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08)
207화
2013년 4월 13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스포르트 리스보이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제1 연습구장.
벌써 꽤 이전의 일이 되었지만, 처음 한국을 떠나 FC 노르셸란에 합류했을 때 가장 신선했던 것은 훈련 방식이었다.
기본기를 크게 강조한 한국에서의 훈련은 2시간 안팎으로 진행되었는데, 주변은 온통 소리치는 코치님들과 부족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진지하기만 한 친구/선배들이 웃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FC 노르셸란은 모든 것이 달랐다.
A팀은 물론이고 B팀과 그 아래의 유소년 단계에서도 훈련장엔 항상 웃음이 넘쳤다.
훈련은 보통 워밍업과 두세 가지의 세션.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미니게임 혹은 전술훈련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는데, 단 한 번도 훈련이 지루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20~25분 길어봤자 30분가량 각 세션을 진행하고, 중간 훈련을 점검하는 휴식시간을 가진 뒤에 다시 다른 세션으로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훈련의 집중력도 굉장히 높았고,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어 훈련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벤피카로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난 여전히 훈련을 즐기고 있다.
특히 피지컬 코디네이션이라든가 레크리에이션 등을 진행할 때면, 난 훈련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공놀이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유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감독 대다수의 훈련 철학은 ‘훈련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축구선수로서의 성장은 출근이 즐거워지면 자연히 따라온다고 믿었다.
형들이 틈날 때마다 ‘유럽 진출이 가능하면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 역시,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축구를 바라보는 기준이 180도 바뀐달까?
이제는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잡아, 잡아잡아잡아!!”
“으이이익-!!”
“……!!”
“예에에에에에-!!!!”
“이겼다아아아!!!”
실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보다, 더 큰 기쁨과 더 큰 환호성이 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오늘 우린 웜업에 이어 패스훈련을 시작했고, 간단한 콘(Con)드릴에 이어 좀 더 복합적인 6:6 패스 미니게임을 실시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내기했다.
종목은 패배한 팀이 내일 오후 훈련 전에 팀 전체에 마실 것과 디저트를 돌리는 건데, 지금 막 우리 팀이 승리하면서 기쁨을 마음껏 표현한 것이다.
최근 세 번 연속 팀 운이 없어(?) 지출이 있었는데, 거의 보름 만에 맛있게 얻어먹게 되었다.
“아, 빌어먹을!”
“잘 먹을게. 내 메뉴는 알지?”
“시꺼-! 쯧.”
승부욕이 꽤 강한 편인 베르나르두는 내기에서 진 것 때문에 꽤 속이 상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놀리는 게 또 맛인지라, 난 식당으로 향하는 내내 베르나르두를 괴롭혔다.
뭐랄까. 베르나르두는 마치 곰 인형과 같은 느낌을 주는 녀석이라, 옆에 있으면 자꾸 괴롭히고 싶었다.
“이봐. 잠깐?”
“응?”
친구들과 함께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앉자마자, 콰레스마 코치님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난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 뒤를 따랐고, 거기엔 감독님과 다른 스태프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중엔, 에두 크루즈도 있다.
“봄 지아, 에두.”
“봄 지아. 잠깐 앉게나.”
“??”
보통은 자리에 앉지 않은 상태에서 간단히 필요한 이야기 몇 마디를 듣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지금은 평소와는 다르게 자리를 권유받게 되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나는 일단 자리에 앉았고, 그러자 곧바로 에두 크루즈가 설명을 시작했다.
“몇 가지 말할 것이 있네.”
“네.”
“우선, 로렌초를 다시 A팀으로 부를 생각이야. 그것에 대한 자네의 생각을 알고 싶군.”
“…….”
알다시피, 작년 내가 소셜네트워크로 메시를 도발했던 일에 불만을 가졌었던 동료들이 몇 있었다.
왼쪽 포지션 전체에서 뛸 수 있는 로렌초 멜가레호 역시 그중 하나였고, 팀은 외부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그를 팀 규정을 어긴 이유를 물어 B팀으로 보냈었다.
