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23)
222화
더비(Derby)는 어떻게 하여 탄생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아주 간단한 답으로 ‘역사’가 있을 수 있겠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더비인 ‘엘 클라시코’의 경우, 카탈루냐를 대표하는 바르셀로나와 수도(首都)이자 스페인 그 자체인 마드리드의 서로를 혐오하는 오랜 지역감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더비라고 할 수 있겠다.
외에도 같은 도시를 연고로 쓰는 팀들끼리도 자연스럽게 더비가 만들어진다.
보통 이런 경우는 자존심의 문제가 큰데, 구단과 팬 모두 지역 최고의 팀이란 자부심을 위해 경쟁심을 표현하고 상대를 헐뜯는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론 순수한 경쟁을 들 수 있다. 정치, 문화, 스포츠 역사적인 갈등이 존재하긴 하나, 가장 중요한 건 성적 그 자체인 경우다.
포르투갈 프로 축구 리그의 영원한 강자로 분류되고 있는 SL 벤피카와 FC 포르투 역시, 그들만의 더비를 가지고 있다.
1912년 4월 28일 첫 번째 만남을 시작으로, 두 팀은 현재까지 173번의 매치업을 가져왔다.
통산 전적은 벤피카를 기준으로 73승 35무 65패. 하지만 1990년대 이후론 10승 12무 22패로 열세를 보였다.
이런 최근의 좋은 성적이 있어서인지, 오늘 이스타디우 드 드라강에 모인 FC 포르투의 팬들은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하다.
독수리(벤피카)가 아무리 높게 난들, 용(포르투) 앞에선 한낱 맹금류에 불과하다면서 말이다.
지금 이곳은, FC 포르투를 노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Hino do F.C porto.
말 그대로, FC 포르투를 위한 찬가(讚歌)다.
{“Oh, Meu Porto! Onde a Eterna Mocidade Diz a gente! o que e ser norbe e leal! / 오, 나의 포르투! 영원한 생기가 맴도는 곳! 모범과 충성심을 우리에게 말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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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포르투의 홈구장인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용(龍)의 구장’이다.
포르투갈 문화에서의 용은 ‘절대자’ 혹은 ‘황제’의 이미지를 지니는데, 실제 이 경기장을 지을 당시에도 용과 FC 포르투의 이미지를 연결했다고 한다.
경기장과 주변 건물의 배치도 용이 날개를 편 모습으로 지었는데, 새파란 50,333개의 좌석은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압도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어우, 퍼래.’
뼛속까지 ‘빨강’인 나로선,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의 전경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꼭 벤피카라서 그런 게 아니라, 한국인이기 때문에 또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도 ‘붉은색’이니까 말이다.
Red Devil.
‘준비 하나는 단단히 했네.’
오늘 FC 포르투는 기선제압을 목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음을 과시하고 있다.
복도의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엔 ‘Liga Zon Sagres’의 우승 트로피가 있었고, 경기가 준비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개막식을 연상시켰다.
FC 포르투와 포르투(지역)를 상징하는 깃발들 여러 개가 우리의 등 뒤에서 휘날렸고, 전광판에서는 역대 FC 포르투의 정규리그 우승 장면이 하이라이트로 흘러나왔다.
마치, 이미 챔피언이 된 것처럼 보인다.
“…….”
포토타임이 끝난 뒤의 형식적인 악수의 시간.
난 굳이 먼저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던 다닐루와 하메스를 차례대로 만나게 되었을 땐, 일부러 손을 더욱 꽉 움켜쥐기도 했다.
“!!”
무신경하게 보이려 다닐루와 잡담을 나누는 척을 하던 하메스가 깜짝 놀라 날 쳐다보았는데, 난 슬쩍 왼손을 뻗어 건방지게 허리에 올려놓은 그의 왼손을 밀어버렸다.
“이봐!!”
인상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획 돌리는 하메스를 향해, 뒷걸음질 치며 천천히 물러서던 난 윙크를 찡긋 보내줬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있는 하메스가 다닐루를 향해 뭔가 불만을 표현하는 것 같았는데, 이건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이건 심지어, 예고편도 되지 않는다.
‘징징이 같으니라고.’
하메스는 좋은 축구선수일 수는 있지만, 절대 강한 축구선수는 아니었다. 플레이의 장단점 역시 명확하고, 난 그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다.
