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98)
197화
축구선수로서, 난 포르투갈 내에서 꽤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다온이다!”
“꺄아아-악!!!”
“다온아-!! 사랑해애-!!”
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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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 2013년 3월 26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 2동 월드컵로 240. 서울 월드컵 경기장.
·경기 시작 90분 전
대한민국 0 : 0 카타르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3-3(A)/5-4-1
GK ? 정성룡 / GK ? 카셈 부르한
RB ? 차두리 / RB ? 모사브 마흐마우드
CB ? 곽태휘 / CB ? 비랄 모하메드 라자브
CB ? 김영권 / CB ? 이브라힘 알-가님
LB ? 김다온 / CB ? 이브라힘 마지드
DM ? 기성용 / LB ? 압델카림 하산
CM ? 구자철 / RM ? 하미드 이스마에일
CM ? 김보경 / CM ? 베삼 리지크
RW ? 이근호 / CM ? 타랄 알-블라우쉬
LW ? 손흥민 / LM ? 칼판 이브라힘
ST ? 지동원 / ST ? 세바스티안 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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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풀고자 그라운드로 들어서자마자, 곳곳에서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난 고개를 뒤로 돌렸고, 내게 손을 뻗은 채 어쩔 줄 모르는 소녀들의 무리를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김다온 화이티이이이잉-!!!”
“김다오온-!!!”
절로 고개가 꾸벅 숙어지고, 나는 여전히 소리치는 이들을 뒤로하고 피치에 발을 내디뎠다.
“완전 아이돌이야, 아이돌.”
“야, 좋겠다?”
“미남은 나가 죽어.”
형들의 비난이 폭주하는 가운데, 날 가까운 곳으로 부른 두리 형이 이럴 줄 몰랐냐며 질투하는 형들을 오히려 나무라기 시작했다.
파주 NFC에서 연습하는 내내 많은 팬이 그곳을 찾아주었는데,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여성 팬의 90%는 날 보러 온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곤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새삼, 내 인기를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자- 모여!! 집중하고!! 스트레칭부터 하자!!”
“네에-!!”
크고 동그란 스크럼을 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월드컵 예선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단체 스트레칭으로 5분 정도 몸을 푼 뒤엔 포지션별로 나눠 코치님들과 함께 피치 한쪽에 자리를 잡았고, 축구공을 활용한 워밍업을 이어가며 점차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대표팀 합류 첫날은 시차 문제로 무척 힘들었었지만, 지금은 리스본에 있을 때와 느낌이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게 몸을 푸는 과정이 끝나고, 우린 다 함께 라커룸으로 돌아와 마지막 준비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이때 한쪽에서, 국영이 형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연예인 X나 많이 왔어!”
“뭐? 누구?”
“인스타에 온통 인증사진이야.”
“아, 그래서 누구냐고!”
국영이 형의 한마디에서부터 시작된 인스타 열풍이 라커룸에 휘몰아 닥친 가운데, 조용히 휴대폰을 보던 성용이 형이 내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야, 도망쳐라?”
“엥?”
성용이 형의 휴대폰 속엔 꽤 유명 걸그룹인 비너스의 멤버 하나가 내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이름이 아마 권우리였나 그럴 거다.
“그런데, 이게 왜요?”
“계속 내려봐.”
“…….”
우리 씨 이후로도, 꽤 많은 걸그룹의 멤버가 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찾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이런 사진들만 모여 있나 확인을 했는데, 알고 보니 성용이 형이 특정 해쉬태그를 검색했다.
바로.
“김다온 화이팅? 김다온 화이티잉~?!”
“말했지? 도망치라고 했다?”
“아이, 씨.”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팀 내의 솔로들에게 둘러싸인 나는 형들의 애정 어린(?) 손길을 듬뿍 받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좋지, 인마? 응? 좋지?”
“남자의 적이야, 이 새끼.”
“좋냐? 앙? 좋아?”
시쳇말로 다구리를 받게 된 나는, 비집고 나오려는 말을 틀어막으려 입을 가린 채 연신 수건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항복 사인에도, 형들의 애정은 감독님이 라커룸으로 들어설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응? 머리가 왜 그렇지?] [새로운 헤어스타일이죠.] [???]의아해하는 감독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앞에서, 형들은 그저 킥킥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젠장, 내 편은 하나도 없어!
이래서, 막내가 서러운 것이다.
