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15)
214화
·2013.04.29. 경기결과(Liga Zon Sagres 27R)
CS 마리티무 1 : 3 SL 벤피카
[골] 리마 : 전반 17분이고로 로시 : 후반 27분(자책골)
김다온 : 후반 46(F.K)
김다온 ? 95분 출전(평점 8.7/팀 내 1위/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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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160 푼샬, 포르투갈. 카미뉴 다 나자레 39. 이스타디우 두스 바헤이루스(Eastadio dos Barreiros. Caminho da Nazare 39. 9000-160 Funchal, Portugal).
상대의 저항이 거세어,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하루였다. 이른 시간의 선제골이 나왔지만 이후 오랫동안 득점이 없었고, 다들 눈에 띄게 몸이 무거웠다.
[야, 많이 배웠다?] [저도요.]경기가 끝난 뒤, 난 평소보다 채비를 서두른 뒤에 라커룸을 빠져나와 복도에 들어섰었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데, 상대는 오늘 풀타임을 소화한 현준이 형이다.
[피곤해 보이네. 많이 힘드냐?] [아우, 죽겠어요.]오늘은 1년에 몇 없는 월요일 경기라서 그나마 사정이 좀 낫긴 했지만, 유로파가 시작된 이후 3주에 2주는 일주일에 세 경기를 소화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도 내 눈은 하품 때문에 나온 눈물로 촉촉했고, 얼굴이 퀭하다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좀 어때요? 다들 잘해줘요?] [응, 나쁘진 않아.]현준이 형은 지난 2월 스포르팅 CP와의 경기에서 포르투갈 무대 데뷔골을 기록했다. 승리를 확정 짓는 결승 골이었던 터라, 꽤 임팩트가 컸다.
이에 뿔이 난 스포르팅 CP의 팬들과 친(親) 스포르팅 성향의 미디어는, ‘한국인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실망스러웠던 패배를 그렇게 설명했다.
나야 당연히 무척 기뻐했고 말이다.
트위터에 업로드를 하기도 했었다.
[흐아— 아? 하아아아?품!!] [야, 죽겠다. 얼른 가 봐.] [네, 형. 연락할게요.] [응. 그렇게 해] [가요, 형. 후아—-아아아품!!]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자꾸 하품이 나왔다.
현준이 형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나는 걸음을 걸어 주차장으로 향했고,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 마데이라 공항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이곳 마데이라에서 리스본까진 비행기로 100분 정도 걸리는데, 공항에 도착한 뒤에 집에 가는 시간까지 합치면 얼추 2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이게 유럽 대항전이랑 다른 게 뭐야?”
“내 말이.”
“으-아! 죽겠어!”
버스에 올라탄 순간, 내가 가장 먼저 듣게 된 말은 일정에 대한 투정이었다.
평소였다면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지금까지 잘 참아온 동료들도 다들 피로가 많이 쌓여버린 것 같다. 자리를 찾아 걸어가는 나 역시, 약간 동감이 되었다.
물론 이건 썩 좋은 신호는 아니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다는 거니까.
‘후우~ 내일 또 훈련이겠네.’
월요일 경기에 기뻐했었던 건 어제까지의 이야기였고, 하루 늦춰진 만큼 다음 경기까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 역시 하루 부족하다.
로테이션을 가져가기도 어려운 게, 지금 FC 포르투와 피 말리는 선두다툼을 펼치고 있는지라, 리그 경기도 항상 전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오늘 선발로 출전한 이들 중에 9명이, 지난 25일 페네르바흐체 원정에 출전했었다.
“드르러엉-! 쿠우-! 드르러엉-! 쿠우-!”
버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곳곳에서 피곤해 지쳐 잠든 이들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쉬고 싶다.’
순식간에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난 버스 소리를 자장가 삼아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
2013년 4월 30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유난히 힘겨웠던 출근길 이후, 난 언제나처럼 차를 세워두고 클럽하우스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응? 이건 또 뭐야?”
“에-이! 늦었네?”
