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91)
190화
·2013.02.27. 경기결과(알리안츠 컵 4강)
SC 브라가 0 : 0 SL 벤피카
(AET : SC 브라가 3 : 2 SL 벤피카)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승부차기 끝에 SC 브라가에 패배한 SL 벤피카. – Jornal de Noticias/2013.02.27.(밤)]***
·2013.03.04. 경기결과(Liga Zon Sagres 21R)
베이라-마르 0 : 2 SL 벤피카
[골] 오스카 카로드소 : 전반 15분김다온 : 후반 24분(F.K)
김다온 ? 94분 출전(평점 9.0/팀 내 1위) –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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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04. 기준 포르투갈 리그 1, 2위 테이블
1. SL 벤피카 : 17승 3무 1패, 65득 13실 +52, 승점 ? 54
2. FC 포르투 : 17승 3무 1패, 63득 15실 +48, 승점 ? 54
***
2013년 3월 5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전날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우린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해 올 수 있었다.
한발 앞서 3월 2일 스포르팅 CP에 3 : 0 승리를 거둔 FC 포르투가 잠깐 리그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우리가 다시 골득실에서 앞서게 된 것이다.
벌써 포르투갈 내의 많은 미디어가 올 시즌의 1위 자리를 두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했고, 경기를 치를 때마다 많은 부담감이 팀 전체에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젠, 그 부담감을 잠깐 내려두고 유로파 무대를 바라봐야 할 때다.
“상대는 아마 수비적으로 나올 공산이 높다. 그걸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부상 등의 이유로 폼이 떨어졌다는 평을 듣는 막시는 이번 보르도와의 경기에서도 출전하지 않을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리그 경기에서 뛰며 폼을 끌어올리도록 하려는 것인데, 그래서 모레 경기에서는 레버쿠젠전과 비슷한 식으로 사이드백이 운용될 것 같았다.
레버쿠젠 경기에서 수비적인 약점이 도드라진 이스마일리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내려앉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선 그의 공격력이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이다.
“우리가 예상하는 건, 보르도가 다온이 왼쪽으로 나설 것을 고려해 두 명의 풀백을 오른쪽에 세우는 거다. 이미 이와 비슷한 전술을 모스크바 때 경험한 적이 있지.”
“…….”
올 시즌 보르도는 강팀과의 경기 때, 두 줄 수비를 세우는 플랫 형태의 4-4-2를 여러 차례 보여준 적이 있다.
이때 두 명의 미드필드를 더블볼란치 형태로 배치하고, 비교적 풍부한 풀백자원을 십분 활용해 두 명의 사이드백을 측면에 두곤 했다.
2차전이 그들의 홈에서 펼쳐지는 만큼, 보르도는 무승부를 노리고 수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컸다.
실제 디나모 키예프를 잡을 때도 같은 방법이었고, 디나모는 이런 보르도의 변칙 전술에 꽤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바이어 04 레버쿠젠 경기보다 조금 더 수월한 시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디나모보다 눌러앉은 상대를 공략하는 일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적인 방심. 그리고 뜻하지 않게 먼저 골을 허용하는 상황만 경계하면, 무난한 승리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쟨 조심 좀 해야 하겠어.”
“…….”
전체 미팅 이후, 수비수들끼리만 자리에 남아 추가적인 비디오 시청에 들어갔다.
지난번에 비디오 분석시간을 가졌을 때도 그랬지만, 보르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는 등 번호 15번을 단 우루과이 출신의 어린 공격수다.
나와 같은 1993년생으로, 키는 별로 크지 않으나 굉장히 빠르고 또 전진하는 데에도 무척 능해 보였다.
디에고 롤란(Diego Rolan).
마무리 능력이 다소 허술해 보이긴 했지만, 뒷공간을 허용할 땐 얼마든지 귀찮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잠깐만요.”
“응? 왜?”
“조금만 뒤로 돌려 보실래요?”
“?”
