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07)
206화
무대 뒤.
이것보다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 적합한 단어는 없었다.
“어떻게 됐죠?”
“동점일세. 아마, 그들이 다음 상대가 될 거야.”
“…….”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소파에 앉는 것을 보며, SL 벤피카의 단장 에두 크루즈가 리모컨을 집어 들어 TV의 전원을 껐다.
삑-!
훨씬 조용해진 사무실에 앉아, 두 사내는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멋지지 않나, 후이?”
“그러게 말입니다.”
“가끔 이렇게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내가 왜 축구를 사랑하는지를 알게 되네.”
에두의 맞은편에 앉은 사내의 정체는 포르투갈의 전설 에우제비우로부터 ‘포르투갈 축구의 새 시대를 열었다.’라고 평가받는 후이 코스타(Rui Costa)였다.
7살이던 1979년 다마이아 지나지우(Damaia Ginasio)라는 유소년 클럽에서 벤피카 유스로 이적해, 에우제비우로부터 직접 훈련을 받았다.
그 대단했던 1991년 포르투갈 U-21 대표팀의 일원이자, 벤피카에서 성장하여 A팀의 주전 자리까지 꿰찬 그는 늘 벤피카를 ‘자신이 돌아와야 할 곳’으로 말하곤 했다.
당시 재정난에 시달리던 SL 벤피카가 어쩔 수 없이 그를 550만 유로에 피오렌티나로 이적하게 되었던 날, 후이 코스타는 슬퍼하는 팬들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슬퍼하지 마세요. 전 영원한 빨강이고, 어떠한 곳에 있든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그리고 후이 코스타는 약속을 지켰다.
“자네가 곧 내 자리에 올라서야만 해, 후이. 그렇게 되면, 팬들도 오히려 좋아할 거야.”
“그럴 리가요. 당신은 위대한 단장이에요, 에두.”
“글쎄. 과연 그럴까?”
“?”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에두 크루즈는 후이 코스타에게 술을 권했다.
“차를 몰고 왔지만. 뭐, 한 잔 정도는 괜찮겠죠.”
“그렇고말고.”
두꺼운 크리스털 잔에 손가락 두 개 정도 높이로 액체가 채워지고, 그 안에 커다란 얼음을 채워 넣은 에두가 잔 하나를 반대편에 건넸다.
“이곳엔 위대한 선수가 많았네, 후이. 자네도 그중 하나고, 그리고 그중 단연 최고지.”
“이런! 안주가 과한데요?”
현역시절 내내, 후이 코스타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플레이를 펼치던 선수였다.
피오렌티나 이적 직후엔, 판타지스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던 로베르토 바조(Roberto Baggio)의 10번을 그대로 물려받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의 이탈리아 세리에 A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수준 높은 리그였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Claudio Ranieri)를 만나며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한 후이 코스타는 지네딘 지단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10번으로 활약했다.
수비가 취약했고 또 미드필드 역시 탄탄하지 않았던 피오렌티나였지만, 후이 코스타가 있었기에 그들은 늘 세리에 A의 강팀으로 평가받았다.
탁월한 시야와 남들은 볼 수 없는 공간을 찾아낼 줄 아는 능력. 또 여기에 보태어진 환상적인 패스기술은, 후이 코스타를 거장(巨匠)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아니. 밀란 시절 ‘마에스트로’란 별명을 얻은 후이 코스타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아우르는 거장 중의 거장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그를 더 매력 있게 만들었던 건,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는 열정과 경기장 밖에서의 겸손한 태도였다.
하지만, 오직 단 하나의 사건만이 벤피카의 팬들이 후이 코스타를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1996년 8월 7일.”
“이런! 또 시작입니까?”
“1996년 8월 7일! 난 그날 거기에 있었네! 그리고 날 말릴 생각하지 말게, 후이. 이 이야기는 내가 죽을 때까지 말할 거니까 말이야.”
포기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후이 코스타가 소파에 몸을 기대고, 반대로 기대었던 몸을 떼며 앞쪽으로 숙인 에두 크루즈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열변을 토해냈다.
