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2012년 12월 23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휴가는 반드시 지켜져야만 했고, 이런 생각으로 지난 일주일 팀을 운영해온 에두 크루즈는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일 오후에 있을 ‘SL 벤피카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끝으로, 27일까지 프런트는 달콤한 휴가를 보내게 된다.
물론 IT 부서를 포함한 필수 인력은 계속해서 구단을 지킬 것이고, 에두 크루즈는 이미 그들의 수고에 대해 적당한 감사를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뇨. 그 가격엔 팔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에두. 어차피 그는 당신의 팀이 필요 없는 선수가 아닙니까?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하죠?”
-누구라니!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군요. 한번 확인해 보시죠. 그럼.”
딸깍-
에두 크루즈는 현재까지, 브루노 세자르의 영입을 원하는 세리에 A의 클럽과 통화 중이었다.
세리에 A의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볼로냐 FC 1909가 브루노의 영입을 원했는데, 그들이 제안한 이적료는 과거 코린치안스에 지불했던 1,150만 유로의 1/3 수준도 되지 않았다.
에두 크루즈는 브루노의 이적에 든 1,150만 유로에 이자까지 더해 받아내려고 한다.
그래서 에두는 빠르게 통화를 종료한 뒤, 전화기를 뒤적여 찾은 어떤 번호와 통화를 시도했다.
-여보세요?
“하-! 발칙한 시도였네만, 어림없지!”
딸깍-
지금 에두가 전화를 걸었던 상대는, 브루노 세자르의 에이전트인 마테우스 브라가(Matheus Braga)였다.
“빌어먹을 녀석 같으니. 하여간, 이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마테우스 브라가는 스포츠에이전시 ‘LIFEPRO’의 오너 겸 에이전트로, 주로 브라질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유럽 무대로 끌고 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레알마드리드의 마르셀루와 맨유의 파비우 또한 마테우스 브라가의 고객이고, 유럽 축구리그에 많은 인맥을 둔 그는 가장 수완이 좋은 브라질 전문 에이전트로도 유명하다.
부르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
“응?”
이적 시즌이 되면, 에두 크루즈가 사용하는 전화기의 숫자는 총 다섯 대로 바뀐다.
그중 세 대는 온전히 이적만을 위한 핫라인으로 사용되는데, 지금 그중에 하나가 울린 것이다.
브루노 세자르의 이적을 추진하기 위해, 다른 어딘가로 전화를 걸려고 했던 에두는 화면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곤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또?!’
유럽 축구의 이적시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각 클럽에서 이적을 주도하는 이의 성격을 쉽게 알 수 있다.
그중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단장 에드 우드워드가 거래를 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했는데, 그는 이상형을 발견한 이탈리아 남성의 집요함보다 더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정작, 상대의 마음을 뒤흔들려곤 하지 않는다.
에드 우드워드는 돈을 쓸 줄은 알지만,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톡.
“하아~ 이런, 에드. 몇 번이나 말합니까?”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지 않소.
“허허.”
우드워드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너털웃음을 터뜨린 에두 크루즈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연휴가 시작된 직후부터, 사무실 안에 들여놓은 세 개의 화이트보드 중 하나에는 김다온의 이적에 관한 것들로만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름은 첫 번째는커녕, 첫 번째 줄에서도 간신히 그 끝에 걸려 있을 뿐이다.
“이봐요, 에드. 조언 하나 하죠.”
-……뭐죠?
“제발. 제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조금 기울여요. 당신이 만든 세상의 전문가들이 신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이만, 끊죠. 너무 바빠서. 그리고 4,200만 유로? 하-! 웃기지도 않습니다. 그럼.”
딸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김다온의 이적 조건으로 4,200만 유로의 이적료와 파비우와 하파엘 중 하나를 2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꽤 좋은 조건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현재 에두 크루즈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제안한 팀들의 이름이 적혀져 있다.
당연히 올 시즌 내에는 김다온을 이적시킬 생각이 없는 에두 크루즈였지만, 이적 협상이라는 것이 꼭 이적이 성사되는 시즌에만 이뤄지는 건 아니었다.
오랜 기간 협상을 하면 할수록 양 팀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 타당한 조건이 만들어지고, 이적 과정에서의 잡음 역시 줄어드는 법이다.
‘그나저나.’
전화 거는 것을 까맣게 잊은 에두 크루즈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곤,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적시장이 점점 더 미쳐가는군.’
중동의 석유 재벌들이 유럽 축구리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또 중국의 프로축구리그가 공격적인 영입 공세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매년 이적시장은 유례없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였다면 천만 유로도 안 되는 금액에 거래되었을 선수에게 1,500~2,000만 유로가 매겨지는가 하면,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는 부르는 것이 곧 값이 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큰손으로 분류된 팀의 지출 외에도, EPL 클럽의 눈에 띄는 지출 성장 역시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중 가장 선두에 있다고 봐도 좋을 클럽인 맨유.
