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28)
227화
“으악-!!”
삐—익!!
커다란 목소리에 이어 휘슬 소리가 울려 퍼지자, SL 벤피카의 주장 루이장이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에-이!! 저 녀석에게 맡겨-!!”
하지만 목소리가 닿지 않는 거리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재빠르게 달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마티치로부터 축구공을 빼앗았다.
“루이! 대체 무슨 짓이야?”
깜짝 놀라 축구공을 되찾으려는 마티치에게서 이를 지켜낸 루이장이,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이며 이렇게 대답한다.
“이건 다른 사람의 몫이야.”
“뭐?!”
“주인공이 따로 있다고.”
“??”
의아해하는 동료로부터 몸을 돌려, 루이장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한 사내에게 손짓을 보낸다.
그 당사자는 눈을 살짝 치켜뜨며 자신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고개를 끄덕인 루이장을 본 뒤에야 천천히 달려 피치를 가로질러왔다.
“자, 여기.”
“네?”
축구공을 김다온의 품에 안겨다 주는 루이장.
그리고 그는 앞에선 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건 네 거야. 오직 너만이, 이 마무리를 할 자격이 있다고. 그러니까, 네가 차야 해.”
“…….”
“끝내버려. 저 빌어먹을 녀석들에게 현실을 보여달라고.”
“……네.”
“그렇지. 바로 그거야.”
가까운 자리에서 루이장과 김다온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티치의 얼굴이 조금 멋쩍어지고, 머리를 긁적이고 있던 그는 할 말이 많은 듯 입을 몇 번이나 웅얼거렸다.
그렇지만 딱히 목소리라 할 만한 것은 나오지 않았고,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은 마티치는 마찬가지로 김다온의 어깨를 두드리며 주위를 벗어났다.
이후 마티치는 적당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채, 허리춤에 손을 얹은 자세로 김다온의 모습을 지켜봤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해버려.’
벤피카는 조금 전,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쪽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그리고 팀 내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키커는 마티치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주장 루이장이 멋대로 키커를 바꾸려 했고, 본래라면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장면에서 마티치는 양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스스로 생각을 하기에도, 오늘의 김다온이라면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했기 때문이다.
“후우~”
하지만 괜히 답답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심호흡을 가장한 긴 한숨을 내뱉었다. 팀의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지만,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누군가에게 양보한다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다.
높은 경쟁심을 지닌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큰 경기에서 주목받길 원하는데, 지금 마티치의 답답함 역시 그런 감정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삐-익!!
마티치가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는 사이, 모든 준비는 끝나고 주심의 휘슬이 울린다.
김다온의 프리킥이 빗나가길 바라는 FC 포르투의 팬들이 야유를 내뿜는 가운데, 꽤 덤덤한 얼굴로 축구공을 바라보고 있던 주인공은 가볍게 왼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이렇다 할 도움닫기 없이 휘두른 오른발이 축구공에 맞닿는 순간, 벽을 선 상태에서 점프한 이들을 뺀 모두가 제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린다.
축구공은 마치 단 한 번도 높이 떠올라본 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그라운드를 데굴데굴 굴러갔고, 이내 바렐라의 발밑을 통과해 버렸다.
그 움직임은 결코 빠르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잘 보였고 그래서 더욱 극적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정말로 느려진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착각일까?
‘이런 빌어먹을. 이런 상황에?’
쓸데없는 생각을 한 자신을 가볍게 힐난한 마티치가, 벽에 가려지는 시야에 인상을 가볍게 찌푸렸다.
그는 다음 이어지는 장면을 보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은 분명히 벌어지고 있다.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는 에우통. 그는 돌이 된 것처럼 굳어 있다가, 짧은 순간 평행을 이룬 축구공이 골라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이 장면을 S급 관람석에서 지켜본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 위로 양팔을 가져간다.
눈앞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상황.
그런 이들의 시선은 지금, 프리킥 이후 그 자리에서 서서 조용히 두 주먹을 불끈 쥔 김다온에게 향하고 있다.
