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21)
220화
·2012/13 SL 벤피카 잔여 일정
2013.05.11. @ FC 포르투(Liga Zon Sagres 29R)
2013.05.15. N 첼시 FC(Europa League Final)
2013.05.19. VS 모레이렌세 FC(Liga Zon Sagres 30R)
2013.05.26. @ Vit. 기마랑이스(Taca de Portugal Final)
***
2013년 5월 7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어제 그런 식으로 소리치곤, 아무것도 풀지 못한 상태에서 하루가 지났다. 그래서 오늘은, 출근이 참 어려운 그런 날이었다.
“…….”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세워두곤 한참을 앉아 있다.
어떠한 기분으로 동료들을 보아야 하는 걸까?
시즌 초반은 어땠더라?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던 나는, 핸들에 대었던 이마를 떼며 밖으로 나갈 결심을 굳혔다.
탁-!
삐빅! , 딸깍!
지금 저 클럽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면 누가 도착해 있을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주차장에 대어있는 차의 종류만 보더라도, 출근을 끝낸 사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유독 마주치는 이도 없었다.
주차장에서 입구를 거쳐 라커룸으로 향하는 내내,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
“…….”
의자에 앉아 손톱을 정리 중이던 막시를 보게 되었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고, 곧 이렇게 말했다.
“Oi, Amigo. Tudo Bem?”
아무렇지도 않은 인사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Tudo. 다른 사람들은요?”
“똑같지 뭐. 몇 명은 마사지를 받고 있고, 몇 명은 잠을 깨려고 씻으러 들어갔어.”
“네.”
Tudo Bem은 가장 흔한 인사 표현으로, 영어로는 How are you에 가까운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다만 그 사용법이 넓어, 지금은 잘 잤냐는 뜻으로 보는 게 더 적합하다.
그래서 잘 잤다고 대답한 나는, 가방을 자리에 놓아두며 슬쩍 막시의 눈치를 봤다.
딱- , 딱-
손톱깎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가지며 들려오고, 손에 완전히 집중한 그의 얼굴에서 어제 내가 화를 냈던 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뭘 그렇게 봐?”
“네? 네?”
“어제 일 때문에?”
“…….”
딱-
“후우! 어제는 네가 잘못한 건 없어. 충분히 화를 낼 만했으니까.”
“그런가요?”
“네가 떠나고 제수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 그런 뒤에는 루이장이 다시 한마디를 했지. 그러니, 괜찮을 거야. 무엇보다, 그렇게 우물쭈물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관둬.”
“……그렇게 보여요?”
“말이라고 해? 네 표정은 마치 똥 마려운 망아지 같아. 그러니까, 최악이라는 거야.”
똥 마려운 망아지라.
신기한 표현일세.
“저, 막시.”
“?”
“뭐 하나만 물어도 돼요?”
“물론.”
딱-!
왼손에 입김을 불어 넣은 막시는 이번엔, 발을 의자 앞부분으로 올려 발톱의 손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런 그의 옆에 앉아, 여태껏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에 관해 질문했다.
“적합한 타이밍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궁금해서요.”
“왜? 심각한 질문이야?”
“어째서 벤피카를 떠나지 않죠?”
“……Perdao?”
막시는 벤피카를 사랑한다.
그는 늘 벤피카의 팬들을 ‘세계 최고의 축구팬’이라 말하며, 이곳에서 뛰는 일이 얼마나 행복하고 또 자랑스러운지를 입 아프게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째서 그가 벤피카를 떠나려 하지 않는지가 궁금했다.
아직 28살의 나이이고, 매번 우루과이 대표팀에 뽑히는 등. 포르투갈 내 최고의 오른쪽 풀백으로서, 수년째 수준 높은 기량을 뽐내오고 있다.
실제로 2009년엔 EPL 중위권 전력을 유지하던 풀럼 FC의 정식 오퍼를 받기도 했고, 작년 여름엔 아스날과 강한 링크가 뜨기도 했다.
그러나 막시는 계속해서 벤피카에 남았다.
“혹시 당신도 저주를 깨트리기 위해서예요?”
“……하하. 하하하.”
“??”
“크크크큭. 아, 아냐. 아무것도. 그냥. 그런 질문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왜냐고?”
“네.”
“이거면 충분하니까. 매년 50경기 이상을 뛰는 건 나와는 별로 맞지 않아. 그런 삶은 너무 빡빡하다고. 세상엔 축구 말고도 중요한 것들이 많아, Amigo. 예를 들어, 가족 같은 거 말이야.”