에두 크루즈는 그 이름을 먼저 찾는다.
‘4,200만에 브라질 풀백. 해봤자 5,000만 유로 정도야.’
삑, 삑, 삑.
지우개를 집어 들어 맨유의 이름을 지워낸 에두 크루즈는, 그 자리에 30분 전에 김다온의 가격을 이야기한 다른 클럽의 이름을 적어 넣는다.
AS MONACO.
과거 김다온이 FC 노르셸란에 뛸 때도 관심을 보였던 프랑스 리그 앙의 AS 모나코는, 김다온의 이적을 위해 3,000만 유로와 3년에 걸쳐 세 번, 추가로 2,400만 유로를 더 내겠다고 했다.
일단 이야기는 진행해 볼 에두 크루즈지만, 그는 이 클럽으로는 김다온이 이적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AS 모나코가 김다온을 영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에게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는 것 외에는 없다.
‘뭘 선택해도, 클럽레코드야.’
캄노우 원정에서 탈락하는 팀을 지켜보며, 에두 크루즈는 안타까운 마음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론 주판알을 튕겼다.
이는 에두 크루즈가 비인간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너무나도 잘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유럽의 축구 전문가와 이적 전문 사이트에서는, 김다온의 몸값을 3,800만 유로~4,500만 유로 사이로 매겨놓았다.
그리고 실제 이적료는 5,500만 유로 안팎이 될 거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에두 크루즈가 정한 김다온의 몸값은 최소 6,000만 유로였고, 그 이하의 제안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SL 벤피카는 절대,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적료 수준으론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단 하나로군,’
현재까지 에두 크루즈의 최소조건을 충족시킨 클럽은 레알 마드리드 단 하나뿐이었다.
그들은 현재, 정확히 6,000만 유로를 제시했다.
본래는 4,000만 유로 안팎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김다온이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두 골을 기록하는 것을 지켜보자마자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이적시장에서 패닉바이를 불 지피는 데 있어, 라이벌을 상대로 맹활약하는 모습보다 더 나은 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했듯, 올 시즌 내 김다온의 이적은 에두 크루즈와 SL 벤피카가 고려 중인 사항이 아니었다.
“휴우- 어디, 그럼?”
다시 자리로 돌아와, 에두 크루즈는 잠깐 멈춰두었던 일을 진행키로 한다.
“알로? 접니다, 에두. 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죠.”
매년, 에두 크루즈는 SL 벤피카가 거상(巨商)으로서 큰 수익을 취하는 클럽이 될 수 있게 해준 일등 공신이 되어왔다.
그리고 이미 하비 가르시아와 악셀 비첼을 고가에 판매하는 수완을 보인 에두에게,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포착되었다.
“네. 브루노는 당신들 리그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에두는 현재는 망설이고 있는 이 구매자가, 이적시장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참지 못하고 큰 금액을 제안해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2012년 12월 23일 오후 3시 45분.
에두 크루즈가 악당처럼 보이는 시간이다.
“조금만 더 쓰시죠. 저는 당신이 좋고 또 당신 팀으로 이적시키길 원하지만, 브루노의 에이전시에서 더 큰 계약 건을 물고 오려고 합니다. 그들도 알거든요. 제 성격을 말이죠. 제가 이렇게 호의를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물론, 최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서 말이죠.”
SL 벤피카의 풋볼매니저는, 수입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었다.
***
2012년 12월 24일. 1700-111 리스본, 포르투갈. 알름 도로, 가고 쿠티뉴 123. 자르딤 다 마리아 알리스 ? 원호 생활시설.
한국에서 내가 보아왔던 크리스마스와 덴마크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지금 포르투갈에서 겪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풍경은 서로 무척이나 달랐다.
덴마크의 파룸이야 본래 저녁 8시만 되어도 시내에 불이 꺼지던 동네라 그렇다 해도, 관광지로 유명한 리스본의 시내가 조용하다는 건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크리스마스란 예전부터 가족들과 보내는 휴일에 더욱 가까웠다.
“그래서 제가 여기에 온 거죠.”
“이런, 너무나 고맙구나. ”
“별말씀을요, 할머니.”
크리스마스이브 오전, 나는 하루 전에 도착한 물건들과 함께 원호시설을 찾았다.
이것들은 리스본 시내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에 먼저 도착한 뒤에, ‘아디다스’가 따로 공수한 차량에 실려 이곳으로 왔다.
지난번, ‘아디다스’는 내 마일리지를 넘기는 금액을 일절 받지 않는 대신, 오늘의 이 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해도 되겠느냐는 조건을 내걸어왔다.
그래서 난 조금 더 판을 키우기로 했는데, 한국 시각으로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어제에도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어린 축구선수들에게 축구화와 각종 용품이 도착했었다.
