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12)
211화
노란색과 검은색 세로 스트라이프 유니폼이 눈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순간, 나의 몸은 부웅하고 떠오르며 원치 않던 방향으로 나아갔다.
쿵-!!
“윽-!”
둔탁한 충격은 어깨부터 시작되어, 가슴팍과 등 주변으로 빠르게 번져나간다.
삐—익!!
휘슬 소리가 들려와 통증이 가실 때까지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무언가가 머리 옆에 툭하고 떨어져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행히, 그건 축구공이었다.
‘어우씨, 깜짝이야.’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비로소 안심한 나는 앉은 자세로 어깻죽지를 손으로 문질렀다.
“괜찮아?”
“네. 괜찮은 것 같아요.”
대략 전반전 5분까지를 탐색전이었다고 본다면, 이후 10분은 페네르바흐체의 흐름이었다.
많은 숫자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우릴 강하게 압박했는데, 공격으로 전환되는 속도도 무척 빨랐고 특히 공격수들 사이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무척 돋보였다.
디르크 카윗-무사 소우(Moussa Sow)-피에르 웨보로 구성된 페네르바흐체의 공격진은 2분이 멀다 하고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수비에 혼란을 주려고 했다.
거기에 당했던 게 최근 10분 중 8분 정도까지이며, 이후 2분부터는 조금 대처가 되었다.
“네 말이 맞았어.”
“그렇지?”
“응.”
우리가 사전에 분석하기론, 페네르바흐체는 4-3-3 혹은 4-2-3-1을 주요한 전술로 삼는 클럽이었다.
하지만 이는 출전하는 선수들의 최초 포지션을 정의하는 것일 뿐이고, 실제 플레이할 때는 플랫 형태의 4-4-2로 뛰는 경우가 많았다.
전술 이해도가 높고 부지런한 성향을 지닌 디르크 카윗과 하울 메이렐레스의 장점을 활용, 공수밸런스를 챙겨가는 영리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데 그렇게 4-4-2를 만드는 방법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실전에서 뛰며 그 패턴을 얼른 파악해내는 게 오늘 경기의 중요한 사항이었다.
그리고 난 5분 전, 가라이에게 내가 확인한 것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오늘 페네르바흐체는 디르크 카윗의 공격 위치에 따라 남은 미드필드의 역할을 정했다.
삐-익!!
‘아, 이런.’
내가 얻어낸 프리킥 상황이 오프사이드로 끝나버리고, 아쉬움을 삼킨 이후에 곧바로 디르크 카윗을 찾았다.
그는 지금 왼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렇다면.
“!!”
카윗이 왼쪽에 서게 되면, 오른쪽 측면 미드필드를 담당하는 건 메이렐레스의 몫이 된다.
단순한 측면 미드필드라기보다는 전진형 플레이메이커로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볼을 분배하고 또 키패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난 앞으로 쭉 전진해 메이렐레스와의 간격을 좁혔는데, 뒤쪽의 공간은 가라이가 대신 커버해주고 있다.
마티치가 포백을 보호하는 위치에서 사실상의 센터백 역할을 맡아주기에, 사이드백이 이런 식으로 전진을 해도 뒷공간을 허용하는 위험부담이 상당히 줄어든다.
더군다나 오늘은 측면 윙어들의 수비가담도 꽤 적극적인 편이라, 페네르바흐체 공격의 핵심이 되는 메이렐레스-소우-카윗의 측면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 사이드백의 상황판단 능력을 감독님이 준비한 게임-플랜이다.
“우윽-!”
강하게 전진압박을 하는 내 몸싸움에, 밀려난 메이렐레스가 뒤쪽으로 패스를 돌렸다.
페네르바흐체가 전진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백패스를 보내는 경우는 오늘 그리 많지 않았는데, 공격이 지연되자 후방 빌드업을 시도하다 실수가 터져 나왔다.