의아해하던 피에트라 코치님이 영상을 뒤로 되감고, 난 몇 번 더 같은 장면을 반복해 달라고 부탁하며 유심히 화면을 지켜보았다.
“쟤 머무는 위치가 좀 낮지 않아요?”
“……그러네. 가짜 9번처럼 뛰고 있어.”
충분히 공격이 세팅된 상황에서는 최전방에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롤란의 위치는 10번(AM) 자리인 것 같았다.
“최전방을 비워두는 거네. 라인을 끌어내려는 거야.”
“네. 제 생각도 그래요. 스피드에 자신이 있다는 거죠.”
“만약 예상대로 두 줄 수비를 세우면, 공격수는 두 명이잖아. 둘 다 저런 유형을 내세울 리는 없어.”
“전에 왜 미드필드 하나 있지 않았어요?”
“그랬나?”
“네. 제 기억엔 있어요. 피에트라?”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피에트라 코치님이 분석 자료를 확인하더니, 보르도가 두 번 정도 최전방에 미드필드를 배치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난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하나의 가설을 제안했다.
잘 알지 못하는 팀이라, 이건 조금 불편한 점이긴 하다.
전력을 분석하는 데 시간도 부족하고, 비디오로는 볼 수 없는 많은 부분을 이런 추측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늘 도움이 된다.
다양한 가능성을 머릿속에 집어 넣어두고 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예상 밖의 상황이 찾아왔을 때 대처 속도와 완성도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벤피카에서 뛰며 배운 것이다.
본래는 막시가 이런 역할을 자주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여기에 없고, 전날 경기를 뛴 뒤 다시 발목이 불편해 재활 팀과 함께하고 있다.
아무튼.
“쟤네가 미드필드를 두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린 들을게. 어차피 지금은 네 생각이 가장 그럴듯해 보이니까 말이야.”
“네.”
축구에서 두 명의 톱(Top)을 내세웠을 때, 그 조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생각보다도 더 중요한 부분이 된다.
그것을 통해 축구의 색이 정해지고,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공격의 처음과 끝이 결정되기도 한다.
우리가 앞서 상대했던 레버쿠젠도 어떻게 보면, 키슬링이라는 타깃과 공간침투에 능한 쉬를레를 투톱으로 배치한 변형 전술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Big&Small만큼이나 전통적인 것이고, 다만 투톱이 주류에서 밀려난 지 10년도 더 되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우리도 작년까진 카르도소(타깃+골게터)와 호드리구(공간침투+측면)의 투톱을 배치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꽤 쏠쏠한 재미를 봐왔던 것도, 전술적으로 대응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아서다.
현대 축구의 수비 전술은 투톱이 아닌 한 명의 공격수와 다수의 측면 윙어를 마크하는 것에 조금 더 특화되어 있고, 포백이 선호되는 것 역시 이와 관련이 크다.
투톱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막으려면 쓰리백을 활용해야 하지만, 그럼 현대 축구의 대세화된 전술에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수비 전술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항상 늦기 때문에, 지금은 투톱이 꽤 재미를 볼 수 있는 시점이다.
“쟤네는 총 두 단계로 공격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여요. 우선 첫 번째는 15번에 곧장 패스를 넣어주는 거죠. 그가 공간을 파고들거나 1:1을 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
“하지만, 매번 이게 통할 수는 없겠죠. 변화를 주는 거예요.”
말했듯, 보르도의 공격 패턴은 지금까지 볼 때 두 개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만약 디에고 롤란에게 볼을 전달하는 것이 여의치가 않다면, 보르도는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롤란과 파트너가 된 미드필드에게 패스를 보내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롤란이 파고들 공간을 만들어주고자, 톱 포지션이 아닌 롤란과 같은 10번 위치에 자리를 틀고 있다.
디나모도 그랬고 클럽 대부분이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드를 두는 전술을 쓰다 보니, 10번 위치에 선 두 명의 공격수를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센터백 하나가 전진해줘야 한다.
