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92)
191화
-2013년 3월 7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 시작 30분 전
SL 벤피카 0 : 0 FC 보르도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Tactics : 4-2-3-1/4-4-2(D6)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세드리크 깨라쑤
RB ? 김다온 / RB – 마리아누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라미네 사네
CB ? 루이장 / CB – 엔리케
LB ? 이스마일리 / LB ? 베누아 트레물리나
DM ? 네마냐 마티치 / RM ? 줄리앙 푸베르
DM ? 엔초 페레즈 / DM ? 그레고리 세르티치
RAM ? 제로니모 베가 / DM ? 야로슬라브 플라실
CAM ? 니코 가이탄 / LM ? 루도비치 오브라니악
LAM ? 호드리구 / ST ? 니콜라스 모리스-뷜레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디에고 롤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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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응.”
“왜 말을 안 했는데?”
“그게 대수로운 일이야?”
“이런, 제기랄! 베아트리즈를 직접 본 거잖아?!”
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내 친구들에게 있어 베아트리즈 리마는 군인들의 걸-그룹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가 보다.
먼발치에서 그녀를 본 것이 전부일 뿐인데, 지금 베르나르두는 날 부러워하며 운 좋은 녀석이니 뭐니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럼, 그녀가 혼자가 되었단 거지?”
“응. 내가 보고 들은 바로는 그래.”
“좋았어! 안 그래도 예전부터 그 빌어먹을 미국인 녀석이랑 사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단 말이야.”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베르나르두는 시간을 두고 DM을 보내봐야 하겠다는 둥 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맹렬한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었다.
특별히 거기에 관심을 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나는, 바나나 한 개를 까서 입안에 넣으며 라커룸 안을 슬렁슬렁 돌아다녔다.
그러곤 팀의 전력 분석관인 셀림 노게이라(Celim Nogueira)를 괴롭히기로 했다.
“셀림! 비디오를 좀 보여줘요!”
“뭐? 아까도 봤잖아?”
“심심하다고요! 그러니까, 얼른 보여줘요!”
“너, 진짜 귀찮은 사람인 거 알지?”
“??”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자, 한숨을 푹 내쉰 노게이라가 내 앞에 자신의 랩톱을 가져다 놨다.
“비밀번호 알지?”
“네.”
“하아~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못살아.”
지금은 피치에서 몸을 풀고 돌아와 경기 시작 전에 가지는 마지막 휴식시간인데, 5분 정도가 지나면 감독님이 미팅을 할 거고 그런 뒤에 준비를 마치고 피치로 나설 것이다.
솔직히 비디오 내용이 눈에 들어올 단계는 아니지만, 그냥 뭐라도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정확한 보르도의 전술은 필드로 나가봐야 알게 되겠지만, 선수 구성만으로 봤을 땐 사전에 예상한 플랫타입의 4-4-2일 것 같았다.
만약 그들이 수비적으로 간다면, 중앙 미드필드를 6번(DM)까지 끌어내릴 것이다.
“좋아! 모두 집합!”
마지막 미팅이 시작되기 전, 미겔 콰레스마 코치님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우리를 라커룸에 얌전히 불러다 모았다.
곧이어 제수스 감독님이 우리의 앞에 섰고, 어느새 뒤쪽에 놓인 화이트보드의 앞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점검하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상대가 우리를 어떤 식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지, 또 이 경기가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한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감독님은 이런 말들을 덧붙이셨다.
“핑계가 될 수 없는 시합이다. 앞으로 모든 경기가 그럴 거다. 유로파. 리그. 우린 지금 매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런 상황이다. 만약 너희들이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면 우린 챔피언이 될 수 있고, 만약 조금만 삐끗하면 저 아래로 추락해 버릴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잘해야만 한다.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나아지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돼.”
이틀 전에 있었던 일이 잠깐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고 가려고 했지만, 내가 진정으로 속하고 싶은 곳은 여기였다.
