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24)
223화
뭔가 잘못되기 시작했다고 깨달았을 무렵엔 모든 것들이 어긋난 뒤였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적당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페드루 프로엔사(Pedro Proensa)의 위기는, 친구의 제안으로 스포츠 배팅이 뛰어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축구 주심으로서 UERO와 FIFA 월드컵 등, 크고 작은 국제대항전에서 휘슬을 맡아온 그는 정식 스포츠 배팅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철저한 보안을 약속하는 ‘Artfootball’에 가입한 뒤, 10~20유로 정도의 소액 배팅을 즐겨왔다.
‘그림자’라는 운영자를 둔 ‘Artfootball’은 환급이 무척 빠르고 정확했고, 프로엔사는 호텔의 바나 펍에서 즐길 술값을 벌 수 있어 이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었다.
하지만 4년 전 아내와 함께 리스본 시내로 쇼핑을 나갔던 날, 그는 한 귀금속 상점 앞에서 멈춰선 아내를 보았다.
그냥 예뻐서 쳐다본 것뿐이라고 말을 했으나 프로엔사는 아내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고, 며칠 후 방문한 귀금속 상점에서 아내가 본 목걸이의 가격을 물어보았다.
[“36,400유로입니다.”] [“!!”]당혹감을 억누를 수 없었던 프로엔사는 도망치듯 상점을 빠져나왔고, 근처 골목에서 잘 태우지 않던 담배 한 개비를 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축구 주심으로 산다는 건, 1년의 1/3 정도를 집이 아닌 곳에서 보낸다는 의미였다.
20대 시절 가난했던 자신이 축구 주심을 하겠다며 돈벌이를 소홀히 하는 동안, 아내는 아침에는 세탁소를 나가고 저녁에는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져왔다.
그런 아내에게, 프로엔사는 늘 마음의 빚이 있었다.
[띠링-] [“?”]바로 그때, 프로엔사의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 메시지가 도착해 있던 것이었는데, 발신자는 그가 배팅을 해왔던 ‘Artfootball’이었다.
[‘지금 바로 배팅하세요!’]짧은 문구와 함께 아래에 찍힌 웹사이트 주소를 본 순간, 프로엔사는 무언가에 올린 것처럼 노키아 N900의 패드를 열어 무언가를 열심히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프로엔사는 CS 마리티무의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진 CD 트로펜시와의 경기에서 한 번의 PK 선언과 하나의 골을 취소시킴으로써 1:1 무승부를 만들었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에, CS 마리티무의 선수들이 심판실로 찾아올 만큼 논란이 컸었다.
마리티무의 팬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고 포르투갈 프로 리그 협회로부터 2달간 B리그 강등이란 처벌도 받았지만, 프로엔사는 그 경기로 단번에 40,000유로 정도를 획득할 수 있었다.
리스본으로 돌아온 그는 예의 그 귀금속 상점으로 가 아내가 점찍어 둔 목걸이를 사들였고, 숱한 질문과 의심에 답해가며 자신이 평생 몰래 모은 돈이었다는 말로 아내를 수긍시키기도 했다.
죄책감이 밀려들 때마다 아내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견뎠던 프로엔사.
그는 그 이후로 스포츠 도박이라면 쳐다도 보지 않고 있었다.
한데.
삑-!!
.
.
·전반 18분
SL 벤피카 1 : 0 FC 포르투
축구공이 사이드라인 한쪽으로 빠져나가고, 볼보이가 잽싸게 알렉스 산드루에게 볼을 전달했다.
그러곤.
“…….
“…….
볼보이는 자리로 돌아가기 전, 프로엔사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프로엔사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빌어먹을.’
지난 일요일, 프로엔사는 히우 아브 FC와 SC 올랴넨사 경기를 위해 이스타디우 두 아르쿠스를 찾았다. 그리곤 늘 하던 것처럼, 동료들과 함께 준비에 들어갔다.
몇 분 뒤.
심판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하던 프로엔사의 앞에, 어떤 남성이 등장했다.
그는 리그의 진행요원임을 알리는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경기를 위해 상부에서 주심을 찾는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다.
[“잠깐 다녀올게. 먼저 나가면 혼날 줄 알아. 하하하.”]시즌 내내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재미없는 농담을 던진 뒤, 프로엔사는 젊은 직원을 따라나섰다.
[“여기입니다.”] [“여기라고요?”]붉은색 머리카락의 직원이 이끈 곳은 사무실이 아닌 창고라 적혀 있는 곳이었고, 프로엔사는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창고가 흔히 그러하듯, 상자가 오랫동안 보관되며 생긴 곰팡내가 그의 코를 간질였다.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쓴 프로엔사가 한 발을 더 안에 들여놓은 순간, 갑자기 문이 닫히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찾아들었다.
