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34)
233화
(박성문)
“제가 축구 경기를 중계하면서 이런 표현을 하는 경우는 또 처음이거든요? 정말 처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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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전반 13분
SL 벤피카 2 : 2 첼시 FC
우리는 외치고 있다.
체력이 떨어져 서로가 향할 수 없게 된 곳을 향해, 동료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
또 우리는 달리고 있다.
누구의 도움도 바라지 않고, 맡은바 최소한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때때로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고.
“윽-! 제기랄.”
“…….”
그런 이에게 달려가 기꺼이 손을 뻗어 쥐가 난 곳을 풀어주기 위해 힘을 썼다. 손아귀에 들어가는 힘은 시원치 않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피치 위에서 넘어진 마티치의 왼쪽 다리를 풀어주는 가운데, 머지않아 달려 나온 메디컬 그룹이 이를 넘겨받는다.
주저앉고 싶지만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허리만 숙여 스태프의 가방에서 물병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습관적으로 목을 축였지만, 솔직히 목이 마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입안과 목 안이 조금 건조한 것 같아, 수분을 공급하려고 해볼 뿐이다.
“…….”
첼시는 아예 대놓고 승부차기를 노리는 듯했다.
페트르 체흐라는 골키퍼를 두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연장 전반 5분이 지나면서부터는 후안 마타를 빼고 미켈 존 오비를 투입하며 수비를 더욱 강화했다.
연장 시작과 동시에 추가로 선수 한 명을 더 교체한 우리와는 다르게, 첼시는 지금까지 단 한 장의 교체카드만 썼다.
이것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첼시의 벤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후우~”
마티치의 다리에 쥐가 나면서 멈췄던 경기는 하미리스가 우리 진영으로 스로인을 보내면서 다시 시작이 되었다.
니코가 빠지면서 투입된 리마가 공격 진영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지친 마티치를 대신해 공격을 전개 중인 안드레가 전진 패스를 보낸다.
그리고 이를 카르도소가 받아들지만, 퍼스트터치가 좋지 않아 곧바로 이바노비치에게 빼앗겨 버린다.
오늘 무척 부지런히 뛰어주었기에, 그도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나 이바노비치로부터 패스를 이어받은 아스필리쿠에타의 롱패스 또한, 토레스에게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다. 루이장이 가볍게 볼을 잡았고, 이후 모라에스에게 백패스를 보냈다.
축구공을 발아래에 둔 모라에스가 조금씩 전진을 하지만, 첼시는 전혀 앞으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토레스의 위치도 하프라인 바로 위였고, 그 아래 2선과의 거리는 15m 정도는 되어 보였다.
삑-!! 삐-익!! 삐익!!
모라에스의 킥과 동시에, 연장 전반이 마무리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짧은 휴식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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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루리)
“이제 마지막 15분을 남겨 둡니다. 벤피카. 그리고 첼시. 눈에 띄게 지쳐있습니다. 파이널써드로 공을 보내는 것에 무척이나 애를 먹었습니다. 벤피카로선 연장 전반 3분에 얻은 PK가 눈에 아른거릴 겁니다. 스스로 날려버린 기회가 그들을 괴롭히고 있겠죠. 반면에 첼시는 오늘 무척 힘겹습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보일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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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샤워와 안락한 침대가 그리운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조금만 더 쉬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하다가도, 그래 봤자 뭐할 거냐는 생각이 뒤따른다.
짧은 수분보충의 시간 동안, 감독님은 상대의 역습을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보태셨다.
그 이유는 지금 하프라인의 끝에서, 첼시가 두 명의 선수를 동시에 교체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미리스를 대신해 요시 베나윤(Yossi Benayoun)이 또 다비드 루이스가 빠지고 마르코 마린(Marko Marin)이 새롭게 그라운드를 밟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라파엘 베니테즈는 이런 상황을 그렸을 수도 있다.
연장 전반을 잘 버티면, 연장 후반 교체카드를 활용해 공세를 취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안드레!”
그래서 난 안드레를 부른 뒤, 마르코 마린을 가리키며 그가 조금 더 커버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전반 초반부터 많은 활동량을 보인 마티치는 방전 일보 직전의 상태다.
그러니 안드레가 더 많은 영역을 맡아줘야 한다.