경기를 준비하며 내내 느낀 이 긴장감과 감독님의 말을 들으며 끓어오르고 있는 승리욕. 그리고 피치 위로 나가 상대를 압도하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난, 이런 느낌을 사랑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중독된 것일 수도 있다.
이 간질거림.
이 에너지.
외에도 복잡한 것들이 뒤섞여 있는 이 감정은, 피치 위에 선 순간에 새하얀 백지가 되었다가 경기가 끝나고 나면 비로소 그 색을 내게 보여준다.
내가 오늘은 어떠한 그림을 그렸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근사했는지 혹은 형편없었는지를 말이다.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누군가와 경쟁하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일만큼, 나를 매료시키고 흥분케 만드는 것은 없다.
개개인에 대한 감독님의 지시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난 계속 이런 감정들을 키워나갔고, 어느새 그것이 익숙해졌을 땐 본래의 나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일종의 현자 타임이랄까?
하지만 맥이 빠진 것과는 거리가 멀다.
“후우-”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이번엔 루이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좋아, 잘 들어! 밀어붙여! 쟤네들이 홈에서 기회가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하게 만들자!! 오늘 이곳에 희망이란 단어는 없어! 무슨 말인지 알지?! 쟤넨 희망을 다 놓아두고 가야 할 거야! 이기자!! 우린 벤피카니까!! 우린 절대 이곳에서 지지 않아!! 그리고 결과로 알려주자!! VAMOS!!!”
“그래, 맞아!!”
“VAMOS!! 박살 내 보자고!!”
나를 나로서 오롯할 수 있게 만드는 이런 삶.
연예인의 삶이 얼마나 화려하고 또 그들이 얼마나 많은 인기를 손에 쥘 수 있는지 따위는, 나란 사람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
Oueee-! Oueee-! lalala lala lala-!!
Oueee-! Oueee-! lalala lala lala-!
Por ti-! , por ti-! / 널 위해! , 널 위해!
Eu irei cantar-!! / 난 노래를 부를게-!!
Para sempre! para sempree! / 영원히! , 영원히!
Quero-te ver a ganhar! / 네 승리를 보고 싶어!
.
.
·전반 00분
SL 벤피카 0 : 0 FC 보르도
모든 축구 감독에게 있어, 이스타디우 다 루스 원정은 늘 까다로운 과제가 되곤 했다.
설령 세계 최고의 팀이라도, 이곳에선 방심할 수 없다.
벤피카는 무척 훌륭한 역사를 품고 있으며, 지금까지 그것을 품격 있게 잘 지켜왔다.
이런 클럽은 보통 홈그라운드에서 유난히 강한 힘을 발휘하곤 하는데, 선수들 모두가 클럽의 전통과 팬이 가지는 의미를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5만에 가까운 팬들이 자리한 이스타디우 다 루스를 돌아보며, 보르도의 감독 프란시스 지요(Francis Gillot)는 팬들의 열기가 무척 뜨겁다고 생각했다.
‘좋은 문화로군. 부러울 정도야.’
일반적으로 포르투갈 리그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평을 듣는 프랑스의 리그 앙이지만, 정작 리그의 인기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편이다.
현재 리그 앙 최고 인기 팀이란 소리를 듣는 PSG만 해도, 평균 홈 관중의 숫자가 4만 명을 살짝 웃도는 정도에 불과했다.
오히려 프랑스 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축구팀은 PSG가 아닌 프랑스 국가대표인데, 이는 강력한 중앙 집권 아래 성장한 역사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높은 국가의식이 인기의 밑바탕이 되는 대표팀과는 다르게, 클럽의 인기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지역의 개성을 바탕으로 한 다른 종류의 애정이 필요하다.
현시점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는 스페인 라리가만 보더라도, 특정 지역의 색채가 드러나는 클럽과 라이벌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탈루냐를 대표하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바스크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빌바오. 또 마드리드를 두고 대립하는 레알과 아틀레티코의 더비는 늘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EPL 역시 런던과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의 색채와 특성이 드러나는 클럽들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왔는데, 프랑스 리그 앙은 늘 이런 부분에서 빈약한 모습을 보여주어 왔다.