그가 지금 말하려는 건, 1996년 8월 7일에 펼쳐진 어떠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1:0. 벤피카가 앞서고 있었지. 그 경기는 친선 경기에 불과했지만, 무척이나 뜨거웠어. 우린 자네 없이도 여전히 최고란 걸 보여주고 싶었고, 옛 동료의 앞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길 원했지. 모든 건 그렇게 풀리는 듯했어.”
“후후후.”
지금 두 사람은, 17년 전 과거로 돌아간다.
단순한 친선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은 관중들로 꽉 들어차 있었고, 승리를 목전에 둔 벤피카의 팬들은 노래를 부르며 종료휘슬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기 직전, 페널티박스 꼭짓점 부근에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Gabriel Batistuta)의 패스를 전달받은 후이 코스타가 옛 동료 두 명 사이를 그대로 돌파하여 골키퍼 위로 우아한 슈팅을 날려 보냈다.
축구공은 단 몇 인치 차이로 벨기에의 전설적인 골키퍼 미셸 프뢰돔(Michel Preud’homme)의 손을 지나치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나, 득점에 성공한 후이 코스타는 기뻐하지 않았다.
조금 더 정확히는 그럴 수 없었다.
득점 후 골라인을 따라 터벅터벅 달려나가던 그는 곧 얼굴을 감싸 쥐었고,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벤피카에게 골을 넣은 자신을 원망했다.
프로이기에 제 할 일을 했던 것뿐이지만, 삶의 모든 것이었고 1996년 8월 7일 당시에도 여전히 모든 것이던 벤피카에 상처를 준 자신을 용납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후이 코스타의 모습에,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는 놀라운 마법이 펼쳐졌다.
“아직도 귀에 선하군. 그때 사람들이 외치던 소리 말이야.”
Amo-te, Rui.
Amo-te, Rui.
벤피카의 팬들은 끊임없이 후이 코스타에게 사랑한다 외쳤고, 슬퍼하는 그의 모습에 덩달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Nao fique triste. 훗. 참 낭만적이었지.”
“……그래서 제가 이 클럽을 사랑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수백 가지 이유 중에 하나밖엔 되지 않아요. 분명 그건 제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 중 하나였지만, 제가 이 클럽을 사랑하는 걸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그렇겠지.”
이탈리아에서 보낸 12번의 시즌을 끝마치고, 2006년 후이 코스타는 다시 벤피카로 돌아왔다.
이것은 1994년 그가 떠날 때 했던 약속을 지킨 일이었으며, 당시의 벤피카는 암흑기를 걷던 중이었다.
“자네가 이 클럽에 다시 불길을 피워 올렸네.”
“설마요. 그건 당신이 한 일이죠.”
“아니, 자네가 맞아. 그래서 조만간, 자네에게 이 자리를 물려줄 생각일세.”
“뭐라고요?”
“쭉 해왔던 생각이야.”
에두 크루즈는 벤피카의 단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세자르 사의 꾸준한 로비가 이사진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 시작했고, 최근인 비에이라 회장 역시도 에두의 역량에 의문을 표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벤피카가 설령 구트만의 오랜 저주를 깨트린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그들은 정말 멍청한 짓을 하는 겁니다!”
“본래 인간은 멍청하네, 후이. 그래서 자네와 같은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 이 클럽에 필요한 거야.”
“…….”
세자르 사가 어느새 클럽의 수뇌부를 매수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에두 크루즈는 조용히 ‘해야만 하는 일들’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두 크루즈는 돌아가는 상황 전반을 파악하게 되었다.
“세자르는 루시우를 단장으로 앉히려고 하더군.”
“루시우? 루시우 헤구? 그 멍청이를 말입니까?”
“그래.”
“그 빌어먹을 인간은 그냥 주변에 보내주는 자료를 정리하는 재주밖에 없어요. 축구에 ‘ㅊ’도 제대로 모르는 얼간이가 벤피카를 이끈다는 겁니까?”
