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88)
187화
FC 바르셀로나와 경기를 하며 영감을 받았던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베르나르두 역시 메시의 플레이를 보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었는데, 챔피언스리그 이후부터 녀석은 더는 평소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왼발밖에 쓰지 못해 조금 답답하다.”] [“자기 전에 우유를 먹는 건, 키가 크기 위함이다.”]녀석은 평소, 본인이 지닌 장점보단 단점에 조금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었다.
아무리 우리가 그것이 네가 좋은 축구선수라는 걸 감추지 못한다고 말을 해도,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오른발과 작은 키는 항상 베르나르두의 약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녀석은 누구보다 큰 사람이다.
“이야아아아아-!!!”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랬다.
왜냐하면, 카르도소에 의해 번쩍 들어 올려졌으니까.
베르나르두는 현재 필드에 있는 사람 중 가장 높은 곳에 머리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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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6분
SL 벤피카 1 : 0 레버쿠젠
충분한 대비를 했고 또 각오도 되어 있었지만, 전반전 초반부터 우리를 휘몰아치던 레버쿠젠의 공세를 견뎌내는 일은 무척이나 힘든 것이었다.
슈테판 키슬링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온 게 무척 다행이었는데, 그 순간부터 정신이 바짝 차려졌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의 이 골로, 힘든 15분을 지나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센터서클 근처에서 만난 베르나르두와 나는 서로를 끌어안고, 함께 만들어낼 수 있었던 골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헤더 좋더라.”
“Sem medo. 너네들이 항상 해주던 말이잖아.”
“그렇고말고. 잘했어, 아미고.”
“그래.”
Sem Medo, 영어로는 No Fear.
나와 다른 친구들은 종종 헤더에 겁을 먹는 베르나르두를 격려하기 위해, 훈련 때에도 시시때때로 “SEM MEDO!!!”라 소리치며 저 녀석을 격려했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베르나르두는 그걸 잊지 않았던 거다.
예쁜 녀석 같으니라고.
‘음? 전에도 이 말을 한 것 같다?’
다시 수비 위치로 돌아가, 주심의 휘슬을 기다렸다.
분명 레버쿠젠은 더 강하게 우릴 몰아붙일 거다.
걱정이 있다면 이스마일리가 1차전과는 다르게 자꾸 뚫리고 있다는 점인데, 카스트로와 쉬를레 모두 그의 앞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일에 부담감이 없어 보였다.
삐익-!
경기가 다시 시작되고, 공격진영으로 빠르게 움직인 키슬링과 쉬를레의 눈빛엔 독기가 스며들어 있다.
최소 2, 3분은 눌러앉아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는데, 일단 중앙으로 좁혀 제바스티안 뵈니슈의 위치를 슬쩍 확인해 보았다.
역시나, 그는 오버랩의 생각이 없어 보인다.
레버쿠젠을 상대할 때 오른쪽 풀백 포지션이 조금 더 편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왼쪽에 설 때보다 오버랩을 경계할 필요성이 적기 때문이었다.
미할 카들레츠는 본래 센터백이고, 오늘 나선 뵈니슈 역시 오버랩이 그리 활발한 풀백이 아니다.
오히려 레버쿠젠의 왼쪽 공격은 롤페스와 라이나르츠의 공격가담에 더 많은 비중이 있었는데, 1차전은 미드필드라인이 낮았고 오늘은 팀 볼란치가 둘이라 부담이 덜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간다!’
이스마일리 쪽에서 다시 레버쿠젠의 돌파가 이뤄지고, 난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비워둔 채 안으로 쇄도하는 쉬를레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로 자리를 비우진 않았지만.
‘온다!’
오늘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탁-
“!!”
골라인까지 드리블한 카스트로가 컷백을 시도해오고, 키슬링은 마치 뒤통수에 눈이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달려가고 있는 쉬를레를 위해 축구공을 가랑이 사이로 흘렸다.
그러자 쉬를레는 달려가던 속도를 늦추며 슈팅할 타이밍을 잡았는데, 오른발을 휘두르기 직전 내가 그의 앞에서 축구공을 차단해 내었다.
