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72)
171화
2013년 1월 25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브루노 세자르란 문제(?) 하나를 처리한 SL 벤피카에, 다른 문제 하나가 더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는, 당사자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었다.
“……언제쯤이라고?”
“포르투전 다음 날요.”
“…….”
SL 벤피카가 처음 김다온의 이적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살핀 부분이 바로 김다온과 그의 에이전시의 정확한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UCN이 순수한 에이전시인지, 아니면 TPO인지를 알아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TPO은 Third-Party Ownership의 약자로, 이적시장에 거품을 끼게 하고 클럽에 혼란을 일으키는 달갑지 않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은 축구선수의 권리 자체를 사들여 이후 권한을 행사하는데, 사람을 매매하는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빨라진다.
TPO를 자처하는 이들은 좋은 재능을 지녔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유망주에게 접근해, 생활비 등을 책임지는 것을 조건으로 한 개인의 권리를 확보한다.
그렇게 확보한 권리는 이적시장에서 곧바로 적용되는데, 만약 A라는 선수의 몸값이 100만 유로일 경우, TPO는 최초 계약의 권한만큼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만약 해당 선수의 권리를 100% 확보하고 있다면, A라는 선수를 영입할 때 클럽은 기존 구단에 100만 유로 그리고 TPO에 100만 유로를 이중으로 지불해야 한다.
최악인 건, 영입 후에도 여전히 TPO에 권리가 있다는 거다.
이미 오래전부터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TPO가 선수의 권리를 해친다고 생각해 법으로 정해 금지를 해두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는 해당 선수와 함께하는 내내, 다양한 이유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
김다온과 UCN의 계약체결 시점이 FC 노르셸란으로 향한 이후라는 것을 잘 알았음에도, SL 벤피카는 귀찮은 일을 피하고자 둘의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TPO는 아니라는 결론이 섰다.
그래서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거고 말이다.
“미안하네만, 그들이 뭐라고 했는지 말해줄 수 있나? 어렵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아.”
“아뇨. 별것 아니었어요.”
“그래? 그럼 말해주겠나?”
머리를 긁적인 김다온이, 최근 에이전시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제수스와 에두에게 전달한다.
“맨시티로 이적을 원한다면, 본인들이 직접 협상을 주도할 수 있도록 재계약을 하자고 했어요. 대신 수수료라든가 그런 부분을 낮추겠다면서요.”
“전형적이군. 권리를 빼앗으려는 거야.”
“네?”
“직접 협상을 주도하겠다. 그건 UCN이 TPO가 되겠다는 의미야. 그건 즉, 앞으로 자네 의사는 상관이 없어진단 거지.”
“…….”
에두 크루즈의 말에, 김다온이 몹시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제아무리 훌륭한 축구선수라지만, 이 친구는 아직 19살에 불과했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달려드는 상대에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에두 크루즈는 팀의 중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마 교묘한 말로 계약서를 어지럽게 적어놓겠지. 하지만 결국에 보면, 그들이 전권을 쥐겠다는 걸 거야.”
“…….”
“전형적인 거짓말일세. 선수를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 에이전시도 본인들의 돈이 가장 중요하니까. 선을 넘는 말이네만, 가능하다면 에이전시 교체를 하는 걸 권유하고 싶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출신의 선수가 주요 선수 보급처인 포르투갈이기에, 에두 크루즈는 TPO로 인한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AT 마드리드로 이적한 라다멜 팔카오와 제니트로 이적한 헐크였다.
우선 라마멜 팔카오의 경우, 201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첼시 FC로 이적할 거란 뉴스가 파다했었다.
실제로 본인도 소셜네트워크상에 첼시를 팔로우하는 등 이적이 거의 기정사실로 되는 것 같았으나, 느닷없이 끼어든 AT 마드리드가 팔카오를 낚아챘다.
2,500만 유로를 제안했던 첼시와는 달리 당시로선 거금인 4천만 유로를 이적료로 지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인데, 남미의 한 투자회사가 ATM 측에 2천만 유로를 투자했던 게 원인이었다.
계약 당시만 해도 팔카오는 해당 사실을 몰랐었으나, 마드리드에 합류하고 나서야 자신이 온전한 아틀레티코의 선수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적료의 절반을 지불한 남미의 투자회사가 팔카오의 소유권 50%를 가져간 것이다.
지금 당장은 팔카오가 맹활약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약 선수가 팀을 떠나려고 하거나 클럽이 선수를 팔려고 한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농후했다.
그리고 어떤 식의 문제인지를 설명하는데, 가장 완벽한 예시가 바로 헐크였다.
“헐크는 빅리그를 원했네. 실제로 스페인과 잉글랜드에서 그와 협상을 진행하려고 했어.”
“그런데 왜 러시아로 갔죠?”
“제니트가 헐크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투자회사와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했지.”
“…….”
