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73)
172화
2013년 1월 26일. 4700-087 브라가, 포르투갈. 파르크 노르트 R. 지 몬테카스트루. 이스타디우 무니시팔 지 브라가(Estadio Municipal de Braga. Parque Norte R. de Montecastro. 4700-087 Braga, Portugal).
·경기 시작 5분 전
SC 브라가 0 : 0 SL 벤피카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Tactics(벤피카/상대팀) : 4-3-3(At.)/4-4-1-1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베투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레안드루 살리누
CB ? 자르데우 / CB ? 뱅상 사쑤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막시밀리안 하스
LB ? 김다온 / LB – 루이지뉴
DM ? 네마냐 마티치 / RM ? 후벵 아모림
CM ? 니코 가이탄 / CM ? 우고 비아나
CM ? 엔초 페레즈 / CM – 쿠스토디우
RW ? 베르나르두 실바 / LM ? 마르수 모소로
LW ? 제로니모 베가 / SS – 알랑
ST ? 리마 / ST ? 에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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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팀으로서도 또 내게도 무척 고대하고 있던 경기였다.
우선, 팀은 리그 개막전의 잘못 지어진 매듭을 풀어내길 원했다.
시즌 첫 번째 경기에서 기록한 무승부가 결국 부진의 시발점을 끊은 셈이었고, FC 포르투에 승리하며 리그 1위에 오르기 전까지 우릴 오래도록 괴롭혔다.
그래서 제수스 감독님은 승리와 함께 심리적인 부담감을 떨쳐내길 원했고, 팀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격적인 포메이션 역시도 선택하셨다.
또 개인적으론.
‘크으- 좋다아-!’
건축의 혁명으로 불리는 이곳, 이스타디우 무니시팔 지 브라가에서 뛰는 순간을 무척 기대해왔다.
여긴 꽤 재미있는 일화를 가진 곳이다.
2000년 당시 포르투갈은 유로 2004를 위한 본격적인 개발작업에 착수했고, 경기장 디자인 중 하나를 창의적인 발상으로 유명한 소뚜 지 모우라(Soute de Moura)에게 맡겼다.
처음 선정된 부지는 폐쇄된 낡은 채석장이었는데, 그는 산을 밀어버리는 대신 화강암으로 된 채석장 일부를 깎아 그 안에 경기장을 짓기로 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소뚜 지 모우라는 채석장을 깎아 절벽을 만들게 되면, 경기장을 충분히 지지·지탱할 수 있다고 보고 기존 개발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획기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003년, 총 30,286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이 개장했을 땐 사람들의 반응은 전부 이와 같았다.
‘진짜 끝내주네, 진짜.’
이스타디우 무니시팔 지 브라가는 결코 예쁜 축구경기장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절벽을 깎아 만들었기에 경기장의 한쪽은 온통 화강암의 회색빛이며, 반대편은 별 특색 없는 평범한 나무숲이다.
하지만 이 경기장의 진짜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둥-!, 둥-!, 둥-!
석양 끝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고 밤이 찾아오면서, 경기장의 조명이 하나둘 들어와 그라운드를 비췄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났을 땐 마치, 캠핑하러 온 장소에서 축구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과 떠난 여행지에서, 우연히 축구장을 발견해 뛰어든 느낌이라고나 할까?
괜히 어딘가에서 풀벌레라든가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착각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착각이 아닐 수도 있지 않냐고?
글쎄, 그건 아닐 것이다.
홍염을 피워가며 노래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뚫고 들려올 만큼, 풀벌레의 울음이나 새들의 지저귐이 크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아래 낮은 위치에서 피워 올려진 붉은색 연기와 그 위로 수십 개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는.
{“Oh, grande Braga / 오, 위대한 브라가
Clube do meu coracao / 내 마음속 클럽
Vos no campo / 너희는 필드에서 뛰어
Nos na bancada / 우리가 응원할게
Lutamos para ser campeao! / 챔피언이 되기 위해 싸워!”}
삐익-!!
몇 번이나 도돌이표 된 노랫소리 이후,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커다란 함성을 내질렀다.
이제 그것은, 엄청난 야유로 바뀐다.
{“BOOOOOOO-!!!!”}
{“어디 재주나 한번 부려봐, 멍청아!!”}
{“오늘 여기에 널 위한 개는 없어!!”}
동료들은 물론이고 내가 패스를 받아들었을 때도, 브라가의 팬들은 야유를 보내왔다.
