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26)
225화
전반전을 집어삼킨 김다온의 플레이에, 그를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던 사람들 역시 충격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기장을 찾은 스카우트들이 느낀 감정은 남달랐다.
이미 김다온은 유럽 축구계에서 ‘평가가 완료된’ 카테고리에 속하는 선수였고, 빅리그에서 뛸 실력과 최고가 될 재능을 동시에 갖췄다는 것 역시도 충분히 증명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라도, 전반전 김다온의 활약은 말로 설명키 힘든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떠한 이들은 김다온의 전반전 활약을 보며, 약간의 박탈감 같은 것들 역시 느끼고 있었다.
‘서글프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주앙 무티뉴를 포함한 FC 포르투의 선수 다수에 관심을 둔 프랑스에서 온 손님들이다.
귀빈석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AS 모나코의 스카우트 두 사람은, FC 포르투의 구단주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그들의 고용인을 슬쩍 쳐다본다.
올리가르히(Олигархи) 중의 한 사람이자, 2부 리그로 강등되었던 모나코를 다시 빛으로 이끌어줄 구세주로 칭해지는 주인공은, 러시아 출신의 비료 사업가 드미트리 리볼로브레프(Dmitry Rybolovlev)다.
차기 시즌 1부 리그 승격이 확정된 AS 모나코의 구단주는 다가올 여름,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팬들에게 약속한 상태다.
그는 지금, FC 포르투의 회장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코스타 회장이 얼마를 불렀었죠?”
“……5천 5백만 유로.”
“속이 쓰리겠군요. 보는 앞에서 상품의 가격이 깎여 나가고 있으니까요.”
“…….”
AS 모나코의 구단주가 오늘 이곳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을 찾은 이유는, 꽤 많이 진척된 두 건의 계약을 매듭짓기 위해서였다.
물론 리볼로브레프의 진짜 목적은 포르투 인근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었지만, FC 포르투 회장의 요청으로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다.
평소 유치한 장난과 거물급의 인사와 어울리는 것을 사랑해왔던 FC 포르투의 회장이다 보니, 선수 판매를 빌미 삼아 AS 모나코 구단주와의 친분을 쌓길 바랐던 것이다.
이미 하루 전, AS 모나코의 사람들은 FC 포르투 회장이 주최한 가면 파티에 참석했었다.
삼류 각본을 연상케 만드는 진행과 B급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효과들이 판치는 곳에서, 유일하게 볼만했던 것은 나체로 음식을 나르던 웨이트리스였다.
전체적으로 유치했다는 점을 빼면 만족스러웠던 파티였긴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드미트리 리볼로브레프는 FC 포르투 회장의 대접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AS 모나코의 구단주는 어젯밤부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아 왔고, 전반전의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꽤 흥미로운 대화가 오가고 있을 거라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없었던 AS 모나코의 스카우트 두 사람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그들이 타겟으로 한 선수들의 적당한 가격을 생각했다.
‘전반전과 같은 모습이면, 3천만 유로도 아까워.’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전반전에 아무런 것도 하지 못했다.
득점에 관한 직, 간접적인 기여는 물론이고, 드리블 돌파나 키패스와 같은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지표에서도 형편없는 수치를 남겼다.
반면, 김다온은 오늘 다시 한번 본인의 주가를 높였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그보다 나은 사이드백은 다니 아우베스 외에는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이젠 솔직히 그것도 자신이 없어.’
분명 리그와 경쟁자의 수준은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고, 하부리그에서 맹활약한 특정 선수가 높은 수준으로 이적함과 동시에 평범하게 바뀌는 사례도 많다.
하나, 일부 선수에게서는 ‘성공’이란 글자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존재했다.
무엇보다, 불확실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선수의 현재를 평가하는 이적료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긍정적인 미래 가치가 높게 반영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면에서, 김다온에 매겨진 가격표의 숫자는 오늘 다시 한번 그 최고가를 갱신했다.
‘제기랄. 작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야 했어.’
현실적인 사정상 불가능해진 일이 되어 버렸지만, AS 모나코의 스카우트는 김다온을 진즉에 영입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AS 모나코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써드파티를 매수하여 계약을 끌어내는 것뿐이었다.
