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97)
196화
(남병욱) – KBS Sports 아나운서
“오는 26일 펼쳐질 카타르와의 2014 FIFA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준비 중인 대표팀이 내일, 시리아와 비공개 평가전을 치르게 됩니다. 일정상의 문제로 오늘 귀국한 김다온은 뛰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유일 기자가 자세히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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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 소집 명단(23명)
GK ? 김영광(울산), 정성룡(수원), 이범영(부산)
DF ? 김영권(광저우), 곽태휘(울산), 이정수(알 사드),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차두리(서울), 김창수(부산), 김다온(벤피카), 김기희(알 사일리야)
MF ? 기성용(스완지), 신형민(알 자지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한국영(쇼난 벨마레), 이근호(상주), 김보경(카디프), 하대성(서울)
FW ? 손흥민(함부르크), 김신욱(울산), 이동국(전북), 이근호(상주)
***
【한국 시각】 2013년 3월 22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풋볼팬타지움. 백호 구장.
·전반 25분 (비공개 평가전)
대한민국 1 : 0 시리아
당연한 말이지만, 난 아직 시차에 적응 중이다.
“흐아- 후아- 하아아- 품!!”
“야, 그러다 입 찢어지겠다.”
“아- 죽겠어요.”
퀭할 것이 분명한 내 얼굴을 본 두리 형이 어깨에 손을 둘러왔다.
“뭐-해!! 빨리빨리 뛰어!!”
장난기 섞인 두리 형의 외침을 들으면서도, 난 쏟아지는 잠을 견뎌내기가 어려웠다.
본래라면 12시간도 전에 잠을 청했어야 했지만, 경기 일에 베스트 컨디션을 맞추고자 쏟아지는 수면욕에 맞서 싸우며 필사적으로 버티는 중이다.
다행인 점이라면 평가전이 끝나고서 곧장 숙소로 돌아가 쉴 수 있다는 건데, 삼파올리 감독님은 뒤늦게 합류한 날 배려해주고자 이후 일정에서 날 제외하신 상태다.
삐-익!!
끔뻑끔뻑 졸던 나는 주심의 휘슬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렸고, 물을 손바닥에 조금 부어 얼굴로 가져갔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
‘으아, 멍하다.’
포르투갈과 한국의 시차는 9시간으로, 서울이 오후 7시를 향해가고 있는 지금 리스본은 아침 10시쯤이었다.
일전에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을 가질 때는 시차라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처음으로 한국에서 A매치 경기를 치르게 된 지금은 이게 무척이나 큰 골칫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들이 알려준 요령대로 어찌어찌 견뎌오곤 있지만, 머리가 멍하고 병든 닭처럼 고개가 자꾸 아래로 떨어졌다.
얼른 평가전이 끝나면 좋을 텐데 말이다.
지금은 피치 위의 치열함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얼른.
“…….”
“……! -아! 일어나야지. 김다온.”
“응?”
어느새 완전히 곯아떨어졌는지, 입가에 침마저 흐르고 있었다.
난 얼른 입 주위를 손으로 훑어냈고, 눈앞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초점을 맞췄다.
“일어났냐? 들어가, 그냥. 감독님이 안 되겠다고 하더라.”
“어, 저 괜찮아요. 버티겠습니다.”
“야! 버티긴 무슨. 지금이 쌍팔년도냐? 그런 게 어딨어. 너 힘든 거 모두가 다 아는데. 들어가 얼른.”
“…….”
정신이 없는 와중, 난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쳐다봤다.
‘이상하다.’
분명 조금 전까진 전반 25분이었던 것 같았는데, 시계는 다시 4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내가 꿈을 꾼 건가?
딱-! 딱-!
“에?”
“뭐 하냐니까? 얼른 들어가! 저기 성용이가 데려다줄 거야.”
“…….”
거의 떠밀리다시피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 나는, 터벅터벅 걸어 성용이 형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형 오늘 뛰었어요?”
“뭐? 뭔 개소리야. 당연히 뛰었지.”
“진짜요?”
