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65)
164화
[맨체스터 시티가 김다온의 영입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착수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19살 풀백을 위해 수천만 유로를 투자할 준비를 마쳤으며, 그들이 이 영입 경쟁 속에서 승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 Jornal de Noticias/2013.01.07.(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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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리노 멘데스) – TVI Futebol 스튜디오 호스트
“음, 요즘 분위기가 조금 심상치 않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주목이 쏟아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SL 벤피카의 풀백이 있다고 생각되고 있죠. 바로 남한에서 온 19살의 풀백, 다온-킴입니다. 벤피카는 작년 겨울에 그를 FC 노르셸란에서 1,250만 유로를 주고 영입했죠. 그리고 지난 시즌이 끝나고 150만 유로를 더 지급했습니다. 이것으로 이적료 외에도 옵션이 붙어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인데, 당시와 지금의 여론은 완전히 다르네요.”
(니코지모 모니즈) – TVI Futebol 스튜디오 공동 호스트
“그렇습니다. 180도 다르죠. 처음 SL 벤피카가 김다온을 영입했을 당시 이적료를 보고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을 했습니다. 저도 그중에 하나였고요.”
(제페리노 멘데스)
“제 기억에도 그런 것 같군요. 아무튼, 그로부터 정확히 1년하고 조금이 더 지났습니다. 그리고 현재 승자는 니코지모가 아니라 SL 벤피카였던 것 같군요. 레오노르?”
(레오노르 로케) – TVI Futelbol 스튜디오 코멘테이터
“사람들은 그를 두고 1년 사이에 가장 놀랍게 성장한 축구선수라고 말을 합니다. 그는 지난여름 런던 올림픽에 참여해 은메달을 획득했고, 벤피카로 돌아온 뒤에도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현재 몸값은 대략 5,500만 유로 안팎으로 평가됩니다.”
(제페리노 멘데스)
“놀랍군요! 그렇지만 이 몸값은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요?”
(레오노르 로케)
“저희 TVI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현재 PSG와 레알마드리드.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가 영입 경쟁의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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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소 바렐라) – Super FM 호스트
“충격적인 이야기네요. 곳곳에서 다온의 이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군요. 누가 연결되어 있나요?”
(도나토 가르시아) – Super FM 청취자
“그를 팔아서는 안 돼요. 그러니까, 지금은 절대 안 된다고요! 그는 이 팀의 핵심입니다. FC 바르셀로나와 경기할 때에도 최고였고, 올 시즌은 항상 그랬어요. 이스마일리도 분명 좋은 선수지만, 다온을 대체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부디 제발. 그가 당장 벤피카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주엘 살가도) – Super FM 청취자
“벤피카를 우승시켜줘야죠. 그는 독수리의 선택을 받은 리스본의 왕입니다. 그와 함께 우린 우승을 할 수 있어요. 물론 6천만 유로는 큰돈이죠. 팀은 그 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러요. 1년 만에 떠나기는, 너무 이르다고요.”
***
2013년 1월 8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고객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크리스마스-연말 휴가가 끝난 이후부터, 조금씩 이적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등에서 쉽게 내 이적 뉴스를 찾을 수 있었고, 요나스도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기도 했다.
그리고 나와 에이전시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코임브라와의 컵 대회를 하루 앞두고 감독님이 나를 불렀다.
이유는 당연히, 최근 시끄러운 뉴스들 때문이다.
“지금은 딱히 생각이 없어요.”
“그렇다는군.”
처음 호출을 받았을 땐 감독님이 따로 할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 감독님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꽤 초조해했던 것 같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들은 내게 팀을 떠나고 싶으냐고 물었다.
클럽하우스의 감독실에는 지금, 나와 감독님 외에도 풋볼매니저 에두 크루즈와 미디어 담당관인 호제리오 고베이아(Roserio Gouveia)가 함께하고 있다.
일단 이적에 관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한 나는, 반대로 클럽의 생각을 물었다.
SL 벤피카는 셀링 클럽이고, 만약 그들이 날 판매하려고 한다면 내가 남고 싶더라도 결국엔 팀을 떠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요나스 역시, 이 부분을 꼭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에 대답한 사람은 에두 크루즈다.
“우린 자네와 좀 더 동행하고 싶네.”
“네. 그렇다면, 그거 다행이네요.”
“그렇지. 다만, 언제까지고 자네를 붙잡아 둘 생각은 없기는 해. 자넨 더 큰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선수니까.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그곳의 모든 클럽이 자네를 탐낼 거야.”
