다는 생각에 몰두를 했었던 게, 이런 상황이 된 원인인 것 같다.
조금만 더 신중할 걸.
조금만 더 차분할 걸.
아쉬움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
(얄트 피)
“골포스트에 맞았습니다!! 후이 파트리시오(Rui Patricio)가 전혀 반응할 수 없었을 만큼 강력한 슈팅이었습니다! 16살의 어린 선수에게, 스로프팅 CP가 한 방 얻어맞을 뻔했습니다! 정말 한 끗 차이였네요!”
*
·전반 11분
FC 노르셸란 0 : 0 스포르팅 CP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돌아선 순간, 관중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또 한 번, 내 응원가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슛-! 슛-! 슛-! 그는 그물을 뚫어버리지!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다온-! 다온-! 다온-! 한국에서 온 15살 꼬마! 그렇지만 이젠 더 꼬마가 아니지! 그는 그물을 뚫어버리지!]하지만 응원가와는 다르게, 이번엔 그물을 뚫어내진 못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건 느껴진다.
“우욱-!”
쿠당-!
완벽한 차징을 보여준 에녹 아두.
그는 오늘 처음으로, 마니셰로부터 볼을 빼앗아냈다.
“역습이야! 앞을 봐!”
나와 같은 1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두의 플레이에서는 원숙미가 느껴졌다.
수비적인 플레이는 물론이거니와 커트 후에 패스길을 찾아내는 데에도 망설임이 보이지 않는다.
길게 뻗어 나간 축구공은 왼편으로 빠진 스톡홀름에게로 이어진다.
오늘 출전한 두 명의 중앙미드필드는 공격 시에는 측면공격수의 역할도 함께 이행하고 있다.
스포르팅 CP의 양쪽 윙어들이 강력한 것을 고려해, 측면수비수들에게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도다.
대신 이렇게 공격상황이 되면, 난 아두와 함께 중앙에 서서 부족한 미드필드의 숫자를 채운다.
여기에서 좀 더 앞으로 나서는 건 아두다.
반면에 난, 중앙수비수의 바로 앞에 있다.
『공격 전환 시의 포메이션 변화』
[오오오오오–!] [아아? 젠장! 아쉬웠지만 잘했다고오!]주앙 페헤이라의 수비를 벗겨낸 스톡홀름이 정교한 크로스를 띄워 올렸고, 그것은 센터포워드 니키 빌 닐센의 머리까지 연결이 되었다.
하지만 수비수와의 경합 때문에, 헤더에는 위력이 실려 있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으로 제대로 된 팀플레이가 나왔다는 데서 위안을 찾는다.
확실히 분위기는 많이 올라왔고, 이제는 더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으리란 자신감도 생겨났다.
그러자, 팀은 좀 더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비진영 왼쪽에서 진행된 스포르팅 CP의 공격이 무의미하게 끝나버리고, 역습을 시도하던 우린 템포를 늦추며 공격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중앙으로 옮겨 있던 내 앞으로 볼이 도착한 순간, 난 뒤로 돌아 들어가는 라우드럽을 보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던 코치들의 말들이.
[스포르팅의 측면 수비수들은 굉장히 공격적이야. 굳이 공격상황이 아니더라도, 라인이 높지.] [우린 의도적으로 윙어가 아닌 미드필드를 배치할 거란다. 윙어에 비해 라인이 낮기 때문에, 상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수비라인을 끌어 올리려고 할 거야.] [네가 신경 써야 할 건 바로 그거란다.] [꼬마야······.]“오른쪽!!!”
지금의 이 목소리는 아마도 모르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전에 이미 오른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파앙-!
발등에 맞은 축구공은 부드럽게 떠올랐지만, 빠른 속도를 과시하며 앞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것은 에바르도 파비아누(Evaldo Fabiano)의 뒷공간에 정확히 떨어졌다.
다급히 파비아누가 낙구지점을 찾으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패스는 수비수에게 무척이나 힘이 든다.
내가 수비수라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안다.
저러한 경합 상황에서, 공간을 찾아 나가는 패스는 수비수에게 있어 뒤를 자주 돌아봐야만 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는 처음부터 시선을 앞쪽으로 둔 공격수와는 달리, 부수적인 일들을 더 많이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대응에서 뒤처지게 된 파비아누가 발을 뻗어 라우드럽을 저지해내지만, 주심은 곧바로 그에게 달려가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바로 그거야, 꼬마야!! 아주 잘했어!”
결과를 확인한 감독님이 내게 큰 격려를 보내오고 있다. 난 어깨가 으쓱해졌고, 자신감이 용솟음쳐 올라왔다.
하지만 점점 더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바로 그 찰나.
[이봐, 거기 작은 친구!]“응?”