경기 초반이라, 아직 시합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보자.’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시즌 개막전의 패배를 복기하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브라가도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고, 몇몇 선수들이 뛰는 위치도 작년이나 시즌 초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뒤!! 뒤에서 간다!!”
‘이크!’
오늘 세컨드스트라이커(SS) 자리에 출전하게 된 알랑.
평소 오른쪽 윙으로 출전했던 이 남자는, 오늘은 윗선에서 우리의 측면을 압박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브라가의 특징이라면, 미드필드를 구성한 네 명의 좌우 간격이 굉장히 좁다는 점이다.
중원에 힘을 실어보겠다는 의도로 여겨지는데, 일단 수비 위치에 머물면서 조금 더 살펴볼 생각이다.
오른쪽 미드필드로 나선 후벵 아모림도 본래 중앙에 더 익숙한 선수라는 것을 생각하면, SC 브라가가 택한 오늘의 전술은 FC 포르투가 택한 것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나에겐 조금 더 수월한 경기가 될 거라고 본다.
레안드루 살리누(Leandro Salino)도 좋은 풀백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닐루와 비교하면 수월한 상대니까 말이다.
또 아모림 역시 스테번 드푸드보다 낫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알랑이 변수가 될 순 있지만, 그거야 그때의 일이고.
우선.
‘슬슬 전진해 봐도 되겠어.’
전반전 3분이 지났을 때부터, 난 조금씩 라인을 높여가기 시작했다.
***
SC 브라가의 감독 주제 페세이루(Jose Peseiro)는 FC 포르투가 SL 벤피카를 상대하는 것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믿었다.
FC 포르투가 비록 경기에서 패배는 했다지만, 사이드백의 적극적인 전진을 선호하는 SL 벤피카의 뒷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어지기 시작한 생각들은, 현재 브라가의 약점인 ‘중앙수비’의 허점을 가려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개막전의 센터백 듀오였던 파울루 비니시우스(Paulo Vinicius)와 더글랑이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한 지금, 뱅상 사쑤와 막시밀리안 하스(Maximillian Haas)로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잦은 실점도 중앙수비의 불안에서 찾을 수 있었고, 그래서 페세이루는 최근 그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물론 약점을 가릴 방법, 그거야 얼마든지 있다.
미드필드의 배치를 포백을 도와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져가게 되면, 수비의 안정은 얼마든지 꾀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SL 벤피카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패배하지 않으려면, 마냥 눌러앉기만 하는 것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벤피카나 포르투와 같은 클럽들은 볼을 점유하고 상대에 공세를 취하는 것에 무척 익숙하기에, 두들겨 맞다 보면 언젠가 실점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세이루에겐 ‘선수비 후 역습’을 위한 완벽한 계획이 필요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FC 포르투의 비대칭 4-1-4-1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기랄.’
주제 페세이루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전반 15분, 경기는 이미 크게 기운 것처럼 보인다.
삑-! 삐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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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6분
SC 브라가 0 : 2 SL 벤피카
경기가 시작되고 알랑의 위치가 다소 이상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조르제 제수스는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알랑의 다재다능함을 활용하려는 속셈인 것은 같았으나, 측면 미드필드나 윙어를 빼고 SL 벤피카를 상대한 대가는 혹독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SL 벤피카의 양쪽 사이드백은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전반 8분 첫 번째 골은 김다온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온 것을 베르나르두가 밀어 넣은 것이었고, 금방 있었던 리마의 두 번째 골도 막시 페헤이라의 오버랩을 막지 못한 게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초반의 전술적 방황을 이겨내고 팀에 완전히 녹아든 마티치로 인해, 팀은 포백과 쓰리백을 오가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다.
그로 인해 벤피카의 사이드백들은 유동성을 얻었고, 제수스의 전술적 색채와 더해져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측면을 비우고 중앙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야 좋은 방향으로 얼마든지 해석할 순 있겠지만, 그것도 상대를 생각해서 해야 한다.
눈에 띄게 흔들리는 SC 브라가의 선수들 사이에서, 지금도 막시 페헤이라와 김다온은 안방처럼 필드를 뛰어다니고 있다.
레안드루 살리누가 힘겹게 몸을 들이밀어 보지만, 김다온은 오른쪽 어깨와 팔을 이용해 SC 브라가의 오른쪽 풀백을 가볍게 넘어뜨린다.
그리고 동시에 튀어나오는 목소리.
“여기!!”
김다온이 측면에서의 1:1에서 승리할 줄 알았다는 듯, 근처 좋은 위치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엔초 페레즈가 패스를 연결받아 중거리 슈팅을 시도한다.