{“!@#@#%#@^!!!!”}
{“!@$#@%$&%&!!!”}
뭐라고 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터키 팬들은 응원 팀의 실수에도 거침없이 말을 하는 편인 것 같다.
이스탄불로 오기 전만 해도 돈두르마(Dondurma)와 터키 특산물 등을 쇼핑하며, ‘형제의 나라’의 국민이 보여줄 환대를 은근 기대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환대까지는 아니어도 친절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의 느낌으론 쇼핑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
챙겨온 옷도 벤피카의 트레이닝복이 전부인지라, 그걸 입고 호텔 주변을 돌아다녔다간 몸이 성치 못할 것 같았다.
뭐 저리 과격한지 원.
‘후우~ 그래도, 조금 풀렸어.’
아직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페네르바흐체의 빌드업 패턴을 알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한차례 수비를 한 페네르바흐체가 다시 빌드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엔 카윗이 10번 위치로 향했다.
소우가 왼쪽(LW)에 메이렐레스 역시 오른쪽 윙어 위치까지 올라서며, 페네르바흐체의 포지션은 상당히 공격적인 형태의 4-3-3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니모!!”
다급하게 니모를 부르며 수비진영으로 오라 손짓을 보낸 나는, 녀석을 적당한 위치에 세워두곤 안쪽으로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페네르바흐체의 오른쪽 사이드백 교칸 교뉼(Gokahn Gonul)이 수비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빌드업 방향을 왼쪽으로 잡아 공격을 전개할 것 같았다.
실제로 왼쪽 사이드백 레토 지글러(Reto Ziegler)가 스프린트를 시작하고 있었는데, 무사 소우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면서 왼쪽 측면에 넓은 공간이 생겨났다.
베르나르두의 수비가담 타이밍과 무사 소우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뛰어드는 시점이 절묘하게 맞물리며, 순간적으로 레토 지글러에게 기회가 난 거다.
그리고 난 이를,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고.
크리스티앙(Christian)의 좋은 패스가 레토 지글러에게로 향하고, 스위스 국가대표 출신의 왼발잡이 사이드백은 스텝을 맞추며 곧장 크로스를 띄워 올리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중앙으로 향했는데, 피에르 웨보의 머리로 날아갔다.
하지만 한창 밀리던 때 웨보에게 골포스트를 맞는 헤더를 허용했던 기억 때문인지, 이번에는 자르데우가 제대로 수비 위치를 잡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 먼저 맞은 축구공이 페널티에어리어 바깥으로 흐르고, 그것을 본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제로니모에게 측면 수비를 맡겨두고 다소 중앙으로 치우쳤던 상태였기에, 축구공을 뒤쫓을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축구공만 바라보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내 시야 왼쪽에서, 다시 노란/검정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이 나타났다.
아마도 저건 디르크 카윗일 거다.
‘……역시.’
시야의 끝에서 노력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곳으로 금발 곱슬머리가 움직였다.
타이밍이 실로 아슬아슬했는데, 현재 축구공과의 거리는 내가 더 가깝지만 볼이 흐르는 방향은 카윗에게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다.
어떻게 할까.
“…….”
무작정 볼을 향해 뛰어들다 파울이라도 범한다면, 페네르바흐체에게 훨씬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프리킥을 잘 차는 사람이 꽤 되니까 말이다.
‘아냐. 내가 더 빨라.’
빠르게 망설임을 거두어들인 나.
난 달리기에 힘을 더 보탰다.
그리고.
“?!”
달려가던 속도를 그대로 살려, 난 몸을 왼쪽으로 90도 정도 획하고 틀었다. 그리곤 앞선 오른발을 축구공 위로 넘기곤, 뒤따라온 왼발의 안쪽을 축구공에 가져다 댔다.
먼저 내디뎠던 오른발의 뒤쪽으로 축구공이 빠져나가고, 왼발을 길게 쭈욱 뻗었던 디르크 카윗은 지금 내 왼쪽을 막 스쳐 지났다.