바로 그 공간을 디에고 롤란이 노리는 것이고, 만약 이게 여의치 않다면 투톱으로 섰던 미드필드 자원이 볼을 지켜주며 보르도의 공격진이 전진할 시간을 벌고 있다.
쉽게 말해,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드로 투입된 선수가 타겟 스트라이커가 해야 할 일을 맡고 있다는 거다.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의 투톱 배치였는데, 보르도가 그들이 가진 전력에 비해 선전한다는 평을 듣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좋은 의견이야. 우리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었긴 한데, 네 생각이 훨씬 더 타당해 보여. 오후에 조르제랑 미팅을 할 때 말해둘게. 그리고 내일 한 번 더 모이자. 알겠지?”
“네.”
“좋아, 그럼. 오늘은 수고했고, 다들 돌아가서 편히 쉬어.”
드르륵-
필드 훈련 일정이 모두 끝난 뒤에 가진 두 번의 비디오 미팅.
선수 대부분은 이미 퇴근했고, 클럽하우스에 남은 건 우리 수비수들과 이곳이 숙소인 사람들뿐이다.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글쎄. 난 다음에.”
“나도.”
그냥 해본 말이었다며 아쉬운 입맛을 다시는 에제키엘을 향해, 내가 그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타마라가 스페인으로 촬영을 떠난 거로 아는데,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게 딱히 내키지 않는가 보다.
“진짜? 그럼, 나야 좋지!”
“대신 당신이 사기예요.”
“당연하지. 메뉴는 뭐로 할까?”
“당신이 정해요. 전 뭐든 잘 먹으니까.”
라커룸으로 돌아와 함께 옷을 갈아입으며, 가라이와 나는 리스본 시내로 나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약 한 시간 뒤.
“꺄아아아-악!!”
“응?”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 앉아 메뉴를 주문하고 느긋하게 있던 우린, 느닷없이 들려온 비명에 고개를 홱 하고 돌리게 되었다.
‘대체 무슨… 응?’
얼마 뒤에 골목에서 웬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고, 직감적으로 그들이 소매치기일 거라 판단한 나는 난간을 뛰어넘어 잽싸게 달려나갔다.
리스본은 좋은 도시이지만, 관광지인 만큼 소매치기 또한 무척 많은 편이다.
나를 보기 위해 리스본을 찾았던 한국 관광객들이, 소매치기를 당하고 허탈해하는 것을 소셜네트워크로 접할 때면 정말 속이 상했다.
괜히 나 때문에 나쁜 경험을 한 것 같았으니까.
앞서 달리던 두 명의 남자와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난 오른손을 뻗어 그중 한 명의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쿠억-!”
목이 메는 소리와 함께 급제동하게 된 남자 하나가 뒤로 그대로 쓰러지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HEY!! WHAT THE HELL ARE YOU DOING?]“응?”
영어? 영어를 들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가 잠깐 멍하니 앞쪽에 선 남자를 보고 있을 즈음.
쿵-!! , “우웍-!!”
뒤늦게 나타난 가라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남성의 복부에 그대로 태클을 가해버렸다.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나며, 다른 남성이 그대로 나가떨어져 버린다.
가라이는 손을 탁탁 털더니 나를 바라보았고, 그러자 내게 붙잡힌 사내는 우리 둘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어? 당신들은?”
“응?”
뭐야?
이번엔 포르갈어야?
뭔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어디선가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대체 당신들 뭐야?!”
“??”
갑자기 우리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사람들.
그리고 비로소 눈에 들어온.
‘카메라?’
잠깐, 말도 안 돼.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고?
가라이와 난 지금 막, 드라마 촬영장에 난입한 불청객이 되어버렸다.
***
1100-070 리스본, 포르투갈. 후아 도스 바-칼요에이루스. 가우차 스테이크하우스(Churrascaria Gaucha. Rua dos Bacalhoeiros. 1100-070 Lisboa, Portugal).
나는 늘 이런 일이 유치한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일 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실제 그런 주인공이 되고 나니, 무조건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드세요. 사과의 의미예요.”