게다가 황금기로 접어들 수 있었던 시점에 터져 나온 마르세유와 발랑시엔의 승부 조작 스캔들은, 세계 최고의 리그를 꿈꾸던 리그 앙을 나락으로 끄집어내렸다.
그래서 그 결과, 리그 앙은 자국 최고의 선수들이 뛰지 않는 리그로 인식이 굳어지고야 말았다.
팬들 역시, 굳이 그들의 연고 팀을 응원하기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뛰는 해외의 클럽을 응원한다.
삐익-!!
보르도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후방으로 도는 축구공을 바라보며, 프란시스 지요는 SL 벤피카의 진영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런! 역시나. 그는 오른쪽이군.’
올 시즌 유럽대항전에 한정한 퍼포먼스를 점수로 매긴 ‘EU Top Player Best 100’ 순위에서, 수비수로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현재 벤피카에서 뛰고 있다.
오늘은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김다온이 그 주인공인데, 프란시스는 그가 왼쪽 풀백으로 출전할 줄 알고 팀의 오른쪽 라인에 두 명의 수비수를 놓아두었다.
팀의 주전 사이드백인 마리아누(Mariano)와 그 백업으로 뛰는 줄리앙 푸베르(Julien Faubert)를 동시에 투입하여, 김다온의 공격 가담을 억제한다는 게 프란시스가 세운 가장 중요한 게임 플랜 중 하나였다.
하지만 김다온이 오른쪽 풀백으로 들어서게 되며, 그 계획에는 이미 큰 차질이 생겨버렸다.
현재 보르도의 왼쪽 미드필드는, 주 포지션이 10번(AM)인 루도비치 오브라니악(Ludovic Obraniak)이다.
물론 가끔 윙어로도 뛸 수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수비력에 큰 기대를 걸어볼 수 없는 선수다.
‘그렇다면.’
프란시스는 본래 포지션이 왼쪽 미드필드인 니콜라스 모리스-뵐레(Nicolas Maurice-Belay)를 왼쪽으로 돌리고 루도비치를 10번 위치에 가져다 두는 전술을 생각해 보았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본능은 당장 전술을 바꾸라 외치고 있었지만, 그랬다간 선수들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 뻔했기에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SL 벤피카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 김다온 혼자인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래 봤자 풀백이야.’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측면 수비수가 하나의 경기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엔 분명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FC 보르도의 감독이다.
“세르티치!!”
잠깐 복잡해졌던 생각을 털어버린 프란시스 지요.
그는 볼 처리가 다소 성급했던 그레고리 세르티치(Gregory Sertic)에게, 침착하란 손짓을 보내곤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막아-!!!”
“응?”
피치 위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벤치에 앉으려던 프란시스 지요의 고개가 다시 피치 위로 돌아간다.
***
오늘 FC 보르도의 전술적 배치는, 사전에 우리가 예상했던 것 바로 그대로였다.
한쪽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두 명의 사이드백.
디에고 롤란과 파트너를 이룬 미드필드.
유일한 차이라면, 생각보다 공간이 더 넓다는 것 정도다.
[막아-!!!]내 수비 위치와 가장 가까웠던 오브라니악이란 선수는, 측면보다는 중앙이 더 익숙한지 자꾸 내게서 멀어져 중앙으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이것이 전술적 지시가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는, 만약 전술적인 움직임이었다면 디에고 롤란과의 위치가 저렇게 가까울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렇게 측면을 텅텅 비워두고 말이다.
그러니 이건 분명한 전술적 실수다.
‘누가 도와줘야 해.’
빈 공간으로 전진해 패스를 받아, 난 동료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앞쪽의 제로니모는 안전한 선택이지만,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저기로 패스를 보내면 아마도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패스가 돌아올 것이고, 그러는 사이 FC 보르도는 수비진영을 정돈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보르도에게 시간을 주어선 안 된다.
