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31)
230화
.전반 10분
SL 벤피카 0 : 0 첼시 FC
첼시의 수비가 좁아졌다.
‘기회야!’
그래서 난 곧장 달려 나갔고, 제대로 된 타이밍에 맞춰진 니코의 패스가 발밑에 도착했다.
페널티박스 안에 진입한 나는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이며 안쪽을 살폈고, 이바노비치와 페트르 체흐의 위치를 확인한 뒤에 뒤쪽에서 움직이고 있던 카르도소에게 컷백을 보냈다.
재빠른 개리 케이힐의 커버가 다이렉트 슈팅을 방해했고, 어떻게든 슈팅할 공간을 만든 카르도소가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보지만, 결국 발을 맞고 튕겨 나가 체흐의 품에 안겼다.
아쉬움의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이내 큰 박수가 우리를 향해 쏟아진다.
10분.
첼시 FC가 해볼 만한 상대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
(리 딕슨)
“첼시는 조금 더 열심히 뛸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양 팀을 비교해보았을 때, 발이 더 무거워 보여요.”
(피터 드루리)
“개리 케이힐이 첼시를 위기에서 구했습니다. 조르제 제수스. 허허. 매우 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감독이죠. 지금 저 제스처는 공격을 더 주문하는 것 같습니다. 김다온의 스로인. 그의 부지런함은 실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한순간 수비진영에 있다가, 십여 초 뒤에 공격진영 가장 깊숙한 곳으로 갑니다. 지금까진 가장 피치 위에서 흥미로운 선수입니다.”
(리 딕슨)
“EPL과 무척 잘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피터 드루리)
“베르나르두. 왼쪽으로 왔군요. 카르도소. 그리고 가이탄. 이때 파고드는 페레즈. 그러자 가이타니 오른쪽으로 보냅니다. 베가. 기회를 잡네요. 그리고 다시 가이탄! 멀리 빗나갑니다! 굉장한(Fabolous) 연계. 형편없는 마무리였군요. 하지만, 인상적입니다. 벤피카.”
(리 딕슨)
“아주아주 좋은 축구였습니다.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원터치로 된 패스가 계속해서 오갔고, 첼시의 수비를 혼란스럽게 했죠. 마지막 슈팅 과정에서 몸이 누우면서 공이 떴습니다.”
(피터 드루리)
“정말 사정없이 첼시 FC를 두들기고 있습니다. 벤피카. 과연 누가 이런 식의 전개를 예상했을까요.”
.
.
첼시의 선수들은 이런 식의 전개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일방적으로 우릴 밀어붙일 거라 생각한 것 같은데, 지금 저들은 허리에서 볼을 간수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다비드 루이스와 하미리스로 구성된 중원의 약점이 드러나고 있는 순간이다.
두 명 모두 활동량이 왕성한 하드워커였지만, 전진패스라든가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번뜩이는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프랭크 램파드는 오늘 밀착 마크를 당하고 있다.
결국 빌드업의 활로를 뚫어주기 위해 후안 마타와 오스카르(Oscar)가 아래로 내려섰는데, 그렇게 되면 최전방에 남는 것은 페르난도 토레스(Fernando Torres) 혼자뿐이었다.
뭐랬더라?
‘토레기?’
2010/11 시즌 겨울 이적 시장에서, 페르난도 토레스는 5천만 파운드에 리버풀을 떠나 첼시로 이적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5천만 파운드짜리 부실채권이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첼시 이적 후 후반기 18경기 1골, 2011/12 시즌 정규리그 855분 무득점 등. 대회 도합 1595분 무득점. 우리를 상대로 했던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가장 좋은 경기내용으로 평가받을 만큼, 페르난도 토레스의 첼시 이적은 잔혹사로 점철되었다.
스트라이커 포지션이 부족한 팀 사정상 퍼포먼스에 비해 엄청나게 후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 남자는 딱히 대단한 공격수는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의 친구들은 페르난도 토레스를 ‘토레기’라 부르면서, 내가 그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특별히 그걸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윽-!”
