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61)
160화
·2012.12.15. 경기결과(Liga Zon Sagres 12R)
SL 벤피카 5 : 0 CS 마리티무
[골] 제로니모 베가 : 전반 26분(베르나르두 실바)오스카 카르도소 : 전반 33분(베르나르두 실바), 후반 21분(P.K), 후반 23분(제로니모 베가)
호드리구 : 후반 42분(김다온)
김다온 ? 84분 출전(평점 8.5/팀 내 공동 3위)
.
.
·2012.12.19. 경기결과(Allianz Cup Group 4)
SC 올랴넨세 1 : 2 SL 벤피카
[골] 호드리구 : 후반 24분(자르데우)리마 : 후반 42분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
2012년 12월 20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과자 가족 해산을 선언하고 11일이 지난 현재, 이곳 클럽하우스는 그런 것이 있었나 싶을 만큼 평화롭고 또 아무 일 없이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다.
“진짜 조금은 서운하기까지 하다니까? 넌 안 그래?”
“글쎄, 별로?”
“진짜? 우리가 같이 만들었던 거잖아!”
베르나르두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과자 가족에 대한 미련을 붙들고 있는 녀석이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 역시 평소와 딱히 다른 부분을 느끼고 있지 못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야! 이제 시작한다!”
“오-!!”
우리는 늘 모이던 공간에서 늘 함께하던 이들과 함께 모여, 간단한 먹을거리를 놓아둔 채 TV를 시청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후우우~”
챔피언스 리그 이후, 팀은 현재 국내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두고 있어 팀 분위기 자체는 무척이나 좋은 편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팀이 계속 승리하자, 날 둘러쌌던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이젠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특히, 스포르팅 경기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울트라스가 비난의 대상을 본인들이 응원하는 클럽에게로 가져가자, 거짓말처럼 날 비난하던 목소리가 멈췄다.
동료들도, 이젠 쿨하게 모든 걸 받아들인다.
어느새, 그것도 지난 일이 되어버린 거다.
그리고 일정도 무척 좋았던 것 같다.
오늘부터 포르투갈 리그는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1월 1일까지 크리스마스-신년 휴가 기간을 가진다.
난 갈비뼈 부근의 타박상과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를 점검할 기회를 얻었고, 또 팀도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또 오늘 이적시장도 열렸다.
포르투갈 내 선수들의 이적은 오늘부터 가능하며,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1월 1일에 합류할 수 있다.
현재 외부에서 팀의 영입에 관한 꽤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딱히 보탤 말은 없다.
팀이 더 강해진다면 그것대로 좋은 일이고, 만약 경쟁이 심화 된다면 그것 역시 그것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이것 역시, 경쟁의 연장선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에노 트뤼셀)
“첫 번째 팀은…… 나폴리입니다.”
.
2012/13 유로파리그 녹아웃 스테이지.
오늘 바로, 그 조별추첨이 이뤄진다.
가장 먼저 호명된 나폴리에 이어 빅토리아 플젠이 그들의 상대로 결정되었고, 이후 7개의 팀이 더 불렸다.
그리고 그런 뒤에.
.
(에노 트뤼셀)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
드디어, 우리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흔히 중간(intermediate) 스테이지라고도 불리는 유로파리그 32강은, 유로파리그 그룹 스테이지를 돌파한 24개 팀과 챔피언스 리그 그룹 스테이지에서 3위를 차지한 8개의 팀이 뒤섞여 홈&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이 무대에서, 우린 바로 직전에 호명된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만나게 됐다.
유로파 그룹 스테이지 K조에서 4승 1무 1패로 조 2위를 기록했고, 전력 자체는 유로파리그에 속한 팀 중에서 중상위권 수준이란 말을 듣고 있다.
“……저기 누가 있더라?”
레버쿠젠과 만나는 것이 확정된 순간 찾아왔던 침묵을 깨트린 것은 안드레였고, 그의 말에 우린 전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독일국가대표 라스 벤더(Lars Bender)였다. 또 공격의 핵심이 안드레 쉬얼레(Andre Schurrle)와 슈테판 키슬링(Stefan Kießling)도 보였다.
골키퍼인 베른트 레노(Bernd Leno)는 약관의 나이임에도, 독일의 차기 수문장이 될 수 있다는 평을 듣는 선수다.
분명 만만치는 않은 팀.
그러나, 이길 수 있다.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별것 아냐.”
“뭐, 그렇긴 한데.”
“응? 너 어디가?”
“웨이트를 좀 하러. 몸이 근질거려.”
“……그래. 다녀와.”
안드레의 방을 빠져나와, 1층에 있는 웨이트트레이닝룸으로 향한다.