파앙-!!
{“우오오오오…….”}
벌써 몇 번씩이나 가슴을 쓸어내린 SC 브라가의 관중들.
이스타디우 무니시팔 지 브라가에서 나오고 있는 소리는, 17분 전과 비교했을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은 약간의 혼돈이었고, 그 안에 감춰진 공포를 끄집어내기까진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알랑이 볼 다툼에서 밀려 넘어진다.
“에-이!!”
바닥에 넘어진 상태로 주심에게 파울임을 어필해 보는 그이지만, 마티치에게 패스를 보낸 김다온이 몸을 돌려 알랑을 향해 검지를 좌우로 까닥여 보인다.
이에 근처 관중석에서 큰 야유가 이어졌는데,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제수스는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린아이를 다루는 것 같군.’
최근 김다온의 플레이를 볼 때마다, 제수스는 때때로 생각에 잠기고는 했다.
분명 기술이라든가 축구선수로서의 기량 자체는 그리 성장한 것 같지 않은데, 피치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나날이 더 좋아지고 있었다.
지금만 보더라도, 포르투갈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알랑이라는 윙어를 가볍게 제압하고 있다.
불과 1년 전에는 전력을 기울여야만 알랑을 상대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여유를 두고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알랑의 입장에서는 윙어로 출전하지 않은 게 되레 도움이 되는 셈이었다.
만약 윙어 자리에서 수시로 김다온과 마주했다면, 훨씬 더 굴욕적인 하루를 보냈을 테니까 말이다.
‘경험치 흡수가 빠른 건가?’
시즌 중반에 접어든 지금쯤이면, 컨디션과 기량이 최고조에 올라오는 게 옳긴 했다.
하지만 김다온은 2시즌 연속 휴식 없이 뛰었고, 일반적으로라면 조금은 지친 기색도 나타날 법도 했다.
물론 제수스는 김다온의 메디컬테스트에서 나온 믿기지 않는 결과를 기억하고 있었다.
또 컵 대회에서는 철저히 출전하지 않는 방향으로 체력적 안배를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김다온의 성장 속도는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다.
주목받는 그 나이의 선수 대부분이 13, 14살부터 주목을 받고 15살 무렵부터 본격적인 빅클럽의 레이더망에 오르는 것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것이 쉽게 와닿는다.
김다온은 최근 3년 동안, 몇 개의 단계를 훅훅 뛰어넘고 있다.
마치 처음부터, 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이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다.
다시 고개를 든 제수스.
그는 슈팅으로 공격을 마감한 선수들을 향해, 독려의 목소리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계속된 연승을 달리고 있는 팀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고, 그 속에서 선수들은 무척 즐겁게 축구를 하고 있다.
피치 위에서의 표정만 봐도, 그걸 쉽게 알 수 있다.
감독으로서 당연히 보기 좋은 일이다.
“침착해, 침착! 너무 들떴어! 다시 천천히 만들어!”
그래도 선수들이 너무 흥분하는 것은 막아야 했던 조르제 제수스는, 목소리를 높인 후 벤치로 돌아왔다.
김다온과 막시의 오버랩을 의식하게 된 SC 브라가의 전술은 이미 실패한 것이 되었고, 좌우로 크게 벌어진 간격은 벤피카 선수들의 침투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측면에서 상대를 압도하게 되면 중앙 또한 무척 여유로워지고, 현재 피치 위엔 이런 공간을 활용할 줄 아는 선수가 무려 넷이나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아름다운 패스.
그리고 그 끝은 어김없이.
삑-!! 삐익-!!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전반 31분, 승리를 사실상 확정 짓는 SL 벤피카의 세 번째 골이 만들어졌다.
이번에도 그 주인공은, 베르나르두 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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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결과
SC 브라가 1 : 4 SL 벤피카
[골] 베르나르두 실바 : 전반 8분, 전반 31분(니코 가이탄)리마 : 전반 15분(니코 가이탄)
자르데우 : 후반 16분(에제키엘 가라이)
김다온 ? 84분 출전(평점 8.6/팀 내 공동 2위)
***
4710-229 브라가, 포르투갈. 중앙 거리 134. 호텔 브라까르 아우구스타(Hotel Bracara Augusta. Av. Central 134. 4710-229 Braga, Portugal).