“으이그. 힘들 때다. 그것도 나중에 익숙해지면 좀 나아. 가자 얼른.”
성용이 형이 내 볼을 살짝 꼬집었지만, 아팠는지조차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뭐지, 이게 꿈인 걸까?
“김다온!! 뭐해!!”
“네? 아, 가요!! 흐아—-품!!”
백호 구장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걸어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와중, 화장실이 급해 눈을 떴을 땐 나는 웬 낯선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상태였다.
몸을 일으키자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캐리어가 먼저 눈에 띄었고, 한쪽에 있는 넓은 책상 위엔 휴대폰 두 대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머리를 벅벅 긁어보는 나.
뭔가, 기억이 흐릿하다.
부분부분 기억이 나는 것은 있는데, 그게 언제의 일인지 정확히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아, 뭐지. 나 분명 프랑스에 있다가…….”
서서 소변을 보는 것조차 귀찮아 변기 위에 앉아 소변을 누면서, 난 계속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다가.
쿵-!!
“아야!!”
변기 옆쪽 벽에 튀어나온 부분에 머리를 박곤 아픈 부위를 감싸 쥔 채 한참을 괴로워했다.
‘아, 아파아…….’
바다 위에 누운 것처럼 비틀거리는 내 몸.
추위를 느끼고서야, 난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침대, 침대.’
거의 기다시피 하여 화장실을 빠져나와 간신히 침대 위로 올라선 나.
이후 굼벵이처럼 기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대체, 지금은 몇 시인 걸까?
도저히, 알 방도가 없다.
***
촤르르륵-!!
“응?”
뭔가 밝아지는 것 같아, 눈을 감은 채 빛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촤르르륵-!!
“야, 김다온!! 일어나, 인마!”
“누구?”
“누구냐니! 이놈!”
“흐억!”
갑자기 배 위에 엄청난 무게가 느껴졌고, 단말마와 함께 번쩍 눈을 뜬 나는 비로소 주변에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성용이 형과 자철이 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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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 2013년 3월 23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풋볼팬타지움.
“밥 먹으러 가자!”
“……몇 시에요?”
“7시 30분.”
대체, 몇 시간이나 잔 걸까?
“어떻게 된 애가 12시간을 뻗어있냐.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더라.”
“흐아—-품!!”
“아직도 졸려?”
“아뇨.”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바로 현실 감각이다.
이거야 원, 정신을 하나도 차릴 수 없다.
꼬르르르륵-
얘는 아닌가 보네.
내 배꼽시계가 밥 먹을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오고, 간신히 침대를 벗어난 나는 간단히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형들과 함께 방을 나섰다.
“아우, 뻐근해.”
“컨디션 관리 잘해라. 보통 이런 것 때문에 망가져.”
“네. 죽겠어요, 진짜.”
“가자 얼른. 우리가 제일 늦어.”
자철이 형이 가장 먼저 앞장을 서고, 조금 뒤처진 성용이 형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마 형수와 통화하는 거겠지.
난 곧장 신경을 껐다.
“아, 맞다.”
“왜?”
“어제 어떻게 됐어요?”
“빨리도 묻는다. 이겼어. 사대빵.”
“진짜요?”
“응.”
당연히 잡아줬어야 할 경기이긴 했지만, 4:0은 솔직히 의외의 점수였다.
내게는 크로아티아와 상대했을 때의 경기력이 A팀의 마지막 모습이었고, 그걸 생각하면 승리를 하기는 해도 신승이거나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야, 말도 마. 감독님 지금 완전 칼이야.”
“칼?”
“어. 명단만 해도 봐. 청용이 형이랑 현준이랑 다 빠졌잖아.”
“…….”
카타르전 명단을 발표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삼파올리 감독님은 선수 선발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셨다.
바로.
[“폼이 따라주지 않는 선수를 이름값으로 뽑진 않는다. 대신, 현재 폼이 좋다면 과거 실수를 저지른 선수라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현재 우린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3승 2무의 성적으로 이란에 이어 조 2위를 기록 중에 있다.