허벅지가 꿈틀대는 것을 느끼며, 난 다시 양발을 떼어 굴러가는 축구공을 앞으로 차 넣었다.
현재 페네르바흐체의 오른쪽 공간은, 레토 지글러의 전진으로 완전히 비어 있는 상태다.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하고자 미드필드의 힘을 오른쪽에 실어두기도 했기에, 메흐메트 토팔(Mehmet Topal) 외에는 커버를 올 선수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막아!! 막으라고!!]재빨리 벤치에서 달려 나온 페네르바흐체의 코칭스태프 중 하나가 뭐라고 소리를 내지른다.
난 그런 그의 앞을 스쳐 지났고,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따라가며 축구공을 계속 앞쪽으로 끌고 나갔다. 중앙선을 넘어서자, 에게만 코르크마즈(Egemen Korkmaz)가 내게 접근을 해오기 시작했다.
역습을 방어하는 수비수의 첫 번째 목적은 무조건 지연.
저 남자는 공격을 늦추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
그것을 예상하고 대처를 하는 것도 무척 훌륭하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
상대가 무언가를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수를 두는 것이다.
난 전방을 쳐다보았고,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했다.
투-웅.
“!!!!”
공격수들까지 수비에 가담한 상태였기에, 주변 동료의 도움을 기다리려고 하면 그러는 사이 페네르바흐체의 수비가 원상복귀 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코르크마즈를 돌파하고 그 뒤의 조셉 요보(Joseph Yobo)까지도 돌파하는 내 모습을 잠깐 떠올려보지 않은 것은 또 아니었지만, 그건 어쩐지 가장 나쁜 선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내 판단은 이 위치에서 직접 골대를 노려보자는 것이었고, 정확도에 중점을 두고 떠나보낸 축구공은 발등에 정확히 얹혀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높은 궤적을 그린 축구공은 처음엔 똑바로 날아가는 듯했지만, 이내 회전을 먹어 바깥쪽으로 휘어졌다.
처음부터 이러기를 바라고 반대편 코너플랫과 골대 사이를 보고 킥을 했었는데, 축구공은 점점 골대의 정면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황급히 뒷걸음질 친 볼칸 디미릴(Volkhan Demiril)이 몸을 띄워 올렸다.
툭-
“이런!”
발을 휘두르고 착지한 자리에서, 난 머리를 감싸쥐며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갑자기 귀가 탁하고 트이면서 경기장의 모든 소음이 들려왔다.
지금 경기장은 웅성거리고 있다.
뭔가, 당황한 느낌이다.
나름 큰 용기가 필요했던 슈팅이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랐는데,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혀버리고 말았다.
절로 나온 한국어를 중얼거리며 쪼그린 자세에서 일어서자, 바로 옆쪽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
그곳엔 손뼉을 치고 계신 감독님이 있었다.
그리고 난, 제수스 감독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
웅성거림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경기장 내에서, 디르크 카윗은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벤피카의 풀백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재미있는…… 친구네.’
약간 어눌한 말투와 축구 외에는 무관심한 성격 탓에, 종종 디르크 카윗은 ‘무식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실제 그와 함께 리버풀에서 뛴 동료들은 카윗의 부족한 상식과 생활능력에 경악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피쉬&칩스를 포장해 오는 데 3시간이나 걸린 일화는 무척 유명한 것이었다.
하지만 피치 위에서의 디르크 카윗은 늘 영리한 선수였다. 본인은 그저 많이 뛰는 것뿐이라 말하지만, 그의 플레이는 단순히 많이 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상대를 들볶고, 자주 혼란을 가져다준다.
‘아까부터…… 자꾸만 쟤가 있어.’