그리고 겨울 이적시장에서 꾸준히 그를 판매하려고 했었는데, 대부분이 100만 유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제안이라 결국 그는 팀에 남게 되었다.
외의 미카는 임대 이적으로 팀을 떠났고, 미겔 빅토르 역시 현재는 임대로 다른 포르투갈 클럽에서 뛰고 있다.
“괜찮아요.”
“정말인가?”
“네. 처음부터 딱히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니까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그도 그 일을 잊지 않았을까요?”
“그렇군. 잘 알겠네.”
사실 로렌초와는 이후로도 클럽하우스에서 종종 만났고, 그럴 때면 안에서 몇 분이고 서로 대화도 나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의 사이는 무척 괜찮다고 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의 빡빡한 일정을 생각한 팀이 멜가레호를 다시 A팀으로 불러들이려는 것 같았다.
“쉽게 해결됐군. 그럼 다음. 혹시, 이 선수들을 아나?”
“……어?”
에두가 내밀어 온 것은 스카우트를 목적으로 제작된 서류였는데, 첫 번째 페이지에 적혀 있는 이름은 모두 한국 사람의 것이었다.
“지난번의 그거군요?”
“그래. 곧 여름 이적시장이니까.”
현재 서류에 추려진 최종 후보는 5명이었는데, 에두는 이 중 최소 두 명은 영입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적을 유리하고 끌고 가는 부분에 있어, 나의 도움 역시도 원했다.
같은 국적을 지닌 선수가 클럽의 영입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무척 흔한 일이었기에, 난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흥민도 있네요?”
“그래.”
다시 서류로 눈을 가져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이름은 바로 흥민이 형이었다.
2011/12시즌의 부진을 털어버린 흥민이 형은 올 시즌 함부르크 SV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손세이셔널(Son-Sational)이란 별명도 얻으면서 정말 맹활약 중이다.
그래서 흥민이 형과 관련한 이적 루머가 많이 링크되었는데, 현재 언급되고 있는 클럽은 크게 네 팀이었다.
EPL의 토트넘 홋스퍼와 리버풀, 독일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와 바이어 04 레버쿠젠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조만간, 난 SL 벤피카가 다섯 번째 팀이 되는 것을 보게 될 것 같다.
“그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군. 어떤 선수지? 그러니까, 피치 바깥에서 말이야.”
“엄청나죠.”
“그런가?”
“네.”
올림픽팀과 대표팀에서 본 흥민이 형은 축구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누군들 안 그러냐고?
글쎄.
“어, 그러니까.”
여기에선 팀이 바라는 방식으로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매우 절제되어 있어요. 매우 일관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고, 그걸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거든요.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 먹는 것, 훈련하는 방법. 전부 다 그래요.”
“멋지군.”
“네. 그리고 훈련 때 누구보다 열심이에요. 그러면서도 항상 웃죠. 먼저 말도 자주 걸고, 장난도 많이 쳐요.”
“그건 자네와 비슷한데.”
“그럴 수도요. 대표팀에서 항상 다른 사람들이 흥민이 형이랑 저랑 쌍둥이 같다고 말하곤 했거든요.”
하지만 피치를 완전히 벗어나게 되면, 흥민이 형은 무척 조용한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종종 다가서기 어렵다고 오해받는다.
외향적인 성격인 나는 비슷한 느낌의 자철이 형이나 성용이 형과 자주 어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흥민이 형과 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저 내향적인 성격임을 알고 있어, 형의 개인적인 영역을 존중해주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건, 축구에선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피치 안에서의 모습이니까.
피치 안에선, 흥민이 형은 에너자이저다.
“선수 본인은 독일을 더 선호한다고 해.”
“그런가요? 제가 전화해 볼게요.”
“그래 주면 좋겠군. 다른 선수도 좀 봐주겠나?”
“네. 물론이죠.”
흥민이 형 다음에 적힌 이름은 이재성이었다.
솔직히, 잘 모르는 선수다.
하지만 스카우트 리포트 내에서는, 얼마 전에 끝난 덴소 컵(Denso Cup)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였다고 적혀져 있었다.
덴소 컵은 또 뭐람.
