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삑-! 삑-! 삐익-!!
경기의 끝을 알리는 휘슬소리와 함께, 몸을 옆으로 튼 모르텐 비그호스트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그의 앞으로, 파울루 세르히우가 다가왔다.
“우릴 정말 애를 먹게 했군요. 멋진 시합이었습니다.”
“천만에요. 저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고 간 뒤, 모르텐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곳엔, 결과에 아쉬워하는 그의 선수들이 있었다.
***
·경기결과
FC 노르셸란 2 : 2 스포르팅 CP
(최종 2 : 3, 스포르팅 CP의 승리)
*
(얄트 피)
“비록 탈락했지만, 그 누구도 노르셸란의 실력이 부족했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겁니다. 정말 인상적인 시합이었습니다. 특히, 후반전의 노르셸란은 시종일관 스포르팅 CP를 압도했습니다. 전반전의 실점이 결국 그들의 발목을 붙잡은 셈입니다. 축구는 90분을 하는 경기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고개를 들어도 좋습니다. FC 노르셸란은 오늘, 패배하지 않았으니까요.”
*
모르텐은 가장 먼저, 왕성한 활동 끝에 지쳐 쓰러진 에녹 아두를 챙겼다.
90분 내내, 스포르팅의 강한 중원과 맞서 싸운 아두는 오늘 경기의 숨은 공신(Unsung Hero)이었다.
“정말 수고해줬어. 오늘 자네가 무척이나 자랑스럽군.”
“네- 저도 무척 즐거웠어요.”
“그거 멋지군.”
손을 뻗어 아두를 일으켜 세운 모르텐은 그를 한 번 더 다독이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에서, 팀의 주장 스톡홀름이 걸어오고 있었다.
“우린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어요, 모르. 오늘의 이 경기가, 그럴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고요.”
“자네의 말이 옳아. 이제 다른 친구들을 챙겨주게나.”
“그러죠. 어차피 제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니까요.”
노르셸란이 후반전에 선보인 경기력의 수준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노르셸란을 향해 박수를 보내오고 있는 스포르팅 CP 팬들의 모습만 보더라도 그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라운드 곳곳에서도 유니폼을 교환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먼저 교환을 요청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스포르팅 CP의 선수라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사람의 유니폼이 인기를 끌었다.
바로.
[나랑 바꾸재도? 어차피 쟤랑은 정 반대편에 있었잖아?] [시몬을 퇴장시킨 꼬만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봐! 그건 내 거거든?]에바르도와 리드손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사이, 두 사람의 사이에서 나타난 이가 김다온의 손에 들린 유니폼을 가로챘다.
눈앞에서 벌어진 작은 다툼에 얼떨떨해하고 있던 김다온의 유니폼은, 스포르팅 CP의 골키퍼 후이 파트리시오의 것이 되어버린다.
당황하는 에바르도와 리드손.
하지만 파트리시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후반 37분경, 김다온의 중거리 슈팅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한 후이 파트리시오.
그는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빠른 속도로 달려와, 김다온의 유니폼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봐, 꼬마야. 지금까지 그런 슈팅은 처음이었어!]“네?”
[못 알아듣는 건가? 뭐, 어때. 언젠가 포르투갈 무대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네. 물론 그때는 내가 네 슈팅을 막을 거지만 말이야. 하하! 정말 재미있었어! 그럼, 아스따 루에고!]아스따 루에고(Hasta Luego).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한 후이 파트리시오를 따라, 유니폼을 빼앗긴 에바르도와 리드손이 달려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유니폼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어른들을 보던 김다온은, 자신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김다온의 뒤로, 모르텐 비그호스트가 다가선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겠니?”
“아뇨. 하지만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
“네! 축구는 전 세계의 공용어잖아요! 안 그래요, 감독님? 늘 그렇게 말씀해 주셨으니까요.”
“하하. 그렇고말고.”
고작 4일 전의 일이건만, 모르텐은 김다온이 부쩍 성장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울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어린 친구의 성장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요한 한 가지의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모르텐은 다시 입을 열었다.
“꼬마야. 오늘은 즐거웠니?”
“네! 무척이나요! 이런, 세상에! 제가 유로파에서 골을 넣었다는 게 믿어지세요? 얼른 가족들한테 전화를 걸고 싶어요! 음- 지금 당장 그러면 안 되겠죠?”
벤치가 있는 방향에서 김다온의 슈팅을 지켜본 모르텐은, 그 슈팅이 마치 시간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고 생각했다.