“…….”
이러면 자꾸만 신경 쓰이잖아?
패스를 줄 곳이 마땅치 않았던 아스필리쿠에타가 측면으로 움직이는 토레스를 겨냥했고, 난 그에게로 향하는 축구공을 확인한 뒤에 몸을 밀착시켰다.
그러자 너무나도 쉽게 토레스가 볼을 헌납했고, 간단히 그를 따돌린 나는 최후방의 아르투르에게 패스를 보냈다.
무릎을 짚으며 일어서고 있는 토레스는 주심에게 불만이 꽤 많은 것 같다.
설마, 지금이 파울이었다 말하려고?
만약 그런다면, 페르난도 토레스는 지금 그냥 조금 창피한 것뿐이다.
‘느슨해.’
코칭스태프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는 했다.
현재까지 첼시는 총 66경기를 소화했고, 그중엔 작년 12월에 열린 일본에서의 클럽월드컵도 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총 54경기를 치렀다는 것을 생각하면, 첼시가 약 20% 정도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한 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압박이 무척 느슨하다.
나름 전방압박을 하곤 있지만.
‘뚫렸어!’
참 재미있는 상황이다.
첼시 FC의 후방빌드업을 견제하는 우리의 전방 압박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첼시는 압박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앞쪽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기동력이 부족한 첼시의 전방압박은 오히려 많은 사이 공간만 내어주고 있었다.
전방압박은 미드필드의 위치를 포기하는 것이기에, 저런 식으로 손쉽게 뚫려버리고 나면 미드필드 진영은 완전 탁 트인 고속도로가 되어버린다.
첼시의 입장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방 압박이 뚫린 다음에 나타나고 있었는데, 하프라인 한참 아래에서부터 달려 나가기 시작한 엔초를 누구도 저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프랭크 램파드는 물론이고, 후안 마타와 다비드 루이스도 구보만 반복하며 엔초의 돌파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결국 그를 저지한 것은 공격 진영에서부터 스프린트를 시작한 오스카르였는데, 주심은 그의 파울에 곧장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난, 얼른 프리킥 지점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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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루리)
“대략 3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의 프리킥입니다. 그리고 벤피카는 이런 상황에서 많은 옵션이 있습니다. 왼발의 카르도소. 그리고 오른발의 다온. 어떠한 선수든 첼시에 치명상을 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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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까이 다가선 순간, 카르도소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먼저 모여 있던 엔초나 니코와는 이미 합의를 본 것인지,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거 기억해?”
“아- 응. 그건 나도 좋아.”
가끔씩 진행되는 세트피스 훈련은 굉장히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수스 감독님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무언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셨고, 코너킥과 프리킥 연습에서 해선 안 될 플레이는 없었다.
그래서 가끔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도 했고, 서로 실컷 웃고 난 다음이면 조금 더 제대로 된 세트피스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바로 그런 것이다.
삐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고, 적당한 거리로 물러선 나는 발을 앞으로 내딛기 시작했다.
축구공 양옆에는 지금 니코와 엔초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난 지금부터 저 둘의 사이를 그대로 통과해서 지나칠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
니코가 엔초에게 축구공을 밀면, 엔초가 그것을 고정시켜 카르도소의 슈팅이 이어질 것처럼 여겨지는 장면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카르도소는 슈팅이 아닌 내게 패스를 보낼 것이고, 측면으로 이동한 내게 크로스의 기회가 주어진다.
‘좋았어!’
총 세 명의 벽을 세워둔 첼시 FC는 이번엔 이런 식의 전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전반전 초반에는 다비드 루이스가 굉장히 좋은 반응을 보였는데, 지금은 내게 아무도 접근을 하지 않았다.
페널티라인 오른쪽에서 난 편안하게 안쪽을 관찰할 수 있었고, 제로니모를 보며 오른발 안쪽으로 땅볼 크로스를 보냈다.