[후우~ 할 수 있어.]주심의 휘슬을 기다리며, 난 위치를 잡고 서서 머리를 한번 쓸어 넘겼다. 본래 길었던 머리를 최근 짧게 잘랐는데, 그래서인지 조금 손에 잡히는 감각이 어색하다.
삐—익!!
곧이어 휘슬이 울리고, 5월 치곤 조금 쌀쌀한 날씨 속에서 경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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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 SL 벤피카와 FC 포르투의 리가 존 사그레스 29라운드 경기가 지금 막 시작되었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벤피카.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팀은 FC 포르투입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오 클라시코. 이런 큰 경기에서 의미마저 가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배정세)
“정지현 해설위원님의 말씀대로, 오늘 경기에 리그 우승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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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왼쪽 미드필드로 나서서 다소 어색해하는 안드레를 향해, 난 손을 뻗어 안쪽으로 움직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고, 이런 내 앞으로 하메스가 다가왔다.
현재는 우리가 빌드업을 진행하는 중이었는데, 우선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1시간 전쯤에 선발 명단을 확인했을 FC 포르투가, 안드레의 변칙적인 배치를 어떤 식을 해석했을지가 궁금하다. 어쩌면 평범한 다이아몬드 4-4-2로 봤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접근을 했다면.
‘가자!’
오늘 안드레의 역할은 다이아몬드 4-4-2를 썼을 때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기존에 8번(CM) 위치에서 팀을 전진시키는 일을 맡았다면, 지금은 10번(AM)에 서서 볼을 소유하고 사이드백들이 라인을 높이기까지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또 팹이 취약한 몸싸움으로부터 보호하는 일도 해야 하므로, 어찌 보면 공격진에서 가장 바쁜 남자였다.
지금도 안드레게 페르난두 레게스로부터 볼을 지켜냈고, 난 팹에게로 패스가 연결되는 것을 보자마자 전진 타이밍을 잡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아이마르의 왼발에서 떠나온 축구공은 조금 사이드라인 쪽으로 치우쳤지만, 그것을 잡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곧장 내게 접근하는 다닐루.
그의 눈은 축구공에 고정되어 있다.
‘뚫어 볼까?’
고민하는 것은 절대 좋지 못한 선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FC 포르투의 수비진영은 정비될 테니까 말이다.
속도에는 자신이 있지만, 현재 다닐루가 선 위치가 무척 좋은지라, 볼을 차 놓고 달려가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고개를 슬쩍 들어 올렸고, 그러자 시야 왼쪽에서 다닐루의 밀착 시도가 포착되었다.
이런 교활한 인간 같으니라고.
‘뭐, 영리한 수비긴 하지만.’
재빨리 왼발을 들어 올려, 발바닥을 축구공에 가져간다.
“!!”
스파이크로 축구공을 긁어낸 뒤, 발등을 사용해 앞쪽으로 길게 차 넣는다. 그리고 다닐루는 내게 달려드는 것을 시도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본래 축구공이 있던 자리를 지난 그의 발은 내 오른발을 걸었고, 그래서 난 그대로 넘어졌다.
그런데.
‘응??’
당연히 들려왔어야 할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에-이!!!”
대신에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앞에 있던 감독님의 커다란 목소리와 FC 포르투를 응원하는 팬들의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커다란 야유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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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아, 지금으은~…… 쓰-읍. 네. 확실하게 발을 걸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페드루 프로엔사 주심. 못 본 건가요? 그렇지 않고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데 말입니다.”
(배정세)
“오늘 경기 주심을 맡은 페드루 프로엔사 주심은 2000년부터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어왔습니다. 분명 베테랑 주심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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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이 향하고 있는 곳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FC 포르투의 역습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만약 달릴 수 있었다면, 기회를 잡았을 거다.
그러니 지금은 반드시 파울이 선언되었어야만 했다.
그래서 난 돌아가며 일부러 주심의 곁을 스쳐 지났다.
“걸렸다고-!”
“…….”
날 흘끗 쳐다본 주심은 곧바로 고개를 홱 하고 돌리더니, 축구공이 있는 곳을 쳐다보며 먼 쪽으로 움직였다.
대체 뭐야?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지만, 지금은 시합에 다시 집중해야 할 때다.
탐색에 가까운 FC 포르투의 빌드업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몇 번 축구공이 서로의 진영을 오간 뒤에 위기가 닥쳐오려 했다.
‘온다.’
