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05)
204화
2013년 4월 11일. 1500-313 리스본, 벤피카.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 시작 10분 전
SL 벤피카 (1) 0 : 0 (1) 뉴캐슬 유나이티드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Tactics(벤피카/상대팀) : 4-4-2(D6)/4-2-3-1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팀 크룰
RB ? 김다온 / RB ? 다니 심슨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마푸 양가-음비와
CB ? 루이장 / CB ? 스티븐 테일러
LB ? 이스마일리 / LB ? 다비데 산톤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요안 카바유
DM ? 안드레 고메스 / DM ? 제임스 퍼치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실뱅 마르보
LAM ? 니코 가이탄 / CAM ? 무사 시소코
ST ? 제로니모 베가 / LAM ? 조나스 구티에레즈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파피스 뎀바 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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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감독님에게 복잡하게 다가서지 않았다고 말을 했지만, 실은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처음 내 머릿속은 무척이나 복잡했고, 수십 가지의 생각이 찾아왔다가 멀어지길 반복했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어제 오전 훈련 때에는 꽤 많은 점이 명료해졌다는 것이다.
1차전이 끝난 뒤, 나는 구티에레즈와의 1:1 상황에서 원활히 풀어나가지 못한 것이 답답함의 원인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팀 전체가 부지런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무승부의 이유를 찾았다.
우선 1:1이 아닌 팀에 관련된 부분을 먼저 말해보자면, 그건 우리가 뉴캐슬의 압박에 초반부터 휘둘렸기 때문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최대한의 스프린트를 보여주는 것이 일상인 EPL과는 달리, 다른 환경에서 뛰는 우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전반 시작과 동시에 뉴캐슬이 거센 압박을 가해오다 보니, 덩달아 우리도 몸을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모된 에너지의 양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했던 것 같다.
후반전에 전술적으로 뉴캐슬을 앞서고도, 성과를 만들지 못한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오늘 팀은 웜-업의 강도를 평소보다 훨씬 더 높게 가져갔다.
몸 컨디션을 뉴캐슬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함이다.
평상시로 따지자면, 약 5분 정도를 뛴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었다.
“좋아! 몸이 너무 식지 않게 하자고! 저들에게도 4강 진출의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여기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우리가 오늘 이 경기를 잡을 거야!”
“VAMOS!!”
“가자!”
파이팅이 끝난 뒤에 밖으로 나서기 전, 난 어느새 일과처럼 되어버린 행동을 했다.
평생을 축구선수로 지내왔던 나와, 어릴 때부터 아이돌이 되길 꿈꾸며 연습생 생활을 했던 아영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통하고 있었다.
최근엔 서로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그때에 맞춰 길게 통화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꽤 많은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부디, 나 역시 그녀에게 같은 의미가 되는 사람이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럼 슬슬 가볼까?’
휴대폰을 라커 위에 놓아두곤, 몸을 돌려 라커룸을 빠져나간다.
오늘도 이 시합은 한국 시각으로 새벽 6시에 펼쳐지고, 아마도 아영이는 지금쯤 잠이 들어 있을 것이다.
2시간 전까진 잠을 안 자고 버티는 것 같았는데, 아까부턴 답장이 없는 것으로 보아 꿈나라고 갔나 보다.
보나 마나, 소파에서 잠이 들었겠지.
그럼 많이 불편할 건데.
‘그러게, 진작 자라니까.’
졸린 것이 분명한 목소리인데도 하나도 졸리지 않다고 말하던 것이 생각나,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겉모습과는 달리, 무척 귀여운 사람이다.
“응? 뭐야?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뭐가?”
“너 말이야. 아주 환하게 웃고 있는데?”
“그래? 중요한 시합이잖아. 긍정적이 되려는 거야.”
“하-! 배짱 한 번 두둑하네.”
“언제는 안 그랬고?”
“하-! 됐어. 얼른 앞에 서기나 해.”
