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11)
210화
·경기 전 인터뷰(2013.04.24.오후)
1. 조르제 제수스
On 유로파 우승 가능성에 대해
“이쯤 되면 모든 팀이 우승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집중하고 또 마지막까지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쪽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것이라고 본다.”
On 구트만의 저주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벤피카는 벌써 35년 동안 유럽대항전 우승을 꿈꿔왔다.”
On 로테이션에 대해
“당연히 있겠지만,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다. 시즌이 시작된 것도 벌써 9개월째가 되었고, 여러 대회를 한꺼번에 소화하면서 체력과 정신력의 소모가 크다. 그리고 우린 젊은 팀이라 아직 경험이 갖춰지지 않는 선수들이 많다. 이런 점에서는 상대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열세를 예상하는 건가?)
“그렇다.”
?(이유는?)
“말했지만, 상대가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했다. 유로파 8강과 4강은 분명히 다르다. 긴장과 압박이 경험이 부족한 이들의 컨디션을 갉아먹을 수 있다. 반면 상대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On 리그와 유로파 중 우선순위에 대해
“없다. 현시점에서는 모든 대회가 똑같이 중요하다.”
On 유로파 리그의 병행이 경기력에 주는 영향에 대해
“유로파는 목요일마다 경기해서 훨씬 더 힘들다. 챔피언스리그보다 휴식 시간이 20시간 정도 부족하지만, 원정의 어려움은 똑같다.”
On 김다온이 맨유 이적에 근접했다는 기사에 대해
“미안한 말이지만, 난 그들이 미친 줄 알았다. 알렉스 퍼거슨을 겨냥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적은 다른 사람들이 진행하니까. 단연코, 그 뉴스는 전부 거짓이다.”
On 김다온의 경기력과 팀 경기력에 대해
?(김다온의 경기력에 팀 경기력이 크게 좌우된다.)
“그렇다. 하지만 어떤 클럽이고 그렇지 않겠나? 팀 내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그날의 승패가 갈린다.”
?(철저한 관리가 김다온의 일관된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지)
“물론이다. 워낙 뛰어난 활약에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사실은, 그가 아직 19살이며 지난 1년 동안 엄청난 마일리지를 쌓아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시즌 뒤에 곧바로 올림픽을 뛰었다. 그 누구도 철인은 아니기에, 관리는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On 터키 원정이 주는 어려움에 대해
“어떠한 감독이나 선수든, 터키 원정은 가장 피하고 싶은 경기일 것이다. 터키의 팬들은 상대에게 자신이 적(敵)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준다.”
?(팬들의 원정을 자제시킨 것도 같은 이유인지)
“그렇다. 우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길 원치 않았고, 그로 인해 슬퍼하게 될 사람이 생기는 것도 싫었다.”
***
축구에 열광하는 유럽 국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터키는 조금 특별하다.
터키인들은 말 그대로 ‘축구에 미쳐’ 있으며, 그 열기는 어떠한 리그도 따라오기 힘들다.
특히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갈라타사라이/베식타쉬 VS 페네르바흐체의 더비가 있을 때면, 경기장은 흡사 ‘지옥’과도 같은 풍경으로 바뀌곤 한다.
관중석은 홍염과 폭죽으로 뒤덮이고,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면 화염병도 날아 들어온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심심치 않게 총성까지 들려왔는데, 몇 번의 유혈사태를 겪은 UEFA가 직접 나서 터키 쉬페르 리그(Super Lig)에 직접 총기 검사를 엄격히 시행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총기와 관련된 일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터키 원정은 축구선수들에게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남겨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지금, 벤피카의 선수들이 겪는 것처럼.
.
.
2013년 4월 25일. No.2, 34724 카디쿄이/이스탄불, 터키. 쥬흐튜퍼샤. 바다트 챠디쎄, 리젭 페캬르 씨디. 페네르바체 쉬크뤼 사라초글루 스터더(Fenerbache ?ukru Saraco?lu Stadı. Zuhtupa?a, Ba?dat Cad, Recep Peker Cd. No.2, 34724 Kadıkoy/?stanbul, Turkey).