“휴우~”
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뒤에 곧장 머신 위에 앉았고, 적당한 무게의 쇳덩이들을 들어 올리면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절대로. 절대, 두 번 다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죽어도 안 해.’
우린 레버쿠젠에 승리할 거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다.
철컹-, 철컹-
머신이 움직일 때마다, 조용한 실내에서는 쇳덩이가 철컹거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
51373 레버쿠젠, 독일. 비스마르크슈트라세 122-124. 바이 아레나(Bay Arena. Bismarckstraße 122-124. 51373 Leverkusen, Germany).
바이어 04 레버쿠젠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매우 독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클럽이다.
분데스리가의 규정상 개인 혹은 기업의 구단 사유화가 불가능하지만, 이들은 볼프스부르크와 함께 분데스리가의 유이한 기업 보유 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세계 2차대전의 전범 기업이자, 헤로인을 상품화하고 아스피린을 전 세계에 보급한 바이엘(Bayer AG)이 세계대전 종식 후 보여온 행보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대전 이후, 본인들의 만행을 인정하며 그것을 만회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쌓여, 결국에는 독일 축구 협회로부터 예외적으로 구단 운영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벤피카로군.”
“…….”
“어떤가, 사미? 자네의 생각은 말이야.”
“글쎄요. 우선은 사샤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군요.”
“그러지 말고. 첫 느낌이 있을 것이지 않나.”
바이어 04 레버쿠젠의 단장 루돌프 푈러(Rudolf Voller)는 맞은편에 앉은 사내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바라던 결과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그건 저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죠, 루디.”
“후훗. 뭐, 그렇기는 하지.”
1980년대 독일의 황금기를 이끈 루디 푈러는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이자, 레버쿠젠을 훌륭하게 이끌고 있는 단장이라고도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푈러는 작년 봄, 로빈 두트(Robin Dutt) 감독을 해고하면서 꽤 파격적인 시도를 해 또 주목을 사기도 했다.
바로, ‘공동감독’의 형태로 팀을 운영하는 것.
현재, 바이어 04 레버쿠젠은 핀란드의 전설 사미 휘피에(Sami Hyypia)와 유소년 팀 감독이던 사샤 레반도프스키(Sascha Lewandowski)라는 공동감독 체제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휘피에에게 조금 더 많은 권력이 있고 사샤 레반도프스키는 전술만을 전담하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공식적으론 이 두 사람이 레버쿠젠의 감독‘들’이었다.
물론 당사자들은, 본인들의 이런 상황을 딱히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고 있다.
“이만 가봐야겠군요, 루디. 아마 선수들도 지금쯤이면 결과를 확인했을 겁니다.”
“그러게나.”
“그리고. 그 문제는 어떻게 됐죠?”
“…….”
루디 푈러는 시즌 내내, 사미 휘피에가 본인에게 권력을 일임해 달라고 시위해 왔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푈러는 휘피에의 선수단 장악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가 가지고 있는 축구 철학이 너무 구시대적이라는 부분이 늘 마음에 걸렸다.
애초에 푈러가 휘피에와 사샤 레반도프스키를 함께 묶어놓은 이유 역시, 휘피에가 레반도프스키의 전술적인 역량을 그대로 흡수하길 원해서였다.
그러나 바람은 바람일 뿐, 현재 클럽은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침묵하는 루디 푈러를 보며, 휘피에가 싸늘한 시선으로 말한다.
“역시나로군요.”
“사미. 일단은 우리 앞에 중요한 문제가 있지 않나.”
“제게는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권력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저의 바람대로 축구를 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죠. 그럼.”
딸깍-
휘피에가 문을 닫고 나간 뒤, 푈러는 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현재 레버쿠젠은 휘피에가 주장하는 4-3-2-1 전술과 사샤 레반도프스키가 원하는 공격적인 4-3-3 사이에서 조금 방황하는 모양새다.
휘피에의 4-3-2-1은 과거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프랑스가 세계 축구의 중심이었을 때의 전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었다.
일명 ‘크리스마스트리’라고도 불리는 전술인데, 문제라면 현 선수단의 구성이 그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지만 사미 휘피에는 선수들이 자신의 전술에 맞춰주길 바라는 유형이지, 선수들의 구성에 맞춰 전술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감독은 아니다.
그나마 사샤 레반도프스키가 한발 양보해 휘피에의 4-3-2-1 전술을 받아들였지만, 교묘히 자신이 추구하는 4-3-3을 이식해 사실상 실전에선 4-3-3의 모양새로 뛰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론, 사샤 레반도프스키가 주장하는 전술적 방향이 승리와 조금 더 가까웠다.
하나, 그에게 감독을 맡기는 것 역시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사샤 레반도프스키의 단점은 사람이 너무 좋기만 하다는 것이었고, 루디 푈러는 그런 성격으론 거칠기로 유명한 분데스리가의 남자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푈러는 다시 생각한다.