헐크 역시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고, 11살이 되던 해에 TPO와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론 훌륭한 선택이 되었으나 뜬금없이 일본으로 이적하게 된 것 역시, 당시 그를 영입한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헐크와의 상의 없이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가난에 허덕이는 남미의 축구클럽은 TPO의 선수를 보유할 경우 경비지출을 아낄 수 있어 이를 선호했기에, 사실상 헐크는 언제든 구단 동의 없이 이적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헐크가 J리그에서 성공해 FC 포르투로 이적한 이후에도, 헐크의 TPO는 여전히 그의 권리 중 60%를 보유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제니트가 7,400만 유로의 이적료를 TPO에 제안하자, FC 포르투는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헐크를 이적시킬 수밖에 없었다.
선수의 보유 권한이 더 많은 TPO가 계약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FC 포르투가 그걸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인정하지. TPO는 우리 포르투갈리그의 부끄러운 일면이야. 하지만 그들 없이 이 리그가 돌아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해. 그들의 돈이 있어, 이곳의 많은 사람이 월급을 받아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지. 아이러니한 일이야.”
일종의 인간 매매로 큰돈을 만지고 있다는 생각에, 에두 크루즈는 잠깐 자조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풀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자네까지 그렇게 만들 순 없지. 지금만큼은 클럽을 위해서가 아님을 알아주게나. 순수하게 자네를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에이전시를 교체하는 게 좋겠어.”
“…….”
지금 이 순간, 에두 크루즈는 맨체스터 시티의 만행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는 옵션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이기도 했다.
‘설령 1억 유로를 준다고 해도.’
SL 벤피카는 김다온을 맨시티로 이적시키지 않을 것이다.
선수가 간절히 원한다는, 단 하나의 경우를 제외하면.
***
조금 충격을 받은 것 같은 김다온이 사무실을 빠져나간 뒤, 에두 크루즈는 참아온 분노를 감추지 않고 표현했다.
“개똥 같은 개새끼들 같으니라고!”
특정 선수를 원하는 클럽이 이적을 유도해내는 방식은 무척 다양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TPO에 권리가 묶인 선수라면 TPO와 직접 협상을 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석적으로 해당 선수가 속한 클럽과 대화의 창구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최악은 선수의 에이전시와 먼저 접촉해 사전 준비를 다져두는 것이다.
축구선수와 에이전시의 관계는 가족과 동료 다음으로 각별하다 볼 수 있었고, 우유부단한 성격일수록 에이전시의 의견에 좀 더 무게를 두기도 했다.
그래서 클럽은 간혹 느닷없이 선수가 팀을 떠나고 싶단 이야기를 듣게 되며, 관계를 회복하려고 창구를 열었을 땐 이미 해당 선수와 이적하게 될 클럽 간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인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원치 않은 이적료를 벌어들인 경우는 셀 수도 없이 많았으며, SL 벤피카 역시 그런 일을 겪었었다.
2009/10시즌 이후 첼시로 이적한 다비드 루이즈와 하미레스가 정확히 그런 경우였는데, 첼시는 선수들의 에이전시를 포섭하여 이적 협상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
어차피 해당 선수들을 내보내려고 했었던 벤피카인지라 굳이 문제를 만들진 않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차라리 앙헬 디 마리아의 경우처럼 TPO 쪽에서 협상의 의사를 밝힌 것이 훨씬 더 나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에두.”
“그래야 하나?!”
“그래. 지금 너무 흥분하고 있어. 물론 그 기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말이야.”
손수 커피를 내린 제수스가 에두에게 잔을 전달하고, 설탕을 듬뿍 잔에다가 넣은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자네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녀석은 강해.”
“……나도 알고 있네.”
“녀석이라면 필시, 올바른 선택을 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군. 그래도 맨체스터 시티 녀석들의 치졸한 행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
“돈이 지배하는 세상 아니겠나.”
“…….”
많은 클럽이 UEFA에 TPO의 만행을 멈출 수 있는 조항을 만들자 건의하는 중이고, 네이마르의 이적 결과에 따라 UEFA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조항이 만들어지는 데는, 몇 년이 더 필요할 거다.
“그는 누구에게도 속할 녀석이 아니야. 녀석이 살아온 환경을 알지 않나. 본인의 의사대로 인생을 살길 바랄 녀석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다 했으니, 이제 지켜보세나.”
“그래야지. 이거야 원.”
“응?”
“내가 자네에게 진정하라는 말을 듣는 때도 다 있구먼. 역시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클클클클. 그래, 그렇지. 더 오래 살아야지.”
“후후. 휴우~ 이보게, 조르제.”
“듣고 있네.”
“녀석에겐 조금 더 좋은 에이전시가 필요해. 우리를 다소 귀찮게 하더라도, 시답잖은 짓을 하지 않을 사람 말일세.”
에두 크루즈의 말에 동의하는 의미에서, 조르제 제수스는 잔을 슬쩍 들어 올렸다.