“…….”
이렇게 대놓고 칭찬을 듣고 있자니, 표정관리를 하는 일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나도 놀랄 만큼, 한 시간이 다르게 굉장한 뉴스가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새벽에는 마사지를 받으면서, 동료들과 함께 그런 이적 뉴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미디어는 PSG랑 레알 마드리드가 5,500만 유로를 제안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설마.”
“역시, 그렇죠?”
역시 헛소문인가 싶어 물을 마시려던 찰나.
“그 두 팀은 6,000만 유로를 제안한 팀이야.”
“푸웁-!! 켈룩! 켈룩!”
에두 크루즈가 더욱 엄청난 금액을 말해오는 바람에 그만, 머금었던 물을 바닥에 전부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켈룩거리던 나는 감독님에게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본의 아니게, 감독실을 더럽혀 버렸다.
하지만 감독님은 신경 쓰지 말라며, 내게 냅킨을 건네주셨다.
“정확히는 PSG가 6,150만 유로, 레알 마드리드가 6,000만 유로야. 하지만 레알의 제안은 벌써 2주 전의 것이 됐어. 아마 그들이 다음에 이야기해올 땐 더 높은 조건을 가져오겠지.”
“어……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PSG와 레알은 6천만 유로 혹은 그 이상을 내어놓을 준비를 했고, 팀은 그걸 거절하고 있다는 거다.
팀을 떠나고 싶진 않지만, 이건 물어야겠다.
왜?
“정확히는 세 가지의 이유야. 우선 첫째, 모양새가 좋지 않아. 아무리 우리가 셀링클럽이라지만,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선수를 1년 만에 겨울 이적시장에서 내보내는 짓은 하지 않네. 그건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니까.”
“어, 감사합니다?”
“훗. 고마워할 것 없어. 클럽을 위해서도 그게 더 올바른 일이니까.”
커피를 홀짝인 에두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둘째, 우린 더 비싼 값을 받고 싶네. 요즘 이적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은 들었을 거야. 그렇지?”
“네.”
“그럼 더 이야기가 빠르겠군.”
사실, 내 이적 뉴스 뒤에 달라붙는 이야기도 온통 그것이었다.
요약하자면,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느냐?’
대부분의 미디어가 날 훌륭한 사이드백이라 인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공격수나 센터백도 아닌 사이드백에게 그런 비용을 내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탈리아의 일간지 ‘레고(Leggo)’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풀백들을 거론하며, 그들과 나를 비교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에이전시에서 번역하여 준 자료라 읽을 수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부끄럽다가도 한편으로 우스웠던 건, 그들이 누적지표로 비교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나스의 말론 이탈리아에서 꽤 공신력이 큰 미디어라고 하던데, 내 눈에는 그냥 나를 까려고 하는 거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형들이 말한 것처럼, 이탈리아는 늘 한국 출신의 축구선수를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었다.
하지만 오늘 오전 이전에도 몇 번 이름을 본 적이 있는 레녹스 베이커라는 ‘골닷컴’의 기자가 본인의 트윗을 통해, ‘레고’의 기사를 비판하는 맨션을 띄워 올렸다.
그는 그러면서,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를 따로 링크했다.
제목이 아마 ‘19년 하고도 22일’이었을 건데, 레녹스 베이커 씨는 기사가 작성된 시점 기준으로 ‘레고’가 거론한 풀백들과 나를 비교했다.
그러면서 가장 마지막엔, [‘지금까지 그 누구도, 19살에 이런 커리어를 가진 풀백은 없었다.’] 라는 이야기를 달았다.
개인적으론, 가장 마음에 드는 기사였다.
“축구계에 돈이 넘쳐나고 있어. 우린 지금 쏟아지는 자본의 시대에서 살고 있네. 아마 당분간 이 많은 돈을 쓸 방법을 찾지 못하는 클럽들이 멍청한 짓을 할 거야. 그리고 그 멍청한 짓으로 반사이익을 얻게 될 클럽 중 하나가 바로 우리지.”
아무튼, 사람들의 말대로 요즘 이적시장은 미쳐 돌아갔고, 에두 크루즈는 나를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거기엔 레녹스 베이커 씨의 기사에 실린 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최고의 풀백들의 커리어보다 앞서나간다는 전제가 깔려야만 할 것이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도, 퍼뜩 이적 뉴스가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팀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런 상황이었고, 더 걷잡을 수 없기 전에 확실히 단속을 해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좋은 판단인 것 같다.