빠른 공격전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일단 한 번 중앙으로 패스를 돌려 FC 보르도의 수비를 가운데로 모으고, 그 뒤에 다시 측면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좋은 판단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때마침 다가오는 니코.
‘일단은 저기.’
난 우선 그에게 패스를 보낸 뒤에, 살짝 뒤로 움직여 니코의 옵션이 되어주었다.
빠른 압박을 시도하는 야로슬라브 플라실(Yaroslav Plasil)이 니코의 발을 걸고, 휘슬을 입에다 집어넣은 주심은 축구공의 진행 방향을 살피더니 양손을 앞으로 곧게 뻗었다.
‘나이스 판단.’
지금은 어드밴티지를 적용하는 게 옳다.
금방 니코는 내가 땅볼로 보낸 패스를 받아낸 뒤, 왼발 아웃프런트를 써 제로니모의 앞쪽으로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처음 내가 제로니모를 확인했을 땐 골대를 등진 상태라 속도를 높이기 좋지 못했지만, 패스가 앞쪽으로 흐른 지금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상황으로 연결할 수 있다.
최초 제로니모 쪽이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 판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볼을 앞에 둔 상태에서의 제로니모는 위협적인 윙어이지만, 골대를 등진 상태에서의 플레이는 조금 미숙하다.
속도를 붙여 달려나가는 제로니모.
FC 보르도의 왼쪽 풀백은 제로니모의 스피드를 감당할 수 없었고, 다급히 앞으로 나온 센터백 중 하나가 가까스로 클리어해낸다.
‘아- 아까워라.’
마지막 터치가 다소 길었던 게, 마무리까지 이어지지 못한 이유인 것 같았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실망하기엔 턱없이 이르다.
무엇보다, 기선제압은 충분히 성공한 것 같다.
사이드라인 앞으로 나온 보르도의 감독이 선수들에게 내려설 것을 지시하고, 천천히 걸어 디에고 롤란의 근처에 선 나는 있을지도 모를 보르도의 역습을 경계했다.
전반 2분 만에 얻어낸 코너킥.
니코의 크로스가, 매섭게 꺾여 들어간다.
{“아아…….”}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골키퍼의 손에 안착해 버렸고, 난 보르도의 키퍼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며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파앙-!!
“간다-!”
등 뒤쪽에서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
난 이미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달리면서, 뒤쪽 위를 쳐다봤다.
바로 뒤엔, 디에고 롤란이 있다.
“…….”
FC 보르도가 가끔 골킥으로 역습을 한다는 것도, 이미 비디오 분석을 통해서 알고 있던 사실이다.
저들이 우리를 아는 것만큼 아는 건지 아니면 그보다 더 많이 혹은 더 조금 아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합을 치를 때쯤이면 이렇게 상대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해 두고 있다.
그러니 낯선 팀이라 경기하기 어려웠다는 둥 하며 이야기를 하는 건, 좋지 못한 경기력을 합리화하려는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난 그런 핑계를 대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뿐.
그리고.
“!!”
마침내는 이 클럽의 엠블럼이 부끄럽지 않게, 그 수준에 맞는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다.
{“우오오오오-!!!”}
갑자기, 주변이 조금 시끄러워졌다.
***
몇 번의 헛발질과 의미 없는 몸싸움을 펼치고 난 뒤, 디에고 롤란은 조금 전까지 자신의 곁에 있던 선수를 찾아 고개를 열심히 움직였다.
‘대체 무슨…….’
조금 전에 분명, 세드리크 깨라쑤(Cedric Carrasso)의 골킥은 무척 날카롭게 날아들어 왔다.
보르도는 상대의 세트피스를 골키퍼가 다이렉트로 잡아내게 되면, 그 즉시 골킥을 길게 차 롤란의 스피드와 개인기에 기댄 역습을 하나의 패턴으로 활용해왔다.
그리고 이번 역시,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아무리 좋은 수비수라 해도, 이런 식의 상황에서는 당황하거나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디에고 롤란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인가?’
김다온은 아까의 그 상황에서, 마치 지단을 연상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기술을 보여주었다.
