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85)
184화
만약 누군가 내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골에 관해 묻는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나를 덴마크로 이끌었던 가나를 상대로 한 득점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땐 축구가 마지막인 줄 알았었고 쌓여왔던 울분도 많아, 모든 것을 폭발시킨 듯한 슈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이 나의 최고의 골이다.
슈팅이 그물을 가르는 것을 확인하고 달려나간 뒤, 코너 플랫의 앞쪽에서 무릎으로 슬라이딩하는 셀레브레이션을 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날 끌어안는 베르나르두.
녀석의 목소리로 귀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으아아-!! VAMOS!!!!”
“봤어?! 얘야!! 바로 얘라고!!”
가슴 한 곳이 뻥 뚫린 기분이 든다.
.
(배정세)
“김다온! 원더골입니다! 하프라인 아래에서부터 40여 미터를 달린 뒤에, 환상적인 슈팅을 레버쿠젠 골문에 꽂아 넣습니다!”
(박성문)
“이야~ 정말 놀랍습니다! 슈팅 자체도 훌륭했지만, 그전 과정이 더욱 굉장했거든요! 이번 시즌 유럽대항전 4번째 골이에요! SL 벤피카에서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배정세)
“박성문 해설위원님의 말씀처럼, 슈팅 직전의 과정이 정말로 훌륭했습니다! 라스 벤더의 압박을 굉장한 볼터치로 간단하게 따돌렸습니다!”
(박성문)
“마치 요한 크루이프의 볼터치를 보는 것 같았어요. 땅볼로 낮게 깔려 들어오는 패스를 발등을 사용해 가볍게 들어 올려 방향만 살짝 바꿔놨거든요.”
(배정세)
“레알 마드리드에서 김다온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왜 그런 것인지 지금의 득점 장면을 통해 잘 증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0 앞서나가는 벤피카.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김다온이 있습니다!”
.
***
삑-!! 삐익-!! 삐이이익-!!
.
.
·경기종료
레버쿠젠 0 : 1 SL 벤피카
종료휘슬이 울리자마자, 난 그대로 그라운드에 철퍼덕 쓰러져 버렸다.
“하아- 하아-”
라이트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드로, 후반 15분쯤엔 다시 레프트백으로 이동해가며 90분을 뛰었다.
레버쿠젠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전술을 기존의 4-3-2-1로 바꾸었고, 카스트로와 쉬얼레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던 난 자잘한 실수를 연발하고야 말았다.
그러자 감독님이 곧장 이스마일리를 빼며 엔초를 투입하셨고, 난 다시 왼쪽 풀백으로 포지션을 옮겨 경기를 끝마쳤다.
하루에 세 개의 포지션을 소화해 본 것은 또 처음이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고 평소보다 배는 더 힘든 것 같다.
“아- 죽겠다.”
절로 곡소리가 나와 혼잣말을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을 무렵, 눈앞에서 불쑥 베르나르두가 나타나더니 내게 손을 내밀어 왔다.
“힘드냐?”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야. 너라면 어떨 것 같은데?”
“큭큭. 글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피식하며 웃음을 터뜨린 난, 베르나르두의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전반전은 낯선 포지션에서 뛰었던 것 때문에, 또 후반전은 특유의 압박과 역습이 살아난 레버쿠젠의 선수들을 뒤쫓느라 체력적인 소모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경기였다.
종아리의 압박을 풀기 위해 양말을 발목까지 내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저 멀리에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계신 감독님이 보였다.
그러자 베르나르두가 주인공에게 자리를 양보해줘야 한다느니 어쩌고 하며, 한쪽으로 멀어져 갔다.
자연스레, 나는 곧 감독님과 만나게 되었다.
제수스 감독님은 날 한 손으로 안았다.
“정말 잘해줬어. 내 무리한 요구였는데도 말이야.”
“하하. 네. 그런데, 무리였나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자넨 오늘 승리를 독차지할 자격이 있어.”
“응?”
감독님이 가리키고 계신 방향은, 멀리 포르투갈에서 여기까지 응원을 온 벤피카의 팬들이 있는 곳이었다.
“다녀오게. 저들에겐 큰 의미가 있을 거야.”
“네!”
천천히 원정 팬들의 앞쪽으로 걸어가자, 우렁차게 노래하고 있던 이들이 나를 향해 커다란 함성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하나의 합창으로 바뀌었다.
{“Sou do Benfica! / 나는 벤피카 출신입니다!
E Isso me Envaidece! / 그것은 날 자랑스럽게 하죠!”}
바로 ‘Ser Benfiquista.’