기대한 것만큼의 성적은 아니었고, 본선 진출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2월 크로아티아 평가전이 지니는 의미가 무척 중요했는데, 삼파올리 감독님은 유럽파의 현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곤 몇몇이 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하신 거다.
대표적인 예가 지금 자철이 형이 언급한 청용이 형과 현준이 형이다.
“이번 소집 내내 감독님이 엄청 닦달하고 있어.”
“그렇겠죠. 삐끗하면 끝이니까.”
“응. 우리가 잘 뛰어야지.”
띵-
식당이 있는 층으로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난 문이 열리자마자 침샘이 폭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육볶음!! 오-!! 총각김치!!”
엄마가 최대한 집밥 같은 음식을 만들어주려 해주고는 계셨지만, 아무래도 재료의 한계 때문에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같은 맛이 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조미료 등을 주문해 택배로 받더라도, 고기의 부위라든가 채소의 종류가 달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리스본에서 나는 문어가 들어간 잡채라든가, 단맛이 강한 소고기뭇국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먹어볼 수 있었다.
한식을 거의 매일같이 접하면서도, 늘 한국에서 먹는 밥이 그리운 이유였다.
“야! 좀 천천히 먹어! 누가 뺏어 먹냐?”
“합셰머어오애여?”
“뭐?”
“잡채 인마, 잡채. 넌 말귀를 못 알아먹어.”
“아니 이걸 어떻게 알아들어?!”
오늘도 어김없이 티격태격하는 자철이 형과 성용이 형을 앞에다 두고, 난 식판을 세 번 꽉꽉 채워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쳤다.
“으어- 배불러!!”
“과식했냐?”
“끄윽-! 그래도 더 먹을 수 있어요.”
“됐어, 인마! 아프면 어쩌려고.”
“끄윽-! 쩝.”
오전 스케줄은 이제부터 시작이기에, 형들과 함께 식탁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 그 전에.
“잘 먹었습니다아~!”
대표팀에서 인기 No.1이라던 식당 아주머니께 인사를 빼먹으면 안 될 것이다.
작년 파주에 있을 때 먹었던 밥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완전히 깜빡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저 여기 밥 먹으러 오라고 해도 올 것 같아요.”
“다들 그래, 인마.”
“그렇죠? 아우- 나중에 점심도 먹어야지. 저녁도 먹고.”
“야, 넌 먹으려고 대표팀 왔냐?”
“아니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기왕 먹는 거 잘 먹어야죠.”
계속해서 형들과 수다를 떨며, 나는 대강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주로, 브리핑할 때 사용하는 곳이다.
아까 식당에서 만나지 못한 형들에게 잘 주무셨냐고 인사를 하면서, 난 감독님이 지정한 자리에 앉게 되었다.
내 곁엔, 흥민이 형이 앉았다.
“뭐 해? 여자친구?”
“응.”
“…….”
흥민이 형이 보내고 있는 톡에 관심을 보이자, 형은 잽싸게 화면을 끄더니 자신의 사생활이라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본래 장난을 칠 때도 이렇게 인상을 쓰는 편이라, 난 형이 화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 왜~ 좀 보여줘~”
“너 여자친구나 신경 써.”
“나, 지금 없단 말이야.”
흥민이 형은 현재 나와 같은 나이의 대학생과 연애를 하는 중이다.
“어떻게 만났어?”
“뭘 어떻게야. 소개받았지.”
“오~ 나도.”
“뭐?”
“외국 애랑 만나보니까, 한국 여자가 좋은 것 같더라고.”
예쁜 여자 옆에 예쁜 여자 있다고, 난 흥민이 형에게 계속해서 소개해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이런저런 장난을 치고 있을 무렵, 앞쪽의 문이 열리면서 삼파올리 감독님이 등장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간단한 한국어는 할 수 있었던 감독님이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오고, 어제의 경기를 복기하는 것으로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이자 나의 이번 A대표팀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먼저 스페인어로 브리핑이 진행되면 한국어로 통역이 되는 방식이었는데, 감독님은 내가 있을 땐 항상 포르투갈어를 쓰셨다.
그것은 오늘도 마찬가지다.
