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76)
175화
2013년 2월 1일. SW13 9SA 런던, 잉글랜드. 반즈, 퀸 엘리자베스 워크. 반 엘름스 스포츠 트러스트(Barn Elms Sports Trust. Queen Elizabeth Walk, Barnes. London SW13 9SA, England).
전날 모두 소집된 대한민국 대표팀은 2월의 시작과 함께 크로아티아전을 대비한 훈련에 들어갔다.
휴식기를 보내는 중인 K리그와 외의 아시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동안, 충분한 몸 상태를 갖춘 유럽파들은 좀 더 본격적인 연습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구자철은 곁에 있는 기성용에게, 연습이 한창인 그라운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야, 저기 좀 봐.”
“…….”
그곳엔, 김다온과 찰싹 달라붙어 있는 호르헤 삼파올리가 있다.
두 사람은 아까부터, 계속 함께하는 모습이다.
“완전히 물고 빠는데?”
“뭐야? 질투해?”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야. 생각해 봐라. 왜 안 이쁘겠냐. 너도 우리 수비 알잖아.”
“쉬잇. 야, 다 들려.”
호르헤 삼파올리의 체재 아래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2년 한해 6승 3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5월에 있었던 스위스 베른에서의 스페인 평가전에서 1 : 3으로 패배한 것이 삼파올리의 첫 번째 패배였고, 남은 두 번은 2012년 마지막 두 경기인 이란/호주와의 경기였다.
그리고 이 마지막 두 번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불안한 수비로 인해 90분 내내 고전했었다.
“쟤 수준이 너무 높다니까. 다른 사람들하곤 달라.”
“그건 맞는데, 그래도 다 들린다고.”
“에이 씨, 몰라. 그냥 가자.”
두 사람이 다시 훈련에 참여하고자 움직이는 동안, 호르헤 삼파올리와 김다온은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흥민이랑 저랑은 둘 다 인버티드라…….] [음, 자네 말도 일리는 있어.]전날 삼파올리의 전술적 비전을 전해 들은 김다온.
그는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해도 된다는 삼파올리의 말에, 자신의 앞에 설 선수에 관한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김다온의 생각에 손흥민은 분명 좋은 선수지만,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둘은 같은 인버티드 성향이라는 것 때문에 종종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오히려 김보경과 왼쪽에서 호흡을 맞출 때가, 훨씬 더 플레이에 편함을 느꼈던 김다온이다.
[보경은 연계가 굉장히 좋아요. 그리고 그건 벤피카에 있는 베르나르두랑 비슷해요. 전 녀석이랑 뛸 때 굉장히 편하거든요.]현재 삼파올리는, 김다온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진지한 얼굴로 경청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김다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현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팀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할만한 클래스를 지닌 선수는 김다온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선발로 내정한 구자철-기성용도 좋은 선수이긴 했지만,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Luka Modric)나 이반 라키티치(Ivan Rakitic)의 앞에선 기껏해야 버텨주는 것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크로아티아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은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 대표팀이 4일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몇 없는 무기를 완벽하게 활용해야만 한다.
이런 열세가 예상되는 경기에서 김다온이 크로아티아의 오른쪽을 틀어막아 주는 건 무척 중요했고, 만약 그렇게 되면 시합을 풀어나가는 일이 몇 배는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삼파올리는 대표팀에서의 김다온이 어떤 플레이를 펼칠는지가 궁금했다.
유럽 축구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지인으로부터 김다온에 대한 정보를 요구받아 왔지만, 정작 삼파올리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아직 만난 적이 없다.’는 말이 전부였다.
때론 그것이 쑥스럽기도 했던 삼파올리기에, 이번 짧은 만남을 통해 김다온이 어떠한 선수이고 또 어떠한 사람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가 느낀 것은, 축구에 있어 매우 진지한 태도를 지닌 19살 청년이라는 점이다.
전날 기본적인 전술적 토대를 이야기할 때도 그랬지만, 오늘 김다온은 더욱 축구에 몰입되어 있다.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 곁에서 조금만 함께 대화를 나눠봐도 그것이 고스란히 다 전달 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주변으로 자연스레 번져갔다.
김다온과 함께하는 일이, 벌써 삼파올리에겐 기분 좋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 이후 누군가 자신에게 김다온에 관해 묻었을 때, 해줄 말이 생겨나서 좋았다.
그때 가장 먼저 해줄 말은 바로 이것이다.
‘어디에서나 사랑받을 녀석이군.’
김다온은 사랑스럽다는 말이 적합한 캐릭터다.