해트트릭.
‘믿을 수 없어.’
특별한 축구선수의 위대한 퍼포먼스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그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는 행운은 일부의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는, 김다온의 동료들 대부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과 9일 전, 그들이 김다온이 페네르바흐체를 상대로 보인 경기력을 보며 느낀 감정은 지금 느끼고 있는 경외감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세상의 그 어떠한 사이드백도, 오늘의 김다온처럼 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그 어떠한 축구선수도 말이다.
“에-이! 뭐 해?!”
“응?”
등 뒤에서 나타난 루이장이 환한 표정으로 손짓을 보내오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마티치는 다른 동료들처럼 기쁜 마음이 되어, 위대한 하루를 만들어낸 이에게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마티치는 생각했다.
만약 축구 경기의 신(神)이 존재한다면, 그는 지독히 변덕이 심하며 불공평함을 즐기는 성격을 지녔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오늘을 절대 설명할 수 없었다.
축구의 신의 편애를 받는 존재가 어떠한 일들을 피치 위에서 해낼 수 있는지. 김다온은 그것을 이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에게 똑똑히 알려주었다.
“이 새끼! 뭐야?! 왜 그렇게 무게를 잡고 있어?! 앙?!”
“우리가 이겼다고! 우리가…….”
하지만 어째서인지, 김다온은 기쁨을 표현하는 동료들에 사이에서 쓰게 웃고 있을 뿐이다. 본인의 감정을 감추려 필사적으로 애를 쓰곤 있지만, 웃고 있는 입과는 다르게 눈은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분명 10분 전의 성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기뻐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확실히 달랐다.
“이 예뻐 죽겠는 녀석아!! 바로 그거라고!!”
“으아아-!! 미친 새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미쳤나?”
“미쳤지! 미쳤고말고!”
지척으로 다가온 2012/13 Liga Zon Sagres의 챔피언 자리와 함께, 김다온은 바로 그 뒤에 숨어 있는 이별의 순간 역시도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지만, 김다온은 동료들의 손길을 피하는 척 고개를 숙인 채로 감정을 삼키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
“…….”
김다온의 눈에 그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르제 제수스의 모습이 비춰졌다.
‘세상엔, 원하지 않는 이별도 있네요.’
축구 경기를 통해 피치 위에서 배우고 있는 삶의 교훈은, 과거 소년이었던 이를 청년으로 또 청년이었던 이를 조금씩 남자로 만드는 중이다.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아직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오늘 역시, 김다온은 조금 더 나아간다.
그리고 그 나아감은 마침내.
삑-!! 삐익-!! 삐이익-!!
그를 SL 벤피카로부터 완전히 떨어트려 놓는다.
.
(배정세)
“경기 끝납니다!! SL 벤피카! FC 포르투를 4:2로 누르고 다시 리그 1위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축구선수! 김다온이 있었습니다! 포르투갈 리그 최초, 사이드백 해트트릭! 그리고 도합 네 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에 승리를 안겨다 줬습니다!”
(정지현)
“네~ 그렇습니다. 오늘 경기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이제 포르투갈 리그가 너무 좁다는…….”
.
.
·경기결과
FC 포르투 2 : 4 SL 벤피카
[골] 제로니모 베가 : 전반 5분(김다온)김다온 : 전반 49분, 후반 35분, 후반 45분(F.K)
김다온 ? 99분 출전(평점 10.0/경기 내 1위/MoM)
***
·2013.05.11.(경기 후) 기준 Liga Zon Sagres Table
1. SL 벤피카 : 25승 3무 1패, 90득 15실, +75, 승점 78
2. FC 포르투 : 25승 2무 2패, 81득 17실, +64, 승점 77
***
경기가 모두 끝난 뒤, 기쁨으로 뒤엉킨 벤피카의 선수들을 지켜보던 페드루 프로엔사는 동료들과 악수를 하면서 경기의 정리를 시작했다.
