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27)
226화
·후반 06분
FC 포르투 1 : 2 SL 벤피카
솔직히 깜짝 놀랐다.
그냥 편안한 자세가 그리워 드러누웠고, 괜히 형광등 불빛이 거슬려 수건을 덮었다.
그런데 그대로 잠들 줄이야.
그렇게 피곤했나?
‘잘 모르겠어.’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중앙으로 이동한 하메스에게 이동해 살짝 압박을 가했었던 난, 다닐루에게로 향하는 패스를 보며 재빨리 뒤로 돌아 스프린트를 이어갔다.
먼저 볼을 발아래로 가져간 다닐루였는데, 습관적으로 발을 뻗은 순간 조금 아차 싶었다.
지금은, 참는 것이 옳았다.
그런데.
“으아악-!!”
“??”
금방 내가 아차 했었던 이유는, 어설프게 뻗은 발이 다닐루에게 아무런 위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다닐루의 입장이었다면, 속으로 ‘땡큐’라 말하며 수비수를 스쳐 지났을 것이다.
한데 다닐루는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면서 쓰러졌고,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주심을 곧장 돌아보며 오른쪽 손을 높이 들어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전반전에는 이보다 훨씬 더 접촉이 없었던 상황에서도 파울이 불렸었는데, 이번에도 주심이 휘슬을 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엔사 주심은 지금, 입을 굳게 다문 얼굴로 왼손을 이용해 다닐루에게 얼른 일어나라 손짓하고 있었다.
‘진짜?’
이것이 당연한 판정이지만, 전반전에 워낙 시달렸던 나로선 보너스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괜히 의기양양해지는 것을 느낀 나는, 주심에게 박수를 보낸 뒤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억울해하는 다닐루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브라보오-!! 브라보오-!! Bom mergulho!!”
“…….
Bom mergulho는 영어로 ‘Good Dive’.
다이빙을 비꼬는 내 말에, 다닐루는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머쓱해 하며 코끝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리고 난, 돌아가는 그의 등 뒤로도 계속 박수를 보냈다.
전반전 주심의 판정이 본인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하메스와 다닐루는 오늘 축구선수라기보다는 다이버(Mergulhador)들처럼 보였다.
피치가 마치 바다라도 된 것 마냥, 틈만 나면 점프를 해대고 있다.
물론 축구선수에게 피치가 대해(大海)인 것은 맞지만, 우린 ‘Marinheiro(항해자)’가 되어야지 ‘Mergulhador(잠수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후우~”
다닐루가 다이빙해준 덕분에, 잠깐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이 생겼다.
‘패턴이 바뀌었어.’
하프타임, FC 포르투에 꽤 많은 피드백이 있었던 것 같다.
전반전에 거의 보이지 않던 스위치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하메스도 드리블을 절제하며 다닐루의 오버랩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가져가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와 특징은 좌우의 폭을 크게 넓혔다는 부분인데, 세 명의 공격수 아래로 두 명의 사이드백과 중앙 미드필드 두 사람이 플랫 형태로 길게 자리를 잡았다.
페르난두가 포백 바로 앞에 자리를 잡으면서 공수를 오가고도 있는데, 여기에도 분명한 규칙은 있다.
루초나 무티뉴가 한쪽 측면을 이동하기 위해 움직이면, 그 빈자리를 페르난두가 채워주는 방식이다.
전반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전방압박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순간적으로 측면을 포함한 공격진영에 숫자를 보탤 수 있는 인상적인 전술이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해서 수세에 놓여 있다.
{“우오오오-!!”}
특히 바렐라가 각성한 것처럼 뛰어다니고 있는 부분이 무척 거슬린다. 지금도 그는 좌우로 크게 흔들며 막시를 넘어뜨렸고, 페널티박스 왼쪽 꼭짓점 부근에서 감아차는 슈팅을 시도했었다.
잘 감기지 않으면서 슈팅이 멀리 빗나가긴 했지만, 전반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몸이 가벼워 보인다.
아니, 원래 저랬으려나?