·경기 시작 40분 전
페네르바체 SK 0 : 0 SL 벤피카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Tactics(벤피카/상대팀) : 4-2-3-1/4-3-3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볼칸 디미랄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교칸 교뉼
CB ? 자르데우 / CB ? 조셉 요보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에게만 코르크마즈
LB ? 김다온 / LB ? 레토 지글러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하울 메이렐레스
DM ? 안드레 고메스 / DM ? 메흐멧 토팔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CM – 크리스티앙
CAM ? 파블로 아이마르 / RW ? 디르크 카윗
LAM ? 제로니모 베가 / LW ? 무사 소우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피에르 웨보
.
.
정확히 10분 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분명 평범한 축구였고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10분 전까지만 해도, 내게 터키는 ‘형제의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은.
‘형제는 개뿔.’
앞으로 누군가 내게 터키를 투구 ‘형제의 나라’ 어쩌고 한다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소리를 꽥 질러 버릴 거다.
오늘 그라운드는, 말 그대로 지옥이다.
“아, 아파.”
“어디 봐. 조금 부었어. 다행히 찢어지진 않았고.”
“대체 뭐에 맞은 거예요? 라이터? 병뚜껑?”
“라이터였어.”
“…….”
우린 20분쯤 전에 그라운드로 나서 마지막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처음엔 1/3밖에 차 있지 않았던 관중석은 이내 사람들로 꽉 들어찼고, 난 그때부터 어떤 냄새를 맡게 되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담배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는데 관중석을 바라보니 군데군데 연기가 뿌옇게 피어올라 있었다.
덴마크와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어온 내겐 무척이나 충격적인 풍경이었는데, 두 리그 모두 축구장 내에서는 금연인지라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갑자기 가까운 곳 관중석이 들썩이며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난 영문을 알 수 없었고,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소음에 잠깐 멍해져 있을 즈음 날카로운 통증 하나가 이마에 느껴졌다.
꽤 컸던 충격에 인상을 찌푸리며 곧장 피치 위에 드러누웠는데, 깜짝 놀란 스태프들이 달려오는 와중에도 관중석에서 투척된 물건들이 내 몸과 주변에 떨어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그건 라이터와 병뚜껑 들이었다.
“말했잖아. 그건 해서 안 되는 행동이라고.”
“그러게요. 너무 충격적이라 그만.”
실은 이번 터키 원정을 떠나오기 전에, 팀은 무척 특별한 미팅을 진행했었다.
그건 바로, 이곳 쉬크뤼 사라초클루 스터더에서 해선 안 될 행동이었다.
“이래도 처벌을 안 받는 다고요?”
“여기에선 흔한 일이니까.”
“일하라고 있는 UEFA 아니에요?”
“여긴 좀 예외야. 벌써 수십 년 동안 이런 일을 근절하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거든. 괜히 여성의 날이 있겠어?”
터키의 축구클럽 중에서 가장 광적인 팬덤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흐체의 경우, 가끔 12세 이하의 어린아이들과 여성들만을 입장 관객으로 받기도 한다.
주로 UEFA로부터 처벌을 받았을 때나, 사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진다.
감정이 격해진 축구팬끼리 싸움을 벌여 사람 한둘이 죽어 나가는 것이 1년에 몇 번이고 일어나는 곳이다 보니,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애초부터 13세 이상 남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12세 이하와 여자들의 출입만으로도, 그라운드가 꽉 채워지는 것은 물론 거친 일은 여전히 벌어진다.
여성들 사이의 패싸움이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터키인들에게서 있어서 축구는 단순히 삶을 넘어서 종교와도 같은 것이라,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경기 내용과 결과에 감정이 크게 요동친다.
