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40)
239화
기성용과 구자철의 결장이 일찌감치 결정된 이후부터, 호르헤 삼파올리는 줄곧 팀의 중원을 구성하는 일에 골몰해왔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여타의 포지션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중원은 그 격차가 무척 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빌드업과 경기를 읽어내려가는 눈은, 결장하게 된 두 선수보다 몇 단계는 더 아래에 있었다.
이는, 몇 번이나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선발한 이번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드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분명한 장점을 갖추고는 있지만, 단점 역시 워낙에 뚜렷한 탓에 안정감이 뒤떨어졌다.
우선 포항 스틸러스에서 뽑힌 이명주와 황진성의 경우, 소속팀에서 본인의 성향과 맞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 성장에 제약을 주었다.
각자 후방플레이메이커와 트레콰르스타에 더 재능이 있는 이들이었지만, 둘 다 소속팀에서는 박스 투 박스로 뛴다.
본인의 재능을 100% 끌어낼 수 없는 전술과 경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결국 둘은 더 많은 걸 하려는 습관이 생겼고, 이는 피치 위에서 종종 정체성을 잃는 이유가 되었다.
또 전북의 이승기는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발이 느리고 기술이 좋은 전형적인 테크니션인 그에게, 자신감의 결여는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눈치를 보느라 과감한 포지셔닝을 하지 못할 때가 잦은데, 포지셔닝은 발이 느린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본인이 빨리 느껴야만 했다.
그나마 남은 자원 중 가장 좋은 밸런스를 갖춘 선수가 한국영과 하대성인데, 둘 역시 장단점이 뚜렷해 역할 구분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삼파올리는 둘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국영에겐 포백을 보호하고 상대의 2선을 압박하는 일을. 또 하대성에겐 왕성한 움직임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김다온을 중원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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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0분
대한민국 0 : 0 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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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욱) – JTBC 해설위원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이 아주 큰 도박을 했습니다. 물론 김다온이 소속 클럽에서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를 펼칠 때도 있습니다만, 90분 내내 중원에서 뛰는 것은 아마 커리어 사상 처음인 걸로 알거든요. 아마, 장단점이 있을 겁니다.”
(김주성) – JTBC 아나운서
“아, 네. 그렇지만 또 김다온 선수가 워낙에 다재다능하지 않습니까~? 삼파올리 감독의 신의 한 수가 되길 기다려 봅니다. 이제 국가가 연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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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온을 8번(CM) 자리에 홀로 배치하는 것은 아주 파격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초엔 한국영-하대성 조합에 김보경을 10번(AM)으로 투입하거나, 이동국-이근호 투톱을 내세우는 것도 고민했다.
그러나, 어떤 것도 삼파올리의 마음에는 차지 않았다.
근심이 깊어진 삼파올리는 예비 명단을 바라보며, 비교적 풍부한 사이드백 자원 중 몇몇이 뛰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베테랑인 차두리는 떨어져 있던 실전 감각을 빠르게 끌어 올리며 서울의 주전을 꿰찼고, FC 바젤의 박주호는 작년 스위스 최고의 사이드백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둘 중 하나는, 김다온에 의해 백업으로 밀려나게 될 처지였다.
그러던 중, 삼파올리의 머릿속에 어느 한 가지 아이디어가 스쳐 갔다.
만약 이 둘을 사이드백으로 투입하고, 김다온을 중앙으로 돌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삼파올리의 가정들은 이내, 그럴듯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코치들에게 연락을 돌린 삼파올리는 곧장 회의를 소집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 들었다.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는 한편, 이것이 현재 최선일 거라는 이야기를 보탰다.
이야기하는 내내, 삼파올리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조금 놀랍게도, 코치들 역시 삼파올리가 말한 ‘Central Kim’이 현재 대표팀 상황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라는 것에 동의를 표했다.
이후 최종선발과 전술의 설정은 일사천리로 이어졌고, 선수단 전원이 소집된 이후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훈련과 브리핑이 진행되었다.
처음엔 김다온의 중앙 미드필드 배치에 의아해하던 선수들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거기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있다.
연습 때의 김다온은, 이렇게 된 이유를 증명했다.
