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77)
176화
시즌을 앞두고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화를 조금 덜 내는 편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조르제 제수스.
그는 최근까지, 비교적 의사의 말을 잘 따르던 중이었다.
그러나.
“대체 무슨 지랄들이야?!?!”
지금 이 순간, 그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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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9060-329 마데이라, 포르투갈. 푼샬, 알라메다 은젠예이루 후이 아우베스. 이스타디우 다 마데이라(Estadio da Madeira. Funchal, Alameda Engenheiro Rui Alves. 9060-329 Madeira, Portugal).
·후반 14분
SL 벤피카 1 : 2 CD 나시오날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고타르지
RB ? 막시 페헤이라 / CB ? 멕세르
CB ? 자르데우 / CB – 모레노
CB ? 호데리끼 미란다 / CB ? 미겔 로드리게스
LB ? 이스마일리 / RWB – 클라우드미르
DM ? 네마냐 마티치 / LWB – 마르살
DM ? 엔초 페레즈 / DM – 헤브송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AM ? 디에구 바르셀루스
LAM ? 니코 가이탄 / AM ? 호따 가르세스
ST ? 리마 / SS ? 다니엘 칸데이아스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라지 케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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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나시오날 원정은 포르투갈 리그의 팀들에겐 매번 어려운 일이다.
그들의 홈구장은 포르투갈 본토에서 약 1000km 떨어진 마데이라 제도에 있으며, 그래서 매번 원정을 떠나오는 팀들은 오랜 시간 비행을 해야만 했다.
더구나 이번 원정은 기상악화로 경기 당일에서야 이동하게 된 터라, 선수들의 컨디션 역시 정상이 아니었다.
하나 이 모든 것을 고려해도, SL 벤피카의 오늘 플레이는 분명 최근의 좋았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뛰는 거야?! 이런, 빌어먹을!!”
“…….”
모처럼 지킬&하이드 중 하이드의 면모가 나타나고 있는 제수스가 팀의 경기력에 좌절하는 동안, 역전 이후에도 계속 벤피카를 밀어붙이는 CD 나시오날이 다시 한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태앵~!
{“우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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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드 코엘류) – 벤피카 TV 아나운서
“골대가 벤피카를 구원합니다!! 지금도 너무 쉽게 슈팅을 할 공간을 내어줬습니다!! 칸데이아스. 메시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다비드 아비야) – 벤피카 TV 해설위원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수비의 중요한 두 선수가 빠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엉망인 경기력을 볼 줄은 몰랐어요. 너무 쉽게 상대에게 공간을 내어줍니다. 그리고 너무 쉽게 1 : 1에서 돌파를 허용하고 있어요.”
(클레드 코엘류)
“전반전 내내 고군분투한 페헤이라입니다만, 이제는 그도 힘겨워 보이는군요. 잔인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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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장의 부상 이후, 줄곧 벤피카의 불안 요소가 되어왔던 백업 센터백의 기량 부족.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한판이다.
가라이를 대신한 미란다가 전반 5분의 실점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고, 그때부터 입을 굳게 다물게 된 것이 결국 두 번째 실점 상황에서도 영향을 끼쳤다.
팀이나 개인이 좋지 않은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입을 다물게 되곤 하는데, 그때 입을 트여줄 보컬리더의 부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뼈아픈 제수스다.
‘……이런, 빌어먹을. 마땅치가 않아.’
벤치로 돌아와 전술지를 펴보지만, 변화를 줄 옵션이 딱히 마땅치 못했다.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린 시드네이도, 딱히 미란다보다 낫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마티치-엔초로 구성된 중원도 오늘따라 단점이 유독 도드라지고 있었기에, 공격에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수비수를 바꾸는 건 아무래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었다.
결국, 수비 변화를 포기한 조르제 제수스가 벤치에 앉아 있던 제로니모와 카를로스 마르틴스에게 몸을 풀도록 지시를 내린다.
재빠르게 일어난 두 사람이 코너플랫 쪽으로 달려나가고, 자리로 돌아와 물병 하나를 집어 든 제수스는 괜히 잘 열리지 않는 물병에다 화풀이한다.
“제기랄!!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군!!”
바닥에 물병을 패대기친 순간, 제수스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불안해진 시야를 바로잡기 위해, 몸을 똑바로 펴고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후우~~”
축구 감독이란, 극도의 압박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직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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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결과
SL 벤피카 2 : 2 CD 나시오날
[골] 리마 : 전반 45분(네마냐 마티치)제로니모 베가 : 후반 36분
[2경기 연속 5:0 승리한 FC 포르투. SL 벤피카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루다. – Jornal de Noticias]***
런던, 잉글랜드. 켄싱턴, 181-183 워윅 로드. 레지던스 인 바이 매리어트 런던 켄싱턴.
