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64)
163화
2013년 1월 1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제1 연습구장.
새해 첫날부터 축구를 한다는 건, 언제 생각해도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덴마크에서도 1월 1일에는 축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포르투갈은 전혀 다르다.
“올라가! 더 높이! 내일은 공격적으로 갈 거야!”
“조금 더 정교하게! 그대로 마무리! 그렇지!”
우리의 후반기 첫 번째 일정은 내일 있을 데스포르티보 아베스와의 타사 드 포르투갈 16강 경기였고, 나는 그 경기에서는 뛰지 않을 예정이다.
사전에 감독님이 말씀해 주셨고, 그래서 오늘 훈련에서는 후보 그룹을 표시하는 조끼를 입고 뛰었다.
“으아-! 죽겠네.”
“뭐야? 대체 샴페인을 얼마나 마신 거야?”
“세 병. 죽겠어. 우욱-!”
숙취에 시달리고 있는 가라이 역시, 내일은 뛰지 않을 것이다.
작년 짧은 연애를 한 타마라 고로(Tamara Gorro)와 결혼식을 올린 그는, 꽤 뜨거운 연말을 보낸 것 같다.
타마라는 스페인 출신의 모델로, 에즈를 만난 뒤로는 모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채 그의 곁을 지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난 에즈의 커플을 볼 때마다, 오펠리아와 나의 예전 모습을 비교해 보고는 했다.
우리의 이별은 오펠리아가 말한 것처럼, 그녀가 모델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보다시피, 여기 무척 잘 지내는 커플이 있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난 좀 더 그녀를 쉽게 잊어가고 있었다.
“끄어어어억-!!”
“윽-! 저리로 가! 나는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한단 말이야.”
“크흐-! 그거, 재미있겠다! 하자!”
“해?! 대체 뭘 한다는 거야?! 응? 으악-! 저리 비켜!!”
“한 번만 하자아~! 응? 하자고오~!”
훈련의 세트가 하나 끝난 사이, 나를 향해 좀비처럼 달려들고 있는 가라이를 피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런 와중에 든 생각은, 연휴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몸 상태가 올 시즌이 시작된 이후 가장 좋다는 것이었다.
A매치에 차출되지 않고 꾸준히 휴식을 취해왔던 게,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도 2월이 되면 달라질 거다.
형들은 대충 그때가, 내가 대표팀에 소집될 시점이랬다.
“뭐야? 너희 둘 왜 그렇게 뛰어다녔어?”
“에즈 입 냄새 장난 아니야.”
“뭐?! 진짜?”
숙취를 입 냄새로 매도하는 나를 보며 심히 억울해하는 에즈였지만, 그는 억울해하는 것마저 하기에 벅차 보인다.
“아- 누가 좀 살려줘.”
“아, 젠장. 너 여기에 있어 봐.”
“응?”
오후 훈련이 끝난 뒤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에즈를 보면서, 더는 참을 수가 없게 된 나는 곧장 식당으로 달려갔다.
“따뜻한 물하고 꿀 좀 주세요.”
“?”
난 가라이에게, 제대로 된 해장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가라이는 오늘 클럽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숙취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안드레에게 술을 조금 달라고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숙취 해소를 위해 쓴 음료를 마신다고 하던데, 그는 위스키를 한 잔 마시고 곧바로 콜라 한 캔을 단번에 마셔버렸다.
그렇지만 내가 볼 때 그건 미련한 짓이었고, 실제로 가라이는 더욱 심한 숙취를 느끼며 훈련 내내 괴로워했다.
“어? 이거, 뭐야?”
“이게 진짜 제대로 된 해장이라는 거다.”
“뭐?!”
“해장. 한국어로 숙취를 풀어준다는 거야.”
“젠장! 이게 뭔지 모르지만, 조금 나아질 수만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가 준 꿀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가라이를 보며, 난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응? 이거 뭐야? 우욱-!!”
갑자기 입을 틀어막은 가라이가 화장실로 뛰어가고, 의아해하는 동료들에게 난 손에 들고 있는 캔 음료 하나를 보여줬다.
이건 누나가 예전에 챙겨주었던 한국의 숙취해소 음료인데, 한약 맛이 나는 고약한 물건이다.
누나는 내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 숙취 해소 음료를 잔뜩 집으로 보내 놓았었다.
그리고 난 그 일부를 클럽하우스로 가져왔다.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지만, 뭐.’
친구들은 술을 잘 마셔서, 이걸 따는 건 처음이었다.
“윽-! 이거 뭐야! 퉤엣-!”
“엥? 뭐야? 너 그거 마셨어?”
“우욱-! 얘 에즈한테 독약을 줬어!”