삐이이익-!!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호르헤 삼파올리는 생각을 털어내며 시선을 피치 위로 가져간다.
베이루트에 모인 8천여 명의 레바논 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내지르는 가운데, 하대성으로부터 패스를 연결받은 김다온이 전방을 흘끗 바라보곤 오른발을 휘두른다.
그러자.
“!!”
***
(김주성)
“아~ 이게 뭐죠? 전반 시작 13초 만에 대한민국이 골대를 맞췄습니다! 중계하고 있는 저희도 아직, 입이 풀리지 않았는데 말이죠.”
(서현욱)
“음- 센트럴 킴의 효과인가요? 지금은 김다온을 중원에 배치한 삼파올리 감독의 의도가 처음부터 잘 나타났다고 봅니다. 벤피카에서도 20개가 넘는 어시스트를 기록할 만큼 정교한 킥 능력을 갖추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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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골대를 맞았다.
거의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안타까워하는 흥민이 형을 바라보다, 아쉬워하던 표정을 거두곤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까 라커룸에서 미리 입을 맞춰두었었는데, 골로 연결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경기 시작 후 내가 최초로 볼을 받게 되면 흥민이 형이 수비 뒤로 파고들기로 했고, 이것이 제대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야유를 퍼붓던 레바논의 팬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진 가운데, 압바스 하산(Abbas Hassan) 골키퍼가 축구공을 길게 차 보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우리 수비진영까지 도달한다.
“형-!! 저쪽!!”
기계적으로 날 쳐다보는 국영이 형에게, 잠깐 진정하고 옆으로 볼을 돌리라고 지시했다.
오늘 내 역할은 단순히 중앙에서 뛰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형들이 냉정함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번 대표팀 소집 때 삼파올리 감독님과 유독 단독 미팅이 많았던 이유도, 오늘 해야 할 일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또 형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있었다.
[“하와 한 모두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지.”]‘자, 그럼 다음은…….’
포지션적으로도 나는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는데, 중앙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얼마든지 움직여도 됐다.
벤피카에서도 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측면과 중앙을 오갔기에, 프리롤을 받은 게 딱히 어색하지는 않다.
“형! 여기!”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주호 형을 거친 축구공이 다시 내 발밑에 도달하고, 곧장 몸을 돌린 나는 미리 살폈던 공간을 떠올리며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축구공을 횡으로 가른 긴 패스가 두리 형의 발밑에 정확히 안착했고, 우측 사이드라인을 따라 빠르게 굴러간 패스를 청용이 형이 받아 든다.
나는 그러한 전개를 확인하며 천천히 움직여 중앙으로 향했는데, 공격은 더 진행되지 못하고 레바논의 중앙 수비수에 의해 커트 당하고야 만다.
밀려 넘어진 동국이 형님의 모습으로 보아 파울인 것 같았는데,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는다.
중동 원정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 중에 하나. 의도적인 편파가 아니지만, 주심도 사람이기에 피치 위의 분위기에 휩쓸린 판정이 꽤 잦다.
‘뭐, 그건 그거고.’
볼의 소유권이 넘어간 직후부터, 나는 전방압박을 위해 일찌감치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목표는 등번호 15번의 남자다.
저 인간, 이름이 아마.
[“하이탐!!”]아, 그래.
하이탐 파우어(Haytham Faour).
레바논의 수비형 미드필드로 포백을 보호하고 적극적인 몸싸움을 벌이는, 대표팀으로 따지자면 국영이 형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발밑 기술은.
‘글쎄.’
어제 브리핑을 할 때, 하이탐 파우어가 드리블 능력은 부족해도 볼을 잡아두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내 솔직한 심정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축구공을 말 그대로 ‘잡아두기는’ 했지만, 그것을 잘 ‘지켜 내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
‘실례.’
발을 뻗어 간단히 볼을 가로챈 나는, 곧장 몸을 돌리면서 등지는 자세를 취해 보였다. 등 뒤에서 날 밀쳐오는 힘이 느껴지고 있지만, 여유 있게 볼을 지켜 내고 있다.
‘이렇게 해야지.’
난 이제 고개를 들어 필드를 살핀다.