***
(김정수) – JTBC 아나운서
“아, 제가 경기 전에 봤는데 말이죠. 김다온 선수의 인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거의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 온 것 같았습니다.”
(서현욱) – JTBC 아나운서
“외모와 실력을 모두 갖추었으니까요. 대한민국 역사상 축구를 가장 잘하는 10대로 평가를 받지 않습니까? 또 인터뷰나 이런 것을 보면 모범적이면서도 당돌하거든요. 많은 매력이 있는 선수라 생각합니다.”
(김정수)
“지금부턴 국가연주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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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느낀 점은, 형들도 전부 프로라는 것이었다.
경기 시작이 20분 정도 남았을 때부터는 장난기가 싹 사라졌고, 월드컵 예선이라는 것이 확 느껴질 정도로 비장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도옹해애물과아배액두우사안이 마아르고다아앓도로오옥-!”
“하!느님이 보오우우하아사.”
“우우리이 나라마안세에!”
열심히 애국가를 따라부르면서, 새삼 현재의 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라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축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나라는 사람을 사랑해주고 있는 팬들에 대해서 말이다.
형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팬들을 살갑게 챙긴다.
대한민국의 다른 종목들은 팬서비스 관련해 말들이 많지만, 축구는 늘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여기에 있어서만큼은 윗물부터 맑은 편이랄까.
팬들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선배님들치고, 현역시절 팬서비스를 소홀히 했던 사람은 없다.
올림픽팀에 합류했을 때도 태휘 형님과 성용이 형이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따로 강조했었고, 이번 A팀에서도 그런 전통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팀의 일원이란 자부심을 얻는 것 같기도 하다.
“길이보전하세에-!”
국가제창의 시간이 지나고, 난 옆을 돌아보며 자철이 형에게 애국가를 부르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야, 한 달 전에 불렀으면서 뭘 그러냐?”
“아, 그거랑 이거랑 달라요.”
“어떻게?”
“오늘이 좀 더 감동적이에요.”
“뭐? 또 개소리냐?”
“아- 진짜. 맨날 개소리래. 진짜 개소리 들려줘요? 멍! 멍! 으르르르- 월!! 월!!”
개 흉내를 내는 내 모습을 본 자철이 형이 엉덩이를 걷어찼고, 하나도 아프지 않다면서 메롱을 시전해준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덜미가 붙잡히게 되었다.
열심히 항복을 외쳐보지만, 자철이 형은 잘못했다고 말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을 거라며 계속 내 엉덩이를 걷어찼다.
당연한 말이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다.
진짜로 찬 건 아니거든.
“구자철! 김다온! 장난 그만하고!”
“넵!”
“네에-!”
동전 토스를 하고 온 태휘 형님이 전반전은 카타르의 선축으로 시작될 거라고 말했다.
“축구를 재밌게 하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이겨야 하는 경기야. 다들 집중하고.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실수했다고 가만히 있지 말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자. 알겠지?”
“네!!”
“좋아. 자, 가자! 한국!!”
“어-이!!!”
스크럼이 해산되고, 우린 각자의 자리로 빠르게 이동했다.
우선 벤치 반대편으로 이동한 난, 대강 자리를 잡고 한 번 더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곳곳에서 내 이름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관중석의 목소리에도 신경을 끌까 한다.
이제 난, 완전히 시합 모드다.
‘눌러앉겠지?’
경기를 준비하는 내내, 감독님과 우리는 카타르가 수비적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코칭스태프들에 비해 우리 선수들이 알고 있는 선수 개개인의 정보가 매우 부족한 편이다 보니, 플레이의 많은 부분이 즉흥적인 면에 기댈 것 같았다.
크로아티아와 경기를 할 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A팀 경기는 전술이나 전략보단 선수 개개인의 실력과 폼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전반전이 시작되고,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진 그라운드에는 귀에 익숙한 응원가가 처음부터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대애-한민국!!”}
짜작! 짝! 짝!짝!
{“대애-한민국!!”}
그리고 그것이 마치 일종의 부스터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속도를 끌어올린 난 빠르게 전진하여 볼을 잡은 카타르의 8번에게 달라붙었다.
‘실례 좀 할게.’
“!!”
왼발을 뻗어 축구공을 살짝 앞으로 쳐낸 나는 곧바로 왼팔을 사용해 카타르의 8번을 감으면서 그의 앞으로 치고 나가려 했다.
