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06)
205화
프로레벨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경기를 치름에 있어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대다수의 선수가 ‘절반’이라고 답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어 ‘그렇다면 너는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현재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역시 해당하는 이야기다.
포르투갈은 물론이고, 포르투갈 리그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남미의 국가 대부분이 이런 스포츠 심리에 대해 무척이나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찌감치 축구선수의 심리 상태에 관심을 보인 독일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독일은 DFL(Deutsche Fußball Liga)이 앞장서서, 모든 프로 클럽의 유소년 팀에 심리학자를 고용하도록 권유해왔다.
장차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는 어린 선수들이 일찍부터 프로의 자세를 배우도록 함과 동시에, 그들이 피치 위에서 불필요한 감정을 숨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DFL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그들이 프로가 되었을 때 경기력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2002년 월드컵 준우승을 계기로 추진 된 이 정책은, 현재에 와서는 사람들이 독일을 축구선수의 심리를 다루는 데 가장 으뜸인 국가로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독일의 적극적인 정책 속에서 Vfl 보훔에서 근무하다, SL 벤피카로 직장을 옮기게 된 남자가 하나 있었다.
스포츠 심리학자 겸 스포츠 심리치료사 하인리히 그로스(Heinrich Gross). 그는 선수들이 심리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정작 그것을 관리하고 또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포르투갈로 건너왔을 때는, 본인이 독일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알려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나 벤피카에서 근무한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갔지만, 이곳엔 여전히 그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남미나 스페인에서 온 선수들의 경우, 스포츠 심리학을 다루는 걸 ‘남자답지 못한 행위’로 치부하며 정기적인 면담 자체를 꺼리는 모습도 보였다.
심지어 일부는, 그로스를 사이비나 겁쟁이라 불렀다.
그럴 때면 본인의 처지가 서글퍼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인리히 그로스는 자신을 믿고 의지해주는 이들을 보며 늘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본인의 조언을 얻은 선수들이 경기력을 되찾아 좋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걸 볼 때면, 말로 설명하기 힘든 뿌듯함과 기쁨이 함께 찾아왔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처럼 말이다.
.
.
·전반 23분
SL 벤피카 1 : 0 뉴캐슬 유나이티드
벤피카의 오른쪽 진영에서 1:1 돌파를 시도한 뉴캐슬의 윙어 실뱅 마르보(Sylvain Marveaux)가, 금방 날카로운 띄워 올렸다.
그리고 이는, 2선에서 파고드는 무사 시소코에게 향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 한 남자가 등장한다.
파악-!!
{“우오오오-!!”}
“이봐!! 집중해야지!!”
실점 이후, 뉴캐슬의 반격은 거세어지고 있다.
관중석에서 울려 퍼진 탄성 소리를 들으며, 조르제 제수스는 이스마일리를 향해 집중하라는 손짓과 목소리를 보냈다.
지금은, 수비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순간이다.
그래도 다행히 헤더로 이어지기 직전 김다온이 시소코의 진로 앞에 나타났고, 한발 앞서 축구공에 머리를 가져다 대며 골라인 밖으로 클리어해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현시점까지, 김다온은 1차전의 부진을 몽땅 털어버리고 공수 모든 부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폭발적인 오버랩으로 선제 득점을 어시스트한 것은 물론, 전반 15분에는 골이 될 것 같았던 양가-음비와의 헤더를 골포스트 앞에서 막아내며 실점 상황에서 팀을 구하기도 했다.
또 지금은 동료의 실책을 덮는 수비를 했다.
이런 모든 과정을 벤치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던 하인리히 그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지금, 일주일 전과 전혀 다른 김다온의 플레이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렇지만 사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김다온과 그로스는 그리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다.
그로스에게 김다온은 심리적인 접근 방법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 중 하나처럼 보였고, 지난 15개월 동안 개별적인 진행되었던 상담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난 72시간 동안, 두 사람은 누구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변하게 된 계기는 벤피카가 뉴캐슬에서 돌아온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가기 전 김다온이 그로스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면서부터였다.