막시는 축구장 바깥에서 정말 놀라울 정도로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막시에겐 결혼하지 않은 여자친구인 안나 라우라 라가리아스(Ana Laura Llagarias)가 있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네 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장녀인 베렌(Belen)과 이란성 쌍둥이인 토마스(Thomas)와 티아고(Thiago), 또 작년엔 막내딸인 클라라(Clara)를 얻었다.
나도 몇 번이나 영상통화를 함께하고 또 수시로 사진을 봤는데, 여자친구와 아이들을 보여줄 때 막시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확실히 그의 말처럼, 막시가 생각하는 삶의 행복 기준과 내가 생각하는 삶의 행복 기준은 무척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애국심도 들 수 있겠지.”
“애국심?”
“그래. 난 어릴 때부터 빅리그의 클럽이 아니라, 우루과이의 유니폼을 입고 싶었어. 대표팀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이곳이 가장 적합해.”
“…….”
확실히, 막시는 A팀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평소보다 더욱 열정을 보여주곤 했다.
“챔피언스리그, 유로파. 그런 것도 전부 다 좋지만, 내게 중요한 건 월드컵이야. 내가 빅리그로 가건 그렇지 않건, 내 실력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
이후로도 막시는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가 참 많은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사람에게 내 생각을 말해봤자, 전혀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옳고 남이 틀렸다는 건 아냐. 그냥,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거지.”
“네.”
“뭐. 이거야, 그냥 내 합리화고. 실제론 나라는 남자가 여기까지라는 거겠지만 말이야.”
본인의 생각과 같은 것들을 거의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막시인지라, 지금의 이런 대화는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 않았던 일을 해서인지, 막시는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래서 난 이 클럽에서 리더가 되지 않는 거야. 여기에서 뛰는 녀석들은 다들 더 큰 무대로 나가길 원해. 너처럼.”
자신이 그런 사람이지 않은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해봤자 선수들을 올바로 이끌 수 없을 거라는 게 막시의 생각이었다.
“루이장이나 에즈는 좀 달라. 루이장은 2003년부터 여기에서 뛰었어. 그것만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지. 또 에즈는 레알에 있었고. 또 너는…… 응?”
“??”
그렇게 한참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주변이 어수선해지며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응? 뭐야? 언제부터 있었어?”
“오이. 얼마 안 됐어.”
“그래? 잠은 잘 잤고?”
“응.”
지금 내게 말을 건 가라이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나를 대했고, 그건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붐빈 라커룸 안에서, 다시 돌아본 막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발톱을 깎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막시를 익숙하다는 듯 바라봤다.
‘아직, 더 묻고 싶은 게.’
막시는 돈은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그는 이곳에서 180만 유로(약 23억 원)의 연봉을 받고, 이를 주급으로 환산하면 대충 4,500만원 수준이다.
만약 그가 빅클럽으로 향한다면 더 많은 돈이 보장되어 있을 건데, 그것으로 가족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은 것은 없는 걸까?
경쟁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또 국가대표에 매진하는 것이 꿈이라곤 하지만, 그건 또 별개의 문제니까 말이다.
‘……젠장.’
그렇지만 난 아마, 뒤엣말은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중에 대화를 이어가려고 한다면, 막시는 귀찮아하며 이를 피할 것이 분명하다.
그는 그런 남자니까.
“이봐, 뭐해? 준비 안 하고?”
“어? 아, 그래. 지금 곧 따라갈게.”
“응. 먼저 가 있을게.”
오늘의 일정은 전날 경기의 브리핑을 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여러 사람에게 꽤 괴로운 시간이 될 거다.
패배를 곱씹는 건, 늘 씁쓸했다.
“후우~ 가자.”
후이 코스타 또 제수스 감독님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뛰는 사람은 전부 이유가 있다.
막시도 마찬가지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축구선수로서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고 있으며, 굳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는 생각이 없다.
브리핑 룸의 앞에 서서, 난 주변을 가득 채운 동료들을 바라본다. 분명히 이중엔 나처럼 더 높은 단계로 가려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적당히 타협하는 것도 같다.
마치, 스스로 한계를 미리 정해두고 줄을 그어둔 채, 그 밖으로 발을 내딛기 싫어하는 듯도 하다.
이 팀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난 무얼 해야만 할까?
질문에 관한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해보자.’
지금 난, 내 나름대로 무척 중대한 결심을 했다.
그건 바로.
딸깍-!
“오이! 전부, 들어오도록 해.”
앞으로 있을 남은 경기에서, 직접 보여줄까 한다.
그게, 올바른 일인 것 같으니까.
브리핑 룸으로 들어서며, 난 뒤쪽의 코치들과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눈다.