순간, 모든 것들이 멈춰버린. 심지어 소리마저도 멈춰버린 그라운드는 그물이 출렁이자 다시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과연 몇 KM/H나 나왔을까?
잘은 모르지만, 모르텐은 너끈히 120KM/H는 넘겼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는 다시 김다온을 바라본다.
“나도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안될 것 같구나.”
“네?”
의아해하는 김다온을 보며, 모르텐은 턱을 움직이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뒤를 돌아본 김다온의 시선엔,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낯선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불안한 눈빛을 보내기 시작하는 소년.
모르텐은 그 모습이 귀여워,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김다온의 머리를 잔뜩 헤집고야 말았다.
“으왓-!”
“걱정하지 말려무나. 네 통역을 보낼 테니까.”
“네! 그럼 그다음엔 가족에게 전화해도 되죠?”
“물론. 그것도 따로 준비해 두마.”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김다온이 인터뷰가 이뤄질 장소로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모르텐은 전제철에게 손짓해 얼른 인터뷰를 돕도록 지시했다.
조금은 넋이 나간 것 같은 전제절이 엉거주춤 움직여 김다온에게로 향하고, 다시 걸음을 시작한 모르텐은 양손을 높이 들어 올려 박수를 보냈다.
이는 FC 노르셸란을 향한 존경을 보인 스포르팅 CP의 사람들과 누구보다 열심히 뛴 자신의 선수들을 향한 것이다.
그렇게 그라운드를 빠져나와 복도로 진입한 모르텐.
그는 곧, 익숙한 얼굴과 마주쳤다.
“아무래도 저 어린 새는 우리의 생각보다 좀 더 일찍 둥지를 떠날 것 같군요, 톰.”
“그렇군. 내가 데려왔지만, 정말 놀라워.”
“저 꼬맹이의 바이아웃 금액이 얼마였죠?”
“650만 유로. 왜? 그걸로 모자라나?”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이 만약 빅클럽에 속해 있다면 오늘의 플레이를 두고 얼마를 지불 할 용의가 있겠어요?”
“······이해했네. 새로운 계약을 준비해야겠군.”
휴대폰을 꺼내든 톰 버논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며, 모르텐은 다시 뒤를 돌아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저곳 어딘가엔, 인터뷰 중인 김다온이 있다.
‘정말이지, 생각보다 훨씬 더 짧겠어. 그러니 충분히 즐겨 둬야 하겠군.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흐뭇한 미소로 돌아선 모르텐 비그호스트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만간 김다온이 제안받을 새로운 계약서는, 그가 자신과 팀. 그리고 이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것에 대한 대가라고 말이다.
모르텐은 김다온이 대가를 얻을 수 있도록, 작은 동력을 불어넣은 것뿐이었다.
***
A팀의 클럽사무실.
“믿을 수 없어. 저 슈팅을 봤나?”
“허-! 그게 다인 줄 아나? 시종일관 저 꼬마가 차이를 만들었어! 별 것 아닌 덴마크 놈들을 일류처럼 보이도록 했단 말이야!”
“······그 꼬마, 16살이라고 했던가?”
“그래. 참 멋지지. 안 그래?”
“······.”
잠깐 이어졌던 정적의 끝.
새치가 잔뜩 난 머리카락을 지닌 남성이 진지한 고민 끝에 앞에 놓인 수화기를 집어 든다.
그리고 그 앞에서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던 갈색 머리의 남성은, 앞에 놓인 상자에서 굵직한 시가를 꺼내 들어 능숙하게 불을 붙였다.
뿌옇게 피워 올라간 연기를 갈색 머리의 남성이 입김을 불어 도로 헤쳐놓는다.
그는, 사라지는 연기를 보며 미소지었다.
‘이거야 원, 두근거려 참을 수가 있어야지. 모처럼 흥미를 끄는 꼬맹이가 나타났어.’
이런 생각을 하는 그의 맞은편에서는 지금, 본격적인 스카우트 준비에 들어가는 클럽의 매니저가 있었다.
***
B팀의 클럽사무실.
조용하면서도 긴박하게 움직였던 A팀과는 달리, 이곳은 완전한 시장통 분위기다.
곳곳에서, 정신없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
“바이아웃이 걸려 있어요!”
“뭐?! 얼마?!”
“650만 유로.”
“집어치워! 보나 마나 새 계약을 하려고 들겠지! 새로운 계약에 대해서나 좀 알아봐! 그래도 찔러보는 걸 잊어버리지 말고!”
“에두! 호르헤의 전화에요!”
“그 꼬마의 이야기냐고 물어봐!”
