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36)
235화
사람들의 말론, 어제는 광란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기억은 라커룸 진입 후 정확히 10분 동안만 이어졌다.
여기저기에서 샴페인과 맥주 방울이 튀어 오르던 것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그 이후의 모든 것은 동료들이 남긴 사진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했다.
또 오늘 아침에는 아영이에게 보낸 장문의 톡을 확인하곤 입이 떡 벌어지기도 했었다.
대체 내가 무슨 정신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른다.
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했을 때, 인자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던 에우제비우 선수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
.
2013년 5월 16일. 1649-028 리스본, 포르투갈. 프로페소아 에가스 모니즈 MB 거리. 산타마리아 MHM 병원.
“웃을 게 아니래도요. 진짜 부끄러웠어요.”
“클클클클. 젊은 나이의 사랑은 늘 그런 법이지.”
“그런가요? 당신도 그랬어요?”
“오- 그렇고말고.”
에우제비우 선수의 부인되시는 분은 플로라(Flora) 여사님이다. 여사님은 에우제비우 선수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마푸투(Maputo)로 알려진 모잠비크의 수도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마푸투가 아닌 로렌수 마르케스(Lourenco Marques)라 불렸는데, 두 사람은 그 외곽에 있는 마파라라(Mafalala)라는 곳에서 자랐다.
플로라 여사님은 맨발로 축구공을 차던 에우제비우 선수를 늘 지켜보았고, 어머니를 졸라 에우제비우에게 간단한 심부름을 하게도 했다.
“플로라는 내가 축구화를 가지길 원했어. 그래서 장모님이 심부름을 시켜 돈을 받도록 만들었지.”
“그래서 축구화를 사셨나요?”
“전혀! 그 돈은 전부 먹을 것을 사는 데 쓰였어.”
어쩐지 알 것도 같았다.
나도 예전엔 엄마가 축구화를 새로 사 오면, 다시 그것을 들고가 환불을 받아 삼겹살을 사 오기도 했다.
차라리 그편이, 마음이 더 편했으니까.
“도나는 나를 참 많이 아껴줬지. 그녀의 집 역시 풍족하진 않았지만, 마을에서 아마 가장 화목한 집이었을 거야. 그리고 그 사랑을 받고 자란 플로라는 구김이 전혀 없었지.”
“…….”
구김이 없다라.
어제 엄마에게 들었던 것과 동일한 말이다.
아영이는 엄마에게 구김 없는 예쁜 사람이자,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무튼 에우제비우 선수는 마파라라 마을에서 인기 있는 소년이었다. 축구를 워낙에 잘했기 때문에, 공터에서 축구를 하던 이들 모두가 함께 팀을 하길 원했다.
“맨발에, 누더기를 기워 만든 공으로 축구를 했지.”
“그래도 즐거우셨죠?”
“클클클. 물론이지. 리스본에 온 이후 삶은 훨씬 더 나아졌지만, 솔직히 축구에 대한 순수한 재미는 그때가 더 나았어. 나는 팀이 몇 번이나 바뀔 동안에도 계속 축구를 했지. 아, 또 한 날은 이런 일도 있었군.”
에우제비우 선수의 스피드와 체력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몇 살 많은 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어린 에우제비우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무척 힘도 셌는데, 어느 날 그의 슈팅을 복부로 받게 된 골키퍼가 곧바로 구토를 하여 경기가 중단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제 이야기는 본격적인 러브스토리로 향한다.
“몇 년 동안이었지. 수줍음이 많은 플로라와는 그동안 거의 대화도 하지 못했어. 하지만 난, 부끄럽게 도망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지.”
성공을 위해 리스본으로 오게 된 에우제비우 선수는 단 한 순간도 플로라 여사님을 잊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리스본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직후, 에우제비우 선수는 플로라 여사님이 잘 지내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핑계가 필요했어. 나도 수줍음이 있었기 때문에, 요즘 젊은 녀석들처럼 직접 만나자고 말할 수 없었거든. 그래서 도나에게 전화를 걸었어. 항구에서 자란 신선한 새우가 먹고 싶다고 했지. 실제로 새우를 가장 좋아하기도 했고.”
센스 만점이던 도나 엘리스(Donal Elis) 여사님은, 그녀의 딸에게 부탁해 새우상자를 직접 전달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플로라 여사님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 에우제비우 선수를 만나겠다고 대답했다.
며칠 뒤, 에우제비우 선수는 몇 년 사이에 더욱 아름다워진 플로라 여사님을 보았고, 플로라 여사님 역시 소년에서 남자가 된 에우제비우 선수의 모습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플로라에게 말했어. 모잠비크로 돌아가지 말고, 나랑 함께 리스본에 있자고 했지.”