큰 충격에 받은 FC 포르투의 사람들은 아직 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는데, 그들이 피치를 빠져나가기까진 조금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프로엔사는 주변의 동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곁에 있는 이들 역시, 제법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
“엄청난 경기였어. 안 그래?”
“그래. 그러게 말이야.”
축구 심판으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을 말하라면 누가 뭐라 해도, 역사에 남을 만한 경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았을 때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오늘의 ‘O Classico’는, 경기가 펼쳐지기 전부터 포르투갈 축구 리그 역대급의 관심을 받아왔다.
시즌 초반 잠깐 앞서나갔던 FC 포르투. 이후 선두자리를 되찾아 막바지까지 1위 자리를 굳건히 수성했던 SL 벤피카. 그러다 결국 28라운드에서 선두자리가 뒤바뀌었다.
중위권과 하위 팀을 상대로 한 무승부와 패배가 양 팀의 희비를 갈라놓았고, 본인들의 실수를 본인들의 힘으로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에 흥분하지 않을 축구팬은 없었다.
그리고 본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법이라지만, 오늘은 소문 이상으로 푸짐했던 상차림이었다.
“수고했네. 수고했어.”
마침내 정신을 차린 선수들이 주심 그룹에게로 다가와 악수를 교환하고, 프로엔사는 그들과 인사를 나눈다.
당연히 양 팀 선수들의 표정은 엇갈렸는데, 후반전 초반 맹활약을 펼쳤던 실베스트르 바렐라의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이 맺혀 있기도 했다.
시즌 30라운드 경기가 남았다곤 하나, FC 포르투의 선수들은 올 시즌의 챔피언 자리를 사실상 빼앗겼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SL 벤피카의 마지막 상대는 리그 15위로 강등이 확정된 모레이렌세 FC로, 벤피카는 그들의 홈구장에서 극적인 시즌의 마침표를 찍으려고 할 것이다.
유일한 변수가 있다면 중간에 있을 첼시 FC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이지만, 어떠한 결과가 나오건 리그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응?’
그렇게 차례차례 악수하던 프로엔사의 눈에, 유니폼 상의를 벗은 모습으로 걸어오는 김다온이 보였다.
“좋은 경기였어요.”
“그래. 수고했네.”
“네.”
경기 도중 판정 문제로 꽤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사이였지만, 시합이 전부 끝나버린 지금은 서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쿨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SL 벤피카의 승리로 끝난 경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프로엔사는 멀어지는 김다온에게 꼭 이 한마디는 하고 싶었다.
“이보게나!”
“?”
원정을 떠나온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던 김다온이 뒤를 돌아보고, 의아해하는 그의 눈빛을 보며 프로엔사가 크게 목소리를 높인다.
“고맙네!! 자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했으면 좋겠어!!”
“?? Obrigado(감사합니다).”
“De nada(천만에). 정말, 훌륭한 플레이였어!”
선수들과 악수를 교환하는 일이 끝나고, 복도를 향해 걸어가는 프로엔사와 주심 그룹을 향해 화가 난 FC 포르투 팬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하메스에게 선언한 퇴장이 그 이유였는데, FC 포르투의 팬들은 그 퇴장이 아니었다면 본인들이 승리했거나 최소한 비겼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퇴장 이후 상황이 급변한 것은 맞았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그 판정은 올바른 것이었다.
같은 상황에 백 번 놓이더라도, 백 번 모두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있었다.
“잠깐. 먼저 들어가게.”
“??”
“볼일이 있거든. 금세 따라가겠어.”
복도로 들어서자마자, 주변 동료에게 양해를 구한 프로엔사가 한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곳에 있는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프로엔사는 저 남자가 자신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고 했던 흑막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남자의 손에 하프타임 때 화장실에서 부숴버린 것과 같은 일회용 휴대폰이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의 목엔 FC 포르투의 직원임을 알리는 패스도 걸려 있었다.
“자네 고용인에게 말하게.”
“뭐라고요?”
