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78)
177화
[호르헤 삼파올리, “크로아티아전은 대표팀에 무척 중요한 의미.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점검과 우수한 수준의 팀을 상대로, 선수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증명할 기회.” – 경남일보] [니코 코바치, “다음 달부터 있을 월드컵 예선을 위한 사전 단계. 큰 부담 없이 많은 것을 시험해볼 것. 승리는 자신하고 있다.” – Croatiansports.com]***
2013년 2월 5일. SW6 6HH 런던, 영국. 풀럼, 스티브니지 로드. 크레이븐 코티지(Craven Cottage. Fulham, Stevenage Rd. London SW6 6HH, England).
·경기 시작 1시간 전
대한민국 0 : 0 크로아티아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크로아티아)
&Tactics(대한민국/크로아티아) : 3-4-1-2/4-2-3-1
GK ? 정성룡 / GK ? 스티페 플레티코사
CB ? 황석호 / RB ? 다리요 스르나
CB ? 곽태휘 / CB ? 베드란 촐루카
CB ? 이정수 / CB ? 데얀 로브렌
RWB ? 김창수 / LB ? 이반 스트리니치
DM ? 기성용 / CM ? 루카 모드리치
DM ? 신형민 / CM ? 이반 라키티치
LWB ? 김다온 / RAM ? 이반 페리시치
AM ? 구자철 / CAM ? 마테오 코바치치
ST ? 손흥민 / LAM ? 이비차 올리치
ST ? 지동원 / ST ? 마리오 만주키치
.
.
풀럼의 홈구장에서 펼쳐지게 된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의 평가전엔, 어김없이 많은 클럽의 스카우트가 자리하고 있다.
북적거리는 관중들 속,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
‘뮌헨인가?’
그중 하나인 사우샘프턴의 스카우트 폴 미첼(Paul Michell)은 자리에 앉자마자 조금 아래쪽에 자리를 잡은 세 명의 무리에 시선을 두었다.
날씨를 모르는 듯한 얇은 옷차림과 추위를 참지 못하는 모습에서 영국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고, 한 명이 무릎 위에 올려둔 가방 사이로 삐져나온 노트를 보며 그들이 바이에른 뮌헨의 스카우트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선수들은 늘 빅클럽의 주목을 받아왔기에, 이것은 전혀 이상한 장면이 아니었다.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도, 크로아티아의 오른쪽 풀백 다리요 스르나(Darijo Srna)가 독일의 클럽들과 링크가 되었다.
하지만, 폴 미첼은 스르나가 뮌헨의 타깃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본 스카우트들을 헤아려봤다.
모두는 아니고, 흔히 빅클럽으로 알려진 이들 말이다.
‘레알. 인테르. 그리고 뮌헨인가? 이거, 난리로군.’
한눈에 보기에도, 현재 주변엔 이름만으로도 팬과 선수를 설레게 할 클럽의 스카우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폴 미첼은 그들이, 대한민국의 풀백을 보러왔다는 걸 알았다.
그것 외엔, 저들이 찾은 목적을 딱히 설명할 수 없었다.
많은 주목을 받았던 마테오 코바치치(Mateo Kova?i?)는 지난달 30일, 1,500만 유로의 이적료를 받으며 인테르로 이적했다.
이반 라키티치(Ivan Rakiti?)가 최근 조금 주목받곤 있다지만, 세비야에서 부르는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어 그는 당분간 더 많은 것을 클럽에서 보여줘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반 페리시치(Ivan Perisi?)와 이비차 올리치(Ivica Oli?)의 경우, 빅클럽으로 진출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한 단계 아래로 내려선 이들이다.
그래서 김다온이 유일한 목적이라 생각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좌우가 모두 가능한 풀백이잖아. 거기에 벤피카에서 벌써 10-10을 바라보고 있는 19살이야.’
현재까지, 김다온은 포르투갈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총 21경기에 출전해 7골-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2011/12 시즌 때 절반만을 뛰며 15경기 3골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벤피카 합류 후 경기당 약 0.78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는 셈이었다.
포르투갈 리그의 상위권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골과 어시스트 수치에서 크게 뻥튀기된다는 거야 익히 알려졌지만, 그의 포지션이 풀백이라는 것 때문에 이 숫자는 평가절하되지 않고 되레 더 큰 의미를 부여받는 중이다.
‘좋은 선수지. 그렇지만, 우린 할 수 없어.’