그로스는 지금도 그 노크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똑똑똑-
[“저, 하인리히?”] [“응? 무슨 일이지?”] [“혹시 제가 너무 쫄보처럼 뛰나요?”] [“뭐?”]갑작스러운 방문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로스는 이내 정신을 차리곤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란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안으로 들어선 김다온이, 천연덕스럽게 의자에 앉으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 가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당시 그가 지니고 있던 고민이었다.
[“제가 너무 몸싸움을 피하지 않나 해서요.”]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볼래?”]김다온이 뛰었던 덴마크와 포르투갈 리그 모두, 빅리그 바로 아래 단계로 평가받는 수준 높은 무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만큼, 모든 경기가 치열하다.
이런 수준에서 우수한 선수로 평가받아왔고 또 평가받고 있는 사이드백이 몸싸움을 기피한다는 건, 일반적으론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나, 그로스의 맞은편에서 진지한 눈빛을 빛내고 있던 김다온은 자신이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영상을 좀 돌려봤는데, 제가 계속 몸싸움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전에는 미처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뉴캐슬 경기를 보니까 좀 달랐어요.”] [“달라? 어떻게?”]계속되는 김다온의 이야기를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그로스는, 그가 지금 느끼고 있는 문제가 그의 습관에서 온다는 것을 쉽게 파악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뛰던 내내 왜소한 편에 속했던 그는, 본인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 몸싸움을 회피하는 선택을 했었다.
그렇지만 그러면서 전혀 다른 수비기술을 익히기 시작했고, 상대의 전술과 패턴을 빠르게 파악하는 등의 생존본능과도 같은 것들을 자연스레 습득했다.
하지만, 과거엔 영리하다고 평가를 받았던 이런 습관이 지금에 와선 되레 단점이 되어버렸다. 인제 와서는 몸싸움을 꺼릴 이유가 전혀 없으나, 몸에 밴 것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는 무의식중에 손톱을 물어뜯거나 하는 행동과 비슷한 것으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인리히 그로스는 SL 벤피카에 속한 스포츠 심리학자였고, 김다온의 고민을 단순한 습관으로 치부하며 넘겨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무엇보다, 눈앞의 사내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로스는 김다온이 말한 ‘소극적인 버릇’이, 실제 경기력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어차피 할 일이 많이 없었던 그로스는, 지난 72시간 동안 스태프들과 함께 세 차례의 미팅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김다온이 뛴 모든 경기의 영상을 확인했고, 코칭스태프로부터 전문적인 조언도 얻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로스는 변화를 주어야 할 때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김다온은, 조금 더 자신의 신체를 활용하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래서 그는 이런 상담내용을 바탕으로, 조르제 제수스에게 리포트를 제출하는 한편, 김다온에게도 개인 훈련의 루틴과 내용을 조금 바꿀 것을 권유했다.
다행히도 이는 양쪽 모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었고, 차후 약간의 변동이 있을 예정이었다.
[“넌 이제 더는 키 작은 꼬마가 아니잖아. 왜소하지도 않고. 그리고 가끔 네 힘이 발휘되는 장면을 보면, 난 네가 굉장히 힘이 강한 남자라고 생각해.”] [“강한 남자…… 잘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저를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음. 어쩌면 바로 그게 문제일 수도 있겠네.”] [“??”] [“네가 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는 거야. 자신감과는 무관한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로스가 보기에, 이번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유로파리그 8강은 김다온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좋은 기회였다.
빠르고 거친 EPL 클럽을 상대로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면, 김다온은 앞으로 훨씬 더 다양한 방식을 가져갈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는, 그의 현재와 미래 모두에 있어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하인리히는 김다온의 동의 아래, 앞으로 함께 많은 것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물론 그가 다가오는 여름에 당장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욱-!!”
“에-이! 이봐!!”
지금도 위험지역 바깥에서 구티에레즈가 볼을 잡은 순간, 김다온이 강하게 그를 압박하여 축구공을 빼앗아냈다.
기술적인 것이 아닌 순수 힘을 바탕으로 한 수비였는데, 사이드라인 바깥쪽으로 밀려난 구티에레즈를 보며, 앨런 파듀가 불만을 제기했을 만큼 꽤 과격한 동작이었다.
하지만 휘슬은 울리지 않았고, 주심 앙토니 고티에는 오히려 넘어진 구티에레즈를 향해 얼른 일어나란 손짓을 보냈다.