특히 이런 유럽대항전에서는, 원정 온 상대 팀을 죽일 기세로 달려든다.
중요한 건, 단순히 기세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실제 물리적인 힘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터키 원정을 떠나는 팀은 항상, 원정지에서 해서는 안 될 일들을 브리핑하고 선수들을 숙지시킨다.
“각오 단단히 해. 네가 이렇게 맞은 것을 가지고, 사람들이 필시 놀리려고 할 거니까.”
“어차피 말도 못 알아들어요.”
“하하. 그건 그렇네. 자, 다 됐어.”
부어오른 이마를 치료하는 작업을 끝내고, 라커룸으로 들어선 나는 걱정하며 다가온 동료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그라운드에 쓰러진 순간, 제수스 감독님은 곧장 바깥에서 몸을 푸는 일을 중단시켰다.
그래서 동료들 모두 실내에서 몸을 풀게 되었고, 난 그에 대해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네가 잘못한 건 없어.”
“그래도. 이야기를 들었는데 깜빡했지 뭐야.”
“괜찮으면, 그걸로 된 거야.”
“응. 고마워.”
걱정과 격려를 동시에 해준 가라이에게 감사를 표한 뒤, 난 라커에 있는 거울을 보며 이마를 한 번 더 확인해 보았다.
헤딩할 때, 통증이 장난 아닐 것 같다.
“괜찮나?”
“응? 아, 네. 괜찮아요.”
“다행이군. 조심하도록.”
“네.”
걱정하며 다가온 감독님은 내 어깨에 손을 얹어 몇 번을 토닥이곤, 분위기를 환기하는 손뼉과 함께 화이트보드의 앞에 섰다.
“오늘 우린 완벽한 악당이다!”
“…….”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터키에서는 늘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너희들이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까지는 감추지 못한다.”
감독님은 이번 페네르바체 원정을 앞두고, 우리가 경기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게끔 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셨다.
엊그제는 사전인터뷰에서 열세를 예상하는 식으로 인터뷰할 거라는 말을 우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굳이 터키 팬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어 저자세를 취하려고 하는 걸 두고, 우리 선수들이 오해해 사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하셨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린 감독님의 사전인터뷰를 본 뒤에도,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감독님은 여전히, 우리를 전적으로 신뢰해주고 계신다.
그리고 이건,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오늘은 많은 것들이 다를 거다. 너희의 행동 하나하나에 야유가 쏟아질 거고, 정말 아파서 누워 있어도 야유가 쏟아지겠지. 우선 사이드라인에서 혼자 있는 상황은 될 수 있으면 피하도록. 드로인이나 코너킥 상황을 조심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의 플레이가 위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 감독님의 사전 미팅은 거의, 첫 여행을 떠나는 아들에게 부모님이 충고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거 조심하고 또 저거 조심하고, 여행은 재미있게 즐기되 가능한 한 안전하게 사지 멀쩡히 집으로 돌아오라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확실히, 색다른 경험이다.
“좋아. 오늘은 평소보다 목소리가 더 커야 할 거다. 따로 목에 좋은 것들도 챙겨 두었으니, 얼마든지 이용하도록. 이상. 모두 모이도록 하지.”
“…….”
미팅이 끝난 뒤, 우린 마지막 파이팅을 위해 스크럼을 짰다.
평소와는 달리, 다들 얼굴에 귀찮음이 뒤섞여 있다.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터키 원정 자체가 뛰기 싫은 무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터키 팬들이 팀의 12번째 선수로서 자기 몫을 120%하고 있는 셈이다.
“VAMOS!!!”
“위축되지 마!! 우리 플레이를 하자고!!”
그래서 우린 일부러 평소보다 더 크게 파이팅을 외치고, 평소보다 더 동작 하나하나를 크게 가져갔다. 이렇게 하는 게, 긴장과 귀찮음을 떨쳐내 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난 언제나처럼 파이팅 후 축구화의 끈을 동여매곤,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엔 ‘살아서 돌아올게’라고 보낼까 했지만, 그럼 걱정할 것 같아 늘 보내던 글자를 쳤다.