전반전 FC 포르투의 공격은 하메스의 중앙이동과 다닐루의 오버랩에 80% 이상을 의존했고, 바렐라를 활용하는 공격의 횟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본래부터 좋았던 컨디션을 우리 수비수가 몰랐을 수도 있다.
‘저건 조금 위험한데.’
사실 이렇게 전반전을 뛰고 나면, 상대 중 누가 컨디션이 좋고 누가 좋지 않은지를 대강 파악하게 된다. 좀 더 정확히는, 그런 편견을 가지게 된다고 표현하는 게 옳다.
하지만 전술적인 이유로 특정 공격수가 배제되어 있었을 가능성도 있기에, 이런 편견을 가지는 일은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것을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게 바로 우리다.
95% 정도는 이런 생각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인데, 5%의 확률에 더 많은 것을 신경 쓰기엔, 피치 위는 너무 격렬하고 또 정신이 없다.
‘이런! 뺏겼어.’
확실히 오늘은 빌드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가 잦다.
니코와 엔초를 대신해 팹과 안드레가 들어서긴 했지만, 아이마르는 장단점이 너무 명확하고 안드레도 기복이 큰 축에 속하는 선수다.
FC 포르투는 이런 부분을 전반전부터 잘 공략을 했는데, 골 장면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슈팅 장면이 나오지 않은 것도 바로 저런 부분 때문이다.
루초-무티뉴-페르난두로 구성된 FC 포르투의 중원은 확실히 오늘의 우리보단 우위에 있었고, 루초가 가로챈 축구공은 다닐루를 거쳐 중앙의 마르티네스에게로 이어진다.
위험지역은 아니라, 루이장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반대편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FC 포르투. 모처럼 오버랩을 시도한 알렉스 산드루가 크로스를 시도하나 발을 뻗은 막시가 그것을 막아낸다.
그런데.
‘뭐야. 왜 저기에.’
막시가 뻗은 왼발 뒤꿈치 쪽에 맞은 축구공이 뒤로 흐르고, 그것은 하필이면 바렐라의 앞으로 굴러갔다.
크로스를 생각한 우리 수비는 지금 골키퍼 쪽으로 크게 쏠린 상태였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축구공을 발아래에 가져다 놓은 바렐라가 골대를 한번 흘끗 보더니 오른발을 휘둘렀다.
조금 전의 상황과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이뤄진 슈팅이었지만, 이번엔 제대로 축구공이 감겼다.
제대로 반응한 아르투르가 슈팅을 막아내기 위해 손을 뻗으면서 몸을 날려 보지만,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던 축구공은 점점 더 안쪽으로 휘어져 골포스트를 강타한다.
투웅-!
“!!”
바렐라의 슈팅 이후에도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에, 난 눈앞의 상황을 똑바로 지켜볼 수 있었다.
골포스트 안쪽을 맞은 축구공은 내 눈앞에서 빠르게 멀어져, 골라인 너머 바닥을 한번 튕기곤 그물 안으로 안착해 들어갔다.
힘이 풀리면서 달리기의 속도를 늦춘 내가 자리에서 멈춰 서고, 고개를 숙이는 내 앞으로 FC 포르투의 유니폼 하나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골대 뒤쪽 담장을 뛰어넘은 바렐라가 환호하고 있는 관중들의 앞으로 다가선 것이다.
“후우~ 빌어먹을.”
이런 순간이면 새삼 깨닫게 된다.
세상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니며, 모두가 그렇게 될 자격을 갖추었다고 말이다.
분명 하프타임만 해도, 나는 마치 세상의 무엇이든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제수스 감독님의 연설 때문이었고, 팀원들과 함께 강한 자신감을 공유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간과했던 건, 내가 지켜볼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였다.
FC 포르투도 우리만큼이나 간절히 우승을 원했을 것이고, 저들 역시 노력을 하며 저들에게 역시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결국은 모든 게 공평하다는 의미였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후반 10분, 빠르게 균형이 맞춰진다.