빠르게 굴러가는 축구공은 하미리스의 다리를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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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루리)
“베가!! 볼이 위로 떠오릅니다! 경합이 있었네요! 첼시 FC! 결정적인(Crucial)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페르난도 토레스가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압박을 해줍니다! 다시 볼을 뒤로 돌리는 벤피카. 막시. 이제 축구공은 모라에스에게 갑니다.”
(리 딕슨)
“계속해서 말하고 있습니다만, 벤피카의 축구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지금은 제로니모가 거의 골을 넣을 뻔했죠. 애쉴리 콜이 몸을 날려 막아내지 않았다면, 지금은 틀림없는 실점 상황이었습니다.”
(피터 드루리)
“벤피카의 공격은 끝나지 않습니다. 제로니모 베가. 오-! 판타스틱한 개인기입니다! 두 명이 뚫립니다, 첼시! 카르도소. 길게 왼쪽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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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로 좋은 팀이다.
지금까지 그것을 의심한 순간은 없지만, 믿음이 살짝 흔들렸던 적은 있었다.
시즌 초반이 그러했고, CD 나시오날과 1:1로 비겼을 때, 또 최근 해이해진 모습을 보여주었을 땐,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싶었다.
물론 나도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에겐, 나도 ‘검은 양’이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내 스스로는, 피치 안팎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가끔 원망스러울 때가 있었던 사람들을 단 한 순간도 미워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화를 내고 있었을 때도, 난 동료들이 밉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거 알아? 난 너희가 빌어먹도록 좋아.’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 그러니까, 페널티 아크와 페널티에어리어 라인이 맞닿는 곳에서, 오스카가 띄워 보낸 축구공은 골반높이로 날아와 조금씩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첼시의 수비가 오른쪽에 정신이 팔린 사이 슬금슬금 전진해 있었던 난, 왼쪽 페널티 코너 앞 3M정도 되는 지점에 서서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왼다리를 땅바닥에 단단히 놓아둔 채, 난 허리를 오른쪽으로 비틀면서 가슴팍을 축구공이 날아오는 지점에 두었다.
내 눈은 레이더보다도 정확히 축구공을 쫓았고, 상체를 뒤로 기울이기 시작한 나는 디디고 있던 왼발을 퉁기면서 몸 전체를 띄워 올렸다.
그리고.
파앙-!!
오른쪽 발등에 축구공이 맞닿은 순간, 난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처럼 데드볼(Dead-Ball)의 상황에서의 것보다, 지금이 훨씬 더 제대로 걸렸다고 말이다.
쿵-
슈팅 이후, 땅바닥에 떨어진 나는 계속해서 축구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확인한 후 다시 몸을 일으켜 달려나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축구공은 그물과 강한 마찰을 일으킨 뒤에 바닥에 떨어져 내렸고, 나는 지금 그 모든 과정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바로 그때부터, 나는 줄곧 이렇게 하고 싶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
“으아아아아아아-!!!!!!”
저 멀리에서 주먹을 불끈 쥔 채 이쪽으로 오고 계셨던 제수스 감독님에게로 뛰어오르자고 말이다.
“-!!”
“우린 벤피카야아아-!!!!”
이것은 나의 생에 첫 시저스 킥 득점이었지만,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기쁨은 개인적인 것이 아닌 이 클럽의 오랜 울분을 토해낼 수 있었던 것에서 온 감정이었다.
지금 저 바깥에는 우리가 저주를 깨트릴 수 없을 거라 말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은 우리가 챔피언이 되기엔 나약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우린 얼마든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팀이다.
첼시 FC가 더 좋은 전력을 갖춘 클럽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게 꼭 오늘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공은 둥글며, 각자가 보내온 시간 역시 다르다.
하나의 축구 경기는,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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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루리)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온!!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쏘아 올린 환상적인 시저스 킥!! SL 벤피카에 1:0리드를 안깁니다!! What a Brilliant Goal! This moment is, Absolutely Fanta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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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앞쪽에서 감격적인 셀레브레이션을 나눈 나는, 벅찬 감정을 담아 환호하고 있는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낸다.