달리 말해 써드파티가 없는 선수의 경우엔, AS 모나코가 매력을 어필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프랑스 정부의 조세정책 변경과 그로 인한 타격이, ‘개인사업자 세금 0%’를 무기 삼아왔던 AS 모나코의 영입정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AS 모나코는 리그 앙의 다른 클럽들처럼, 최고 75%에 달하는 세율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좋은 시절은 전부 갔군. 이젠, 시대가 바뀌었어.’
하프타임이 한창 진행 중인 현재,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은 약간 혼란스러워 보인다.
무척, 여러 가지 의미에서.
***
·심판실.
“어디 가나?”
“화장실.”
“화장실이라면 이 안에도 있어.”
“잠깐 바람이나 좀 쐬려고 말이야.”
“??”
같은 시각.
페드루 프로엔사가 심판 대기실을 나선다.
그리고 그는 이내, 복도에 있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딸깍-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가 자물쇠를 채우자마자, 옆과 통하는 칸막이의 아래쪽에서 검은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듯, 덤덤한 표정의 프로엔사가 검은색 물체를 집어 든다. 그것은 포르투갈 시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회용 선불폰이었다.
곧이어 전화가 수신되고, 아무런 소리 없이 불빛만 깜빡이는 것을 지켜보던 그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속을 뒤틀리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엔사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 조건이 바뀌었다.
변조된 목소리를 들으며, 프로엔사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대는 3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종류의 범죄는 보안이 필수적이고 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실행이 되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그렇지만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일은, 너무나도 어이없고 또 실소가 절로 나오는 것이었다.
프로엔사가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수화기 너머의 변조된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 무승부다. 그것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도록.
“여기에서 더 어떻게 하라는 거지?”
– …….
“아예 대놓고 휘슬을 불까? 그럼 멋지겠군. 조사가 들어올 테고, 난 어차피 파멸일 테니 모든 것을 다 불어주겠어.”
– 날 추적할 수는 없다.
“그만! 그 빌어먹게 유치한 말들은 조금 관두는 게 어떤가? 제기랄. 당신의 말대로 놀아나 주긴 하겠지만, 그 방법을 정하는 건 나야!”
전반전 양 팀의 파울 개수(4 : 16)와 위험지역 내 프리킥 숫자(0 : 5)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프로엔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주 내에서 일을 진행해왔다.
1990년대 이후 축구 역사에서 벌어진 승부 조작 경기들을 보면, 실제 브로커가 바라는 대로 승패가 만들어진 경우는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이는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과 중계기술의 발달로 인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FC 바르셀로나와 아이티의 아마추어 축구 클럽이 경기를 펼친다고 가정했을 때, 주심이 아무리 편파판정을 해도 결과는 항상 FC 바르셀로나의 승리일 것이다.
그래서 최근 조작과 매수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
배팅 업체들은 승패가 아닌, ‘첫 번째 파울’, ‘첫 번째 코너킥’, ‘첫 번째 옐로카드’와 같은 카테고리를 만들어 배당률을 매기고 있다.
그리고 매수된 이들은 브로커가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판정을 한다.
이 같은 부분은 브로커와 매수된 이들 모두에게 극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일이 되기도 했는데, 승패에 직접 관련을 하지 않는 만큼 조사가 들어올 확률이 극히 미미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피치 위에서 주심은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지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경기 내용을 직접 주무르고 결과까지 끌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프로엔사의 상대는 조금 막무가내였다.
– 변명은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오직 결과니까.
“이런, 빌어먹을! 지금 내 이야기를…….”
딸깍-
“!!”
전화가 끊기고, 분노한 프로엔사가 전화기를 집어 던진다.
쾅-!!
바닥에 닿은 순간 산산이 조각나버린 휴대폰의 파편이 여기저기로 튀었고, 일부는 프로엔사의 양말을 살짝 찢어 놓았으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쏴아아아아-
딸깍-
탁, 탁, 탁, 탁.
옆쪽에서 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문이 열리더니 조금 다급하게 느껴진 발소리가 멀어져간다.
허탈한 얼굴로 변기 위에 앉아 있는 페드루 프로엔사.
그는 지금 생각한다.
‘나쁜 짓은 한 대가는 늘 정직하군.’
최근 며칠, 그의 삶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용서받기 힘든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과 불안한 미래로 인해, 일주일 내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며 걱정하는 아내에게도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고, 오직 그 혼자 감정을 품으며 자신을 조종하려는 이에 대한 분노를 키워왔다.
