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80)
179화
동점 이후, 크로아티아는 훨씬 더 매섭게 우리를 몰아붙이고 있다.
삑-!
피치 반대쪽 사이드에서 만들어진 코너킥.
모드리치가 움직이고, 다수의 선수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 들어선다.
“형. 여기, 여기.”
난 근처에 선 올리치를 가리키며, 보경이 형의 위치를 조금 조절했다.
본래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조금 더 익숙한 선수이니만큼, 이런 세트피스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선수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자철이 형도 사전에 그런 부분을 우리에게 전달했었다.
‘온다!’
모드리치가 띄워 올린 짧은 코너킥.
날카롭게 꺾여 들어온 축구공이 페리시치의 머리에 맞고 굴절되어 골대 쪽으로 날아 들어온다.
“!!”
갑자기 축구공이 이쪽으로 날아와 깜짝 놀란 나였지만, 와중에도 정신을 부여잡고 왼발을 움직여 축구공에 가져다 댔다.
파앙-!
{“우오워어어–”}
지금은 하마터면,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질 뻔했다.
골포스트 옆에 찰싹 붙어 있었던 게, 결과적으로 실점을 막아낼 수 있었던 원인이 되었다.
왼발을 맞은 축구공이 멀리 날아가 사이드라인을 벗어나고, 나만큼이나 깜짝 놀랐던 형들이 내게 와 잘했다며 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고는 다시 포지션을 찾아 움직였다.
실점 직전의 상황에서 축구공을 막아낸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길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이어진 크로아티아의 공격은 만주키치의 중거리 슈팅으로 마무리된다.
골대 위를 조금 벗어난 슈팅.
만주키치가 무척 아쉬워한다.
‘후우~ 조금 버겁네.’
워낙 정신없게 휘둘리고 있다 보니, 시야가 자꾸만 좁아지려 하고 있다.
전반 초반 다소 단조롭게 경기를 풀어나갔던 모드리치가 드리블돌파와 패스의 종류 몇 가지를 더하면서, 그가 축구공을 발아래에 둘 때마다 바짝 긴장됐다.
이런 식으로 신경을 쓰는 건 체력의 조기 고갈을 부르기 때문에, 난 피치를 넓게 바라보고 여유를 가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정신적인 에너지가 부족할 경우, 체력이 닳는 속도가 체감상 몇 배는 더 되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왼쪽!’
파악-!
[윽-!]이반 페리시치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이었다.
나름대로 돌파를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려는 것은 같은데, 왼발 위주의 드리블과 속임수에 중점을 둔 단조로운 페이크라 막아는 게 별로 어렵지는 않다.
지금도 속도를 조금 붙여오던 페리시치는 스텝 오버를 하다 왼쪽으로 길게 축구공을 차 놓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예상했던 나는 먼저 몸을 집어넣어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다.
내 어깨에 걸린 페리시치가 충돌로 인한 소리를 냈고, 이후 그는 내 유니폼을 잡아끌며 날 피치 위에 드러눕도록 만들었다.
명백히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플레이.
난 주심에게 곧장 어필했다.
[옐로카드! 오케이? 쟤가 날 끌었어!]하지만 주심을 맡은 스코틀랜드의 리스 더프(Reece Duff) 씨는 거기까진 아니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거참, 단호하시네.
[일어나!] [잠깐만요. 양말 좀 올리고요.] [그러든지.]무심해 보이는 말투를 보낸 리스 더프 씨는 가까이 온 정수 형님에게 프리킥 위치를 짚어주며, 하프라인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야, 괜찮냐?”
“네. 한숨 좀 돌려요, 우리.”
“그러자. 천천히 가자.”
“네.”
정수 형님의 손을 잡고 일어나, 엉덩이를 털곤 터벅터벅 걸어 포지션을 찾아 움직였다.