“응.”
뒤쪽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마티치의 등을 두드려준 뒤에, 앞쪽으로 걸어가 비어 있던 자리에 섰다.
그러자 뒤를 돈 가라이가 주먹을 내밀어왔고, 이것 또한 하나의 루틴이었던 우리는 주먹을 부딪친 이후에 서로를 마주 보고 합장을 했다.
“느낌 아니까!”
“뭐라고?”
“느낌 아니까~”
현재 유행하는 코미디프로의 대사를 가라이에게 말해줬었는데, 그는 잊지 않고 이럴 때마다 꼭 그 말을 반복했다.
제법, 발음도 훌륭하다.
받침이 적어 그런가?
반대편에 선 뉴캐슬 선수들에게로 시선을 돌리니, 그들 역시 편안한 얼굴로 시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겉모습만을 보았을 때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그들이나 우리 모두 그것을 잘 감춰두고 있을 뿐이다.
어찌 떨리지 않겠나?
유로파 8강인데.
“저어-”
“응?”
“손잡아 주세요.”
“하하. 그래.”
오늘도 어김없이 유로파를 위한 에스코트 키즈가 함께했는데, 난 똘똘해 보이는 아이가 내민 손을 붙잡으며 입장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오래 지나지 않아 앞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유로파의 공식 테마와 함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난 준비 됐어.’
지난 일주일, 나는 꽤 많은 것을 깨달았고 또 더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단순한 머릿속 상상으로만 남겨두지 않기 위한 충분한 준비 역시 되어 있다고 믿는다.
이제 남은 건, 그게 옳았는지를 증명하는 것뿐.
그 일은, 온전히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Good luck, Good luck.”
뉴캐슬의 선수들과 형식적인 악수를 주고받으며, 그보다 더 형식적인 말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나였다.
***
사실 뉴캐슬에게 있어, 김다온의 장점을 억누르는 작업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쉬운 일이었다.
어째서인지 몸싸움을 조금 기피하는 성향을 보였던 데다가, 때마침 팀에는 이런 수비수들에게 쉽게 우위를 점하는 구티에레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경기를 분석하던 앨런 파듀는 이런 김다온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다고 판단했고, 구티에레즈의 역할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주목받는 풀백을 평범한 선수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른 것처럼 보인다.
“욱-!!”
삐-익!!
.
.
·전반 07분
SL 벤피카 0 : 0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뒤에서 떠밀려 바닥을 뒹군 조나스 구티에레즈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주심을 올려다본다.
그러곤 양팔을 들어 올려, 너무하지 않느냐는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주심은 그것을 무심히 받아낸다.
“하아- 빌어먹을.”
오늘 주심을 맡은 앙토니 고티에(Anthony Gautier)는 파울-콜은 적당했지만, 카드를 꺼내는 데에는 조금 관대한 편이었다.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던 구티에레즈이긴 했는데, 그럼에도 이런 어필을 해본 것은 초반의 흐름이 예상대로 풀려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측면의 압박이 무척이나 거셌다.
‘후우- 죽겠네.’
조나스 구티에레즈는 현재, 생각보다 훨씬 더 거친 김다온의 플레이에 약간 당황한 상태다.
‘대체 무슨 일이야? 저 녀석.’
분명 1차전 때까지만 하더라도, 뉴캐슬과 구티에레즈의 기준에 김다온은 ‘소극적인’ 수비수였다.
공격수가 패스를 받기 전부터 압박을 가해오는 EPL의 수비수들과는 달리, 김다온은 상대가 볼을 받아드는 과정에서는 그리 큰 간섭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구티에레즈는 1차전 때 왼쪽 측면과 중앙미드필드 또 센터포워드 위치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고, 이는 벤피카의 후방 빌드업을 압박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게다가 수비적인 능력 또한 탁월한 구티에레즈였기에, 김다온에게 1:1 돌파 역시 잘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오늘 김다온은 굉장히 거칠게 구티에레즈를 압박하여, 그가 패스를 받아드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결국, 구티에레즈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여긴 아냐!! 저쪽!!”