그 일 역시 ‘아디다스’가 이미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고, 어제는 꽤 오랜 시간 내가 한국의 포털사이트 검색어에서 1위에 올라 있었다.
딱히 처음 있는 일은 아니긴 했지만, 축구 외의 일로 실검 1위를 차지했다는 게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할머니, 드릴 게 또 있어요.”
“또?”
“네.”
기사에 필요한 사진 찍는 일을 모두 끝마친 뒤, 나는 타리타 할머니의 방에서 준비해 둔 물건들을 건넸다.
“오-!”
“원본은 아니긴 해요. 그리고 할아버지. 꽤 높은 직책이셨던데요? 디레토르? 왜 그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어요.”
“…….”
“할머니?”
사진을 보고 계신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난 화들짝 놀라, 얼른 휴지를 찾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날 붙들며, 일어서지 못하게 하셨다.
“나는 괜찮다. 남편의 얼굴을 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그만. 할미가 주책이구나.”
“……아뇨. 그렇지 않아요. 사랑하셨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하하. 벌써 어른이구나. 그래서 넌? 사랑하는 사람을 충분히 보고 있니?”
“…….”
“아이야. 잘 듣거라.”
할머니는 내 표정에서 꽤 많은 것들을 읽어내셨는가 보다.
“나는 평생 축구에 미친 남편을 사랑했단다. 그리고 난 본래 축구를 전혀 모르던 여자였어. 한때는 그런 남편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지만, 이내 곧 알겠더구나.”
“……뭘 말이죠?”
“그래도 남편은 내가 필요할 때 항상 내 곁에 있어 줬다는 것 말이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기념일만큼은 꼭 챙겼고, 아픈 날이면 내가 잠들 때까지 있다 다시 출근했었지.”
“멋진 분이시네요.”
“그래. 덕분에 많은 걸 배웠단다. 그래서 나도, 그런 남편이 필요로 할 때 늘 곁에 있겠다고 다짐했었지.”
난 생일에 여자친구가 내 곁에 있어 줬으면 했다.
그래서 마리티무와의 경기 전에, 집에서 간단하게 가족들과 생일 축하파티를 했었던 거다.
하지만 오펠리아와의 약속은 없던 것이 되었고, 가족들이 걱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난 생일 당일 클럽하우스에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
녀석들은 혼자인 내가 걱정되어, 각자의 약속까지 취소하면서 내 곁에 있어 주었다.
“그 아이들은 참 좋은 사람이구나.”
“……네. 우린 우리가 형제라고 생각해요.”
“후후. 꼭 피가 섞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아이야. 네가 이 말을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네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오래 곁을 내어줄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할머니는 내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전 이만 가볼게요. 구단에서 행사가 있거든요.”
“이런 일부러 이런 걸음을 하게 하고. 참 미안하구나.”
“아뇨, 할머니. 저는 정말 괜찮아요.”
오늘은 우선 선수들끼리 먼저 클럽하우스에 모여 점심을 먹은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가 가족이나 연인을 동반하여 저녁에 있는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였고, 참석 후 30분이 지난 뒤에는 곧바로 파티장을 떠나도 아무 상관이 없다.
어차피 파티는 우리 선수들이 아닌, 프런트와 보드진을 위한 행사에 더욱 가까웠기 때문이다.
우린 그냥 우리를 위해 수고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참석을 해서, 함께 사진을 찍거나 해주는 역할이었다.
평소 고마움을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기에, 우리 중 이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 또 올게요.”
“너무 자주 오지는 말고. 축구 하기도 힘들 건데.”
“그건 생각해 볼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타리타 할머니와 포옹을 나눈 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하곤 베베의 밴에 올라탔다.
탁-!
“좋은 분들이네.”
“네. 그런데, 그거 뭐예요?”
“먹을 걸 조금 주시더라고. 너도 먹을래?”
“아뇨. 어차피 곧 점심을 먹을 건데요.”
오늘 내가 타리타 할머니에게 가족에 대한 일을 물어보지 않았던 건, 크리스마스에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을 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는 또 이곳에 올 것이고, 할머니에게 그걸 물어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내 문제가 우선이야.’
나는 점점 더, 오펠리아와 이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두기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가 얼마나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었다.
여전히 난 오펠리아로부터의 모든 전화와 메시지를 무시하고 있고, 어젯밤 날 원망하는 음성 메시지를 남긴 이후에는 그녀에게서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당분간, 우린 서로를 보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게 딱히 슬프진 않았다.
원호시설에서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길, 거리는 오늘 저녁에 있을 발레공연을 알리는 대자보가 가득하다.
‘저곳에, 가야 할까?’
***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아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Allianz Arena. Werner-Heisenberg-Allee 25. 80939 Munchen, Germany).