‘둘이 절반씩 섞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지만 곧, 푈러는 이것이 무의미한 상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곤 금방 결정된 유로파의 대진을 떠올렸다.
“흐음- 벤피카라.”
루디 푈러도 김다온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16일을 기해 한 살을 더 먹긴 했지만, 여전히 19살에 불과한 김다온은 현재,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되었다.
이미 자본력을 갖춘 클럽들이 공개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SL 벤피카가 그를 지킬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중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상황들이 김다온의 경기력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바이어 04 레버쿠젠에게는 다음 라운드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이적과 관련된 소식들이 특정 선수의 폼을 떨어트리는 것이야, 축구계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니까 말이다.
‘흐음- 차붐에게 한번 전화를 걸어볼까?’
김다온이 한국인이라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던 루디 푈러는,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볼 생각을 했다.
상대하게 될 팀의 주요선수가 어떠한 성격인지를 알아두는 것 정도야, 알아본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 이런! 시간이 안 되겠군.”
한국의 현재 시각을 확인한 루디 푈러는,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아쉬워하며 휴대폰을 도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어떤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이라. 성실하고, 모범적이지.’
차두리가 2004년 레버쿠젠을 떠난 이후, 팀에는 오래도록 한국인 선수가 뛰지 않았다.
그리고 차범근이라는 전설을 기억하고 있는 레버쿠젠의 사람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온 선수들에게 무척 친화적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마케팅적으로도 훌륭했다.
‘녀석은 어렵겠지만, 다른 한국인이라면.’
현재 5,500~6,500만 유로 수준으로 평가받는 김다온의 영입은 감당할 수 없는 레버쿠젠이지만, 독일에서 뛰는 다른 한국인을 영입할 자금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더군다나 팀의 에이스인 안드레 쉬얼레는 시즌 시작 전부터 팀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딱 제격이기는 해.’
결심을 굳힌 루디 푈러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오후 2시 30분에, 회의를 소집해주게. 이유는…….’
새로운 한국인의 영입.
루디 푈러는 이제, 복잡한 일들은 잊고 본연의 임무에 들어가기로 한다.
***
2012년 12월 21일. 에스토릴, 벤피카. 루아 잉그라테라 387.
띵-동!
…….
띵-동, 띵-동!
“하아~”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나는 최근에 오펠리아와 크게 다퉜다.
그녀는 본래 15일에 귀국하기로 했지만, 당일 날 내게 메시지를 보내와 함께 런웨이에 섰던 친구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거기엔, 정작 중요한 말은 없었다.
띵-동!!
“…….”
오늘은 집에 혼자서 있는 날이었고, 부모님은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을 겸해 누나를 보러 덴마크로 떠나셨다.
내가 거기에 함께하지 못한 이유는 당연히 훈련일정 때문이었는데,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 그리고 가족이 다 함께 모이는 연말 이틀을 빼면 정상적으로 훈련을 할 생각이었다.
이미 팀은 사전에 조사를 마쳤고, 부상의 이슈가 있는 몇몇을 제외한 남은 전원이 나처럼 훈련에 참여하기로 했다.
띵-동!! 쿵쿵쿵쿵-!!
“응?”
지금 들려온 쿵쿵거림은 현관문을 두드려서 생긴 것이다.
우리 집은 마당이 있고, 손님들은 그 마당 밖 대문에서 벨을 누르고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관문을 두드렸다는 건.
‘아, 베베가 있었네.’
아마도 베베가 대문을 열어준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없나 본데?”
밖에서 베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의 목소리를 거실 안에서 잘 들을 수 있었다.
이어지는 목소리.
“아뇨, 분명 안에 있어요.”
이건 오펠리아의 것이다.
쿵쿵쿵쿵-!!
“자기!!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너무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다니까?”
쿵쿵쿵쿵-!!
갑자기 볼일이 생각났다고 베베가 말하는 것으로 보아, 오펠리아의 미안하단 말에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것 같았다.
뭔가,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하여간 감이 좋은 분이다.
쿵쿵쿵쿵-!!
“자기!! 진짜 미안해!”
우리가 싸운 이유.
그건 오펠리아가 내 생일을 완전히 잊어버려서다.
처음 그녀가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고 말할 때는 그냥 알겠다고만 했는데, 최대한 그것을 이해해보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의 생일날에 내가 원정을 떠나거나 한다면, 그것을 챙겨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17일 오전에 확인한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난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다.
오펠리아는 같은 모델일을 하는 남자애와 다정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수십 장이나 소셜네트워크에 올렸다.
그리고 그 아래 해시태그엔.