페르난두 레게스가 센터백 바로 앞에서 길게 패스를 보내왔고, 이를 받아든 실베스트르 바렐라는 곧장 중앙 쪽을 바라보며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지금 저곳으론 하메스가 뛰어들고 있었는데, 역시나 저 녀석은 언제나처럼 플레이메이커로서 활동하고 있다.
오른쪽 윙어로 나서긴 하지만, 왼발밖에 쓰지 못하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중앙으로 이동하거나 측면에서 볼을 받더라도 거의 무조건 왼발을 쓰기 편하게 뛰려고 한다.
그걸 알면서도 하메스를 막기 힘들다는 점이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오늘은 절대 아니다.
하메스가 달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닐루 역시 맹렬하게 뛰어 사이드라인 방향으로 치고 나오고 있었다. 저렇게 뛰어주기 때문에, 마음 놓고 중앙으로 갈 수 있는 거다.
재빨리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FC 포르투 선수들의 위치를 확인한 나는, 저쪽은 하메스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마르티네스가 수비라인 사이로 파고들기엔 너무 루이장의 정면에 있었고, 바렐라 역시 패스를 보낸 이후 거의 제 자리에 서 있었다.
그렇다면 하메스가 좀 더 전진하거나, 아니면 다닐루의 스프린트에 맞춰 패스를 보내는 게 남은 옵션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안드레를 중앙으로 이동시킨 것에 대한 장점이 발휘되는데, 중앙과 왼쪽 측면의 사이 지점에서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어 본래라면 수비수가 없어야 할 자리에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드리블의 속도를 늦추는 하메스.
저건, 시간을 버는 거다.
피치 위에서는 축구공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가 항상 주인공이 되는데, 그 순간만큼은 모두의 주목을 받고 또 피치 위의 21명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다.
쓸데없이 극적인 표현이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는 적합한 말이다.
질주를 이어오던 하메스가 경보 정도의 속도로 드리블의 속도를 늦추자, 우리 수비들 역시 덜컥거리며 후퇴하던 발걸음을 늦추게 되었다.
하지만 다닐루는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고, 모두가 천천히 움직이는 과정에서 저 남자는 홀로 로켓처럼 뛰어 빠르게 라인을 높여왔다.
바로 저것이다.
하메스가 노리던 것.
그러나.
‘지금!’
난 하메스 주연, 하메스 각본의 연극에서 그를 방해하려는 악당이 되려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선, 그의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게끔 해야 할 것이다.
하메스가 슬쩍 왼쪽을 쳐다본 순간, 나는 그것이 그의 속임수라고 판단하여 앞쪽으로 튀어나갔다.
파앙-!
호나우지뉴가 수차례 피치 위에서 선보였던 노룩패스가 다닐루를 향해서 굴러오기 시작하고, 맹렬히 스프린트를 이어오던 그는 급격히 멈춰선다.
그리고 곧 그의 앞쪽을 스쳐 지나는 나.
축구공은 이미, 한참 전에 가로챘다.
“이런!! 막아-!!”
경기가 시작되기 전 꼴 보기 싫었던 사람 중 한 명을 더 꼽으라면, 난 하메스 다음으로 FC 포르투의 감독 비토르 페헤이라를 말할 것이다.
언제나처럼 말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그는 마치 본인이 영화배우라도 되는 것처럼, 여유 넘치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반면 우리 SL 벤피카의 자줏빛 트레이닝복을 입고 온 감독님은 도전자의 모습이었는데, 그것과 더욱 대조되어 내 속을 긁어놓았다.
난 그에게도, 아직 챔피언이 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은 무척 애석한 일이지만 말이다.
‘움직여줘.’
좋지 못한 위치에서 패스를 빼앗긴 FC 포르투는 공수전환 과정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듯 했다.
포백의 오프사이드라인은 눈 뜨고는 보지 못할 수준으로 어긋나 있었고, 평소에도 판단 능력을 지적받고 있는 오타멘디는 사이드로 빠지는 리마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중앙의 공간을 내어두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자 그 사이로, 제로니모가 파고든다.
난 그것을 보았고.
파앙-!!!
달려나가던 속도를 살린 자세 그대로, 오른발 아웃프런트를 사용해 앞으로 패스를 보냈다.
왼발을 써야 할 위치에서 이런 식으로 오른발 아웃프런트를 쓰게 되면, 수비수에게는 꼭 반 박자 정도 빠르게 패스를 보내는 것만 같은 착각을 안겨다 준다.