[좋은 경기였지만, 몇 개 짚어갈 부분이 있다.] […….]화면을 보며 진행되는 브리핑 내내, 난 하나의 말도 허투루 듣지 않기 위해 잔뜩 집중했다.
가장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던 것도 있고, 새로운 대표팀의 형들과 호흡을 빠르게 맞춰나가려면 형들이 어떻게 뛰는지를 잘 담아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술이 궁금했다.
비공개로 치러진 평가전인 만큼, 카타르전에 쓸 카드를 숨김없이 드러낸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건 풀백의 움직임이다. 어제 경기에서는 너무 소극적으로 뛰었어. 여기 이 장면에서도 보면…….]사흘 뒤, 서울 상암에서 펼쳐지게 될 월드컵 예선.
난 그것을 몹시 기다리고 있다.
‘월드컵.’
과연 이 대회는 내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그곳에서 난 어떤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절대 쉽진 않겠지만, 도전하고자 하는 내 의지는 그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을 거다.
“후아아아-품! 저 좀 잘래요.”
“뭐?! 또?!”
일단, 지금은 잠 좀 자고.
조금 이따 필드에서 펼쳐질 훈련이 진행될 때까지, 난 조금 더 참을 청해 볼 생각이었다.
***
탁-!
“……182.4!”
“오! 진짜요? 한 번 더, 한 번 더. 잘못 찍힌 거면 어떻게 해?”
위——잉.
낮잠을 자고 축구화를 챙겨 연습용 그라운드로 나섰을 때, 곁으로 온 자철이 형이 뜬금없이 키가 큰 것 같다는 이야기를 건네왔었다.
분명 런던 올림픽까지는 자기보다 눈높이가 조금 낮았는데, 이전 거의 비슷한 것 같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우린 훈련을 끝마치고, 점심을 먹기 전 의무실을 찾아 키를 재보기로 했다.
탁-!
“182.3. 맞네. 얘 컸어.”
“우-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만세를 한 나는, 잽싸게 기계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은 채 기쁨을 표현했다.
솔직히 이젠 다 컸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키가 자라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럼 풀백치곤 조금 큰 거 아냐?”
“에-이! 무슨 말이에요? 말디니가 186인가 그랬는데.”
“그래?”
“네.”
브라질 출신 사이드백들 때문에 흔히 풀백하면 작은 키를 연상하곤 하지만, 풀백이 꼭 키가 작아야 한다는 건 축구계에 만연한 편견 중 하나였다.
방금 말한 말디니도 186cm였고, 인테르의 전설 중 하나인 자친토 파케티(Giacinto Facchetti)도 191cm의 레프트백이었다.
“튀랑 185cm, 크롤 184cm, 베르고미 185cm.”
“야, 야. 알았어, 알았어. 어우, 그러다 다 나오겠네.”
물론 브라질 출신 외에도 비셴테 리사라수(169cm)라든가 필림 람(170cm)처럼 키가 작은 풀백들도 있긴 하지만, 역대급의 풀백들 중엔 180cm가 넘는 선수가 더 많았다.
즉, 키와 사이드백의 기량은 무관하단 거다.
오히려, 난 185cm까지는 크고 싶었다.
“하긴, 얘 먹고 자는 거 좀 봐. 싸기도 많이 싸지?”
“아우 그럼요. 변기 폭파할 정도는 돼요.”
“좋겠다, 인마. 더 클 수도 있겠어. 너 몇 살이지?”
“한국 나이로 21살요. 만으론 19살.”
“야, 우리는 만으로 해야지. 다들 그렇게 하잖아.”
성용이 형은 자신의 경험담이라며, 올바른 생활을 하다보면 24살 정도까지는 키가 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러다 너보다 커지는 거 아냐?”
“우웩-! 그건 싫어요.”
“뭐?! 우웩? 야!”
“이크!”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본심에 성용이 형이 발끈했고, 잽싸게 달려서 도망친 나는 얼른 식당으로 뛰어가 식판을 손에 쥐었다.
“잘 먹겠습니다아~”
“얘 좀 봐. 먹기도 전에 인사부터 하게?”