베르나르두를 대신해 투입된 호드리구가 수비에 딱히 재주가 없다는 점도, 이런 상황에서 안드레가 짊어지는 부담감이 커지는 이유였다.
그리고 나 역시, 베나윤의 빌드업 능력을 신경 써야 할 것 같았다.
베나윤은 볼을 키핑할 수 있고 탁월한 드리블 실력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현재 첼시의 라인업에서는 유일하게 번뜩임을 만들 수 있는 선수인데, 체력이 충분한 만큼 남은 15분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고 할 것이다.
하미리스에게 걷어차여 퉁퉁 부어오른 뒤통수에 차가운 물병을 가져다 대었었던 나는, 도로 그것을 땅바닥에 내려둔 뒤에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것은 개인적으론 별로 선호하지 않는 상황이다.
모라에스는 좋은 골키퍼지만, 통산 PK 방어율은 7.8%(5/6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통산 승부차기 성적도 방어율도 20% 아래라, 그런 상황에서 믿음직스러운 유형은 아니다.
여기에 기록되지 않는 상대 키커의 실책이 변수가 될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승부차기 이전에 승리를 확정 짓고 싶다.
물론, 그게 마음대로 되진 않겠지만 말이다.
삐?익!!
마지막 15분이 시작되고, 첼시 진영 후방에서 돌던 축구공은 램파드를 거쳐 지금 막 투입된 마르코 마린에게로 연결이 된다.
‘역시나.’
그리고 축구공은 곧바로 내 앞쪽에 선 요시 베나윤에게로 이어졌다.
베니테즈가 마르코 마린을 투입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어쩌면 승부차기를 염두에 둔 교체일 가능성도 있다. 세트피스에서는 꽤 정교한 킥을 찰 줄 아니까 말이다.
드리블 능력이 탁월한 베나윤에게 볼을 투입해 파울을 유도하고, 여기에서 얻은 세트피스를 마린에게 맡김으로써 승부를 보려는 속셈이라는 게 가장 그럴듯한 가설이다.
왜냐하면 인플레이 상황에서의 마린은 그렇게 위력적인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밀어내자.’
그렇게 결론을 맺은 나는 베나윤에게서 억지로 볼을 빼앗기보단, 그를 사이드라인이나 수비진영 쪽으로 밀어내려는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무리하게 발을 뻗으려고 하기 보단, 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베나윤 스스로 자멸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어진 첫 번째 1:1 상황에서, 베나윤은 내가 얼마나 지쳤는지를 확인하고자 길게 볼을 차 넣으며 경합을 하려는 듯 했다.
몸을 돌린 나는 오른쪽 상체로 베나윤을 견제하며 달려 나갔다.
비록 많이 지쳐있긴 했지만, 아직 쥐어 짜낼 에너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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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김다온! 뺏어냅니다! 오늘 첼시 선수들과의 1:1 싸움에서 거의 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성문)
“EPL에서 뛰는 선수들을 상대로, 정말 대단합니다. 하미리스, 마타, 토레스, 그리고 이번엔 베나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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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을 확보해 모라에스에게 패스를 보낸 뒤, 난 다시 돌아서서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전개되는 빌드업은 이전과 같은 속도감은 없지만, 실수를 억제하고자 집중하고 있는 덕분에 확실한 선택지에서 패스가 이뤄졌다.
사실상 네 명의 공격수(카르도소-제로니모-호드리구-리마)를 두고 있기에, 이렇게 신중하게 패스를 전개하는 것은 전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고메스 혼자다 보니, 첼시가 비교적 쉽게 압박을 해주고 있다.
마티치는 지금 센터백 바로 앞에서 보호하는 임무를 하는 것만도 벅차 보였고, 리마 외에는 생각만큼 아래로 내려와 주는 사람도 없었다.
또 막시는 특유의 직선적인 움직임만을 가져가고 있었기에, 안드레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조금 더 중으로 치우치는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 베나윤에게 리커버리할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지지만, 빌드업 도중에 볼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아 보였다.
“안드레!”
중앙으로 이동한 나를 발견한 안드레가 잽싸게 패스를 보내오고, 미켈이 전방압박을 하며 생겨난 공간으로 리마가 내려와 있는 것이 보였다.