조금 떨어진 곳엔 이반 페리시치가 있었는데, 눈에 띄게 얼굴이 굳어 있는 그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내가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찡긋 보내자 얼굴이 일그러지며 바닥에다 침을 뱉었다.
뭐, 대충 재수 없다는 뜻이겠지.
저런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딱히 기분이 나쁠 것은 없다.
오히려, 감정을 드러내고 있으니 더 좋았다.
“후우~ 버틸 수 있으려나?”
고개를 돌려 확인한 전광판의 시계는 전반 34분을 가리키고 있다.
벌써 10분째 크로아티아가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는 중이고, 솔직히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센터백 위치에서, 태휘 형님과 정수 형님이 중앙 수비에서 놀라운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게 가장 결정적이라고 본다.
올림픽팀 수준에선 보이지 않았던 태휘 형님의 약점인 느린 발과 상황판단 능력의 부족함을, 정수 형님이 완벽하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채워주고 있다.
기본적으론 태휘 형님이 웅크리고 정수 형님이 파이터형 센터백으로 폭넓게 움직이다가도, 가끔 위치가 바뀔 때마다 적절한 커버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크로아티아의 날카로운 공세는 우리 수비에 지속적인 균열을 만드는 중이고, 꽤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래도 스코어는 여전히 1:1이다.
또 아까부터는 조금씩, 크로아티아의 선수들이 조급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버티느냐.
아니면, 뚫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잘 달려주고 있는 허벅지에게 좀 더 힘내라는 의미로 두드려주며, 난 다시 페리시치와의 경합을 위해 달려나갔다.
***
·전반 42분
대한민국 1 : 1 크로아티아
“FUCK!!!”
세계 공통의 욕설을 내뱉은 이반 페리시치는 현재, 매우 큰 굴욕감을 맛보고 있다.
전반 1분도 되지 않았을 때 1:1에서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제아무리 기를 쓰고 오른쪽을 돌파하려 노력해봐도 그것을 좀처럼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료인 올리치가 이따금 오른쪽을 뚫어내며 크로스를 올리기도 한 것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욱 심했다.
‘대체 뭐야, 이 녀석.’
페리시치는 도무지, 김다온을 돌파해낼 방법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1:1은 물론이고 주변의 동료를 이용해 패스플레이를 하려고 해봐도, 언제인가부터 리턴은 돌아오지 않고 자신은 김다온을 라인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가는 일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이 경기가 유로나 월드컵처럼 비중이 큰 시합이었다면 그런 희생으로도 만족했겠지만, 오늘 경기는 평가전이었고 조금 과욕을 부려도 되는 그런 시합이었다.
상대는 대한민국.
돈으로 경기와 자신들의 시간을 산 팀.
아직 한국 동료와 지낸 지 얼마 되지 않는 페리시치에겐,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축구 수준은 딱 거기까지였다.
과거엔 박지성과 같은 맨유에서 뛰는 선수가 있어 방심할 수 없는 팀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 유럽의 시선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란 에이스를 떠나보낸 아시아의 변방 국가였다.
그리고 이는, 김다온이 SL 벤피카에서 맹활약 중인 선수라는 사실보다도 앞서고 있다.
SL 벤피카가 빅클럽은 아니니까 말이다.
[간다-!!]모드리치의 좋은 패스가 공간으로 향하고, 어김없이 전력 질주한 페리시치는 이번에는 자신이 축구공을 발아래에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앙으로 좁혔다가 측면으로 다시 벌려져 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다온의 위치가 안쪽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이 향하는 곳에서의 거리도 자신이 훨씬 가까웠고, 페리시치가 느끼기에 최소 7~9m는 앞섰다고 보았다.
그러나.
촤——악!!
‘이런, 제기! 또?!’
번개처럼 나타난 김다온이 좋은 태클을 이용해, 한발 앞서 축구공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걷어내 버린다.
그리곤 그 질주가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뿐히 자리에서 일어나 숨조차 헐떡이지 않는 모습으로 뒷걸음질을 쳐 스로인을 수비할 포지션을 잡았다.