“하핫-! 이거, 저희가 다 영광인데요?”
“아니에요. 촬영을 방해해서 너무 죄송해요.”
“괜찮아요. 어차피 배우들이 집중을 못 하고 있었어요. 한 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오늘은 그냥 접을 생각이었어요.”
내게 말을 하는 카를로스 포르투갈(Carlos Portugal)은 극작가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디렉터로 잘 알려진 남자다.
1996년 ‘Un Dia en Hollywood’라는 TV 영화의 공동 디렉터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꽤 많은 작품을 만들어 왔다.
주로 음악과 춤을 바탕으로 한 청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지금도 올해 여름부터 방영될 ‘East Los High’라는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미국 L.A지만, 리스본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어 어제부터 배우들과 이곳에 왔단다.
“그나저나, 그분은 좀 어때요?”
“아- 헥터? 걱정하지 마요. 걘 무척 튼튼하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물론이죠. 그거 알아요? 걔 옛날의 파워레인저였다는 거.”
[헤이!! 지금 파워레인저라고 했어?!]“하핫-! 봤죠? 늘 저렇게 과민 반응한다니까요.”
가라이에게 태클을 당한 남자의 이름은 헥터 데이비드 주니어(Hector David Jr.)로, 미국인이며 과거 파워레인저의 그린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외의 다른 배우들 역시, 전부 포르투갈인이 아닌 미국 사람들이다.
“오히려 쟤가 영광으로 생각해야죠.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벤피카의 선수들에게 태클을 당했으니까.”
“다쳤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안 다쳤으면 그만이죠. 전 리스본 출신이에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집안 전체가 벤피카를 응원했죠.”
현재 나와 가라이는 사과의 의미를 담아, 영화 출연진과 스태프 전체에게 음식을 대접 중이다.
우리는 테이블을 나눠 각자의 임무를 맡았고, 난 감독인 카를로스와 그의 스태프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대충,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것 같다.
그런데.
부르응-!!
“응?”
“아, 이제 도착했군.”
“?”
식당 밖에 나와 똑같은 911이 주차되고, 그 안에서 멋들어진 가죽바지를 입은 한 여성이 내려섰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여성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쟤가 왜 가브리엘 같은 머저리와 사귀는지 모르겠어.”
“가브리엘?”
“가브리엘 카바리아. 우리 주연 배우인데, 당신이 목덜미를 잡아챈 바로 그 녀석이에요. 솔직히, 당신이 그를 눕혔을 땐 약간 쾌감까지 느껴졌는걸요.”
“음, 나쁜 사람인가요?”
“미친놈이죠. 말 그대로요.”
“…….”
주연 배우에 대한 뒷담화를 내게 그리 쉽게 해도 되나 싶었지만, 딱히 그것을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현재 내 시선은 나를 포함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타이트한 가죽바지와 그 안으로 집어넣은 상체에 딱 달라붙는 붉은색 니트를 입은 여성에게 향해 있었다.
잠깐, 그런데 어디에서 본 것 같은데.
이 생각과 동시에, 가까운 곳에서 가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저거 베아트리즈잖아?!”
“아-!”
기억났다.
전에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나갔다가 스포르팅 팬들 때문에 소란에 휘말릴 뻔했을 때, 베르나르두가 베아트리즈 리마가 나타났다고 소리쳐 도망쳤던 일이 있었다.
그때 한번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지금 그 사람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휘이~ 진짜 끝내주네.”
눈을 떼지 못하는 가라이를 향해 아내를 잊은 것이냐 말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말해봤자 들리지 않을 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무엇보다, 나 역시 동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아트리즈 리마는 단순히 걷고 있었을 뿐이지만, 그녀에겐 남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식당에 들어선 베아트리즈는 곧 웨이터들의 시선마저도 강탈했고, 높은 구두 굽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그대로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금방 카를로스가 주연 겸 베아트리즈의 남자친구라고 말한 가브리엘 카바리아(Gabriel Chavarria)에게 말이다.
