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67)
166화
과거, 포메이션이 지니는 의미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왜냐하면, ‘공격과 수비에 각각 몇 명을 둘 것이냐?’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대에 접어들면서, 포메이션은 단순히 공격과 수비의 숫자를 정해두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의미를 부여받으며 ‘전술’과 ‘전략’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쓰리백과 포백을 두는 것엔 분명한 전술적 차이가 있고, 사이드백의 역할을 윙백이냐 풀백이냐로 구분해두는 것 또한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하물며 수비도 이런데, 공격은 말할 것도 없다.
공격을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은 항상, 더욱 많은 상업적인 이득을 만들어냈다.
특히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생겨난 ‘펄스 나인’과 ‘인버티드 윙어’와 같은 개념들은, 정체되고 있다고 여겨지던 축구에 훨씬 더 많은 창의성과 변수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스타가 태어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복잡함이 더해진 축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었다.
오늘 FC 포르투의 감독 비토르 페레이라가 경기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도, 본인이 택한 새로운 전술과 시도가 경기에 큰 변수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통제를 벗어나게 된 축구.
하지만 이는, 비토르 페레이라가 바라던 것이다.
그는 오늘, SL 벤피카에 혼란을 주길 원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렇지!!! 바로 이거야!!!”
전반 8분, FC 포르투가 SL 벤피카에 앞서나가기 시작한다.
***
·전반 8분
SL 벤피카 0 : 1 FC 포르투
나는 덴마크에서 축구를 하면서, 축구선수가 피치 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행동이 침묵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짝짝짝-!!
“VAMOS!! 지금은 어쩔 수 없었어!! 시간은 많으니까, 하나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
“어서!! 그렇게 죽상을 하고 있을 일이야?! 인상들 펴!!”
오늘 FC 포르투는 매우 변칙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바로, 비대칭 형태의 4-1-4-1이다.
『FC 포르투의 전술』
FC 포르투는 중앙미드필드인 스테번 드푸르를 오른쪽 측면에 배치해두면서, 우측 공격을 다닐루의 오버랩에 전적으로 의존하려고 했다.
현재까지 다닐루는 사실상 오른쪽 윙어처럼 뛰었고, 그 뒷공간을 센터백과 페르난두 레게스가 커버하는 식으로 팀 전술을 운영했다.
어차피 페르난두의 공백은 루초 곤잘레스가 채워줄 수 있고, 팀이 수비로 전환하는 동안은 오른쪽 공격수 포지션을 비워도 되니 다닐루의 백업 시간만 벌어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되면 스테번 드푸르의 투입 효과가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게, 그와 다닐루 또 잭슨 마르티네스를 중심으로 삼각형을 형성해 이쪽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것 역시 가능했다.
지금도 내가 다닐루의 크로스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코너킥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실점으로 이어진 거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FC 포르투의 전술적 의도.
하지만 이건 딱히 큰 문제점은 아니다.
비록 실점하기는 했지만, 전술적인 실수가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다.
그냥 세트피스의 변수에 당한 것뿐이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FC 포르투의 전술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때라고 본다.
그러니 중요한 건, 이제부터 휘둘리지 않는 거다.
이 실점을 단순한 사고였다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동료들을 격려한 뒤 다시 킥오프를 준비하면서, 난 근처에 있던 엔초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엔초! 라인을 높일 거야!”
“…….”
그는 날 돌아보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고개를 끄덕이는 엔초를 확인한 나는 본격적으로 경기에 녹아들 준비를 마쳤다.
전반 10분까지는 수비에 조금 더 힘을 쓰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려고 했는데, 실점을 해버렸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만회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만 했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다시 경기가 재개되고, 길게 뒤로 돌려진 볼을 마티치가 전방으로 길게 보낸다.
오늘 우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경기에 접근할 생각인데, 하나는 지금처럼 아래에서 곧장 롱패스를 쏘아 보내는 것이다.
FC 포르투의 센터백인 오타멘디와 망갈라는 각기 나름대로 분명한 장단점이 있었고, 감독님은 이런 롱패스를 통해 저들의 단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우선 오타멘디는 탁월한 축구 지능을 가졌지만 스피드가 느렸고, 또 그런 스피드를 고려하지 않고 자주 전진태클을 하여 뒷공간을 쉽게 허락하는 편이다.
반대로 망갈라는 공중볼 장악과 스피드에서 장점을 보이지만, 기술이 부족하고 가끔 전술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감독님은 그래서 카르도소에게 오타멘디의 근처에 머물도록 지시를 내렸고, 반대로 리마는 망갈라의 근처에 서게 했다.