두 번의 콘서트를 무사히 끝낸 아영이는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뒤에, 조금 더 쉬다가 리스본으로 올 예정이었다.
기간은 대략 2주 정도고, 첫 일주일은 나와 보내고 다음 일주일은 여동생들과 함께할 거라고 했다.
‘그때까지 부어 있으면 안 되는데.’
마지막으로 이마를 한 번 더 확인한 뒤에, 난 휴대폰을 내려두곤 복도로 빠져나왔다.
이마에 반창고를 댄 나를 본 터키의 진행요원 한 사람이, 피식하고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워왔다.
누가 보더라도 저건, 비꼬는 거다.
그래서 난 씨익 웃으며 화답했다.
[형제는 무슨, 개뿔.]“??”
[갈라타사라이 세비요룸이다, 인마!]“!!!”
대번에 눈길이 샐쭉해지는 이를 뒤로한 채, 난 뚜벅뚜벅 걸어 입장을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지금 내가 한 말은 터키어로 ‘Galatasaray’ı seviyorum’, 한국어로는 ‘난 갈라타사라이를 좋아한다’였다.
페네르바흐체를 응원할 것이 분명한 그 직원에겐, 무척이나 자극적인 말이었을 거다.
동료들을 지나쳐 가라이의 뒤에 서자, 내 이마를 본 페네르바흐체의 선수들이 피식거리기 시작했다.
그중, 포르투갈의 A팀이기도 한 하울 메이렐레스(Raul Meireles)가 말을 걸어왔다.
“이봐, 친구. 이마 괜찮아?”
“어때 보이는데?”
“큭큭. 그거 붙이니까 더 잘생겨 보이긴 하네.”
“…….”
웃음을 참지 못하는 하울 메이렐레스를 향해 손을 휘저으면서 느낀 점은, 아까 날 치료해주던 니콜라의 말처럼 이곳은 이런 상황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는 점이었다.
오늘 난, 그런 곳에서 뛰는 거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그런데.
“응?”
다시 또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낯선 풍경.
저 앞에, 중무장한 경찰들이 보였다.
‘저건 또 뭐래.’
입장을 알리는 진행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중무장한 경찰의 등장이 의아했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탁-! 탁-! 탁-!
탁탁탁탁!!
투웅-!
마치, 우박이 떨어질 때와 비슷한 소리.
지금 사방에선 뭔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페네르바체의 선수들이 함께였음에도 불구, 이곳의 팬들은 우리를 겨냥해 각종 물건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이제야 오늘 에스코트 키즈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이들은 앞서 피치 위에 나가 있었고, 그것도 단 두 명뿐이었다.
‘와아- 미쳤네, 진짜.’
작고 묵직한 각종 물건이 어지러이 흩뿌려진 피치 한쪽을, 몇 명의 사람들이 재빨리 정돈하고 있다.
듣기론 그나마 이스탄불의 클럽 중 페네르바흐체가 가장 양반인 클럽이라고 하던데, 다른 갈라타사라이와 베식타쉬의 홈구장은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 담배 냄새.’
지금도 어김없이, 담배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와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페네르바흐체 SK의 구단주 아지즈 이을드름(Aziz Yıldırım)은 터키 축구계의 폭군(暴君)으로 이름이 높다.
2009/10시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르사스포르에게 밀려 리그 우승을 놓쳐버린 뒤, 이듬해 상대 선수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승부 조작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건설업체 ‘Makta? Engineering’의 소유주인 그는 1년 남은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리그 우승이 필요했고, 이에 2011년 2월 21일부터 시즌이 끝나는 2011년 5월 22일까지 펼쳐진 13경기에서 승부 조작을 시도했다.