김다온의 위치가 거슬렸던 구티에레즈가 손을 휘저어 빌드업의 방향을 바꾸었고, 흐름이 끊기면서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해진 뉴캐슬은 공격의 템포가 늦춰지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벤피카는 수비 진영을 조금 더 공고히 가져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공격하는 측은 1:1에 많은 의존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축구공이 멀어지자, 김다온은 다시 거리를 벌렸다. 그러다 다시 중앙으로 패스가 향했을 땐, 재빨리 거리를 좁혀 구티에레즈와 2m 내외의 간격을 유지했다.
이런 식으로 수비하게 되면 상당히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데, 그런 만큼 효과는 확실한 편이었다.
‘분명, 지칠 거야.’
어떠한 수비수도, 이렇게 많은 활동량과 몸싸움을 90분 내내 가져갈 수는 없다.
그것을 잘 알고 있던 구티에레즈였기에, 그는 에너지를 아껴가며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효율을 추구하는 특유의 성격이 드러난 것이었고, 오랜 기간 이런 방식으로 뛰는 것이 익숙했던 구티에레즈는, 이것이 단점으로 작용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의 팬들로부터 ‘El Galgo(그레이하운드)’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구티에레즈는 그 애칭답게 굉장히 빠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게으른 선수란 평도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외면을 받고 있다.
‘이게, 옳아. 지금은 쉬어가야 해.’
하지만 90분 동안 전력질주를 할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그에겐, 효율을 중시하며 본인의 스타일대로 상대 수비를 끌어들이는 건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지난 1차전에서도, 김다온을 본인의 영역으로 불러들여 힘 싸움을 펼친 것이다.
몸싸움을 꺼리는 김다온에게 억지 힘 싸움을 유도함으로써, 그가 계속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도록 만들었다.
또 가끔은 전력 질주를 하여, 그가 속도에서도 딱히 우위를 가져가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10~20m 거리의 짧은 스프린트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구티에레즈였으니까 말이다.
“뒤! 뒤!!”
“…….”
그러나, 오늘 그는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좀 더 정확히는, ‘지금 당장은’ 하고 싶지 않았다.
김다온과의 몸싸움이 본인의 체력을 먼저 소모 시킬 수도 있다고 판단한 구티에레즈는 이미 기어를 낮춰놓았고, 그는 자신을 더 좋은 선수로 이끌지 못한 단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모든 인간에게 있어 예외 없이 치명적인 나태함을 말이다.
분명 구티에레즈는 때때로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택과 집중이 잘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오늘처럼 경기가 풀려 이른 포기를 하고 나면, 그가 지닌 가장 큰 장점 역시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이를, 김다온은 무척 영리하게 이용하려 한다.
“간다!!”
“응? 뭐야! 언제 저기에…….”
구티에레즈와는 조금 다른, ‘일관된’ 부지런함으로써.
SL 벤피카 오른쪽 사이드백의 오버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순간, 뉴캐슬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
남미 출신 선수 중 일부에게 ‘게으르다’라는 평이 있는 것을 두고, 난 일종의 편견이라고만 생각을 해왔다.
특히, 이곳 벤피카에서 부지런한 남미 출신을 접한 이후론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건 편견이 아니었던 것 같다.
‘느려졌어.’
뉴캐슬 원정에서 구티에레즈와의 1:1 때 내가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가 굉장히 높은 위치에서부터 전방압박을 가해왔기 때문이었다.
패스를 받아드는 위치로 이동할 때마다 어째서인지 늘 가까운 곳에 서 있었는데, 그래서 난 구티에레즈가 무척 부지런한 선수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경기 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구티에레즈의 다른 경기 영상까지도 계속 돌려보고 나니, 난 그것이 그의 교묘한 술수였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조나스 구티에레즈는, 본인이 충분히 준비된 상황에서의 1:1을 유도할 줄 아는 그런 남자였던 거다.