정면에서 흥민이 형이 사이드백과 센터백의 사이 공간으로 뛰어들자, 레바논의 수비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좁혀진다.
‘뭐야? 진심?’
저건 사이드백으로서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지금은 굳이 흥민이 형을 쫓기보단, 적당히 수비 폭만 좁히는 선에서 올바른 포지셔닝을 찾아 나가야 했다.
어쩌면, 아까의 장면 때문일 수도 있겠다.
‘뭐, 나야 땡큐지.’
너무나도 쉽게 오른쪽 수비공간이 텅텅 비게 되고, 때마침 오버랩을 시도하는 주호 형을 발견한 나는 왼발을 움직여 공간으로 패스를 굴려 보냈다.
적당한 속도로 구른 축구공은 주호 형의 달리기 속도와 잘 맞아떨어졌고, 논스톱으로 띄운 크로스는 조금 길었지만, 그래도 뒤쪽의 청용이 형이 잡아낼 수는 있었다.
그래서 난 다시 볼의 움직임을 따라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고립되려고 하는 청용이 형에게 옵션이 되어주었다.
“형!!”
청용이 형이 땅볼로 축구공을 굴린 순간, 나는 재빨리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처해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
지금 뒤쪽에서는 하이탐 파우어가, 또 옆쪽으로는 모하마드 하이다르(Mohamad Haidar)가 압박을 위해 접근하고 있다.
선수들이 달려오는 방향과 남은 거리. 또 현재 선 위치까지 한꺼번에 머릿속으로 그려 보인 나는, 굴러오는 축구공을 오른발바닥으로 긁어내며 왼쪽 다리 뒤로 통과시켰다.
그리곤 착지시킨 오른발을 중심으로 삼아, 몸의 방향을 골대 쪽으로 돌린다.
“-!”
“!”
정확히 이 타이밍에서, 하이탐 파우어의 발이 처음 왼발이 놓여 있던 곳으로 지나쳤다. 그리고 하이다르 역시, 같은 방향을 목표로 왼발을 뻗는 중이다.
이런 하이다르의 스탠딩 태클은 내 다리 사이를 통과했는데, 뒤따라 움직이던 오른발이 거기에 걸렸다.
저항하지 않고 넘어지기로 한 나는 양팔을 아래로 가져가 충격을 최소화시켰다.
쿵-
삐—-익!!
들려오는 주심의 휘슬 소리.
난 엎드린 상태에서, 씨익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재미있네.’
***
현역시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MSV 뒤스푸르크에서 뛴 테오 뷔커(Theo Bucker)는 무척 평범한 선수였다.
A팀은 물론, 연령별 대표도 거치지 않은 그런 선수 말이다.
하지만 그는 15년 동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고, 통산 269경기에 출전해 50개의 골을 기록하는 등. 로테이션 멤버로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은퇴 후 유소년 코치부터 지도자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한 뷔커는 2011년 8월부터 레바논 대표팀을 지휘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더 팀을 잘 이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늘 경기가 있기 전, 레버쿠젠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김다온에 관한 자료를 건네받았던 뷔커.
그는 오늘도 당연히, 김다온이 사이드백으로 출전할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론 아니었고, 그 변화는 지금.
“!”
레바논을 궁지로 몰아넣는 중이다.
.
.
.전반 37분
대한민국 1 : 0 레바논
김다온의 오른발을 떠난 축구공은 정말 번개처럼 쏘아져 나가 피치 위를 갈랐다.
벽 옆을 통과한 축구공은 잔디 바로 위 10cm 정도 되는 높이에서 레바논의 골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고, 놀라운 반사신경을 선보인 압바스 하산이 기적과도 같은 다이빙으로 축구공에 왼쪽 손을 가져가는 것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의 손바닥을 퉁긴 축구공은 바로 앞쪽으로 굴렀고, 이는 프리킥이 쏘아진 직후 안으로 쇄도하던 이동국의 발에 정확히 걸리고 만다.
삑-!! 삐이익!!
“…….”
{“…….”}
1:0에서 2:0으로 점수가 벌어진 순간, 절로 고개를 떨어트리게 된 테오 뷔커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그의 옆엔, 기뻐하며 잔뜩 환호하고 있는 호르헤 삼파올 리가 있었다.