[쾅쾅쾅-!!] [“이봐-!!”] [쾅쾅쾅-!!] [“이게 무슨 짓이야!! 장난이라면 재미없다고!! 당장 문을 열어!!”] [쾅쾅쾅쾅-!!]프로엔사가 문을 두드리며 격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창고 먼 쪽에서 밝은 빛이 들어왔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그는 눈이 부셔 손을 들어 올려 앞을 가렸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상태에서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누굽니까?! 이딴 저급한 장난을 하는 게?! 이러면 재미있습니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답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 갑자기 새하얀 빛이 있던 곳이 옅은 회색빛으로 바뀌며 숫자가 나타났다.
[10…… 9…… 8…… 7]낡은 영사기에서 돌아가는 것만 같은 화면에서, 10부터 시작된 숫자는 점점 더 작아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0이 되었을 때.
[딸깍-] [“…….]프로엔사는 돌이 된 것처럼 굳어버리고야 말았다.
왜냐하면, 그의 눈앞에 어떤 축구 경기의 중계화면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변조된 것이 분명한 목소리.
프로엔사는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용케도 빠져나갔더군. 아니, 운이 좋았지. 모두가 황금 휘파람(Apito Dourado)의 결과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누군가의 사주 없이 스스로 경기를 조작했으니까 말이야.”] [“누, 누구요?”] [“문밖을 나가면 메모를 받을 거다. 적힌 대로 하도록.”] [딸깍-] [슈우우우웅…….] [탁-!] [!!]화면이 꺼지고 잦아드는 기계음이 들려오더니, 곧바로 창고 안의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다시 깜짝 놀란 프로엔사는 얼굴을 가렸고, 그런 뒤에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어느새 그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는데, 벽에 붙은 책상 몇 개와 그 위에 놓인 상자만이 있는 창고에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정신을 조금 차린 프로엔사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어 닫혀있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여기요.”] [“…….]어느새 검은색 후드티와 청바지로 옷을 갈아입은 빨간 머리카락의 청년이 메모를 들이 밀어왔다.
[“누, 누구의 사주지?”] [“멍청하네요. 정말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페드루 프로엔사는 최근 포르투갈 프로 축구 협회의 보증을 통해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이유는 오랫동안 생기지 않던 아이가 곧 탄생할 예정이었기 때문인데, 쌍둥이이기도 하고 또 살던 집도 좁았던지라 이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은,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택한 2년 전의 여행 때 전부 다 써버렸다.
하지만, 그는 빚을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아직 마흔 살의 젊은 나이였고, 앞으로 10년 정도만 더 주심으로 일을 하면 빚을 갚는 것은 물론 노후 역시 대비할 수 있었다.
또 주심으로 20년 이상 근무를 한 것으로 인한 연금 역시 넉넉하게 나올 것이다.
[“그럼, 챠우~”]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사라지는 빨간 머리카락의 청년을 바라보던 프로엔사의 머릿속은 곧, 최악의 상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4년 전의 일을 알았느냐는 것에 대한 의문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는 그저, 살아야 했다.
자신을 위해.
또, 가족을 위해.
전반 26분, 프로엔사가 휘슬을 입으로 가져가며 페널티 스팟을 손으로 가리킨다.
삐이이이이익-!!!
그런 그의 얼굴은 지금,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
지금까지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며, 억울하지 않았던 판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때론 납득할 수 없는 휘슬도 있었고, 그건 지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다.
당연히 화도 나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주심에게 다가가 항의도 했었지만, 돌아서고 시간이 지나면 그들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이런 오심이라니.
“!@$@#%$^!!!”
“%$^%&$%!!”
지금 주심에게 다가가 어필하는 동료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파울을 선언 당한 가라이는 지금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나 역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의 표정과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 다이빙으로 페널티 킥을 확보한 잭슨 마르티네스는 뻔뻔한 얼굴로 킥을 준비하고 있다.
[후우- 씨팔.]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난 한국어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런 나를 하메스가 바라본다.
찡긋.
녀석은 이런 나를 보며 윙크를 찡긋 보내왔는데, 표정은 맛이 어떠냐? 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난 왼손으로 주먹 감자를 먹여줬다.
이 몸짓은, 만국 공통이다.
[뭘 봐. 병신아. 눈 깔어 이씨.]인상을 팍 찌푸렸던 하메스가 구제 불능이라는 듯 고개를 휘휘 저으며 몸을 돌렸다. 지금도 저곳에선 여전히 루이장이 어필에 한창이었는데, 그래 봤자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
이래서, 영상 판독이 필요한 거다.