그는 의도적으로 라인을 높여, 내 위치를 강제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주로 패스 경로를 차단하는 일에만 집중했는데, 지난주 뉴캐슬이 중원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팀의 빌드업이 원활치 못했던 것도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구티에레즈는 피치 위에서 절반 정도는 천천히 걸어 다니는 유형이었다.
그는 아주 짧은 순간에만 전력 질주를 하여, 딱 필요한 만큼만 에너지를 썼다.
물론 이것을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만큼 영리하다는 것이니까.
무엇보다, 이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선수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그 ‘필요한 만큼’ 이상으로 무언가를 쥐어 짜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그 대단한 계산이 엇나가면 말이다.
난 이것이 몹시 궁금해졌었고 몇 번의 영상을 더 돌려본 끝에, 그런 상황에서는 구티에레즈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때를 기다리려고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면 고작해야 몇 초. 길어봤자 1분 정도에 불과하긴 했지만, 구티에레즈가 집중력을 잃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가 한참을 뛰지 않고 5m 정도 되는 반경 주변을 걸어 다니기만 하는 것을 보며, 이를 신호라고 판단했다.
‘가자!’
마티치가 시소코의 드리블 돌파를 차단해 볼을 빼앗아낸 순간, 난 팀의 역습이 시작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곧장 뒤로 움직이던 것을 멈추면서 전진을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구티에레즈의 옆을 스쳐 지났다.
[왼쪽! 막아!]가까운 쪽에 있는 뉴캐슬의 벤치에서 뭔가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슬쩍 옆을 돌아본 나는 어느새 중앙으로 움직여 수비를 끌어들인 베르나르두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팔을 앞쪽으로 뻗으며, 그가 들을 수 있을 만큼의 큰 목소리로 외쳤다.
“베르나르두!!!”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베르나르두는 왼발을 멋들어지게 움직여 마티치가 보낸 전진패스의 방향을 슬쩍 바꿔 놓았다.
‘귀여운 녀석! 바로 이거야!’
베르나르두가 좋은 축구선수인 이유는, 금방 역습 상황에서 택한 그의 모든 행동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분명 수비 때만 하더라도, 베르나르두는 내 앞쪽에 머물면서 뉴캐슬의 왼쪽 풀백인 다비데 산톤(Davide Santon)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뉴캐슬이 좀 더 적극적으로 측면을 이용하려 한다면, 날 도와줘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티치가 볼을 빼앗아낸 순간, 베르나르두의 선택은 측면을 버리고 센터서클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자 가까운 곳에 있던 다비데 산톤 역시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자연히 오른쪽 측면에는 많은 공간이 생겨났다.
분명 베르나르두는 이런 방식으로 공간이 생겨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무척 어려운 플레이다.
또 그뿐만 아니라, 베르나르두는 지금 상대가 파울로 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마티치의 패스를 받아두지 않고 논스톱으로 방향만 바꿔 보내는 기술을 보여줬다.
그렇게 센터라인 앞쪽으로 굴러가게 된 축구공은 정확히 내 발밑에 도달했고, 고개를 들어 바라본 뉴캐슬의 진영에는 센터백 스티븐 테일러(Steven Taylor)만이 홀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반대편으로 시선을 조금 옮기면 더 많은 뉴캐슬 선수들이 있지만, 지금 직접적으로 내게 관여할 수 있는 사람은 스테븐 테일러가 전부였다.
센터백이 왼쪽 측면을 커버하기 위해 달려온다는 건 그쪽이 비었다는 뜻이지만, 아마 거기론 산톤이 커버를 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쪽으로 파고들 동료를 생각하며 드리블의 속도를 늦추는 건, 오히려 뉴캐슬의 수비가 바라는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선택은 바로.
“!!”
‘비켜.’