“뭐?! 독약이라니! 이거 효과 좋은 거야! 동양의 신비! 한국의 마법! 몰라?!”
“신비고 나발이고. 우웩-! 입맛만 버렸잖아.”
하여간에, 미개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한국의 최첨단 문물을 접해본 경험이 없어, 다들 저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거다.
그리고 잠시 뒤, 우리가 샤워를 끝내고 식당으로 움직이려고 할 무렵, 얼굴이 핼쑥해진 가라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때? 효과 좋지?”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낸 가라이가 날 번뜩이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씨익 하면서 엄지를 들어 올렸다.
“이거, 토하게 해서 괜찮게 만들어 주는 거지?”
“엥? 뭐?”
“다음에도 부탁할게. 효과는 진짜 좋네, 이거.”
“…….”
가라이의 말에 날 의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친구들.
녀석들은 지금, 내 손에 들고 있는 캔을 거의 핵폐기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래도?”
“으왁-! 도망쳐! 저거 독약이야!”
“독약이라니! 에-이! 그게 아니래도! 아니라니까아~!”
“왜 따라오는 건데에~! 저리 가!!”
“아니, 그냥 한 번 마셔보라니까? 응?! 거기 서! 잡히면 마셔야 하니까, 아니. 잡혀도 괜찮으니까 거기 서라고.”
“지금 마시라고 했어! 지금 마시라고 했어!”
보름도 전에 19살이 되었고 한국 나이론 오늘 21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철딱서니는 없는 것 같다.
기겁하며 도망치는 베르나르두를 열심히 추적한 나는, 어째서인지 날 도와준 이들 덕분에 녀석을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었다.
어느새 녀석은 내 앞에, 잘 포장(?)되어 있었다.“
“야. 얘 입 벌려.”
“우읍-! 왜 맨날 난데에엑!@%$@!@ 우르그그그극!”
베르나르두를 연행(?)해온 안드레와 제로니모가 녀석의 무릎을 꿇렸고, 난 그를 보며 최대한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입에 음료를 흘려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베르나르두.
눈알을 뒤집어 깔 필요는 없잖아?
“어, 잠깐. 이거, 진짜야? 에이! 이봐! 베르나르두!”
베르나르두는 낯선 동양의 음료에 대해 극도의 공포를 느꼈던 것 같고, 잠깐 기절했었던 그는 안드레에 의해 의무실로 업혀 가고 나서야 눈을 떴다.
그리고 난 당연히.
“대체 뭘 하는 거야?!?! 이건 또 뭐고!!”
“죄, 죄송. 죄송합니다…….”
리오넬 메시를 도발하는 댓글을 달았을 때보다 열 배는 더 크게 혼이 나버렸다.
그런데.
“엥?”
“큭큭큭큭. 어때?! 이중 함정이다!!!”
[이, 개새끼. 죽여!!]이것 또한 베르나르두의 연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내가 니코 마시엘에게 잔뜩 혼나고 나온 바로 다음이었다.
“내 연기 죽이지?”
“야. 아카데미였어, 완전.”
“큭큭큭.”
물론 잠시 뒤에, 우린 아무렇지 않게 식탁에 모여 이걸 가지고 농담 따먹기를 했지만 말이다.
어느새 나도, 이쪽 친구들의 장난 수위와 점점 더 어깨를 맞춰가는 것 같았다.
이래서 친구를 잘 만나라는 건데.
음.
‘그건 나도 같은가?’
새삼, 친구들이 곁에 있어 고마운 순간이었다.
***
·2013.01.02. 경기결과(Taca de Portugal 16강)
SL 벤피카 6 : 0 데스포르티보 아베스
[골] 호드리구 : 전반 5분(니코 가이탄), 후반 12분(막시 페헤이라)오스카 카르도소 : 전반 18분, 전반 22분(호드리구), 전반 32분(호드리구)
리마 : 후반 73분(P.K/본인 유도)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
2013년 1월 6일. 2765-437 에스토릴, 포르투갈. 이스타디우 안토니우 코임브라 다 모따(Estadio Antonio Coimbra da Mota. 2765-437 Estoril, Portugal).
·경기 시작 5분 전
에스토릴 프라이아 0 : 0 SL 벤피카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4-2(D)/4-4-2
GK ? 얀 오블락 / GK – 바그너
RB ? 안드레 알메이다 / RB ? 안데르송 루이스
CB ? 자르데우 / CB ? 스테븐 비토리아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브루누 미겔
LB ? 김다온 / LB – 제페르송
DM ? 엔초 페레즈 / RM – 에반드루
CM ? 안드레 고메스 / CM – 곤살루
CM ? 니코 가이탄 / CM ? 주앙 코임브라
AM ? 베르나르두 실바 / LM – 칼리토스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리카
ST ? 제로니모 베가 / ST ? 루이스 레알
.