수비 자리로 돌아가던 내 곁으로 다가온 시몬 북체비치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기고만장하지 않는 게 좋아.]“뭐라고? 난 네 말 못 알아들어.”
[난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네놈이 설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 것 같단 말이지.]“······.”
대체 뭐라고 하는 거람.
난 이때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시몬 북체비치가 내게 경고장을 날려 오고 있었다는 것을.
내 경기는, 급속도로 난이도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
·전반 종료
FC 노르셸란 0 : 0 스포르팅 CP
“하악-! 하아악-! 우읍-!”
쿠당-!
······쿵!
급하게 라커룸을 빠져나간 이에게, 많은 이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집요하리만치 왼쪽 측면을 활용한 스포르팅 CP.
그 앞에서 김다온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모르.”
“그래. 아무래도 교체해야 할 것 같군. 헨릭?”
김다온을 대신해 헨릭 킬텐토프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모르텐 비그호스트.
그는 메디컬 스태프에게 손짓하여, 화장실로 들어간 김다온을 챙기도록 지시했다.
애초부터 최대 60분 정도를 생각했었던 지라, 이번 교체는 팀에 큰 영향은 없었다.
다만,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뿐이다.
“좋아! 모두 주목!”
박수와 함께 선수들을 집중시킨 모르텐 비그호스트가 후반전 전술 변화를 지시한다.
팀은 좀 더 수비적으로 변화할 것이고, 한 방 역습을 통해 득점을 올리는 일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짧은 라커룸 대화가 끝난 뒤, 선수들이 후반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빠져나온 모르텐이 김다온을 찾는다.
그는 여전히 구토증세를 보이고 있다.
“우욱-!”
화장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모르텐은 밖에 있던 프레디 폴센(Freddy Paulsen)에게 김다온의 상태를 물었다.
“많이 뛰어서 그래요.”
“그렇군. 수액을 준비하는 게 좋겠어.”
“네. 당신이 여기에 있을 건가요?”
“그렇게 하지.”
고개를 끄덕인 프레디가 의료실로 향하고, 화장실 입구 옆 벽에 기댄 모르텐은 전반전 김다온의 플레이를 떠올렸다.
‘정말로 즐거웠지. 하지만 욕심이 너무 지나쳤던 것인지도 모르겠군.’
프리시즌 동안, 김다온은 스스로가 눈부신 성장을 했음을 모두에게 입증해 보였다.
이전까진 단순한 B팀 로테이션 수준의 선수였다면, 지금은 B팀과 함께하는 게 불필요한 낭비라 느껴질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의 어린 나이와 함께, 완성되지 않은 체격적인 요인은 발목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모르텐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FC 노르셸란이 김다온이 만들어낸 좋은 장면들을 앞세워 기어를 올리기 시작할 무렵, 스포르팅 CP의 공격 진로가 왼쪽으로 틀어졌다.
시몬 북체비치와 마니셰가 거친 플레이로 김다온을 압박했고, 16살의 소년은 그라운드에서 몇 번이고 뒹굴었다.
전반 43분에는 바닥에 넘어진 김다온이 기어가다시피 일어나서, 마니셰의 중거리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낸 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이미, 이 소년은 한계점에 몰린 상태였다.
이성이 올바르게 작동을 했더라면, 모르텐은 그때 김다온을 교체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전반 내내 보인 집착과 열정이, 팀에 미치는 영향을 포기할 수 없었다.
만약 유로파가 아니었다면,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보 같군. 나도 아직 멀었어.’
스스로를 자책하느라 손바닥으로 이마를 크게 두드린 모르텐이 자리에서 주저앉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서 물이 내려가는 소리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선 모르텐.
그는 표정을 정돈했다.
“어? 감독님?”
“몸은 좀 어때?”
“휴유- 솔직히요? 정말 죄송하지만, 후반전은 뛸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뛰라면 뛸게요!”
무엇이 이리도 이 소년을 간절하게 만드는 것일까?
자신의 말이라면 아무런 불만도 없이 따르는 이 어린 소년에게, 모르텐은 지금 많은 궁금증을 느끼고 있었다.
동양인이 상대적으로 순종적이란 말은 주변을 통해 들었지만, 여기의 이 친구에겐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아직 그게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아니, 수고했어. 이미 헨릭에게 말을 해뒀지.”
“아······ 그렇······ 군요.”
고개를 푹 숙이는 김다온을 보며, 마음이 아파진 모르텐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곤 김다온의 머리를 잔뜩 헤집기 시작했다.
“으왓-! 감독님??”
“고개를 숙일 것 없다, 꼬마. 넌 전반전 누구보다 잘 뛰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를 묻고 싶구나.”
“네? 뭐죠?”
본래 모르텐이 하려던 말은, 자신을 원망하진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축구와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었지만, 전반 17분 이후 김다온은 샌드백처럼 두드려 맞았다.