“봉 지아. 봉 지아. 오이. 봉 지아.”
***
2013년 5월 8일. 크레스투마, 포르투갈. R. 파르디에이루스 340. CTFD 포르투가이아(CTFD PortoGaia. R. Pardieiros 340. Crestuma, Portugal).
포르투갈의 소문 나지 않은 관광지이자 포트 와인 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진 빌라 노바 지 가이아(Vila Nova de Gaia)에는 도루(Douro)강을 끼고 포르투와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도루강을 따라 조금 더 남동쪽으로 내려오게 되면, 크레스투마라는 인구 2,700명의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볼 것 없던 이 마을은 평범한 포르투갈 시골의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 2002년 한 시설이 설립되면서부터는 조금 활기가 맴돌았다.
Centro de Treinos e Formacao(훈련 및 포메이션 센터).
줄여서 CTFD로 불리는 이곳은 현재, FC 포르투의 훈련 센터로 이용되고 있다.
“에-이!! 패스가 늦잖아!! 더 빠르게!!”
“밀어붙여! 밀어붙여!!”
활기와 강한 자신감이 맴도는 FC 포르투의 훈련 풍경은 무척 역동적이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FC 포르투의 감독 비토르 페헤이라는 이런 분위기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즌 중후반의 어려움을 잘 극복한 덕분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응?”
그렇게 한참 훈련을 지도하던 중, 비토르는 저 멀리에서 걸어오는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한다.
“이봐, 대신 좀 맡아줘.”
“네.”
고개를 끄덕인 코치가 선수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며, 트레이닝복의 매무새를 가볍게 정리한 비토르가 한쪽으로 향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전히 부지런하시군요.”
“허허. 좀 어떤가?”
“보다시피요. 분위기가 무척 좋습니다.”
사실 올 시즌 FC 포르투의 시즌은 생각만큼 잘 풀려나가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탈락 때문이다.
FC 포르투는 그룹추첨에서 PSG/디나모 키에프/디나모 자그레브 등과 함께 A조에 포함되었는데, 비교적 수월한 조에 편성되었다는 평을 얻었다.
실제로 FC 포르투는 그룹 예선에서 4승 1무 1패의 좋은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했고,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도 할 만한 상대였던 말라가 CF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첫 번째 홈경기에서 한 골밖에 뽑아내지 못했던 FC 포르투는, 말라가 원정에서 이스코에게 철저히 농락당하면서 0:2로 패배하게 된다.
승패는 1승 1패로 같았으나 골 득실에서 밀려 16강에서 탈락을 해버렸고, 내심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도 바라봤던 그들은 큰 충격에 빠지고야 말았다.
리그 외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덜한 알리안츠 컵에서만 잔류한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의 탈락은 FC 포르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었다.
“장담하죠. 11일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 할 걸세, 비토르. 자네의 목이.”
“…….”
“그때까지도 계속 붙어 있으려면 말이야.”
부드러웠던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지자, 비토르 페레이라는 입술을 닦으면서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네, 회장님.”
“새로운 축구화가 있네. 우리 선수들의 발에 아주 잘 맞을 것 같아. 그렇게 알고 있게.”
“……네.”
FC 포르투는 철저히 구단주 중심으로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단장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있으나, 어디까지나 구단주의 직원이란 느낌이 더 강했다.
1937년에 태어난 조르제 누누 핀투 다 코스타(Jore Nuno Pinto da Coasta)는 FC 포르투의 33대 구단주로서,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타이틀을 획득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탐욕적이며 동시에 독선적이었고, 늘 뒤에서 클럽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그래도 분위기가 좋아 보이니, 다행이군. 그럼, 수고하게.”
“네.”
툭툭툭.
비토르 페레이라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결코 달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것은 격려라기보단, 일종의 통보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해고는 이미 결정되었고, 그저 사무실에 트로피 하나를 더 추가하기 위해 마지못해 격려하는 시늉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여전히 정정한 걸음걸이를 보여주는 코스타 회장이 향한 곳엔, 작년 새로이 만나 결혼한 45살 어린 그의 새로운 신부가 있었다.
둘은 보기에 썩 좋지 않은 입맞춤을 나눴고, 곧 검은색 롤스로이스에 탑승해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빌어먹을 인간 같으니.’
FC 포르투의 회장은 선수들과 FC 포르투의 팬들에겐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나, 함께 일을 하는 스태프들과 현장의 코치들에겐 나쁜 상사였다.