그는 피치가 소란스러워지는 곳 어디에나 있었고, 훈련 때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고 또 가장 크게 웃는 그런 사람이었다.
‘재미있겠어.’
비로소 세계무대와 경쟁해도 손색이 없는 선수가 합류했다는 생각에, 삼파올리는 큰 자신감을 얻어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오전 훈련이 끝나고 난 뒤,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에두 크루즈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을 중얼거리게 되었다.
“조용하군.”
현재 SL 벤피카에서 대표팀 합류를 위해 떠난 사람은 김다온과 가라이 단 두 사람밖에 되지 않는다.
대표팀 단골인 막시 페헤이라의 우루과이와 오스카 카르도소의 파라과이는 이번 2월에 A매치 경기가 없다.
또 직전까지 대표팀에 소집되었던 호드리구와 엔초 페레즈의 경우, 클럽에서의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해 예비명단 이후 최종 발탁과정에서 제외되었다.
사실상, 현재의 SL 벤피카는 완전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흐음.”
클럽하우스에서 느껴지는 활기는 평상시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1/3도 안 돼.’
누군가는 현재의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보며 절제되어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에두 크루즈는 지금의 모습을 김이 빠진 맥주에 비교하고 싶었다.
김이 빠져버린 맥주는, 맹숭맹숭하고 아무런 맛도 없다.
“응? 거기에서 뭘 하나?”
“자네로군. 아래를 보고 있었네.”
“아래?”
에두는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누구인지 대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그는 곁에 나란히 기댄 제수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보게나. 마치 다른 팀 같아.”
“본래 난 자리가 더 도드라지는 법이지.”
“……이 클럽의 미래를 말하려는 건가?”
“…….”
농담한다는 게 실언이었음을 깨달은 에두 크루즈가 다소 멋쩍게 입맛을 다시며, 곁에 선 제수스를 슬쩍 바라본다.
그는,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다.
“아침에 훈련하는데, 오스카가 갑자기 내게 이런 말을 하더군.”
“응? 뭘 말인가?”
제수스는 에두 크루즈에게, 오전 훈련 때 들었던 말을 이야기해줬다.
“오늘 표정이 나빠도 이해를 해달라는 거야. 난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물었지. 그런데, 녀석이 뭐라고 했을 것 같나?”
“글쎄, 몸이 나쁘다고?”
“천만에. 오스카가 했던 말은 이거였어.”
[“아침마다 매번 듣던 시답잖은 농담이 없으니, 도통 웃을 기분이 나지 않더라고요.”]“뭐라고?”
“농담 말일세, 에두. 농담.”
매일 아침, 김다온은 출근한 동료들을 향해 말도 안 되는 농담을 건네곤 했다.
“한날은 오스카가 궁금해져서 물었다더군. 왜 매번 그렇게 썰렁한 농담을 하는 것이냐고 말이야. 그러자 녀석이 뭐라고 대답했을 것 같나?”
“수수께끼라면 질색일세, 제수스. 그냥 말이나 해.”
“훗. 하긴, 그랬지.”
오스카의 질문에, 김다온은 이런 대답을 했었다고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누구나 다 힘든데, 별것 아닌 농담이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웃을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했다는군.”
“…….”
“씀씀이가 참 예쁘지 않나? 마음이 참 따뜻한 녀석이야. 그리고 꽤 많은 사람이 녀석의 농담을 그리워하고 있었더라고.”
“고작 이틀 만에?”
“그렇네, 에두. 고작 이틀 만에.”
“이런.”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찾아오자, 이내 클럽하우스 전제가 조용하게 바뀐다.
“……조용하군.”
“그래.”
나른하기까지 한 오전 11시.
오늘 이곳 세이샬에 있는 SL 벤피카의 클럽하우스는, 감기 증상을 앓는 것처럼 나른하고 또 어딘가 무기력하다.
***
2013년 2월 2일. SW10 0XG 런던, 잉글랜드. 풀럼, 첼시 하버 드라이브. 더 첼시 하버 호텔(The Chelsea Harbour Hotel. Chealsea Harbour Dr, Fulham. London SW10 0XG, England).
발칸 반도의 강호로 평가받는 크로아티아의 이름이 축구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8년 FIFA 프랑스 월드컵 때부터였다.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 후 처음으로 출전한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크로아티아.
그들은 이후 유럽 축구의 강자로 평가를 받았고, 월드컵의 스타였던 다보르 수케르(Davor Suker)를 시작으로 많은 걸출한 선수들을 배출해왔다.
그리고 현재의 크로아티아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루카 모드리치에게도, 무척 많은 기대가 쏠려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최근의 상황이 무척 불만족스럽다.