머리 위로 날아오던 축구공을 정확히 왼쪽 발등 위에 잡아놓은 것도 모자라, 그 반동을 완벽히 억제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급제동.
이후 곧장 뒤로 돌아선 김다온은 가볍게 앞쪽으로 패스를 밀어 보냈고, 경쟁할 기회조차 없었던 디에고 롤란은 이 모든 장면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수준급 리그에서 뛰는 축구선수라면, 대부분이 수십 미터 위에서 낙하하는 축구공의 속도를 죽이는 트래핑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전에서. 그것도 전력 질주를 하던 중 머리 뒤로 날아오던 축구공을 솜털처럼 다루는 건, 연습 때에도 하기 힘든 일이다.
‘우연일 거야.’
금방 있었던 장면을 하나의 우연으로 치부하기로 한 디에고 롤란.
그는 피치 위에서 서성이며, 보르도가 전개할 역습을 기다렸다.
현재는 SL 벤피카가 볼을 점유한 채 보르도를 압박하는 상황이었고, 양쪽 사이드백까지 깊숙한 곳으로 전진해 공격의 숫자를 늘려 두었다.
보르도 수비수들에겐 고달픈 시간이겠지만, 디에고 롤란에겐 이런 상황이야말로 자신이 가진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전개였다.
만약 SL 벤피카가 어설프게 볼을 처리한다거나 혹은 볼을 돌리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와준다면.
‘왔다!’
디에고 롤란은 자신이 SL 벤피카의 센터백들을 무력화시키며, 득점을 올릴 수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이봐-!!!!] [돌아와!!]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호드리구의 패스를 그레고리 세르티치가 가로챘고, 동시에 큰 소리를 내지르는 조르제 제수스와 루이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디에고 롤란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고개를 오른쪽 뒤로 돌려 높이 떠오른 축구공을 바라본 그는, 낙하지점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빠르게 달렸다.
수비수가 있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았다.
롤란은 자신보다 앞선 위치에 있던 가라이를 어렵지 않게 지나쳤고, 피치 위에 떨어져 튕겨 오른 축구공을 발아래에 놓아둘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패스가 조금 왼쪽으로 치우쳤지만.
‘충분해.’
스피드 못지않게 1:1에도 자신감이 넘쳤던 19살의 롤란은 이 정도면 충분히 득점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 바로 그때.
촤—–악!!!!
“??”
디에고 롤란은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진 그의 눈에, 붉은 유니폼을 입은 까만 머리의 누군가가 스쳐 지나간다.
‘뭐? 벌써?’
쿵-!
“뭐야아-!! 파울!!”
넘어지는 롤란을 보며 파울을 어필하는 프란시스 지요였지만, 정작 롤란은 주심을 향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태클이 먼저 축구공을 건드렸고, 김다온의 몸이 반쯤 지나간 뒤에 드리블하려던 자신이 거기에 걸려 넘어진 것뿐이라는 걸 말이다.
코너킥도 아닌 드로인을 얻어낸 것에 그친 역습.
엎드린 롤란은 고개를 돌려 김다온을 바라봤다.
‘저 녀석…….’
분명 역습을 시작했을 때, 김다온은 보르도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부근에 머물렀다.
아무리 커트에 대한 반응속도가 빨랐다고 해도, 최소 25M 이상은 자신이 앞서 있었다.
대각선으로 뛴 본인이 조금 불리했다고 말할 수도 있긴 하겠으나, 지금은 김다온의 존재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이렇게 빨리 수비 위치로 돌아올 줄은 몰랐으니까.
심지어, 이런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거란 상상도 하지 않았다.
태클 후 피치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채, 김다온은 약간 내려간 양말을 무릎 위까지 추켜올리고 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고, 자신을 보며 살짝 윙크를 보내는 김다온에게 롤란은 약간의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마치. [“어서 와. 나는 처음이지?”] 라 말하는 것 같았으니까.
전반 6분, FC 보르도가 지닌 최고의 무기는 기가 질려 버리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