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25)
224화
·전반 45분
FC 포르투 1 : 1 SL 벤피카
【“전반전 추가시간은 6분, 6분입니다.”】
판정에 대한 항의와 치료, 경고 등으로 유독 끊어지는 일이 많았던 경기여서 그런지, 전반전임에도 추가시간은 무려 6분이나 주어졌다.
대기심에게서 시선을 거둔 나는 그 앞쪽에서 스로인하는 다닐루를 쳐다봤고, 그는 가까이 접근해온 페르난두에게 축구공을 보냈다.
후방으로 돈 패스는 잠깐 왼쪽으로 이어져, 주앙 무티뉴를 거쳐 루초 곤잘레스에게로 연결됐다.
그리고 난, 곧바로 다닐루와 하메스의 위치를 확인했다.
역시나, 둘 다 중원으로 이동해 힘을 보태고 있다.
FC 포르투의 중앙 미드필드인 주앙 무티뉴와 루초 곤잘레스는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피치 전역을 본인의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있다.
무티뉴가 주로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루초 곤잘레스는 좌우로 이동하며 전술적 변화를 유도한다.
지금도 보면 루초 곤잘레스가 오른쪽 윙어처럼 빠져주었고,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다닐루가 동시에 중앙으로 이동해 무티뉴-페르난두와 함께 직사각형 모양의 중원을 형성했다.
이런 식으로 선수들을 포진시키는 이유는 볼을 빼앗겼을 때, 재빨리 전방압박을 하기 위함이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부터 바뀐 모습인데, 우리가 안드레를 중앙 미드필드도 이동시킨 것과 내가 왼쪽 측면을 커버하고 있는 것을 동시에 견제하는 변화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도 이런 FC 포르투의 선택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중이다.
팹을 제외한 미드필드 세 명이 철저히 볼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움직여가며, 공격과 수비에 모두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때때로 자리를 비우고 나와 적극적으로 압박을 하기도 했는데, 가라이(CB->LB)와 마티치(DM->CB)가 재빨리 포지션을 바꾸며 내 전진으로 생기는 공간을 채워줬다.
그러면 난 복귀하는 상황에서는 6번(DM)으로 이동해 다시 활발히 움직였고, 상대를 쫓아낸 뒤에야 각자 본래의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지금 설명한 것과 같은 변화는 하메스와 나를 계속 맞부딪치게 했는데, 우린 여태껏 꽤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대부분은 하메스의 엄살과 그로 인한 내 짜증이 더해진 신경전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이 발생했다.
루초가 띄워 보낸 크로스.
이는 루이장의 머리를 맞고 클리어되어 페널티 박스 바깥쪽으로 흘러나왔다.
축구공은 하메스가 선 방향으로 향했고, 6번(DM) 위치로 이동해 있었던 나는 열심히 달려나가다 하메스가 조금 빠를 수 있다고 판단해 태클을 시도했다.
촤아아아아-악!!
“……우어억-!!”
반 박자 정도 느리게 튀어나온 비명.
내 태클을 피하고자 점프를 했던 하메스는 바닥에 착지한 뒤에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이 넘어졌다.
휘슬은 들려오지 않았고, 하메스의 정강이에 맞고 앞으로 튀어나갔던 축구공을 무티뉴가 안쪽으로 보냈지만 다소 강했던 탓에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난다.
{“우우우-!!! 우우우-!!!”}
{“죽여!! 죽여!! 죽이라고!!”}
넘어진 하메스를 보며 격분한 FC 포르투의 팬들이 야유를 쏟아내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오른쪽 발목을 붙들고 있는 하메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허리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안 닿은 거 알아, 이 새끼야. 연기는 다시 생각해 봐. 8살 계집애의 비명도 너보다는 더 낫겠다. 좆은 대체 어디에서 제거한 거야? 수술 아주 잘 됐는데?”
“…….”
작년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전형적인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그런 유형이었다.
첫 만남에서는 내게 이런저런 얕은수를 시도하고 짜증을 유발하려는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몇 번 강하게 대처하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하메스는 애써 나를 외면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회피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내 두 눈을 가리켜가며, 똑바로 바라보라고 말해도 마찬가지다.
보나 마나, 보호자가 오겠지.
“에-이!! 뭐 하는 짓이야?! 불만 있어? 그럼 나랑 할래?”
역시나.
페르난두 레게스가 이 허약한 녀석을 보호하기 위해 부리나케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래서 난, 페르난두를 보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1:2로 해볼래? 난 좋아.”
“뭐?! 에-이!!”
페르난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다가온 주심을 보며 소리쳤다.