“뭐야? 애인을 보러 온 건가?”
“뭐? 애인? 그게 무슨 말이야?”
“아, 그게…….”
쫘악-!!!
“응?”
가라이에게 금방 카를로스에게 들은 말을 해주려고 했을 때, 갑자기 한쪽에서 찰진 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손을 휘두른 것처럼 보이는 베아트리즈와 그 앞에서 볼을 붙잡고 멍하니 있는 가브리엘 카바리아가 보였다.
순식간에 조용해져 버린 식당의 안에서, 베아트리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우~”
또각- 또각-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와 남자친구의 뺨을 한 대 치더니, 베아트리즈는 그대로 뒤를 돌아 걷기 시작했다.
실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한 몇몇이 일반 손님에게로 다가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카를로스 역시.
“이런! 죄송하지만 두 분, 지금 이건 비밀로 해주시겠어요?”
“에?”
“아무래도 우리 주연 배우가 지금 막, 여자친구에게 차인 것 같네요.”
“??”
무척이나, 정신없는 하루가 되어가고 있다.
***
에스토릴, 포르투갈. 루아 잉그라테라 387.
뒤숭숭해진 저녁 자리는 어영부영 끝나버렸다.
그리고 끝끝내 계산을 거부한 카를로스 포르투갈은 나와 가라이에게 [“괜찮다면 언젠가 제 드라마에 까메오로 출연해 주시죠!”] 라고 말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워, 오늘 만난 이들의 기사를 검색하고 소셜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이런저런 것들을 살펴보고 있다.
카를로스는 나의 모든 소셜네트워크를 팔로우했는데, 아무래도 정말로 우릴 까메오로 출연시킬 생각인가 보다.
‘흐음- 안 어울리긴 하네.’
그리고 현재의 나는 인터넷에 있는 카바리아와 베아트리즈 리마의 커플 사진을 보던 중이었다.
서구권 문화에서 남자의 키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내가 볼 때 둘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었다.
베아트리즈와 같은 여성에겐 좀 더 남자답고 우락부락한 사람이 어울릴 것 같다.
띠링-
“응?”
화면 위에서 인스타그램의 DM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뜨고, 손가락을 위로 옮겨 그걸 두드린 나는 화면이 바뀌는 동안 잠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물을 마셨다.
꿀꺽-
그리고 다시 누워 휴대폰의 화면을 확인해 보니, 웬 낯선 이름 하나와 함께 포르투갈어로 된 인사말이 눈에 들어왔다.
톡.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누르자, 몇 개의 사진과 함께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안드레아 식스토스.’
아는 얼굴이다.
아까 식당에서 보았던 사람 중 하나인데, 대충 보아하니 배우인 것 같았다.
딸깍-
딱히 답장을 보낼 마음에 없어 휴대폰의 화면을 꺼버린 나.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마음도 없는 것도 없는 거지만, 솔직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베아트리즈라면 또 몰라.’
띠링-
띠링-
몇 번 더 울려대는 휴대폰이 귀찮아 그대로 베개 밑으로 집어 넣어버린 뒤, 난 눈을 감고 잠을 청하길 했다.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은 그냥, 재미있었던 경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금의 내겐, 축구가 전부였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아- 거 참.’
잠 좀 잡시다.
네?
띠링-
띠링-
난 계속 울려대는 알람을 내버려 둔 채, 그대로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기로 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겪었더니, 졸음이 순식간이 순식간에 밀려와 날 수마(睡魔)로 몰아넣고 있다.
띠링- 띠링 띠링-…….
계속 울리네.
뭐, 나중에 관두겠지.
그리고 난, 영화배우가 되어 베아트리즈와 격렬한 애정씬을 찍는 꿈을 꾸게 되었다.
“… 개꿈일세.”
새벽에 눈을 뜬 나는, 출근을 준비하기 위해 머리를 긁적이며 샤워실로 들어섰다.
아무래도, 어제 일이 너무 인상적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