“재성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창훈이? 얘는 알아요. 친구들이 자주 이야기를 해줬었거든요. 의외로 남은 둘은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이 수준에서 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추천하지 않은 선수는 올림픽팀에서 함께한 우영이 형과 석호 형이었다.
형들에겐 미안한 말이었지만, 우영이 형은 압박에 너무 취약했고 석호 형은 피지컬 외의 부분에서 많이 뒤떨어졌다.
그래서 난 에두에게 만약 센터백을 원한다면, 영권이 형을 주목하는 게 더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수비수로서 보기 드문 왼발잡이인 데다가, 또 풋살 선수 출신이라 좁은 곳에서의 볼처리도 편안하게 했다.
“참고하지. 곧바로 일을 진행하겠어.”
“네.”
멜가레호의 합류와 스카우트의 이야기를 끝낸 뒤, 이번에 에두가 꺼내든 주제는 이적 관련이었다.
“자네는 대체 불가야. 그래서 우린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리 자네의 생각을 알고 싶어.”
“…….”
이건 뉴캐슬 경기 이후 이적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아진 것의 연장 선상인 것 같다.
지금 이런 이야기는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진정으로 팀을 위한다면 솔직한 상황을 말해줘야 했다.
“전 팀을 우승시키고 이적하길 원해요.”
“그렇군.”
“네. 구트만의 저주를 깨트리고 말이죠.”
“?!”
에두와 감독님이 조금 놀라는 것으로 보아, 두 분은 내가 앞서 말한 우승이라는 게 리그를 뜻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난, 유로파를 원한다.
“전 이 클럽이 좋아요. 얼마 전을 기억하세요? 어린 친구들을 보러 갔을 때, 전 에우제비우의 일화를 들었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클럽이 더 좋아졌어요. 그리고…….”
“응?”
“혹시 지타에게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지타? 지타 라모스? 아니, 전혀.”
“곧 그녀가 이야기할 거예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제가 이 클럽이 더 좋아졌다고만 말해둘게요.”
“??”
FC 노르셸란이 푸근한 시골집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곳 벤피카는 내게 즐거운 기억이 잔뜩 있는 학교였다.
난 이곳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예전엔 몰랐던 수많은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축구가 내게 어떠한 의미이고 또 축구선수로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알려준 곳 역시도 여기 SL 벤피카다. 그래서 난 이 클럽에,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좀 더 어릴 때, 이곳에 뛰어보지 못한 것이 억울할 정도예요. 그래서 더, 스카우트 일을 도와드리고 싶네요. 전 다른 한국 선수들도 이곳에서 뛰었으면 해요.”
“…….”
“…….”
눈을 끔뻑거린 에두는 이마를 긁적였고, 아까부터 팔짱을 끼고 계셨던 감독님의 얼굴엔 미소가 생겨났다.
어디선가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건 아마도 이 테이블이 창가에 가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선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웃음과 커다란 외침들이 귓가를 간지럽히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크흠. 그, 그렇군. 고맙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야.”
“네. 하지만 진심이에요.”
“그걸 의심하진 않네. 그냥, 조금 감정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아. 아무래도,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헛되진 않았던 것 같군. 그래서 더 고마운 거야.”
“네. 저도요.”
SL 벤피카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진’ 않을 수 있어도, 분명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클럽일 것이다.
클럽의 철학과 그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화는, 그곳을 직장으로 삼고 살아가는 우리 축구선수에게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난 앞으로도, 이런 훌륭한 클럽에 속하고 싶다.
이것은 내가 이적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많은 연봉 또 많은 계약금도 나쁠 것은 없지만, 지금의 난 그보단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뛰기를 바라고 있다. 여전히 난 19살이고, 돈을 버는 일은 25살이 넘어서 생각해도 충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축구선수로서, 또 인간으로서, 더 성장하고 싶었다.
“시간을 내줘서 고맙네. 괜히 식사 시간을 빼앗았군.”
“아뇨. 괜찮습니다. 가도 되죠?”
“그래. 고맙네.”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난 식당 한가운데 놓인 접시를 집어들고 음식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늦었네? 무슨 이야기를 했어?”