앞으로 달려나가지 못한 이유는 카타르의 8번이 날 붙들고 늘어졌기 때문인데, 난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휘슬을 분 일본인 주심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경고카드를 곧장 꺼내 들었다.
나이스, 심판.
자리에 누운 채, 난 씨익 웃으며 주심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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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카타르의 하미드 이스마에일. 전반 1분도 되지 않아서 경고를 받네요. 엄청나게 이른 시점 아니겠습니까?”
(서현욱)
“네, 그렇습니다. 지금은 김다온에게 볼을 빼앗긴다고 생각해 무리하게 잡아챘거든요. 너무 초반이라 경고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유이치 니시무라 주심. 좋은 판단을 보여줬습니다.”
.
항의 이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 카타르의 8번의 등엔, 이스마에일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카타르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대표팀에서는 측면 윙어를 보지만 클럽에선 오른쪽 풀백으로 뛰는 선수였다.
‘……아마 그럴 거야.’
양말을 정돈하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성용이 형의 엉덩이를 툭 두드리며, 앞쪽으로 나아갔다.
오늘은 기본적으로 사이드백의 위치가 굉장히 공격적인 곳까지 올라가 있을 건데, 주저앉을 가능성이 큰 카타르를 상대로 득점을 올리기 위해선 공격 숫자가 많아야 했기 때문이다.
카타르를 포함한 중동권의 팀들은 소위 말하는 ‘침대 축구’에 능했는데, 득점을 올리는 타이밍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저들이 원하는 흐름으로 진행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삼파올리 감독님도 오늘 우리에게, 공격 중심의 축구를 주문하셨다.
기존 밸런스를 중시했던 것을 잠깐 포기하고, 철저한 비엘사시즘을 추구하려고 하신 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퀘어 무브먼트’가 있다.
“형! 여기!”
제수스 감독님도 그렇고, 벤피카에서 뛰며 만난 포르투갈 이외의 유럽 클럽들 모두 전술의 밑바탕에는 ‘트라이앵글 포지션’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공수 2:1의 상황에서 볼을 쥔 쪽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하나뿐이 없지만, 3:1이 되면 옵션이 두 개가 되고 상대 수비에 혼란을 준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철학이다.
하지만, 비엘사시즘은 4:1의 상황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기존 트라이앵글 포지션에서 한 명의 선수를 더 추가해 4명을 만드는 것인데, 중요한 건 여기에서 네 번째 선수가 되는 사람은 볼이 움직이는 곳과 무관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오른쪽에서 트라이앵글 포지션이 전개될 때 반드시 왼쪽에서 공격적으로 위협을 줄 수 있는 움직임을 가져가야만 했다.
반대로 왼쪽에서 트라이앵글 포지션이 완성되면, 오른쪽에 있는 선수가 반대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
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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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아- 오프사이드로군요. 차두리의 위치가 조금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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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은 유럽의 축구를 모방해온 대한민국의 시스템 아래에선 무척이나 생소하고 또 어려운 축구였다.
가뜩이나 빠른 판단이 필요한 스퀘어 무브먼트인 데다가, 볼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반대편에서 움직임을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체력적으로도 힘든 플레이였기 때문이다.
특히 볼을 쥔 선수의 판단력이 부족하게 되면, 지금처럼 오프사이드에 걸리거나 경기의 템포가 크게 느려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철학을 이어받은 ‘비엘시스타’, 삼파올리 감독님은 오늘과 같은 경기에서는 이런 변화가 카타르를 당황케 할 것으로 판단하셨다.
대신 복잡한 전술을 수행할 수는 없는 관계로, 두리 형과 나 같은 사이드백에게 ‘네 번째 남자’로서의 역할을 맡겼다.
지금처럼 왼쪽에서 볼이 움직일 땐 두리 형이 적극적으로 오버랩을 펼치고, 반대일 때는 내가 오버랩에 나설 것이다.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건, 카타르의 수비 선수 하나를 잉여자원으로 만들어 중앙에서 뛰는 공격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과 패스 성공 시 단숨에 좋은 기회가 난다는 거였다.
또한, 공격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반드시 사이드백들이 상대 페널티에어리어 근처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도 있다.
이는 스퀘어 무브먼트와는 별개의 주문으로, 팀이 늘 공격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삼파올리 감독님의 철학과 깊숙이 연관된 것이었다.
파앙-!!