벤피카의 팬들이 빨강 말고도 가장 즐겨 스스로를 칭하는 말이 바로 이 노래의 제목이다.
보통 이 노래는 홈 경기의 시작 전에 울려 퍼지곤 하지만, 오늘은 경기가 끝난 지금 우렁찬 목소리로 벤피카의 팬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런 그들의 앞에 서서 박수를 보내고, 또 유니폼을 벗어 멀리까지 온 한 부자(父子)에게 건넸다.
라커룸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뒤를 돌아 박수를 보낸 나는, 그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주고 나서야 비로소 걸음을 옮겨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목발을 짚고 선 안드레다.
저 목발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마치, 이렇게 될 운명이기라도 했던 것만 같다.
“괜찮아?”
“아니, 별로. 그렇지만, 이겼으니 됐어.”
“안드레…….”
“이 몸의 부상하고 맞바꾼 거야. 그럼 최소한 이렇게 이기기라도 했어야지. Vamos, Amigo. 난 그냥 네게 축하를 해주고 싶었어. 정말 멋졌다고 말이야.”
“……그래. 고마워.”
한쪽 발을 전혀 짚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안드레의 부상은 조금 심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그가 했던 말처럼, 당장은 승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 부상도 괜찮은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괜찮지 않을 거다.
그래도.
“야, 너 마지막에는 완전히 퍼졌더라.”
“젠장. 세 개의 포지션이야. 죽는 줄 알았다니까?”
“큭큭큭. 너 같은 미친놈은 처음 봐.”
“시꺼. 팀이 원하면 어떻게든 뛰게 되는 거야.”
“하긴. 그것도 그러네.”
서로가 함께인 이상, 어떠한 힘든 일도 견뎌낼 수 있다고 본다.
그게 바로, 친구라는 거니까.
또, 그게 팀이기도 한 것 같다.
“자, 가자. 리스본으로 돌아가야지.”
“그래. 부축해줘?”
오늘의 이 승리도, 다 함께 거둔 것이다.
.
.
[골] 김다온 : 전반 43분김다온 ? 94분 출전(평점 9.1/전체 1위)
***
(노아 젠거) – Sky Sports Bundesliga 스튜디오 호스트
“충격적이네요. 현재 유럽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에서 다온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를 풀백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을 겁니다. 저도 그중에 하나고요. 어떤가요?”
(쿤츠 비일) – Sky Sports Bundesliga 스튜디오 애널리스트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레버쿠젠의 전반전이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분데스리가 내에서도 중원이 강하기로 소문난 팀입니다. 이번 시즌 뮌헨에게 안긴 유일한 리그전 패배도 레버쿠젠이 했던 것이죠.”
(노아 젠거)
“레버쿠젠의 전반전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죠. 왜냐하면,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벤피카는 오늘 훌륭한 경기를 했습니다. 전반 한때 레버쿠젠을 압도했고, 결국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을 만들어 승점을 챙겨갔죠. 그리고 오늘 경기의 유일한 득점을 다온이 만들어냈습니다.”
(프란츠 카프) – Sky Sports Bundesliga 스튜디오 애널리스트
“본래 그는 멀티 포지션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이드백 양쪽을 모두 소화할 수는 있지만, 미드필드? 단순히 뛰기만 한 게 아닙니다. 정말 엄청났죠. 그의 패스를 보며 몇 번이나 소름이 돋았습니다.”
(노아 젠거)
“득점 장면도 빼놓을 수 없죠.”
(프란츠 카프)
“당연합니다. 하지만 전 여기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요. 그가 레버쿠젠을 뒤흔든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전부 저를 따라오시죠. 지금부턴 화면으로 설명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
.
08034 바르셀로나, 스페인. 페드랄베스, 까레 디 미레디상스(Pedralbes, Carrer de Mirret I Sans. 08034 Barcelona, Spain).
바르셀로나 외곽의 한적한 부촌(富村)에 지어진 호화로운 빌라 안.
만약 누군가가 이 빌라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면, 크게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치광이이거나, 아니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거나.
하지만, 그중 어느 것도 아니다.
“믿을 수 없군!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야! 오-호호! 조르제!! 조르제 제수스 이 발칙한 양반아-! 당신이 해냈어! 당신이야말로 전 세계 최고의 세공사일 거야! 미드필드라니! 왜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이런 빌어먹을, 펩!! 좀 더 생각해야지! 넌 아직 멀었어!”
전(前) FC 바르셀로나의 감독이자 현(現) 무직, 그렇지만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로부터 열렬한 러브콜을 받는 펩 과르디올라는 지금, 전형적인 ‘Football High’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든 건, 내일 다시 한번 유럽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 분명한 19살의 축구선수다.