벤피카의 차기 회장을 꿈꾸는 세자르 사는 돈만을 쫓는 인물이다. 물론 현 회장인 비에이라도 돈을 좇는 기업가이긴 하지만, 그는 축구를 사랑했다.
돈 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으며, 축구를 단순히 돈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인 것이다.
하나, 세자르 사는 조금 달랐다.
그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축구 클럽을 운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세자르 사는 벤피카가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시스템을 단숨에 파괴하려고 들 것이며, 본인이 마치 세계 최고의 스카우트라도 되는 양 구는 루시우 헤구는 헛발질만 하며 돈을 허공에 날려버릴 것이다.
“그럼 우리는 다시 암흑기로 접어들겠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에두.”
“그래. 그래서 자네가 필요하다는 거야.”
“…….”
2008년 후이 코스타의 은퇴 당시, 사실 에두 크루즈는 그가 벤피카의 단장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후이 코스타가 직접 벤피카 수뇌부에 에두를 추천했고, 본인은 벤피카 내의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팀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녔다.
B팀의 감독과 스카우트부터 시작하여, 유소년 총괄도 한 차례씩 맡아보는 등. 벤피카가 현재의 시스템을 공고히 다지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또 포르투갈의 어린 선수로부터 존경을 한몸에 받는 만큼, 그보다 더 벤피카 단장직에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 후이 코스타를 사무실로 불러들인 것도, 실은 이런 말을 해주기 위함이었다.
-! -! –!
{“—!!!”}
고요함 속, 다시 또 어떤 메아리가 들려왔다.
“이겼나 보군요.”
“그래. 4강이로군.”
띵-
조용히 건배를 나눈 두 남자.
유로파 4강 진출은 분명 훌륭한 업적이지만, 오랜 저주가 함께하고 있는 이들에겐 덤덤히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일이었다.
기쁨은 오롯이, 피치 위에서 뛴 선수들의 몫이다.
“다음은 터키군요.”
“그래. 쉽지 않을 거야.”
잔을 모두 비워낸 두 사람.
잠시 뒤, 사무실 탁자 위에 놓인 크리스털 잔을 밝히는 건 어디선가 새어들어 온 은은한 달빛이었다.
.
.
·경기결과
SL 벤피카 (4) 3 : 0 (1) 뉴캐슬 유나이티드
[골] 제로니모 베가 : 전반 12분(김다온), 전반 46분, 후반 27분(니코 가이탄)김다온 ? 95분 출전(평점 8.7/팀 내 2위)
***
[2012/13 유로파리그 4강 대진 확정. – Goal.com/2013.04.11.(밤)]? SL 벤피카 VS 페네르바체 SK
? 첼시 FC VS FC 바젤
? 경기일 : 2013.04.25. , 2013.05.02.
***
2013년 4월 12일. 에스토릴, 포르투갈. 루아 잉그라테라 387.
EPL 클럽을 꺾었다는 건, 확실히 기자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빌어먹을 인간들!”
“왜요? 또에요?”
“쉬-! 쉬-! 얼른 들어가!”
“제가 소도 아니고.”
“아, 얼른!”
“아, 알았다고요~!”
딸깍-
“……아, 진짜.”
지난 유로파 16강에서 독일의 전통적인 강호 레버쿠젠을 꺾었을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제 이후부턴, 정말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들, 왜?] [기자래요. 지금 막 베베가 쫓아냈어요.] [또?] [네.]어제 경기가 끝난 뒤 믹스드존에서, 기자들이 내게 이적에 관한 질문을 퍼부어댔다.
올 시즌이 끝나면 벤피카를 떠날 것인지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음에 드는 클럽은 있는지 또 이적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등을 말이다.
난 그럴 때마다, 지금 당장은 이적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아효, 써 붙이고 다니든가 해야지 원.]입에 발린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적을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세 개의 에이전시에 이적 관련 요구사항들을 전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내가 당장 팀을 떠나길 바란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언젠간 팀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또 에이전시를 선임하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려는 것뿐이다.
이적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시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아있기도 하고, 또 가족들과 상의도 해봐야 한다.