#생일축하해♡마테오♡오피
그래.
오펠리아는 내 생일은 완전히 잊어버린 채, 다른 남자애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던 거다.
심지어 그 모델은 게이도 아니었다.
난 오펠리아의 엉덩이 바로 위에 얹어진 남자애의 손과 찰싹 달라붙어 있던 두 사람을 잊지 못하고 있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테이블 위에 놓아둔 휴대폰이 울리지만, 난 당연히 그것을 곧장 무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얼마의 더 시간이 흐르고, 오펠리아는 지쳤는지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선물은 앞에다 두고 가겠다고 했다.
그녀의 연약한 목소리에 다시 마음이 약해질 뻔도 했지만, 다시 이를 악물면서 밖으로 나서고 싶은 것을 참아냈다.
지금 나는 오펠리아를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모르겠네.’
최근 오펠리아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진 가운데,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절대 처음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린,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보면 축구 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붙어있는 것에 반해, 오펠리아와 나는 정반대였다.
물론 카르도소는 이런 내가 오히려 부럽다고 말하지만, 그거야 그가 많은 여자와 다양한 관계를 즐기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런 관계는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딸깍-
“…….”
해가 저물어갈 무렵,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곤 현관 앞에 놓인 종이상자를 바라봤다.
‘구찌네.’
오펠리아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명품을 준비해 두었는데, 그녀는 내가 이런 선물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그저, 생일에 그녀와 함께이길 원했다.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일을 보냈지만, 정작 내 마음은 가장 가난했던 것 같다.
‘우린 참 서로를 몰라.’
오펠리아가 준 선물을 상자째 그대로 옷방에다 집어넣으며, 난 거실의 불을 끄고 밖으로 나섰다.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는 원호시설을 찾아 할아버지, 할머니를 뵙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오펠리아는 가족들이 모이는 파티에 참석해야 하기에,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일정이 모두 차 있는 상태다.
그래서 더.
‘함께 있고 싶었던 건데.’
아무리 돈이 있더라도, 세상에는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중엔, 내가 함께이고 싶은 사람과 함께 보내고 싶은 시간 역시 포함되어 있다.
‘돈이란, 과연 뭘까.’
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지금, 도저히 집에 혼자서 있을 수 없었던 나는 클럽하우스를 갈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일단 그 전에, 베베에게 말을 해야 한다.
“……둘이 싸운 거니?”
“네.”
“미안. 난 그것도 모르고.”
“아니에요, 베베. 괜찮아요. 대신 집을 좀 봐주실 수 있어요?”
“물론이지. 아, 그리고.”
“네?”
“네 덕분에, 올해는 나도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리고 가능하다면 꼭 네게 소개도 해주고 싶어.”
과거, 베베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이혼하게 되었고, 이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아이를 만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수당이 지급되면서 법원에서 허락이 떨어졌단다.
“정말, 정말 고맙다. 전부 다 너와 너희 가족들 덕분이야.”
“… 네, 별말을요.”
조금이었지만,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오면, 집에서 다 같이 밥을 먹어요.”
“그래! 꼭 그러자꾸나!”
“네. 그러면 집을 부탁드릴게요.”
“그래, 그래. 안심하고 다녀오면 돼.”
차고로 걸어가며, 나는 다시 생각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정말 돈이 간절한 누군가의 행복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감정적인 생각인 것 같다.
난 그렇게까지 좋은 사람은 아니다.
여전히, 난 많이 이기적이다.
딸깍-
부르으—응!
버튼을 눌러 차의 시동을 건 뒤, 난 천천히 집을 빠져나와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도로에 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리스본 시내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응?”
‘Diva global! Desempenho convidado!’
익숙한 얼굴의 여성의 모습이 있는 커다란 치수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윤…… 서희. 씨?’
그건 바로, 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윤서희 씨의 초청 공연 포스터였다.
그리고 그 날짜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빵- 빠앙-!!
“이크!”
등 뒤에서 들려온 경적에, 난 급하게 다시 액셀을 밟았다.
“…….”
한참을 달려 세이샬로 들어서 한적한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워둔 뒤, 휴대폰을 뒤적여 아까 내가 본 것을 확인한다.
윤서희 씨의 관련 기사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파리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발레리나 윤서희. 포르투갈의 가장 유명한 발레단과 함께 크리스마스이브와 올해의 마지막 날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티켓 예매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나는 순식간에 발레공연을 예약해 버렸다.
***
[이상기류?! 혹은 이별?! SL 벤피카의 축구선수 김다온이 19번째 생일을 홀로 보내는 동안, 그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오펠리아 비에이라는 마르코스 안젤로가 연 호화스러운 풀파티에 참여했다. – Tv Mals/2012.12.18.(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