“만약 앞으로 이런 일을 더 내게 끌어들이려고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쥐어 짜내어 그쪽에도 타격을 주겠다고 말이야. 나도 친구들이 조금 있지.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협회 쪽 사람들이야. 과연, 누가 더 잃는 게 많을까?”
“…….”
FC 포르투의 회장은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지만, 그런 만큼 그의 추락을 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협회 내부의 사람이다.
처음 승부 조작 사태가 터졌을 때, 최일선에서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려 했던 이들이 여전히 협회에 남아 있다.
“왜 대답이 없지?”
재차 질문하는 프로엔사의 말에, 처음엔 시치미를 떼던 남성이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넣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했소.”
“멋지군.”
사내에게서 몸을 돌려 걸어나가는 프로엔사의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한 순간부터, 그는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았다.
결국은 인간이란 말하기 부끄러운 것으로부터 당당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분으로 지켜본 오늘의 후반전은, 13년 경력의 프로엔사에게도 특별한 것이었다.
이후 하메스의 퇴장상황 등을 묻는 미디어의 앞에서, 협회가 정한 규정에 따라 인터뷰에 나선 프로엔사는 한 가지의 흥미로운 질문을 받게 되었다.
인터뷰가 종료되기 전, ‘ZeroZero’에서 나온 기자가 이렇게 물어온 것이다.
“심판으로서, 오늘 다온의 모습은 어떻던가요?”
보통은 이런 질문은 주심에게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음, 그게.”
그래서 프로엔사는 최근 일주일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담아, 짧은 단어 하나로 이렇게 표현하기로 했다.
“A Maravilha.”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이 동감했을, 경이롭다(Wonder)는 단어 하나로 말이다.
***
[A Maravilha! DA-ON!! 3 gol, 1 ass!! POINT : 10.0!! Jogo perfeito!! – A Bola] [앞으로 포르투갈 프로 축구의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항상 손꼽힐 경기. 다온의 활약은 놀라웠고,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 Jornal de Noticias]***
2013년 5월 12일. 4350-005 포르투, 포르투갈. R. 하이미 브라실 40. AC 호텔 바이 매리어트 포르투(AC Hotel by Marriott Porto. R. Jamie Brasil 40. 4350-005 Porto, Portugal).
몇 시간 전 라커룸에서 마음껏 기뻐한 우린, 단체 사진을 찍어 서로의 소셜네트워크에 업로드하며 꽤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지만, 정확히 1위를 되찾은 것만큼만 기뻐했었던 것 같다.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정리 후, 우리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의 호텔로 돌아왔다.
{“꺼져어-!! 당장 꺼지라고-!!”}
{“우~!! 우우~~!!!”}
그리고 지금은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의 바깥에서, 많은 숫자의 FC 포르투 팬들이 우리를 향한 야유를 쉬지도 않고 퍼붓는 것을 듣고 있다.
그들 나름대로 화풀이가 필요해서 한 행동일 테지만, 저건 우리에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여행 등의 이유로 포르투를 찾은 호텔의 숙박객들에게 민폐만 끼칠 뿐이다.
{“쓰레기들!! 너네가 주심을 매수했어-!!”}
드르르륵-!
“이봐아아-!!! 좀 닥치라고!!! 우린 일반인이야!!!”
{“나왔다-!!”}
{“죽어!! 죽어버려!!”}
결국엔 참다못한 누군가가 테라스로 나가보지만, 완전히 이성을 잃은 FC 포르투의 팬들은 더욱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경찰이 도착할 때가 되었으니, 조만간 주변은 고요해지리라고 본다.
{“—!!!”}
FC 포르투 팬들의 야유는 이제, 클럽의 응원가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거참, 지치지도 않네.
똑똑똑-
‘응? 이 시간에?’
노크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킨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문으로 향한 뒤에 그 앞쪽에서 누구냐고 물었다.
똑똑똑-
“…….”
그런데 대답 대신, 계속 노크 소리만 들려온다.
