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87)
186화
2013년 2월 20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내 친구 안드레 고메스는 현재 우리 SL 벤피카의 소속이지만, SL 벤피카가 보유하고 있는 선수는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현재 안드레의 권리는 온전히 그의 써드 파티와 당시 일정 지분을 가져간 싱가포르의 사업가인 피터 림(Peter Lim)에게 있다.
그리조에 계신 안드레의 부모님은 아들이 좋은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고, 안드레가 9살이던 2002년에 아들을 FC 포르투의 유스로 입학시켜주겠다던 한 남자와 계약을 맺게 된다.
그 사람의 정체가 바로 포르투갈 내에서 써드 파티로 활동하는 유령기업의 직원이었던 것인데, 이 유령기업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피터 림이란 사람이다.
그래서 현재 안드레를 우리 벤피카가 완전영입하려면, TPO와 피터 림에게 각각 1,500만 유로와 500만 유로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팀이 안드레의 이적 과정에서 챙길 수 있는 이적료는 전체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어떻게 계약하게 됐냐고?”
“응. 불편하면 말하지 않아도 되고.”
“뭐, 그런 건 아닌데.”
“…….”
나는 안드레가 써드 파티와 어떻게 계약했는지, 또 그들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가 궁금했다.
“뭐, 일종의 사기지. 그들이 부모님께 준 계약서는 200페이지가 넘어. 그런데 그중 제대로 된 내용은 몇 줄에 불과하고. 너도 봤겠지만, 두 분이 그렇게 세상 이치에 밝은 분은 아니셔서.”
“응. 좋은 분들이셨지.”
“크큭. 촌사람인 거야. 하지만 그런 두 분을 사랑해.”
“그래.”
안드레는 2008년 7월 1일에, FC 포르투 U-15 팀에서 보아비스타 U-17 팀으로 이적하게 되었다.
당시 15살의 선수치곤 꽤 많은 이적료가 FC 포르투에 지급되었고, 안드레는 포르투를 떠나고 싶지 않았으나 써드 파티가 일방적으로 일을 주도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후로도 보아비스타가 좀 더 높은 수준의 경험을 위해 임대를 떠나보내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TPO가 수수료를 요구하여 번번이 일이 어긋나 버렸다.
결국엔 보아비스타도 제멋대로인 TPO가 있는 안드레를 보유하는 게 옳지 못하단 판단을 내렸고, 계약 기간이 2년 남았음에도 자유계약으로 풀어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갑자기 팀을 잃게 된 안드레.
하지만 TPO는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새로운 클럽을 찾으려는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안드레가 선수단 모집에 참여해 테스트를 통과할 때마다 불쑥 나타나 계약을 망쳐버리는 일이 수두룩했다.
그때 충격을 받은 안드레는 자신의 편이라고만 생각한 TPO의 직원을 멀리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에이전트를 두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걔넨 진짜 쓰레기라니까.”
“그럼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 건데?”
“그거?”
안드레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테스트를 치른 곳이 에스토릴이었는데, 공개로 진행된 훈련에서 에두가 한눈에 반해 영입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안드레는 자신의 소유권 전체가 TPO에 있음을 알렸지만, 에두는 상관없다고 대답을 했단다.
“그가 TPO에 300만 유로를 줬어. 그리고 그건, 내가 월급을 받아 부모님에게 송금할 수 있게 된 이유야.”
“뭐? 그 전까진?”
“TPO가 전부 받았지. 난 그냥 용돈만을 받아 쓸 수 있었어. 웃기지? 부자가 되려고 축구선수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벌 줄 알았거든.”
“…….”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응? 아, 아니. 그냥. 내 친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서 말이야.”
“훗. 싱겁긴.”
딸깍-
잘 자라는 말을 끝으로 안드레의 방을 빠져나와, 난 천천히 걸어 클럽하우스 꼭대기에 있는 내 방으로 향했다.
“후우~”
축구계가 깨끗하지 않다는 거야, 익히 알고 있던 일이다.
수없이 많은 돈이 오가고, 남들이 평생 만져보기 힘든 돈이 순식간에 덩굴째 굴러들어오기도 한다.
매 순간 곳곳에서 엄청난 자본이 유입되고 있지만, 정작 그 혜택은 소수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실력에 따른 차등지급이야 프로의 세계에서 당연하지만, 충분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그것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 그들에게 가야 할 돈은?
“…….”
딸깍-
방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올려둔 서류 더미를 집어 들고 털썩 침대에 드러눕는다.