한참을 변기 위에 앉아 번뇌하던 프로엔사는, 이내 숨을 크게 내쉬며 감정을 정리한다.
“휴우~”
습관적으로 변기의 물을 내린 뒤, 바닥에 어지러이 흐트러진 파편을 남겨둔 채 화장실을 나선다.
그리고 다시 심판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응?”
바로 그때, 프로엔사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FC 포르투의 회장 선거와 관련된 대자보다.
“…….”
지금까지, 프로엔사는 자신을 조종하려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고자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왔다.
이번 승리를 통해 얻는 것이 많은 이들의 리스트를 만들었고, 나름대로 추리를 해가면서 후보를 하나하나 좁혀보기도 했다.
그중, FC 포르투의 회장은 이른 시점에 제외가 되었던 인물이었다.
‘황금 휘파람’으로 알려진 승부 조작 사건 이후, FC 포르투의 회장이 LPFP와 포르투갈 경찰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지금도 포르투갈 경찰의 일부는 핀투가 권력을 앞세워 범죄를 덮었다고 생각했고, 모든 FC 포르투의 경기엔 LPFP가 특별히 파견한 인력이 경기의 하나하나를 감독하고 있다.
오늘도 어떤 식으로든 이상한 판정이 나오게 되면, 경기 후 다양한 추궁이 이어질 것이다.
우승이라는 게 간절한 것이라지만, 프로엔사는 과연 핀투가 여러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똑같은 일을 저지르겠느냐는 생각을 했었다.
만약 이번에 범죄가 들통나게 되면, 핀투가 받을 타격은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전례에 없는 판결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미 무혐의 처분된 건에 대해서도 새로운 주목이 쏟아질 것이고, 결국은 그가 돈과 권력으로 뒤덮은 범죄들이 그를 구치소로 보내게 될 거다.
그래서.
“…….”
프로엔사는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인물이 배팅 업체와 관련된 범죄조직이거나, 포르투갈 내에 존재하는 마피아 세력 중 하나일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추론하는 걸 포기했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사람이 FC 포르투의 회장이라면 어떨까?
페드루 프로엔사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오, 이런 빌어먹을 인간.”
FC 포르투 회장의 유치하고 천박한 취향과 취미는 이미 세간에 알려질 대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가 연극과 오페라에 큰 흥미가 있다는 것 역시도 유명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겪어왔던 일을 차례차례 떠올린 프로엔사는 이제 깨닫는다.
치졸한 방법으로 지난 일주일을 지옥으로 바꿔놓은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말이다.
딸깍-
“응? 왜 이렇게 늦었나?”
“그냥. 배가 조금.”
“허-! 후반전은 괜찮겠어?”
“물론. 물론일세.”
자신을 걱정하는 동료를 스쳐 지난 프로엔사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휴대폰을 집어 든다.
그가 현재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자신의 잘못 그 자체가 아닌 사랑하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단 사실이었다. 또 자신이 일을 거절함으로써 가족들이 위해를 받는 것 역시도 두려웠다.
하지만 그 배후가 FC 포르투의 회장이라면, 프로엔사는 굳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엔, 물론 이유가 있다.
“좋아. 그럼, 갈까?”
“……그래. 그러자고.”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동료들의 어깨를 두드린 뒤, 프로엔사는 자신 있는 발걸음을 가져간다.
후반전, 휘슬은 유척(鍮尺)처럼 곧고 단단할 것이다.
물론 포르투갈 사람인 페드루 프로엔사가 조선 시대 암행어사가 쓰던 공정함의 상징을 알 리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축구는 다시, 본연의 위치를 찾아갈 것이다.
‘오, 신이시여. 제 죄를 고백하겠나니…….’
그라운드에 들어서기 전, 프로엔사는 무릎을 꿇은 채 그와 그의 가족들이 믿는 신에게 조용한 고해성사를 한다.
***
전반전이 끝난 뒤, 상의를 모두 탈의한 김다온은 라커룸 바닥에 드러누웠고 얼굴 위에 수건을 덮은 채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먼저 감독실로 향했던 조르제 제수스는, 이후에 들어선 라커룸 안에서 그런 김다온의 모습을 보았다.