“이런저런 이야기요.”
“하하. 그렇겠지. 오믈렛이라도 만들어 줄까?”
“오-! 그래주실래요?”
“물론이지. 식은 것 먹지 말고, 적당히 음식을 집어가. 따뜻한 걸 테이블로 보내줄 테니까.”
우리의 식사를 담당해주는 타데우 로사(Tadeu Rosa)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뒤, 난 샐러드와 빵 몇 개를 집어 들어 친구들의 곁을 걸어갔다.
이미 접시를 비운 친구들은 대화에 한창이었고, 거기에 자연스레 섞여든 나는 곧 베아트리즈 리마와 릴리 알드리지(Lily Aldridhe) 중, 누가 더 섹시한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릴리 알드리지는 미국 출신의 란제리 모델로, 빅토리아 시크릿의 전속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발달된 턱과 도드라진 광대를 지닌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여성으로, 다른 나라보다는 이곳 포르투갈에서 크게 먹혀들 만한 외모였다.
‘잠깐, 그러고 보니.’
전에 파리로 갈 때 만났던 승무원이 릴리 알드리지와 비슷했는데 말이다.
“에이, 이봐.”
“??”
“전에 내가 파리로 갔을 때의 이야긴데.”
그래서 난 친구들에게, 프랑스 파리로 갔을 때 비행기 안에서 만난 라리사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중 혹한 누군가가 여름 휴가 때 프랑스를 택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만약 인연이 닿는다면, 신기한 일도 일어나겠지.
어느새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그건 단연 베아트리즈야. 릴리도 훌륭하지만, 베아트리즈엔 비교 불가야.”
“나도, 동감.”
“나도.”
“…….”
“넌?”
“글쎄, 난 조금 다른 사람이 좋아서 말이야.”
“??”
친구들과 농담으로 주고받은 말들이 언제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 모른다는 걸 알았던 난, 아영이를 생각하며 중립을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의 시각은 저녁 8시 40분.
조금 있다, 톡을 보내봐야겠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당장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에 충실해지려 한다.
이건 무척, 소중한 시간일 테니까.
***
·2013.04.15. 경기결과(TACA DE PORTUGAL PLACARD)
SL 벤피카 1 : 1 파수스 페헤이라
[골] 오스카 카로드소 : 후반 9분(니코 가이탄)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
2013년 4월 16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스포르트 리스보이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어제 포르투갈 리그 FA컵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우린, 좋은 분위기 속에서 회복훈련을 끝마쳤다.
그런 뒤에 아침 식사를 마친 이들 대부분이 퇴근했고, 계속 클럽하우스에 남은 나는 웨이트를 조금 했다.
일단 이번 여름 계획은 KJ Art Soccer에서 스킬트레이닝을 실시하고, 몸무게를 5kg 정도 찌우는 선에서 벌크업을 하는 것이었다.
부피 대비 질량에서 근육이 압도적으로 무겁기에, 5kg을 더 찌운다고 해서 몸이 무거워지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살이 조금 빠져 보일 수도 있다.
“어! 다온!”
“응?”
잠깐 꼭대기에 들를 생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중,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눈에 익숙한 아이들이 있었고, 난 곧바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반가운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마르팀! 훈련 끝났어?”
“네! 형은 왜 여기에 있어요?”
이곳 벤피카의 어린 선수들은 나를 보통, ‘형제’라는 의미를 지닌 ‘irmao’이라는 단어로 불렀다.
한국처럼 형과 동생을 지칭하는 구체적인 단어가 없기에, 나이가 많은 사람을 ‘irmao’이라고 부르면 대충 형이라고 해석해서 들으면 된다.
여자 형제를 뜻하는 단어는 ‘irma’인데, 마찬가지로 나이에 따라 어감이 달라진다.
“웨이트를 조금 했어. 응? 친구가 많아졌네?”
“네!”
지금 내 앞에서 똘똘한 눈빛을 뽐내고 있는 녀석은, 우리 벤피카의 유스팀 소속인 마르팀 네투(Martim Neto)다.
우리 클럽하우스 내에서는 ‘넉살 좋은 꼬마’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늘 생글생글 웃는 귀여운 친구다.