아쉬운 입맛을 다셔 보인 폴 미첼은 본인이 이곳을 찾은 목적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현재, 사우샘프턴은 크로아티아의 센터백 데얀 로브렌(Dejan Lovren)에게 큰 관심이 있는 상태다.
이미 팀은 올랭피크 리옹과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누었고, 이제 남은 건 로브렌이 가진 장단점을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해 적당한 이적료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리옹은 여덟 자리 숫자의 이적료를 원하지만, 사우샘프턴은 거기에서 200만 유로가량을 깎길 바라고 있다.
“후우~ 어디 보자.”
승패가 거의 확실하다고 여겨지는 경기였지만, 그 속에서도 스카우트들의 눈은 매섭게 빛나고 있다.
이런 경기일수록 오히려, 더욱 잘 보이는 것도 있었으니까.
그것이 약점이든.
혹은 장점이든.
폴 미첼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 드러나는 것이 진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경기를 준비하며 꽤 잦은 미팅이 있었고, 그때마다 감독님은 새로운 것들을 이야기하곤 하셨다.
그것 때문에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성용이 형과 내가 자발적으로 주도해서 추가적인 미팅을 가졌다.
처음엔 런던 올림픽 멤버들이 주축이 되었는데,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고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는 대표팀 전원이 모여 한 번 더 전술적인 대화를 나눴다.
최초 4-2-3-1을 생각하고 시작했던 연습이었지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몇몇 선수들이 훈련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했던 탓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코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맞춰가야 할 것에 비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소 한 달.
못해도 2주 정도는 꾸준히 함께 훈련하며 손발을 맞춰야, 삼파올리 감독님이 바라는 수준으로 뛸 수 있을 것이다.
클럽도 보통은 그러니까 말이다.
그래서 팀이 택한 건, 컨디션이 좋은 센터백 자원을 몽땅 활용한 변칙 전술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일반적으로 전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쪽이 변수를 만들기 위해 변칙을 택한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우리가 열세에 놓여 있다고 인정하신 거고, 나랑 성용이 형은 감독님이 바라는 변수를 동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미팅을 주도해왔다.
감독이 변수를 만들려는 전술을 택했는데 선수들이 정석적으로만 시합을 바라보고 또 뛴다면, 그건 정말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릴 테니까 말이다.
“후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핑계로 조금 늦게 복도로 들어선 나는, 저 앞에서 크로아티아 선수들과 친근하게 굴고 있는 자철이 형을 보게 되었다.
알기론 이반 페리시치와는 이번에 동료가 되었고, 이비차 올리치와는 시즌 시작부터 함께였을 거다.
하지만 그것을 떠나, 자철이 형의 친화력은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형과 일단 10분 정도 함께 있다 보면, 누구나 금세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라? 우리가 한 10년은 알지 않았나?
작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서 형들과 함께하며,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사람이 바로 자철이 형이다.
시즌에 들어서면서 내가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좀 더 활기차게 지내려고 하는 것 역시, 자철이 형을 보면서 그런 사람이 하나쯤 있는 게 생각보다 더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표팀에 있으면서, 성용이 형이 제일 많이 했던 얘기가 ‘아우~ 두 배는 시끄러워졌어!’였다.
자철이 형이랑 내가 어디에서든 모여 수다를 떨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병균이라도 되는 것처럼 슬금슬금 피해 다녔다.
“자, 갑시다아-!!!”
복도로 접어들며 손뼉과 함께 크게 소리치자, 뒤를 돌아본 성용이 형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우~ 저거 좀 봐. 저것도 어째 다 똑같냐?”
“큭큭큭큭큭.”
“엥?”
알고 보니, 아까 자철이 형도 복도로 들어오면서 나와 똑같은 말과 행동을 했단다.
“한 명은 구글거리고. 한 명은 다굴을 맞고.”
“푸핫-!!”
“아, 형!! 그거 하지 말랬죠!!”
“왜? 구글이랑 다굴이 딱 어울리잖아?”
“아~ 진짜!”
성용이 형은 은근히 사람 놀리길 좋아하는 성격인데, 이번에 내가 자철이 형이랑 어울리는 것을 보며 구글&다굴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그걸 들을 때마다 발끈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오히려 그걸 알고 있기에 기꺼이 리액션을 크게 하고 있다.
이게 내 성격과도 맞고, 성용이 형도 기분이 좋아지니 일석이조랄까?
자리에 서자, 바로 뒤에 선 성용이 형이 내 어깨에 손을 둘러왔다.
“야, 옆에 보지 말고 잘 들어.”
“…….”
“쟤네, 네가 오니까 눈빛이 바뀌었어. 쟤네도 너는 의식하고 있다는 거야.”