탁-!
“후우우–…….”
“왜? 졌어?”
“아뇨, 형. 비겼어요.”
“그래? 원정이면 잘한 거 아냐?”
“음, 그게.”
EPL에서 뛰고 있는 청용이 형에게, 포르투갈 리그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강팀은 있어도 영원한 강자는 없는 EPL과는 달리, 포르투갈 리그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대충 어물쩍 넘어간 나는, 외투를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잠깐 나갔다가 올게요.”
“어, 그렇게 해.”
“네. 먼저 주무세요.”
딸깍-
문을 닫고 나와, 과연 어디를 가야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다.
일단 내 첫 번째 옵션은 호텔이 우리를 위해 마련해준 전용 라운지였지만, 그곳엔 아마도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옥상…… 나쁘지 않네.’
이곳 매리어트 호텔의 옥상은 테라스 형식으로 꾸며져 있고, 그곳이라면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은 아무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엘리베이터에 올라 옥상에 오를 때까지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띵-!
지금으로부터 약 2시간 전, 난 팀이 CD 나시오날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난 클럽에 부탁해, 경기 영상을 보내달라고 했다.
“하아- 씨팔. 뭐 같네, 진짜.”
영상을 보는 내내, 난 소리를 지르고 싶던 것을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어째서 그렇게 움직이고, 왜 그렇게 뛰었는지 외치고 싶었다.
몇몇은 분명, 눈에 띄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경기 1시간 전에야 마데이라에 도착했기에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이 경기는 무조건 잡아줘야만 하는 것이었다.
부르르르-
“응?”
멍하니 호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리면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를 보낸 이는 나처럼 대표팀에 합류한 상태인 에제키엘 가라이였다.
그래서 난 곧장 손을 움직여,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FC 포르투와의 경기에서 힘겹게 승리하면서 얻은 한 번의 기회가, 너무나도 허망하게 날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더 그랬다.
이제 겨우 전환점에서 두 경기를 더 치렀을 뿐인 리그인데, 우린 후반기 FC 포르투 원정과 유로파를 병행하면서 가져야 할 수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래서 만약 승점 2점의 여유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것은 4월이나 5월이 되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우린 또 이렇게.
오늘 밤, 난 당장이라도 리스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내가 속해 있어야 할 곳이다.
대표팀에 합류가 클럽에 악영향을 미친 셈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원망하진 않는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오늘 경기까지 치르고 대표팀에 합류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선발로 출전해 90분을 뛸 게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억지로 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건 장기적으로 더 좋지 못했다.
내가 아니라, 벤피카가 그리 판단을 했다.
또 개인적으로도, 이 두 개의 일은 비교 불가다.
클럽에서의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대표해 대표팀에 뽑히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전이라면 달랐겠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그저.
‘팀이 이겨줬어야만 했어.’
만약 무언가를 원망해야 한다면, 그건 우리의 부족한 실력일 것이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것을 좀처럼 멈출 수가 없는 밤.
런던의 밤공기가 유독 더 차갑게 느껴진다.
***
2013년 2월 4일. SW13 9SA 런던, 잉글랜드. 반즈, 퀸 엘리자베스 워크. 반 엘름스 스포츠 트러스트.
어제의 실망스러웠던 일을 잊고, 난 다시 대표팀 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크로아티아 경기를 잘 치른 뒤에, 리스본으로 돌아가 다시 클럽에 매진하고자 한다.
그런 나의 하루는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니까, 몇 초 전까지는 말이다.
“누구시라고요?”
“아, 그게.”
훈련이 끝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난 어디선가 나타난 체격 좋은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메이사 은디아예(Meissa N’diaye)라고 소개했다.
“만나서 반가워. 난 스포츠 에이전트야.”
“에이전트? 대체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뒷주머니에 뭘 좀 찔러 넣어줬지.”
“…….”
당당하게 뇌물을 사용했다고 말한 이 남자는, 오늘 저녁 시간이 된다면 잠깐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켄싱턴에 있는 매리어트 호텔이지? 거기로 갈게.”
“음, 그러니까.”
“제발. 뭘 어떻게 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대화만 나눠보자는 거야. 부담 가질 건 없어.”
솔직히, 부담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냥 조금 당황스러운 게 다다.
일단 나는 생각해 보겠다며 대답했고, 메이사는 연락이 없어도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겠다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시 몸을 돌린 나는 일단 훈련장 앞의 버스에 올라탔는데, 자리에 앉은 뒤엔 그가 건넨 매우 심플한 명함을 유심히 확인해 보았다.