난, 도움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셋째.”
아, 아직 이야기가 안 끝났구나.
“가장 중요한 게 남았어. 자네도 이젠 알겠지. 그 저주 말이야.”
“……네. 벨라 구트만.”
“훗. 우리는 그 이름을 꺼내는 것마저 두려워할 지경에 이르렀지. 하지만 자넨 아닌 것 같군. 아무튼, 아마도 겨울 이적시장이 끝날 때쯤에 우린 조금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걸로 다음 여름 이적시장에 보탤 수 있겠지.”
에두 크루즈 씨는 내게, 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이적시장에서 팀이 움직이게 될 구체적인 행보를 알려줬다.
현재 팀에서 떠나고 싶은 의사를 밝힌 선수는 브루노 외엔 아무도 없으며, 클럽으로선 이례적으로 내년에도 큰 변화 없이 선수단의 틀을 그대로 가져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나와 마찰이 있었던 멜가레호/미카/미겔 빅토르를 몽땅 판매할 것이라고 했는데, 겨울 이적시장에서 손발이 묶인 관계로 그건 내년 여름이 될 전망이다.
“어, 굳이 그렇게까진.”
“아니. 그렇지 않아, 다온. 자네가 아직 순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팀의 중요한 선수에게 힘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네. 자네처럼 야망이 큰 선수가 이런 상황에서 가지는 의미는 매우 특별해.”
“…….”
에두는 이적이 안 된다면 최소한 임대라도 추진해 내년 스쿼드에 저 세 명을 제외할 거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물론 FC 바르셀로나전 이후 내게 공개적인 불만을 토로한 것 때문이었고, 저 세 명의 선수가 그걸 알 일은 없을 거란 말도 덧붙였다.
“우린 작년 여름에 돈을 아꼈어. 그리고 브루노를 판매한 돈도 고스란히 모일 거야. 그리고 그걸로 내년에 좋은 선수들을 데려올까 하네. 올해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챔피언스리그의 기회는 이제 내년에 있지 않겠나.”
“……네.”
“올해 탈락을 두고 자네를 탓하려고 하는 말은 아냐. 자네가 이런 이야기를 듣는 건, 우리와 함께 더 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이건, 현재 자네의 위치를 나타내기도 하는 거야.”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책임감이라는 녀석이 다시 내 어깨를 짓눌러오려고 한다.
“이건 결코 부담을 주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네.”
“진짜요? 전 조금 그런데요.”
“그건 분명 처음이라 그렇겠지. 안 그런가, 조르제?”
“클클클. 그래. 그렇지.”
지금까지 조용히 이야기만 듣고 계시던 감독님이, 테이블 위에 올려둔 다리를 내리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벌써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군. 자넨 이미 이 무대가 너무 쉬워졌어. 그러니까, 포르투갈 리그 말이야.”
“어, 저는 늘 최선을 다하고는 있는데요.”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야.”
포르투갈어가 지닌 단어의 한계상, 나는 감독님의 설명을 조금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난 너무나도 쉬워 게으름을 피운다는 식으로 해석했는데, 감독님이 보탠 설명은 내가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는 의미였다.
“에스토릴. 이틀 전 그 경기가 대표적인 예였지. 자넨 너무나도 쉽게 그들의 오른쪽을 무력화시켰어. 심지어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 풀백을 퇴장으로 몰아넣었지. 그리고 내가 볼 때, 그건 무척 쉬워 보였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쉽다는 말은…….”
“네. 이제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래? 그럼 다행이군. 아무튼, 자넨 벌써 더 높은 곳을 바라봐도 되는 상태가 됐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 나도 그 이유가 궁금할 정도야.”
감독님은 대답을 바라고 한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답을 해버리고야 말았다.
만약 누군가 내게 성장에 대한 원인을 묻는다면, 난 그걸 이곳의 환상적인 시설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곳 세이샬에 있는 SL 벤피카의 클럽하우스 시설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고, 축구선수가 바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엔 막시라든가 루이장 또 에즈나 팹처럼,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들 역시 무척 많았다.
그들 역시, 내가 감사해야 할 이들이다.
“후후. 분명한 건, 자네가 한국 선수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거야.”
“네?”
“이런, 에두!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를 깜박한 것 같은데?”
“아, 그렇지.”