투웅-
그래서 난 논스톱으로 오른발을 휘둘러 패스를 보냈는데, 연장 후반 2분 만에 비로소 제대로 된 공격 전개가 이어지게 되었다.
패스를 받아 재빠르게 몸을 돌리 리마가 전방의 카르도소에개 축구공을 보냈고, 이는 다시 오른쪽에 있는 제로니모에게로 이어져 첼시 진영 깊숙한 곳에 다다랐다.
전반전에 카르도소가 PK를 통해 득점은 올렸지만, 오늘 팀의 공격 진영에서 가장 위력적이었던 사람은 저 녀석이다.
제로니모가 꾸준히 첼시의 오른쪽 진영을 위협해 주었기에, 애슐리 콜이라는 잉글랜드 역대 최고의 레프트백을 내려앉혀 둘 수 있었다.
지금까지 크게 강조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저건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어느새 노장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PL통산 360경기 이상을 출전한 저 수비수는 떨어진 신체적인 능력을 영리한 방법으로 적절히 채워내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니모는 때때로 허무하게 볼을 빼앗겼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처럼.
‘이런!’
보디페인팅 이후 드리블을 시도해본 제로니모지만, 애쉴리 콜이 적절한 위치로 들어서며 진로를 막아냈다. 결국 축구공은 골라인을 벗어났고, 그렇게 우리의 공격은 마무리 된다.
짧은 곳으로 볼을 굴려 보낸 페트르 체흐의 골킥 뒤엔, 미켈-램파드 라인을 거쳐 전방으로 이어지는 첼시의 공격이 다시 이어졌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마린에서 베나윤으로 이어지는 방식의 공격이 전개되었는데, 이번엔 베나윤이 중앙으로 이동하고 마린이 측면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뒤.
{“우워어어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 베나윤의 슈팅이 골포스트의 왼쪽을 살짝 빗나갔다. 마티치가 제대로 달라붙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위험지역에서 슛을 시도했던 것이다.
모라에스가 발끈해 마티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미안하다고 손을 들어 올린 마티치는 조금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이후 약 4분 동안, 첼시가 계속해서 거세게 우리를 몰아붙였다.
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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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다시 선방입니다! 이번에도 모라에스 골키퍼. 램파드의 기습적인 슈팅을 다이빙하여 잘 막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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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베니테즈의 선수교체가 먹혀들어 간다고 볼 수 있었다. 지난 4분이, 첼시가 가장 거세게 우리를 몰아붙였던 순간이다.
램파드의 슈팅을 막아내고자 발을 뻗었던 마티치는 햄스트링이 올라왔는지, 허벅지 뒤쪽에 손을 가져다 댄 채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었다.
다시 경기는 중단 되었고, 피치 위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쪽에 모여 물병을 찾았다.
마티치의 몸 컨디션은 조금 걱정이 되지만, 지금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난 주변을 털레털레 걸으면서, 가쁜 숨을 조금 조절했다.
“…….”
연장 후반도 어느새 9분이 넘었다.
이대론, 승부차기가 유력해 보인다.
***
1649-028 리스본, 포르투갈. 프로페소아 에가스 모니즈 MB 거리. 산타 마리아 MHM 병원.
뚜우- 뚜우-
에우제비우가 의식을 잃은 지도 벌써 30분 가까이 지났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언제 다시 눈을 뜰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포르투갈 영웅의 몸에 부착된 각종 의료 장비들은, 그의 현재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지럽혀진 병상 주변을 간호사들이 정리하는 가운데, 플라시두 폰테스와 마주한 산타마리아 MHM 병원의 담당 의사가 한 가지를 묻는다.
“LSS는 어떻게 하기로 했죠?”
“…….”
LSS. Life-Support System.
담당의는 응급조치 이후에, 에우제비우가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특별한 경우라 미리 묻지 않았습니다만, 이제는 저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겠어요.”
“……아무도 그 모습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
포르투갈 국민 중 누구도,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한 축구영웅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에우제비우와 함께해온 플라시두 폰테스는, 영웅에서 친구가 된 이 역시 그러한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눈을 뜰 겁니다, 닥터…….”
“미겔. 미겔 모라이스입니다.”