UCN과 함께 일을 하기 전부터, 에이전트임을 자처하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다.
그리고 당시 FC 노르셸란에서 알려준 바에 따라, 지금까지는 그런 이들에게 받은 명함을 몽땅 버려버리고 연락도 일절 하지 않았었다.
당연히 앞으로도 계속 그럴 생각이긴 한데, 지금 내 머릿속엔 메이사 은디아예의 눈빛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열정적이면서도, 또 무척 순수해 보였다.
물론, 내가 사람을 잘 볼 나이는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최소한, 그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렇지. 바보네.’
문득 좋은 방법이 떠오른 나는, 휴대폰의 화면을 켜 구글에 접속해 메이사 은디아예의 이름을 입력해 보았다.
가장 위에 표시된 것은, 같은 이름의 트위터의 계정이다.
검색결과에 함께 표시되는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글자를 확인한 뒤, 손을 움직여 메이사 은디아예의 트위터 화면을 띄웠다.
‘스포츠 커버. 응? 27살? 진짜?’
트위터의 메인화면에는 방금 내가 본 남성의 사진이 있었고, 유도선수였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진 몇 개와 또 금메달을 들고 단상에 오른 사진 역시도 볼 수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의 나이가 불과 27살이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만난 에이전트 중 가장 어린 사람이다.
일단, 사기꾼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긴 또 어디야.’
그래도 더 많은 것을 조사해볼 필요는 있었다.
스포츠 커버라는 회사를 알아보기 위해, 난 이곳저곳으로 메시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
런던, 잉글랜드. 켄싱턴, 181-183 워윅 로드. 레지던스 인 바이 매리어트 런던 켄싱턴.
호텔로 돌아온 나는 여전히 연락하며 지내는 요나스에게 물어, 메이사 은디아예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UCN과는 헤어졌지만, 마지막까지 날 배려해준 요나스와는 계속 친구 사이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만나도 괜찮겠다는 결론이 섰다.
메이사 은디아예는 프랑스 태생으로, 과거 프랑스의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유도보다는 축구 에이전트에 더 관심이 많았고, 21세의 나이에 프랑스 축구협회(FFF)의 정식 라이센스를 발급받음으로써 최연소 에이전트로 축구계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후 그는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소르본 대학에서 국제 비즈니스 법률에 관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프랑스의 중앙 법률 및 스포츠 경제 센터의 석사 과정을 이행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끝내기까지, 메이사에게 필요한 시간은 단 5년이면 충분했다.
소위, 영재였다는 것이다.
그런 뒤에 메이사는 2011년에 ‘스포츠 커버’를 설립, 당시 하이버니언 FC에서 뛰던 솔 밤바(Sole Bamba)를 레스터 시티로 이적시키면서 본격적인 에이전트 활동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AS 로마 B팀에 소속된 로익 네고(Loic Nego), 툴루즈에서 뛰는 프랑스 연령별 대표 위삼 벤 예데르(Wissam Ben Yedder), 그리고 벵자맹 멘디(Benjamin Mendy)나 미키 바추아이(Michy Batshuayi)와 같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와-우. 놀랐어. 하핫! 내가 그렇게 알기 쉬운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뭐, 도움을 좀 받았죠. 그런데 포르투갈어를 진짜 잘하시네요.”
“이 일을 준비할 때 배웠지.”
메이사는 프랑스어 외에도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모두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아는 남자였다.
하긴, 어렵기로 유명하다던 소르본 대학의 박사 학위를 에이전트 업무와 병행해가며 5년 만에 획득한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언어 습득은 껌이었을 거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왜 저죠? 당신의 선수들만 보면 프랑스에 한정된 것 같거든요.”
“아, 아직은 프랑스에서밖에 활동이 안 되거든.”
“라이센스 때문에요?”
“응. 부끄럽지만, 아직 혼자서 일하고 있어. 도와주는 사람이 몇 명 있긴 하지만 회사의 정식 에이전트는 나뿐이야. 지금까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서 그랬는데, 이젠 좀 상황이 바뀔 것 같아.”
“바뀌어요? 어떻게요?”
“회사를 조금 키워볼까 해. 이젠 더 넓은 무대로 나가려고. 가장 중요한 고객 확보도 어느 정도 끝났어. 금방 네가 말한 뱅자맹과 미키는 큰 주목을 받고 있어. 지금은 이적료를 높이는 단계지.”