그리고 후방에서 보내는 롱패스의 타깃은 항상 카르도소가 되어야 하는데, 벌써 FC 포르투는 이를 의식하고 롱패스가 올 때마다 센터백의 자리를 바꾸고 있다.
나름 좋은 판단이고 또 오타멘디는 무리 없이 이를 해내겠지만.
‘비었다!’
망갈라는 오타멘디처럼 이걸 계속 잘 해내지 못했다.
기껏 헤더에서 승리하고도 다시 제 위치로 돌아가는 것을 잊어버린 망갈라 덕분에, FC 포르투의 수비진영에서 너무나도 쉽게 균열이 발생한다.
센터백 두 사람이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같은 공간에 머무르다 보니, 센터백과 사이드백 사이가 텅텅 비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오늘 감독님이 양쪽 측면에 베르나르두와 니코를 배치한 이유가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길 즐기고 또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 무척 능숙한 선수들이었고, 저렇게 센터백들이 겹쳐 공간을 내어주면 저곳은 둘의 무대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센터백이 저렇게 꼬여 공간을 주게 되면 사이드백은 훈련받은 대로 중앙으로 좁혀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롱패스로 공격을 전개한 상황이라, 측면 수비는 흐르는 볼을 따내기 위해 저쪽에 시선이 팔려있다.
그런 순간에 갑자기 니코와 베르나르두가 시야에서 나타나면, 사이드백은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좁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세컨볼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당연한 판단.
하지만 이 말은 반대로 그들이 본래 위치를 이탈했다는 의미였고, 그렇게 되면 그 공간은 사이드에 있는 막시와.
“니코!!!”
또 나의 것이 되어버린다.
다닐루가 내 눈앞의 공간을 완전히 비워두고 니코 가이탄에게 달라붙은 순간, 본래 중앙미드필드였던 드푸르는 제대로 날 확인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측면 미드필드나 윙어가 상대의 윙백을 견제해줘야 하는 것과는 달리, 중앙미드필드는 공수전환 시에 하는 일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롱패스를 통해 타깃 스트라이커가 볼을 연계하는 것만을 생각하지만, 제수스 감독님은 FC 포르투의 센터백 듀오가 지닌 약점을 파고들어, 일종의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드셨다.
만약 카르도소의 헤더에 이은 리마의 공간돌파로 득점 기회를 맞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을 것이고, 중간 과정인 니코와 베르나르두를 통해 기회를 얻어도 좋다.
그리고 만약 앞의 두 번의 시도에서 기회를 만들 수가 없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측면에서 뭔가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언젠가 FC 포르투도 이에 적응하고 또 대처를 내어놓겠지만, 그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걸 우린 이용하면 된다.
축구란 장기나 체스와도 비슷해서, 초반 상대의 수를 읽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상대가 두는 수에 맞춰 거기에 대응을 하는 스포츠가 되곤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은 우리가 수를 둘 때다.
왼쪽 깊숙한 곳까지 오버랩했었던 내게 니코의 패스가 도착했고, 다닐루와의 거리를 확인한 나는 곧장 크로스를 올리는 대신 좀 더 안쪽으로 파고드는 선택을 했다.
그러고 보니, 분명.
‘얘였어.’
지난날, FC 포르투가 다닐루 때문에 나를 오른쪽 풀백이 아닌 오른쪽 윙어로 보내려고 했었다는 게 떠올랐다.
물론 난 지금도 오른쪽이 아닌 왼쪽 자리에서 뛰고 있지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당시 FC 포르투와의 일을 떠올리면 여전히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 이를 악물었고, 오른쪽 앞 대각선 지점에서 달려드는 다닐루를 보며 왼발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그러니까, 준비만 말이다.
촤—–악!!!
“!!”
‘페이크다, 이 병신아!’
난 휘두르던 왼발을 끝까지 가져가는 대신, 발의 움직이는 속도를 늦추며 축구공의 옆면에 대는 선택을 했다.
간단한 접기 동작에 적극적인 태클을 시도했던 다닐루는 쉽게 벗겨져 나갔고, 난 혼돈 그 자체인 골대 앞쪽을 슬쩍 쳐다보다가 오른쪽 시야 저편에 잡힌 빨간색 유니폼에 눈길을 뒀다.
곧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난 그와 동시에 오른발 안쪽으로 정확한 패스를 굴려 보냈다.
현재 FC 포르투의 선수들 대부분은 페널티에어리어 안쪽에 몰려 있었는데, 그 밖에서 자유롭게 패스를 받을 수 있었던 마티치가 주저하지 않고 오른발을 강하게 휘두른다.
퍼엉-!!