‘대체 뭐야, 저건.’
찰나였긴 하지만, 페리시치는 순간 경이로움을 느꼈다.
지금이 전반 초반도 아니고, 분명 김다온은 꽤 많은 거리를 달리고 또 잦은 스프린트도 보여줬다.
인간이라면 최소한, 조금은 숨이 차야 한다.
한데, 땀이 조금 흐르는 게 전부였다.
‘저 빌어먹을 녀석.’
이내 본래의 실망과 분노가 다시 감정을 지배한 페리시치는 스르나가 보낸 스로인을 받는 과정에서, 무의식중에 팔꿈치를 쓰는 과격함을 드러내고야 만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앞에 있던 부심에게 정확히 포착되어 주심의 경고로 이어졌다.
바닥에 넘어져 있는 김다온.
그는 지금 엎어진 상태다.
“……퉷!”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었던 페리시치가 침을 뱉으며 뒤를 돌아선 순간, 저 멀리에서 폭발적인 기세로 달려온 구자철이 얼굴을 들이밀며 독일어로 크게 소리쳤다.
[뭐야?! 왜 그렇게 더럽게 하는 건데?! 앙?!] [뭐?! 비켜!!]비록 볼프스부르크에서는 동료였지만, 지금은 적이라는 생각에 페리시치는 가까이 온 구자철을 밀쳐냈다.
그러곤 인상을 찌푸리며 멀리 가라고 손짓을 보냈다.
하지만 구자철을 밀쳐내자마자, 또 다른 곳에서 온 한국의 커다란 선수가 살벌한 기세를 뽐내며 완벽한 영어로 욕설을 보내오기 시작한다.
[Fucking Asshole!!]전반전의 끝을 앞둔 지금, 팔꿈치를 사용한 이반 페리시치로 인해 경기장의 분위기는 과열되기 시작하고 있다.
***
·전반 종료
대한민국 1 : 1 크로아티아
전체 슈팅 10:1, 유효슈팅 4:1이란 지표에서 드러나듯, 전반전은 상당히 일방적인 시합이었다.
유로 2012부터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크로아티아에 비해, 이번에 처음으로 유럽파 전체가 합류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다소 삐걱거렸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스카우트 중 일부는, 오히려 이런 경기의 흐름을 더욱 반기고 있다.
데얀 로브렌을 확인하기 위해 온 사우샘프턴의 폴 미첼은 이런 양상이 실망스러웠지만, 김다온이 목적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PSG와 AS 모나코의 스카우트는 무척 큰 성과를 거뒀다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 시합은 정말 귀중한 자료를 건질 수 있는 경기였다.
각 스카우트의 성격과 철학에 따라 평가하는 부분이 다르긴 하나, 현재 그들이 공통으로 만족하는 부분은 바로 실링의 수준이다.
그들의 생각에, 김다온의 실링은 항상 골칫거리였다.
‘실링(Ceiling)’.
잠재력(Potential)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했던 스포츠계의 스카우트들이 언제인가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 이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란 경제학 용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본래 ‘유리 천장’은 한 직장 내에서 충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성별/인종/외모/장애 등의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되어 고위직에 임명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하는 단어다.
그래서 스카우트들은 여기에서 천장(Ceiling)이란 단어만을 가져와, 특정 선수가 잠재력을 폭발시켰을 때 보여줄 수 있는 클래스 혹은 최대치를 뜻하는 용어로 정착시켰다.
예를 들어 ‘잠재력은 있으나 실링은 낮다.’는 말은, 특정 종목을 잘하긴 하나, 잠재력을 폭발시켜도 최고가 되긴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축구에 적용하면, 하부리그에서는 최고이지만 상위리그에서 뛰기에 부족하단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오늘 크로아티아에서 뛰는 이반 페리시치와 이비차 올리치다.