“중앙 미드필드라니. 오, 이런 세상에나.”
편집증처럼 보일 장면들이 지나가고, 펩 과르디올라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낸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김이 조금 빠져버린 샴페인을 입에 머금었다.
특유의 청량감 대신 텁텁함만 남아버린 술이었지만, 이미 거기에 관심이 없었던 과르디올라는 다시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러고는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 한쪽에 세워둔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다가섰고, 이후 낙서처럼 보이는 복잡한 선들을 정신없이 그리기 시작했다.
화이트보드는 곧 새까맣게 바뀌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지만, 과르디올라는 여전히 더 선 몇 개를 추가하다 보드를 뒤로 돌려버렸다.
“…….”
삑-! 삑-! 삑-!
완전히 새하얀 보드의 앞.
어느새 머리 전체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 과르디올라는, 이마부터 정수리 전체를 손바닥으로 한 번 훑어냈다.
그러곤 손에 묻은 땀을 바지춤에 닦아내더니, 차분한 얼굴이 되어 화이트보드 곳곳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곧 화이트보드 전체에 축구장이 그려졌고, 그 위에 적힌 알파벳은 적혀졌다 지워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의 더 시간이 지나자.
‘흐음- 다섯이로군.’
골키퍼 포지션을 포함한 단 다섯 개의 포지션에만, 새까만 글자가 남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충 1년인가?’
화이트보드 앞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과르디올라.
그는 까슬까슬한 수염이 난 턱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있었다.
현재까지 과르디올라는 루메니게와 베히리스타인에게 ‘오직 김다온을 영입했을 때만’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의 지휘봉을 잡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물론 두 사람은 과르디올라가 각자의 팀에 똑같은 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지구상에 김다온이라는 축구선수가 둘씩이나 있는 게 아닌 이상, 결국 과르디올라를 데려갈 팀은 김다온의 영입 경쟁에서 승리하는 쪽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두 팀 모두 영입을 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뮌헨이로군.’
과르디올라는 독일행 쪽에 무게를 조금 더 싣고 싶었다.
FC 바르셀로나에서 감독을 맡는 동안 정치놀음에 신물이 날 대로 나 있었던 그였기에, 비즈니스보다 축구 자체에 중점을 둔 뮌헨행에 훨씬 더 끌림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언젠간 EPL이라는 특이한 리그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있긴 했지만, 그건 당장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다시 한번 본인의 마음을 확인한 과르디올라.
그는 본래의 주제로 돌아가기로 한다.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반복했던 말을, 계속해서 되뇌면서.
“중앙 미드필드라니. 이런 세상에나.”
펩 과르디올라는 이래서야 평생, 축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경기 후 인터뷰
1. 조르제 제수스
On 김다온과 세 개의 포지션.
(부상인 줄 알았는데 출전했다) “나는 그가 다쳤다고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 세 개의 포지션을 소화했다.) “당시 레버쿠젠은 공격과 미드필드의 간격이 굉장히 넓었고, 뛸 수 있는 선수 중에서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일지를 생각했다. 엔초는 좋은 선수지만 다른 임무에 더 적합했고, 마티치를 위로 올려보내면 오히려 우리가 더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후반전에 레프트백으로 보낸 건 레버쿠젠의 전술이 바뀌었다 느꼈기 때문이다.”
On 김다온의 활약을 지켜보는 게 기쁘지 않은지.
“당연히 기쁘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했지만, 같은 나이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덴마크에서는 자신감이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했는데, 벤피카에 합류할 땐 그렇지 않았다. 그건 나를 무척 편안하게 만들었다.”
On 앞으로도 김다온이 중앙 미드필드를 맡을지.
“오늘처럼 전술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는 항상 사이드백으로 뛸 것이다.”
On 김다온의 득점 장면.
“왜 자꾸 내게 김다온에 관한 질문만을 하느냐. 벤피카나 우리 전술은 관심이 없나(웃음). 농담이고,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 처음 패스를 받았을 때부터 득점이 이뤄지기까지 무척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한 것이었지만, 그는 무척 간단하게 해냈다. 가끔 느끼지만, 그는 가끔 피치 위에서 30살처럼 보일 때가 있다.(웃음)”
2. 에제키엘 가라이
On 김다온의 활약.
“오늘 활약은 분명 무척 놀라운 것이었지만, 종종 그래왔기에 딱히 놀랍지는 않다. (웃음) 분명한 건, 그가 이 팀에 무척이나 중요한 존재라는 거다. 단순히 피치 위에서뿐만이 아니라, 피치 밖에서도 우리에게 무척 중요한 사람이다.”