“네! 진짜 맛있어요.”
“아하하하하. 으이그, 예뻐라. 아줌마가 계란후라이 해줄까?”
“네!”
파주 NFC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말이 있다.
바로, 식당 아주머니로부터 계란후라이를 받는 선수가 가장 귀염받는 선수라는 것 말이다.
기왕이면 시합을 잘 뛴다거나 하는 것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난 이런 사랑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흐어-! 배부르다!”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점심에도 난 식판을 가득 채워 세 번을 비워냈다.
“그럼 어디, 이제 좀 자볼까?”
“뭐?! 또?!?!”
“에-이. 키 커야죠~”
먹고 자고 축구하고 먹고 자고 축구하고를 반복할 수 있는 파주 NFC는 내겐, 천국과도 같은 그런 곳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주일만 더 있었으면.
하지만, 며칠 뒤엔 리스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잘 뛰고 가자.’
맛있는 밥 덕분에, 내 컨디션과 의욕은 조금씩 고취되고 있었다.
***
【한국 시각】 2013년 3월 24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풋볼팬타지움. 소(小)강의실.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의 모든 훈련과정은 비디오로 촬영되어, 코칭스태프의 분석자료로 쓰이고 있다.
세계 어느 곳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파주 NFC의 훌륭한 시설로 인해,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의 일은 조금이나마 수월해진 상황이다.
그리고 그는, 코치들과 함께 어떤 장면을 보며 함께 감탄을 토해내고 있었다.
[몇 단계는 더 위에 있어.] [이런, 세상에나. 지금 저 동작 봤어요?] [의심할 여지 없어. 지금 저 친구가 이 팀의 최고 선수야.] [19살에 정말 놀랍군요.]A팀 합류 후 처음으로 치러진 실전 훈련에서, 김다온은 대부분의 선수가 후보군인 팀에 속해 선발 가능성이 큰 선수들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여줬다.
김다온의 앞에선 손흥민의 스프린트도 의미가 없었고, 지동원의 힘을 앞세운 돌파도, 구자철의 기술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내심 조커 카드로 생각한 이근호의 경우에는 아예 어린아이를 상대로 플레이 하는 것만 같았는데, 이는 한 달 전 크로아티아 평가전을 치를 때와는 또 전혀 다른 것이었다.
레버쿠젠을 상대로 190km가 넘는 슈팅을 성공시키는 등. 주가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었다.
이렇게 되면 모레 경기의 선발 라인업을 꾸리는 것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에서 쉬워질 수밖에 없다.
[누구와 가장 잘 맞았지?] [영권. 올림픽 때부터 친하게 지냈죠.] [본래라면 정수와 태휘를 투입하려고 했어. 하지만 둘은 저 친구의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미래를 위해서라도 김다온이 지금부터 수비진을 조율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었고, 그래서 결국 삼파올리는 크로아티아전에서 인상적이었던 센터백 조합을 해체하기로 한다.
이정수와 곽태휘 중 한 명이 선발로 나서고, 다른 한쪽 수비를 김영권에게 맡기는 것이다.
[태휘로 하죠. 지금은 그가 더 컨디션이 좋아요.] [그러지. 오른쪽에 두리가 들어갈 거라, 이번 포백에는 조금 기대가 되는군.] [드디어 양쪽 사이드에 빠른 녀석을 집어넣네요. 그렇죠?] [음- 아주, 좋아.]호르헤 삼파올리의 축구 철학을 관통하는 단어는 항상 스프린트였고, 이는 그가 추구하는 비엘사시즘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덕목이었다.
이런 삼파올리에게 있어 대표팀의 측면 수비를 차두리-김다온이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빠른 선수들로 채워 넣었다는 건, 그가 완성코자 하는 축구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월드컵 예선.
이를 이틀 앞두고, 삼파올리는 승리에 대한 자신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이끌어온 대한민국 대표팀 중에서, 가장 강한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단순히 이기기만 해선 안 돼.’
삼파올리는 현재, 시끄러운 모든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할 완벽한 승리를 꿈꾸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