“네.”
성용이 형과 나는 늘, 대한민국 대표팀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 많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몇 명과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성용이 형과는 다르게, 난 대표팀에 뽑힌 선수라면 누구나가 다 그만한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래서 성용이 형이 가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만 묶어서 뭔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난 다른 사람들도 끌어들여서 판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SL 벤피카에서 뛰며 과자 가족을 유지해본 결과, 팀이 팀으로 움직이지 않고 분열이 된다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성용이 형도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먼저 선수단 전체와 함께 뭔가를 하려고 했다.
물론, 적당한 뒷담화는 계속하고 있긴 하다.
뭐,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특별히 그런 뒷담화에 영향을 받진 않았기에, 난 그것을 그냥 모르는 척 지나치고 있다.
“네가 오늘 좀 해줘야겠다. 내 생각보다, 네 몫이 훨씬 커.”
“네, 형.”
“뭐야? 그렇게 간단하게 대답하기 있기?”
“있기? 혹시, 달샤벳 좋아해요? 형수-!!!!”
“야이 씨!!”
듣기론 오늘 이곳 크레이븐 코티지 어딘가엔, 한희진 형수님이 몰래 응원을 와 있다고 들었다.
형의 손목에 채워진 끈으로 된 팔찌 역시, 형수가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 보내준 것이라고 한다.
“형수가 뭐?! 형수가 뭐?! 더 말 해봐! 더 말해 봐!”
“아-! 아-! 타임, 타임, 타임! 아-! 아프다고오-!”
“또 반말이다! 또!”
경기가 시작되기 전 티격태격을 반복한 성용이 형과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중계카메라가 담고 있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머쓱해하는 성용이 형.
반면에 난.
“Peace~”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며 손가락 두 개를 치켜세워줬다.
***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전반전이 시작되고, 전달받은 볼을 측면으로 돌린 루카 모드리치는 경기 전에 보았던 풍경을 떠올리고 있었다.
김다온의 등장 전만 해도 분명 대한민국 대표팀은 다소 위축이 된 것 같았으나, 그의 등장과 함께 긴장감은 사라지고 밝은 팀 분위기가 자리를 대신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선수가, 그의 등장만으로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었다.
‘19살에 그런 영향력이라니.’
루카 모드리치는 문득, 자신의 19살이 떠올려보았다.
그때의 자신은 정말 별것 아닌 선수였다.
모드리치는 8살 때 본인이 태어난 지역의 축구 클럽인 자다르 FC의 유스에 가입한 뒤,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아 월반에 월반을 거듭한 재능이었다.
크로아티아 축구 협회의 규정이 허락하는 나이인 15살이 되고 나서야 U-17 팀에 합류할 수 있었고, 겨우 3개월이 지났을 땐 디나모 자그레프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FC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스페인의 클럽에서 뛰길 원했던 그는, 당연히 디나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적을 결정했다.
그리고 17살이 되던 2002년 7월, 모드리치는 무려 두 단계를 건너뛰며 디나모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러나.
‘난 저 정도는 아니었어.’
19살 당시 루카 모드리치는, 디나모 자그레프의 수준엔 적합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임대를 전전했다.
승승장구를 거듭한 그에겐,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18살 때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HSK 즈린스키 모스타르에서 뛰었고, 김다온과 동 나이인 19살에는 같은 크로아티아의 NK 인테르 자프레시치에서 시즌을 보냈다.
물론 이런 임대 덕분에 실전 경험을 쌓고 마침내 레알 마드리드로까지 진출하게 된 모드리치지만, 그가 보기에 김다온의 현재는 무척 놀라운 것이었다.
다만.
‘아직 얼마나 잘하는지는 몰라.’
루카 모드리치는 의도적으로, 팀의 오른쪽에 무게를 더 싣기로 선택한다.
그는 우선, 김다온이 1:1 상황에서 얼마나 잘하는 선수인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특히, 이반 페리시치는 모드리치도 인정하는 자원이다.
왼쪽에서 조금 더 공격적인 재능이 빛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양발 모두를 수준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페리시치는 준수한 스프린트에 더해진 좋은 Football IQ를 지녔다.
일단 페리시치의 장점이 발휘되기 힘든 1:1 상황에서 김다온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 이후 동료가 편안함을 느끼는 상황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루카 모드리치는 늘 경기를 90분으로 쪼개어, 체력을 안배하고 플레이의 스타일을 바꿔가는 방법으로 축구를 바라보곤 했다.