{“우와아아아-!!!”}
지금만 하더라도 자철이 형의 중거리 슛이 터져 나왔을 때, 나와 두리 형 모두 측면 공격수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근호 형과 흥민이 형 모두 공격 시엔 중앙으로 파고들거나 하여 풀백이 전진할 공간을 만들어주기에, 이런 식의 대형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거다.
전반 3분 만에 나온 유효슈팅 하나로 경기장 내의 분위기는 점점 더 뜨겁게 바뀌어 가고 있다.
그리고 코너킥을 준비하는 성용이 형.
“…….”
“…….”
형과 나는 곧장 눈을 맞췄고, 짧게 밀어 보낸 패스를 전달받은 나는 파포스트를 바라보며 뚝 떨어지는 느낌으로 크로스를 띄워 보냈다.
앞쪽으로 쇄도한 공격수들이 카타르 수비수의 시선을 끄는 사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간 태휘 형님이 헤더를 시도한다.
그리고 다시.
{“아아아–!”}
이어지는 골키퍼의 선방.
팀은 두 번째 코너킥을 얻어낸다.
“아까웠다.”
“네, 형.”
카타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좋았지만, 상대의 역습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우루과이에서 귀화한 공격수인 세바스티안 소리아(Sebastian Soria)는 분명 경계를 해야만 하는 선수였고, 지금도 보면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최종 수비까지 내려오지 않고 항상 하프라인 근처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은 두리 형과 보경이 형이 후방에 머물면서 막아주곤 있었지만, 언제든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이번엔 오른쪽에서 코너킥이 진행되는 관계로, 두리 형을 대신해 내가 최종 수비 라인까지 물러섰다.
‘힘이 좋다고 했지?’
작년 6월 카타르 도하에서 4:1 승리를 거뒀을 때도, 우리에게 유일한 실점을 안긴 선수가 바로 여기의 이 세바스티안 소리아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이동한 성용이 형이 다시 코너킥을 준비하고, 안쪽으로 띄워진 축구공이 누군가의 머리에 맞고 바깥쪽으로 흘러나왔다.
이를 향해 아까 그 카타르의 8번이 달려나갔고, 그는 앞쪽을 흘끗 쳐다보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온다.’
재빨리 축구공이 있는 곳에서 시선을 돌린 나.
가장 먼저 소리아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는 지금 보경이 형과 나의 사이에서 움직였고, 오른쪽 대각선으로 뛰어 골대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난, 그런 소리아만을 쳐다보며 스프린트를 일단 시작했다.
나란한 위치에서, 소리아가 오른팔을 뻗어 온다.
‘힘으로 해보자고?’
힘과 스피드 모두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소리아였지만, 난 그에게 그건 어디까지나 카타르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한정이라 말을 해주고 싶었다.
정말로 소리가 힘과 스피드를 다 갖춘 공격수라면, 진즉에 우루과이 대표로 뽑히지 않았을까?
얼마 전 FC 보르도의 디에고 롤란을 경험했던 내게, 소리아를 떨쳐내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
먼저 가슴팍 앞을 막은 소리아의 손 앞으로 왼팔을 집어넣으며, 난 그를 밀어내고 먼저 축구공 앞에 도달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곤 헤더로 성룡이 형에게 패스를 보냈다.
미수에서 그친 카타르의 역습.
난 달리기를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어림없지. 조금 더 해봐.] [!?] [이게 최선이야? 어린애도 그것보다는 잘하겠다.]벤피카에서 뛰며 호드리구에게서 배운 스페인어로 된 트래쉬토크를 소리아에게 날려주었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스페인어에 소리아는 잠깐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여유 있는 얼굴로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이며 도발이 너무 어설프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글쎄, 정말 어설펐는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일단, 지금은 내가 이겼다.
짝짝짝짝-!
응?
[잘했어!! 바로 그거라고!!]“…….”
역습을 막아낸 후 다시 수비 위치로 돌아가고 있을 때, 사이드라인 앞쪽까지 걸어 나온 감독님이 나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계신 것을 볼 수 있었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양손을 높이 들어 쌍엄지척을 보내왔고, 나 역시 오른손을 들어 거기에 화답했다.
뭐, 저렇게 칭찬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기분은 무척 좋았다.
대략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던 스프린트였었는데, 한번 이렇게 달리고 나니 몸이 완전히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 가자.’
이제부턴, 좀 더 제대로 경기에 임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