“와-우! 그거 멋진데요?”
“클클. 내 인생에서 가장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이었지. 하지만 충분히 값어치가 있었어.”
그렇게 두 분은 리스본에 함께 거주하게 되었고, 2년이 더 지났을 때 결혼에 골인하셨다.
“낭만적이네요.”
“그래. 자네의 여자 친구에게 꼭 말해주게나.”
“네?”
“이 이야기만큼, 그녀를 더욱 감성적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 테니까. 여자란 분위기에 약하고, 남자는 그걸 반드시 알아야만 해. 그리고 그걸 올바르게 이용할 줄도 알아야지.”
“……그다음은요?
“다음? 글쎄. 자넨 그녀를 많이 좋아하나?”
너무 당연한 질문이라, 난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다음은 이렇게 하면 돼.”
“?”
“두 눈을 예쁘고 똑바로 쳐다보면서,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잡아주게. 그리고 자네가 지금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지 말하게나. 만약 그게 자네의 진심이라면, 그건 틀림없이 그녀에게 닿을 걸세.”
“…….”
안 그래도 우리는 내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마음 같아선 오늘도 그러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일정이 있어서 그럴 수는 없다.
에우제비우 선수에게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순간, 등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두 신사분.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죠?”
“아, 여사님.”
“앉아 있어요. 당신이 있어서 이이도 신경질을 덜 내고 있거든요.”
“신경질? 내가 언제?”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지만, 사실 에우제비우는 거짓말을 참 잘한답니다.”
“플로라!”
“호호호호.”
에우제비우 선수와 여사님은 아직도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유를 물었을 때에는 두 분 모두, 단 한 순간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하셨다.
서로를 정의할 수 있는 수만은 단어들 중엔, 각자의 이름만큼 정확한 표현은 없다고 하셨다.
에우제비우 선수에게 여사님은 플로라.
반대로 여사님에게는 에우제비우.
처음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결심한 그때의 마음처럼, 두 분은 여전히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계셨다.
뭐랄까.
참된 어른이라고나 할까?
정말로 멋있는 분들이었다.
“아, 참. 그리고.”
“네?”
“곧 시끄러워질 거예요.”
“응?”
여사님의 말에 에우제비우 선수가 눈썹을 치켜올리고, 무슨 뜻인지를 대번 이해한 나는 씨익하고 웃어 보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밖으로 나섰다.
복도에 난 창문 아래엔 병원 주차장이 있었는데, 그곳엔 현재 커다란 버스 한 대가 정차 중이었다.
붉은색 버스가 어디에서 출발했을지 잘 알고 있었던 난, 문이 열리고 하나둘 내려서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에-이!! 지각쟁이들!!!”
“??”
고개를 치켜들어 위를 올려다본 이들이 미소를 지어오고, 난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드는 베르나르두를 보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루이장의 손엔, 어제 우리가 암스테르담에서 가져온 ‘The UEFA Cup’이 들려 있었다.
오늘 오전 리스본으로 돌아온 우린 각자 집으로 향한 뒤, 오후에 있을 어떤 일정을 준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에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고, 지금 바로 그것을 하려고 한다.
우리가 다시 유럽대항전의 우승컵을 리스본으로 가져오게 된다면,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을 말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어제 결승전에 참여하지 못한 에우제비우 선수에게, 병원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등장한 동료들이 우승컵을 안겨다 드렸다.
그리고 그것이 마침내 에우제비우 선수의 품에 안긴 순간.
“이예에에에에에에-!!!!”
“SLB!! SLB!! SLB!! SLB!!”
우린 사정없이 소리치며, 벤피카를 목청껏 연호했다.
깜짝 놀란 담당의가 무리는 안 된다며 소리를 쳤지만, 우린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그분에게 어깨동무를 하곤 자리에서 방방 뛰어다녔다.
“자, 잠깐만요!! 화, 환잡니다, 이분은!!”
“틀렸어요-!!”
“네?”
“환자가 아니에요, 이분은!! 에우제비우라고요!!”
“이런!! 안정!! 안정이 필요해요!!!”
구슬프게까지 들리는 담당의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우리는 한참 동안 에우제비우 선수와 전날의 우승을 함께 즐겼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정말 고맙네, 다들. 난 자네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
에우제비우 선수의 진심 어린 감사를 들으며, 어제의 우승으로도 채워지지 않던 가슴속의 일부 빈자리가 모조리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우린 드디어, 오랜 숙원을 풀었다.
병원에서 머무는 내내, 우리 모두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축구란, 참으로 멋진 것이었다.