두 감독의 모습은 지금,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중이다.
‘제기랄.’
오늘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발 명단을 확인한 테오 뷔커는 호르헤 삼파올리가 얕은 술수를 쓰려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까진 김다온의 포지션을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세 명의 사이드백을 투입했다는 것 자체가 변칙적인 전략이었다.
좌우 사이드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김다온의 능력을 생각하면, 선발 명단만으론 대한민국의 정확한 포메이션과 전술을 가늠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테오 뷔커는 김다온이 사이드백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었다.
이청용을 중앙으로 옮기고 차두리를 오른쪽 공격수로 올린다거나, 이동국 손흥민 투톱에 박주호를 왼쪽 미드필드로 끌어 올리는 전술 정도를 예상했다.
한데 경기가 시작되기 전 김다온은 당당히 중앙에 서 있었고, 의아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만들어진 김다온 to 손흥민의 플레이는 일순 레바논 벤치에 패닉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것은 곧, 경기 전체로 번졌다.
‘대체, 이건 또 뭐야?’
전반 3분, 레바논의 진영 가까운 곳에서 김다온이 프리킥을 만들어냈다. 당연한 위기의 상황이었고, 레바논의 벤치와 선수들은 김다온이 킥을 처리할 거로 믿었다.
벤피카에서도 상당한 프리킥 골을 기록했던 그이기에, 당연히 김다온이 키커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김다온은 프리킥 지점에 들어섰고, 20m 정도 떨어진 위치는 그의 강력한 슈팅이 위력을 발휘하기 딱 좋아 보였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 레바논의 벤치와 선수들의 긴장감은 커지고, 바짝 마른 입술을 적시던 테오 뷔커는 열심히 선수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공포에 굴복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아무리 강인한 선수라 할지라도, 강력한 슈팅을 지닌 선수의 앞에선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공포심은 벽을 선 선수들에게 점프를 포기하게 하거나, 몸을 보호하는 본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 움츠러들게 해 벽에 구멍이 생겨나도록 한다.
이런 것들을 원치 않았었던 테오 뷔커는 선수들을 계속해서 독려했고, 곧이어 휘슬이 울리고 김다온이 움직였다.
그런데 이후.
뷔커를 포함한 레바논 사람들이 예상한 강력한 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보게 된 것은 전혀 엉뚱한 장면이다.
김다온의 프리킥은 그대로 땅으로 깔려 벽 옆으로 움직였고, 그것은 곧 손흥민의 발에 도착했다. 그리고 멋지게 오른발을 휘두른 손흥민이, 파포스트 아래 구석으로 굴러가는 슈팅으로 대한민국에 선취점을 안겼다.
그리고 지금.
첫 번째 골과 똑같은 프리킥 장면에서, 김다온의 슈팅이 결국 이동국의 추가 골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벽을 넘기는 게 아닌, 옆의 공간을 공략하는 거였다.
오늘 경기 내내, 김다온은 마치 레바논 벤치와 선수들의 생각을 전부 다 읽고 있다는 것처럼 뛰고 있다.
그 앞에서 레바논은.
“뭐야? 또? 이봐아-!!!”
8,700여 명의 홈팬 앞에서 처참하리만치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번에도, 김다온의 패스가 레바논의 수비 뒷공간을 가른다.
날카로운 쇄도를 선보인 이청용에게로 이어진 패스는 레바논에 또 한 번 위기를 초래했으나, 힘없이 굴러가 버린 슈팅이 그들을 구원한다.
{“우오…….”}
안도의 탄성을 내뱉고 있는 레바논 팬들의 얼굴에서, 전반전의 흐름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충분히 승점을 챙길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에겐,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악몽이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어떻게든 악몽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려고 할 때마다, 어김없이 그들에게 더 큰 악몽이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늪과도 같았다.
분명 몇몇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특별하지 않았다.
하나, 레바논은 그 몇을 막을 수가 없다.
결국, 전반전이 끝나기 전.
삑-!! 삐—익!!
탁-!
“…….”
테오 뷔커가 스스로 이마를 두드리게 만든 대한민국의 추가 득점이 만들어진다.