화면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삑-!
결국은 경기가 속개되며 잭슨 마르티네스가 PK를 찰 준비를 했고, 주심의 휘슬 소리와 움직인 그의 슈팅은 오른쪽 아래로 날카롭게 날아갔다.
파앙-!!
“!!”
한데 그것을 아르투르가 막아내었고, 그의 손에 맞은 축구공은 앞쪽으로 굴러 나왔다.
그렇지만.
촤르르르륵-!!
{“이예에에에에에-!!!!!”}
“으와아아아아-!!!”]
리바운드를 획득한 실베스트르 바렐라가 왼발로 밀어 넣으면서 기어코 동점 골을 완성 시킨다.
들썩이는 그라운드.
.
(장지현)
“아…… 쓰-읍.”
(배정세)
“동점을 허용하고 마는 SL 벤피카입니다. 잭슨 마르티네스의 페널티 킥을 모라에스 골키퍼가 잘 막아냈습니다만, 바렐라가 날렵하게 쇄도하여 동점을 만들어 냅니다.”
(장지현)
“네. 아…… 자금의 판정은 정말로 아쉽네요. 느린 화면으로 봤습니다만, 가라이의 발은 전혀 마르티네스와 닿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주심의 각도에서는 파울이 된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FC 포르투의 팬들에겐 영리한 플레이였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판정은 조금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배정세)
“전반 27분, 경기는 다시 동점이 됩니다.”
.
주심의 판정이 변수가 되는 경우는 의외로 자주 있고, 우린 경험을 쌓아가며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평점심을 유지하며, 시합에 집중하는 법을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련한 선수라도, 지금과 같은 순간이면 크게 감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번 경기에 달린 것을 생각하면, 이런 판정 이후로도 정상적인 모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삐이이익-!!!
평정심을 잃은 가리이가 이번엔 잭슨 마르티네스에게 다소 강한 파울을 했고, 주심은 어김없이 휘슬을 불며 경기를 중단 시켰다.
“병신 새끼!!”
“에-이!!”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던 가라이가 주심에게 욕설을 보냈는데, 이에 화들짝 놀란 나는 얼른 그에게 다가가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도 듣지 못했는지, 주심은 옐로카드를 줘야 한다는 잭슨 마르티네스를 보며 얼른 몸을 일으키란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슬쩍 뒤를 돌아봤던 난, 가라이의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으며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에즈. 에즈!!”
“왜?!”
“화난 거 알아. 나도 화가 났어.”
“저 병신 새끼가 트로피를 가로채고 있어!!”
“그래!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잖아. 생각해 봐. 우리가 이길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그러니까, 응? 에즈!”
“이건 진짜 똥 같은 일이야!”
“그래 맞아. 에즈. 날 믿어. 우린 이길 거야.”
“……제기랄. 알겠으니까, 이거 놔.”
팔을 들어 올려 내 손을 걷어낸 가라이가 뒷걸음질을 치며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했다.
그래도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볼을 크게 부풀려가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후우- 진정해야 해.’
가라이에게 말한 것처럼, 나도 지금 엄청나게 화가 나 있다.
만약 이 판정이 문제가 된다면,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60분 이상 남아 있다.
“VAMOS!!! 집중해!!!”
“…….
콰레스마 코치님이 피치를 향해 소리를 내질러 오고, 그 곁에 나란히 선 감독님은 양손을 움직여 우리에게 진정하란 제스처를 보내오고 계셨다.
몇몇은 그것을 보며 마음을 다독였고, 난 소리치는 루이장에게 리드를 맡기기라 하며 수비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정면에서 왼쪽으로 15도 정도 치우친 지점.
거리는 대략 35~37m 정도 된다.
슈팅은 어려운 상황.
파앙-
“…….
주앙 무티뉴가 찬 프리킥이 파포스트를 향해 날아오고, 헤더 경쟁에 뛰어든 나는 다닐루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서며 축구공이 그대로 빠져나가도록 만들었다.
별다른 위협 없이 프리킥 상황이 지나가고, 기세를 잔뜩 끌어 올린 FC 포르투 팬들의 응원가 사이에서, 모두를 격려하는 루이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할 수 있어!! 잊어버리자고!!”
아까의 판정을 진짜 잊을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척은 할 수 있다.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 타임 때 다시 울분을 토해낼지언정, 지금은 입을 다물고 시합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다시 또 몇 분이 지나고, 어느새 피치 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정리되어 평범한 공방전으로 이어진다.
그러던 중, 마티치의 초보적인 실수 하나가 우리를 위험 상황으로 이끈다.