“그렇군요. 닥터, 미겔. 내 친구는 강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미겔 모라이스(Miguel Morais)는 포르투갈 최고 병원의 담당의 중 한명으로써, 지금까지 주치의를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거물급과 어울리는 주치의 중엔, 오직 돈만을 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통을 줄여준다는 핑계로 필요 이상의 약물을 주입하는가 하면, 판단을 흐려지게 만들어 유서를 새로이 작성하게 하는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미겔 모라이스가 보고 있는 플라시두 폰테스는, 정말 에우제비우의 친구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부르라는 말과 함께, 병실을 그렇게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플라시두 폰테스가 붙잡는다.
“의사 양반. 시간 되시오?”
“응? 잠깐이라면요.”
“혹시, 축구 좋아 합니까?”
“……무슨 의미죠?”
되묻는 미겔을 향해, 플라시두는 괜찮다면 함께 축구를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를 찾는 내가 미쳤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약속했거든요. 만약 이 친구가 의식이 흐려지고 저 경기를 끝까지 볼 수 없게 되면, 제가 모든 장면을 똑똑히 확인하고 생생히 그것을 말해주겠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벌써 많은 걸 놓쳤군요. 그리고. 제가 지금부터 본다 한들 제대로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의사 양반. 날 좀 도와주지 않겠소?”
“…….”
미겔 모라이스는 응급의가 아니고, 오직 에우제비우를 위해 근무시간 뒤에도 병원에 남아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본래는 당직실로 가 조금 눈을 붙여두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 약한 그는 플라시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결국 미겔은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고, 볼륨이 높여지고 있는 TV 화면에 시선을 가져갔다.
‘사실 난 스포르팅의 팬인데 말이야. 뭐, 그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겠지?’
지금껏 단 한 번도 벤피카를 응원해본 적이 없었지만, 미겔은 오늘만 특별히 에우제비우를 위해 숙적의 팬이 될 결심을 한다.
화면 속, 시계는 연장 13분을 가리키고 있다.
‘승부차기겠어. 응?’
결국 승패가 나뉘지 않은 채 경기가 끝날 거라 생각한 순간, 화면이 갑자기 클로즈업된 것으로 바뀌면서 그 앞에서 누군가 힘찬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병실 안, 흥분한 BTV 코멘테이터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진다.
***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었다.
요시 베나윤이 중앙으로 이동하고 마르코 마린이 오른쪽으로 빠지며 스위칭이 일어났다.
첼시는 베나윤과 토레스처럼 볼을 키핑할 수 있는 선수를 중앙에 배치하여 공격에 숫자를 늘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마린을 오른쪽 멀리 배치하여 내 포지션을 강제했다.
분명한 목적이 있는, 그런 전략이었다.
아무리 마린이 인플레이에서 위협적이지 않다지만, 거리를 지나치게 벌려둘 경우엔 얼마든지 날카로운 장면을 크로스를 통해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엔 베나윤이 오른쪽으로 패스를 돌렸는데, 아마 마린에게 한번 패스를 보내면서 내 위치를 조금 더 사이드 쪽에 강제하려고 했던 것 같다.
사이드백과 센터백의 공간을 벌려, 그 틈을 이용할 속셈 따위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뜻밖의 곳에서 발생했다.
그러니까, 첼시의 입장에서 말이다.
패스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마린.
그의 발에서 멀리 벗어나기 시작한 축구공은 내 앞으로 굴러왔고, 난 황급히 실수를 만회하려던 마린의 시도를 무위로 돌려놓으면서 축구공을 앞쪽으로 차 넣었다.
그렇게 사이드라인을 따라 스프린트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인데, 지척에서 아스필리쿠에타가 지연을 위해 이쪽으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재빨리 오른쪽을 돌아보는 나.
‘안드레.’
그곳에서 안드레를 발견한 나는 오른발 바깥쪽으로 축구공을 툭 밀어 넣은 뒤에, 사이드라인을 벗어나 계속해서 질주했다.
내가 보낸 패스를 왼발로 처리한 안드레의 다이렉트 패스가 높이 떠올라 앞쪽에 떨어지고, 그것을 받아들기 위하여 나는 사이드라인 밖에서 대각선으로 파고 들어갔다.
축구공은 그렇게 내 발밑으로 돌아왔고.