‘제스티후테. 그리고 피터 림.’
조나단 바넷 씨가 내게 건넨 서류 일부에는 축구계의 추악한 일면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제스티후테와 안드레의 보유권을 지닌 피터 림과의 관계다.
조르제 멘데스는 에이전시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피터 림의 사업에 온전히 투자하고 있고, 그 자본은 현재 피터 림이 추진 중인 축구 클럽의 인수에 쓰이고 있었다.
멘데스와 림은 ‘명성은 있으나 빚에 버거워하는’ 클럽을 대상으로 삼아, 구단의 빚을 전부 갚아주는 것을 조건으로 헐값에 클럽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피터 림은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 유럽 축구 클럽의 구단주가 될 수 있고, 조르제 멘데스는 사실상의 실세가 되어 클럽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만약 에이전시가 특정 클럽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편법으로 이용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것은 클럽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직원들과 해당 클럽을 응원하는 팬들이 될 것이다.
물론,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긴 하다.
에이전시가 내 일만 잘해주면 되니까.
하지만.
‘싫네, 진짜.’
나의 과거와 거기에서부터 얻은 경험이, 조르제 멘데스와 함께하는 일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제아무리 훌륭한 에이전시라고 해도, 남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곳과는 일하고 싶지 않았다.
‘흐음.’
솨락-
서류의 몇 페이지를 넘겨, 이번엔 스텔라에 관한 내용을 확인해 본다.
물론 그들이 준 자료이니 자신의 회사에 관한 나쁜 내용은 적혀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일단 읽어봐서 손해 보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 졸리다.’
매번 같은 시간에 잠들도록 맞춰진 나의 생체 시계가, 서류를 더 붙잡고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일단 내일 경기가 끝나고 나면.
‘거절을…… 해야…….’
조르제 멘데스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혀야 할 것 같다.
에이전시를 고르는 일은, 좀 더 신중해야겠다.
***
2013년 2월 21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 시작 30분 전
SL 벤피카 (1) 0 : 0 (0) 레버쿠젠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Tactics(벤피카/상대팀) : 4-2-3-1/4-3-2-1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베른트 레노
RB ? 김다온 / RB ? 다니엘 카르바할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필립 볼샤이트
CB ? 루이장 / CB ? 외메르 토프라크
LB ? 이스마일리 / LB ? 제바스티안 뵈니슈
DM ? 네마냐 마티치 / RDM ? 라스 벤더
DM ? 엔초 페레즈 / CDM ? 슈테판 라이나르츠
RAM ? 제로니모 베가 / LDM ? 지몬 롤페스
CAM ? 니코 가이탄 / AM ? 곤잘로 카스트로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AM ? 안드레 쉬를레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슈테판 키슬링
.
.
홈&어웨이 매치에서 1차전의 승리는 심리적 우위뿐만이 아니라, 전술적으로도 역시 우위에 서게끔 해준다.
중간 코임브라와의 리그 19라운드 경기가 있긴 했지만, 우린 사실상 지난주부터 줄곧 유로파 모드였다.
리스본으로 돌아와 가진 첫 번째 훈련 자리에서, 감독님은 레버쿠젠이 2차전에서는 그들이 가장 잘해왔던 일을 하고 최고의 선수들을 내보낼 거라고 말씀하셨었다.
그리고 그 이야긴 옳았다.
오늘 레버쿠젠은 지난 1차전 경기에서 제외되었었던 몇몇 주요한 선수들을 몽땅 경기에 투입했다.
필립 볼샤이트를 제외한 수비진영 전체가 주전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로 바뀌었고, 미드필드와 공격진의 라인업은 완전히 같으나 1차전 후반에 보여준 전술을 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역시 1차전 때 시도했던 접근법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는데, 변화가 있다면 부상 중인 안드레를 대신해 엔초가 투입되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기존의 원 볼란치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투 볼란치 형태로 미드필드 배치를 바꿨다.
여기엔, 레버쿠젠의 중원에 쏠린 힘을 측면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포석이 숨어 있다.
“오늘 가장 중요한 건 공수전환 시의 배치야.”
“…….”
시합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하며, 우린 미겔 콰레스마 코치님이 말해주는 전술적 지시를 듣고 있었다.
최종점검인 셈이기에, 집중력은 매우 높았다.
감독님이 오늘 우리에게 가장 강조한 부분은, 사이드백의 공격가담과 수비 상황에서 두 명의 볼란치가 보여줄 커버의 방식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었으며, 나는 감독님으로부터 동료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어달란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상태다.