이런 디르크 카윗이기에, 현재 김다온이 펼치고 있는 플레이는 더욱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압박의 타이밍과 위치선정 또 정확한 판단력에 이르기까지, 김다온은 지금 페네르바흐체가 쥐고 있던 주도권을 벤피카에게로 가져가고 있는 주인공이었다.
“크리스티앙! 조금…… 움직여!”
“뭐?!”
“조금 더…… 많이 뛰라고!”
“이미 뛰고 있잖아!”
인상을 팍 찌푸리며 대답하는 크리스티앙을 보던 카윗은, 조금 답답한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빈약한 터키어 실력 때문에, 그는 항상 피치 위에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겪곤 했다.
영국에서 7년을 있었으면서도 초보적인 영어 실력을 벗어나지 못했을 만큼, 디르크 카윗이 모국어 외의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은 실로 최악이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그는, 터키에서 보낸 9개월 동안 외운 단어 몇 개를 간신히 조합한 것이 전부였다.
“후우~”
답답함에 절로 인상이 써진 디르크 카윗.
그는 직접 움직이기로 결정한다.
“하울.”
“뭐? 네가 여기에 오게?”
“…….”
고개를 끄덕인 카윗이 오른쪽 윙어 자리로 이동하고, 자연스레 중앙으로 옮긴 하울 메이렐레스와 함께 다른 미드필드들의 위치 역시 연쇄적으로 옮겨진다.
이제 페네르바흐체는 무사 소우-피에르 웨보를 투톱으로 세운 4-4-2로 바뀌게 되었는데, 부족한 왼쪽 공격력을 채우기 위해 레토 지글러가 적극적인 오버랩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메흐멧 토팔은 중앙에서 왼쪽으로 치우친 지점에 자리를 잡곤, 측면으로 패스를 뿌리는 메찰라(Mezzala)의 역할을 맡았다.
이는, 영어권에서 메찰라를 설명하는 단어인 하프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레스 베일 등의 영향으로 EPL엔 인버티트 윙어를 두는 것이 크게 유행했는데, 부족한 측면 돌파를 채워내는 방법으로 사이드백의 오버랩과 함께 때때로 측면 돌파를 하는 하프윙을 미드필드에 두는 방법을 택했다.
하나 지금 토팔의 임무는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정의하는 메찰라에 조금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미드필드 중앙에 자리를 잡아 볼을 연계하는 타워 역할을 소화하고, 때때론 10번의 위치에 올라 공격의 숫자를 높여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세컨볼 다툼에서의 우위와 역습 시의 손쉬운 전방압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분명한 약점은 있는데, 왼쪽 측면을 사이드백 혼자가 맡게 된다는 점과 8번(CM)과 6번(DM)의 공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페네르바흐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센터백 중 하나를 높은 곳까지 올렸다.
최종수비로 패스가 진행되기 전에, 파울로 끊는다거나 하여 상대 공격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는 주로, 주력과 피지컬에 장점을 갖춘 조셉 요보가 맡았다.
분명, 페네르바흐체의 전술적 역량과 수준은 빅리그의 클럽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
하나의 큰 틀을 갖춰두고 상대와 선수 컨디션에 따라 3~5가지의 축구를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디르크 카윗은 팀이 아까부터 자꾸만 덜컥거린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지금도 분명 벤피카는 수세에 몰려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중앙 미드필드인 안드레 고메스와 파블로 아이마르는 늘 높은 위치에 있었다.
오히려 윙어들이 깊숙이 내려앉으며 수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고, 미드필드는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었다.
‘……매번. 이랬나?’
벤피카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를 공격적으로 배치하자, 마찬가지로 페네르바흐체 역시 중앙 미드필드를 평소보다 낮게 둘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크로스가 수비에 걸려 흘러나온 순간, 세컨볼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은 벤피카의 선수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하울이…… 슈팅을 못했어.’
올 시즌 페네르바흐체의 주요 공격 루트 중 하나는, 이런 식으로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워 올렸을 때 나오는 세컨볼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팀에는, 이런 상황에서 장점이 극대화되는 하울 메이렐레스가 있었다.