그러나 이번엔, 우리가 쫓기는 처지다.
주심의 판정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전반전보다, 후반전 10분까지 FC 포르투가 보여준 경기력이 나를 걱정하게 만든다.
분명 앞으로, 저들은 더 강하게 압박을 가해올 거다.
거기에서 버티는 일은 절대 쉽지 않겠지.
‘그래도 해내야만 해.’
지금 느끼고 있는 실망감을 저 한구석으로 밀어버린 나는, 독려를 보내오는 루이장과 감독님과 동조해 손뼉을 치며 동료 전체에게 커다랗게 소리쳤다.
“1점!! 1점이야!!!”
감독님이 강조했던 경기가 끝났을 때 앞서고 있는 1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우린, 아직 꺾이지 않았다.
***
·후반 24분
FC 포르투 2 : 2 SL 벤피카
시간이 흘러갈수록,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답답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 자신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써드파티로부터, AS 모나코의 이적에 합의했단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 이적은, 하메스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프랑스가 아닌, 다른 곳을 원했다.
‘빌어먹을.’
사이드라인에 켈빈 올리베이라(Kelvin Oliveira)가 선 것을 확인했을 때, 하메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켈빈의 포지션은 오른쪽 윙어였고, 그 자리는 지금까지 자신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왼쪽 윙어로도 나서긴 했지만, 후반전 바렐라는 FC 포르투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였다.
그리고 본인의 경기력이 나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하메스는 자신이 교체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의 경기였다면 실망스러워도 그것을 받아들였겠지만, 오늘은 죽어도 교체되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천만다행히도, FC 포르투의 감독 비토르 페헤이라는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FC 포르투의 선수 교체입니다. 3번 루초 곤잘레스가 빠지고, 28번 켈빈이 투입됩니다.”】
“……후아-!”
대기심이 들어 올린 번호판에 자신의 것이 없다는 걸 확인한 순간, 하메스가 참아왔던 숨을 내뱉는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보는 이가 없었는지를 확인한 하메스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곤 민망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 기회는 있어.’
현재 하메스의 지분 중 50%는 콜롬비아에 있는 써드파티가 보유하고 있다.
쿠쿠타(Cucuta)에서 태어난 하메스는 대도시일수록 치안이 나쁜 콜롬비아에서 몸을 지켜야만 했고,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축구선수로 성공하도록 만들기 위해 보디가드 업무를 겸하는 써드파티와 일찌감치 계약을 체결했다.
그들의 조건은 향후 유럽 클럽과의 계약 두 건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AS 모나코 이적이 두 번째 경우였다.
‘모나코 따위로 갈까 보다.’
교체를 당할 위기에서 벗어난 하메스가 각성한 듯 뛰어, 로렌초 멜가레호로부터 볼을 빼앗는다.
안드레 고메스와 교체되어 투입된 멜가레호는 느닷없는 압박으로부터 축구공을 지켜내지 못했고, 가로챈 볼을 페르난두에게 보낸 하메스가 비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며 다시 패스를 요구한다.
공격진영의 센터서클 앞쪽에서 볼을 받아든 하메스는 곧장 정면을 쳐다봤고, 언제나처럼 패스가 아닌 드리블을 첫 번째 옵션으로 삼고 전진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 필사적이었다.
써드파티가 이적을 받아들인 이상, FC 포르투는 계약조건에 따라 무조건 이를 수락해야 한다.
연봉을 비롯한 구체적인 조건도 써드파티가 하기에, 하메스는 AS 모나코의 계약을 거절조차 할 수 없다.
이런 하메스에게 남은 유일한 빅리그로의 이적 방법은, 많은 스카우트가 찾은 오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쳐 그들이 이적을 협상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70분을 허공에 날렸다.
가장 큰 이유는 저기.
‘저, 빌어먹을 Chino.’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사람답게, 하메스 역시 오랜 습관대로 모든 동양인을 Chino(중국인)라고 부른다.