.
오늘은 후반기 첫 번째 리그 경기이자 리가 존 사그레스 13라운드가 펼쳐지는 날이다.
하지만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팀의 모든 관심사는 16일에 있을 FC 포르투와의 경기로 향해 있었고, 그래서 오늘도 팀은 많은 선수를 로테이션했다.
이는 9일에 있을 코임브라와의 알리안츠 컵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중요한 건 그전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포르투는 10승 2무로, 10승 1무 1패를 기록 중인 우리보다 승점이 단 1점 앞서 리그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러니 16일 경기에서 승리하게 되면, 우리가 선두자리를 다시 빼앗아 올 수 있다.
에스토릴에겐 미안하지만, 오늘은 일종의 워밍업이다.
“응?”
“왜?”
“어…… 저기?”
“응?”
그런데 경기 시작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 난 정면에 있는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부모님과 그 곁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앉은 누나. 그리고 그 옆의 베베였다.
“너희 가족들 아냐?”
“맞아.”
되도록 가족에게 경기장을 찾지 말라고 말하고는 있는데, 막상 이곳에서 보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에스토리일-!! 에스토리일-!! 너희는 영원히 우리의 마음속에 있어-!! 에스토리일-!! 에스토리일-!! 우리도 너희와 영원히 함께할 거야.”}
에스토릴의 서포터즈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이곳 코임브라 다 모따는, 집에서 걸어서 15분 만에 올 수 있는 근거리에 있다.
최대 수용인원이 8천 명 정도 되는 작은 경기장으로, 나나 가족들 모두 예전부터 산책하거나 리스본 시내를 오갈 때마다 이 경기장을 눈에 담아두곤 했었다.
아마도 그래서 경기장을 찾은 것 같은데, 부모님은 리스본보다는 에스토릴에서 훨씬 더 안정감을 느끼고 계셨다.
동네에 있는 축구 경기장이라면, 위협이 될 일은 없다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누나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여기라면 뭐.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괜찮을 거다.
“야. 너희 누나 몸매…….”
“시끄러워. 내가 가족 가지곤 장난하지 말랬지?”
“낄낄낄. 그래. 깜빡했네.”
낄낄거리는 안드레의 뒤통수를 슬쩍 후려치며, 난 왼쪽 풀백의 위치로 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곤, 한 번 더 가족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아마도 오늘은 무난한 경기가 될 것이다.
[조아쓰. 그럼, 나도.]경기에서 분발할 이유를 발견한 나는, 주심의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활기차게 움직여 다녔다.
가족이 본다는 생각에, 난 지금 의욕 만땅이다.
에스토릴 프라이아는 미드필드가 간격을 좁혀 양쪽 사이드백을 중앙으로 좁히게 한 뒤에, 풀백의 활발한 오버랩과 그에 이은 크로스를 주요한 공격 루트로 삼는 팀이다.
그래서 감독님도 다이아몬드 4-4-2를 전술로 선택했고, 본래부터 중원에 밀집되는 이 구조는 에스토릴의 전술적 의도를 정확히 맞받아치는 것이었다.
반면 상대는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들고 나왔다는 느낌이었는데, 최근 우리가 다이아몬드보다는 더블 볼란치를 더 자주 사용했기에 이를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
두 명의 볼란치를 둘 때에는 에스토릴이 오늘 선택한 전술이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더 뛰어난 우리가 주도권을 잡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양쪽 사이드백의 1 : 1에서도 어렵지 않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특히, 나의 경우엔.
‘이크-!’
삐—-익!!!
전반전 26분 만에, 에스토릴 프라이아의 오른쪽 풀백 안데르송 루이스(Anderson Luis)를 피치 밖으로 내쫓아 버릴 수 있었다.
전반 4분에 이미 날 뒤에서 낚아채서 옐로카드를 받았던 그는, 지금도 1 : 1에서 완전히 돌파당한 뒤에 달려들다가 실수로 내 발을 걸어버리고야 말았다.
뜀박질하는 과정에서 그의 발과 내 발이 얽힌 것인데, 설령 실수였다고 해도 주심이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두 장의 옐로카드가 적립되어 퇴장당하게 된 안데르송 루이스가 허탈한 얼굴로 돌아서고, 누워 있는 자세 그대로 미소를 짓고 있던 난 엔초의 손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했어.”
“고마워.”
“진짜야. 지금은 메시 같았다니까.”
“크큭. 그거, 진짜 칭찬이네.”