그 이유는 우리 수비수들이 많은 연습을 통해, 몸에 일정한 타이밍을 익혀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착각은 수비수의 상황 판단 능력을 떨어트리고, 찰나의 순간이나마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누누이 말을 해왔지만, 내가 수비수라 그런 경험은 누구보다 많다.
그리고 그 짧은 타이밍 동안, 제로니모는 몇 발을 더 움직여 망갈라와의 거리를 벌린다.
‘가!’
내가 보낸 패스가 정확히 제로니모의 오른발에 안착하고, 대각선으로 뛰어들었던 녀석은 첫 번째 터치를 정면으로 가져다 놓은 뒤에 슈팅하기 좋은 위치를 점령했다.
다급하게 앞으로 뛰어나오기 시작한 에우통.
그는 지금, 각도를 좁히려고 한다.
…….
갑자기 경기장 주변이 고요해진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는 가운데, 난 부릅뜬 눈으로 떠오른 축구공을 바라본다.
왼발의 끝을 활용한 제로니모의 낮은 칩(Chip)샷이 몸을 던진 에우통의 왼손을 넘어섰고, 그라운드를 한 번 튕긴 축구공은 그대로 그물을 향해 움직여 들어간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
가까운 쪽 사이드라인에 있던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뒤엉키며 소리를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귀가 펑하고 트인 나는 주먹을 한차례 휘두르며 달려오는 제로니모를 반겼다.
우리는 곧장 포옹을 나눴고, 날 손가락으로 가리킨 제로니모는 정말 멋진 패스였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라면 거기로 뛰어들 줄 알았어.”
“너라면 패스를 보낼 줄 알았거든.”
전반전 5분 만에 우리가 앞서나가기 시작하고, 빠르게 분위기가 식어버린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의 모습은 그들의 푸른색과 잘 어울리게 찬물이 끼얹어진 느낌이었다.
‘파랑이면 파랑답게, 내려가.’
FC 포르투의 팬들이 모인 곳을 향해 주먹을 한번 휘둘러준 나는, 다시 뒤를 돌아 수비진영을 향해 나아갔다.
하프라인 근처, 허탈해하는 하메스가 허리춤에 양손을 얹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그런 식으로 손을 얹어야지.’
아까 전 건방지게 한 손을 얹은 자세와는 느낌이 달라, 저것이 조금 마음에 드는 나였다.
『벤피카 1 : 0 FC 포르투』
***
당연한 우승 퍼레이드를 생각했던 FC 포르투의 회장 조르제 누누 핀투 다 코스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그는 지금, 주변에서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심히 거슬렸다.
‘머저리들 같으니라고.’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오프사이드의 상황이 아니었다. 오타멘디가 리마를 따라가는 바람에, 최종 수비가 라인을 맞출 기회를 상실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봐.”
“네, 회장님.”
굳어버린 얼굴만큼이나 차가운 목소리로, 핀투가 곁에 있는 수행원을 부른다.
그리곤 은밀한 목소리로, 지시사항 하나를 전달했다.
“유로파 리그.”
“……네.”
고개를 끄덕인 수행원이 사라지고, 핀투는 앞으로 변할 상황을 기대하며 차오른 화를 삭이기로 한다.
‘보험을 들어두길 잘했어.’
보통 심판의 매수는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게 하는 것과 중요한 상황에서의 판정 하나둘을 요구하는 것 등으로 나뉘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현대축구에서 거의 실종된 것으로, 중계기술이 발달하며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오심은 쉽게 꼬리가 밟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나 혹은 둘 정도의 판정을 교섭한다.
하지만 핀투는 오늘 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총 세 개의 단계에 걸쳐 판정을 조작하는 방법을 택했다.
‘리가’는 1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파울과 오프사이드. 그리고 FC 포르투의 수비수가 페널티박스에서 범하는 파울에 관해 개입하는 정도를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말한 ‘유로파 리그’는 2단계로써, SL 벤피카 진영의 페널티박스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개입하는 내용을 추가로 한다.
단계와 경기결과에 따라 핀투는 프로엔사에게, 그의 케이먼 제도 은행에 있는 계좌로 각기 다른 금액을 송금하기로 약속을 했다.
‘어림없지.’
홈에서 벤피카의 승리를 지켜볼 수 없었던 핀투.
이제, 본격적인 검은 손이 개입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