“음- 그렇다고 하는데요?!”
“기다리라고 해! 이거야 원, 빌어먹을! 이제 겨우 이 꼬마에 대해 알게 된 지 12시간이 지났는데 대체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거야?!”
오늘 하루가 무척이나 바쁠 것이라는 예감이 든 에두 크루즈(Edu Cruz)의 입에서, 애꿎은 볼펜만이 혹사당하고 있었다.
***
C팀 사무실
“○○의 추천입니다. 자신의 친구 중 네 명이나, 똑같이 그가 이 클럽에 어울릴 거라 말을 했다더군요.”
“······.”
“Sir?”
질겅, 질겅.
질겅, 질겅.
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질겅.
점차 껌 씹는 속도가 빨라지는 걸 지켜보던 사내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이 남자가 저 정도의 속도로 껌을 씹는 걸 보았던 순간은, 지금까지 단 세 번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스카우트에 나설 것.
과거, 빨라진 껌 씹는 속도 끝에 스카우트한 이들은 모두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로 성장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았던 사내는 조용히 밖으로 나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는 30분 전 전화를 걸어온 이에게 회신을 보냈다.
“이보게, ○○. 자네와 자네의 친구가 옳았어. □□가 크게 관심을 보이는군. 저렇게 껌을 빨리 씹는 건, 몇 년 전에 자네가 PK를 놓친 이후 처음인 것 같아. 뭐? 농담하지 말라고? 아니, 정말이야. 응? PK를 놓친 적이 없다고? 아닌 것 같은데? 뭐, 아무렴 어떤가? 보다시피 자넨 살아있잖아. 음- 그래. 누구도 □□의 분노를 피해갈 수 없지. 음- 그래. 음- 그래. 아무튼, 나중에 차나 한잔하는 건 어떤가? 물론 자넨 커피겠지만 말이야. 그 천해 빠진 취향은 정말이지 변하지도 않는군. 음- 그래. 곧 그리로 가겠어.”
뚜벅거리는 구두 굽 소리가 사라진 복도.
밖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이, 새하얀 복도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김다온. 유로파 무대에서의 맹활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다. – 스타 데일리] [유럽 언론, 앞다퉈 김다온의 슈팅에 찬사를 보내. “그 슈팅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을 것.” – 스포츠 코리아]? 슈팅은 대단하긴 했는데, 따지고 보면 골키퍼가 반응 못 한 것 아님? 포르투갈 리그의 듣보잡이 아니라, EPL에서 뛰는 골키퍼였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봄.
? EPL의 누가 막을 수 있었는데? EPL만 빨지 말고 병시나 골 장면이나 보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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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별루던데? 내가 볼 뗀 거품이야.
? 맞춤법이나 맞춰 이 ㅂㅅㅅㄲ야. 뗀이 아니고 땐이거든? 그리고 뭐 거품? 그게 16살한테 말하는 최선이냐?
?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 아 손나 노잼. 그런 개그 ㄴㄴ해~
? 국뽕들 ㅈㄴ 싫어. 그래 봤자 덴마크구만.
? 애가 잘하는지 일단 지켜보고 나중에 이야기하자!
? 지혼자 ㅈㄴ 진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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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얘 중간 정도 되는 클럽 하나 찍고 거기에서 포텐 바짝 터뜨려서 빅리그 가서 대박 날 것 같음. 나만 그럼?
? 얜 확실히 물건인 듯.
? 아니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16살에 유럽대항전에서 골 넣은 사람이 있기나 있음? 대체 왜 못까서들 안달인 거?
? 해축에 다들 ㅂㅅ만 있는 거 몰라서 그럼?
? 얘 근데 수비도 잘함?
? ㄴㄴ~ 그렇지만 평타는 침.
? 너도 그냥 나중에 맨유로 가자!!
? 맹구 극혐이야~ 얜 리버풀거거든?
? 곱등이만도 못한 콥등이는 꺼져. 님네 그래서 EPL 우승 언제 하고 마지막?
? 벵거선생한테 가자!
? 응~ 사스날은 안가~
? 여기 전부 미친놈들인가. 이제 막 유로파에 데뷔했구만 벌써부터 EPL이라니 내뇌망상 지리네 ㅋㅋㅋ. 꼴랑 덴마크에서 뛰는 애한테 EPL수준 어쩌고저쩌고. 그리고 무엇보다, 노르샐란인가 먼가 개ㅈ밥팀 아님?
***
2010년 8월 7일.
[김다온과의 계약 연장을 체결한 FC 노르셸란. – SBS Discovery Network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