“차가 좀 밀렸어. 이건 뭔데?”
“놀라지 마. 조르제가 정말 멋진 일을 했어.”
“??”
차에서 내려 걸음을 옮기던 내가 보게 된 건,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는 입구 앞에 주차된 커다란 버스였다.
클럽하우스 내에서 버스를 보는 것 자체는 무척 흔한 일이었지만, 이 위치에서는 아니다.
“해변이다-!! 후우-!!”
“뭐?! 해변?!”
클럽하우스 건물 내에서 바람처럼 튀어나온 베르나르두가 잽싸게 버스에 올라타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가라이가 내게 설명을 보탰다.
“출근하니까 버스 앞에 조르제가 있더라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까, 오늘 훈련은 없다는 거야.”
“진짜?”
“응. 이런 분위기라면 훈련이 별로 도움이 안 될 거라나. 그래서 다들 데리고 세투발로 가기로 했어.”
“Portinho da Arrabida?”
“응. 바로 거기.”
이곳 세이샬에서 세투발까진 버스로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그리고 세투발에 있는 포르치뉴 다 아하비다 해변은 포르투갈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 그래도 아영이와 함께 가려고 했었던 곳인데, 이렇게 먼저 갈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너도 얼른 챙겨. 기왕 가는 거, 제대로 놀아야지.”
“이 날씨에 말이야?”
“왜? 제법 따뜻하잖아? 여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닷물에 들어가기엔 충분할 거야.”
가라이는 팀원 대부분이 클럽하우스로 들어가 B팀이나 이하 레벨의 선수들 방을 돌아다니면서 비치웨어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해수욕이라. 그거 괜찮네.’
잠깐 고민을 해보았던 나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나 얼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전의 주앙의 방에서 본 비치웨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것이 있을 것이다.
철컥-!
“어? 잠겼네?”
철컥, 철컥-!
웬일로, 주앙이 방문을 잠가둔 것 같다.
난 머리를 잠깐 긁적이다가 메인 홀로 걸음을 옮겼고, 그러곤 아래를 내려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 제드!! 혹시 거기 있어?!”
조금 시간이 지나자, 짧은 뽀글머리를 한 이가 등장했다.
“부르셨어요?”
“응. 미안한데, 날 좀 도와줘야겠어.”
“??”
“어서 올라와.”
벤피카 유스에 소속된 제드송 페르난데스(Gedson Fernandes)에겐 조금 특별한 재주가 있다.
어째서인지 이 녀석은 머리핀으로 문을 딸 줄 알았는데, 항상 주머니에 머리핀을 가지고 다녀 별명도 ‘Grampo(머리핀)’였다.
칸셀루의 방문 앞에 서서 문을 따달라고 요구하자, 제드송은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걱정 마.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진짜…… 죠?”
“응. 맹세할게.”
“그리고 축구화도요.”
“좋아. 이따가 말해둘 테니까, 마음에 드는 걸로 가져가.”
“!!”
간단히 협상에 성공하게 된 제드송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더니, 녀석은 곧 주머니에서 머리핀을 빼내어 방문을 따기 시작했다.
찰칵-!
단 몇 초 만에 잠겨 있던 문이 열렸고, 난 제드송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어- 뭐 하는 거예요?”
“수영복을 좀 챙기게. 전에 새 걸 본 적이 있거든.”
“수영복?”
“응. 오늘 훈련을 쉬고 해변에 갈 건가 봐.”
“우와-! 좋겠다!”
부러워하는 제드송의 말에 피식하고 웃으며, 난 계속 주앙의 옷장을 뒤적였다.
‘찾았다!’
패키징 된 검은색의 비치웨어를 발견한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음대로 가져가면 주앙이 화내지 않을까요?”
“전에는 이 녀석이 내 방에서 멋대로 후드티 세 장을 가져갔어. 괜찮을 거야.”
“그럼, 뭐. 괜찮겠네요.”
“하하. 고마워, 제드.”
“네! 그러면 저는 축구화 가지러 갈게요!”
“그래-!!”