동료들이 가끔 입이 다물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특별히 그 부분을 좀 더 신경 써보려고 한다.
“이제, 모여!”
“…….”
복도로 나설 시간이 되고, 부상에서 돌아온 뒤 자연스럽게 리더 위치를 전달받은 루이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오늘은 우리가 떨어질 날이 아니야! 더 높이 올라갈 날이지! 우린 16강으로 갈 거고! 8강! 4강! 결승!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야! VAMOS AMIGO!! 오늘 우린 승리에 목마른 개새끼들처럼 뛸 거야!! VAMOS!!!”
열기가 잠깐 끓어오르고, 그것을 다시 식혀버린 나는 마지막으로 축구화의 끈을 동여맸다.
오늘도 난 어김없이 빨간 축구화를 골랐다.
홈에서만큼은, 나는 늘 빨강이다.
‘후우- 좋아. 됐어.’
끈을 묶는 일을 마치고 일어나니,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이미 동료들이 떠난 복도를 걸어가는 길에도 익숙해진 지금, 난 가장 늦게 복도에 합류해 가라이의 바로 뒤에 섰다.
“헤이!”
“? 헤이.”
나를 본 라스 벤더가 슬쩍 말을 걸어왔고, 눈빛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인 우린 에스코트의 등장과 함께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오늘 내 곁엔, 어여쁜 소녀가 자리했다.
그래서 난, 이번에도 인사를 건넸다.
“보아 노이찌. 몇 살이니?”
“보아 노이찌. 9살요.”
“춥지는 않고?”
“아뇨. 전혀요.”
“그래. 그럼 잘됐네. 오늘은 외투가 없거든.”
“??”
낮은 기온에 칼바람이 불던 바이 아레나와는 다르게, 오늘 이곳 리스본은 15도에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포근한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곧이어 입장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난 소녀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오늘도 그라운드에는 어김없이 빨강이들이 ‘Ser Benfiquista’를 목청껏 소리 높여 부르고 있었다.
이 노래는 1953년에 안토니오 비토리노 지 알메이다(Antonio Vitorino de Almeida)라는 작곡가가, 우리 SL 벤피카의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만들어준 노래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유일한 테너가 정식으로 부른 팀 가(歌)로 남아 있으며,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경기를 하는 날이면, 시작 전에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 이곳에 모인 모두가 합창하곤 했다.
최소한 우리 SL 벤피카에게만큼은, 이 노래가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 리그의 테마곡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다.
처음엔 난 그것에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1년을 넘게 이곳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감정에 동화된 것 같다.
가끔은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뭉클한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다.
‘Para o Benfica.’
오늘도 난 벤피카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뛸 생각이다.
그리고 팬들의 가슴에, 그들이 그토록 바라는 거대한 불꽃을 피워 올려줄 것이다.
그들이 지금,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Ser Benfiquista! E Ter na alma a chama imensa! / 벤피카의 팬이 되어! 영혼 속에 거대한 불꽃을 피워 올리자!”}
***
삐익-!!
레버쿠젠의 선축으로 전반전이 시작되고, 1차전 패배 이후 승리를 위해 타협하기로 한 사미 휘피에와 사샤 레반도프스키는 지난 일주일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왔다.
모처럼 리그 초반에 보였던 밝은 분위기가 팀에 맴돌았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패배를 만회하려는 의욕이 생겨났다.
사미 휘피에가 선수들과의 1:1 면담으로 사기를 끌어 올리는 동안, 사샤 레반도프스키는 코치들과 함께 그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를 다시 주입하려 노력해왔다.
일단 전반전 초반, 레버쿠젠 선수들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에-이!!”
SL 벤피카의 왼쪽 측면을 돌파한 곤잘로 카스트로가 코너킥을 유도하고, 직접 오른쪽 코너에 선 그가 왼손을 들어 올리며 미리 준비된 세트피스의 움직임을 알린다.
카스트로의 발을 떠난 축구공이 제법 날카롭게 날아가지만, 그것은 앞서 포지션을 선점한 루이장의 머리에 맞는다.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흐르는 축구공.
그곳에 있는 건, 주장 지몬 롤페스다.
파앙-!!!
{“우오오오!”}
한 차례 튕겨 오른 축구공에 멋지게 왼발을 휘둘러, 지몬 롤페스는 강력하게 뻗어 나가는 슈팅을 선보인다.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간 슈팅은 키퍼가 손으로 잡지 못하고 펀칭을 해야 했을 정도로 강력했고, 주먹에 튕긴 볼을 레버쿠젠 선수들이 잡았으나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이에, 아쉬워하는 레버쿠젠의 벤치.