이유는 클럽에서의 불안한 입지 때문이다.
“쟤는 확실히 좋은 선수네.”
“그러게.”
EPL에서의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토트넘 홋스퍼의 짜디짠 주급체계와 클럽의 한계에 실망하고 있었던 모드리치다.
그래서 그는 작년 봄부터 이어진 이적 시위 끝에, 3,900만 유로의 이적료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비 알론소(Xavi Alonso)라는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선수를 대체할 수 없다 보니, 모드리치는 레알에서 로테이션 멤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에 주제 무리뉴의 전술적 고집까지 겹치게 되면서, 모드리치는 시즌 내내 제한된 출전만을 허락받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제법 몸이 단 상태다.
이런 모드리치의 귀에,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동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래도 외의 녀석들은 별 것 아냐. 전형적인 약팀의 에이스인데, 포지션이 풀백이라 영향을 미치기도 쉽지 않을걸?”
“우린 루카가 있잖아. 중앙을 장악해 줄 거야.”
감독 니코 코바치(Niko Kovac)의 주도 아래, 크로아티아는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비디오분석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2013년 대한민국 대표팀이 치른 주요 경기들을 보았고, 5분 정도 지났을 때부터 긴장을 풀며 한결 편안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생각엔, 대한민국 대표팀의 수준은 마케도니아 혹은 슬로베니아 근처 혹은 그 아래였다.
“왜 저기서 저런 플레이를 하는 거지?”
“글쎄. 멍청해서?”
“큭큭큭. 그것도 맞는 말이겠네.”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력이 시원찮다는 결론을 맺게 된 지금, 실전에 목이 마른 모드리치를 동료로 둔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그들 역시 소집 후 훈련을 거치며, 모드리치가 실전을 얼마나 그리워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보통 그런 선수들은 드문 기회가 주어졌을 때, 피치 위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한 사람.
‘좋지 않아.’
동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모드리치는 너무 풀어진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계속 동료들을 재촉했다.
“아직 비디오가 더 남았잖아. 좀 더 제대로 보자고.”
“Vamo?, Luka. 네 성격은 잘 알지만, 너무 과민반응이래도.”
“그 말이 맞아. 그렇다고 우리가 경기 때 방심하지 않을 거라는 건 잘 알잖아?”
“…….”
동료들의 반응에 더욱 불만이 생긴 모드리치가 니코 코바치를 바라보자, 조금 당황한 모습의 코바치는 머리를 긁적이며 선수들에게 좀 더 집중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는 그도,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차원에서 지금의 이 영상을 준비한 것이었다.
아시아의 강호로 평가받으며 작년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긴 했지만, 성인 대표팀으로서의 대한민국은 한계가 엿보이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뛰는 많은 선수를 불러들였다지만, 경계해야 할 선수는 중앙 미드필드에서 뛰는 16번과 SL 벤피카의 풀백 정도가 전부였다.
2012 유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이후부터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해온 크로아티아에겐, 이번 한국과의 평가전은 돈도 벌고 또 많은 자원을 테스트해볼 좋은 기회였다.
이반 페리시치(Ivan Perisic)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을 제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으며, 모드리치 역시 본인의 강력한 의사가 없었다면 명단에서 제외할 생각이었다.
때마침 한국축구협회에서 모드리치의 출전을 주요 옵션으로 내걸어 온 상태이기도 했기에, 크로아티아협회는 못이긴 척 제안을 수락하며 꽤 쏠쏠한 금액을 챙길 수 있었다.
즉 이번 A매치는 크로아티아에게 있어, 말 그대로의 평가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뜻이다.
‘뭐, 진지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모드리치의 모습을 프로다운 태도라 여기기로 한 니코 코바치는, 다시 조용해진 실내를 바라보다 마찬가지로 화면에다 눈을 두었다.
‘확실히. 나쁜 축구는 아니긴 해.’
화면 속 대한민국 대표팀의 모습은 ‘준수한 전술 그렇지만 형편없는 선수’로 요약할 수 있었다.
호르헤 삼파올리의 축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100% 그것을 수행해 내기엔, 선수들의 수준이 뛰어나지 못했다.
특히, 창의력에서 약점을 보였다.
물론 이번 대한민국 대표팀이 그들이 선발할 수 있는 최고를 뽑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표팀의 특성상 단순히 좋은 선수를 뽑았다고 경기력이 단숨에 바뀌진 않는다.
제아무리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라 해도, 전혀 다른 전술과 철학 속에서 뛰어온 습관을 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대표팀은 축구선수 본연의 실력이 더욱 잘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무대다.