그리고 그의 발을 떠난 축구공은 대포알처럼 빠르고 또 묵직하게 날아, 혼란을 뚫고 FC 포르투의 골대 구석으로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촤르르르르-륵!!
삐익-!!!
손을 들어 올린 주심이 올렸던 손을 아래로 내리며 센터서클을 가리키고, 그 전부터 이미 골임을 알고 있었던 나는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마티치를 두 팔 벌려 맞이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 엄청난 기세로 내게 달려왔고.
‘어, 잠깐.’
그리곤 곧장 뛰어올라 내게 안겨 왔다.
“우욱-!”
이제야, 이 남자가 얼마나 무거웠는지가 떠올랐다.
마티치에게 깔리는 추태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허벅지에 힘을 주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나.
근데 잔뜩 흥분한 이 녀석은 도무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 아파아…….]분명 어시스트를 한 건 난데, 왜 고생하고 있는 사람도 나인 것 같은 것일까?
이건 분명, 단순한 착각은 아닐 것이다.
***
FC 포르투가 먼저 선제 펀치를 날리면, SL 벤피카가 카운터로 받아치는 양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전반 10분 네마냐 마티치의 동점 골이 터지고 5분이 지났을 때, 하프라인 조금 위쪽에서 패스를 건네받은 잭슨 마르티네스가 벤피카 진영을 질주하여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5분 뒤.
삐익-!!
“이야아아아아아-!!!!”
이번엔 니코 가이탄이 환상적인 개인 기량을 선보이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난타전.
오늘 경기는, 무척이나 뜨겁다.
.
.
·전반 21분
SL 벤피카 2 : 2 FC 포르투
조르제 제수스는 시합이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중이라 생각을 했다.
이건 어쩌면 비토르 페레이라의 전술이 만든 변수 때문일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들이 겹쳐 만들어진 변수처럼 보이는 상황일 수도 있다.
‘… 후자가 조금 더 가깝겠군.’
이중 결정적 원인은 실수에서 찾으려 했던 제수스.
중요한 경기임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오늘 SL 벤피카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자잘한 실수가 잦았다.
특히, 센터백이 그렇다.
동점 후, 제수스는 피치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자르데우!! 조금 더 침착해!! 너무 흥분하고 있잖아!!”
눈에 띄게 흥분하고 있는 자르데우에게 침착하라고 외친 조르제 제수스는, 세자르 사의 반대로 영입이 무산된 센터백 자원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빌어먹을.’
물론 새로운 센터백이 영입되었다고 해도, 같은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FC 포르투는 오늘 많은 변수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피치에 들어섰고, 이런 종류의 경기는 실력보단 누가 더 평정심을 유지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되곤 한다.
하지만 집중력과 평정심이라는 게 피로도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루이장의 부상 이후 거의 매 경기에 나서고 있는 자르데우의 컨디션 저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제수스는 지금, 무산된 영입을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
대안으로 여긴 시드네이와 빅토르는 이미 낙제점을 받았다.
만약에 오늘 교체명단에 포함된 로데릭 미란다마저 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센터백 자원의 고갈은 SL 벤피카에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무산된 이적에 필요한 자금이 150만 유로밖에 되지 않았던 터라, 제수스는 지금의 이런 상황이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버텨야겠지.’
짧은 고민 끝에, 조르제 제수스는 팀의 속도를 조금 늦추기로 마음을 먹는다. 심적인 우위를 점한 FC 포르투와 난타전을 주고받아 봤자 좋은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만 보더라도, 점수는 동점이지만 매번 앞서나가는 것은 FC 포르투다.
어차피 여긴 SL 벤피카의 홈그라운드였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주도권을 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옳았다.
그럼 오히려 조급해지는 건 상대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봐!!!”
제수스는 선수들에게 다시 크게 소리쳐, 팀의 전체적인 템포를 늦추라고 지시를 내린다.
누군가는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들이 냉정함을 되찾고 나면 지금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 선수들은, 아드레날린 과다 상태다.
냉정한 판단을 하기 무척 어렵다는 거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래도 저 녀석들은 괜찮군.’
니코 가이탄과 마티치, 그리고 가라이와 김다온.
최소 이 네 사람은, 경기의 양상이 혼잡한 와중에도 자신의 축구를 하는 듯했다.
“…….”
전반 22분.
제수스가 팀의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면서, SL 벤피카와 FC 포르투가 치르는 올 시즌 중요한 경기의 두 번째 막이 오른다.
***
팀이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감독님의 판단은 옳았다고 본다.
첫 번째 실점 때도 그랬지만, 오늘 우린 너무나도 쉽게 침울해지고 너무나도 쉽게 끓어오른다.