잽싸게 멀어지는 제드송의 뒤통수에다 대고 말을 한 뒤에, 난 다시 주앙의 방문을 닫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점심시간을 앞둔 클럽하우스 내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는데, 해변도 좋지만 그 전에 밥을 먹고 움직이는 편이 어떨까 싶었다.
“자, 다들 탑승했나?”
“예에에에에-!!!”
마치 소풍을 떠나는 것과도 같은 풍경 속에서, 가장 늦게 버스에 올라탄 감독님이 이런 우리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담당 운전사를 돌아보며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삐-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했다.
분명히 다들 조금 전까진 나처럼 피곤했을 것인데, 지금은 피곤의 ㅍ자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노는 건 다들 좋은가 보다.
나도 딱히 다를 건 없지만.
‘그냥 쉬는 것도 좋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네.’
북적거리는 버스에 앉아, 난 미소를 지은 채 창밖을 쳐다보았다.
세투발 원정을 떠날 때 밟던 도로의 풍경 그대로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안의 풍경 역시 마찬가지.
“Jorge Jesus! Jorge Jesus! Ole-! Ole-!”
“Jorge Jesus! Jorge Jesus! Ole-! Ole-!”
어딘가에서부터 시작된 감독님을 향한 노래에 목소리를 보태며, 나 역시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쌓였던 피로가 조금 풀리는 느낌이다.
정말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해변으로 향하는 짧은 주행 동안, 우린 계속 노래하고 때론 농담을 던져가며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냈다.
“Benfica, la la la la la– Benfica, la la la la la–”
***
상 시망, 포르투갈. 팔라시오 에 퀸타 다 바칼료아(Palacio e Quinta da Bacalhoa. Sao Simao, Portugal).
약 2시간여 동안 해변에서 뛰논 우린, 밝은 분위기 속에서 세투발의 북쪽에 자리한 상 시망으로 향했다.
이곳엔 팔라시오 에 퀸타 다 바칼료아라는 와인 농장이 있었고, 감독님은 이곳이 오늘 우리가 함께 저녁을 먹게 될 곳이라고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저녁을 먹기까진 시간이 제법 남았기에, 지금은 이곳의 직원에게서 농장을 안내받는 중이었다.
“이 땅은 천혜의 환경이죠. 좋은 품종의 포도를 키워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답니다.”
“워-우! 이것 좀 봐. 완전히 미로잖아?”
“진짜네? 입구가 있어.”
이곳은 거대한 부지 내에 다양한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도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존한 성이었는데, 과거 포르투갈 귀족의 성이었다고 한다.
농장의 보유주인 주제 베라르도(Jose Berardo) 씨는 이런 멋진 건축물이 팀원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어,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가져가길 원했다.
실제로 좀 더 늦은 저녁이 되면, 아까 본 호숫가에 불이 켜지면서 끝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농장의 직원들이 애인에게 프러포즈하는 장소로도 쓰인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있는 분은 내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이야기를 보탰다.
“여러분들께도 그런 자리를 만들어 드릴 수도 있어요. 미리 연락만 주신다면, 일정을 맞춰보죠.”
“…….”
갑자기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저, 저도 명함을 좀.”
“후후. 물론이죠.”
앞서 몇몇 동료들이 명함을 받아 갔고, 솔깃했던 나도 직원에게 다가가 명함을 전달받았다.
“언제 알려 드려야 하죠?”
“최소 일주일 전에는요.”
“……저, 실은.”
“?”
아영이가 포르투갈에 도착하는 날은 이곳을 기준으로 5월 3일이다. 페네르바흐체와 유로파 4강전을 치른 바로 다음 날인데, 그날은 간단히 시내를 소개하고 5일에 조금 좋은 곳을 가볼까 하고 있었다.
식당 두 곳을 좁혀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멋진 장소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5일이라고 하셨죠?”
“네.”
“혹시, 애인?”
“음, 친구긴 한데…….”
“우-! 애인으로 넘어가는 단계인가요? 이해했어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보죠.”
“감사합니다.”