반대로 말해 다양한 환경에서 모인 선수들을 제대로 조합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재료라고 해도 쓰레기통에 버릴 수밖에 없는 요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직 소수의 감독만이 대표팀의 역량을 100% 끌어낼 수 있고, 그보다 더 소수의 선수만이, 대표팀에서 본인이 지닌 역량 100%를 피치 위에서 보여줄 수 있다.
누가 더 실력의 90%에 가까워지느냐가 중요한 A매치에서, 팀 전체의 역량이 높은 건 그 무엇으로도 매울 수 없는 차이였다.
‘간단히 제압해 주지.’
경기를 약 72시간 앞두고, 크로아티아는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
런던, 잉글랜드. 켄싱턴, 181-183 워윅 로드. 레지던스 인 바이 매리어트 런던 켄싱턴.
여유가 넘치던 크로아티아의 모습과는 달리, 대한민국 대표팀은 비디오분석이 끝난 뒤에도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일부의 선수들이, 한 객실에 모인다.
똑똑똑-
딸깍-
“왔냐?”
“네.”
고개를 까닥이며 안으로 들어선 구자철을 따라, 김다온이 객실에 발을 들인다.
안쪽엔 구자철 외에도 기성용과 손흥민, 지동원과 같은 런던 올림픽 멤버와 곽태휘와 이정수, 이동국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모여 있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 드는 건, 주장인 이동국이다.
“이제 다 왔네. 다들 내일 긴장 바짝 하자? 응?”
“네-!!”
“군기 잡는 거 아니니까 그렇게 대답할 건 없고, 작년 마지막에 워낙 경기력이 좋지 못했잖아. 가뜩이나 빡센 애들이랑 뛰는데, 정신 차리지 않으면 망신만 당할 거니까 집중하자는 거야.”
여기에 모인 이들 대부분은 내일 경기에 선발로 나서게 될 것이며, 또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성용과 김다온이 맡은 임무가 컸다.
그래서 이동국은 이들을 격려해주고 싶었다.
또 겸사겸사.
“야! 불어, 얼른!”
“엥? 이게 뭐예요?”
“뭐긴 임마! 케이크지. 얼른 불어! 내일 이기게 해달라고 빌고.”
처음으로 대표팀에 선발된 김다온을 축하해주려고도 했다.
이는 최근 대한민국 대표팀에 생겨난 새로운 전통이다.
“후우–!!”
“빌었어?”
“네. 삼대빵이요.”
“잘했어.”
호르헤 삼파올리의 부임 이후, 대한민국 대표팀은 경직되어 있던 분위기를 풀어내는 것에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작년 한 해 30명의 예비명단을 유지하며 많은 선수를 실험해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으며, 지금처럼 새롭게 합류한 선수를 축하해주게 된 것 역시 주장 이동국의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뛸 때의 경험을 살려, 대표팀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으면 좋겠단 의견을 건의했었다.
“윽-! 맛이 왜 이래?”
“왜? 맛없어?”
“네. 이거 무슨…….”
“욱-! 뭐야 이거?”
겉보기엔 꽤 멀쩡했던 케이크의 맛을 본 이들이 하나둘 화장실로 들어가고,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모이게 된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수들은 액땜한 셈 치자며 케이크를 휴지통에 집어넣었다.
“야, 영국 진짜…….”
“아니, 영국이 다 그런 건 아니라니까요? 맛있는 것도 있어요.”
“맛있는 거? 그게 뭔데?”
“음- 카레?”
“카레? 그거 인도 음식이잖아.”
케이크로 시작된 영국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곧 한국 음식에 대한 향수로 바뀌었고, 주장 이동국은 한식을 그리워하는 해외파에게 다음에 한국에 오면 밥을 직접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수와 작은 환호성이 이어지고, 약간 머쓱했던 이동국은 황급히 주제를 돌려버린다.
“야, 요즘 여자 친구는 어떠냐?”
“아, 형! 그 얘기가 여기에서 왜 나와요?”
“우~ 연예인이랑 만난다아~”
“김다온! 너 이씨. 죽는다?”
낄낄거리면서 침대 위에 쓰러진 김다온은 대표팀의 분위기 역시 SL 벤피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축구 이야기로 진지해지다가도, 금세 다른 이야기가 나오며 작은 욕설과 장난이 오갔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이 팀이라면.’
지금의 이런 분위기라면, 내일 제법 재미있는 축구를 펼칠 수 있겠다고 말이다.
늦은 저녁, 호텔의 객실 하나에서는 커다란 웃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온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대한민국 대표팀은 긴장 속에서도 여유를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