전진이 여의치 않았던 하메스는 잠깐 패스를 옆으로 돌렸고, 그런 뒤에는 다시 빈공간을 움직이며 재차 축구공을 받아들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 축구공이 도착했을 땐, 어느새 다가온 김다온이 절묘한 지점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도대체 왜!!’
하메스는 오늘 김다온과의 1:1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몇 차례 다닐루나 마르티네스로 향하는 패스를 보낼 수는 있었지만, 1:1에선 압도적으로 밀렸다.
특히 두 번의 실점 상황 모두 본인이 김다온에게 볼을 빼앗긴 것에서부터 시작되었기에, 지금 하메스는 일종의 히스테리와도 같은 감정마저 느끼는 중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김다온을 제압하고 싶었지만, 상대는 그런 기회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늘 1.5~2m 정도 되는 거리를 잘 지켰고, 패스를 보낼 타이밍과 드리블을 할 타이밍을 알고 있다는 듯 밀착해야 할 때를 절묘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마치, 본인의 머릿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했다.
‘그럴 리가! 내가 저 빌어먹을 Chino한테…….’
하메스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동양인을 놀리는 일이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곳에서 살아온 모든 사람을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규정한다면, 하메스 역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은연중 동양인이 약하고 조금 뒤떨어지는 존재라는 인식이 당연한 문화권에서 살아온 사람들 역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정의한다면, 하메스 역시 그럴 것이다.
이는 오늘 하메스가 몇 번이나 김다온을 향해 눈을 찢고, 또 혀를 내미는 등의 행동을 해왔던 이유였다.
스스로 인종차별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굳게 믿는 하메스는 이번에도, 주춤주춤하다가 볼을 빼앗기곤 그대로 주저앉고야 만다.
오른쪽 공간 깊숙이 전진한 다닐루가 짜증을 부려왔지만, 그것이 보이지 않았던 하메스는 김다온을 뒤쫓는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를 악물고 코를 찡그린 채 달려가는 하메스의 눈엔 오직 김다온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는 달려가는 벤피카의 사이드백 뒤에서 태클을 걸었다.
양쪽 발이 모두 선수에게로 향하는 위험한 동작이었고, 태클은 김다온의 다리 사이를 스쳐 지났으나 그 끝에 살짝 걸린 상대는 목소리를 내지르며 그대로 그라운드에 뒹굴었다.
“에-이!!!!!!”
“뭐야아-!!!”
주변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오고, 슬라이딩이 멈춘 직후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을 차리게 된 하메스를 향해, 페드루 프로엔사가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절로 손을 가슴 앞에서 모으고 있는 하메스에게, 지금 프로엔사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어딘가에서 다급하게 달려온 페르난두와 주앙 무티뉴가 급하게 프로엔사의 앞을 가로막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주심은 뒷주머니로 손을 가져간다.
그 모든 동작이 하메스에겐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졌고, 벤피카의 유니폼과 같은 색의 카드가 하늘로 올라간 순간 하메스는 울상이 되어 그대로 드러누웠다.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그의 얼굴에선, 당장 눈물이 흘러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아아알-!!!”
쿵-!!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이제, 다가올 여름 빅리그로 이적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
·후반 34분
FC 포르투 2 : 2 SL 벤피카
하메스의 퇴장이 있기 전까지, 우린 FC 포르투의 공세로부터 골대를 지키는 것만 해도 충분히 벅찬 상태였다.
라인이 낮아진 순간부터 상대 사이드백의 위치가 더 높아졌고, 그러면서 하메스가 완전히 10번처럼 뛰게 되어 골칫거리가 되었었다.
루초를 빼고 켈빈을 투입한 것도 아예 하메스를 중앙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속셈인 것 같았는데, 허무하게도 교체가 이뤄진 직후에 그는 퇴장을 당해버렸다.
개인적으론, 무척 멍청한 짓이라 말해주고 싶다.
당시는 딱히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지금도, 하메스가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에이! 여기야!”