볼을 가로챈 김다온의 빠른 전진 패스는 베르나르두 실바를 거쳐 제로니모 베가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 공격 타이밍을 포착해 페널티에어리어로 쇄도하던 김다온의 발 앞으로 연결된다.
축구공을 한 차례 잡아두고 시도한 슈팅.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스티븐 테일러의 발을 맞고 골라인 밖으로 벗어나 버린다.
인상을 찌푸리며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 김다온.
오른쪽에서 대각선으로 찔러 들어가던 상황이라, 오른발로 슈팅을 하기가 적절하지 못했다. 축구공을 발아래에 두려고 트래핑을 한 번 해두었던 판단이 조금 아쉬웠던 순간이다.
만약 왼발로 곧장 슈팅을 시도했더라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김다온의 왼발 슈팅은 정확도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DA-ON!!, DA-ON!! , Eu irei cantar!”}
(다온!! 다온!! , 너를 위해 노래할게.)
오늘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 모인 팬들은, 그가 지금까지의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팬들과 같은 심정이었던 그로스는 앞을 바라보던 중, 갑자기 옆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껴 고개를 돌렸다.
“응?”
고개를 돌린 그가, 가까이 선 사람을 바라본다.
조르제 제수스가 그로스의 근처에 있었다.
“잘해줬네. 아무래도, 자네의 수고가 성과가 있었던 것 같군.”
“네. 그러게요. 고마워요, 조르제.”
“별말을.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온화한 표정으로 다가온 조르제 제수스에게서 감사를 받게 된 그로스는, 지금의 이런 순간 때문에 현재 하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자신의 공로를 아는 사람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림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야.
‘저런 녀석이 더 빛을 볼 수 있는 거야.’
하인리히 그로스는 늘, 주인공이 되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되려는 이들에겐 항상, 크고 작은 역경이 닥쳐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 자신과 같은 조연이 힘을 줄 수 있는 거다.
어두운 터널에 접어드는 일은 항상 괴롭지만, 그 끝에서 맞이하는 빛은 항상 더 밝게 느껴진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하인리히 그로스는 항상, 잠깐 터널에 접어든 선수들을 다시 밝은 빛으로 이끄는 게 자신이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다.
오늘만 하더라도, 그의 도움을 받아 짧은 터널을 빠져나온 검은색 머리카락의 풀백이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있다.
“…….”
흐뭇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는 그로스의 입가엔, 아까부터 미소가 떠나지 않는 중이다.
그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충만하다.
***
·전반 36분
SL 벤피카 1 : 0 뉴캐슬 유나이티드
시즌의 끝이 거의 보이기 시작한 지금, 일주일 전에 나를 붙들고 있었던 것은 체력이었던 것 같다.
A매치를 위해 한국에 다녀오고 또 곧바로 시합을 뛰고 그러자마자 잉글랜드로 다시 이동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체력이 떨어지고 또 그게 정신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자, 이 두 가지 요소와 연관된 경기력도 마찬가지로 떨어졌다.
고작 한 경기일 뿐이지만 내겐 꽤 괴로운 상황이었고, 기준치보다 낮은 퍼포먼스를 보인 나를 용서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분명 얻는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의 현재를 한번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였다.
그리고 그 결과, 상대를 아는 것만큼이나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크!’
강한 압박을 시도해온 구티에레즈로부터 볼을 지켜낸 지금, 이런 생각은 더욱 짙어진다.
오늘 경기를 뛰면 뛸수록, 내가 구티에레즈에 대해 최근 알게 된 것보다도 더 많이 그가 나를 알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노력과 역량은 별개의 문제기에 차치해 두고서라도, 구티에레즈가 날 안다는 것을 몰랐던 게 경기력 자체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가 어떤 습관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구티에레즈는 어김없이 나를 방해하고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필요한 만큼 뛰는 것에 능숙한 구티에레즈이기에, 습관을 역이용하는 것은 수월한 일이었을 거다.
반면, 나는 여전히 100% 구티에레즈의 모든 것을 알진 못한다.
다만, 내 플레이에 변화를 주려 노력하고 있다.