전에 넌지시 부모님에게 앞으론 혼자 살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렇게 하라는 아버지와는 다르게 엄마는 몇 년은 더 날 돌봐주길 바라고 계신다.
물론 엄마가 그렇게 해주신다면 나야 좋지만, 가족들이 나 때문에 겪을 일들을 생각하면 선뜻 그걸 받아들이기도 쉽지가 않다.
결국, 외출이 어려웠던 난 방에 올라가기로 한다.
[2층에 있을게요~!] [그래-!]어제 3:0 승리를 거둔 뒤, 감독님은 팀 전체에게 휴식을 주셨다.
팀은 15일 파수스 페레이라와 FA컵 4강 2차전을 펼치게 되는데, 난 출전하지 않을 예정이고 외의 주전들 대부분은 그 경기를 뛰게 될 것 같았다.
그런 뒤에는 21일, 스포르팅 CP와의 리스본-더비를 준비해야 한다.
‘또 4일 뒤면 유로파네.’
빡빡한 일정을 확인한 나는, 쉬는 게 최고란 생각을 하며 침대로 곧장 뛰어들었다.
A팀 합류 여파로 컨디션이 저하된 상황에서 가졌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유로파 8강전은, 내겐 꽤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 등을 오가며 A팀에 합류해야 할 건데, 전후로 컨디션을 관리하는 일에 좀 더 요령을 키워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최근엔 공부를 좀 해볼까 싶었는데, 시즌 후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서점에 들러 책을 좀 사려고 한다.
자철이 형의 말을 빌리자면, 스스로 공부해서 얻은 지식보다 더 좋은 요령은 없으니까 말이다.
‘은근 좋은 말을 많이 한다니까? 구글대서 그렇지.’
문득, 형들이 그리워진 나는 단체 채팅방에 접속해 톡 몇 개를 남겨놓았다.
그러곤, 자연스레 아영이에게도 톡을 보냈다.
“…….”
휴대폰을 도로 내려두고, 눈을 감은 뒤 몸에 들어간 힘을 빼는 일에 집중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절로 잠이 든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인데, 실제로 곧 졸음이 밀려왔고 난 그대로 잠이 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부르르르-
부르르르-
[아~ 씨, 뭐야?]잘 떠지지 않는 눈의 한쪽만을 치켜뜨며, 난 휴대폰을 잡아 얼굴 앞으로 화면을 가져다 댔다.
“응?”
전화번호는 클럽하우스의 내선 중 하나였고, 의아함을 느낀 나는 곧장 화면을 만지며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Ola?”
***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스타디움 투어와 시설물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지타 라모스였다. 그녀는 내게,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난 전화로 말하면 안 되냐고 했지만, 그녀는 가능하다면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고 싶다 했다.
기자들만 아니었어도 동네를 산책하려고 했었던지라, 드라이브나 하자고 생각했던 나는 곧장 차를 몰아 프런트 오피스로 왔다.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는.
“믿을 수 없어요.”
“나도 그랬어.”
“…….”
그래. 별로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언젠가, 아버지가 했던 말이 옳았다.
“사실, 그날 이후로 줄곧 흥미를 느꼈거든. 네 말대로, 구단 디레토르의 부인이, 왜 원호시설에 있는지가 궁금했어. 그래서 좀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타리타 할머니와 리노 할아버지에겐 세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중 첫 번째 아들인 타시투(Tacito)는 스무 살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고, 둘째 아들인 테오발두(Teobaldo)는 화려한 마약 전과가 있는 망나니였다.
그래서 셋째 아들인 트리스탕(Tristao)이 부모님을 돌봤는데, 1987년에 사업이 몽땅 망하면서 가계(家計)가 크게 흔들렸다고 한다.
당연히 자식이 중요했던 타리타 할머니와 리노 할아버지는 살고 있던 집과 재산을 처분하였고, 그 돈을 몽땅 아들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그대로 도망쳤어.”
“…….”