그렇지만 코치들은 곧,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들의 머릿속엔, 본인들의 축구를 하면 어렵지 않게 SL 벤피카를 꺾을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가득하다.
“나쁘지 않군.”
“그러게나 말이야.”
본래 사이가 나쁜 관계가 아니었기에, 휘피에와 레반도프스키는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이미 화해를 한 상태다.
두 사람이 주먹을 서로에게 가져가고, 계속 지켜보기로 한 둘은 나란히 손뼉을 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레버쿠젠.
전반 11분, 결정적인 장면이 나온다.
태앵-!!
“!!…… Verdamnt!!”
이번에도 레버쿠젠은 SL 벤피카의 왼쪽 측면에 균열을 만들어냈다.
카스트로와 좌우를 바꾼 쉬를레가 날카롭게 파고들었고, 이를 놓치지 않은 슈테판 키슬링이 공간으로 패스를 보낸 뒤 곧바로 골대를 향해 쇄도하며 크로스를 받은 것이다.
절묘한 공간을 찾아 들어온 땅으로 깔린 크로스가 키슬링의 발을 맞고 슈팅으로 이어졌지만, 레버쿠젠의 입장에선 애석하게도 골포스트가 그들의 득점을 막아냈다.
다급하게 볼을 클리어해내는 SL 벤피카.
축구공은 사이드라인을 벗어난다.
“이런, 제길!”
“아까웠어. 하지만 분위기가 좋아.”
“그래, 사미. 한 골이야. 한 골이면 돼.”
“그래.”
1차전에서 거의 빛을 보지 못했던 레버쿠젠 특유의 압박과 역습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SL 벤피카가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15분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벤피카의 역습.
키슬링-쉬를레-카스트로의 전방 압박을 간신히 벗어난 엔초 페레즈가 앞쪽으로 패스를 연결했고, 이에 롤페스가 파울로 차단을 하려 했으나 이를 잘 견뎌낸 니코 가이탄이 오른쪽으로 길게 패스를 보내 공격을 전개한다.
축구공을 발아래에 두며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을 주시하는 제로니모 베가.
이에 앞으로 걸어 나온 레반도프스키가 목소리를 높인다.
“침착해!!”
1차전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김다온이 독차지해 버렸지만, 제로니모 베가 역시 레버쿠젠을 가장 괴롭게 만든 선수였다.
주로 오른쪽에서 뛰며 미할 카들레츠를 매번 무너뜨렸고, 레버쿠젠이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는 이번엔, 조금 다르다고 믿었다.
등 번호 17번의 제바스티안 뵈니슈(Sebastian Boenisch)는 191cm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레프트백이었고, 스피드는 조금 부족하지만 1:1에서는 장점이 있었다.
사샤 레반도프스키는 제로니모 베가의 약점이 연계라 생각했고, 그의 1:1을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뵈니슈가 우위를 점해주리라고 믿었다.
실제로, 베가의 드리블은 멈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응?’
실은 멈춘 것이 아니었다.
제로니모 베가는 그저, 레버쿠젠의 전방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수비진영에 깊숙이 눌러앉았던 동료들이 전진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붉은 무언가가 번개처럼 베가의 등 뒤를 스쳐 지나고, 그곳으로 향한 축구공을 받아든 건 분명 몇 초 전까지 최후방에 있던 김다온이었다.
‘벌써?’
엔초 페레즈가 탈압박을 하던 순간, 레반도프스키는 분명 김다온의 위치를 확인해 두었다.
그의 생각에, 지금 저곳에 모습을 비추는 건 어딘가 이질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최소 3초 이상은 질주를 더 해야, 베가의 근처에 와 있을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그 3초 동안, 레버쿠젠의 수비진영은 충분히 정돈하고 상대 사이드백의 공격가담을 대비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나.
‘왜 저곳에 있는 거지?’
믿을 수 없는 속도를 자랑하며 베가의 패스를 연결받은 김다온이, 오른발을 휘둘러 아직 정비되지 않은 레버쿠젠의 진영으로 크로스를 띄워 올렸다.
그리고 그 축구공은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베르나르두 실바를 향해 정확히 향했다.
‘막아야 돼.’
“레노!!!”
자신도 모르게 베른트 레노 골키퍼의 이름을 크게 외치고 마는 사샤 레반도프스키.
베르나르두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이, 레버쿠젠의 골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