***
·후반 27분
대한민국 4 : 0 레바논
최초 기대를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놀라운 효과였다.
이가 없어 잇몸으로 때우고자 내린 결정이었지만, 오히려 본래의 이보다 훨씬 더 날카로움을 빛낸 셈이었다.
[우린 이제 지킬 거야.]“수비해. 알겠지?”
“…….”
두 명의 선수 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호르헤 삼파올리는 많이 뛴 손흥민과 김다온에게 휴식을 주려고 했다.
아직 A매치 일정이 많이 남아 있기에, 주요 선수들의 체력을 아껴주는 일은 무척 중요했다.
앞으로 걸어나간 강찬일이 삼파올리를 대신해 볼을 바깥으로 걷어낼 것을 지시하고, 때마침 볼을 빼앗은 한국영이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길게 축구공을 보낸다.
만약 이것이 이청용에게로 향한다면 그것대로 좋았고, 아니더라도 선수 교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삐이익-!
다소 길게 뻗어 나간 축구공은 곧바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났고, 부심의 시그널을 확인한 호주 출신의 벤자민 윌리엄스(Benjamin Williams)가 선수 교체를 알린다.
투입되고 있는 선수는 대한민국의 11번과 7번이었고, 빠져나가는 것은 손흥민과 김다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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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선수를 바꿔주네요. 아무래도 아끼려는 거겠죠? 김다온과 손흥민이 빠져나오고, 김보경과 이근호가 투입될 준비를 합니다. 대한민국이 한꺼번에 두 명을 바꿉니다.”
(서현욱)
“11일과 18일에도 우즈베키스탄, 이란을 만나는 대한민국 대표팀인데요. 기성용과 구자철이 뛸 수 없는 상황에서, 김다온이 중원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남은 두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를 기대해봐도 좋을 정도예요.”
(김정수)
“과거 박지성 선수도 센트럴 팍이라고 해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피를로였나요? 그때 외신에서도 엄청난 찬사를 보냈거든요.”
(서현욱)
“네, 맞습니다. 2009/10 시즌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전에서, 안드레아 피를로를 정말로 꽁꽁 묶었습니다. 하지만 김다온은 당시 박지성과는 조금 달라요. 오늘 모습은 마치, 본래부터 중앙에서 뛰었던 선수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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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되어 들어오는 김다온과 손흥민은 응원을 온 교민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응원석에서 더욱 큰 환호성이 들려왔고, 손흥민을 먼저 맞이한 삼파올리는 격려를 보냈다.
[정말 잘했네. 해트트릭 부분은 미안하군.]“…….”
영어로 된 이야기에, 손흥민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삼파올리는 그런 손흥민의 등을 두드려주었고, 뒤이어 환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김다온을 맞이했다. 지금 그의 얼굴에서, 오늘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잘했어. 오늘은 네가 승점을 가져왔어.] [저도 재미있었어요.] [놀라운 녀석 같으니.]손흥민에게 한 것보다 조금 더 격렬한 손짓이 향하고,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김다온은 미소를 지은 채 벤치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잠깐 미소지었던 삼파올리는 이제, 벤치에 앉아 있던 김신욱을 일으켜 마지막 교체를 준비한다.
‘후우- 이렇게 되면…….’
기성용과 구자철 없이 치러야 하는 A매치 3경기 중 첫 번째 경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것도 어렵다고 평가되는 베이루트 원정에서의 대승이다.
무엇보다 더 좋았던 점은, 앞으로 상대해야 할 팀들에게 혼선을 안겨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만나게 될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이 당황할 모습을 떠올리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은 또 다른 변수를 모색한다.
본래 변수는 약팀이 주로 시도하는 것이라지만,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물론 그 이유는 김다온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조커(Joker)를 손에 쥔 것과도 같았다.
어디에든 끼워 맞출 수 있는, 그런 카드 말이다.
삑-!! 삐—익!! 삐익-!!
20년 만에 거둔 베이루트에서의 승리.
삼파올리에겐 이것보다, 수많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훨씬 더 기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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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결과
대한민국 4 : 0 레바논
[골] 손흥민 : 전반 3분(김다온), 후반 21분(이동국)이동국 : 전반 37분
차두리 : 후반 24분(하대성)