그리고 이 하메스의 퇴장은 정말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우선, 비토르 페헤이라로 하여금 컨디션이 좋은 바렐라를 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아무리 FC 포르투가 중원의 우위를 가져가고 있었다곤 하나, 무티뉴와 페르난두 둘로는 부족했고 공격수를 빼고 미드필드를 보충하는 작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특히 무승부만 기록해도 우승이 거의 확정되는 상황이었기에, 이는 무척 당연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는 FC 포르투가 공격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상대는 내려앉았고, 우리는 당연히 공세를 퍼부었다.
“코너킥!! 맞았어!!”
지금도 베르나르두의 패스를 전달받은 제로니모가 슈팅을 시도했고, 발에 맞고 굴절되어 벗어난 축구공을 보며 우리는 코너킥을 주장했다.
주심 역시, 코너를 가리키며 우리가 계속 볼을 점유하고 있음을 알린다.
‘후우~ 대충 13, 14분인가?’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는 후반전이었지만, 하메스의 퇴장이 있어 추가시간은 최소 3분은 될 것 같았다. 골을 기록하기엔 넘치도록 충분하지만, 그 일이 쉽진 않을 거다.
코너킥이 준비되는 동안 나는 하프라인 앞쪽으로 이동했고, 막시와 함께 최종 수비라인을 형성해 혹시나 모를 역습을 대비했다.
물론, 지금 우리 앞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말이다.
FC 포르투의 전원은 페널티박스 안에 있다.
‘이런!’
오른쪽에서 찬 안드레의 코너킥이 FC 포르투 선수에 맞고 밖으로 튕겨 나온다.
축구공을 향해 달려가는 건 리마였고, 그 방향에 맞춰 왼쪽으로 거리를 벌린 나는 패스를 받아들 준비를 마쳤다.
빠르게 페널티박스 밖으로 빠져나오며 오프사이드 라인을 형성하는 FC 포르투의 선수들이 보였는데, 상대의 압박에 리마는 내게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 오른발 앞에 놓아둔 나.
바로 그때, 눈에 띄는 움직임 하나가 포착됐다.
‘베르나르두.’
FC 포르투의 선수들과 함께 수비진영으로 내려오던 녀석이, 상대의 발이 멈춰 선 것을 확인하곤 재빨리 움직인 거다.
타이밍을 조금만 늦추면 오프사이드가 될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난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오른발을 휘둘렀다.
그래서 패스가 다소 길었지만, 그래도 방향을 바꿔 움직인 베르나르두에게 도달하긴 했다.
오른쪽 사이드라인 앞에서 알렉스 산드루와 대치하는 베르나르두. 녀석은 몇 번 몸을 움직여보다가 여의치 않았는지 선 자리에서 발을 휘둘러 축구공을 높게 띄워 보냈다.
저건 크로스라기보단 클리어에 더 가까웠는데, 페널티 스팟 부근으로 날아간 축구공은 오타멘디의 머리를 맞고 다시 먼 쪽으로 흘러나왔다.
이번에 저걸 받아든 사람은 멜가레호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다닐루가 붙는다.
“인디언!!!”
인디언(Indian)은 사람들이 멜가레호를 부르는 별명이다. 난 처음에 그것이 인종차별이라고 여겨 쓰지 않았지만, 본인이 그걸 마음에 들어 하고 있어 같이 사용하고 있다.
화해한 뒤에 인종차별이라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전혀 아니라면서 인디언의 강한 이미지가 좋다고 했다.
어쨌든.
파앙-
난 다닐루가 오른쪽 위치를 비운 것을 확인하자마자 앞으로 내달렸고, 다닐루가 이런 내게 패스를 보내왔다.
‘젠장.’
하지만 그 방향이 조금 뒤쪽이었는데, 급하게 멈춰선 나는 오른발을 뻗어 축구공을 잡아둔 뒤에 주변 상황을 살폈다.
앞쪽에서, 다닐루가 접근하고 있다.
“다온!! 여기야!!”
“!”