어린 데다가 또 같은 실수를 하기도 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피치 위에서 감정적이 되는 것은 대부분 좋지 못하다.
그런 감정적인 상황에서 FC 포르투가 이득을 취하고 있는 오늘과 같은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오늘.
“에즈!! 침착해!!”
…….
“엔초! 엔초!! 너무 나가잖아!! 거리가 너무 넓어. 공간이 많단 말이야.”
동료들을 안정시키는 일에 에너지를 쏟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는 경우가 있다면.
쿵-!!
삑-!!
“뭐?! 진짜?!”
지금 바닥에 넘어져 있는 다닐루와 시시때때로 부딪치는 것이었다.
피치 곳곳에서 불꽃이 튀기고는 있지만, 경기 템포가 늦춰지면서 가장 치열하게 바뀐 공간은 여기 왼쪽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다닐루에게 파울을 범했다.
정당한 어깨싸움인 것 같았는데, 주심의 생각은 아니었나 보다.
“저기 저 녀석! 저 녀석 놓치지 마!”
수비를 위해 뒷걸음질 치며, 난 잭슨 마르티네스를 가리키는 걸 잊지 않았다.
다닐루가 전반 10분에 내게 당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면, 난 반대로 잭슨 마르티네스가 우리를 상대로 기록한 역전골을 잊지 못하고 있다.
본래는 그냥 골 사냥꾼 스타일이라고만 알았었다.
하지만 잭슨 마르티네스는 하프라인 아래에서부터 성큼성큼 드리블을 시작했고, 마티치를 시작으로 네 명의 수비수를 제압하며 모라에스와의 1 : 1 상황에서 간단히 왼발로 축구공을 밀어 넣었다.
반대편에 있었던 난 상대적으로 떨어진 위치에서 그것을 보게 되었는데, 실점 순간 내 머리에 비상등이 커졌다.
본능이 잭슨 마르티네스를 요주의 선수로 인식했고, 그때부터 난 틈틈이 그의 위치를 확인해 동료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드푸르, 루초, 다닐루 등과도 상대해야 했지만, 딱히 그게 어렵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왼쪽!!”
‘이크!’
FC 포르투가 보내는 볼의 흐름에 따라 잠깐 중앙으로 좁혔었던 난, 볼이 크게 측면으로 빠지는 것을 보며 곧장 스프린트 해 다닐루의 앞에 섰다.
저 뒤엔 드푸르가 패스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고, 만약 저쪽으로 볼이 간다면 다닐루는 곧바로 뒷공간을 노리고 달려 들어갈 것이 틀림없다.
다닐루는 꽤 연계에 능숙한 남자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나와 1:1을 하거나 아예 뒤로 패스를 보내 템포를 늦추는 것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여기에서 더 템포를 늦추는 건 나쁜 판단이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 것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난, 다닐루와 드푸르의 2:1 패스와 다닐루의 1:1 돌파만을 신경 쓰기로 했다.
왼발도 꽤 수준급으로 쓸 수 있는 다닐루는, 개인 기량만큼은 확실히 출중한 선수였다.
볼을 굉장히 쉽게 찬다는 느낌도 들었고, 잔재주나 화려함은 없지만 민첩하게 볼을 다루는 법을 안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더욱 까다로운 유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포르투갈에서 내가 만난 풀백 중에서는 체격조건이 최상위권이라는 점도 까다로움을 더하는 부분이었다.
이걸 보면, 왜 포르투가 이 남자를 영입했는지 알 것 같달까?
개인적으론 속도와 개인 기량을 더한 성용이 형을 오른쪽 풀백자리에다 박아둔 느낌도 들었는데, 항상 머리를 쓰는 플레이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늘 많은 걸 생각해야만 했다.
다만 느껴지는 단점이 하나 있다면.
“뒤!!”
“…응?”
그건, 다닐루가 너무 쉽게 포기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똑똑하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항상 똑똑함과 투지는 별개의 문제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내 앞에서 공격 방법을 고민하던 다닐루는 드푸르와 2:1 패스를 주고받는 것을 선택했고, 난 예상했던 플레이 중 하나였던 그것을 노력해서 잘 막아냈다고 본다.
먼저 위치를 점해, 볼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본래라면 볼을 향해 달려들어야 했을 선수가 나와 적극적으로 몸싸움에 어울려줘야만 했는데, 다닐루는 쿨하게 돌아서며 수비진영으로 달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저게 냉철한 판단력이 아니라, 지금 생각대로 그냥 쉽게 포기하는 성격인 거라면?
‘… 이용해 먹을 수 있겠어.’
전반 31분.
새로운 옵션이 내 머릿속에 하나 더 입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