***
1100-193 리스본, 포르투갈. 페드루 4세 광장 도로. 페드루 4세 광장(Praca pedro Ⅳ. Dom Praca pedro Ⅳ. 1100-193 Lisboa, Portugal).
SL 벤피카가 유로파 결승전을 확정 짓고 난 다음 날, 리스본의 시장인 안토니우 코스타(Antonio Costa)는 한 가지 특별한 약속을 내걸었다.
바로, 5월 16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물론 벤피카가 유로파에서 우승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고, 어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단 멘션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우승 기념 퍼레이드가 시작될 페드루 4세 공장 도로에 모였다.
아직 시즌이 남아 있어 성대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모여 있는 사람들의 규모는 어떠한 축제보다도 많았다.
광장 북쪽에서 시작하여 기다란 직선 도로를 따라 내려온 벤피카의 우승 퍼레이드는, 광장에 만들어진 단상에서 마무리되려 한다.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이 하나둘 그 위로 올랐고, 취향껏 시가를 문 이들이 내뿜는 연기가 간간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휘—-익!! , 휘익-!!
곳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머잖아 약속이나 한 것처럼 벤피카를 위한 합창이 시작된다.
그 노래는 물론, ‘Ser Benfiquista’다.
{“Sou do Benfica~ E isso me evaidece~”}
어제의 승리는 클럽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감격적인 것이었다.
나고 자라면서부터 축구가 자연스레 삶의 한복판으로 오게 되는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있어, 51년 동안 이어져 온 저주를 끝내게 된 것은 어떠한 영화의 장면보다도 더욱 극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엔 어제 선수들과 함께 암스테르담 스티다움에 있었던 팬들도 함께하는 중이었고, 그들은 다시 한번 훌쩍이며 스스로 자랑스러운 벤피카의 팬임을 알렸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노래 속에서, 한 남자가 등장하자 노래는 환호성으로 다시 바뀌었다.
“SLB! SLB! SLB! SLB!”
바로, 오늘만큼은 욕을 먹지 않을 벤피카의 회장 루이스 비에이라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에는 가족들이 함께했는데, 그중엔 딸 오펠리아도 함께였다.
이를 순서대로 지켜본 팬들의 시선은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한 남자에게로 향한다.
그는 지금, 주변에 함께하고 있는 동료와 대화를 나누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잠시 뒤.
“저는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축구팬들을 가진 클럽을 보유했다는 점에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예에에에에에-!!!!!”
“SLB!! SLB!!”
루이스 비에이라는 상투적인 문장들로, 어제의 우승이 얼마나 기쁘며 또 클럽에 큰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해 나갔다.
그리고 이야기가 더 길어지기 전, 마이크를 클럽의 단장 에두 크루즈에게 넘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금 더 진심이 담긴 환호성이 광장에 울려 퍼진다.
이런 모습을 감격적인 표정으로 내려다보던 에두 크루즈.
그는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전 울었습니다. 얼마 만에 흘려본 눈물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인데,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전 기뻤습니다. 그건 아마도 여러분들 모두가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벤피카의 팬으로서, 저 역시 거기에 있으니까요.”
휘-익!!
휘익, 휘이익-!!
에두 크루즈는 벤피카의 팬들로부터 그 실력을 예전부터 인정받아왔다.
재정난에 휘청거리던 벤피카를 구한 것은 루이스 비에이라 회장이었지만, 아무리 돈이 많은 구단주라 하더라도 클럽 운영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전후를 기해, 강호로써 자리를 잡으며 동시에 셀링 클럽으로의 위치도 가져가기 시작한 스포르팅 CP와 FC 포르투가 그런 대표적인 예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클럽 사이에서, 벤피카가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지닌 이미지는 ‘전통의 강호’와 ‘에우제비우가 뛰었던 팀’ 단 둘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벤피카는 스포르팅과 FC 포르투 못지않은 셀링클럽이자, 전통이 아닌 ‘현재의 강호’로써 자리매김했다.
“저는 여러분들이 힘들었을 것을 압니다.”
환호성이 진정되고 난 뒤, 에두는 다시 가까운 곳부터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51년. 한 아이가 아버지가 되고 또 그 아이가 자식을 낳기에 충분한 시간이죠. 우리는 때때로 벤피카의 팬인 것을 자랑스럽게 포르투갈 밖으로 알리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이젠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맞아!!!”
“SLB!! SLB!!”
이번에는 직접 손을 들어 올려, 에두가 사람들을 진정시킨다.
“이 일은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우린 매년 좋은 선수를 팔아야만 했고, 반대로 선수를 사들이는 대형 클럽들과 경쟁을 했어야만 했죠. 그래서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우리와 같은 셀링 클럽은 절대 유럽대항전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요.”