우리 둘 사이로 주심이 끼어드는 사이, 하메스는 고개를 숙인 채 다리를 절뚝이는 연기를 하면서 몇 걸음을 더 걷다 곧 아무렇지 않은 척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주심에게 저것을 좀 보라고 말을 했고, 카드를 꺼내 드는 시늉을 하며 경고해야 한다고 어필했다.
금방은 태클하는 바로 앞 3m 지점에서 주심이 있었고, 이 남자는 분명 모든 것을 보았을 것이다.
“PK 하나면 충분해요. 이건 챔피언십 매치라고요.”
“…….”
“제기랄. 좀 봐달라고요.”
오늘따라 유독 조용한 프로엔사 주심에게서 멀어지며, 난 다시 왼쪽 측면으로 움직였다.
홀로 왼쪽을 담당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
조금 더 넓은 영역을 커버해야 하고 더 많은 스프린트를 해야 했지만, 에즈와 마티치가 적절하게 도와주고 있는 데다 하메스와 다닐루 모두 중앙 지향적이라 측면 부담은 덜하다.
아르투르가 골킥을 바로 앞으로 보내고, 전방을 바라본 루이장이 제로니모의 머리를 겨냥한 긴 패스를 보낸다.
제공권에서는 FC 포르투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지라 썩 좋은 판단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상대가 라인을 높인 상태라 세컨볼 싸움을 펼칠 만했다.
예상대로 망갈라의 머리를 맞은 축구공은 베르나르두의 앞으로 떨어졌고, 이를 받은 베르나르두의 곁으로 페르난두와 루초 곤잘레스가 동시에 접근했다.
경기가 경기인 만큼, 확실히 오늘은 FC 포르투의 선수들도 대처가 무척 기민하다.
하지만 베르나르두 역시, 만만한 녀석은 아니다.
“!”
‘파울.’
멀리에서 보아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베르나르두가 얼굴을 감싸 쥐며 넘어진 거로 봐서는 접촉이 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축구공이 앞으로 흘렀다는 것을 생각하면, 굳이 녀석은 넘어질 필요가 없었다.
프리킥하기 나쁜 지점이 아니라곤 하나, 금방은 몸만 빠져나갔다면 간단히 페르난두를 제치고 더 좋은 위치로 진입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고, 우리가 손을 들어 올리고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하는 사이 볼을 빼앗은 페르난두가 재빨리 패스를 앞으로 보내어 역습을 전개했다.
볼을 전달받은 주앙 무티뉴가 중앙의 하메스에게 패스를 보냈는데, 지금 저 위치는 우리 수비의 가장 큰 취약 부분이다.
베르나르두가 세컨볼을 받아낸 순간 마티치가 전진을 했는데, 정확히 그와 우리 최종 수비의 사이 공간에서 패스를 받아든 것이다.
기회를 포착한 하메스가 전진 드리블을 시작하고, 마르티네스와 바렐라를 견제해야 했던 동료들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현재 하메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뿐이었는데, 어느새 다닐루가 오버랩을 시도해오고 있었다.
첫 번째 득점으로 연결한 상황과 비슷한 역습 장면이지만, 난 저들이 두 번이나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노룩패스 따위를 하다가 볼을 빼앗긴 하메스는 이번엔 제대로 타이밍을 잴 것이고, 이번에 내가 전진했다가 볼을 빼앗지 못하면 다닐루에게 오픈 찬스가 주어질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두었다간…….
‘어떻게 하지?’
하메스가 본인의 마음대로 공격을 주무를 것이고, 그가 페널티 박스와 가까워질수록 실점의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복잡한 생각이 교차하는 와중, 가장 그럴듯하다고 판단된 것의 끈을 부여잡는다.
난 고개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렸고, 피치 위의 상황을 파악해낸 뒤에 다시 하메스에게 시선을 뒀다. 그러곤 다시 시선을 왼쪽으로 가져가 성큼 다가온 다닐루를 보았다.
‘나였다면.’
만약 내가 지금 하메스였다면, 어떠한 판단을 내릴까?
나는 그가 아니라, 그처럼 생각할 수는 없다.
하나, 하메스를 분석하려 노력해오기는 했다.
분명 나는 저 남자를 조금은 알고 있다.
하메스, 저 빌어먹을 녀석이라면.
‘패스는 없어.’
오늘은 저 녀석에게 무척 재미없는 하루였을 것이다.
최근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은 이번 ‘O Classico’. 포르투갈 미디어 전체의 관심이 이 경기장에 몰렸고, 10여 개가 넘는 클럽의 스카우트가 여길 찾았다고 들었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주목받길 바랄 수밖에 없는데, 줄곧 빅리그 재능이란 평을 받아온 하메스 역시 거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늘, 벌써 수차례 체면을 구겼다.
위협적이지도 않았고, 실수도 잦았다.