그의 슈팅 능력을 경계한 수비가 세컨볼 상황에서 그에게 집중하는 동안, 공간쇄도에 능한 디르크 카윗이 공간을 파고들어 결정적인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한 플레이도 아예 나오지 않고 있었는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된 빌드업을 보던 디르크 카윗은 그 역시 벤피카의 측면에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한다…….’
조금씩 더 답답해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는 지금, 페네르바흐체 공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
·전반 26분
페네르바흐체 SK 0 : 0 SL 벤피카
터키의 축구 관계자로서 팀의 경기력을 확인하는 지표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그건 바로, 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인내심 없기로 소문난 터키의 팬들은, 피드백이 굉장히 빠르다.
{“대체 뭐 하는 거야, 이 개똥 같은 새끼들아!!”}
{“X팔!! 내가 이딴 X같은 경기를 보겠다고 왔는지 알아!! 똑바로 하지 못해?!?!?!”}
1988년부터 1996년까지 펜네르바흐체 소속으로 뛰며, 210경기 140골.
프로 커리어 통산 360경기 200골을 기록한 유능한 스트라이커 아이쿠트 코차망(Aykut Kocaman)은 현재, 페네르바흐체의 감독을 맡고 있다.
훌륭한 프로 경력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신뢰를 얻은 그는 화려했던 현역시절과 터키 리그라는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그 진짜 실력을 저평가받고 있다.
특히, 전술적 부분이 바로 그렇다.
아이쿠트 코차망의 페네르바흐체 SK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완벽하게 접목하고 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군.’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강타한 프랑스 축구의 득세로 인해 미드필드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면서, 중원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전술이 바뀌어 갔다.
이는 출전 국가의 대부분이 4-2-3-1 전술을 사용했던 유로 2008에서 정점을 찍었는데, 이 대회 이후 다시 두 명의 공격수를 두는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족한 미드필드의 경쟁력을 채우기 위해 빌드업 능력을 갖춘 센터백을 내세웠고, 공격수 중 하나에 9.5번 역할을 부여하기도 했다.
또 기존 포지션의 틀을 깬다거나 경기 내에서 두 개 이상의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단점을 보완하는 일에 집중했다.
오늘 페네르바흐체의 축구는 이런 트렌드를 아주 잘 따른 것인데, 벤피카가 이를 아주 영리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측면 윙어에게 사이드 수비를 맡기고 사이드백을 중앙 미드필드처럼 활용하는 전술은, 가뜩이나 4-4-2가 되며 약해진 페네르바흐체의 중원을 괴롭혔다.
안드레 고메스와 파블로 아이마르가 수비가담을 하지 않았는데도 벤피카가 중앙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이유였고, 또 저 둘의 위치가 팀 전체를 괴롭혔다.
만약 센터서클 주변에 벤피카 미드필드가 없다면, 페네르바흐체는 상대 역습 시 카르도소만을 경계하면 됐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두 명의 미드필드가 전진해 있게 되면, 조셉 요보를 올리기도 어려워질뿐더러 사이드백의 공격가담에도 부담이 걸리고 만다.
“…….”
전반 초반과 비교하면 한참 낮아진 수비수들의 위치를 보며, 결국 아이쿠트 코차망은 변화를 주기로 한다.
“이봐!!!”
지금부터, 페네르바흐체는 공격수들의 스위칭을 자제하며 포지션을 지키는 일에 힘을 쓸 것이다.
공격 시에도 4-3-3을 유지할 것이며, 카윗과 소우의 위치 역시 사이드라인 부근으로 옮겨질 거다.
이를 통해, 코차망은 몇 가지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벤피카 사이드백의 억제였다.
‘일단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이제, 벤피카와 페네르바흐체의 유로파 리그 4강은 조금 더 측면을 중심으로 장면이 펼쳐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