그래서, 휴대폰을 가지러 안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노크 소리는 주기적으로 이어졌고, 조금 뒤에 내 연락을 받은 다니엘 아브릴의 목소리가 복도 쪽에서 울려 퍼졌다.
“이봐! 당신들 뭐야?!”
이후 깔깔대는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며 소리친 아브릴이 경찰을 부르기 전에 당장 사라지라고 외치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드물긴 해도 가끔은 일어나는 일.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똑똑똑-
“나야. 문 좀 열어줘.”
딸깍.
이번에는 아무 의심 없이 문을 열었고, 허리춤에 손을 얹고 있던 아브릴은 매춘부였던 것 같다면서 호텔 측에 말을 해두겠다고 했다.
“그게 좋겠어요.”
“응. 그럼 나도 단속을 좀 나가봐야겠어.”
“네. 그렇게 하세요.”
“그래, 그럼. 잘 자.”
“당신도요.”
원정을 떠나온 축구클럽이 어떠한 숙소에 묵는지는 딱히 비밀스러운 일도 아닌지라, 종종 여자들은 우리가 전세 낸 층을 알아내 침입을 하곤 했다.
특별히 이것을 거부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꽤 됐고, 몇몇은 이러한 식의 만남을 일종의 보너스로 생각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러한 장면을 몇 번이나 목격했고 말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럴 사람은 없다고 본다.
최근의 일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딸깍.
다시 문을 잠근 뒤, 이번엔 침대가 아닌 창가로 향한다. 안전을 생각해서 테라스로 나가지는 않았고, 그저 멀리에서 약간 아래쪽에 있는 경기장 주변을 바라봤다.
여러 대로 보이는 경찰차의 불빛이 번쩍이는 가운데, 조금씩 해산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챠우.”
조용히 그들에게 인사를 보낸 나는, 다른 말을 이어가는 대신 작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자, 창가에 김이 서렸다.
“…….”
삑- 삑-
손가락을 뻗어, 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지 않은 말.
하지만, 평범하진 않은 말.
나는 몇 글자를 완성한 뒤에 돌아섰고,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러곤, 금방 적은 단어를 떠올렸다.
‘Adeus.’
이것은 포르투갈의 연인이 헤어질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과거에 나도 오펠리아와 헤어질 때, 상징적인 의미에서 이 말을 썼다.
포르투갈에서 아데우스라 말한다는 건, 최소한 현재의 상태 그대론 두 번 다시는 만날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
난 지금,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에 작별을 고한 것이다.
물론 언젠간 이곳에서 경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땐.
“…….”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승리를 거둔 밤. 모든 것을 쏟아부은 나는 짧은 기쁨 뒤에 찾아온, 마주하고 싶지 않으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현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남아있는 건 세 개의 시합.
그게 끝나면 나는 아마.
부스럭, 부스럭.
생각을 더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던 나는, 몸을 뒤척이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실내 온도 조절기에서 주기적으로 깜빡이는 붉은색 불빛이 내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
‘과연.’
과연 다음 목적지는 어디가 될까?
그곳에서도 지금과 같을까?
SL 벤피카는 내게 첫사랑만큼이나 강렬하게 다가와, 짧은 시간 만에 나를 빠져들게 한 곳이었다.
이제는 이 클럽의 한계에 대해서도 알고 떠나야만 한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지만, 오늘처럼 모든 것을 쏟아낸 하루면 어김없이 이별을 슬퍼하게 된다.
분명히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무대로 간다는 기쁨을 즐기게 될 테지만, 그건 조금 더 이후의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 날 지배하는 건, 이별에 따른 슬픔이다.
“…….”
어느새, 난 조금씩 잠에 빠져든다.
어쩐지 저 멀리에서,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우리 SL 벤피카의 응원가.
Tu es o meu amor. / 넌 나의 사랑.
Seja onde for. / 어디에 있든.
Tu es o meu amor. / 넌 나의 사랑.
O amor da minha vida. / 내 삶의 유일한 사랑.
하지만.
‘그럴 리가.’
나는 그렇게, 의식의 끈을 놓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