선수들이 김다온을 깨울 것인지를 묻자, 조르제 제수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딱-! 딱-!
“에-이! , 이봐!”
얼굴에 수건을 걷은 베르나르두가 김다온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몇 번 튕기자, 눈을 뻔쩍하고 뜬 김다온이 퉁겨지듯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에 깜짝 놀란 베르나르두가 엉덩방아를 찧었고, 이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와하하하하-!”
“어? 뭐야? 왜?”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김다온을 향해, 조르제 제수스는 얼른 옷을 갖춰 입고 후반전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라커룸 안에서 카운트되는 시계를 바라본 김다온이 깜짝 놀라더니,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걸 보며, 제수스는 다시 입을 연다.
그는 지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지만 우선은 경기에 필요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경기가 끝났을 때, 단 1점만 저들에게 앞서 있으면 된다. 1점. 지금 현재 우리가 전반전에 해낸 일이고, 후반전에도 그것을 해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
유니폼을 갖춰 입은 김다온은 이번엔 양말과 축구화를 갈아신기 시작했고, 거기에 잠깐 시선을 두었던 제수스는 이내 선수들 전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의 시즌은 대부분이 좋았지만, 일부 좋지 않았던 무언가가 우릴 어려움에 빠트렸다.”
리그 초반부에 놓쳐버린 승점. 특히 CD 나시오날을 상대로 1무 1패를 기록했던 건, 완벽할 수도 있었던 SL 벤피카의 시즌이 지금 위기를 맞은 가장 큰 이유였다.
과거 김다온에게 말했었던 의미 없이 흘려보낸 2시간과 그로 인한 대가를, 이제 제수스는 선수들 모두에게 말하고 있다.
“생각해보도록. 너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허투루 흘려보낸 2시간이, 얼마나 너희를 괴롭히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우린 며칠 전, 조금 샴페인을 일찍 따버렸지.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려는 일이 무척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일부의 잘못이 다수를 곤경으로 밀어 넣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은 너희가 축구를 하는 한, 늘 마찬가지일 거야.”
마티치의 고개가 살짝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며, 제수스는 자신의 말이 누굴 탓하려는 게 아님을 설명했다.
“그저. 아직 너희에겐, 만회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남은 45분이 그걸 결정하겠지.”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범하고, 그것 때문에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항상 만회할 시간은 주어진다는 것이다.
시간은 항상 만인에게 평등한 교사이기에, 부족할지언정 누구에게나 자신을 내어준다.
45분.
다시 한번 이 숫자를 강조한 조르제 제수스는, 지난 10개월의 노력이 마지막 남은 이 45분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만약 너희가 남자라면, 본인의 잘못은 본인이 매듭을 짓도록. 후반전 저들 역시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필사적일 것이다! 그러니 어설픈 마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가 끝났을 때 1위 자리를 다시 찾아오자! 오늘 우린 1위가 되어! 리스본으로 돌아간다!!”
“–!!!”
“—-!!”
흔히 볼 수 없는 제수스의 강인한 연설에, 마음이 동한 선수들이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이는 뒤늦게 잠에서 깨어 정신없어 보였던 김다온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제수스는 손뼉을 강하게 두드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선수들을 뒤로한 채 라커룸을 나선다.
그의 발걸음은 피치로 향하는 복도를 밟고 있었고, 복도의 끝에 다다랐을 때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는 한 남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조르제 제수스는, 기도하는 남성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여준 뒤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힘든 하루이겠지. 그도 사람이야.’
전반전 내내 자신을 화나게 만든 페드루 프로엔사였지만, 제수스는 그 역시 사람이기에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손길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고, 벤치로 향한 그는 자리에 앉아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의 전경을 바라봤다.
잠시 뒤 그라운드로 나서는 선수들.
이제 모든 건, 저곳에 있는 이들의 손에 달렸다.
‘저들의 무대야.’
늘 그러하듯 축구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건, 피치에서 뛰는 22명의 선수였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들로부터 조명을 빼앗을 순 없다.
축구란 항상 그런 스포츠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삐?익!!
힘찬 휘슬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후반전.
2012/13 Liga Zon Sages의 우승 트로피는 이제, 이 남은 45분에 달려 있다.
“…….”
현재 제수스의 눈은, 후반전 초반부터 힘찬 스프린트를 시작하고 있는 김다온을 뒤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