그런 그에게 지금과 같은 작업은 상대의 실력과 피치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사전 단계였으며, 이는 경기 초반 모드리치의 경기력이 도드라지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기도 했다.
모드리치로부터, 평범한 패스를 전달받은 페리시치.
그는 먼저 보디페인팅을 시도한다.
하지만.
“큭-!”
“!”
좌우로 흔들려던 페리시치가 가소롭다는 듯, 김다온은 정면으로 곧장 달려들어 볼을 빼앗아냈다.
너무나도 쉽게 공격권이 넘어가, 크로아티아의 진영은 다소 놀라는 모습이다.
중심이 무너진 페리시치가 몸싸움에서 밀려 주저앉았고, 축구공은 곧장 최후방에 연결되어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빌드업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모드리치.
그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재미있겠어!’
지난날 모드리치가 동료들의 방심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오늘 경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패배에 대한 우려는 아니었던 거다.
모드리치 역시 이번 시합을 무난히 승리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저 동료들과의 호흡과 연계가 평가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순간이 되리라 믿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도 나름 인상적인 선수가 몇은 되었지만, 필드에서 뛰는 11명의 영향력 최소치가 맞춰져야 하는 축구에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척 적다.
특히, A팀의 경우는 그게 더하다.
하지만.
“욱-!”
김다온과의 경쟁에서 넘어지는 페리시치를 볼 때마다, 루카 모드리치는 가슴 속에서 요동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토트넘과 레알에서 뛰며 경험했었던,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감정이었다.
전반전 5분이 지나며, 모드리치는 페리시치가 좋아하는 상황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루카!!”
지금 막 그의 발을 떠난 패스는, 지금까지 향한 적 없는 대한민국의 왼쪽 빈 공간으로 빠르게 나아간다.
***
루카 모드리치의 패스 형태가 바뀌기 몇십 초 전, 페리시치와의 경쟁에서 모조리 승리하고 있는 김다온을 바라보는 몇몇 클럽 스카우트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분데스리가에서 온 사람들이 그랬다.
위르겐 클롭의 플랜에서 제외되며 이적하게 된 페리시치였지만, 그는 얼마 전까지 도르트문트 소속의 훌륭한 윙어였다.
“쟨 가끔 데이비드도 괴롭히던 애잖아.”
“이거, 오늘 무척 재미있겠어.”
“이봐, 촬영 잘 하고 있지?”
“물론이죠.”
“좋아.”
바이에른 뮌헨은 김다온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이번 평가전에 무려 세 명으로 구성된 스카우트 그룹을 파견했다.
그중 하나인 야프-얀 위터바이크(Jaap-Jan Uiterwijk)는 뮌헨의 사장 루메니게의 총애를 받는 주요한 인력 중 하나다.
작년 연말 그룹 섹스를 즐긴다는 소문으로 큰 곤욕을 치러야 했지만, 지금은 다시 본래의 능력을 인정받는 스카우트로 돌아와 뮌헨을 위해 많은 일을 해내고 있었다.
함께 온 스태프들이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그는, 다시 피치 위에 눈을 두며 김다온의 플레이를 관찰했다.
비디오나 이야기로 많이 보고 또 들었지만, 실전을 참관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고작 5분도 되지 않아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았으나, 지금까지 페리시치와 3번 맞상대하여 3번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승리한 건 무척이나 인상적인 것이었다.
빠르고 창의적이며, 또 훌륭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페리시치.
그는 어떻게 보면 수비수의 기량을 확인함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격수이기도 했다.
만약 상대의 Football IQ가 떨어진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페리시치는 그 빈틈을 파고들어 상대를 농락한다.
그리고 신체조건이 우세하다고 여겨지면, 페리시치는 힘과 높이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요소에서 부족하다는 확신이 서면, 페리시치는 프랑크 리베리(Franck Rivery)에 빙의되어 환상적인 개인기를 보여주곤 했다.
수비가담을 제외하면 그 모든 재능이 고만고만하다는 게 페리시치의 약점이었지만, 그 수준은 절대 낮지 않다.
‘만약…….’
야프-얀 위터바이크는 만약 오늘 김다온이 페리시치를 잠궈버린다면, 뮌헨이 망설이고 있는 마지막 이유마저 몽땅 사라지게 될 거로 생각했다.
‘왔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잡은 모드리치의 패스가 빈 공간으로 향한 순간, 나란히 스프린트를 시작한 김다온과 페리시치를 본 위터바이크의 눈은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새, 피치 위의 플레이에 완전히 집중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