교체 이후 실점이 나왔을 때, 난 감독님에게 다가가 가능하다면 앞으론 90분 전체를 뛰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선수교체의 권한은 전적으로 감독님에게 있다는 것도 알고 또 가능하다면 내게 자주 휴식을 주려는 이유도 알고 있지만, 피치 밖에서 실점 장면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웠다.
물론 내가 있었다고 해서 실점하지 않았을 거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지만, 차라리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실점 순간 피치 위에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넌 그게 문제라니까? 너 은근 완벽주의라고.”
“내가? 내가 왜?”
“몰라서 물어?”
“……모르겠는데.”
“하…….”
호텔에 부탁해 얻은 음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때워가며, 난 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늘 경기의 이야기가 나왔고 내가 실점 상황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조목조목 짚어 나갔는데, 그러자 안드레가 완벽주의 어쩌고 하며 말을 해온 것이다.
“훈련 때만 해도 봐.”
“훈련? 그건 왜?”
안드레는 내가 완벽주의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훈련 때 있었던 일화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에게 내 모습이 어떤 식으로 비추는지는 전혀 몰랐기에, 난 꽤 진지하게 들었다.
“너희들 그거 다 기억하지? 그 크로스.”
“아, 그거. 당연하지.”
“크로스? 그게 뭔데?”
작년 11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와 가진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그날의 크로스가 만족스럽지 않았었던 나는 클럽하우스에서 자기로 하며 별도로 개인 훈련을 했었다.
“몇 시였더라? 11시까지였지, 아마?”
“어, 아마 그쯤일걸?”
도와주겠다는 스태프들에게 괜찮다고 말해놓곤, 혼자 축구공을 잔뜩 가져다 둔 뒤에 크로스를 올리고 또 축구공을 줍길 반복하는 훈련을 네댓 번 정도 한 것 같다.
그런데, 안드레는 아니란다.
“네댓 번? 지금 장난해?”
“엥? 왜?”
당시 내가 훈련을 진행한 제2 연습구장은 안드레의 방 창문으로 잘 보이는 곳에 있었다.
그때 안드레는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단다.
“최소 10번은 됐어. 내가 전화를 끊었을 땐 2시간이 지난 뒤였다고! 한 500번은 찼을 거다! 보는 게 어찌나 지겨웠던지 내려가서 밥 먹고 또 씻고 자려고 누우려고 했는데, 그때도 얘가 차고 있었던 거 기억해? 그래서 누가 소리까지 쳤다고.”
“낄낄. 응 기억해. 빌어먹을! 잠 좀 자자아-!”
“그래. 바로 이거.”
상황을 재현해낸 베르나르두가 낄낄거렸고, 안드레는 내게 그와 비슷한 일들을 열 개는 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확실히, 난 뭔가 아쉬웠던 장면을 잘 떨쳐버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집착을 한달까?
뭔가 하나 실수를 하면, 그걸 집요하게 파고들어 만족스러워지거나 잊을 때까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모든 것들을 하곤 했다.
“너네도 알잖아. 내가 왜 그러는지.”
“왜? 돌아갈까 봐? 제발. 지금까지 네가 번 돈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걸?”
“…….”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그래서 너랑 같이 있으면 가끔, 내가 되게 게으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거 사실인 거 아냐?”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난 한 번도 훈련에 지각하지 않았고 매번 팀이 요구하는 일을 다 수행했어. 그 외의 시간에 노력하지 않는 게 게으르다는 건 아니잖아?”
“하긴.”
안드레는 여분의 노력을 축구 외의 것에 쏟아붓는 것이고, 난 아닌 셈인 거다.
그리고 말하는데, 안드레는 결코 게으르지 않다.
그냥 여자를 조금 좋아하는 것뿐.
“아, 그렇지. 안 그래도 말이야…….”
안드레는 최근 다시 마리아나와 다툰 뒤에, 제법 진지하게 이별을 고려하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내가 연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게, 곧바로 새로운 여성을 물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엔 치과의사를 준비 중인 대학생이란다.
“Ela e perfeita!”
완벽한 여성이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보내고 있는 안드레를 보면서, 같은 축구선수라도 무엇을 위해 살아가느냐는 참으로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우린, 완전히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시답잖은 농담과 여자 이야기뿐인, 그런 모습으로.
그리고 난 이 순간이 무척이나 좋았다.
“호로로록-!”
음, 맛있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만 같다.
***
[얀 아담센 UCN CEO, “김다온은 SL 벤피카보다 훨씬 더 큰 클럽에서 뛸 자격이 있는 선수다. 우린 그러한 권리를 주장할 것.” – 아벤트차이퉁/2013.01.27.(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