살짝 보폭을 조절해 템포를 늦추는 척하다가, 곧장 오른발로 축구공을 길게 차 넣으면서 앞으로 달려나가는 일이었다.
보폭만으로 속임수를 준 것인데, 니모가 무척 잘하는 거다.
짧은 드리블에서 갑자기 길게 볼을 차는 동작으로 바꾸는 내 모습에, 당황한 스티븐 테일러가 몸을 들이밀어 온다.
하지만 먼저 상체를 빼낼 수 있었던 난 어렵지 않게 압박을 빠져나왔고,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꼭짓점 부근에 도달하고 나서야 왼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러자 시야의 끝에서,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유니폼의 색은 빨강.
또 머리는.
‘금발. 니모.’
만약 눈에 들어온 것이 검은색 머리카락이었다면, 난 축구공을 앞쪽으로 띄워 놓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쇄도하며 슈팅을 밀어 넣는 일은 카르도소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 중 하나였고, 양가-음비와가 좋은 힘을 지니긴 했지만, 거기에 밀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패스를 받을 대상은 제로니모였고, 난 녀석이 좋아하는 상황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치고 들어갔다.
난 옆쪽 페널티라인을 따라서 더 움직였고, 그러는 사이 산톤의 커버가 이뤄지며 뉴캐슬의 수비 진영이 갖춰졌다.
그럼 내가 실수한 것 아니냐고?
‘아니, 전혀.’
다시 옆을 돌아본 순간, 좀 더 가까워진 제로니모가 보였다.
골대를 향해 뛰어들던 제로니모는 페널티 스팟 부근에서 곧바로 방향을 바꿔, 내가 있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선택했을 것이다.
크로스 된 축구공을 향해 쇄도하여 슈팅을 밀어 넣는 것이나 헤더를 시도하는 일은, 내 친구가 딱히 좋아하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제로니모는 이런 것을 더 좋아한다.
팡-!
난 골라인 부근에 다다른 뒤에, 정확히 제로니모를 겨냥하며 컷백을 보냈다.
그러자 녀석은 축구공을 정확히 발 앞에다가 놓아두었고, 그대로 오른발을 휘두르는 척하다 몸의 위치를 반대로 돌려놓으면서 왼발 슈팅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커버에 들어갔던 다비데 산톤이 제로니모의 곁을 스쳐 지났다.
만약 오른발로 슈팅을 했더라면, 지금 산톤의 저 태클에 걸릴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던 제로니모는 한 번의 속임수 동작을 주어 수비를 벗겨냈다.
완전히 자유로워진 제로니모.
골대와의 거리는 불과 8m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저 위치라면.
‘놓치면 죽여 버릴 거야.’
제로니모가 득점에 실패할 확률은 극히 낮을 것이다.
왼발 슈팅과 함께 떠오른 축구공이, 정확히 반대편으로 날아 골대 상단에 박힌다.
촤르르륵-!
삐-익!!
관중들의 커다란 함성과 함께 득점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달려오고 있는 제로니모를 두 팔 벌려 맞이한다.
녀석은 내 앞에서 폴짝 뛰어올랐고, 녀석을 안아 들었던 나는 곧장 다시 내려놓으며 함께 어깨동무하곤 관중들을 돌아봤다.
“이야아아아아-!!”
“VAMOS!!!”
그렇게 셀레브레이션을 마친 뒤, 다시 수비 진영으로 움직이는 내 앞에 허리춤에 손을 얹은 구티에레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센터라인 주변에 있었다.
장담하건대, 득점 전 마지막 순간에도 지금 저 자리였을 거다.
“덕분에 많이 배웠어.”
[??]“진짜로. You are good man.”
[…….]진심으로 보낸 칭찬이건만, 구티에레즈는 내가 자신을 놀리는 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뭐, 당연한 건가.’
전반 12분, 우린 처음으로 8강에서 뉴캐슬에 앞서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