“에-이! 천천히 해도 돼!”
실점 이후 약 20분 동안 우리를 맹렬하게 몰아붙였던 뉴캐슬의 힘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전방에서의 압박이 느슨해지면서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는 일이 다소 수월해졌고, 뒤쪽이 안정을 되찾자 자연스럽게 미드필드는 라인을 높이는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이드백 역시 마찬가지로, 미드필드와 함께 위치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뉴캐슬이 1차전이라든가 혹은 오늘 경기 초반에 보여줬던 강한 압박은, 지금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벌써 지쳐버린 것 같은 구티에레즈가 나를 억지로 외면하는 것처럼도 느껴지고 있다.
EPL의 팀이라고 해서 체력적으로 우리보다 더 강인할 줄 알았는데, 결국 저들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이것도 당연한가?
“반대로오-!!”
“넓게 벌려!!”
빌드업을 돕기 위해 8번(CM) 포지션까지 이동했던 베르나르두가 좋은 방향전환 패스를 보여주고, 왼쪽으로 이어진 패스는 니코를 거쳐 오버랩을 시도한 이스마일리에게 전달된다.
위험한 크로스를 허용할 때마다 자주 언급되어서 그렇지, 이스마일리는 최근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꾸준했다.
당연히, 좋은 쪽으로 말이다.
이스마일리는 좋은 풀백이다.
파앙-!!
다니 심슨을 상대로 1:1 돌파에 성공한 이스마일리의 왼발 크로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향하고, 앞으로 멀리 달려 나온 팀 크룰 골키퍼가 이를 펀칭으로 걷어낸다.
그리고 제법 먼 위치까지 튕긴 축구공을 받아든 건 파피스 시세였는데, 그는 곧장 몸을 돌려 역습을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적절하게 달라붙은 루이장을 뚫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결국 밀려나게 된 그는 측면을 보며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난 이 과정에서, 지체하지 않고 구티에레즈에게 몸을 밀착시켰다.
“윽-!”
지금도 구티에레즈는 몸을 돌려 앞으로 달려나가려고 했는데, 볼이 없는 상태에서부터 몸싸움을 시작하자 결국 얼마 달리지 못하고 스프린트를 멈추게 되었다.
모르는 이가 봤다면, 끈기 부족이라 말했을 거다.
그래서 역습을 하려던 뉴캐슬의 시도는 무위로 끝나버리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이 답답했는지 구티에레즈가 나와 엉킨 팔을 거칠게 뿌리쳐버렸다.
{“에에-이!!!!”}
{“뭐야?! 죽고 싶어?!”}
다소 과격했던 동작에 곧장 관중석이 반응했고, 이내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는 구티에레즈를 향한 거친 문장들이 쏟아져 내렸다.
일부는 스페인어였는데, 비록 그것을 알아듣진 못했지만 과격한 내용일 것이라는 건 장담할 수 있었다.
“이봐! 앞으로 보내.”
“Sim!”
모라에스에게서 스로인을 전달받아, 곧장 카르도소를 겨냥해 축구공을 길게 보냈다.
이는 피치 위 선수들의 비율 때문이었는데, 팀의 후방 빌드업 지점을 기준으로 뉴캐슬의 선수들 숫자가 더 많아 뒤에서 볼을 돌리는 건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뉴캐슬의 기동력이 상당히 느려진 관계로, 지금까지 잘 유지해왔던 중앙 미드필드의 간격 유지가 되지 않고 있었다.
우리도 우리지만, 뉴캐슬 역시 유로파와 리그를 병행하는 힘겨운 일정을 소화했다는 게 새삼 체감되는 순간이다.
또 실점 이후로 뉴캐슬 전체가 기어를 끌어 올리는 바람에, 우리보다 더 많이 뛰어다닌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거다.
특히 구티에레즈의 경우, 피치에서 뛰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피곤해 보인다.
어쩌면, 후반전에 교체될 수도 있겠다.
‘대체 왜 내가…….’
모든 일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렵게 여겨졌던 상황이 풀린 지금은 대체 내가 왜 그렇게 어려워하고 또 힘들어했는지가 궁금했다.
지금 이렇게 상황이 뒤바뀐 이유야 잘 알지만 말이다.