“별말을요.”
내게 윙크를 찡긋 보낸 직원이 멀어지며,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에 우리가 향할 장소는 와인이 만들어지고 숙성되는 창고가 있는 공장이었는데, 거긴 무척이나 현대적인 시설로 되어 있다고 했다.
어느새 농장 견학에 흠뻑 빠져든 우린, 말 잘 듣는 학생이 되어 가이드 분의 뒤를 따랐다.
“지금부터는 시음을 좀 해볼게요-!”
시음이라는 말에, 나는 냉큼 뒤로 빠졌다. 직원 한 분이 술을 권해왔지만, 난 좋은 말로 그걸 거절했다.
“얘 술 전혀 못 해요.”
“진짜요?”
“네. 냄새만 맡아도 취할걸요? 그러고 보니 너, 얼굴이 조금 빨간 거 아냐?”
“그래?”
실은 아까부터, 조금 알딸딸한 기분이 들었다.
와인을 제조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어디를 가더라도 술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흐읍-! 후우우우- 좀 살겠네.”
결국은 혼자서 따로 공장을 나와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았고, 널찍한 자리를 독차지하고 누워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좋네, 진짜.’
축구 외의 삶을 즐긴다는 건 내겐 무척 낯선 일이었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푸르름이 가득한 포르투갈의 오후 하늘엔, 새하얀 구름 몇 조각이 걸려 두둥실 눈앞을 떠다니고 있었다.
과격했던 물놀이로 인한 피곤이 뒤늦게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한적한 벤치 위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지금 내 머릿속엔, 며칠 전 후이 코스타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고 있었다.
‘축구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라.’
후이는 내게 그 한정된 시간을 잘 활용할 때만이, 진정으로 원하는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조금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말이다.
지금의 내 생각으론, 내가 성장할 방법은 모두 훈련장과 시합이 펼쳐지는 장소들에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처럼 훈련을 쉬고 놀기만 하는 게 달갑지만은 않지만, 한편으론 귀가 따갑게 들어온 잘 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떠올리게도 된다.
축구가 직업이 된 순간, 이것은 어찌 되었든 내게 커다란 스트레스를 안겨다 준다.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 있는 만큼, 날 괴롭히는 순간 역시도 존재한다.
이미 그런 것들을 몇 번 겪어보기도 했고, 축구가 나를 힘들게 할 때면 정말 무기력해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난 결국 제자리를 찾아 돌아와야만 하고, 무기력감을 떨쳐버리는 것도 온전한 내 몫이었다.
“…….”
다시 눈을 뜨자, 전혀 다른 구름이 눈앞에 와 있었다.
괜히 그것을 향해 손을 뻗어볼까도 했지만, 머리에 받혀둔 손을 빼는 것이 귀찮아 그냥 바라만 보기로 했다.
‘내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내게 주어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란 과연 얼마일까?
그것이 여전히 남긴 남아 있을까?
어쩌면 이게 끝 아닐까?
‘아닐 거야.’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선, 유로파와 같은 대회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수준이 높은 이들과 겨루며, 내 한계를 느껴보고 싶다.
그래야 그것을 깨트린다거나, 뛰어넘는다거나, 혹은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어떤 조치든 취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생각해보면, 큰 계기도 항상 그럴 때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어땠을까? 메시는? 호날두는?’
현재 최고의 선수들이 그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행동은 무엇이었는지가, 무척 궁금해지는 나다.
“에-이!! 이제 이동할 거야!!”
“……읏-차!”
날 찾으러 온 베르나르두의 목소리를 듣고 일어나, 녀석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봐, 베르나르두.”
“응?”
“바지 지퍼 열렸어.”
“?! 오, 이런!”
하여간, 여전히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다.
***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모처럼의 특별한 이벤트를 생각한 조르제 제수스는, 생각보다 더 좋았던 반응에 만족할 수 있었다.
바닷가에서 잘 구워낸 해산물을 마음껏 먹기도 했고, 족구와 배구 등을 하기도 했다. 개중엔 여자에 더 관심이 있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그야 크게 신경 쓸 것이 되지 못했다.