왼쪽의 리마와 정면의 호드리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엔.
“…….”
난 선택해야 했다.
리마(프랭크 램파드)와 호드리구(미켈 존 오비)중, 누가 계속해서 흐름을 이어가 줄 수 있을까?
위치상으로는 호드리구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지만, 존 오비의 수비력은 지연이라는 임무를 충실히 해낼 것이다. 무엇보다 호드리구의 장점은 저렇게 등진 상황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파앙-
결과가 어떻게 되든 빠른 판단이 지금은 더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오른발을 사용해 리마에게 패스를 보냈고, 이후로도 계속 발을 멈추지 않았다.
공격을 한창 진행하던 상황에서 나온 실책이었기에, 첼시의 수비는 지금 완전히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중앙이 아닌 측면에서 나온 실책이라, 복귀의 속도도 조금 더뎠다.
더구나, 지금 내 움직임은 사이드라인이 아닌 피치를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통 공격 진영의 측면에서 이런 실책이 나오게 되면, 수비하는 쪽의 첫 번째 임무는 축구공이 사이드라인에서 고립되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설령 위험지역으로의 접근을 허용하더라도, 중앙으로 패스가 향하는 것만 봉쇄하면 어떻게든 수비가 정돈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안드레의 패스가 조금 짧았던 게 이점이 되었고, 후퇴 중인 첼시의 수비는 조금씩 중앙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패스해!!!!!!!”
볼을 독점하려는 성향이 강한 리마라는 것을 잘 알기에, 난 패스를 보낸 이후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팔을 앞쪽으로 뻗었다.
그러면서 마치 잡아먹을 것처럼, 리마를 쳐다봤다.
내 얼굴을 볼 순 없지만, 꽤 심각할 것이다.
왼쪽 페널티 모서리 앞 약 8m 지점에 자리 잡은 리마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면 분명 혼자서 뭔가를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첼시 FC가 바라는 일이고, 노련한 램파드는 리마를 어떻게든 사이드로 보내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이어진다면, 지금까지 기껏 해온 일은 의미를 잃어버리고야 만다.
그러니, 이 망할 녀석아.
패스를 좀 보내줄래?
‘응?’
크게 소리친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차례 볼을 트래핑한 리마가 내게로 다시 축구공을 돌려보냈다.
난 지금 리마와 호드리구의 사이에서 뛰어 들어가고 있었고, 저 앞 정면에 있는 개리 케이힐은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바노비치는 페널티 아크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카르도소를 따라 빠져나온 상태다.
축구공이 다시 발아래에 도착했고, V라인이 되어버린 케이힐-이바노비치-애쉴리 콜의 사이에서, V의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붉은 유니폼이 눈에 들어왔다.
툭.
‘어라?’
지금 내가 놀란 이유는, 오른발이 생각을 하기도 전에 먼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눈에 들어온 붉은색이 스위치를 탁 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본능적으로 오른발이 이끌린 것이다.
축구공의 아랫부분을 엄지발가락 부분으로 차올린 축구공은 적당한 속도를 가지며 날아갔고, 이것은 이내 제로니모의 가슴팍에 안착한 뒤에 피치로 떨어졌다.
‘오프사이드?’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손을 들어 올리는 첼시 FC의 선수들과 그대로 멈춰 서게 된 우리.
지금 피치 위에서 활동적인 공간은 오직 제로니모와 페트르 체흐만이 독점하고 있었다.
떨어진 축구공을 향해 제로니모가 왼발을 휘두르고 축구공이 그에게서 벗어난다고 여겨지는 찰나, 어딘가에서 나타난 푸른색 유니폼이 절묘하게 시야를 가려 버렸다.
‘지금 이 타이밍에?’
놀람과 짜증 어딘가에서 인상을 찌푸리기도 전, 불쑥 튀어나온 축구공이 첼시 FC의 골대를 향해 굴러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
결과가 나온 순간, 난 얼굴을 감싸 쥐며 그대로 피치 위에 엎드리고야 말았다.
이런 내 등 뒤에서.
“우와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
득점을 확인시켜주는 익숙한 목소리와.
삑-!! 삐이익-!!
오프사이드가 아닌 다른 결과를 말해주는 주심의 휘슬소리 두 번이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