흠칫했던 것인지 쉬를레가 발을 헛디디며 넘어지고, 정면의 키슬링을 발견한 나는 페널티 에어리어 밖 엔초에게 왼발로 패스를 보냈다.
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순간이 관중의 환호성조차 없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지만, 동료들은 이런 나의 공로를 알아주고 있다.
“좋은 커버야.”
“뭐, 이 정도야.”
“하하. 이 빌어먹을 녀석.”
피식하고 웃어 보인 루이장에게 윙크를 찡긋 보내며, 난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뗐다.
그리고 이때, 앞을 바라보던 마티치가 뒤를 돌던 나를 향해 소리쳐왔다.
“이해했어!!”
“응?”
“내가 저기로 커버를 갈게!”
“…….”
확실히 이제 마티치와는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시즌 초반 가장 삐걱거린 우리였지만, 마티치는 내가 쉬를레를 따라붙은 걸 보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날 도울 수 있을지 알게 된 것 같았다.
그것이 없더라도 마티치가 잘못하는 건 아니지만, 만약 그가 그렇게 해준다면 우리에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계속 공격이 막히게 된다면, 레버쿠젠은 강제적으로라도 롤페스-라이나르츠의 위치를 끌어 올리거나, 뵈니슈에게 익숙지 않은 오버랩을 지시해야 한다.
압박, 그리고 오버랩.
이것의 숨은 뜻은 ‘그 뒤에 공간이 있음’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늘 레버쿠젠이 보여주고 있는 축구는 1차전에 비해 좀 더 위협적이긴 했지만, 밑바탕이 된 철학은 똑같은 데다가 일주일 사이에 두 번째 매치업이다.
즉, 저들이 압박과 오버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진하는 순간을 동료들이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아직은 레버쿠젠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확실히, 전술적으로 우직한 맛은 있다.
다른 말로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어차피 우리가 앞서고 있는 만큼 먼저 조급함을 느끼는 쪽은 레버쿠젠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그때까진.
‘버텨야 해.’
실점을 허락하지 않고 레버쿠젠의 공세를 견뎌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
·전반 36분
SL 벤피카 1 : 0 레버쿠젠
전반 35분이 지나면서, 레버쿠젠은 비로소 팀 공격패턴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을 가장 확인하기 좋은 위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
‘늦군. 나라면 15분도 전에 바꿨을 거야.’
지난 14일에 있었던 SL 벤피카와 바이어 04 레버쿠젠의 1차전을 집에서 지켜본 펩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겨우 2시간 거리에 있는 리스본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두 눈으로, 다시 한번 김다온의 플레이를 보길 원했다.
‘흐음- 녀석은 어떻게 반응을 할까?’
레버쿠젠의 공세를 막아내는 김다온의 플레이를 보며, 펩 과르디올라는 그가 영리한 선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 그를 처음 보았을 때의 Football IQ가 200점 만점에 120점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150-160점 수준은 되는 것 같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펩 과르디올라의 기준인데, 그가 생각하기에 150점을 넘을 수 있는 축구선수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가 경험한 최고는 단연 이니에스타였고, 차비와 세르히오 부스케츠 역시 10명 안에 포함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이니에스타는 축구선수가 상상할 수 있는 ‘인지’와 ‘억제’의 가장 완벽한 황금비율을 가진 선수였고, 차비와 부스케츠는 ‘관찰’과 ‘분석’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그럼 과연 김다온은 어떨까?
펩 과르디올라는 남들과 가장 차별되는 김다온의 재능은 ‘인지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문제 해결력’과 동시에 피치의 여러 곳을 머릿속에 기억할 수 있는 ‘멀티 태스킹’ 그리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판단력’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들은 특히 수비에 있어 중요한 지표다.
아무리 지난 1차전 때 중앙 미드필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곤 하나, 펩은 자신 판단한 이런 능력이 김다온의 천직이 사이드백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제는 대응이 바뀌어야 해. 레버쿠젠이 지금부터 하는 것은 다른 축구야.’
펩의 철학과 축구를 절대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남자는 늘, 축구를 입체적으로 생각했다.
많은 축구 감독이 포메이션과 특정 포지션에 의미를 부여해 자신도 모르게 창의성을 억누르는 것과는 달리, 펩은 포메이션과 포지션은 위치를 결정하는 것일 뿐, 진짜 선수를 규정하는 건 늘 부여받는 역할이라 생각해왔다.