이후 2011년 7월 3일, 아지즈 이을드름은 이스탄불 형사법원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위한 범죄조직의 설립 및 관리’의 이유 등으로 구금이 되는데, 당시 터키 언론은 최대 93년의 징역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하지만 빚더미에 앉아 있던 페네르바흐체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을드름뿐이었기에, 페네르바흐체의 팬들은 이을드름의 무죄를 주장하며 이스탄불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전 세계 최고의 변호사를 대동한 아지즈 이을드름은 13경기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던 최초판결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석방이 되어 다시 페네르바흐체의 구단주로서 정식 활동이 들어갔다.
애초부터 터키 협회에서 내린 처벌은 극히 미미했기에, 벌금과 유럽대항전 1년 출전금지에서 벗어난 페네르바흐체는 다시 터키 축구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콰앙-!!
“!!”
제법 값비싸 보이는 재떨이가 벽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나고, 이에 깜짝 놀랐던 한 남자가 스피커폰을 눌러 사람을 안으로 불렀다.
그리고 재떨이를 집어 던진 주인공은, 주변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TV 모니터에 집중했다.
“이런, 빌어먹을! 멍청한! 어떻게 저걸 놓쳐?!”
아이즈 이을드름은 지금, 완벽한 기회를 놓친 자신의 선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센터포워드가 필요해! 웨보 저 빌어먹을 깜둥이 자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아심!!”
“네, 회장님. 알아보겠습니다.”
“쯧. 병신 같으니라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이을드름.
그는 손을 뻗어, 테이블에 놓인 술잔을 쥐었다.
“대체 디르크는 뭘 하는 거야? 저 빌어먹을 꼬마 하나도 제대로 요리하지 못해서 어쩌겠다고?”
“컨디션이 조금 나쁘니 봅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나한테 받아가는 연봉이 얼만데!! 저러라고 돈을 퍼먹이고 있는 게 아니야!”
쿵-!
“!”
이번엔 이을드름의 구둣발이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곁의 남성은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러다 감정이 더 격해지게 되면, 본인에게 어떠한 물건이 날아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후우- 병신밖에 없는 협회놈들 때문에, 내가 더 강한 팀을 만들 수 없는 거야. 승부 조작?! 하! 그 전에 심판들이나 털라고 해!”
“옳은 말씀입니다, 회장님.”
“당연하지! 그 빌어먹을 챠크르 자식은 본인이 왕이라도 된 것처럼 굴고 있잖아?! 그가 이 리그를 망치고 있어!”
경기 초반부터 답답한 경기력을 보이는 팀 탓에, 이을드름의 불평불만은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데미되렌 그 X같은 녀석이 협회장에 있으니 베식타쉬 같은 근본 없는 팀만 특혜를 받는 거야! 아예 이 리그 전체가 그 머저리들을 밀어주고 있으니까!”
“…….”
경기를 보는 내내 쉬지 않고 쏟아지는 거친 말을 듣고 있는 수행원은, 정신이 이상해지기 전에 직장을 관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는 그에겐, 높은 연봉을 주는 이 직업은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후우~ 아무리 그렇지만…….’
귀가 슬슬 따가워지기 시작한 수행원은 이을드름 몰래 귀마개를 집어넣으며, 영혼 없는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일을 반복했다.
전반 15분이 지나가는 지금, 현재 화면에서는 수세를 벗어난 벤피카가 페네르바흐체를 상대로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보던 수행원은 이런 생각을 했다.
‘하아, 빌어먹을. 얼른 탈락했으면.’
페네르바흐체가 치르는 경기 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이을드름의 히스테리를 견디는 날 역시도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열렬히 응원해왔던 팀의 패배를 바라고 있었다.
지금도 저 밖에서는 클럽의 승리를 바라는 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지만, 이젠 그들마저도 싫어진 수행원에게 축구는 돈을 버는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 뚫렸어.’
화면 속, 벤피카의 12번이 피치 한쪽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