이후 급하게 섭외한 와인 농장에서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 벤피카의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한 기분으로 클럽하우스 앞에서 작별인사를 나눴다.
내일은 평소처럼 새벽부터 훈련이 있는 날이었고, 서로 지각하지 말자며 헤어지는 분위기 역시 훌륭했었다.
그리고 지금.
팡-!!
사무실에 있던 조르제 제수스는 1분 전부터, 창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늘 그렇듯, 그의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
팡-!!
“……확인했네. 본인이 요청했다는군. 1시간 정도 따로 몸을 풀고 가겠다고 말이야.”
“그렇군.”
“그래. 참 부지런한 녀석이야.”
휴대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은 에두 크루즈가 다시 제수스의 시선과 눈을 맞추면서 말한다.
“요즘 한 번씩 생각해 봐.”
“뭘 말인가?”
“우리가 셀링 클럽이 아니었다면 말일세.”
“…….”
에두 크루즈는 최근 10년 동안 팀을 떠난 선수들과 현재 SL 벤피카의 선수들을 모아 스쿼드를 꾸려봤다고 했다.
“멋지더군. 충분히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스쿼드였어.”
“훗. 그런가?”
“그래.”
SL 벤피카가 본격적인 셀링클럽으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건, 에두 크루즈가 단장으로 부임하고 1년이 지난 2004/05 여름 이적시장부터였다.
당시 벤피카는 첼시에 치아구 멘데스(Tiago Mendes)를 1,500만 유로에 판매하며 무너져가던 재정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SL 벤피카는 유망주에 딱히 주목하지도, 그렇다고 유스의 두께가 좋은 클럽도 아니었다.
“몇 개의 이적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아주었지. 그리고 이 클럽을 성공으로 이끌었어. 나는 늘 그거면 된다고 생각해왔네. 그게, 우리에게 어울린다고 말이야.”
“…….”
“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조금씩 회의가 들더군. 분명 우린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전 세계 최고의 훈련 시설과 그곳에서 뛰는 훌륭한 유망주를 가지고 있네. 하지만, 유럽 대항전과는 늘 거리가 멀었어. 결국은 이곳에서 최고가 되어봤자, 전 세계 최고들이 모이는 클럽엔 부족했던 거지.”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에두의 모습에, 제수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은퇴로군.”
“그래. 조금은 쉬고 싶네.”
“다음은, 후이인가?”
“그래. 세자르가 방해하겠지만, 무난하게 그가 다음 단장자리에 오르게 될 거야.”
갑작스러운 은퇴 이야기였지만, 제수스는 놀라지 않는다.
파앙-!!
연습용 그라운드에서 날카로운 크로스 하나가 페널티박스 안에 떨어졌다가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은퇴 선물이 되겠군.”
“응?”
“유로파 말일세. 자네의 은퇴 선물로는 딱이지 않나?”
“……흥! 노망이라도 난 건가? 우린 아직 4강전에서 뒤지고 있어.”
괜히 심통을 부린 에두가 한쪽으로 가 술병을 집어 들고, 계속해서 그라운드에 눈길을 두던 조르제 제수스는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되어 턱을 매만졌다.
클럽의 미래는 지금 급격히 변화하려 하고, 어쩌면 한 세대의 끝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나도 내년이 마지막이겠군.’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조르제 제수스는 지금, 연장하지 않을 결심을 한다.
그도 내년엔, 팀을 떠날 것이다.
“들게나.”
“고맙네.”
나란히 술잔 하나씩을 손에 쥐고 계속 같은 풍경을 내려다보는 두 사람.
그곳엔, 스스로의 성장과 한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김다온이 있었다.
파앙-!!
“멋진 크로스군.”
“그러게 말이야.”
김다온이 띄워 올린 크로스에 대한 감상평과 함께, 둘은 허공에서 술잔을 부딪쳤다.
띵-!
찰랑거리는 호박빛 액체의 사이로, 새하얀 형광등 조명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