그리고 이런 마르팀의 뒤에는 두 명이 더 있었다.
한 명은 내가 전에 보았던 녀석이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 소개할게요! 얘는 구스타보.”
“아, 그래. 구스타보. 구스타보 멘도사. 맞지? 전에 입단 테스트를 할 때 본 적이 있잖아.”
“어. 절 기억하세요?”
“응. 물론이지.”
물론 내가 구스타보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녀석의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이었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난 대신, 입단 테스트 때 무척 인상적이었다고만 말을 해주었다.
“!”
그러자, 구스타보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역시.
아이들은 솔직해서 좋다.
“중앙에서 뛰었지? 열심히 하렴. 팀엔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그들을 배우면 좋을 거야.”
“네!!”
외에도 그 뒤에 있는 친구는 곤살루 하무스(Goncalo Ramos)라는 친구였다.
포르투갈 내에서 ‘Ramos’를 이름으로 쓰는 사람들은 계통과 출생지 등에 따라 스페인 방식의 라모스와 포르투갈 방식의 하무스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 지금 뭐 하고 있었어?”
“과자 가족이요!”
“……뭐?”
잠깐,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야?
“과자 가족이요! 얘네 둘이 새롭게 가입을 원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막 시험을 치르고 오는 길이에요.”
“자, 잠깐, 잠깐만.”
“??”
“시험? 아니, 그보다 과자 가족? 그게 대체 왜 있는 건데?”
분명 난 팀 내에서 어떠한 파벌이 만들어지는 분위기를 원치 않아 과자 가족을 해체했었다.
그런데 지금, 마르팀은 과자 가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르팀. 그거 누가 만든 거야?”
“우리가요! 왜냐하면, 유스에는 여러 곳에서 애들이 오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벤피카 소속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과자 가족을 만들었어요. 다들 친구가 되려고요.”
“친구?”
“네!”
마르팀은 내게, 이로써 벤피카 유스팀에 속한 선수들 모두가 과자 가족에 가입한 셈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과자 가족을 이룬 것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으냐고 묻자, 마르팀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그래서 더 좋은 거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가족이 더 많아졌잖아요! 페드로가 바란 것도 바로 그거예요.”
“페드로? 페드로 알바로?”
“네!”
페드로 알바로(Pedro Alvaro)도 마찬가지로 우리 벤피카 유스다.
“페드로는 우리가 스스로를 과자 가족이라고 부르면, 좀 더 끈끈해질 거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유스팀 애들 전부를 모을 생각이었고요.”
“그래서. 얘네 둘이 마지막?”
“네!”
“…….”
과거, 스톡홀름은 내게 베테랑들이 젊은 선수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고 말을 했었다.
그땐 어른이 과연 어린 사람에게 배울 것이 있겠느냐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기분은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과 같은 거였다.
난 무작정 과자 가족이 소수 정예이길 원했고, 어느샌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것이 부담스러워 해체를 결정했다.
그런데 어쩌면, 지금 마르팀이 내게 말한 것처럼 주변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게 더 나았던 것 같다.
“형?”
“응? 아, 어. 그래. 먼저 올라가 봐.”
“네!”
고개를 끄덕인 마르팀과 다른 아이들을 먼저 엘리베이터에 태워 올려보내고, 옆에 있는 것의 버튼을 누른 나는 새로운 과자 가족을 위해 해줄 것이 없을지를 생각해보았다.
“……가만히 있는 게 더 나으려나?”
오히려 도와주려고 하는 게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꼭대기로 올라가는 내내 생각했다.
‘여긴…….’
SL 벤피카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클럽이다. 유스에서부터 시작하여 A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더,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내가 곧 벤피카를 상징하니까.
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난간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 아래층의 풍경은, 10살 전후의 남자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는 곳이 으레 그러하듯 정신없고 또 시끄러웠다.
하지만, 난 이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다른 클럽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런 경험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일 거다.
‘그렇고말고.’
따사로운 햇살이 천장을 뚫고 들어와 클럽하우스 전체를 비춰주는 지금, 난 기분 좋은 권태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