전반전 초반까진 측면에서도 간간이 머물면서 나와 1:1을 펼쳤는데, 내가 하메스에게 돌파를 허용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이 그냥 패스가 다른 곳으로 돌았고, 많이 없었던 돌파 장면에서는 늘 내가 우위를 점하고 볼을 가로챘다.
중앙으로 이동해 플레이하는 것이 하메스의 최근 성향이고 또 FC 포르투의 전술적 포진이기도 하겠지만, 그 어떠한 경기에서도 오늘처럼 극단적으로 중앙에 치우치진 않았었다.
하메스는 거친 몸싸움을 유도하는 나와의 1:1을 명백히 원치 않았고, 그래서 내게서 도망쳐 10번(AM) 자리로 피난을 갔다고 봐도 무방했다.
덕분에 안드레를 왼쪽 미드필드로 투입한 팀의 전술이 빛을 보고 있었는데, 그 점은 저 남자도 잘 알고 있을 거다.
더구나 조금 전엔, 내게 굴욕적인 말도 들었다.
갚아주고 싶겠지.
축구선수는 때때로 거친 남자가 될 필요도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약한 녀석들은 축구로 갚아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는 사실 하나.
“!!”
축구로 갚아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이들 역시, 함께 피치 위에서 똑같은 축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식의 논리는, 축구장 바깥에서 입을 터는 사람들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어!’
욕심 많은 하메스는 어시스트 정도로는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없었을 거다. 그는 골을 기록한 뒤에 나를 겨냥하며 마음껏 뽐낸 뒤에야, 비로소 만족했을 거다.
그러니 처음 패스를 받았을 때부터 하메스에겐, 어시스트란 선택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내가 그 약점을 잘 파고든 것이고, 이렇게 간단하게 볼을 가로챌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윽-!”
오른발을 뻗어 하메스의 앞에서 축구공을 차낸 뒤, 난 곧장 왼팔을 움직여 그의 몸을 감고 앞으로 나아갔다.
뒤늦게 손을 뻗어보는 하메스이지만, 그의 손가락 사이 끝에 살짝 붙들렸던 나의 유니폼은 늘어날 저항조차 받지 않아 손쉽게 미끄러져 벗어났다.
다시 한번 덜컹거리는 FC 포르투.
그들은 이번에도 공격을 펼칠 상황에서, 최악의 타이밍에 볼을 빼앗기게 되었다.
이미 왼쪽 포지션을 이탈한 나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고, 축구공을 오른쪽 사이드라인 방향으로 길게 차 넣으면서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
(정지현)
“아~ 네!”
(배정세)
“김다온! 역습을 시작합니다!”
.
루초 곤잘레스가 저 앞에서, 나를 방해하고자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난 발아래로 다가온 축구공을 다시 길게 차 넣었고, 달리기로 루초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이번엔 페르난두가 나타났다.
파바박-!
파박-!
“!!”
잔발을 내디디면서 스프린트의 속도를 늦춘 나.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등진 상태에서, 잠깐 페르난두를 마주 보다가 왼발로 축구공을 앞으로 차 넣은 뒤에 사이드라인 바깥으로 움직여 다시 스프린트를 시작한다.
그러자, 페르난두는 손쉽게 벗겨졌다.
이제 남은 건.
‘오른발 병신.’
FC 포르투의 왼쪽 사이드백 알렉스 산드루다.
“…….”
사이드라인을 벗어났다 다시 안으로 들어와 축구공을 발아래에 놓아둔 뒤, 난 속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크로스오버(Crossover)를 시도했다.
개인적으로 칭찬해주고 싶었던 건 이런 상황에서도 알렉스 산드루가 내 주된 발이 오른쪽이라는 걸 생각했다는 점인데, 나는 굳이 그가 잘 쓰는 발 쪽으로 움직임을 가져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
사이드라인을 따라 오른쪽으로 파고드는 척 스텝과 함께 무게중심을 기울인 뒤, 난 왼발로 축구공을 정면으로 차 넣으며 조금 전까지 알렉스 산드루가 서 있던 방향으로 치고 나아갔다.
이제 내 움직임은 골대를 향한 대각선이다.
왼쪽 시선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분명 FC 포르투의 선수들이 접근 중일 것이고, 여기에서 잠깐 속도를 늦추면서 지체를 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누구 좋으라고.’
계속해서 속도를 붙여나가기로 선택하는 나.
지척에서 들려오는 알렉스 산드루가 접근하고 있는 소리가 나를 조급하게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
‘니모!’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주시하던 내 눈에, 다시 한번 공간을 잘라 들어가는 제로니모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파앙-
난 곧장 왼발을 움직여 땅볼로 굴러가는 패스를 보냈고, 그런 뒤에도 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중앙의 빈 공간을 찾아 움직여 들어갔다.