허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고, 또 터지지도 않았다.
계속 오뚝이처럼 일어나, 기어코 상대를 괴롭혔다.
모르텐은 차마, 처음 생각했던 질문을 꺼낼 수 없었다.
대신에 그는, 곧바로 생각난 다음의 말을 했다.
“오늘, 많이 즐거웠니?”
“······?!”
김다온은 예상하지 못한 듯, 놀란 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모르텐은 절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네! 아주요!”
왜냐하면, 축구를 진정으로 좋아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절반뿐인 유로파 무대 데뷔전이었지만, 경기를 지켜본 그 누구도 김다온의 플레이를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모르텐은 충분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거 멋지구나! 의료실로 가거라. 의료팀에서 널 좀 더 챙겨줄 거야.”
“네! 아, 그리고 감독님. 저 계속 벤치에는 앉을 수 있는 거죠? 후반전을 꼭 지켜보고 싶어요!”
“하하. 물론이지. 네 자리를 비워 둘 테니, 꼼꼼히 치료받고 오렴.”
“네!”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16살의 어린 소년은 작년보다 부쩍 성장해 있었지만, 저 강인한 의지만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완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모르텐이었다.
***
·후반 45분
FC 노르셸란 0 : 1 스포르팅 CP
“공격해!! 계속해서 밀어붙이라고!”
“조금만 더 힘내! 마지막이 머지않았어!”
치료를 끝마치고 다시 벤치로 돌아왔을 때, 스코어는 이미 0 : 1이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는 내게, 에른스트는 침통한 표정으로 북체비치에게 실점을 허용했다고 대답해줬다.
그게 어쩐지 나 때문인 것만 같았고, 이후로 계속 침통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파앙-!
[아아아······.] [젠장!! 좀 더 잘 해보란 말이야!]후반 40분경부터 수비를 견고하게 세운 스포르팅 CP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우리의 공격을 저지해내는 중이다.
점유율은 일방적인 우세지만, 실속은 전혀 없다.
감독님이 두 명의 공격수를 교체투입하며 더욱 강하게 밀어 붙여보고 있지만, 힘의 차이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씨······ 팔.’
만약 내가 90분을 뛸 체력이 되었더라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진 않았을까?
설령 결과가 똑같았다고 해도, 교체카드 하나를 더 써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몸만 풀다 들어온 페타이라든가, 연습 때 컨디션이 좋았던 안드레아스 그란스코프(Andreas Granskov)는 교체카드 부족으로 투입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에 화가 났다.
90분을 버티지 못한 내 체력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삑-! 삐익-! 삑-!
*
(얄트 피)
“경기 종료입니다! 스포르팅이 노르셸란 원정에서 먼저 유리한 고지에 오릅니다! 2차전은 다음 달 5일, 포르투갈에서 열립니다. 그 경기도 저희 SBS 디스커버리 네트워크가 함께합니다. 생각보다 노르셸란이 잘 싸웠어요. 안 그래요?”
(토벤 댐곳)
“그렇습니다. 특히 전반 20분까지가 그랬죠. 노르셸란으로서는 그 때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것이 한일 겁니다.”
(얄트 피)
“응? 지금 울고 있는 건가요? 전반을 뛰고 교체된 킴이 눈물을 보이고 있습니다. 억울해하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그는 정말로 잘 뛰었습니다. 전반전 Man of the Match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요.”
*
패배가 확정된 순간, 난 벤치에서 얼굴을 감싸 쥔 채 눈물을 흘렸다.
처음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에른스트가 나를 다독여줬다.
그리고 지금은 감독님이 날 위로해주고 계셨다.
“오늘을 잘 기억하렴, 꼬마야. 아마도 네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았을 거야.”
“훌쩍- 네. 큭- 훌쩍- 다음엔 90분을 뛸 거예요.”
“훗. 그래. 다음엔 틀림없이 그렇겠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관중들의 앞에 선 순간, 서포터들이 갑자기 손을 위로 뻗으며 노래를 불러오기 시작했다.
[슛-! 슛-! 슛-! 그는 그물을 뚫어버리지!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다온-! 다온-! 다온-! 한국에서 온 15살 꼬마! 그렇지만 이젠 더 꼬마가 아니지! 그는 그물을 뚫어버리지!]패배 뒤에, 이런 응원을 받을 줄이야.
눈물을 닦은 나는 의지를 담은 표정을 지으며, 서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다음에는 꼭.’
다음에는 꼭 승리를 안겨다 주리란, 차마 꺼낼 수 없는 말을 속으로 머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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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FC 노르셸란 0 : 1 스포르팅 CP
[혈투 끝에 패배한 노르셸란. 그 속에서 빛난 16살 소년. – Danish S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