둘은 분명 뮌헨과 도르트문트에서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펼쳤지만, 감독으로부터 중용받지 못했고 중요한 경기에서는 제외되거나 출전을 해도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위 팀 혹은 컵 대회에서는 써먹을 수 있으나, 정작 중요 경기에서는 뛰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高) 포텐 저(底) 실링’의 선수들은 하부리그에서 성공하고 빅리그에 입성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많은 이적료와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클럽의 입장에서 ‘유스’ 혹은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로 대체가 가능한 수준의 선수를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데리고 있을 이유는 없기에, 몇 년 전부터 실링을 확인하는 일은 스카우트에 있어 무척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분데스리가 최상위권에서 뛰긴 역부족이란 평을 받으나 중상위권은 되는 두 명의 윙어를 상대로, 김다온은 경고 하나를 유도하는 등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포르투갈 리그의 여건상 수비수들의 ‘진짜 실력’을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오늘 이 경기를 통해 얻게 된 정보들은 무척이나 귀중한 것이었다.
이는, 스페인에서 온 남자들에게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확실해졌어. 증명할 게 더 없다고.”
“오길 잘 한 것 같군요.”
“그러게 말일세.”
스페인에서는 스카우트를 ‘Ojeador’라고 부른다.
이는 ‘어린 재능을 발굴한다.’라는 뜻으로 인식되는데, 스페인의 축구 시스템이 어린 선수를 발굴해 육성하여 1군에 투입 시키는 것이기에 그런 것이다.
물론, 현재는 영 단어와 같은 뜻으로 인식되는 성향이 훨씬 더 강하긴 하다.
이런 Ojeador 중 스스로 ‘Ojeador de Real Madrid’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케빈 카스테야노(Kevin Castellano)는, 레알 마드리드의 18-23세 스카우트로 활동 중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공식적인 6명의 Ojeador와 그들과 함께하는 47명의 직원을 두었고, 케빈은 오늘 한 명의 직원과 함께 런던을 찾았다.
“바르셀로나 때는 조금 불안한 면도 있었는데, 확실히 그 이후에 플레이가 더 나아졌어. 아직 더 깨트릴 것도 있어 보여.”
“실링이 어느 정도일까요?”
“글쎄. 확실한 건, 우리가 큰돈을 써도 문제가 없다는 거지. 미안하네만, 자네. 마실 것을 좀 사다 주겠나?”
“그러죠. 주문은요?”
“커피. 따뜻한 거로. 여긴 빌어먹을 정도로 춥군.”
고개를 끄덕인 직원이 자리를 떠나고, 잠깐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케빈의 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부에나스 노체스. 당신을 여기에서 볼 줄은 몰랐군요.”
“응?”
낯선 목소리였지만, 들려온 단어는 분명 스페인어였다.
고개를 들어 올린 케빈은 곁에 선 사내를 확인했고, 이내 한쪽 입꼬리를 치켜세우며 이렇게 대답했다.
“구텐 아벤트. 누구를 보러 왔죠?”
독일어로 된 대답.
이내, 케빈과 맞은편에 선 사내의 눈빛이 빛난다.
“우리야 늘 전 세계 모두에게 관심이 있답니다.”
“하-! 독일 클럽이 말입니까? 그건 마치 FC 바르셀로나가 카탈루냐 독립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리는군요.”
“하하. 그래서? 그는 어떻습니까?”
“글쎄요. 당신은 어떤 평가를 했죠?”
“…….”
“…….”
스페인 사람이 독일어로 말하고 독일인이 스페인어로 말하는 상황 속, 조용히 찾아온 침묵 사이로 날 선 대화들이 오가는 것만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케빈 카스테야노와 야프-얀 위터바이크는 입은 웃고 있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엔 경멸이 가득했다.
각자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철학을 뼛속 깊이 빨아들인 이들에겐, 서로가 곱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둘의 인내심을 비집고 나와 대화를 가장한 독설로 이어진다.