지금 내가 패스를 보낸 축구공은 페널티박스 꼭짓점의 앞을 굴러가는 중으로, 저곳은 결정적인 기회를 재는 곳과는 거리가 멀다.
“니모!!!!”
패스를 보낸 뒤에도 계속해서 제로니모의 모습을 보고 있었던 난, 팔을 앞으로 뻗으면서 녀석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그러자.
톡-!
“!!!!”
“!!”
모두를 제자리에 멈춰 서게 만든 제로니모의 힐 패스가 내가 달려가고 있는 곳의 앞쪽으로 정확히 굴러들어왔다.
오른쪽에서 대각선으로 파고드는 중인지라, 이런 상황에서는 왼발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용이하다.
하지만 오늘 첫 번째 득점을 돕는 과정에서, 난 아웃프런트를 사용하는 것에 한껏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흐읍-!”
마지막에 보폭을 조금 길게 가져가며, 오른쪽에서 굴러오고 있는 축구공을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차 놓는 선택을 했다.
퍼엉-!!
“푸우-!”
마지막 보폭이 길어 가장 좋은 위치보다는 조금 뒤쪽에서 축구공을 걷어차긴 했지만, 계속해서 달려오던 힘이 있어서인지 힘은 충분하게 전달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의심의 여지 없이.
지금은 100%가 맞다.
“…….”
슈팅 후에 떠오른 몸이 바닥에 착지하기도 전, 골대를 향해 곧바로 나아간 축구공은 골대의 왼쪽 상단 구석으로 날아가 골포스트를 두들긴 뒤에 바닥을 맞고 골대 위쪽 그물을 강하게 비집고 들어갔다.
“-!!!”
“으아아아아아아-!!!!”
득점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모아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이런 나를 누군가가 덮쳐왔고, 어느새 시야가 하늘을 잠깐 비추더니 빨간색에서 까만 어둠으로 바뀌어 버렸다.
지금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으아아아아-!!!”
“뭐야!! 뭐냐고오-!!!”
익숙한 누군가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와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적당한 소요(騷擾)가 전부였다.
***
김다온의 슈팅이 역전을 끌어낸 순간, 털썩 무릎을 꿇으면서 양손으로 긴 머리를 감싸 쥔 조르제 제수스는 이내 엎드린 자세가 되어 손바닥으로 피치를 팡팡 두들겼다.
등 뒤쪽에서 당황한 코치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그는 그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저 녀석은…….’
최근, 조르제 제수스는 이런저런 이유로 축구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던 중이었다.
우선은 가장 친한 친구가 정치싸움에 휘말려 팀을 떠나게 될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유로파 결승진출 이후 몇몇 선수들이 보인 태도 때문이었다.
특히 후자가 제수스에겐 결정적이었는데, 그러한 상황은 축구 감독이라면 누구든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였기 때문이었다.
소수의 선수가 보인 일탈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이들과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던 한 사람의 노력을 전부 무의미한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몇몇 이들에 의해 팀은 큰 상처를 받았고, 거기에서 회복할 방법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상대가 상대였기 때문이다.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난 조르제 제수스는 손뼉을 치며, 그의 선수들을 독려한다.
“들뜨지 마!! 마무리를 잘 해야 해!!”
지금 있었던 골은 60m 정도의 질주와 절묘한 2:1 패스 뒤에 나온 원더(Wonder) 골이었고, 보통은 이런 상황에선 선수들도 쉽게 들뜰 수 있었다.
주심의 오늘 판정이 FC 포르투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선 퇴장도 주의해야만 했기 때문에, 제수스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선수들은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 벤피카의 수비는 견고했고, 이는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삑-!! 삐익-!! 삐이익-!!
어느 때보다도 길었던 전반전이 끝나고, 곧장 고개를 숙인 제수스는 다양한 생각을 품은 채로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 감독실로 향했다.
‘할 수 있어.’
다시 FC 포르투에 승점 1점을 앞서나가게 된 지금, 제수스는 이 상황을 굳힐 결심을 한다.
김다온이 전반전에 선보인, 경이(Wonder)로운 활약을 떠올리면서.
.
.
·전반 종료
SL 벤피카 2 : 1 FC 포르투
***
작가의 말 ? 225화가 끊기는 부분이 조금 애매해서, 금일은 한편으로 마감하고 화요일부터 다시 2연재로 올리겠습니다. 글은 진즉에 완성이 되어 있는데, 지난 화의 반응도 있고 하여, 이편이 오히려 독자님들께서 부담감을 덜 느끼실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부쩍 추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저처럼 아프시지 말고 건강 잘 챙기세요.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