트리스탕은 빚을 갚는 대신, 세투발에서 출발해 중동으로 향하는 배에 밀항하여 도피를 선택했다고 한다.
돈은 당연히 몽땅 가지고 떠났고, 이때 충격을 받은 리노 할아버지에게 병이 생겨 결국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이후 둘째 아들이 나타났지만, 그가 한 일은 타리타 할머니를 차에 태우고 원호시설 앞에 내려다 두는 것이었다.
그러곤 곧장 타리타 할머니의 월세 집으로 돌아가,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전부 가지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부끄럽지만, 예전엔 이곳에…….”
“네, 아버지한테 들었어요.”
“그러니?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건 정말 끔찍했어. 듣자 하니 리노 씨는 무척 좋은 분이었다던데, 어쩌다가 이런 망나니 같은 자식들이 생겼는지.”
좋은 부모 밑에 좋은 자식이 있다지만, 꼭 그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듯, 대해(大海)에서 플랑크톤이 날 수도 있다.
“그분이 받았을 상처가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아요.”
“응. 나도 그래. 그래서 말인데…….”
“?”
지타는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 타리타 할머니를 초대하자고 말했다.
“초대요?”
“응. 지금부터 상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아마 우리가 작은 이벤트를 만들어드릴 수도 있을 거야.”
“이벤트? 어떤?”
“글쎄. 그것도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겠지?”
지타는 타리타 할머니에게 우리가 그분의 가족이 대신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길 원했다.
일단 그것을 중심으로 기획하여, 할머니에게 삶의 좋은 부분을 다시 보여주려고 한다.
“리노 씨는 평생을 빨강이로 사셨어. 리스본에서 태어나 벤피카를 응원하고 결국 벤피카를 위해 젊음을 헌신하셨지. 그러니까 이런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야.”
“……네.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그렇지? 모처럼 내가 기특했다니까?”
“하하. 그것만 아니면 참 좋은데 말이죠?”
“뭐?!”
지타에게 농담이라고 말을 하며, 난 언제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만 하라고 했다.
무엇이 되었든,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말이다.
“응. 그럴게. 이것도 전부 네 덕분이야.”
“제가요? 제가 한 게 뭐 있다고.”
“후훗. 글쎄. 정말 그럴까?”
“?”
윙크를 찡긋 보낸 지타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그녀는 시간을 빼앗아 미안하다며 쉬는 날 자신의 부름에 응해줘서 고맙다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대한 돕겠단다.
“아, 그럼.”
“응?”
“요즘에도 새로운 남자를 자주 만나요?”
“뭐?! 누가 들으면 내가 바람둥이인 줄 알겠어!”
“아니었어요? 세 명을 한꺼번에 만난 적도 있다면서요?”
“어머! 대체 소문이 어디까지 퍼진 거야?”
지타는 내게는 전혀 어필되지 않는 엄청난 매력이 있는 여성으로, 꽤 화려한 남성 편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깔끔하게 이별하는 것으로 매우 유명했다.
평생을 연애하며 살 것이라는 게 지타의 모토였는데, 덕분에 그녀는 리스본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응? 뭐야? 여자친구?”
“음, 아직은 아니지만. 아마도요?”
“오-! 말해봐. 처음엔 구단주의 손녀였는데, 이번에도 뭐 대단한 사람이야?”
대단한 사람이냐고?
글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나를 항상 웃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흐음- 낭만적이네. 로맨티시스튼가 봐?”
“으왓-! 깜짝이야! 손! 손! 손 안 치워요?!”
“에-이. 장난인데 뭘 그래? 난 클럽의 사람들은 안 건드려.”
“안 건드린다면서요! 근데 이 손은 뭔데요?”
“조금만 만져보자. 응?”
물론 지타가 정말로 내 몸을 만진 것은 아니다.
그런 시늉만 했을 뿐.
그런데 어째.
‘잡아먹히는 것 같았어.’
세상엔, 이런 느낌을 주는 여자도 있는가 보다.
***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1960년대의 벤피카 사진을 SNS에 업로드해주세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 SL 벤피카 트위터/2013.04.12.(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