“아직 녀석과 함께할 날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주변에서는 난리로군.”
“그래. 하지만 익숙한 일이지. 안 그런가?”
앙헬 디 마리아-다비드 루이즈-하미레스를 동시에 이적시킨 2010년 여름 이적시장 이후, SL 벤피카는 매년 이런 싸움을 벌여오고 있다.
파비우 코엔트랑-하비 가르시아-악셀 비첼.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것이 바로 김다온이다.
“아, 그리고.”
“응?”
“첼시가 내년 여름, 마티치를 복귀시키길 원해. 바이백을 발동하겠다는군.”
“그렇군. 알아두겠네.”
“그래.”
셀링클럽의 소속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건 매 순간, 선수의 이적 이야기와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었다.
***
모든 일정을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이후, 난 꽤 여러 사람에게 전화를 돌렸다.
목적은 단 하나다.
– 에이전시?
“네. 형 회사는 좀 어떤가 해서요.”
– 왜? 바꾸게?
“일단은 좀, 생각을 해보려고요.”
지금까지는 딱히 에이전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구단과의 계약 협상이라든가 축구 외적인 일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에두 크루즈에게 들은 이야기와 또 다른 벤피카의 동료들과 대화를 해본 결과, 내가 좀 더 진지하게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친한 형들을 먼저 찾았다.
처음에 통화한 사람은 흥민이 형이었는데, 형은 그냥 의리 같은 것으로 에이전시와 함께하는 듯했다.
처음 한국에서 독일로 건너갔을 때 많은 도움을 준 성의를 봐, 정식 계약서도 없이 그냥 에이전시와 선수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흥민이 형의 에이전시는 곧장 제외되었고, 한국 에이전시를 일하는 다른 형들도 일종의 의리로 함께하고 있어 올바른 비교 대상이 되진 못했던 것 같다.
결국, 소득은 없었다.
“후우- 답 없네, 진짜.”
확실히 우리 한국 선수들은 에이전시와의 관계에 있어서 다른 나라의 선수들만큼 철두철미하진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 뭐라고 하진 못하겠다.
그렇지만 실수를 만회하지 않고 계속 그대로 두는 건 내 성격과는 맞지 않았고, 정에 휘둘려 손해를 보는 것 역시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다.
내가 정을 둘 건 가족과 동료 또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 전부다.
“그럼 이렇게 해.”
“응? 어떻게?”
잠시 뒤, 난 고민 상담을 하러 친구들의 방을 찾았다.
이곳엔 늘 모이던 이들이 함께했고, 그중 안드레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일단 에이전시를 해고하고, 그걸 사람들에게 알려. 그럼 대충 너한테 연락이 오지 않을까?”
“오-! 그거 좋네?”
안드레의 말에, 베르나르두도 동의를 표한다.
“그렇지?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래도. 어차피 넌 지금 대대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잖아. 그리고 지금이라면 새로운 에이전시와 계약할 때 조건을 달 수도 있을 거야.”
“조건? 어떤 거?”
“다음 이적은 네가 원하는 시점에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겠다는 거. 어차피 그게 긴 시간은 아닐 테니까, 한 번은 받아들이지 않을까?”
“…….”
역시, 혼자보다는 여럿이 고민하는 게 더 나은 법이다.
안드레의 말은 무척 합리적인 것 같다.
다음 주 얀과 요나스가 리스본에 오면, 그들에게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말해야겠다.
어차피 그들과의 계약은 올해 12월까지고,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으로 남았을 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
이건 최초에 UCN과 계약할 때 그들이 직접 넣은 것인데, 분명 이런 미래를 예상하지 못하고 삽입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만약 내가 성공을 하지 못한다면, 에이전시의 입장에선 계약파기를 쉽게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
맨시티와 협상 전에 에이전시와의 재계약을 요구한 것 역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얀과 요나스는 지금까지 날 위해 노력해준 것은 맞지만, 이젠 이별해야 할 때였다.
[아빠? 저예요. 에이전시를 바꾸려고요. 네. 네. 자세한 사정은 내일 집에 돌아가서 말씀드릴게요. 네. 네.]난 그저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주변 환경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바꿔놓아야겠다.
오펠리아와 헤어질 때도 그랬지만, 이제 조금은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
내가 바라는 건.
…….
음, 그러니까.
‘아주 조금’ 알 것 같다는 거다.
말로 그것을 설명할 수 있기까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지금 내 행동이 올바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바라는 대로 하고 싶었으니까.
방으로 돌아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쳐다본다.
‘요나스에게는 좀 미안하긴 해.’
오랫동안 날 위해 수고해준 요나스를 위해서라도, 이번 이별은 깔끔하게 해야겠다.
이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든다.
좋은 꿈을 꿀 수 있길.
내일은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다.
boa noite.
이 말은 포르투갈어로 잘 자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