FC 노르셸란에 이어, SL 벤피카도 새로운 한국 선수를 영입하는 일을 별도로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명단이 정해지면, 따로 말해주지.”
“네. 그런데, 진짜요?”
“하하. 우리가 왜 거짓말을 하겠나.”
이건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비록 노르셸란에서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만약 이곳에서 같은 한국 선수가 한 사람 더 있다면 무척 좋을 것 같았다.
“이제, 대충 이야기는 끝난 것 같아.”
“어, 그러면 돌아가 봐도 되나요?”
“그러게나.”
길었던 미팅을 마치고 감독실을 나서자,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서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말들과 그보다 더 엄청난 액수가 오가고 또 다양한 이적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주변에 휘몰아 닥친 가운데, 혼자가 되고 나자 비로소 축구선수인 나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저 안에서는, 뭔가 사업을 하는 기분이었다.
‘후우- 무서워라.’
살짝 젖어 있는 손바닥을 바지에 문지르며, 나는 근처 어딘가에 있을 친구들을 찾았다.
‘없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나?’
2층을 둘러보면서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난 저곳에서 한 시간 넘게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계단을 올라 꼭대기로 향했다.
그리곤 자연스레 안드레의 방 앞에 섰다.
“…….”
한데, 노크하려고 손을 들어 올린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야, 잘 좀 넣어봐.”
“아, 진짜 구멍이 너무 작은 걸 어떻게 해?”
“그럼 뭘 좀 바르면 낫지 않을까? 미끈거리잖아?”
“나 미끈거리는 거 딱 질색이야.”
“안 그럼 어떻게 해? 너무 커서 들어가지 않는다며!”
“아, 진짜. 알겠어. 조금 있어 봐.”
자, 잠깐.
지금 내가 대체 무슨 말을?
뭔가 엄청난 것들을 들었다고 생각한 나는, 아까보다 더욱 흠뻑 젖어버린 손바닥을 닦아내면서, 무척 신중하게 안드레의 방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행여 소리라도 날까 싶어, 정말 천천히 문고리를 내렸다.
그리고 잠시 뒤.
난 보고야 말았다.
“!!”
등을 보인 채 똑바로 선 안드레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베르나르두를 말이다.
그리고 현재, 베르나르두의 손은 굉장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 멀었어?”
“있어 봐! 이거 너무 흐물흐물하단 말이야.”
“아, 진짜. 잘 좀 해봐.”
“딱딱해야 잘 들어가지!”
좋아, 이제 더는 못 참겠다.
만약 친구들이 그렇다면 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성스러운(?) 공간에서 저러는 건 참을 수 없다.
그래서 난.
“모두 동작 그마아아아안-!!!!!”
“!!!”
“!!!”
문을 발칵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움찔하며 굳어버린 안드레와 베르나르두가 나를 쳐다본다.
“지금 대체 뭘 하…….고? 응?”
“응?”
“??”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트레이닝복 바지의 끈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베르나르두와 억지로 그 구멍 부분을 넓히려 하는 안드레였다.
그리고 저 바지는.
“어? 내가 준 거 아냐?”
알고 보니, 이 두 녀석은 빨래를 돌리다 끈이 빠져나온 트레이닝복 바지를 수선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던 거였다.
그런데 대체 말을 왜 그렇게.
“에이! 이봐!”
“어? 어?”
“네가 이걸 좀 해봐. 얘 완전 손재주는 젬병인 것 같다.”
“뭐?! 진짜 구멍이 작다니까! 그리고 이거 뻑뻑해!”
“그러니까 뭘 바르라고 했잖아!”
“멍청아! 여기에 뭘 바른다고 이게 들어갈 것 같아? 그런건 쇳덩이에나 바르는 거지!”
서로 티격태격하는 베르나르두와 안드레의 사이에 조용히 끼어들며, 나는 금방 한 오해를 무덤까지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안 그러면, 이 두 녀석이 나를 죽이려고 할 테니까.
시간은 흘러,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한 뒤에야 우린 평소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야, 그런데 아까.”
“어?”
“너 우리한테 왜 동작 그만이라고 했어?”
“아, 그게.”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생각해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단어를 단시간에 내뱉고 있다.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중이람.
***
·2013.01.09. 경기결과(Allianz Cup Group 4)
SL 벤피카 3 : 2 A.A 코임브라
[골] 리마 : 전반 39분(카를로스 마르틴스), 후반 20분(알란 카르덱)알란 카르덱 : 후반 16분(로렌초 멜가레호)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