그러자 그들은, 이런 노래로 화답했다.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Ai vem nosso novo rei! / 여기 우리의 새로운 왕이 나간다!
Ai vem nosso novo rei! / 여기 우리의 새로운 왕이 나간다!
O nome dele e da-on! / 그의 이름은 다온!
O nome dele e da-on! / 그의 이름은 다온!
Ninguem o Impede~! /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지~!”}
전반전 15분.
우린 첼시 FC에 1점 앞서나가게 되었다.
『SL 벤피카 1:0 첼시 FC』
***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같은 시각.
암스테르담으로부터 약 2,200km 떨어진 리스본이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그렇지이-!!!”
“바로 그거야!!”
사무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자세로 책상에 앉아 있던 에두 크루즈가 더욱 간절한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오, 주여. 우리를 더욱 굽어 살피시옵소서.”
지금까지 몇 번이나 탄식이 이어졌을 때마다, 에두 크루즈는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의 머릿속엔 정말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중 99%는 좋지 않은 것이었다.
오래전에는 분명 구트만의 저주를 깨트릴 생각으로 전의에 불타올랐던 에두 크루즈였지만, 수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은 지금은 그렇지가 못했다.
애써 덤덤한 척 해왔었지만, 유로파 결승전이 시작된 지금은 그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단장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팀 원정에 동행하지 않은 것도, 도저히 경기장에서 그것을 지켜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똑똑-
노크 소리 뒤, 문이 열리면서 에두 크루즈에게 익숙한 한 남성이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그는, 기도하는 모습의 에두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예요. 정말 환상적인 바이시클이었다고요. 1:0. 우리가 앞서나가고 있어요.”
“……그래. 잘 알겠네.”
“네, 그럼.”
딸깍-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난 뒤, 비로소 모아 쥔 손에서 이마를 뗀 에두 크루즈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지금 그의 눈은 리모컨에 고정되어 있다.
“…….”
그것을 들어 올리기 위해 손을 뻗어보는 에두였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다시 손을 거둔다.
‘한심하군.’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면, 인간은 누구나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길 마련이다.
그런 뒤에는 그것에 책임을 물으며, 그로 인해 자신이 실패했다고 자책하게 된다.
그래야 다음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고, 같은 실패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인생의 지혜를 논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어리석지 않은 사람은 삶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불행과 실패는 한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결과들은 원인이 존재하지만, 그 어떠한 결과도 하나의 원인을 가지지 않는다. 수십 혹은 수백 가지의 복잡한 원인이 얽혀,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에두 크루즈는 지금, 본인의 행동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없었고, 이는 자신 또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라 믿고 있는 그다.
에두 크루즈는 지금, 조금 비겁하게 숨어 벨라 구트만의 재계약 제안을 거절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저주를 끝낼 이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던 상상이며, 에두의 상상 속에서 그는 늘 구세주이자 또 왕이었다.
그리고 그는 매번, SL 벤피카의 오랜 저주를 끊어내며 새로운 빛을 안겨다 주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억 수조 억의 법칙 중, 유일한 한 가지 공통점. 그것은 바로, 모든 ‘시작’에는 그 ‘끝’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다만, 그것이 언제일지 누구도 모를 뿐.
“으-아!!”
“!!”
바깥에서 다시 들려오는 소리에, 에두 크루즈는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게 문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아까웠다고-!! Vamos, 오스카!! 더 밀어붙여!!”
“……휴우~”
실점이 아니었다는 것에 다시 안도할 수 있었던 SL 벤피카의 풋볼 매니저는, 다시 손을 꼭 모은 자세로 기도에 들어간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신(神)에게 구원을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그 믿음을 굽히지 않았다.
‘기도하는 코임브라’에서 대학을 나온 에두 크루즈에겐, 이는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는 것.
이것은 승리라는 무형(無形)에 집착하는 축구인들의 삶과 정확히 똑같은 것이었다.
다시 한번 밖에서 들려오는 탄식 소리.
“!”
앞으로 에두 크루즈가 겪게 될 90분은, 매번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