예를 들어 수비 시에 사이드백에서 뛰는 선수가 공격 시에 중앙 미드필드로 뛴다면, 과연 그것을 어찌 정의할 수 있을까?
그것을 설명하는 일은 무척 복잡하므로, 축구에 대한 대중적인 장벽을 낮추기 위해 포지션과 포메이션을 나누는 것이라는 게 펩의 철학이다.
이런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현재 레버쿠젠의 축구는, 공격 시 라이나르츠가 원 볼란치가 되고 지몬 롤페스가 공격형 미드필드의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뵈니슈-토프락-볼샤이트로 구성된 쓰리백 위에 라이나르츠를 배치하고, 라스 벤더가 8번(CM)을 맡으며 그 위에 지몬 롤페스가 왼쪽에 치우친 10번(AM)이 된 것이다.
그리고 롤페스의 짝으로 쉬를레를 임명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만들고, 카스트로-키슬링-카르바할이 공격진을 구성했다.
굳이 포메이션을 정의하자면 3-4-3을 변형한 3-1-1-2-3이 된 것인데,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SL 벤피카의 왼쪽과 김다온의 커버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조치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훌륭하군.’
사샤 레반도프스키의 전술적 유연성에 찬사를 보낸 펩 과르디올라는, 레버쿠젠의 역습 장면에서 볼이 아닌 김다온이 있는 위치에 눈을 고정했다.
아래로 조금 내려선 쉬를레가 공격의 시발점을 자처했고, 그를 포함하여 만들어진 삼각형이 SL 벤피카의 왼쪽 진영을 공략해 나가기 시작한다.
오늘 몇 번이나 나온 키슬링의 좋은 공간 패스가 카르바할이 침투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중원을 향해 파고드는 쉬를레.
네덜란드 출신의 뛰어난 공격수였던 디르크 카윗(Dirk Kuyt)과 얼핏 비슷한 쉬를레의 공간침투는, 이번에도 SL 벤피카의 빈 공간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러자 이를 뒤따르려는 김다온.
“…….”
펩 과르디올라의 집중력이 더욱 높아지고, 날카롭게 빛나던 그의 눈빛은 잠깐 멈칫하며 다른 판단을 보여준 김다온의 모습에 놀라움이 스며든다.
김다온은 쉬를레에게 달라붙는 대신, 포지션을 지키며 롤페스의 공격가담과 중앙 커버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절묘한 포지션에 섰다.
비록 카르바할의 크로스가 엉뚱하게 골라인을 벗어나며 그 뒤의 상황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펩은 이 장면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넓은 이마를 손바닥으로 탁 하고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Dios Mio! 저게 사실이야? 진짜냐고?’
펩은 지금 김다온의 나이가 19살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당사자의 머릿속을 파고들지 않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의 지금 플레이는 레버쿠젠의 변화한 공격패턴을 ‘인지’하여 플레이 패턴의 ‘유연성’을 가져간 것이었다.
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움직임에서 나타난 또 다른 것이 바로 직전 레버쿠젠의 상황과 변화한 현재를 동시에 머릿속으로 그려 보일 수 있는 ‘멀티 태스킹’능력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래 수비가 잘 되던 것을 버리고, 주저 없이 최선을 택한 ‘판단력’이다.
또한, 만약 김다온의 저런 플레이가 결과적으로 레버쿠젠의 공격을 무력화했다면, 그건 ‘문제 해결력’을 드러내는 장면이었을 거다.
저런 선수가 수비진영에 하나 있다면, 상대 벤치와 공격수들은 크게 당황을 할 수밖에 없다.
분명 본인들은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고 또 상대의 약점이라 판단한 것을 파고들고 있는데, 전혀 상대가 흔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동료들의 기량이 받쳐줄 때의 이야기이며, 상대와의 격차가 크지 않을 때 확인할 수 있었다.
스카우트들이 주목하고 있는 선수가 강팀이나 비슷한 수준의 팀을 상대로 뛰는 모습을 보길 바라는 이유. 그건 바로, 본인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했을 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전에서 강조되었던 실링(Ceiling).