지난 18일을 끝으로 약 한 달여의 겨울 휴식기에 들어간 분데스리가 역시,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클럽 사람들을 위한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파티 현장에 있었던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극비리에 모은 사람들과 짧은 회동에 들어갔다.
“좋아. 이런 파티라면 눈을 속이기도 쉽지.”
“허허.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당연하지. 최근 2년 동안 매번 이적을 추진하려고 할 때마다, 그 정보가 여지없이 새어나갔어. 그것 때문에 틀어졌거나 손해 본 것들이 많아.”
“뭐, 그야 그렇죠.”
아무리 뮌헨 정도 되는 클럽이라도, 불순분자는 있기 마련이다.
유럽의 축구 클럽 프런트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는, 외부로 발설해서는 안 될 내용을 기자들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이것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는 일로, 지금은 그들을 솎아내기보다는 차라리 보안을 더 철저히 가져가는 게 훨씬 더 쉬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지금 루메니게도,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를 핑계로 비밀리에 미팅을 주최한 것이다.
목적은 물론 김다온의 이적이다.
“현재까지 상황은?”
“비관적이에요. 레알 마드리드가 6,000만 유로를 제안했다는 정보가 있어요.”
“…….”
“이적시장이 정말 미쳐 날뛰기 시작했어요, 사장님.”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유일하게 큰 금액을 이적시장에서 쓸 수 있는 팀이지만, 아무리 그들이라도 풀백의 이적을 위해 6천만 유로를 쓰는 건 불가능했다.
더구나, 팀에는 이미 필립 람과 데이비드 알라바라는 출중한 풀백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풀백의 추가를 위해 6천만 유로를 지출하는 건, 아무리 그가 좋은 선수라도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우린 그가 필요해.”
“…….”
“…….”
바이에른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유프 하인케스의 후임으로 점찍어둔 남자가 꼭 필요했다.
그리고 그 영입을 성사시키려면, 김다온을 영입해야만 한다.
“이보게나. 우리가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응? 그게 무슨 말이죠?”
침묵하고 있던 스태프들 사이에서, 루메니게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간단해. 말 그대로야. 돈을 모으는 거지. 당분간 이적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유스에 좀 더 힘을 싣는 거야. 현재의 전력만 유지해도 3년은 더 리그에서는 아무 문제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도 내년까진 괜찮을 거야.”
“내후년은요?”
“그건 그때 생각해야지. 어차피 벤피카는 올해 녀석을 이적시키지 않을 거야. 내년 여름이 고비겠지만. 그건 하늘에 빌어야겠지. 정 안 되면 내년 여름 밀어붙여 보고.”
바이에른 뮌헨은 매년 선수들을 판매해왔고, 거기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또 다른 이적을 위해서 사용하곤 했다.
그렇지만 김다온을 영입하려면, 돈을 더 모아야 한다.
“다음 시즌이 끝날 때까지 3,500만 유로 정도를 모아놓을 수 있다면, 2014/15 시즌이 시작되기 전엔 녀석을 데려올 수 있어. 아마 7천에서 7,500만 유로는 쓸 수 있겠지.”
“이런, 세상에나! 풀백에 그런 돈이라고요?”
“어쩌겠나? 그가 원하고 있어.”
“이 시장은 미쳤어요, 사장님.”
“글쎄. 정말로 미친 건지. 아니면 우리가 그냥 구시대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건지는 알 수 없지. 중요한 건, 우리가 서둘지 않고 이 일을 진행하는 거야.”
시계를 흘끗 쳐다본 루메니게는 주어진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돈을 모으는 데 집중하죠.”
“그래야겠군. 그리고 자네. 한국 선수를 데려왔을 때 상업적인 이윤을 계산해 보게. 그래야 윗선을 설득할 수 있어.”
“네.”
“좋아, 그럼. 다들 파티장으로 돌아가세나. 메리크리스마스일세.”
“메리크리스마스.”
“그래.”
딸깍-
문을 연 루메니게가 먼저 밖으로 나서고, 뒤이어 한 사람씩 조심스럽게 창고를 나섰다.
그렇다.
바이에른 뮌헨의 중요한 관계자들이 7천만 유로가 넘는 계약에 관해 이야기했던 장소는, 관리인들이 빗자루나 대걸레 등을 놓아두는 냄새나는 창고였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말끔히 정장을 입은 이들이 나서는 모습은 분명 이질적이었다.
‘뭐지?’
처음 두 남녀가 나서는 것을 보고 이상한 쪽으로 상상력을 전개했던 뮌헨의 한 관리인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나서는 것을 보며 혼란함을 겪었다.
그리고 그의 상상력은 이제, 말도 안 되는 곳으로 진행되고 있다.
뜬소문이란 본래, 이런 곳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내부에 집단 성교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 소문은 분데스리가 휴식기와 맞물려, 꽤 오래도록 이들을 괴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