메이사는 자신이 올랭피크 마르세유에 각별한 연줄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성장을 바라는 에이전트에게 있어 안정적인 선수 공급 혹은 수급 처가 되어줄 클럽은 필수적이었는데, 다행히도 그에겐 유도대표 시절부터 자신을 좋게 바라봐준 후원자가 있었다.
그 후원자가 바로 올랭피크 마르세유의 구단주였고, 메이사는 그의 클럽을 통해 에이전트로서 좀 더 큰 사람이 되고자 했다.
결과적으론 마르세유 역시 좋은 관계에 있는 에이전트를 둠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기에,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 5월에 시험을 치러 국제 자격을 획득할 생각이야. 그리고 난 네가 나의 첫 비(非) 프랑스 고객이 되어주길 바라.”
“글쎄요. 지금 당장은…….”
“나도 알아. 네 에이전시. 거기가 꽤 무모한 행동을 했다면서?”
“이런! 대체 어디까지 소문이 난 거예요?”
“이 바닥도 좁으니까. 특히나 너 같은 좋은 선수랑 어긋나기 시작하면, 다들 이유를 알아내려고 혈안이 되지. 그래야 너랑 계약할 때 도움이 될 테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런! 너무 솔직한 거 아니에요?”
“하하. 그게 내 매력이자, 단점이지.”
확실히, 메이사는 유쾌하면서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이 남자에겐 뭔가 순수한 것이 있었다.
아마도 그게, 날 여기로 데려온 게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우린 공통점이 많아.”
“그런가요?”
“응. 나도 빈민가 출신이거든. 어렸을 때 달리기를 진짜 못했어. 그래서 축구를 하면 골키퍼만 했는데, 그게 너무 싫은 거야. 그래서 관두기로 했어.”
“하하.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렇지? 그래도 힘은 어릴 때부터 좋았거든. 그때 학교 선생님이 유도를 권했고, 그게 결국 내 인생을 바꿨지. 그분은 내 은인이셔. 지금도 잘 지내는 편이고.”
“그거 멋지네요.”
메이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과 같은 불우한 처지에 놓은 프랑스의 어린아이들에게, 축구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일종의 길거리 축구대회를 꿈꾸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발굴된 어린 선수들이 프랑스 대표팀에 뽑히는 것을 보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했다.
“그렇기 위해, 너 같은 최고의 선수가 필요한 거야.”
“…….”
메이사는 다시 한번, 지금 당장의 계약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축구선수가 에이전시와 사이가 틀어져 상처를 받는 일은 흔한 것이며, 당분간 에이전시 없이 지내고 싶은 것 역시도 이해한다면서 말이다.
그는 그저 언젠가 내가 에이전시와 일할 마음이 생겼을 때, 정식으로 자신의 회사를 소개할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큰 회사라면 굳이 이럴 필요가 없겠지만, 난 작은 회사라서.”
“하하. 그게 중요한가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왜 선수들이 빅클럽을 좋아하는 것처럼, 에이전시도 거대한 곳을 좋아하니까.”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거 알아? 언젠간 나도 그렇게 될 거야. 많은 프랑스 어린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세상엔 가끔 좋은 일이 일어나고,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줄 수도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걸 통해, 그들도 그런 어른으로 자라나길 원하고.”
무척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토해내던 메이사는, 문득 자신이 너무 과열되었음을 깨달았는지 머쓱해 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내가 매번 이래.”
“아뇨. 무척 즐거워요.”
“진짜? 젠장! 너랑 더 대화하고 싶지만, 조금 있으면 비행기를 탈 시간이야.”
“네. 저도 돌아가 봐야죠. 그만 일어나죠.”
“그래.”
오래 입은 흔적이 드러나는 수트 위에 낡은 가방을 둘러메며, 메이사는 다시 한번 악수를 청해왔다.
“내일 경기지? 다치지 말고, 잘 뛰길 바라.”
“하하. 네. 당신도 조심히 돌아가세요.”
“무척 즐거웠어. 번호는 저장했어! 하지만 귀찮게는 안 할 거야! 알지?! 난 인내심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거든!”
“네! 귀찮게 하면 차단하죠, 뭐!”
“뭐라고?!”
“하하! 차우~ 메이사! 조심히 가요!”
메이사를 만나기로 한 것은 무척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당장 그와 계약할 마음은 없지만, 뭔가 시야가 조금 트인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에이전시를 구함에 있어 어떤 것을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지가 늘 걱정이었는데, 메이사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후우~ 참, 세상 넓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알게 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즐거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내일.
‘새로운 경험.’
생애 첫 A팀 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이후에, 어떠한 일을 겪게 될지가 무척이나 기다려졌다.
분명, 즐거운 일이겠지.
난 그렇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