결국은 아는 것이 곧 힘이었다고나 할까?
의문이 풀리고 또 마음이 내킬 때까지 영상을 계속 돌려봤었던 것과 현재의 내가 누군가에게 분석을 당하고 있으며, 또 그로 인해 정형화되려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왜 구티에리즈가 나를 상대로 그토록 편안하게 뛰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내가 적극적인 몸싸움을 피한다는 것을 안 저 남자는, 항상 깊숙하고 좋은 위치에서 볼을 받으려고 했다.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는데, 돌파 후의 위치를 그냥 허락해 버린 셈이었달까?
평소엔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체력적으로 저하된 것과 맞물리면서 더 소극적으로 뛰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 볼을 잡기 전부터 구티에레즈를 괴롭히며 밖으로 밀어내자, 그는 날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1:1 상황에서 돌파할 기술이 부족하다는 단점만이 도드라져, 그는 지금 왼쪽에서 거의 영향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평소 잘 하지 않던 거친 몸싸움을 꺼리지 않았던 게, 정확히 먹혀든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이전처럼 뛰는 것을 선호하고 또 그렇게 뛰며 더 편안함을 느끼지만, 앞으론 상황에 따라 플레이에 변화를 줘볼까 한다.
아까 무시를 당하긴 했지만, 구티에레즈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던 건 정말 내 진심이었다.
그가 날 집요하게 공략해준 덕분에, 현재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어?”
“뭐, 뭐야?!”
그런데 전반전이 이대로 정리되는가 싶었던 상황에서, 갑자기 뉴캐슬의 진영에서 실책이 터져 나왔다.
내게서 밀려 나가며 하프라인 아래에서 패스를 받아들었던 구티에레즈가, 다소 성의 없이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보냈던 것이 화근이었다.
애매한 위치로 굴러가는 축구공을 향해 제로니모가 달려나갔고, 녀석은 달려나오는 팀 크룰 골키퍼에 한발 앞서 볼을 따내는 것에 성공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
그래서 다들 조금 얼어 있다.
속도를 살려 달려나간 퍼스트터치에 팀 크룰 골키퍼가 벗겨지고, 아무도 없는 골대 안으로 축구공을 밀어 넣는 일은 제로니모에겐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또 예상조차 못 했던 전반 추가시간에서의 추가득점이 터져 나왔다.
시리즈 전체의 스코어는 3:1이 되었고, 승리의 추가 급격히 우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난 수비 진영에 서서 오늘 2득점을 기록한 제로니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는데, 좀 더 가까운 곳에는 쪼그리고 앉아 머리채를 움켜쥔 구티에레즈가 있었다.
내가 저 남자를 저렇게 만들었다고 봐도 될까?
낯부끄럽지만,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축구란 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일이 벌어지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었던 행동 하나가 나비효과가 되어 커다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구티에레즈를 최대한 먼 쪽으로 밀어내려고 했던 것이, 어찌 보면 이번 득점 상황의 어시스트였던 셈이다.
삑-!! 삐-익!!
뉴캐슬의 킥오프와 동시에 주심이 전반전을 끝냈고, 만족스러운 기분을 지닌 채 라커룸으로 들어설 수 있었던 우린 걸어가는 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그런 우리의 얼굴엔, 4강으로 진출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가득했다.
남은 후반 45분을 잘 뛰어야 하겠지만, 뉴캐슬을 평범한 팀으로 인식한 지금은 그들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님 역시, 우리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이 지나면, 우리가 4강으로 간다.”
“그래-!! 바로 그거야!!”
“가자!! 힘내자고!! 방심하지 마!!”
A매치를 다녀온 후, 지난 2주는 내게 조금은 힘든 시간이었다.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반면, 눈앞의 현실은 이런 날 가만두지 않고 거세게 휘몰아쳤다.
거기에서 버티는 건 무척 어려웠지만, 그래도.
‘……얻는 건 있었어.’
여전히 배울 무언가가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지금 내겐 그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었다.
유로파리그 4강 진출이 가까워졌다는 것보다 더 말이다.
이쯤이면, 조금 병이려나?
훨씬 더 많이, 지금보다 축구를 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