“누가 그러는데?!?!”
“우우-!!”
“어떤 병신이야?!”
“와하하하하-!!”
여전히 주변은 소란스럽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에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다시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린 그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틀렸습니다. 우린 성공했어요. 오랜 저주를 끊은 것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축구팬에게 벤피카가 얼마나 훌륭한 클럽인지를 알렸죠. 마음껏 자랑스러워하십시오, 여러분!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할수록, 우리 선수들은 더욱 피치 위에서 힘을 낼 겁니다!! 저는 지금 여기!! 여러분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우리 벤피카의 선수들을!!!”
광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기다렸다는 듯 다가온 루이장과 막시 페헤이라가 함께‘ The UEFA Cup’을 들어 올린다.
약 두 시간 전 에우제비우 선수의 지문을 묻힌 저 트로피는 이제, 앞으로 약 1년 간 리스본에 자리 잡을 것이다.
물론 그 장소는 SL 벤피카의 홈그라운드인 이스타디우 다 루스다.
에두 크루즈에 이어 조르제 제수스가, 또 제수스에 이어 한 사람씩 마이크를 받아들며 짧은 문장들을 내뱉었다. 그것은 대체로 짧은 메시지였으며, 때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누군가에 의해 눈물로 채워지기도 했다.
특히 이 클럽을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해 온 루이장과 오스카 카르도소가 마이크를 잡았을 땐, 사람들은 그들의 응원가를 불러 두 사람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마침내, 차례는 한 청년에게로 향한다.
순간, 사람들의 눈은 한쪽을 좇는다.
그것을 보며, 마이크를 쥔 청년은 생각했다.
‘거참, 짓궂네.’
라고.
***
솔직히 이곳에 오펠리아가 와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구단주님과 그분의 가족이 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조금 꺼려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오펠리아는 우아하게까지 느껴지는 드레스를 입은 채 나타났고, 계속해서 내 주변에서 움직이며 시선을 끌려고 했다.
마치 자신을 차버린 옛 남자친구에게, 더 아름다워진 모습을 과시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난.
‘네가 더 예뻐.’
오펠리아의 모습엔 눈길이 전혀 가지 않았다.
마이크를 건네받아 이야기를 하는 중간마다, 난 왼쪽 아래에 자리 잡은 익숙한 얼굴들을 자주 쳐다봤다. 지금 저곳엔 가족들과 또 아영이가 있었다.
사실 카퍼레이드 때부터 함께했었는데, 모자와 마스크를 푹 눌러쓴 덕분에 사람들은 아영이를 누나라고 생각했다.
뭐, 키나 체형이 비슷했으니까.
무리도 아니다.
“지금 저곳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여러분이 마찬가지로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전 이곳에서,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요.”
지금도 다시 시선을 흘끗 내려 아영이를 똑바로 바라봤다.
난 모든 일정이 끝난 뒤 그녀와 함께 있을 예정이다.
고개를 들어 올리며, 난 인파 한복판을 본다.
“이 클럽과 이 도시는 제가 너무 많은 것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러분과 이 멋진 여정을 함께해서 너무나도 행복해요. 우리의 다음 목표는 챔피언스리그이고, 언젠가 이 도시에 빅이어를 가져올 겁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종신 계약 가자!!!!”
“떠나지 마-!! 가지 말라고오-!!!”
팬들의 목소리에 미소를 띄우며, 난 이야기의 끝을 맺으려고 한다.
이건 그러니까, 쭉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내일부터 우린 다시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전, 여러분에게 약속합니다. 리그. 그리고 타사. 그 두 개의 우승까지도, 꼭 이 도시로 가져올 거라고요.”
“—-!!!!!”
왜 지금까지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다들 시즌이 끝난 것처럼 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아직도 남았는데 말이다.
마이크를 베르나르두에게 건네고 몸을 뒤로 돌리자, 동료들은 각양각색의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심정은 전부 다 같아 보인다.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지금인데?”
“하하.”
산통을 깨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난 할 말이 있다.
“두 경기 남았어.”
“…….”
아직 우리의 시즌은 끝이 아니라고 말이다.
이때 마이크를 전달받은 베르나르두의 어리바리한 목소리가, 귓가에 또렷이 들려오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라니.
여전히 저 녀석은 변함이 없다.
뭐, 그래서 좋은 거지만.
***
작가의 말 ? 에우제비우 선수와 플로라 여사의 이야기는 ‘Tribuna Expresso’의 Futebol Nacional – # Eusebio. A dor de Flora. 기사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