펩 과르디올라 역시, 지금 그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의 생각에 김다온은 틀림없는.
‘천재적이야.’
축구를 너무나도 잘하는, 그런 선수였다.
***
·전반 종료
SL 벤피카 1 : 0 레버쿠젠
라커룸으로 들어선 선수들을 확인한 사샤 레반도프스키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분명 현재의 팀은 사기도 높고,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의 수준 역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도 뒤지고 있다는 건 운이 없거나 혹은 전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는데, 이미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몽땅 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미 휘피에는 계속해서, ‘팀이 볼을 점유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말만 반박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것을 해야지, 사샤.”
“…….”
“우린 너무 볼을 오래 쥐고 있어.”
올 시즌의 레버쿠젠처럼 역습 위주로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라면, 종종 ‘볼 점유율에 관한 아이러니’에 쉽게 빠져들곤 한다.
역습이라는 것 자체가 상대가 라인을 올렸을 때 그 뒷공간을 파고드는 걸 의미하는데, 팀이 볼을 점유하게 되면 상대가 눌러앉아 버린다.
팀이 잘하는 것이, 오히려 봉쇄된다는 뜻이다.
실제 레버쿠젠은 올 시즌, 점유율 50% 아래를 기록했을 때가 더 승률이 높다.
그러나 사미 휘피에게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점이 있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볼을 쥐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오늘 벤피카는 아예 대놓고 수비적으로 나왔다.
벤피카의 미드필드에 배치된 두 명의 볼란치로 인해, 그들의 라인은 기본적으로 낮은 곳에서 시작이 되었고 또 전진할 의사 역시 많지 않았다.
오히려 벤피카 역시, 역습을 위주로 한 공격을 염두에 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실점 장면도 역습에서 나왔다.
1차전에서 승리해 급할 것이 없었기 때문인데, 이는 레반도프스키가 전반전을 보는 내내 14일의 패배를 더욱 뼈아프게 생각한 이유기도 했다.
만약 1차전에서 레버쿠젠이 승리했거나 최소 0:0 무승부만이라도 기록을 했다면, SL 벤피카는 공격하기 위해 라인을 높였을 거고, 레버쿠젠이 그 공간을 활용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레버쿠젠이 라인을 잔뜩 높여야 할 때였고, 그들이 잘하는 역습을 포기하고 볼을 점유하며 상대에게 공세를 취하는 축구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멤버로는 안 돼.’
사샤 레반도프스키는 현재 레버쿠젠의 선수구성으론, 그런 축구를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미 휘피에가 원하는 4-3-2-1을 따르면서도, 머리를 쥐어 짜내어 현재 레버쿠젠의 축구를 만들어냈던 거다.
휘피에는 여전히 그것이 불만이고 말이다.
그는 이런 사샤 레반도프스키를 선수들을 믿지 못하는 나약한 지도자로 치부했고, 본인의 믿음과 신뢰가 선수 본연의 기량을 끄집어내 정신력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지금에 와선 사샤의 축구가 결과를 만들어내자 태도가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휘피에는 믿음의 축구를 펼치길 원한다.
그것도, 전술이 실종된 믿음의 축구를.
“내가 나가서 이야기하지.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어. 선수들을 믿자고. 어떤 축구든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래.”
“뭐?”
“그렇게 하라고 했네, 사미.”
“!!”
포기한 듯 말하는 레반도프스키의 모습을 보며, 휘피에는 비로소 자신이 이겼다 생각하며 들뜬 얼굴로 감독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사샤 레반도프스키는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대로라면.’
이대로라면, 바이어 04 레버쿠젠은 유로파에서 탈락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후반전에도 SL 벤피카가 자연스레 라인을 눌러 앉히려고 할 건데, 똑같이 라인을 눌러 앉혀봤자 기대할 수 있는 건 종합점수 0:2 그대로 매치업을 마감하는 것밖엔 없었다.
그렇다고 점유하는 공격을 그대로 두자니,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뛸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키슬링-쉬를레와 같은 핵심 자원들은 애초부터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지공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다.
“후우~ 대체 어쩌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놓이게 되었는지를 고민하는 바이어 04 레버쿠젠의 공동 감독.
시즌 내내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그는, 축구 자체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