때마침 팹이 옆으로 접근을 해왔고, 저쪽으로 패스를 보낸 나는 곧장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왼발을 이용한 논스톱 패스가 부웅하고 떠올라 앞쪽에 도착하고, 다닐루와 함께 스피드 경쟁을 하며 어깨싸움을 펼치던 나는 있는 힘을 몽땅 쥐어 짜냈다.
그렇지만 다닐루 역시 만만치는 않았는데, 패스의 방향이 다소 안쪽인지라 그의 발이 먼저 닿을 것 같았다.
과연 그는 잡아둘까?
아니면 차버릴까?
‘생각해, 생각.’
다닐루는 이런 몸싸움 상황에서도 제대로 볼을 컨트롤 해낼 만큼의 기술이 있는 남자다.
하지만 여기에서 잡아두는 일을 택하는 건, 위험부담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클리어를 해내는 게 훨씬 더 올바른 판단이다.
유일한 걸림돌은 사이드라인 쪽에 자리 잡은 게 나라서 골라인으로 걷어내야 한다는 점이었지만, 오늘 경기 내내 FC 포르투는 제공권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그러니 지금은, 분명히 걷어내려고 할 거다.
‘해보자.’
결심을 굳힌 나는 의도적으로 다닐루에게 몸을 기울이며 그의 무게중심을 흩트리려고 했다.
파울이 선언될 수도 있지만, 도박 없인 얻는 것도 없다.
“이익-!”
잇소리를 낸 다닐루가 오른쪽으로 넘어지면서도, 왼발을 뻗어 발끝을 축구공에 가져간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훌륭한 플레이였고, 굴절되어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한 축구공은 조금 있으면 골라인을 벗어나려고 한다.
코너킥을 얻었으니,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아니거든.’
오른팔을 뻗어 다닐루를 완전히 떨어트린 나는, 쿵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발을 더 움직였다.
그렇게 두 발 또 세 발.
네 번째 발을 내딛기 전, 나도 왼발을 뻗어 축구공으로 가져간다.
아까 다닐루가 뻗은 왼발이 축구공을 골라인 밖으로 밀어 넣기 위함이었다면, 지금 내가 왼발을 뻗은 이유는 벗어나려는 축구공을 안으로 돌려놓기 위함이었다.
왼발 안쪽에 닿은 축구공이 약 30cm 높이에서 떨어지며 골라인 위에 착지한다.
골대 근처에서 몇몇이 손을 들어 올리는 것이 보였지만, 지금 내가 볼 때는 축구공의 1/3은 여전히 라인 위에 걸쳐져 있었다.
달려가던 것을 멈추기 위해 잔발을 디디며 급제동을 걸었을 때,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다닐루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투지. 적극성. 집중력.
모든 부분에서 높은 수준이다.
왜 FC 포르투가 다닐루를 위해, 나를 윙어로 돌리려고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더 좋은 선수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툭-
“!!”
난 서 있는 위치에서 오른발만 뻗어 슬쩍 축구공을 건드려 놓았다. 그러자 축구공은 골대 쪽으로 조금 움직였고, 그것을 보며 나는 왼발에 힘을 주어 약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런 축구공과 내 사이를 다닐루가 통과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 나는 볼을 발밑에 두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자,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
“-!!”
“—!!”
하지만 뭐라고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솔직히, 쥐뿔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닐루를 한 번 더 따돌리고 축구공을 발아래로 둔 순간, 내 눈에는 오직 단 한 곳만 보였다.
현재 골대와의 거리는 7~8m 정도.
그리고 각도는…….
‘15도? 뭐, 아무렴 어때.’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던 나는 이를 악물며 내디딘 왼발 옆으로 오른발을 가져가며 참아왔던 숨을 내뱉었다.
“푸우-!!”
강하게 휘둘러진 오른발의 운동에너지에 의해 몸이 조금 떠오르고, 이것을 정면으로 받은 축구공은 빠르게 날아 에우통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투웅-!!!!
“!”
“!!!”
강하게 크로스바를 두들기는 축구공.
직후, 경기장의 풍경은 정확히 양쪽으로 나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