이제는 엔초와도 완전히 화해한 상황이고, 가끔 서로 농담을 던져댈 만큼 가까워졌다.
“잘 부탁해, 자기.”
“별말을, 여보.”
파울을 얻어낸 지점에서 프리킥을 준비하는 엔초와 낄낄거린 나는, 천천히 수비진영으로 돌아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에스토릴 프라이아의 역습을 경계했다.
비록 아직 득점은 없지만, 수적인 우위를 점한 데다가 애초부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기에 득점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결과가 만들어지기 전까진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에, 난 박수를 치며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만들자!!! 일단 앞서고 보자고!!!”
그리고 동료들은 이런 내 목소리에 반응이라도 한 듯, 이번에 얻어낸 세트피스에서 상대편의 골망을 갈라버렸다.
엔초가 띄워 올린 프리킥을, 가라이가 그대로 헤더로 밀어 넣어 버린 것이다.
그걸 보며 난, 두 손을 높이 들어 환호했다.
“그렇지이-!!! 바로 그거라고!!”
상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우린 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지나갈 생각이다.
***
·후반 16분
에스토릴 프라이아 0 : 4 SL 벤피카
삑-!!
“응? 벌써?”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대기심이 들어 올린 패널을 확인한 스튜어트 톰슨(Stewart Thompson)은 번호를 확인하곤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의도적으로 근처를 빙빙 돈 택시기사를 다시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빌어먹을 녀석 때문에…….’
리스본의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이들이지만, 개중엔 관광객을 등쳐먹으려는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도 있는 법이다.
가뜩이나 비행기가 연착되어 리스본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었던 스튜어트 톰슨은, 급하게 잡아탄 택시마저 악질적인 모습을 보이자 크게 화를 내곤 직접 경기장까지 걸어온 참이었다.
구글맵의 도움을 받아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에 간신히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고작 16분 만에 이곳까지 온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그것도, 좋은 장면은 전부 전반전에 있었다는 소리를 금방 들은 뒤에 말이다.
“휴우~ 뭐,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계속 흐르는 땀을 닦아낸 뒤, 톰슨은 느긋하게 쉬기로 한다.
자신이 이곳까지 온 이유는 SL 벤피카의 12번을 확인하기 위함이었고, 그가 경기장에서 더 뛰지 않는 지금 딱히 매력을 느끼는 선수는 없었다.
오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클럽에 요청해 비디오로 받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13일에 있을 FC 포르투전을 관찰하는 것과 이후 멀리 잉글랜드에서 가져온 서류들을 김다온과 그의 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다.
시간은 충분했으니만큼, 스튜어트 톰슨은 짜증을 털어 버리기로 한다.
‘그나저나, 이런 큰돈이라니.’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어 가방 안의 파일들을 확인하기 시작한 그는, 클럽이 김다온에게 매긴 이적료에 가장 먼저 눈을 두었다.
6,450만 유로.
아무리 돈이 많은 구단주라지만, 이런 큰돈을 사용하기는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클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김다온에게 훨씬 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려고 한다.
‘이거, 완전히 돈방석이로군.’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이건 무척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선수와 그의 가족 앞에서 계약 내용을 완벽하게 외우고 말해줘야 했던 스튜어트 톰슨이기에, 그는 몇 번이고 파일의 중요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는 사이.
삐익-!!!
…….
삐익-!!
SL 벤피카는 에스토릴 프라이아를 무참히 폭격하여, 두 경기 연속 6 : 0의 경기를 만들고 있었다.
가뜩이나 많이 없었던 관중들이 떠나버린 지금, 텅텅 빈 경기장에서 홀로 파일에 집중하고 있는 스튜어트 톰슨의 모습은 이질적으로도 느껴졌다.
특히, 그가 옆에다 세워둔 가방이 그랬다.
‘어?’
스튜어트 톰슨이 아무 생각 없이 놓아둔 가방이, 경기에 흥미를 잃은 포르투갈의 한 카메라맨에게 붙잡혀 파인더에 담긴다.
‘맨시티!’
스튜어트 톰슨.
그는 2010년부터 맨체스터 시티에서 근무한 잉글랜드에서 인정받는 베테랑 스카우트였다.
.
.
·경기결과
에스토릴 프라이아 1 : 6 SL 벤피카
[골] 에제키엘 가라이 : 전반 27분(엔초 페레즈)안드레 알메이다 : 전반 41분
제로니모 베가 : 전반 44분(김다온), 전반 47분(김다온)
자르데우 : 후반 30분(베르나르두 실바)
이스마일리 : 후반 35분(니코 가이탄)
김다온 ? 64분 출전(평점 8.0/팀 내 공동 4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