On 피치 밖의 모습은 어떤지.
“그건 비밀로 하겠다. 말해도 괜찮은지 녀석에게 물어봐야 해서. (웃음) 안 그랬다간, 종일 잔소리를 들을 것이다.”
3. 네마냐 마티치
On 승리 소감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게 무척 중요하고, 홈으로 돌아가 다음 시합을 잘 준비하겠다.”
On 김다온의 득점 장면
“아마 족히 한 달은 사람들이 그것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할 것 같다. 그만큼 환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내 위치에서 뛰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게 많았다. 리스본을 돌아가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
.
[세 개의 포지션, 세 개의 심장. BBC의 해설가 앨런 시어러는 레버쿠젠 경기에서 김다온이 보여준 놀라운 능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에 극찬을 보냈다. – ESPN/2013.02.15.(오전)] [19살 축구 신동에 의해 침몰당한 레버쿠젠. 다온이 중앙 미드필드로 뛴 40여 분 동안,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일은 해초처럼 여기저기로 휩쓸려 다니는 것뿐이었다. – 빌트/2013.02.15.(오전)] [레버쿠젠의 선수들은 SL 벤피카와의 1차전 패배가 전반전의 잘못된 전술 탓이라 말하고 있다. – 쾰너 익스프레스/2013.02.15.(오전)] [승리를 동료들의 몫으로 돌린 김다온, “내가 특별했던 것이 아니다. 모두가 그렇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동료들이 있어 승리할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라 무척 기쁘다. 안드레의 부상이 크지 않았으면 한다.” – A Bola/2013.02.15.(오전)]***
2013년 2월 15일. 독일 상공(Over Germany).
어젯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우린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띵-!
안전띠의 사인이 꺼지고, 한참 전부터 화장실이 급했던 아이마르가 허겁지겁 물건 몇 가지를 챙겨 저 앞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리스본으로 돌아가게 되면 곧장 회복 훈련에 들어가, 이틀 뒤에 있을 A.A 코임브라 전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4일 뒤에 다시 레버쿠젠과 두 번째 경기를 펼치게 될 텐데, 난 이미 감독님에게서 다음 경기엔 빠질 거란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것이 딱히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감독님으로부터 어제 경기에서 11.913km를 뛰었단 소리를 들은 상태라 얌전히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제법 많이 뛴 것 같긴 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 몸은 여전히 잘 버텨주고 있다.
발등도 완전히 괜찮고, 근육통도 미세한 수준이다.
하지만 확실히 A매치를 다녀오는 등. 비행기를 자주 타서 그런지, 몸이 다소 나른한 느낌은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카르도소가 전에 해주었던 조언대로, 스트레칭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며 컨디션을 챙기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려고 한다.
다만, 신경을 써야 할 게 하나 더 있긴 했다.
바로.
“어때 생각해봤어?”
“아직요. 급한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계속 클럽으로 전화가 걸려오고 있으니까. 우리가 그걸 도와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누군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거야. 특히 넌 지금 영향력도 크고…….”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그래. 그렇게 알고 있을게.”
오늘 오전 호텔을 떠나기 전, 리스본에 있는 클럽에서 현장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포르투갈 리그 사무국이 시즌을 정리하는 책자를 만듦에 있어 내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인데, 그들은 내 초상권 계약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에이전시가 있었다면야 곧장 해결될 문제였겠지만, 지금의 나로선 집에 있는 계약서를 들여다봐야 정확한 초상권 문제를 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스태프와 이런 대화를 나눈 거다.
현재 내 초상권은 전속 스폰서인 ‘아디다스’의 계약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부분을 정확히 답해줘야 리그 사무국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런 부분은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는 문제다.
‘에이전시라. 난 아직 별로인데.’
런던에서 만난 메이사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난 에이전시를 둘 마음이 없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에이전시를 다시 선임하는 게 내게 이득이긴 했다.
”…….“
휴대폰을 꺼내 들어, 안에 저장된 에이전시의 연락처 목록을 확인해 본다.
UCN과 작별한 직후부터, 소셜네트워크의 DM을 통해 수십 개의 에이전시가 함께 일을 하고 싶다면서 본인들의 연락처를 남겼었다.
언젠간 그들 중 하나와 일을 할 것 같아 닥치는 대로 저장을 해두긴 했는데, 전화하는 시점을 조금 앞당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눈이 가는 건.
‘Gestifute’
그 유명한 조르제 멘데스(Jorge Mendes)가 CEO로 있는 제스티후테였다.
‘만나 볼까?’
리스본에 도착하는 대로, 한번 비는 시간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