“당신들 덕분에 또 배를 불릴 사람들이 많겠군요. 참으로 멋진 클럽입니다. 실제 배를 주리는 마드리드의 사람들 대신, 스페인에 세금조차 내지 않는 사람까지 걱정하다니. 플로렌티노 회장은 참 자애롭기도 하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러는 뮌헨은 돈을 쥐어짜낼 곳도 없으면서 이런 판에 참 잘도 뛰어들었군요. 저는 예전부터 그 용기가 무척이나 감탄스러웠습니다.”
“…….”
“…….”
다시 찾아온 침묵.
어느새 커피를 사고 돌아온 케빈 카스테야노의 직원이 입에 뭔가를 물고 양손에 커피를 든 채 멀뚱히 멈춰서 있다.
아니, 굳어버렸다고 하는 게 옳다.
“구텐 아벤트. 후반전도 잘 관전하시길.”
“부에나스 노체스. 당신도요.”
마지막 순간에서야 비로소 모국어로 대화한 두 남자.
먼저 돌아선 건, 당연히 위터바이크 쪽이다.
“고맙군요.”
“움?”
그리고 그런 위터바이크는, 굳어버린 케빈의 부하직원 손에서 커피 하나를 빼앗아 간다.
이에 당황한 직원이 놀라 뒤를 돌아보고 있을 무렵, 그의 뒤통수 쪽에서 대단히 언짢아 보이는 케빈 카스테야노의 까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피!!”
“오-! 네!”
자신의 상사가 평소엔 좋다가도 한번 기분이 틀어지면 최악이 된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직원은 잽싸게 몸을 돌려 커피를 전달했다.
하지만.
“미지근하군.”
“……네?”
“커피가 미지근하다고. 그리고 구정물 같아.”
주르르르륵-!
잔에 든 내용물을 그대로 의자 아래에다 비워버린 케빈 카스테야노는, 다시 잔을 직원에게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커피. 제대로 된 거로.”
“……꿀꺽.”
거의 살기처럼 느껴지는 시선을 내뿜는 케빈.
그런 그의 앞에서 직원이 할 수 있었던 일은.
‘하아. 씨팔. 때려치울까?’
자신의 직장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뿐이었다.
쓸쓸히 돌아선 그의 어깨는 유독 처량해 보인다.
그러나.
“이보게!”
“네?”
아직 끝이 아니다.
“자네가 들고 있는 그거, 뭐지?”
“어, 피쉬 앤 칩스?”
“배가 고프군. 그건 주고 가게.”
“……어, 그러니까 이건.”
“뭐 하나! 얼른!”
피쉬 앤 칩스는 자신의 돈으로 산 것이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결국 상사에게 모든 것을 준 그는 매점으로 향하며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빌어먹을 두고 보자. 만약 내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만약 누군가 알게 되었다면 등골이 서늘했을 다짐과 함께.
‘죽기 직전까지 부려먹어 주겠어!!’
악습(惡習).
인간의 일면을 보여주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
작가의 말 ? 오랜만의 인사입니다.
야구를 끝내고 축구에 집중하면, 확실히 조금 더 글에 집중이 잘되고 있어 좋습니다.
다만 글 두 개를 포함 총 세 개의 직업을 유지하고 있던 셈이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진 관계로 한두 달 정도는 병원에 다니며 건강을 추스를 생각입니다.
그리고 조금 몸이 준비되면, 일주일 중 2회(월목/화금/수토)는 3연재를 할 계획입니다. 월목/화금/수토 중 어느 것이 더 좋을지는 고민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보셨으니 이미 아시겠지만, 이번 평가전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포르투갈 리그라 상대적으로 다루기 힘들었던 다온이의 수비능력 + 스카우트 심화입니다.
후반전은 빨리 갑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감사를 올립니다.
독자님들이 계셔서, 덕분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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