“여기!!”
센터백 지점에서부터 빌드업이 이어지던 중 루이장에게서 패스가 이어졌는데, 축구공을 발아래에 두려던 마티치가 주변을 둘러보다 트래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그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려다 뒤꿈치에 맞고 흐른 축구공은 하필 루초 곤잘레스의 앞으로 향했고, 이를 본 하메스가 잽싸게 앞으로 뛰어나갔다.
굴러오는 축구공에 오른발을 가볍게 가져간 루초. 그의 발을 떠난 패스는 적당한 높이로 날아 하메스가 달려가고 있는 위치로 정확히 떨어져 내렸다.
‘엘 코만단테’의 별명이 아깝지 않은, 시야와 판단력. 여기에 기술을 겸한 훌륭한 패스였다.
그리고 조금 늦게 달리기 시작했지만, 난 그런 하메스를 거의 추격한 상태다.
‘놓칠 줄 알고.’
하메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막 들어섰을 땐 두 발 정도 뒤처진 상태였는데, 나는 그가 슬쩍 뒤를 돌아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왼발로 한 번 더 차 놓는 드리블 이후, 하메스가 오른발을 휘둘러 슈팅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래서 난.
“…….
“!”
그냥 계속해서 더 달리다가, 몸을 내 쪽으로 트는 하메스와 마주했다. 아마도 이 남자는 본인이 슈팅의 자세를 취하면, 내가 뒤쪽에서 태클할 거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의 슈팅 페인팅 동작에 내가 벗겨져 나갔을 거고, 그럼 본인이 잘 쓰는 왼발로 득점을 노려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거기에 속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리고 이미 화도 전부 가라앉혔다.
나는 지금, 무척이나 냉정하다.
퉁-!
“!!”
정확히 오른발을 가져다 대어 축구공을 골라인 밖을 차내자, 머리를 감싸 쥔 하메스가 무릎을 꿇으면서 주저앉았다.
골을 기대하며 데시벨을 높여가던 관중석은, 라디오의 볼륨을 줄이는 것처럼 목소리가 서서히 낮아졌다.
클리어 이후 뒤를 돌아본 나.
낯빛이 허옇게 떠서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던 마티치가 나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평소였다면, 난 화를 냈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짝짝짝짝짝-!!!
“??”
손뼉을 강하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곤 마티치를 향해 소리쳤다.
“괜찮아!! 막았으니까 됐어!! 집중해!! 알겠지?!”
“…….”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구는 마티치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난 어느새 코너 플랫까지 움직인 하메스를 보았다.
‘저 간사한 녀석.’
충분한 대형이 갖춰지기도 전에 코너킥을 찬 것인데, 그는 가까운 쪽에 있는 다닐루에게 패스를 보냈다.
“에-이!!!!!!”
정상적인 주심이었다면 휘슬을 불어 경기를 멈추고 하메스가 재차 코너킥을 차도록 하는 것이 옳았지만, PK 판정을 본 이후부터 난 주심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그저 상황만을 보고, 경기가 확실하게 중단되기 전까진 인플레이라 여기며 뛰어다니기로 했다.
하메스의 패스를 전달받은 다닐루.
그는 살짝 당황한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빨리 반응할 줄은 몰랐겠지.
촤——악!!!
수비를 한 지점으로부터 다닐루를 향해 곧장 달려온 나는 주저하지 않고 태클을 시도하여, 축구공을 다시 사이드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크로스를 위해 축구공을 슬쩍 앞으로 밀어두었던 다닐루로서는, 내 태클에서 축구공을 지킬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축구공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본 것이 전부다.
속도가 늦춰진 후, 난 지체 없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하메스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번엔 FC 포르투 쪽에서 공격의 속도를 조금 지연시키고 있었는데, 지금 내 곁에서 터버터벅 움직이며 곁눈질하는 하메스의 얼굴은 조금 질렸다는 모습이었다.
[왜, 개처럼 뛰는 거 처음 봐?]“?”
[심판이 우리 편이 아니어도, 너넨 오늘 우리한테서 이길 수 없어.]“??”
주심이 앞으로도 홈어드밴티지를 강하게 적용하더라도, 난 거기에 전혀 흔들리지 않을 생각이다.
다닐루가 뒤쪽으로 보낸 스로인은 주앙 무티뉴를 거쳐 수비진영까지 이동했고, 후방에서 볼을 받아든 오타멘디가 이번엔 긴 롱패스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이는, 아무 의미 없이 모라에스의 품에 안긴다.
“후우~”
호흡을 고르고 있는 나의 시선에 놓인 전광판의 시계는, 전반 4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