승리와 트로피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탓에, 종종 주변을 괴롭히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탐욕이 정점을 이뤘던 2000년대 중반에는, ‘Apito Dourado’로 잘 알려진 승부 조작의 주요 용의자로 3년 2개월의 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2003/04 시즌 우승을 위해 심판에게 돈이 든 봉투를 전달하거나 매춘부를 제공하는 등, FC 포르투에 유리한 판정을 유도하는 25건의 부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외에도 하부 디비전 축구 승부에도 개입하여, 부당이득을 취한 10건의 혐의도 받았다.
당시 매수되었던 상위 리그의 심판은 주앙 마시두(Joao Macedo), 안토니우 에우스타키우(Antonio Eustaquio), 조르제 사라마구(Jorge Saramago)로서, 이들 셋은 포르투갈 축구 협회로부터 벌금형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핀투의 전 파트너이자 내연녀였던 카롤리나 살가도(Carolina Salgado)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변호사를 앞세운 FC 포르투의 회장은 5년 가까이 재판을 끌며 로비를 벌인 끝에,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
포르투갈 민사 법원은 당시 결정적 증거였던 도청 자료를 불법으로 간주, 핀투의 혐의를 ‘증명되지 않았음’으로 규정하여, 혐의없음이란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집행유예로 잠깐 직책을 잃었던 핀투는 아무렇지 않게 복귀하여 다시 FC 포르투의 회장이 되었다.
그로부터 약 3년.
비토르 페헤이라는 ‘Apito Final(마지막 휘슬)’이란 정책이 얼마나 유명무실한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Apito Final은 포르투갈 프로 축구 협회가 새롭게 만들어낸 비범죄 절차로, 포르투갈 리그에 만연했던 승부 조작과 심판 매수를 근절하려는 노력을 대표하는 캠페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그런 일은 이뤄지고 있다.
오히려 과거의 일을 거울삼아, 더욱 은밀하고 더욱 치밀하게 계획되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뿐.
“새로운 축구화.”
비토르 페헤이라는 며칠 전, 핀투 회장이 SL 벤피카에 관해 이야기하며 축구화 이야기를 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의 표현은 ‘벤피카의 새로운 축구화는 그들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다.’였다.
“후우~~”
오랜 기간 포르투갈 리그에 몸을 담아왔고 또 핀투 회장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 페헤이라는, 최근 자주 거론되기 시작한 ‘새로운 축구화’가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과거, 핀투 회장은 매춘부를 알선하는 일을 들키지 않기 위해 통화 때마다 ‘과일 이름’을 암호처럼 사용했었다.
훈련을 모두 끝마친 뒤, 점심을 거르기로 한 비토르 페헤이라는 스태프에게 부탁하여 이틀 전에 있었던 SL 벤피카와 에스토릴의 경기 영상을 요청했다.
그러곤 감독실에 틀어박혀, 홀로 영상을 유심히 지켜봤다. 겉보기엔 아무 문제 없는 경기였지만, 특정 생각으로 보면 분명 뭔가 조금 이상했다.
홈경기임에도 마치 원정인 것처럼 판정에 예민하게 구는 SL 벤피카의 선수들.
특히 두 번째 골이 있었던 장면에서는 분명 부심이 오프사이드기를 들어 올렸었다. 하지만 주심이 그걸 뭉개버렸고, 결국 에스토릴은 0:2로 앞서나가게 되었다.
‘저게 분명 새로운 축구화.’
만약 SL 벤피카가 올 시즌 리그와 유로파 또 FA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되면, 무관이 될 것이 분명한 FC 포르투는 자존심에 큰 생채기가 나게 될 것이다.
아니, 핀투 회장의 자존심에 말이다.
‘빌어먹을. 난 이딴 것을 바라는 게 아니야.’
경기에 있어서만큼은 늘 공정하기를 바란 비토르 페헤이라에게, 갑자기 큰 회의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이대로 우승을 한다면, 그건 과연 내 힘인 걸까?’
너무나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있었던 비토르 페헤이라. 그는 머리를 감싸 쥐곤 괴로운 심정을 토해내고 있었다.
본인의 힘으론, 이 일을 막을 수 없다.
그저.
‘꼭두각시로군.’
거대한 힘의 꼭두각시로 살아간다는 절망감에, 한 가지 결심을 할 뿐이다.
“후우~ 이제 이 빌어먹을 짓도 관둬야겠어.”
리그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그는 팀을 떠나기로 한다.
이것이 그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자존심이니까.
***
작가의 말 ? 핀투 회장의 스캔들은 팩트.
2012/13 시즌 FC 포르투와 벤피카의 29라운드 경기에서 미심쩍은 판정들이 나온 것도 팩트.
외의 것들은 전부 작가의 상상력으로 실제의 일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